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앞으로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개인채권을 채권추심 전문업체에 매각할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은 법적으로 소멸한 개인 채권의 양도와 추심을 금지하는 법을 추진하고 있다.
 |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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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 보호에 관한 법률’(개인채무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준비 중이다.
현행법상 은행 등 금융회사가 보유한 대출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지만 최장 15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이 기간 권리행사를 하지 않으면 소멸시효를 완성한다. 즉 금융회사가 전화, 내용증명, 소송 등 변제를 청구하지 않고 15년이 지나면 해당 채무가 사라지는 것이다. 금융회사는 소멸시효가 도래하면 통상 지급명령 청구를 통해 손쉽게 소멸시효를 연장해왔다. 채무자의 상황을 고려해 채무조정을 하기보다 채권 회수에 초점을 맞춰 일률적으로 관리해 온 것이다. 이 때문에 자력으로는 재기가 어려워 상환 가능성이 없지만 추심 부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초장기 연체자’를 양산해왔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7월 이 같은 관행을 점검하기 위해 개인 연체채권 관리 실태 파악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연체자가 장기연체 상태에 계속 머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소멸시효 제도가 존재하지만 금융회사의 철저한 관리로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 의의가 퇴색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사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소멸시효를 완성한 채권을 채무자에게 알리지 않고 채권추심 전문업체에 헐값으로 매각해오는 관행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채권추심 전문업체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상황에서 채무자가 일부라도 변제하거나 채무를 인정하는 각서 또는 확인서를 작성하면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이 확인된다는 점을 이용, 소멸시효를 부활시키는 방식으로 채무 상환을 유도해 왔다.
 | |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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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법원이 이 같은 관행에 제동을 걸며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채무자가 시효완성 후 채무를 일부 변제했더라도 시효완성 사실을 알면서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의원이 준비 중인 개정안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의 양도를 금지한다. 따라서 채권추심 전문업체가 소멸시효 완성 채권의 소액 변제를 유도해 시효이익을 포기하는 것을 방지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또한 금융사가 시효의 중단·정지·완성 여부를 관리하도록 의무화했으며 채무자가 전자적으로 자신의 채권이 시효 완료 상태인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적용 대상은 일정 금액 이하의 개인 채권으로 한정할 계획이다. 소멸시효 완성채권의 처리 방식 등 구체적인 기준은 시행령으로 포함할 계획이며 현재 금융위원회와 협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