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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보험업계가 36조원 이상의 자금을 디지털·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육성을 위한 ‘생산적 금융’에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자본·유동성·자산부채관리(ALM) 규제의 벽에 가로 막혀 사실상 이행 여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보험사에 적용되는 건전성 관련 규제가 생산적 금융 확대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산적 금융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은 위험계수가 커지는 문제다. 위험계수는 보험사가 특정 자산에 투자할 경우 손실 가능성에 대비해 얼마만큼의 자본을 쌓아야 하는지를 정하는 비율이다. 투자상품별 현행 위험계수는 △국채 0% △우량 회사채 0.2~2.5% △부동산 PF 대출 2.9~12.7% △부동산 보유 20~25% △주식 20~49% 수준이다. 특히 비상장주식은 49%로 상장주식(35%)이나 장기보유주식(20%)보다 부담이 크다. 위험계수가 높아지면 요구자본도 커지는데, 보험사 건전성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에 부담이 된다. 킥스 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값으로, 분모인 요구자본이 높아지면 킥스가 악화된다. 금융당국의 K-ICS 권고치는 130%로, 생산적 금융 투자 확대가 곧바로 건전성 지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유상증자나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제한적인 수단으로만 대응이 가능한 ‘기본자본 K-ICS’ 도입이 예정돼 있어, 현행 구조에서는 보험사의 자본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과 연계된 포트폴리오에 한해 ‘매칭 조정’ 적용 등 완충 장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자산부채관리(ALM) 부담을 고려한 조치다.
여기에 정책·인프라 투자 등 생산적 금융 자산은 장기·비유동성 자산에 해당해 자산 측 조정 여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자산과 부채의 잔존만기(듀레이션)를 유연하게 맞추기 어려워질 수 있으며, 향후 자산·부채 듀레이션 차이를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도록 하는 규제가 도입될 경우 보험사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유동성 비율을 100% 이상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경영실태평가제도(RAAS)에도 반영된다. 이에 따라 생산적 금융 확대로 RAAS 등급이 크게 악화될 경우, 감독 부담이 커지거나 적기시정조치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는 생산적 금융 이행을 위해 현금이나 상장주식, 국공채 등 유동성 자산을 매각한 뒤 장기·비유동성 자산에 투자해야 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자산 운용의 유연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K-ICS와 자산·부채 듀레이션 관리 측면에서 위험계수 조정이나, LTFR과 연계된 완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과 달리, 유동성 비율에 대해서는 보완 장치가 부재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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