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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영덕군 화천리에 대피하라는 안내가 없었다”며 “집에 홀로 있던 어머니는 ‘아직 멀었구나’라고 생각하며 천천히 귀중품을 챙기던 중 산불이 몰려왔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불에 귀중품 등을 내팽개치고 몸만 나온 함 씨의 어머니는 연기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자 도랑으로 뛰어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함 씨는 “엄마가 한 시간 정도를 계속 그 강에서, 연기가 너무 매우면 얼굴에 물을 바르고 기어서 나오신 거다”라고 전했다.
‘대피하라’는 재난 문자가 도착했을 땐 이미 함 씨 어머니의 집이 불길에 휩싸인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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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은 바다 위까지 덮쳐, 영덕군 노물리 항구에 정박했던 어선 12척도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불에 탔다.
바닷가 산비탈에 집이 따닥따닥 붙은 이른바 ‘따개비’ 마을에도 불이 옮겨붙어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폐허가 됐다.
산불이 빠른 속도로 번지면서 한때 영덕군 전체에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40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고, 약 1300명이 집을 잃어 대피소 10여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나마 불길을 피한 집들도 곳곳에 정수장이 불에 타고 변전소가 정지되면서 전기나 수도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오전까지 10%대를 기록하던 영덕 산불 진화율은 오후 5시 기준 55%까지 올랐다. 산림청은 영덕에 산불재난특수진화대를 배치해 야간 진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