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반도체 112억달러 수입…5위
11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미국 인구조사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미국의 반도체 수입 상위 국가 중 한국은 5위를 기록했다. 수입 규모는 111억 6000만 달러(약 16조 2000억원)로 집계됐다. 미국의 전체 반도체 수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였다.
미국의 최대 반도체 수입국은 대만으로 나타났다. 368억 9000만 달러로 비중은 27%에 달한다. 말레이시아(175억 5000만달러), 베트남(150억 8000만달러), 중국(122억 9000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에서 생산한 메모리가 대만 TSMC 등 다른 나라에서 조립·가공을 거쳐 미국으로 넘어가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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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은 부정적인 여파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모든 반도체 품목에 부과할지, 어떤 방식으로 매길지는 등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의 대미 수출 물량이 적지는 않기 때문이다. 거칠게 보면 지난해 16조2000억원 규모가 당장 고관세 대상이 된다는 의미여서다. 이는 곧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메모리 제품들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공교롭게도 ‘메모리 3강’ 중 한 곳은 미국 마이크론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관세 부과안이 나오지 않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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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팀 아메리카’ 차원에서 마이크론에 유리한 경쟁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D램과 낸드플래시 대체품을 만들고 있는 기업은 마이크론 정도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석좌연구위원은 “미국 자국 기업을 위한 조치라고 본다면, 마이크론이 반도체 일부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미국에 생산기지를 확대하라’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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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중 부연구위원은 “관세 타격을 피하려면 미국 내 생산능력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SK하이닉스가 첨단 패키징 공장을 미국에 짓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 비롯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정부 약속대로 미국 투자분에 대한 보조금을 줄지 자체가 불확실한 와중에 관세 리스크까지 불거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보조금 인센티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페널티’로 바뀌는 큰 흐름을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철강 고관세에 가전업계도 노심초사
반도체 외에 가전업계 역시 관세 폭탄을 주시하기는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고관세 부과를 공식화하면서다. 한국산 강판 가격이 비싸질 게 뻔한 만큼 미국산 강판 구매 등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 셈이다. 철강은 가전제품의 주요 원자재로 꼽힌다.
현재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LG전자는 테네시주에 각각 가전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산 가전 관세 부과 방침으로 미국 내 생산라인 확대를 검토하던 와중에 또 다른 리스크가 불거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