[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으로 무너지는 이커머스 기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단순한 개별 기업의 위기를 넘어, 투자 회수를 위한 출구전략이 마비된 벤처투자 업계의 현실과 전략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동시에 드러났다는 점에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
투자업계 일각에선 “팀프레시는 충분히 살릴 수 있었던 회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시장에선 일부 대형 이커머스 기업들이 팀프레시의 공백을 사업 확장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실제 인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 VC 관계자는 “굳이 인수하지 않아도 고객사만 흡수하면 된다는 판단이 지배적이었다”며 “전략적 M&A가 작동하지 않은 대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런 인수 부진의 배경에는 스타트업 매각을 실패로 보는 부정적 시각이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창업자가 회사를 매각하면 ‘실패한 창업자’로 낙인찍히고, 대기업의 인수는 ‘문어발 확장’이라는 비판에 직면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어느 누구도 ‘책임 있는 인수자’로 나서지 않으면서, 유망 스타트업 하나가 소리 없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은 여전히 ‘조용한 성공’만을 선호하고 ‘시끄러운 실패’에는 지나치게 인색하다”며 “정책과 산업계 모두가 스타트업 M&A에 대한 인식 전환에 나서야 선순환 생태계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