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왜 이렇게까지 눈물이 나지? 근데 감히 올해의 한국영화라고 해도 될까?’ ‘경주기행’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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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난 후의 반응도 흥미로웠다. 이미 눈가 주변이 촉촉한 기자들 중에는 이상하게 장녀 비율이 높았다. 집에서 막내를 맡고 있다는 한 기자는 “동생 역에 이입이 돼서 ‘왜 나한테만 그래’라는 마음이 들었다”면서도 “우리 언니도 분명 울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에 장녀 출신 기자는 “동생들이 뭘 알겠냐”고 맞받아쳤다.
‘경주기행’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 ‘경주’를 위해, 8년의 기다림 끝에 ‘죽이는’ 여행을 떠난 네 모녀의 가족 복수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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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여행하는 동안에 보고, 듣고, 느끼고, 겪은 것을 적은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제각각 다른 슬픔과 속앓이를 품은 네 모녀의 기록이다. 동시에 이들을 바라보는 기이한 세상, 기이한 시선, 기이한 판결, 기이해질수밖에 없는 모든 ‘기행’들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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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효진은 ‘K장녀’ 그 자체다. 장녀로서 ‘K장녀’라는 단어에 씌워지는 정형화된 이미지를 좋아하진 않지만, 공감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 엄마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고, 동생들이 잘 커주길 바라느라 ‘나’라는 존재는 가족에 밀린다. 참다 참다 엄마에게 화를 내는 중에도 얼굴에 후회가 번지는 그의 얼굴은 전국의 장녀들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박소담의 단호한 눈빛과 입매는 ‘경주기행’에서 빛을 발한다. 네 자매의 둘째, 법대를 나온 엘리트지만 사실은 그 똑똑함을 내세워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고 싶었을 터다. 영주는 동생과 싸우면서도, 위험이 닥치면 동생을 자신의 뒤로 숨기는 언니다.
변요한이 왜 ‘노개런티’로 출연했을까에 대한 호기심은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내가 변요한이어도 너무 재밌고, 짜릿했겠다’ 싶은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내가 성장하고 싶어서 출연했다”는 변요한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이 모든 시작과 끝엔 이정은이 있다. 관객들은 죽어있지만 살아내야하는 옥실의 응어리를 이정은의 지독하리만치 섬세한 연기를 통해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경주기행’의 노란 봉고차와 네 모녀의 공통점은 언제 고장이 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거다. 새것처럼 고칠 수 없고, 시간을 되돌릴 순 없어도 청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여가며 서로를 향해 내달린다. 특히 장녀라면 눈물은 각오하는 편이 좋겠다. 김미조 감독 연출. 러닝타임 111분. 8월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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