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튀르키예 트라브존에서 열린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 사전회의에는 이데일리를 비롯한 10여개국에서 온 기자들이 모였다. 공식 의제는 기후 위기였지만, 정작 사석에서 더 치열한 토론 주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행사장 창문 너머로는 잔잔한 흑해가 펼쳐져 있었다. 그 바다 건너편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있다. 마냥 평화로워 보였기에 같은 바다를 두고 한쪽에서 수년째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대화를 시작하면서 전쟁은 순식간에 현실의 문제로 다가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개입 방식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종전 노력까지 평가가 엇갈렸다. 인구의 약 40%가 러시아계인 돈바스 지역을 둘러싼 교착 상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를 놓고도 의견은 제각각이었다. 영토를 양보해서라도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주장과 그런 방식의 종전은 또 다른 전쟁을 부를 수 있다는 반론이 맞섰다.
특히 목소리를 높인 것은 폴란드와 헝가리, 세르비아 등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동유럽 국가 기자들이었다. 이들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은 자국의 안보와 에너지 공급, 난민 문제와 직결된 생존의 문제였다. 질문은 한국으로도 향했다. 미·중 갈등 아래 한국의 외교 전략, 북한의 핵 위협과 러시아 파병 등 질문이 쏟아졌다. 한국 역시 강대국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처지가 다르지만은 않았다. 대부분의 답변은 “그것은 복잡하다”로 시작했다. 실제로 간단한 답은 없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경제와 안보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고, 북한의 행보도 계산해야 한다. 가치와 국익, 안보와 경제 사이에서 하나만 선택하기 어려운 것이 한국을 포함한 중견국이 처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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