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검찰이 주식시장에서 인기인 첨단기술 테마를 ‘펄’(주가부양소재를 뜻하는 은어)로 이용해 부당이익을 얻은 일당 13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 중 8명은 구속 상태로 기소됐는데 ‘라임 사태’ 주범 중 한 명인 이인광(58) 에스모 회장의 해외 도피를 도운 전직 검찰 수사관과 가수 이승기의 장인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양자나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관련 테마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 (사진=방인권 기자) |
|
서울남부지검 금융ㆍ증권범죄 합동수사부(부장검사 안창주)는 15일 코스닥 상장사 3곳에 대한 연쇄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해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총 8명을 구속 기소하고,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 일당은 3단계에 걸쳐서 △2차 전지 △양자 기술 △AI 로봇처럼 주식시장에서 주목받는 종목의 상장사 주가를 조작했다. 이 사건의 발단이 된 첫 주가조작은 전직 검찰 수사관 이모(59)씨가 라임사태의 주범 중 한 명인 이인광 에스모 회장의 해외 도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22년 11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함께 기소된 6명과 이차전지 소재 기업인 중앙디앤엠(현 중앙첨단소재)에 대한 시세조종을 계획하고, 회사 내부 관계자로부터 중요 정보를 전달받아 이를 공범들에게 공유하는 방법으로 범행을 설계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를 주축으로 다른 주가조작 공범들이 가담하면서 총 140억원의 부당이익이 발생했다. 이렇게 모인 돈 중 일부는 함께 기소된 일용직 노동자에 의해 2022년 12월 이 회장에게 전달됐다. 이 일로 해당 업체의 주식은 같은 해 11월 1일 주당 490원에서 2023년 4월 17일 5850원으로 약 12배 올랐다가 지난 14일 기준 주당 3750원까지 폭락했다.
이씨 일당은 첫 번째 범행 후 양자기술 업체인 퀀타피아의 주가를 시세조종 주문으로 다시 상승시켜 60억여원을 가로챘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1000억원 상당의 투자가 확정됐다’는 허위 투자확약서를 작성해 공시하는 수법으로 일반 투자자의 매수를 유인하는 한편, 이승기의 장인인 이모(58)씨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세력을 포섭했다. 그는 공범인 전직 경찰관에게 관련 수사 무마 명목으로 3회에 걸쳐 총 80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이승기씨의 장인은 금융브로커 A씨와 지난해 2월 전체 범행을 지휘해온 이씨로부터 퀀타피아의 거래정지를 해결해주겠다는 명목으로 3000만원을 받고, 성공보수로 10억원을 넘겨받기로 약속(변호사법 위반)했다. 당시 그는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었음에도 저축은행장 출신인 브로커 B씨와 범행을 공모하고, 차명계좌 등을 이용해 범행을 지속했다.
이 일당은 2차 주가조작 과정에서 주식 거래정지로 입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세 번째 범행을 실행했다. 지난해 7월 또 다른 기업의 AI로봇 사업 추진이 불투명했음에도 ‘확정적이다’는 취지로 풍문을 퍼뜨렸고 시세조종성 주문을 넣어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승기의 장인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약 1억원을 취득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이인광 회장을 프랑스에서 검거하면서 그의 도피 자금을 모으기 위한 주가조작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피고인들은 검찰의 수사 개시 이후 휴대전화를 바꾸거나 입을 맞추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검찰은 압수수색을 진행해 부동산과 고급차량 등 30억원 상당의 재산을 추징보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