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걸린 고려아연 유증…철회냐 정면돌파냐

고려아연, 5420억 유동화로 재무개선 의지
일반공모 유증 유지할 수 있을지 관건
유증 가격·적법성 소명 변수…시간 여유 없어
  • 등록 2024-11-07 오후 3:58:08

    수정 2024-11-07 오후 7:07:33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의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추진에 제동을 걸면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유증 계획을 철회할지, 아니면 수정 변경 후 강행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금감원의 유증 심사 허들을 넘기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반대로 유증 계획을 철회할 경우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으로부터 경영권을 지켜내는 데 불리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연합뉴스.)
7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날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유증 관련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를 현재 면밀히 검토하며 이를 수정해 추진할지 아니면 철회할지 여부를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약 2조5000억원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발표 직후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하며 앞서 진행한 공개매수 관련 차입자금 2조6000억원을 주주들 돈으로 메우려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유증 계획 심사 결과 유증 추진 경위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고려아연이 유증 계획을 일부 수정한 뒤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려아연이 금감원으로부터 정정신고서 요구를 받고나서 곧바로 재무건정성 개선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6일 오후 기존 보유하고 있던 ㈜한화 주식 7.25%(1520억원)를 전량 매각하는 동시에 호주 자회사에 대여해줬던 자금(3900억원)도 조기 상환받아 총 542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유증 계획 중 2조3000억원이 채무상환용이었던 만큼, 자체 자산매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향후 고려아연의 유증 규모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금감원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핵심은 일반공모 방식을 유지할 수 있는가다. 만약 규모를 줄이더라도 주주배정이 아닌,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증이 진행될 경우 고려아연은 기존 주주의 지분율을 희석할 수 있다. MBK·영풍이 현재 최 회장 측보다 지분율 약 3%포인트 앞서고 있지만, 최 회장 입장에서는 MBK·영풍의 의결권 과반 확보만 저지해도 한숨 돌리게 된다. 또 고려아연 측 우호세력이 유증에 참여해 백기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다만 현재 주가 대비 현저히 낮게 설정된 유상증자 가격(67만원), 유상증자 추진이 공개매수 진행과 동시에 진행됐다는 의혹,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의 유상증자 적법성 여부 등을 금감원에 충분히 소명할 수 있는지가 변수다.

고려아연에 시간적 여유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MBK·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임시주주총회 개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 1일 법원에 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했다. 고려아연은 임시주총이 열리기 전에 유증을 실시해야 신주를 교부받은 주주들이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내년 3월 열리는 정기주총의 주주명부는 올해 12월 말 폐쇄된다. 만약 고려아연의 정정 신고서가 또다시 금감원에 의해 반려될 경우 사실상 유증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은 계획을 수정해 유정을 추진하더라도 한 번에 통과하기 위해 신중히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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