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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의 IT 세상읽기

  • [김현아의 IT세상읽기]통신호텔과 주파수 공정성
    통신호텔과 주파수 공정성
    김현아 기자 2022.01.11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통신사업은 국영 호텔과 비슷하죠. 남산, 잠실, 반포에 대형 호텔이 있는데 정부가 반포 공원부지 땅을 추가로 호텔이 사용할 수 있게 내놓는다면 어찌 될까요? 남산이나 잠실 호텔들도 반포에 주차장을 짓고 셔틀버스로 옮기면 된다 해도 동등한 효용을 가진다고 보긴 어렵습니다.”최근 ‘5G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계획안 공개토론회’에서 오병철 연세대 교수가 던진 말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LG유플러스 인접 대역 5G 주파수(3.5㎓ 대역 20㎒ 폭, 3.4㎓~3.42㎓)에 대해 2월 중 경매하겠다고 발표하자 논란이죠. 남산(SKT), 잠실(KT)호텔은 경매에 반대합니다. 객실이 차지 않은데다(5G 주파수가 부족하지 않은데다), 추가 투자 없이 당장 소프트웨어만 업그레이드하면 되는 반포(LG유플러스)호텔과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죠. 이들이 반포 부지를 사서 개발하려면 2년의 세월에 1.5조 정도가 추가로 든다고 합니다. 극심한 논란에도 정부가 밀어붙이는 이유는 뭘까요? 정부는 △노는 땅을 그대로 두면 국가 자산 낭비이고 △땅을 내놓으면 반포 호텔 이용자들(LG유플러스 이용자들)의 편익이 좋아지며 △반포 호텔 품질이 좋아지면 덩달아 남산과 잠실 호텔(SKT와 KT)도 투자를 늘릴 테니 결과적으로 모든 호텔 이용자들(통신 이용자 모두)의 편익이 증가할 것이라 했습니다.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입니다. 최저 경매가격인 1355억 원 이상의 돈이 정부에 들어가고, LG유플러스 이용자들의 통신품질이 좋아질 것이라는 점은 맞습니다. 지난해 정부가 매긴 호텔 품질평가(5G 품질평가)에서 반포(LG유플러스)호텔은 남산(SKT), 잠실(KT)호텔보다 뒤졌는데, 정부의 반포 공원부지 경매 덕분에 품질이 좋아질 것이죠. 정부 논리에는 치명적인 약점도 있습니다. 당장 잠실(KT)호텔은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으로 반포(LG유플러스)호텔보다 품질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말 서울 5G 다운로드 속도는 SKT 948.91Mbps, KT 819.26 Mbps, LG유플러스 816.78Mbps였는데, 인접대역 5G 주파수가 LG로 가면 KT가 품질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경쟁회사들은 이번에 인접대역 5G 주파수가 LG유플러스로 가면 LG만 100m 달리기 시합에서 20~30m 앞에서 출발하는 셈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민을 위한 일인데 뭐가 문제냐고 단순화하기는 찜찜합니다. 게다가 반포호텔의 기자재(기지국 장비)는 외국산 아닌가요? 외산 기자재의 풀 성능을 정부 정책 변화로 도와준다면 정부 말을 듣고 국산 기자재를 고집했던 남산호텔과 잠실호텔은 불공정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노는 땅의 효용도 높이고 공정경쟁과 산업 생태계도 챙기는 길은 없을까 생각해 봅니다. 정부가 기왕에 반포 땅을 내놓기로 결정했다면, 반포 호텔 혼자(수도권)독식하는 게 아니라 당장은 남산과 잠실, 반포 호텔 이용자 모두(농어촌 공동망)가 쓰도록 용도를 제한하고, 1~2년 뒤 국산 기자재 성능이 올라가는 걸 보고 반포호텔 이용자(수도권)만 쓸 수 있게 조건을 거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균형 잡힌 대책을 만들 시간이 없다면 차라리 차기 정부로 넘기던지 말이죠.
  • [김현아의 IT세상읽기] 강남언니, 로톡 쓰는 이유는 품질보다 '편리함'
    강남언니, 로톡 쓰는 이유는 품질보다 '편리함'
    김현아 기자 2021.12.25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올해 디지털 플랫폼의 화두는 소위 ‘전문직역 플랫폼’을 둘러싼 갈등입니다. 지난해 택시업계와 ‘타다’ 분쟁이 세상을 달궜다면, 올해는 의료, 법률, 세무, 부동산 분야에서 전문직 이해관계자들과 ‘강남언니’, ‘로톡’, ‘삼쩜삼’, ‘직방’ 사이의 갈등이 전면화됐죠.성형 정보를 공개하는 ‘강남언니’는 의료광고 심의 기준 위반 논란에, 중개 수수료 없이 변호사 정보를 안내하는 ‘로톡’은 불법 사무장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종합소득세 환급 신고와 세금 환급 정보를 제공하는 ‘삼쩜삼’은 무자격자 세무대리 행위라는 비판을, 비대면으로 부동산을 사고팔 수 있는 ‘직방’은 거대 플랫폼의 골목상권 침해라는 논란에 섰습니다.전문직 협회들 “서비스 접어라” 압박이들에게 서비스를 접으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쪽은 대한의사협회, 대한변호사협회, 한국세무사회,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같은 이해관계자들입니다. 이들은 전문직 시장에는 아예 플랫폼이 들어올 수 없게 해야 한다며 법안을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초 ‘타다금지법’ 처럼 기사와 차량을 함께 빌려주는 특정한 서비스 유형(렌터카 기반 택시호출)을 모빌리티 시장에서 전면 금지시키고 나니 걱정했던 일들이 사라졌을까요?국토부가 밀어붙인 타다금지법의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경쟁은 실종됐고 결국 카카오모빌리티만 남아 독과점을 부추겼다는 기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당시 택시업계는 타다 앞에서 시위를 했지만 이후에는 카카오모빌리티로 달려갔죠. 비판 대상이 바뀌었을 뿐입니다.전문직역 플랫폼 필요한 이유 1위는 편리함지난 22일 열린 ‘2021 열린혁신정책플랫폼 성과공유 컨퍼런스’에서는 상당히 의미 있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박유리 연구위원이 진행한 인터뷰 결과가 공개됐죠. 각 분야에서 일반 이용자 설문조사(1009명) 및 전문직 FGI(포커스그룹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응답자의 74.9%(필요한 편이다 59.9%, 매우 필요하다 15.0%)가 ‘전문직도 플랫폼화가 필요하다’라고 답했습니다.설문 결과, 이용자들이 전문직역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쉽게 이용할 수 있고(44.9%)▲다양한 정보가 공개돼 있다(26.8%)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서비스 가격이 낮아질 것 같아서(15.5%)나 서비스 품질이 향상될 것 같아서(7.5%), 정보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 같아서(5.2%)는 후 순위였죠.전문직 서비스 플랫폼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쓰지 않는 이유로 ▲현재도 불편하지 않아서(56.1%)▲ 전문직 서비스가 플랫폼에 종속될 것 같아서(14.6%) 순이었죠. 품질이 낮아질 것 같아서(12.2%), 능숙하지 못한 사람은 이용하지 못할 것 같아서(9.8%), 허위 과장 정보 유통이 증가할 것 같아서(7.3%)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자격자가 전부 제공 안해서 드는 걱정은 기우되새겨 보면, 법으로 정해진 자격자가 직접 서비스 전부를 제공하는 게 아니어서 불안한 서비스가 될 것이라거나, 플랫폼 간 과당 경쟁으로 가격이 하락해 시장이 파괴될 것이라는 걱정은 플랫폼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강남언니’, ‘로톡’, ‘삼쩜삼’, ‘직방’ 등을 쓰는 최대 이유는 편리함 때문이고 안 쓰는 이유 역시 현재 불편하지 않아서이지, 협회들 걱정처럼 품질이나 가격 하락은 주요 고려 사항이 아니었습니다.이는 ‘전문직역 플랫폼’의 속성과 관련됩니다. 택시 운전보다 전문적인 의료 행위나 법률 대리인 업무와 관련된 플랫폼이다 보니, 디지털 플랫폼화 돼도 전문직에 대한 의존이 클 수밖에 없죠. ‘로톡’ 서비스의 품질은 편리한 UI(사용자환경)외에도 좋은 변호사들이 광고해야(모여있어야) 좋아집니다.플랫폼화는 거스르기 어려워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전문직역 플랫폼을 쓰지 않는 이유 중 첫 번째가 ‘현재도 불편하지 않아서’라면 디지털 전환이 확산할수록, 디지털에 익숙한 2030 세대가 경제의 중심에 설수록, 전문직역 플랫폼은 대세가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반대하는 협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구를 진행한 박유리 연구위원은 “특정 플랫폼을 금지하기 보다는 우려 사항을 보완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 서로 협업해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동의합니다. ‘법으로 독점 시장을 보장받았으니 아무도 들어오면 안 돼’라는 시각보다는 ‘나의 전문성이 고객들에게 더 편리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IT 기업과 협업하겠다’는 자세를 가진다면 좋겠습니다.그리하면 의료나 법률, 세무, 부동산 서비스의 품질은 더욱 좋아질 것이고, 사회 전체로 보면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김현아의 IT세상읽기] ‘단순함’에 빠진 CEO들
    ‘단순함’에 빠진 CEO들
    김현아 기자 2021.12.13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잡스는 ‘단순함’을 사랑합니다. 그가 2006년 NBC Nightly News에서 언급한 “제가 항상 반복해서 외우는 주문 중 하나는 ‘집중’과 ‘단순함’이다. 단순함은 복잡함보다 어렵다”는 말은 창의성을 키우려는 사람들이 되새기는 명언이죠.단순함이 어려운 이유는 본질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단번에 핵심을 드러내야 하죠. 또한, 단순함에는 오해를 감수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거나 상대방을 믿지 못하면 불가능합니다.갑자기 왜 ‘단순함’을 말하느냐구요? 디지털전환으로 세상이 급속하게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의 긴터널 속에서 배달앱으로 밥 먹고, 온라인으로 회의하고, 택시호출앱으로 택시 타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OTT앱으로 영화를 보고, 식당에 들어가기 전 QR체크인을 켜서 백신 접종을 증명하기도 하죠.그런데 이런 ICT서비스들을 이용하는데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복잡함 때문입니다. 기술은 첨단으로 얽혀 있더라도 쓰임은 편해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직관적인 사용자경험(UX)을 만드는 일은 ICT 회사에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데일리 DB)앞서 가는 디지털 회사의 CEO들은 스스로 ‘단순함’을 실천하고 있더군요. 최근 SK텔레콤 CEO가 된 유영상 대표는 바뀐 명함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뒷면에는 아무것도 없더군요. 그리고 앞면에는 회사 주소가 없었습니다. 회사와 본인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이 전부인 그의 명함은 깔끔하고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유 대표는 “굳이 회사 주소를 넣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했습니다.2018년, 염용섭 SK경영경제연구소 소장이 건넨 명함이 생각났습니다. 이름 석 자 크기가 명함의 3분의 2를 차지했죠. 호객행위를 하는 ‘삐끼’같이 보일 수도 있는데, 염 소장은 “항상 업의 본질을 고민하는데 명함의 본질은 이름이 아닐까 했다”라며 웃었습니다. 커다란 이름 석 자만 보이는 명함의 주인공에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도 있습니다. 필요 없는 것은 정리하고, 본질에 집중하는 일, 바로 ‘단순함’입니다.양지을 티빙 대표(이데일리DB)그런데, ‘단순함’이 성공하려면 고려해야 할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조직 생활에서 그렇죠. 호칭을 없애고 직급을 단순화하는 일이 창의성에는 도움이 되지만, 사내 질서가 흐트러진다거나 하는 반발을 살 수 있죠.이때 중요한 게 CEO의 태도 아닌가 합니다. 얼마 전 만난 티빙의 양지을 대표는 별도 사무실이 없었습니다. 직원들과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죠. 같은 층 회의실 옆 일반 책상을 사용하더라고요. 직원들과 다른 점은 책상 위에 놓은 ‘CEO 양지을’이라는 명패뿐이었습니다. 양 대표의 ‘단순함’은 사무공간뿐 아니라, 티빙 앱 전략에도 묻어났습니다. 양 대표와 직원들은 매일 아침마다 전날의 고객 피드백을 확인해 공유하고, 앱 편의성을 개선하는 과정을 반복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기능을 추가하는 게 아니라 복잡한 탭은 지우고 핵심만 남기는 방향으로 변했다 하죠. 스티스잡스의 말처럼, 본질에 대한 탐구와 용기가 필요한 ‘단순함’은 ‘복잡함’보다 훨씬 어려운 것 같습니다.
  • [김현아의 IT세상읽기] 기업이 수평적 조직문화에 애쓰는 이유
    기업이 수평적 조직문화에 애쓰는 이유
    김현아 기자 2021.11.16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얼마 전, SK텔레콤 을지로 사옥(T타워)에 갔을 때의 일이다. ESG 추진담당을 만나려 했는데, 그의 방문 앞에는 ‘Oh! my Juno 담당님이 아닌 juno로 불러주세요!’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SK텔레콤 수평문화 캠페인의 일환이라는데, 이름이 준호인 ESG 추진담당(과거 기준 부사장)은 “(이름과 비슷한) 주노(juno)가 아닌 다른 이름을 붙일 걸 그랬다”고 너스레를 떨었다.이처럼 직책을 없애거나 단순화하고 업무별로 수평적인 사내 문화를 가져가는 것은 SK텔레콤만이 아니다. 무려 11만 4373명을 직접 고용(2021년 3분기 기준)해 국내 최대 고용 기업임을 재확인한 삼성전자나 국내 최고 소프트웨어(SW)기업인 네이버도 마찬가지다.삼성전자는 코로나 팬데믹 위기 속에서도 지난해 같은 기간(10만 8998명)보다 5375명 증가한 11만 4373명의 일자리를 책임졌다. 이달 말 대대적인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현 4단계(CL1~CL4) 직급보다 단순화할 것으로 보인다.구글과 견줄만한 국내 ICT 대표 주자인 네이버도 수평적인 조직문화에 올인한다. 네이버는 내일(17일) 이사회를 열고 현장에서의 혁신과 소통이 더 빠르고 활발해지는 방향으로 네이버의 조직체계를 바꾸는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1999년 6월 시작된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가 4명의 CXO 체제(한성숙 CEO(대표이사), 박상진 CFO(최고재무책임자), 채선주 CCO(최고소통책임자), 최인혁 COO(최고운영책임자))에서 벗어나 어떤 지도력을 구축할지 관심이다.인터넷 관문국에서 연결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커머스 등 생활플랫폼으로, AI·로봇 회사로 변신하는 와중에 새 CEO로 40세 하버드 로스쿨 출신 최수연 글로벌 사업지원부 책임 리더가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유연성·자발성 무기로 글로벌 경쟁 의도이처럼 SK텔레콤, 삼성전자, 네이버가 수평문화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뭘까. 글로벌 혁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다.글로벌 단위로 진행되는 경쟁의 넓이와 깊이가 만만찮기에, 평범한 방식으로는 이기는 게 쉽지 않고, 이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상명하복식 문화나 성실성 유지보다는 유연함과 창의성, 자발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마이크로소프트, 스포티파이, 넷플릭스 등은 직원 평가등급(상대평가)을 없애고 절대평가 제도를 도입하거나 1:1 코칭세션이나 성장대화 같은 다른 제도를 운영 중이다.정치권, 입법 효과 분석없이 규제 남발 하지만, 기업들이 목숨 거는 조직문화 혁신 의지는 정치권의 문법과는 너무나 차이가 난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내부 조직구조를 유연화해 창의성이나 기업가 정신을 키우겠다는 것인데, 정치권에선 ‘공공이 (시장의 감시자가 아니라) 참여자로 들어와야 한다’든지, ‘(미래의 원유라고 할 수 있는)데이터는 수집한 기업 것이 아니다’라든 지 하는 말로 혁신 기업들을 겁박한다. 이런 이야기는 사실, 현 정부 출범 이후 ICT 분야의 규제법안이 범람했던 현실과 다르지 않다. 경인교육대 입법학센터가 조사한 ‘20대 국회 ICT분야 입법활동 연구’에 따르면, 20대 국회 ICT 입법활동은 입법 효과나 체계적 분석 없이 규제 입법이 남발됐다. 보고서는 미래 먹을거리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상시적인 입법영향평가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내년에는 우리 사회에서 규제만능주의가 사라질까. 일자리를 책임질 기업들은 나는데, 정치권은 뛰기는 커녕 반대로 걷고 있다.
  • [김현아의 IT세상읽기] 오픈포맷, 데이터로 가는 대한민국
    오픈포맷, 데이터로 가는 대한민국
    김현아 기자 2021.10.04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기술(Tech)을 맡는 부처, 그리고 그 부처를 감사하는 상임위라서 그럴까요?지난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는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과 비현실적인 규제 현실에 대한 논의가 많았지만, ‘데이터’가 바꿀 세상에 대한 준비와 걱정, 대책에 대해서도 의원들의 관심이 이어졌습니다.데이터가 관심인 이유는 중국 정부가 데이터 중 일부를 공공 소유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중국 정부는 얼마 전 수십 개의 기술 기업에 대해 독점 금지 남용부터 데이터 정책 위반까지 50건 이상의 규제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더이상 알리바바 같은 데이터 독점 기업이 정부 우위에 서는 걸 두려워(?)한 탓인지 겉으로는 플랫폼 독점을 언급하지만, 속내는 토지나 노동 같은 생산요소보다 중요해진 데이터에 대해 직접 통제를 가하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정부 소유 데이터를 더 많이 개방하려는 대한민국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중국 정부 같은 움직임은 없습니다. 오히려 ‘데이터 기본법’을 만들어 정부 소유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하고 이를 통해 각 분야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려는 방향이죠. 다행입니다. 지난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장에서도 비슷한 문제 제기가 잇따랐습니다. 홍익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과기정통부 홈페이지에서조차 기계판독이 쉽지 않은 데이터를 올리는 문제를 지적하며 오픈포맷의 활성화를 주문했습니다. 그는 “PDF 파일 형태는 머신(기계)이 못읽고 기계가 읽는 최소 충족도 hwp 파일은 한계적”이라면서 “미국은 증거기반 정책결정법을 통해 오픈소스로 올리게 했다. 이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각 부처의 정책자료들이 오픈포맷 형태가 아니다 보니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찾기 어렵고 이는 결국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의 공개와 시민참여를 더디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임혜숙 장관은 “보도자료와 설명자료만 기계 데이터 판독이 가능하게 돼 있는데 연말까지 다 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같은 당 이용빈 의원도 정부의 오픈엑세스 정책에 대한 관심도 업그레이드를 주문했습니다. 지금은 국가 예산을 지원받는 연구재의 데이터를 자기 연구까지 돈 내고 열람해야 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한 것이죠.데이터집합소 보안 업그레이드, AI융합 인재 양성 주문도4차 산업혁명의 인프라가 될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보안 업그레이드와 AI융합 인재 양성에 대한 기재부의 인식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현재 데이터센터에서 직접 소유자가 아닌 영업상 목적으로 빌려 운영하는 자(구글 등) 쪽에서 물리적, 기술적 침해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게 돼 있는지 고시가 애매하다”면서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황보승희 의원(국민의힘)은 데이터 경제의 엔진이 되는 AI융합인재 양성에서 기재부때문에 조기 종료된 사업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AI융합연구센터를 처음 공모할 때는 ‘3개년+추가 연장’ 으로 공고했는데, 이제와서 3년에 끝낸다고 해서 대학들이 당혹해 한다. 대학원생만 250명, 관련 인력도 60여 명인데 축적된 노하우를 살려 제대로 된 AI 인재양성이 되도록 검토해 달라”고 했고, 임 장관은 “기재부에서 적정성 재검토 의견이 나왔는데 좀 더 협의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이날 국감장에서의 문제 인식을 보면, 우리나라가 21세기 원유라고 불리는 ‘데이터’를 더 잘 활용해서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깁니다. 하지만, 걱정도 여전합니다. 데이터 활용 옥죄는 플랫폼 진입 금지, 범부처 데이터 정책도 어려워당장 떠오르는 것은 두 가지 때문입니다. 우선 플랫폼 논란이 너무 크다보니 아예 플랫폼의 업종 진입을 차단하려는 시도가 많습니다. 법률 정보 쪽의 대한변협과 ‘로톡(법률 광고 플랫폼)’간 갈등, 세무사법 개정안을 ‘삼쩜삽’ 등 스타트업과의 갈등 등이 수면위에 있습니다. 이들 기업들은 특정 분야 데이터를 국민이 더 쉽게 접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곳인데 기존 업권과의 갈등에 정부가 힘을 못쓰거나 아예 손 놓고 있는 것이죠.두 번째는 정부부처 내에서도 데이터의 주무부처가 없다는 점입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데이터3법이 통과됐지만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만든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데이터의 보호에만 치중돼 있다는 비판이 여전하고, 기재부 세무정보, 복지부 의료정보, 법무부 법률정보에 대해 적어도 범국가적인 통합적인 데이터 정책 추진을 위한 계획이나 전략을 힘있게 추진할 정부 기관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쪽에선 육성을, 다른 한쪽에선 기존 업권의 기득권자들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처지죠.다행스럽게 얼마 전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무총리 소속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 설치와 ‘데이터 생산과 결합 촉진 등을 위한 시책 마련’을 골자로 하는 법(데이터기본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범국가적인 데이터를 다룰 곳을 부총리급 정도로 격상하지 않는다면 내년 대선 이후에도 현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아의 IT세상읽기] 공룡 카카오 논란, 규제가 능사 아냐
    공룡 카카오 논란, 규제가 능사 아냐
    김현아 기자 2021.09.07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카카오가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카카오 공화국’이 됐으니 견제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얘기가 많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일 “카카오는 국내 플랫폼 기업 중 가장 많은 계열사를 보유한 공룡 플랫폼 그룹으로 자리잡았다”면서 “공정과 상생을 무시하고 이윤만 추구했던 과거 대기업의 모습을 따라가선 안된다”고 언급했습니다. 계열사 158개…모빌리티 요금인상 시도 우려실제로 2010년 모바일 메신저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로 시작해 은행과 결제, 모빌리티, 커머스, 엔터테인먼트, 게임, 기업용 솔루션에 이르기까지 카카오의 텃밭입니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치고 국내 최고 부자 자리에 올랐고(7월 30일 기준), 카카오의 국내외 계열사는 158개로 늘었죠. 김 의장이 한국 최고 부자가 된 것은 최근 1년 사이에 다섯 배나 급등한 카카오 주식 덕분입니다. 그런데 ‘카카오 공화국’ 현상은 과거 재벌들의 문어발식 확장과는 차이가 납니다. IT 기업 카카오는 자신의 성을 만드는데 정부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죠. 정부주도의 무슨 무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수혜자가 아닙니다.굳이 카카오 성공의 우군을 꼽으라면 애플이라고 할 수 있죠. 카카오는 2009년 아이폰의 국내 상륙으로 열린 앱 생태계에 올라탔습니다. 그리고 비싸고 불편하고 예쁘지 않았던 통신사 문자 서비스를 ‘무료’와 ‘누구나 연결’이라는 컨셉 하나로 평정해버렸죠. 이후 우리에게 카카오톡은 습관이 됐고, 카카오가 선점한 습관은 일반적인 대기업과 다른 수평적인 기업문화와 IT 운용 능력이 합쳐져 카카오 공화국을 만들어 냈습니다. 지금의 카카오 공화국은 예견된 일이고, 선점하면 스스로 진격하는 플랫폼의 특성이 만들어낸 결과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카카오를 바라보는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닙니다. 특히 최근 카카오모빌리티가 한 달에 세 차례 요금 인상을 시도(스마트호출·바이크·모범택시)하면서 산업 생태계에 공룡만 있다면 이용자 후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됐죠. 카카오 역시 “사회적 영향을 더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면서 요금 인상을 철회하거나 재조정 중이나,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정부, 플랫폼 독과점 시대 경쟁정책 만들되 신중해야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앞으로 어떤 경쟁 정책을 써야 할까요? 적어도 LG에 반도체 사업을 못하게 했던 방식은 아니어야 합니다. 김대중 정부는 ‘5대그룹 7대 업종 구조조정계획’을 통해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팔도록 만들었죠. 플랫폼 독과점 시대에 적합한 경쟁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내로라할 네이버·카카오지만 구글·애플 등과 비교하면 아직 경쟁 상대가 되지 않죠. 그들은 플랫폼의 기반이 되는 운영체제(OS)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플랫폼 규제 정책을 만든다면 국경 없는 무한 경쟁 상황을 고려한 속에서 갑질 발생 시 사후규제하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히 공부하지 않은 정치권이나 공무원들이 IT플랫폼의 복잡한 속성을 이해하지 못한채 가하는 사전규제는 위험천만합니다. 카카오를 견제하려다가 스타트업(초기벤처)을 죽이게 될 수도 있습니다.경쟁활성화해 기회의 땅 열어야오히려 정부가 집중해야 할 것은 오프라인 기업들이 플랫폼 경쟁에 마음껏 뛰어들 수 있도록 업권별로 경쟁을 활성화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더 이상 ‘타다’를 죽여 ‘카카오모빌리티’의 독과점을 보장해주는 방식은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카카오 역시 다시 한번 혁신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세상의 불편함을 없애는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 생활플랫폼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에도 더 신경 썼으면 합니다.IT 인재를 키워 미래 산업 역군으로 만드는 일이나 글로벌 시장 공략이 특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웹툰·웹소설·드라마가 수많은 국내 창작자들을 도와 K-한류를 이끈다면, 카카오 공화국에 대한 우려보다는 국민기업으로 존경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카카오를 넘어설 기업은 중개자가 필요 없는 블록체인에서 나올 것이니, 블록체인에 인센티브를 주는 암호화폐에 대한 균형 잡힌 정책도 필요해 보입니다.
  • [김현아의 IT세상읽기]메타버스 열풍에 크는 가상자산
    메타버스 열풍에 크는 가상자산
    김현아 기자 2021.08.02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암호화폐(가상자산)페이코인(PCI)으로 도토리를 살 수 있게 되겠죠.” 지난주 결제 업체 다날이 원조 메타버스(meta-verse) 플랫폼 싸이월드(싸이월드제트)에 투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심입니다.‘페이코인’으로 도토리 산다다날은 싸이월드에서 도토리를 살 때 쓰이는 전자지급결제대행(PG)을 제공할 뿐 아니라, 자사의 암호화폐인 ‘페이코인(PCI)’으로 도토리를 살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죠. 싸이월드제트는 조만간 모바일 버전 출시를 시작으로 메타버스로까지 확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실, 메타버스가 가상자산에 든든한 지원군이 되리라는 것은 예견된 일입니다.현금화 가능한 로블록스 ‘로벅스’글로벌 1위 메타버스 기업이자 동시에 게임 회사인, 로블록스(Roblo)만 해도 블록체인 기반은 아니지만 유사한 가상자산을 갖고 있습니다. ‘로벅스’라는 것인데, 현금으로 사거나 창작활동으로 모을 수 있습니다. 또, 일정 수준 이상의 로벅스를 벌었을 때 외부 계좌를 연동해 달러로 바꿀 수도 있죠. 플랫폼 내 수익의 외부 반출이 일어나는 것입니다.전문가들은 로블록스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5억 명, 이용자 제작 게임 5000만 개를 넘어선 비결 중 하나로 로벅스를 꼽기도 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게임 내 수익의 외부 반출(블록체인 게임)을 금지하는 탓에 외국에서만 이 같은 서비스가 가능한 상황입니다.[이데일리 문승용 기자]그렇지만, 싸이월드는 다르죠. 게임이 아니기에 도토리를 페이코인으로 살 수 있고, 페이코인을 코인원 같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현금화하는 일도 가능합니다. 게임과 달리 메타버스에선 가상자산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도 ‘메타버스의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메타버스와 게임은 다르다”면서, 게임에 적용되는 콘텐츠 심의와 수익모델 규제를 메타버스에 그대로 적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죠.핀테크 기업 텐스페이스와 XR기업 오썸피아가 준비 중인 ‘힐링투어 메타버스’ 사업마켓에서 거래 준비중인 메타버스 속 NFT메타버스에는 또 다른 암호화폐(가상자산)인 대체 불가능 토큰(NFT)도 쓰일 예정입니다. NFT는 메타버스에서 건물 임대업을 할 때 소유권을 인정해주는 수단이 될 수 있죠.인공지능과 블록체인 기반 핀테크 전문기업인 텐스페이스와 혼합현실(XR)기업인 오썸피아가 준비중인 ‘힐링투어 메타버스’ 사업에 NFT 접목이 추진 중이고, 블록체인 기업 코인플러그는 XR 플랫폼 기업 빌리버와 제휴해 빌리버의 NFT 작품 콘텐츠를 코인플러그 NFT 마켓 메타파이에서 판매하고 유통하기로 했죠.‘힐링투어 메타버스’는 고객은 비행일정에 맞춰 가상 관광 티켓을 사서 아바타로 친구와 함께 메타버스(가상세계) 속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유적지 체험은 물론 여행 중 만난 아바타 친구들과 새로운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죠. 기존 서비스와 가장 큰 차별점은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가상관광 콘텐츠는 NFT를 입고 나중에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물론 아직 메타버스가 어떻게 진화할지, 가상자산은 어디까지 쓰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다만, 분명한 점은 메타버스의 본질에 가상자산이 맞닿아 있다는 점입니다.장병규 이사회 의장이 26일 크래프톤 IPO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통해 향후 성장 전략과 비전을 밝히고 있다. (사진=크래프톤)블록체인과 AI가 메타버스의 핵심될 것지난주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이 크래프톤 IPO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메타버스에 대한 생각은 이렇습니다.그는 메타버스를 ‘인터랙티브 버추얼 월드’로 표현했습니다. 상호작용하는 가상세계라는 말이죠. 장 의장은 “메타버스는 애매모호하고 현실보다 조금 더 부풀려져 있다”며 “인터랙티브 버추얼 월드 영역에선 기본적인 기술이 필요한데, 크래프톤은 딥러닝 기반으로 다양한 기술을 갖추기 시작했고 다양한 관점에서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초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보다는 세계,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에 더 관심을 두는 듯 보입니다.메타버스에는 가상을 현실처럼 보이게 하는 다양한 XR 기술들과 가상자산 기술, 디지털 휴먼이라 불리는 인공지능(AI)기술이 접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속에서 뭔가 상호작용이 가능하려면 경제활동 수단과 나를 이해하는 아바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블록체인과 AI는 메타버스의 핵심으로 자리잡지 않을까 합니다.
  • [김현아의 IT세상읽기] 국회 ‘구글갑질방지법’, 처리 서둘러야
    국회 ‘구글갑질방지법’, 처리 서둘러야
    김현아 기자 2021.07.25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구글갑질방지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지만, 기업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여야가 21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기로 합의한 사실이 전해지자 불안감은 더 크죠. 이 법은 여당 단독으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기 때문입니다.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것은 제20대 대통령 선거 이후인 내년 6월부터입니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구글갑질방지법을 반대한 것도 아니죠.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위기입니다. 대선정국 본격화에 구글의 지연작전 세질라기업들은 왜 불안해할까요? 대선 정국이 본격화될수록 소위 정책적 이슈에는 무관심했던 정치권의 과거 행적 때문입니다.여기에 구글의 지연작전(?)도 불안 요인입니다. 구글은 과방위에서 법안 논의가 무르익자 인앱결제 강제 조치 시행 시기를 (유예를 요청한 개발사에 한해)올해 10월 1일에서 내년 4월 1일로 연기했죠. 하지만, 이는 결제시스템에 대한 선택권 보장이라는 본질을 도외시한 ‘꼼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구글은 ‘구글플레이에 등록하는 앱은 구글 결제 시스템만 쓰고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갑질이라 비판받자 △ 게임·디지털 콘텐츠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 원)이하 매출에 대해 수수료 15% 인하(3월)△영상·오디오·도서 제공사 중 구글플레이에서 월 10만 회 이상 활성화 된 앱을 대상으로 수수료 15% 인하(6월)를 발표하는 등 한 발 물러섰죠. 인앱결제 의무화 시점도 애초 올해 1월 1일에서 올해 10월 1일로 다시 내년 4월 1일로 연기했습니다. 수수료 정책을 두 번이나 바꾸고 시행 시기도 세 번이나 바꾼 구글이기에, 7~8월을 넘기면 또 어떤 상황을 만들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구글플레이 금지법 아냐…선택권 주자는 민생법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구글플레이에 앱을 등록해 세계인을 상대로 영업하는 일이 불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오해입니다. 법이 통과돼도 개발자들은 구글플레이든, 애플 앱스토어든, 원스토어든, 갤럭시스토어든 자유롭게 앱을 올리고 유통할 수 있습니다.법이 금지하는 것은 선택권을 주지 않고 ‘우리 결제시스템만 써야 한다’라고 한 부분입니다. 법으로 금지되지 않으면 구글에 수수료를 내지 않았던 디지털 콘텐츠 회사들도 15% 내지는 30%의 수수료를 내야 하기에, 웹툰·웹소설·음원서비스 기업들은 소비자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죠.국민의힘 입장에서보면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방송하는 CBS감사청구를 여당이 거부하는 사태를 방송장악이라고 비판할 순 있습니다.하지만, 구글갑질방지법의 국회 통과를 발목 잡을 이유는 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법은 독점적 지위에 있는 앱마켓 사업자의 갑질을 막아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민생법이기 때문이죠. 규제기관 사이에 밥그릇 다툼도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앱마켓에 대한 규제 권한 축소를 염려하는 공정위의 반발이 받아들여져 법사위에서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죠.하지만 방통위와 공정위 사이에 중복규제가 없도록 보완책을 만들면 될 일입니다. 논의는 할 만큼 했습니다. 이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합니다.
  • [김현아의 IT세상읽기] 망대가 낸다고 넷플릭스 요금 올린다고?
    망대가 낸다고 넷플릭스 요금 올린다고?
    김현아 기자 2021.06.26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어제(25일)다윗과 골리앗 싸움 같았던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소송에서 넷플릭스가 패소하면서, 공짜로 통신망을 사용하던 넷플릭스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을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세계 최대 인터넷동영상(OTT) 업체인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에 진출한 뒤 한 번도 망 대가를 낸 적이 없죠. 그래도 처음 미국 시애틀에 서버를 두고 연결했을 때는 트래픽도 그렇게 많지 않았고, 직접 SK 통신망에 붙은 게 아니라 다른 통신사(ISP)를 거쳤던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하지만, 2018년 5월 일본에 서버를 두고 SK국제회선에 붙이면서부터는 회선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후 일본과 홍콩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국제회선이나, 부산에서 서울·동작 서초로 들어오는 국내 회선 사용료는 페이스북·네이버·카카오처럼 내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었죠.[이데일리 문승용 기자][이데일리 문승용 기자]판결문에 망이용대가 지급 의무 적시글로벌 1위 OTT답게(?) 넷플릭스는 버텼습니다. SK브로드밴드의 망 이용대가 협상요구를 줄기차게 거절했고 이로인해 브로드밴드가 방통위에 재정을 신청하자 처음에는 받아들이는 듯 하더니 상황이 불리해지자 돌연 방통위 재정을 거부하고 법원에 채무부존재(망대가를 낼 필요가 없다, 협상할 필요가 없다) 소송을 제기한 것이죠.그런데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0민사부(부장판사 김형석)가 “원고(넷플릭스)가 피고(SK브로드밴드)에 ‘연결에 대한 대가(망 이용대가)’를 지급할 채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결하면서, 넷플릭스의 공짜망 사용에 제동이 걸렸습니다.물론, 넷플릭스는 재판부가 “망과 관련된 사안은 기업과 기업이 협의해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적은 걸 강조하며, 항소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습니다.하지만, 망대가를 낼 필요가 없다는 부분은 ‘기각’, 협상할 필요가 없다는 부분은 ‘각하’라는 재판부 결정은 넷플에게 망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망대가를 지급할 채무가 있지만, 넷플릭스의 공짜망 주장은 틀렸지만, 법원에서 협상을 강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지요.망대가 내면 소비자 요금올린다? 해괴한 논리그런데 넷플릭스가 패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괴한 논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지급할 망 대가가 지난해 기준 272억 원(시장가격 기준·SK브로드밴드 변론서 기준)이나 되니, 소비자들의 구독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이야깁니다.몇몇 언론에서 업계 관계자 발로 ‘넷플릭스가 급증한 비용을 구독료로 충당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서비스만 상당폭 인상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죠.국내 최고 로펌인 법무법인 김앤장을 선임해 고액의 수임료를 낸 넷플릭스로선 검토 가능한 안이나, 원래 비용으로 당연히 책정해야 했던 것을 뒤늦게 내면서 소비자 요금을 올린다는 논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넷플릭스도 판결 직후 공식 입장문에서 “공동의 고객을 위해 SK 브로드밴드와의 협력을 이어가고, 콘텐츠 제공자(CP)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 공동의 소비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오픈커넥트(콘텐츠전송네트워크를 내재화한 것)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슬그머니 요금인상을 준비한다면 소비자 기만이라고도 할 수 있죠.[이데일리 문승용 기자]800억 추징 세금 행정소송 패하면 또 요금 올린다?같은 논리라면, 국세청으로부터 세금을 덜 냈다고 800억 원을 추징당한 넷플릭스가 행정소송에서 져서 대한민국 정부에 추가 세금을 내게 된다면 다시 한국소비자로부터 요금을 올려 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국세청은 넷플릭스 서비스 코리아에 세무조사를 진행해 약 800억 원의 세금을 추징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자료 제출에 비협조했다는 이유로 과태료 수억 원도 함께 추징한 것으로 알려졌죠.이에 넷플릭스는 “세무조사에 성실히 임했고, 사실관계 및 법리적 이견에 대해 추가적인 법적 절차를 통해 국세청의 처분이 적법한지 다시 판단받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대한민국의 통신망을 이용한 대가와 대한민국 정부에 내는 세금은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사업하려면 당연하게 내야 할 돈입니다. 이를 두고 소비자 요금 인상을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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