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가상현실(VR)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실감과 몰입감은 크게 높아졌지만, 이른바 ‘디지털 멀미’를 호소하는 이용자도 늘고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멀미는 왜 생기는 걸까.
디지털 멀미는 뇌가 받아들이는 시각 정보와 귀 속 평형감각 기관인 전정기관이 전달하는 정보가 서로 맞지 않을 때 발생한다. 전정기관은 머리의 움직임과 기울기를 감지해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자동차 안에서 책을 읽을 때 멀미가 나는 것도 같은 원리다. 눈은 움직이지 않는 책을 보고 있지만 전정기관은 차량이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를 뇌에 전달한다. VR 환경에서도 눈은 빠르게 이동하는 장면을 인식하지만 실제 몸은 움직이지 않아 두 정보가 충돌하면서 어지럼증과 메스꺼움이 나타난다.
수년간 디지털 멀미를 연구해온 임현균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박사는 “몰입도가 높은 환경일수록 멀미가 더 심하게 나타난다”며 “말을 타거나 자동차를 운전하는 시뮬레이터에서 VR을 함께 체험하면 시각과 전정기관뿐 아니라 촉각 정보까지 충돌해 멀미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업계도 디지털 멀미를 줄이기 위한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시야각(FOV)을 조절하거나 화면 잔상을 줄이는 ‘모션 블러’ 옵션을 제공한다. VR 게임에서는 이동 중 화면 가장자리를 일시적으로 어둡게 만드는 ‘비네팅(Vignetting)’ 또는 ‘터널 비전(Tunnel Vision)’ 기능을 적용해 주변 시야 자극을 줄이는 방식도 널리 활용된다.
디지털 멀미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임 박사 연구팀은 올해 1월 VR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와 커브드 모니터에서 발생하는 사이버 멀미를 비교한 결과, 두 환경 모두에서 비슷한 뇌파 변화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VR, 심박수 증가 경향”…헬스 케어 분야 활용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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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서는 성인 참가자 30명은 롤러코스터 VR 체험이 시작되자 심박수가 평균 3.67% 증가했고 체험이 끝난 직후에는 평균 6.3% 감소했다. 연구진은 긴장 상태가 해소되면서 나타나는 회복 반응으로 해석했다.
멀미 민감도 설문과 VR 멀미 증상 평가를 함께 진행해 평소 멀미에 민감한 참가자일수록 심박변이도 변화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도 확인됐다. 권 교수는 “가상현실 멀미는 개인의 전정기능과 자율신경계 반응 특성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어지럽구나?” AI가 실시간으로 생체 신호 자동 분석
최근 해외에서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디지털 멀미를 예측하고 실시간으로 완화하는 기술 개발도 시작됐다. 미국 미주리대학교 연구진은 AI가 사용자의 생체신호를 분석해 멀미 원인을 설명한 뒤 그 원인에 맞는 완화 기법을 실시간 적용하는 설명가능 AI와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 VR 멀미 저감 프레임워크를 제안했다. 여러 생체신호를 함께 분석하는 멀티모달 기반 접근이 향후 연구의 방향이 될 전망이다.
다만 아직 실시간 예측 기술이 상용화 궤도에 오른 것은 아니다. 임 박사는 “리얼 타임 측정값 제시는 아직은 매우 어려운 단계”라면서 “EEG 신호로 완벽하게 VR 멀미를 측정하는 방법이 확고하게 안정화 되어야 하고, 그 이후 멀미 반응을 대표하는 EEG 혹은 그 외 생체 신호의 역치값에 대한 연구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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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AR 시장이 확대될수록 콘텐츠 품질뿐 아니라 이용자의 안전성과 디지털 멀미를 최소화하는 기술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관련 기술은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넘어 교육과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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