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롯데손해보험(000400)이 관행처럼 이어졌던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면서 자본성증권의 분류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기상환권(콜옵션)과 스텝업(Step up) 조건을 근거로 자본성증권을 부채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국제기구에서도 역시 이러한 방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특히 자본성증권이 기업의 건전성을 왜곡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악성 부채’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일선 현업에서는 자본성증권의 만기 대응 유연성을 고려할 때 부채보다는 자본적 성격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는 반대 의견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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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성증권은 기업이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증권 중 하나로 채권(부채)과 주식(자본)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주로 만기가 30년 이상의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형태로 발행된다.
이어 “펀더멘탈(기업의 기초체력) 확인 차원에서도 영구채는 부채로 인식하는 것이 맞다”며 “자본확충은 유상증자 등 실질적인 자본을 늘리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제회계기준해석위원회(IFRS IC)에서도 자본성증권을 부채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에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FRS IC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해석하고 지침을 마련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전 세계 130여 개국이 사용하는 IFRS의 일관된 적용을 위해 주요 기준을 명확히 하고 해석상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 회계학계 관계자는 “IFRS IC에서도 자본성증권에 대한 자본·부채 구분을 위해 여러개의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며 “그 중 가장 우세하다고 판단된 것이 자본성증권은 자본이 아니라 부채로 분류하는 모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랫동안 의견이 분분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진 않았다”며 “이를 고려하면 앞으로도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공인회계사는 “자본성증권이 자본으로 인정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채무자의 콜옵션 행사 자율성에 있다”며 “부채로 봐야 한다는 주장에 일부 공감하지만 이를 획일적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실무와 학계, 금융당국 등이 머리를 모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도 “자본성증권으로 자본을 충당할 경우 스텝업 조건과 콜옵션 행사 가능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판단한다”며 “회계기준에 따라 기본적으로는 자본으로 분류하지만 유상증자와 같은 일반적인 방식으로 조달된 자본과 동일선상에 놓고 평가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채의 경우 만기 시 상환 및 차환이 필수적이지만 자본성증권은 아니다”라며 “스텝업에 따른 금리 상승과 시장 상황 등을 보고 미상환을 택할 수 있기 때문에 부채로만 보기에는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