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대통령실과 거의 매일 소통하고, 필요하면 하루에 두세 번도 연락합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사법개혁을 둘러싼 당·정 간 불협화음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내놓았던 말이다. 그러나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두고 당정 간 엇박자가 노출됐다.
민주당은 지난 2일 ‘대통령 재임 중 형사재판 중지’를 골자로 한 재판중지법의 본회의 처리를 추진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했다. 이 과정에서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말라”고 언급하자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에 사실상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 사법개혁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와 이례적인 대법원 현장 국감을 추진하는 등 강경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대통령실은 “시끄럽지 않은 개혁”을 주문하며 속도 조절론을 제기했다. 개혁은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여야 한다는 정청래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내 강경파 목소리에 대통령실이 제동을 건 셈이다.
 |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와 악수하고 있다.(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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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양측은 공개적인 갈등으로 비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한민수 비서실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정대는 원팀”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의 호흡이 “역대급”이라면서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당정 간 엇박자는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핵심 지지층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민주당과 국정 전체를 아우르며 균형을 잡아야 하는 대통령실의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내란 청산’이라는 과거 지향적 과제와 ‘국정 성과’라는 미래 지향적 목표가 충돌하며 미묘한 온도 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 같은 엇박자가 반복될 경우 이재명 정부의 국정 동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싸움은 내가 하겠다. 대통령은 일만 하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당 대표 취임 100일도 채 되기 전에 벌써 ‘명청 갈등설’이 수차례다. 자기 정치를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제는 새로운 ‘싸움의 기술’이 절실해 보이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