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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서명한 철강·알루미늄 관세 포고문을 보면, 집권 1기 당시인 2018년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일부 예외를 적용했던 한국 등에 이번에는 25%를 똑같이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한국 철강업체들은 그동안 미국 수출품에 대해 연간 263만톤 규모의 무관세 쿼터를 적용받아 왔는데, 당장 다음달 12일부터 그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동맹국도 관세 폭탄 앞에 예외가 없다는 트럼프식(式) 산업정책이 현실화한 것이다.
철강이 자동차, 조선, 가전 등의 핵심 원자재라는 점 역시 고민거리다. 현대차그룹은 한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을 미국으로 들여와 북미 공장을 운영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업계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산업계 한 고위인사는 “한국 자동차, 세탁기, 냉장고 등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미국산 강판 구매 등을 모색해야 할 처지에 몰릴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반도체와 자동차, 의약품을 콕 찍어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 하나같이 한국의 주력 전략산업으로 꼽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한국산 반도체 수입 규모는 111억6000만달러(약 16조2000억원)로 집계됐다. 미국 전체 수입량의 약 8%다. 김혁중 대외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산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 기업들은 (미국 수출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메모리 3강’ 중 한 곳이 미국 마이크론이라는 점은 우려를 더 키우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 정부의 외교력은 사실상 마비된 실정이다. 또 다른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트럼프 1기 때처럼 협상력을 발휘하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기업들 역시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 속도를 높여야 하는 중장기적인 과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