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인근 길가에는 트럼프 주니어의 방한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한 보수단체는 오후 2시30분께 호텔 앞에서 ‘환영 집회’를 열기도 했다.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모자를 쓴 행인들도 보였다. 호텔 측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부 비상계단 등의 출입을 통제했고, 경찰은 건물 주변과 출입문 근처를 순찰했다. 모든 면담은 극비리에 이뤄졌다.
그런 만큼 취재진이 대거 호텔 로비 입구에 대기하고 있었지만 재계 총수들을 직접 마주하기는 어려웠다. 회동 장소는 호텔 내부의 한 보안 구역으로 알려졌다. 해당 구역으로 향하는 ‘핫라인’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트럼프 주니어 만난 한화 3형제
트럼프 주니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공식 직함이 없다. 그럼에도 JD 밴스 상원의원을 부통령으로 추천하는 등 막후 실력자로서 영향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계 한 고위인사는 “트럼프 관세 쇼크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어떻게든 찾는 게 중요한 만큼 트럼프 주니어와의 면담 수요는 높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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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그의 이번 방한을 물밑에서 기획한 것도 미국 행정부와 소통 채널을 만들어 달라는 재계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주니어와 정 회장은 매우 가까운 사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 29일 오후 6시 25분께 전용기를 타고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했고, 정 회장 부부와 만찬을 하기 위해 곧바로 정 회장의 자택으로 이동했다. 정 회장은 이날도 같은 건물 집무실에 내내 머물며 트럼프 주니어와 재계의 만남을 지원했다. 그의 방한은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로는 처음이다.
이번 면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사인 방산, 조선 등을 중심으로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 금융, 유통 분야까지 대미 협력 기반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김동원 사장은 커피를 들고 차량에 탑승하면서 면담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그냥 편하게 커피 마시러 왔다”고 했다.
한화그룹은 미국 공화당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에드윈 퓰너 이사장과 인연으로 미국 내 인맥을 꾸준히 다져 왔다. 퓰너 이사장은 현재 한화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미국 투자 확대 등 화두 오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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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사회에 복귀한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의장은 이날 오전 트럼프 주니어와 1시간가량 면담했다. 둘은 인공지능(AI) 등에 대한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외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허용수 GS에너지 사장 등이 트럼프 주니어와 만났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금융권 인사로는 유일하게 면담했다.
반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해외 체류 일정으로,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국내 출장 일정으로 인해 각각 회동에 참석하지 못했다.
트럼프 주니어와 재계 총수들은 이번 논의 사항을 철저히 비공개에 부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은 1:1 대면 차담 형식으로 짧게는 30분 안팎, 길게는 1시간 이상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관세 쇼크의 파장을 최소화하고 업종별 대미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 등이 화두에 올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산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주니어는 총수들의 얘기를 주로 경청하는 것으로 안다”며 “미국 투자의 방식과 규모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 주니어는 대기업 총수들 외에 정·관계 인사와는 만나지 않았다. 그는 이날 늦은 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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