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국내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예년보다 국제선 여객 수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 양대 국적사들의 국제선 여객이 급증한 반면 LCC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후 전체 항공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LCC 성장동력이 둔화하면서 파이를 나눠 먹지 못하는 모양새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
13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 FSC(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여객수는 103만813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6%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LCC(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이스타항공·에어로케이)는 339만3821명으로 7.0% 늘었다.
국제선은 객단가가 높아 여객 수가 항공사 실적과 직결된다. 해당 기간 국내 국제선 총 여객수는 647만1150명으로 전년비 8.9% 증가했다. LCC가 총 여객수 증가율을 밑도는 동안 FSC 2개사가 국제선 시장을 휩쓴 셈이다.
LCC의 부진은 작년 말 발생한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의 영향도 컸다. 작년 1~4월 제주항공의 국제선 여객 수는 78만여명이었는데, 올해 같은 기간 60만여명으로 급감했다. 제주항공 참사 후 승객들 대상으로 LCC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산하면서 FSC를 더 선호했던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LCC의 경쟁력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LCC의 국제선 여객 점유율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29%에서 작년 말 36%로 상승했지만 올 4월에는 33%까지 내려왔다. 장기 성장성을 확보하려면 지금의 가성비 수요 이상으로 고객 기반을 넓히고 장거리 시장으로 다각화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사고 영향 및 고환율 등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차질이 생긴 것이다.
반대로 대한항공 등 FSC는 더욱 지위를 공고히 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종식 후 LCC에 빼앗겼던 국제선 점유율을 빠르게 되찾고 있으며, LCC의 국제선 운임이 출혈 경쟁으로 하락하는 동안 예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실적으로도 드러나고 있다. 대한항공의 1분기 매출은 3조9559억원으로 전년 대비 3% 증가했고, 진에어는 같은 기간 전년 대비 2.9% 감소한 4178억원을 나타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에 대해 항공안전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있고, 그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며 “현재 포화 상태 시장에서 LCC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FSC와 LCC 간 격차가 굳어질까 우려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