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안혜신 기자] 롯데손해보험 후순위채 콜옵션(조기상환) 행사 연기를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금융감독원과 전면전을 불사하면서 콜옵션 행사에 나서려했던 롯데손보가 결국 이를 보류하고 나서면서 둘 사이 전면전은 일단락 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투자자들이 간과하고 있었던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증권의 특성과 콜옵션 행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자본성증권은 자본은 아니지만 자본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회계상으로 부채로 잡히지 않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후순위채 같은 경우는 말 그대로 다른 채권보다 채무자에 대한 상환청구 순위가 낮다. 즉, 채무자가 상환불능 상태가 됐을 때 우순순위에서 다른 채권자보다 밀리게 된다. 위험 상황에서 손실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셈이니 자연스럽게 금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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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해도 자본성증권 발행 금리는 일반 회사채와 비교할 때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메리츠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A+) 발행 금리는 4.7%였고, 가장 최근 우리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AA-) 발행금리는 3.450%였다. 예금금리가 2% 수준이고 조만간 1%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금리 메리트가 높은 투자처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에 자본성증권의 콜옵션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도 이번 사태의 파장을 키웠다. 롯데손보 후순위채 투자자들 대부분이 원래 만기인 10년을 생각하기보다 콜옵션 행사를 당연시 여기고 5년 만기를 염두에 두고 투자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 판매사의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자본성증권에서 그동안 너무도 당연히 여겨졌던 콜옵션이 당연히 행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자본성증권에 투자할 때 예상보다 만기가 길어질 수 있다는 부분, 즉 이런 위험도가 높은 상품에 투자할 때 발행사가 문제없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지 등을 좀 더 꼼꼼히 따져보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이번 롯데손보 사태는 결국 너무도 당연하지만 잊고 있었던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