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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5%,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했다. 이는 다우존스 예상치 (0.3%, 2.9%)를 웃돈 수치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했다. 월가 예상치는 각각 0.3%, 3.1%이었는데 이를 크게 상회했다.
여전히 끈적한 주거비가 한 달간 0.4%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률의 약 30%를 차지했다. 주택 소유자가 자신의 주택을 임대할 경우 가치를 추정하는 척도인 소유자 등가 임대료(OER)도 0.3% 상승했다.
특히 식품가격은 0.4% 상승하며 오름세가 확대됐는데, 조류 인플루엔자로 계란 가격이 15.2% 급등한 탓이다. 이는 2015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다. 여기에 캘리포니아 산불 등 자연재해 영향으로 중고차 가격이 전월보다 2.2% 오르며 물가를 끌어올렸다.
프린시펄 자산 관리의 시마 샤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이날 CPI보고서와 관련해 “매우 불편한 수치”라고 평가했다. 그는 “계절적 요인과 일회성 요인도 어닝 서프라이즈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슈퍼코어 서비스 물가가 치솟는 등 인플레이션 재발 가능성을 무시하기엔 어렵다”며 “이런 상황이 향후 몇 달간 지속한다면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상승하는 쪽에 기울여 연준이 올해 금리 인하를 전혀 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은 연준이 기껏해야 한차례 금리 인하 밖에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오는 3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97.5%로 가격에 반영했다. 전장보다 2.5%포인트 높아졌고, 10월에 금리가 25bp 이상 내려갈 확률은 63.6% 정도로만 책정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금리 인하에 신중하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 목표에 거의 도달했지만, 아직 완전히 도달한 것은 아니다”며 “따라서 우리는 현재 정책을 제한적인 수준으로 유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1월 CPI가 거의 모든 예측보다 높았다”면서도 “한 두개 데이터에 너무 흥분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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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생산자물가(PPI)도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기업들이 잠재적 관세에 대한 선제적으로 가격을 인상했다면 1월 PPI에 고스란히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월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문제는 아직 관세 효과가 제대로 반영되기 전이라는 사실”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어 연준의 결정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융분석전문업체인 캐피털이코노믹스도 “캘리포니아 산불 등 일시적 요인이 있지만, 향후 트럼프 관세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될 가능성이 잠재된 상황에서 당황스러운 CPI였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현 수준에서 하락하기 어려운 데다 관세 영향까지 고려하면 연준이 올해 금리 인하를 재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재차 연준이 금리 인하를 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가 하락한다면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회동할 계획을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소식에 이날 국제유가는 2% 이상 하락했다. 다만 현재 인플레이션은 서비스물가 등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어 유가 하락만으로 트럼프가 원하는 카드를 얻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