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나도 양 제주에 살암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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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여행작가 신작 출간
  • 등록 2025-07-01 오후 5:52:05

    수정 2025-07-01 오후 7:10:57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제주는 늘 여행의 종착지였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비현실처럼 반짝인다. 다시 육지로 돌아가는 날이면 꿈을 꾸다 깬 듯 허전했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나도 양 제주에 살암수다』는 여행의 끝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여행자에서 생활자로, 관광지에서 일상으로. 김민수 작가는 섬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삶을 배워간다.

“제주에 산다”는 말은 이제 흔하다. 하지만 진짜 제주를 살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김민수 작가는 생활자의 눈으로 섬을 들여다본다. 목욕탕 언니들과 나누는 소소한 대화, 시장에서 고사리를 고르는 손길, 비가 오는 날 갑자기 바뀌는 하루의 계획. 도시의 정교한 리듬 대신 계절에 귀 기울이며 사는 방식. 책은 그런 장면들로 빼곡하다.

총 4장의 구성은 계절의 순서에 따른다. 봄에서 여름, 여름에서 가을, 가을에서 겨울, 다시 봄을 기다리는 겨울. 계절마다 풍경이 달라지고, 삶의 결도 다르게 흘러간다. 각 장면은 평범한 듯 보이지만 그 안에 제주가 살아 숨쉰다.

‘세화오일장이 열리는 날’ 장에서는 장보기가 곧 여행이 된다. 순대와 자리돔을 사고, 바다를 바라보며 국수를 먹는다. ‘파품 갈치 나왔수다’에서는 생선 하나에도 살아 있는 제주 사투리가 묻어난다. 시장의 정서가 사람을 품고, 그 속에 작가의 생활이 녹아든다.

김민수는 이미 섬 여행자로 이름을 알렸다. 『섬이라니, 좋잖아요』로 섬의 미학을 말해온 그가 이번에는 사진과 글을 넘어 삶을 안으로 끌어들였다. 처음부터 제주가 순탄했던 건 아니다. 잡초를 뽑고, 고요에 적응하고, 어색한 이웃에게 인사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바로 그 어설픔이 이 책의 핵심이다. 제주가 선뜻 허락하지 않는 섬이라는 것을 솔직히 드러낸다. 그래서 더 진실하다.

책의 배경은 서귀포 성읍민속마을. 초가집에서 시작된 생활은 괴물 같은 광어를 마주한 소동으로 이어지고, 동백오일로 만든 계란 프라이 한 접시로 마무리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작지만 또렷하다. 여행과 생활의 경계가 없다. 일상이 곧 여행이고, 여행이 일상으로 녹아든다.

이 책은 관찰자가 쓴 제주가 아니다. 그 속에 들어가 살아가는 이의 언어다. 낯설고도 정다운 풍경이 그려진다. 느린 삶에 마음이 닿을 때, 독자 역시 자신만의 제주를 떠올릴 수 있다. 제주에 가지 않아도 좋다.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나도 양 제주에 살암수다』는 여행의 마지막이 아닌, 삶의 시작이다. 여행처럼 살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지도 한 장. 그리고 제주라는 섬이 보내는 조용한 초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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