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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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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훈의 마켓워치]<29>`닥터코퍼` 오작동? 구리값은 왜 뛸까
    <29>`닥터코퍼` 오작동? 구리값은 왜 뛸까
    이정훈 기자 2020.09.19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원소기호 `Cu`인 구리(Copper)는 경제학 박사 학위(Ph.D. in economics)를 가진 금속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구리를 굳이 `닥터 코퍼(Dr. Copper)`라고 부르죠. 그런데 인간도 따기 힘든 경제학 박사 학위를 대체 구리는 어떻게 갖게 된 걸까요. 무르고 전성과 연성이 있으며 열과 전기 전도성이 뛰어난 구리는 전기와 열을 잘 전달하는 도체라 전선이나 난방용 배관으로 이용되는 것은 물론 건축과 금속합금, 선박 등 쓰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중요한 산업용 재료입니다. 실제 구리개발협회(CDA)에 따르면 전체 구리 중 65%가 전기분야, 25%는 산업분야, 나머지 10%가 운송과 그 외 분야에 각각 쓰입니다. 이렇다 보니 구리값은 향후 경기 사이클을 진단해주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꼽히며, 이것이 바로 구리에게 박사 학위를 씌워준 계기가 된 겁니다. 실제 ABN암로가 지난 2014년 구리값과 글로벌 경제활동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봤더니 미국과 유럽, 중국에서의 지역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구리값과 매우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이를 테면 구리를 사겠다는 주문이 줄거나 취소가 는다면 가격이 떨어지죠. 그리곤 이 구리값 하락은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가고 있다는 걸 말해 줍니다. 반대로 구리 주문이 늘고 가격이 덩달아 상승한다면 이는 경기가 탄탄해지고 산업에서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산업적 측면에서 본다면 구리의 가장 큰 수요처는 전기 추진체와 각종 의료기기, 신재생에너지 시스템, 초전도 나노탄소 등 신성장산업이고, 또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 등지의 인프라산업입니다. 그래서 구리의 수요는 신산업이든 전통산업이든 글로벌 경제 성장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겁니다. 또 구리값 역시 글로벌 경제 성장이나 성장 기대에 따라 변하게 됩니다.코로나19 팬데믹으로 추락했던 구리값이 거침없는 회복세를 보이며 파운드당 3달러를 넘어서고 있다.그렇다면 올 들어,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적 대유행) 이후 구리값은 어떤 흐름을 보이고 있을까요.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히 위축된 경제활동의 복원력이 그리 강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 우리 앞에 놓인 길을 이 `닥터 코퍼`에게 물어보는 질문이기도 합니다.지난 2018년 여름 파운드당 3.3달러까지 치솟았던 구리값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정책 앞에 힘을 쓰지 못한 채 하락세를 이어갔고, 작년 하반기에 다소 반등했어도 올 초를 2.8달러 정도에서 출발했었습니다. 그러나 연초부터 코로나19가 중국과 동아시아, 유럽 등지를 넘어 미국까지 덮치자 구리값은 급전직하 하고 말았습니다.연준이 무제한 양적완화를 발표했던 지난 3월23일 연저점인 2.17달러를 찍었죠. 그리고 그 나흘 뒤인 3월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총 2조달러 규모의 코로나19 재정부양 패키지법(CARES Act)에 서명하자 현재 3.06달러까지 올랐습니다. 단순히 V자형이 아닌, 폭이 아주 좁은 V자형 회복으로, 현재 구리값은 지난 2018년 6월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최근 구리값이 금에 비해 더 큰 폭으로 오르고 있고, 그로 인해 미 국채 금리와도 다소 디커플링 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이렇게 구리값 상승이 빠르게 나타났다는 것 뿐 아니라 여기서 주목할 대목이 하나 더 나오는데요. 구리는 여러 산업에 활용되는 필수재라는 점에서 위험자산 선호를 반영하고 있구요. 그래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 광물이라는 점입니다. 자연스럽게 둘 중 어느 쪽 가격이 더 쎈지 보면 현재의 경기나 시장 내 위험자산 선호 정도를 알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금값대비 구리값 비율을 구하면 그 값이 미 국채금리와 뚜렷한 동행성을 보인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금값에 비해 구리값이 더 강하다면 이는 향후 경기 회복 기대가 더 커 시장 내 위험자산 선호가 더 강하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미 국채금리는 위로 올라갈 것이라는 얘기죠. 흥미롭게도 최근 시장 모습이 바로 이 예에 딱 들어 맞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닥터 코퍼`는 지금 미국이나 글로벌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는 뜻인데요. 과연 그럴까요. 일단 구리값이 이렇게 강한 상승세를 타는데 가장 큰 힘이 된 건 아무래도 글로벌 달러화 약세 때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 지난 3월 중순에 102.8까지 올라갔던 달러인덱스는 현재 93.0선까지 내려와 불과 6개월 사이에 10%나 추락했습니다. 달러로 거래되는 원자재의 특성 상 이같은 달러 약세는 구리를 포함한 광물금속 가격의 상대적 상승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알루미늄을 비롯한 다른 광물금속에 비해 구리값 상승세가 더 가파른 것은 비단 달러 약세 뿐 아니라 수급상 요인도 함께 작용하고 있습니다. 공급 측면에서 구리가 귀해지고 있다는 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세계 2위 구리 생산국인 페루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최근 수개월 간 필수인력만 투입하면서 광산에서의 채굴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올들어 7월까지만 생산량이 전년대비 최대 25% 줄었다는 추산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다른 최대 생산국인 칠레는 구리값이 뛰자 생산을 늘리려 하는데도 생산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이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해 구리 생산량이 지난 2016년 이후 4년만에 최저수준이 될 것으로 점치고 있습니다. 주요 국가에서의 산업용 금속 생산량이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쇼크로 칠레와 페루의 자국내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광산업체들도 어려움이 커지면서 채굴을 위한 추가적인 자본 투자지출이 줄어 내년까지도 공급량이 회복되기 어렵다는 겁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올해 115만톤 정도 줄어든 구리 생산량이 내년이면 어느 정도 회복되겠지만, 칠레 추키카마타 등 여러 구리 광산개발 프로젝트가 멈춰 있거나 지연되고 있어 공급량이 확연히 늘긴 어려울 듯 합니다. 현재 BoA는 내년에도 글로벌 구리 공급량이 수요대비 6%, 18만8000톤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이런 가운데 코로나19를 일찍 얻어맞은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이 회복세를 타면서 구리를 비롯한 산업용 금속 수입을 늘리고 있는 것이 수요 측면에서의 가격 상승을 촉발시키고 있습니다. 잘 알다시피 중국은 전 세계 구리 소비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인데요. 그래서 구리값은 중국 경제흐름과도 밀접한 연동성을 가집니다. 이에 착안한 에릭 놀랜드 CME그룹 집행이사 겸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구리값이 중국 총리인 리커창의 이름을 따서 만든 리커창지수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중국 내 은행 융자(대출)와 철도화물 규모, 전기 생산을 합쳐 블룸버그가 만든 보완적인 실물경제지표가 바로 리커창지수인데요. 최근 중국 국내총생산(GDP) 하락과 별개로 이 지수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실제 5개월 연속 상승하며 경기 확장 판단의 기준이 되는 50선을 넘어선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에도 선행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GDP 성장률이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서도 최근 리커창지수가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이처럼 제조업이 회복돼 이 분야 신규 수주가 늘어나면 원자재 수요도 늘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중국은 올들어 상반기에만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4만톤 이상 많은 구리를 수입했습니다. 같은 기간 작년 수준인 철광석, 50% 줄어든 철스크랩(고철) 수입량을 감안해 로이터 등 서구권 언론에서 “중국 정부가 향후 구리값 회복을 예상해 실제 수요보다 훨씬 많은 구리를 사재기해 재고량을 늘리고 있다”고도 지적할 정도입니다. 최근 중국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구리를 비롯한 산업용 금속 가격이 더 뛸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진 않지만, 얼마 전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쇼크에서의 교훈과 미국과의 관계 악화 등으로 인해 향후 에너지와 산업용 금속, 농산물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비축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조치는 내년부터 2025년까지 5개년에 걸쳐 진행될 것이고, 그 대상은 원유와 구리, 알루미늄, 텅스텐 등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를 종합해볼 때 구리를 비롯한 산업용 필수 금속 가격은 좀더 상승할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물론 7~8월에 이미 역대 최대치에 육박한 중국에서의 수입이 앞으로도 가파르게 늘지는 좀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달러화도 추가 하락보다는 횡보양상을 보이고 있구요. 이런 가운데 남아메리카에서의 코로나19가 더 악화하지만 않는다면 공급도 바닥을 찍고 완만하게나마 회복될 수도 있을 겁니다. 주요 5대 산업용 금속 가격이 글로벌 수출규모에 비해 조금 더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이제 다시 글의 첫머리에서 언급했던 `닥터 코퍼`로서의 구리의 경기 진단 기능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한 마디로, 현재 구리값 상승은 글로벌 경제가 가진 펀더멘털에 비해 앞서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현재의 글로벌 경기를 진단하는 구리의 신호체계가 약간 오작동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회복되고 있는 북반부 경제 상황이 수요 증가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남반구 상황이 공급 감소로 이어져 구리값이 이중으로 수혜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이렇게 본다면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구리의 경기 진단 기능은 분명히 약화돼 있습니다. 즉, 구리값과 경기와의 동행성이 약해졌다는 건데요. 그렇다고 해서 구리의 경기 전망 기능까지도 부정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아주 강해진 않아도 구리값이 경기에 선행성은 보일 수 있다는 얘깁니다. 코로나19가 서서히 진정되면서 구리값은 차츰 투기적인 수요가 주는 대신 인플레이션 기대에 따른 수요가 받쳐줄 것이고, 그럴 경우 구리의 경기 선행성은 보다 뚜렷해질 수 있을 겁니다.
  • [이정훈의 마켓워치]<28>채권수익률곡선은 다시 가팔라질까
    <28>채권수익률곡선은 다시 가팔라질까
    이정훈 기자 2020.09.12
    워싱턴D.C에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본부 건물[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채권수익률곡선(yield curve·일드커브)이 아무런 소용 없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역설적으로 이 수익률곡선의 예언능력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향후 경기를 가늠하는 선행지표로서의 신뢰도가 오히려 떨어지고 말았습니다.”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재무부에서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뒤 현재는 PGIM 픽스트인컴에서 일하는 네이선 시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수익률곡선의 경기 예측력을 너무 맹신하지 말라는 당부를 했습니다.그의 얘기를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만약 단기금리가 상대적으로 더 오르고 장기금리가 내려와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다고 하면 다들 머지 않아 경기 침체(recession)가 올 것이라며 호들갑을 떤다. 그러면 연준은 통화정책을 다소 느슨하게 가져가고, 이 덕에 금융시장 여건이 완화돼 수익률곡선 역전과 경기 침체와의 관계가 사라져 버린다`는 겁니다.사실 이와 유사한 일이 올 6월 초에도 있었습니다. 미국 내 주요 도시들의 락다운이 일시에 해제되자 장기금리가 더 빠르게 뛰며 2년과 10년만기 국채 간 스프레드(=금리 차이)가 지난 2018년 2월 이후 2년 4개월여 만에 최대폭으로 벌어지는 일이 있었죠. 이를 두고 `앞으로 경기가 V자형 회복을 보일 수도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장기금리가 본격적으로 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더랬습니다. 알다시피 장-단기 금리 차이는 경기선행지표 구성요소일 정도로 경기 방향성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인데요. 일반적으로는 장-단기 금리 차이가 벌어지는 건 향후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 들여집니다. 통상 인플레이션이 뛸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거나, 그로 인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거나 위험자산 선호가 높아져 채권 보유심리가 약해지면 장기금리는 오르기 마련입니다. 특히 단기보다 장기금리가 더 오른다는 건 경기가 좋아지고 총수요가 살아나 인플레이션이 뛸 때 나타나곤 하죠. 그러자 그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주재했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 솔직해지자”며 “연준의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미국 경제와 고용이 가야할 길은 멀다”라는 냉정한 발언을 내놓습니다. 그도 모자라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여러 정책수단을 검토하고 있고, 수익률곡선관리(YCC)도 그 중 하나”라고 밝혔죠. 그 덕에 장-단기 금리 차이는 곧바로 좁혀지면서 수익률곡선의 기울기도 금세 다시 평탄해졌습니다. (☞6월13일 기사: [이정훈의 마켓워치]<9>파월은 어쩌다 증시에 찬물 끼얹었나)파월 의장이 이렇게 YCC라는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고 천명한 뒤 한동안 미 국채시장에서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지는 일은 없었는데요. 8월에 공개된 7월 FOMC 의사록을 통해 정책위원들이 당시 회의에서 YCC의 부작용과 문제점을 한껏 성토한 것이 알려지고서야 수익률곡선은 다시 아래 위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죽어 버린 듯 했던 수익률곡선이 최근 다시 꿈틀대고 있습니다. 이제 시기상 4분기(10~12월) 진입을 앞두고서 수익률곡선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슈퍼 플랫(Super flat)` 상태에서 오래 머물렀던 만큼 다소 가팔라지는(steepen)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긴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 보면 당시 미 국채 2-5년물 구간을 중심으로 수익률곡선이 역전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이를 두고 당시 월가에서는 향후 경기 침체에 대한 시그널이 온 것이냐 아니냐 논쟁이 나름 뜨겁게 벌어졌었는데요. 미 국채 2년과 5년, 2년과 10년물 간 스프레드(=금리 차이) 추이특히나 당시 경기 침체를 점칠 만한 뚜렷한 징후가 전혀 없을 만큼 미국 내 거시경제지표는 양호했었죠. 이런 상황에서 5년물 금리가 2년물 아래로 내려갔다는 건, 앞으로 2년물 금리가 내려가야 하고 이를 위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려야할 지 모른다는 시그널이 반영돼 있었으니 말이죠. 흥미로운 건, 이 당시 역전된 2-5년물 수익률곡선이 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적 대유행)을 예견하진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1년이 지난 뒤 (코로나19로 인해) 나타난 실제 경기 침체를 예고했다는 점입니다.그 때와 비교해 지금 나름 긍정적인 건, 국채 2-5년물 구간이 역전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반면 부정적인 건 이 구간이 거의 플랫(flat)해져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스프레드는 10~12bp 정도를 오가고 있습니다. 연준이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쓸 생각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 더이상 기준금리가 내려갈 수 없다는 전제 하에서 보면 아주 근소한 차이로 좁혀져 있는 셈입니다. 수익률곡선이 이렇게 평탄하게 유지되고 있었던 건, 기본적으로 채권시장이 연준의 정책 스탠스를 충실히 반영해온 결과물이라고 봅니다. 즉, 연준은 적어도 2022년까지는 기준금리를 올릴 의도가 전혀 없음을 누차 확인시켜줬으니 단기물 금리가 위로 올라갈 일은 없겠죠. 또한 연준은 YCC 도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으면서 5년물 이상 금리가 급작스럽게 위로 움직이는 것도 차단해 왔습니다.그러나 이제 연준의 YCC 도입에 대한 기대치가 크게 낮아진 상황이라 5년 이상 구간에서는 수익률곡선이 스티프닝 쪽으로 갈 수 있을 겁니다. 현재 5-10년물 간 스프레드는 40bp 수준이고 10-30년 스프레드도 거의 비슷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진다는 건, 향후 시장금리가 반등할 것이라는 얘기고, 이는 미국 경제가 더디지만 최소한 더블딥(Double dip)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익률곡선이 스티프닝으로 갈 수 있는 이유는 어떤 것들이 될까요. 미국 경제지표에 대한 기대치가 빠르게 높아지는데도 연준의 정책 효과로 인해 10년-2년 스프레드는 크게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스프레드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일단 연준이 평균물가목표제(AIT)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높여 장기금리를 위로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AIT는 최대한의 고용이 달성될 수 있도록,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연준 목표인 2%를 웃돌더라도 이를 인내하겠다는 정책입니다. 이는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더 서둘러 빠져나올 수 있는 기회를 높여줄 겁니다. 이 때 (실물경제지표가 살아나는) 그 반대급부로 치러야할 비용이 바로 인플레이션이 됩니다.지난 5월에 락다운 조치가 미국 전역에 내려지면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기준으로 전년동월대비 -0.1%까지 내려갔던 미국 인플레이션이 7월에는 +1.0%로 회복됐는데요. 간밤에 발표된 근원 CPI는 1.7%까지 상승폭을 키웠습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상승폭이었습니다. 이뿐 아니라 앞으로의 인플레이션을 기대하는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시장참가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보여주는 지표로 흔히 브레이크이븐 레이트(BIR·Breakeven Inflation Rate)를 사용하는데요. 이는 일반적인 국채와 물가연동국채(TIPS) 간 수익률 차이입니다. 쿠폰금리는 고정돼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그에 따라 원금 지급액이 늘어나도록 설계된 TIPS 금리가 일반 국채금리보다 더 빠르게 오른다는 게 인플레 기대심리가 높다는 뜻이기 때문이죠. 바로 이 10년만기 미 국채의 BIR은 지난 3월에 0.55%까지 내려갔다가 현재 1.70%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 국채를 비롯한 연준의 자산 매입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금리 상승이 나타날 수 있는 이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연준은 올 봄 이후처럼 정신없이 자산을 매입해왔지만 과거 고점이던 지난 2014년에 비해서는 전체 국채규모대비 낮은 국채 보유비중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4년 당시엔 연준이 제로금리 정책을 썼어도 10년물 국채 금리는 2%가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10년물 금리는 0.6%대까지 내려와 있어 연준으로서도 적극적 국채 매입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 미 전체 국채시장 중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 비중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급증하다가 최근 완만해졌다. 이는 2014년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이와 함께 미 정부가 발행하는 적자국채 규모가 늘어나면서 장기금리가 상승압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 최근에도 10년과 20년, 30년만기 국채 발행을 위한 입찰이 있을 때마다 낙찰금리가 시장에서의 유통금리보다 다소 높아지는 부진한 결과로 인해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지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지난 2분기에 2조7530억달러라는 역대 최대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했던 미 재무부는 3분기에도 9470억달러 어치 국채를 찍어 냈습니다. 이는 앞서 5월에 발표한 금액보다 2700억달러 더 많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추가 재정부양책이 합의될 경우 연말과 내년 초 쯤 또 한 번의 국채 물량폭탄이 채권시장에 몰아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렇게 시장금리가 위로 올라가고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질 때 증시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하는 대목인데요. 사실 이는 금리 상승이나 장-단기 금리 차 확대 폭과 속도에 따라 달라질텐데요. 불안해지는 상황을 연준이 제어한다고 본다면 증시에는 비교적 우호적 영향을 줄 듯 합니다. 일단 시세흐름을 주도하던 대표 성장주들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다소 조정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저금리에 싼 값에 회사채를 찍어 그 돈으로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에 쏟아 부었던 기업들의 주가가 비싸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반면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진다는 건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대목이라 그동안 소외 받던 경기민감주가 다시 살아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리플레이션(reflation) 기대가 커진다면 이는 이머징마켓이 강해질 수 있는 위험선호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머징 자산 매력이 높아질 수 있고, 원자재 값이 뛰면서 자원이 많은 이머징 국가 경제가 회복세로 갈 수 있기 때문이죠. 나스닥을 비롯한 뉴욕증시가 조정을 받을 떄 이머징 증시가 대안으로 주목받을 수 있습니다.
  • [이정훈의 마켓워치]<27>AIT에 치솟은 유로, ECB의 선택은
    <27>AIT에 치솟은 유로, ECB의 선택은
    이정훈 기자 2020.09.06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9월 첫 거래가 시작된 런던 외환시장. 오전부터 유로를 사겠다는 매수 거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근래 미 달러화가 워낙 약하긴 했지만 시장에서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유로=1.20달러`는 어느 정도 버팀목이 될 것으로 기대했었습니다. 그러나 단숨에 이 선이 일시적으로 무너지자 시장은 충격에 빠졌죠. 이날 1유로가 1.20달러를 넘어선 건 지난 2018년 5월 이후 2년 하고도 넉 달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7월 한 달 동안만 유로화가 달러화대비 7%나 절상된 상태였다 보니 8월에는 절상속도가 다소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던 게 사실이었죠. 그러나 8월에도 유로는 달러대비 1.4%나 올라 넉 달 연속으로 월간 절상세를 이어갔습니다. 문제는 이러고도 모자랐는지 선물시장에서 투기세력들은 달러를 팔고 유로를 사겠다는 순매수포지션을 역사상 최고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급기야 8월 말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유연한 형태의 평균물가목표제(AIT·Average Inflation Targeting)` 도입을 언급한데다 9월1일 유로존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 2016년 5월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낮은 전년동월대비 0.2% 하락을 기록하자 `더 이상 주저할 것 없다`는 듯이 유로화는 1.20달러 선을 단숨에 뚫어버린 것이죠. 8월부터 9월 초까지의 유로-달러환율 동향. 9월1일 장 초반에 1유로=1.20달러선이 일시적으로 뚫렸다.그러자 필립 레인 유럽중앙은행(ECB) 수석이코노미스트가 구두개입에 나서며 유로값을 인위적으로 떨어 뜨렸습니다. 레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유로화 환율에 대해 특정 타깃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유로-달러환율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유로환율은 통화정책에 중요한 변수이며, 이에 관해 (ECB가) 무엇인가 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모든 중앙은행들이 그렇지만, 중앙은행 뱅커들이 특정한 시장가격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언급하는 건 금기에 가까운 일입니다. ECB 위원들도 유로존 경제 전반에 대해 평가나 진단을 내리면서 우회적으로 환율 문제를 건드는 경우는 있지만, 이처럼 유로환율 문제를 꼭 집어 얘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어쨌든 이날의 시장 개입은 ECB가 이제부터 유로-달러환율 동향을 공개적으로 예의주시하겠다는 예고이며, 1유로가 1.20달러를 넘어갈 경우 유로존 경제가 `고통의 문턱`에 들어설 것이라는 자기 고백과 같은 것이었습니다.사실 21년간 단일 유로화를 써오고 있는 유로존은 주기적으로 유로화 강세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유로화가 1.20달러를 넘어선 건, 유로존 경제가 한참 살아나는 반면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불 붙긴 시작한 지난 2017년이었습니다. 당시에도 통화정책을 담당하던 브느와 꾀레 ECB 집행이사가 선봉장이 돼 유로값을 낮추기 위한 구두 개입에 나섰습니다. 특히 당시 총재였던 마리오 드라기는 유로화 강세가 만들어 내는 유로존 내 인플레이션 하락과 타이트한 금융여건으로 인해 양적완화를 멈추지 못하고 더 늘려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었습니다. 드라기 당시 총재는 “교역가중환율 기준으로 유로화가 너무 강해지면서 낮은 인플레이션이라는 심각한 우려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유로화 강세로) 분기 인플레이션이 0.5%포인트씩 낮아지면 자산매입 규모를 추가로 7000억유로씩 늘려야 한다”는 산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앞선 2017년과 마찬가지로, ECB는 연준의 AIT에 맞서 유로화 강세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당장 10일(현지시간)에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ECB는 드라기 전 총재의 셈법대로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을 비롯한 자산매입 규모를 더 늘릴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상황입니다. 미국과 유로존 금융여건지수 추이. ECB가 PEPP를 시행한 이후에도 두 지역에서의 금융여건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최근 ECB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을 보면 위원들은 “미국의 금융여건은 지속적으로 완화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유로존에서는 PEPP와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라는 바주카포가 동시에 가동되고 있는데도 그다지 완화적이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합니다. 사실 지난 6월 이후 뉴욕증시 주요 지수들은 꾸준한 상승랠리를 이어갔지만, 유로존 대표지수인 유로스톡스50지수는 횡보 양상을 보였죠. ECB도 연준과 마찬가지로 돈 풀기를 계속했지만, 대규모 유동성 확대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이처럼 미국과 유로존에서 금융여건 차이를 큰 것은 미국 경제지표가 유로존에 비해 3~4개월 이상 앞서 회복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실제 금융여건과 실제 구매관리자지수(PMI) 지표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움직이는 경향성이 보이고 있습니다. 국채시장도 마찬가집니다. 미국 국채시장에서 일드커브가 최대 200bp까지 가팔리지는(=스티프닝) 현상을 경험하고 있는데요, 이 역시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유로존보다는 미국에서 더 강할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이런 가운데 파월 의장이 AIT를 도입하겠다고 했으니 두 지역 간 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죠. 미국의 경우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최근 5~10년간 평균 1.60~1.65% 수준에서 움직여 왔는데요. 만약 AIT를 도입한다면 앞으로 5~10년간 평균 근원 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2.35~2.40%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미국과 유로존, 일본의 5년 만기 국채의 실질금리(명목금리-인플레이션). 일본이 월등히 높은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았던 유로존 실질금리가 반등하며 미국과 격차를 좁히고 있다.일단 이번주 ECB 회의에서 주목할 점은 ECB 실무진이 유로존 인플레이션 전망을 얼마나 하향 조정하느냐입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계속 높이려는 정책을 쓰는데, 유로존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반등하지 못한다면 유로존의 실질금리가 더 높아져 유로화 강세를 더 부추길 수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ECB로서도 결단을 내려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쓸 수 있는 실탄이 부족하지만, 연준의 AIT 도입은 ECB로 하여금 통화부양의 강도를 미국과 맞추도록 강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확실하게 유로화 절상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이지만, 현재 유로존 예금금리가 마이너스(-)0.5%인 상황에서 금리를 더 내리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도 현재 시장은 내년 9월까지 기준금리가 10bp(0.01%포인트) 더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만약 라가르드 총재가 유로화 강세의 부정적 영향을 언급한다면 이 기대치는 더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보다 현실적인 건 아무래도 비전통적 부양 수단인데요. 현재 1조3500억유로 규모인 PEPP를 내년 중반 이후까지 연장하고 그 규모를 더 늘릴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PEPP를 늘린다고 해서 유로존 금융여건이 완화된다는 자신은 없겠지만, 그래도 이 경우 기대 인플레를 끌어 올리고 유로화를 낮추는 역할을 어느 정도 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전체 규모를 늘리기 전이라도 PEPP의 자산매입 속도를 우선 늘릴 수도 있을 겁니다. 실제 지난 5월에 452억유로였던 PEPP의 자산매입 규모는 7월에 249억유로, 8월에 198억유로로 줄어들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울러 ECB 주요 인사들이 나서 반복적으로 구두 개입 등을 통해 시장 내 과열심리를 달래는데 치중하는 일도 병행할 겁니다. 이 같은 조치들이 현실화한다면 유로화는 다시 달러대비 약세 기조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다만 상상하긴 싫지만, 이런 조치로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지난 2008년 달러대비 엔화 가치가 너무 뛰자 일본은행(BOJ)도 어쩔 수 없이 강한 통화부양 조치를 내놨지만, 실효성 없이 만성적인 디플레이션 기조만 만들어 냈던 경험이 있습니다. ECB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 [이정훈의 마켓워치]<26>파월이 꺼내든 평균물가목표제(AIT)
    <26>파월이 꺼내든 평균물가목표제(AIT)
    이정훈 기자 2020.09.05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현재의 사이클을 멈춰 세우고자 합니다.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연간 2%)를 밑도는 건 경제에 심각한 위험이 됩니다. (따라서) 앞으로 연준은 고용시장을 강하게 촉진시키는데 크게 집중할 것입니다.”지난 27일(현지시간) 각국 중앙은행장들의 연례회의인 잭슨홀미팅 기조연설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앞으로의 연준 통화정책 변화를 이 같이 천명했습니다. 이번 연례회의의 큰 주제가 `향후 10년의 길을 묻다: 통화정책에 대한 영향`이었으니, 파월 의장의 이 얘기는 적어도 미국 경제가 코로나19의 충격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시기까지 연준 통화정책이 어떻게 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가이던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이날 이후 귀가 따갑게 들었겠지만, 파월 의장이 언급한 건 한 마디로 `유연한 형태의 평균물가목표제(AIT·Average Inflation Targeting)`입니다. 이어 그 연설 직후 연준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부연자료가 파월이 말한 AIT에 대한 가장 정확한 설명이 될 듯 한데요. 연준은 AIT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2% 목표를 밑도는 기간 이후에는 물가가 일정기간(some time) 동안 2%를 완만하게(moderately)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하는 통화정책으로 수정한다”라구요. 연준이 2% 물가목표를 제시한 이후 실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2%를 넘은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AIT에서는 과거에 물가가 2%를 밑돌았던 시기를 포함해 기간 평균으로 물가를 관리하겠다는 것이다.여기서 핵심은 파월이 말한 `유연한 형태`입니다. AIT를 도입하는데, 그 운용은 기계적이고 엄격하지 않게, 유연하게 하겠다는 겁니다. 어떻게 유연하게 하겠다는 걸까요. 연준의 설명을 감안하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넘어서도록 놔두겠지만 그 기간은 아주 길진 않은 `일정기간`이라고 못 받았구요. 특히 2%를 잠시 넘어서더라도 그 상승세가 너무 급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완만하게` 넘어서는 것만 (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겠다는 겁니다. 여기서 최근의 연준 통화정책 변천사를 대략 짚어보고 넘어 가는 게 이해를 도울 듯해서 잠시 시계를 41년 전인 1979년으로 돌려 보겠습니다. 당시는 오일쇼크로 인해 미국 경제가 고(高)물가, 저(低)성장이 겹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허덕였습니다. 이에 지미 카터 대통령은 폴 볼커를 연준 의장으로 앉혔습니다. 볼커 의장은 높은 물가를 때려잡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는 통화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연 12%에 달하던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최고 20%까지 올리는 극단적 처방을 내렸죠.그러다 지난 2006년 취임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잘 극복한 뒤 서서히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했는데요. 이 때 시장 충격을 줄이려다보니 연준 통화정책 결정을 보다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바꿔야 했습니다. 2012년 1월 버냉키 의장은 물가관리 목표치를 처음으로 연간 2%라는 수치로 제시했습니다. 이는 `향후 인플레이션이 연간 2%가 넘을 것으로 예상할 때 미리 기준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겠다`는 약속이었죠. 여기서 중요한 건, 인플레이션을 `예상할 때`, `미리` 통화정책을 쓴다는 겁니다. 이와 비교하면 파월의 AIT는 근본적인 정책의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볼커가 만든 `엄격한 물가 안정 위주의 통화정책`이 41년 만에 폐기된 것이고, 버냉키가 세운 `2% 목표가 예상될 때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통화정책`도 바꿔버린 것이니까요. 연준의 듀얼 멘데이트. 인플레를 2% 목표 이내로 유지하면서 실업률을 현재 추정하는 자연실업률인 4.1~4.2% 정도로 유지한다는 것이다.한 마디로, AIT는 지속적으로 너무 낮은 인플레이션은 바람직하지 않으니 인플레가 일시적으로 2% 목표를 넘어도 용인할 수 있다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는 겁니다. 특히 중요한 건, 지금까지는 앞으로 몇년 간의 단기, 중기 물가 전망을 보고 인플레이션 여부를 판단했다면, 앞으로는 과거 물가지표까지도 정책의 결정요소로 반영하겠다는 얘깁니다.그렇다면 파월 의장과 연준은 왜 이런 변화를 감행하기로 한 걸까요. 그건 한 마디로,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유로존 재정위기, 코로나19 팬데믹까지 이어지는 잇딴 위기로 노동시장에 중대한 변화가 나타났음을 감지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아는 연준의 이중 정책목표(dual mandate)는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입니다. 연준 표현으로는 `안정적인 물가와 최대한의 지속가능한 고용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여건을 촉진시키는 것`입니다. 말이 좋아 이중 정책목표이지, 이 둘을 동시에 달성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연준은 물가안정실업률(NAIRU)이란 지표를 애용해 왔습니다. NAIRU는 물가가 너무 오르거나 떨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수준의 이상적 실업률을 뜻합니다. 즉 인플레를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을 만큼의 실업률이고, 사실상의 완전고용 수준에서도 유지된다고 해서 자연실업률이라고도 하죠. 현재 이 수치는 4.1~4.2%라는 게 연준의 판단입니다. 디롱-서머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인플레이션은 GDP 갭과 실업률 갭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여기서 실업률 갭을 판단하는 지표가 유휴노동력이다.이는 기본적으로 필립스곡선(Phillip`s curve)이라는 개념에서 비롯된 건데요. 영국 경제학자인 필립스는 실업률과 화폐임금 상승률 사이에 매우 안정적인 함수관계가 있다는 걸 모델로 제시합니다. 간단히 말해 이런 뜻입니다. 경제가 좋아져 실업률이 낮아지면 임금이 오르고 그로 인해 물가 상승률이 높아진다는 겁니다. 물론 그 반대도 성립하구요. 이 때문에 기존에 연준은 실업률이 낮아지기 시작하면 긴장하기 시작하죠. 혹여나 이 낮아진 실업률이 2% 목표를 넘어서는 인플레이션을 야기할까 봐서요. 그래서 NAIRU라는 지표를 예의주시하는 것이죠. 그런데 실상은 달랐습니다. 연준이 2% 목표를 제시한 지난 2012년 이후 연준이 목표로 삼는 물가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이 2%를 넘어선 건 두어 차례 손에 꼽을 정도였죠. 특히 2018년부터 실업률이 NAIRU에 도달했다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도 인플레는 위로 튀지 않았죠. 이처럼 필립스곡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이를 폐기하자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문제는 노동시장에서의 `유휴노동력(Slack)`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정설입니다. 연준 판단도 그렇구요. 유휴노동력이란 노동시장에 나와 있으면서도 생산활동에 동원되지 못해 놀고 있는 노동력을 말합니다. 이런 유휴노동력이 많다는 건, 실업률이 낮아져도 근로자들의 실제 임금 인상률이 크게 높아지지 않다는 것이고, 이는 물가 상승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 변화에 맞춰 연준은 앞으로 통화정책을 짤 때 NAIRU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실업률이 물가를 자극하는 힘이 떨어졌기 때문이죠. 대신 유휴노동력이 얼마나 해소되는지를 살피겠다는 겁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때 1000만명까지 늘어난 미국 내 유휴노동력은 코로나19 이전에도 100만명 가까이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6개월 간 직장에 돌아가지 못하고 영구 실직한 미국인이 벌써 340만명에 이르니 유휴노동력은 다시 급증했을 것이고, 이를 해소하는 데에는 또다시 수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그 시점을 일러야 2022년 말 또는 2023년 이후까지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이 시점까지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큰 폭으로 일어나도록 연준은 통화량을 계속 늘리는 전략을 쓸 것입니다. 단, 변수는 파월 의장이 말한 `유연한`이라는 대목입니다. 그런 큰 폭의 인플레이션을 어디까지 허용해줄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연준이 평균적인 물가 상승률을 측정하는 기간이 얼마인가가 핵심이 될 겁니다. 그 논의가 이번 9월 FOMC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코로나19 영향만 생각하면 3년 정도 평균을 내도 되겠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물가 상황까지 감안한다면 10년까지 길게 볼 수도 있습니다. 그 기간이 길수록 연준의 통화부양도 길어질 수 있습니다.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동안 유휴노동력(=실업률 갭)이 물가 상승을 가로 막았다면 2014년부터 경기가 살아나면서 달러화 강세가 인플레를 억제해오고 있다. 다만 올들어서는 다시 유휴노동력 영향이 커졌다.그렇다고 해서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기저효과를 감안해야 겠지만, 그래도 최근 미국 내에서 근원 PCE물가가 꿈틀대는 모습을 보이면서 장기 국채금리가 위로 올라가고 있으니 말이죠. 실제 하버연구소에 따르면 근래 낮은 인플레이션은 유휴노동력과 달러화 강세가 지속적으로 반복하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달러화 강세가 크게 누그러진 상황에서는 유휴노동력이 적당히 줄어들면 다시 인플레이션이 거세질 수 있다는 위험도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물가 상승률이 2%를 일시적으로 넘더라도 그 양상이 가파르게 나타난다면 언제든 금리 인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게 연준의 스탠스일 듯 합니다. 연준의 유연한 AIT 도입은 분명 달라진 경제여건에 대한 능동적 대응이며 근본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 디테일을 봐야 한다는 겁니다. 여전히 이를 언제 도입할지, 물가 상승률 평균을 판단하는 기간을 몇 년으로 부여할지, 어떤 형태의 인플레 오버슈팅까지는 인내할 것인지 등이 불확실합니다. 다만 미 의회에서의 추가 재정부양 합의가 계속해서 늦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연준의 AIT 도입이 예상보단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또한 과거 테이퍼링 텐터럼(=긴축 발작)이라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연준으로서는 이번 대규모 통화부양책에서 발을 빼는 출구전략 역시 매우 장기간에 걸쳐 신중하게 진행할 겁니다.
  • [이정훈의 마켓워치]<25>연준이 불 지핀 美회사채 발행 거품
    <25>연준이 불 지핀 美회사채 발행 거품
    이정훈 기자 2020.09.02
    연준이 유동성 공급을 통해 회사채시장에 지속적으로 펌프질을 하고 있음을 비꼬는 미국 만평[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적 대유행) 이후 많은 기업들이 차입을 통해서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지급 불능(insolvency) 리스크에 직면해 있습니다.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로 인해 비용이) 아무리 싸졌다고 해도 차입을 통해서는 결코 과도한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영국에 본사를 둔 유럽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인 브레번 하워드 에셋매니지먼트를 이끌고 있는 브레번 하워드는 올 들어서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을 두고 이 같이 일갈했습니다. 사실 각국 중앙은행이 쏟아부은 막대한 유동성이 정부와 기업들의 역사적인 자금 차입(=국채와 회사채 발행)을 초래한 것은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최근 10여년 간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기업 도산과 대규모 실업사태를 막고자 각국 중앙은행들이 회사채를 사들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코로나19 쇼크로 인해 신용도가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추락천사(Fallen Angel)` 회사채까지 직접 매입하는 파격을 보이자 이런 현상은 더 심화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투자적격등급은 물론이고 투기등급 기업들까지 나서서 공격적으로 회사채를 찍어대고 있습니다. 금리가 이미 더 낮아지기도 힘들 정도의 바닥권에 와 있을 때 넉넉하게 자금을 확보해 두고자 하는 심산이죠. 실제 현재 미국 회사채 발행잔액은 총 10조달러(원화 약 1경1850조원)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올 1월 이후부터 지난달 말까지 발행된 회사채만 해도 무려 1조달러(원화 약 1180조원)를 웃돕니다. 8개월로 나눠 보면 올해 한 달 평균 147조원이 넘는 회사채가 발행된 셈입니다. 이는 미국 재무부의 지급보증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설립한 회사채 매입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V)이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에서 회사채를 직매입한 덕이 큽니다. 연준이 회사채를 직접 사주니 코로나19 위기 직후 크게 벌어졌던 크레딧 스프레드(=국채금리와 회사채금리 간 차이)가 축소됐고, 그 이후에도 안정적인 스프레드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관리한 이 SPV는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를 적절한 가격에 사주고 기업들이 신규로 회사채를 찍을 수 있도록 자금을 태워줌으로써 결국 기업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역할을 했습니다.실제 연준은 회사채매입기구(PMCCF와 SMCCF), 기업어음매입기구(CPFF) 등 5개의 SPV를 설립해 신용경색에 허덕이고 있던 기업들에게 긴급 유동성을 뿌려댔습니다. 이 중 발행시장에서 회사채를 직접 인수하는 PMCCF와 유통시장에서 이미 발행돼 있는 회사채와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하는 SMCCF 등 이들 두 SPV 투자액만 해도 7500억달러에 이르렀습니다. 연준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채 매입을 위한 SPV의 보유자산 규모그 덕에 이 SPV가 출범한 지난 3월11일부터 4월27일까지 한 달 반 만에 미국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은 3650억달러에 이르렀는데,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2배가 넘는 규모였습니다. 하늘길이 막힌 항공사들의 항공기 인수와 주문 취소가 줄을 이으며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렸던 보잉사 역시 바로 이 시점에 정부에 신청한 구제금융을 철회하고 250억달러 어치 회사채를 찍으며 한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연준이 `타락천사` 회사채를 실제 매입하기 시작한 시점은 5월12일부터였는데, 한 달 앞서 매입 계획만 발표하고도 돈 한 푼 안 쓰고 보잉을 살려낸 것이죠. 이후에 연준은 5월12일이 되자 정크본드 회사채를 조금씩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7월31일 기준으로 연준이 SMCCF 포트폴리오 중 3% 정도를 투기등급 회사채로 채웠습니다. 물론 `BBB` 등급이 55.6%, `A~AAA` 등급이 41.4%로 월등히 높긴 하지만요. 이제 투자자들은 연준의 뒷배를 믿고 `위험하지만 고금리 매력이 있는` 정크본드에 돈을 넣기 시작하죠. 이 덕에 올 2분기 사모펀드(PEF)들이 인수한 정크본드 발행액은 300억달러를 넘어 역대 최대치에 이르렀습니다. 돈을 차입해야 하는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보잉이나 포드 등 한계에 처한 듯 보였던 기업들이 속속 생명을 연장하자 기업들 입장에서는 `설령 디폴트(Default·채무불이행)가 나더라도 연준이 사실상의 구제금융(bailout)으로 우리를 지원해 주겠구나`하고 생각하며 편하게 부채를 일으키게 됩니다.연준 덕에 투기등급 기업들의 생존 가능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을 등에 업은 정크본드 발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더구나 이처럼 회사채시장이 안정을 넘어 과열 모드로 가고 있는데도 연준과 재무부는 SPV 운영시한을 올해 말까지로 연장했습니다. 코로나19 재유행에 대한 우려 때문인데요. 이렇다 보니 하반기에도 회사채 발행은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하반기에도 회사채 발행이 더 늘어나면서 올 한 해에만 미국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2조5000억달러(원화 약 29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 중 투자적격등급이 2조1000억달러로 대부분이지만, 정크본드도 4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이 대목에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기업들이 낮은 금리에 회사채를 찍어 자금을 확보하는 게 대체 뭔 문제냐는 거죠. 무엇보다 부실기업 또는 좀비기업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요. 경기 침체에 디폴트로 가거나 파산보호 신청으로 갔어야 할 기업을 억지로 살려내는 상황인데요.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이던 1분기 말~2분기에 투기등급 회사채의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졌는데도 기업들의 파산보호 신청은 오히려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연준의 매직이었죠.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제 신용도에 비해 과도하게 낮은 금리에 회사채를 찍어서 버틴 기업들은 나중에 시장금리가 오르기 시작할 때 버텨내기가 버겁겠죠. 미국 투기등급 회사채와 투자적격등급 회사채 간 스프레드가 가파르게 치솟는 와중에도 5000만달러 이상 부채를 가진 기업들의 파산보호 신청은 급감하고 있다.실제 올 들어 기업들이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은 무한히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1990년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편입 기업들의 시가총액 대비 회사채 발행규모는 50% 수준이었구요. 닷컴 버블 당시에 주가가 오르니 이 비율은 35%로 줄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45%로 올라갔습니다. 현재 이 비율이 다시 50%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또 바클레이즈 미국 회사채 고(高)신용등급지수에 편입된 투자적격등급 기업들의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가비 차감전 영업이익) 대비 총 회사채 발행액은 올 2분기에 3.53배에 이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주가 하락이 크지 않았던 1분기가 3.42배였던 걸 감안하면 회사채 발행이 크게 는 겁니다. 이 비율은 최근 20년간 평균이 2.65배였다고 합니다. 특히 투기등급 기업들의 EBITDA 대비 회사채 발행액은 2분기 말 5.42배를 기록 중입니다. 작년 말 4.44배, 올 1분기 말 4.93배에 비해 높아졌죠. 일례로, 대표 렌트카업체인 에이비스 버짓그룹의 경우 3월말 5배 안팎이던 이 비율이 6월말 현재 27배까지 치솟았습니다. 사실상 현금이 소진되면서 회사채 발행으로 연명하고 있는데요. 금융당국은 이 비율이 6배가 넘어가는 기업에 대해 아예 차입인수(LBO)도 막고 있으니 다른 기업에 팔릴 수 있는 길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이런 상황에서도 연준이 계속 회사채를 매입해 투자적격등급과 정크본드 간 스프레드를 좁혀 암묵적으로 비효율적 기업들을 살려준다면 투자자들은 고위험, 고수익 회사채에 대한 투자를 늘리게 되겠죠. 결국 이는 시장 과열을 초래하고 실물경제를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비효율적 기업들이 계속 사업을 영위한다면 경제 성장은 더뎌질 수밖에 없고 향후 과도한 부채가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경기 침체기에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투자적격이든 투기등급이든 모든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회사채 발행을 늘리지만, 경기 침체를 벗어나면 디레버리징이 본격화한다.기업들 입장에서도 나중에 늘어난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또다른 회사채를 찍거나 현금을 전용해야 하는데, 이는 향후 기업 이익을 줄이고 인건비나 시설 투자에 쓸 돈을 줄이게 함으로써 경제 회복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이저 저도 아니라면 늘어난 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 역시 기업 이익과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겠지요. 보다 멀리 보면, 이처럼 적자국채와 회사채 발행이 급증하는 와중에 연준은 고용 회복을 돕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는 평균물가목표제를 조만간 도입하겠다고 공언했으니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채 벗어나지도 않은 상황에 이처럼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하에서의 물가 상승)을 유도하는 것은 저임금 계층의 어려움을 키울 수 있고, 연금 등을 제대로 갖지 못한 퇴직자들의 삶을 더 힘들게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증시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앞서 `현금부자 애플은 왜 회사채를 찍나`(2020년 8월22일자) 기사에서 언급했듯이, 이런 회사채 호황에 신용도가 좋은 기업들은 역사상 가장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찍어 이 돈으로 자사주를 사서 소각하고 배당을 늘려 주가를 밀어 올리는데 애쓰고 있습니다. 연준이 SPV로 회사채를 사준 투기등급 기업은 `조달한 자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할 수 없다`는 꼬리표가 붙어있다 보니 이를 우회해 다른 자산을 매각하거나 유보금을 활용해 자사주를 산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을 정도입니다. 결국 주가가 해당 기업의 펀더멘털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일정 부분 부풀려질 수밖에 없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죠. 더구나 연준 덕에 이렇게 낮은 금리에 회사채를 조달할 수 있는 것이니 결국 중앙은행 지원에 따른 혜택이 기업 임직원들과 주요 주주들에만 집중된다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투자적격등급 기업에 비해 투기등급 기업들의 이자보상배율 개선 속도가 더딘 모습을 보인다.언제까지나 이렇게 낮은 시장금리가 유지될 지 알 수 없습니다. 실제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과 시장 내 기대 인플레이션 회복, 경제지표 회복, 적자국채 발행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미국 국채금리가 조금씩 윗쪽으로 상승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신용등급이 낮으면서도 대규모로 회사채를 찍어 연명한 기업들이 금리 반등국면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시장금리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얼마나 큰 폭으로 반등할 지가 변수가 될 것 같습니다.
  • [이정훈의 마켓워치]<24>증시는 왜 바이든을 두려워 하는가
    <24>증시는 왜 바이든을 두려워 하는가
    이정훈 기자 2020.08.29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오는 11월3일에 열리는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가 이제 불과 60여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 주에는 민주당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최종 대선 후보로 지명했고, 이번 주에는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습니다. 이제 전쟁을 방불케 하는 두 후보 간 60여일의 선거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사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전국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후보를 최대 14%포인트 이상 격차로 따돌려 확실하게 유리한 고지를 점했었습니다. 그러나 캐멀라 해리스라는 첫 여성흑인 부통령 후보를 러닝메이트로 세운 게 무색할 정도로, 트럼프 후보와의 지지율 차이는 5~6%포인트 안팎으로 좁혀졌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이 정도 격차로 앞섰던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의 패배를 기억하는 사람들로서는 이제 누가 본게임에서 승리할지 장담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두 후보간 박빙의 경쟁을 벌이는 만큼 주식시장도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뉴욕증시 주요 지수 상승세가 아직 꺾이지 않았지만, 증시 역사는 확실히 시장에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는 증시 변동성지수인 VIX지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VIX지수선물의 만기별 가격을 곡선을 연결시켜 보면 올 10월과 11월에 VIX지수가 반등할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VIX지수를 기초로 한 VIX지수선물의 기간 만기구조(term structure)를 보면 현재 24선까지 내려와 있는 VIX지수가 10월과 11월에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하는 선물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만기가 오래 남았으면 당연히 시장 예측의 불확실성이 크니 VIX선물이 위로 올라갈 수밖에 없어 VIX지수 기간 만기는 우상향 곡선을 그립니다. 그러나 지금은 VIX선물은 이처럼 불룩하게 솟은 언덕 모양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이 때는 가을철 독감과 맞물려 코로나19가 재차 크게 확산되는 시기이자, 대선이 임박하고 그 결과가 나오는 만큼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베팅인 셈이죠.이는 과거 대선과 뉴욕증시가 보인 역사적 데이터를 통해서도 예상할 수 있는데요. 과거 미국 대선은 늘 증시에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대선 두 달 전 또는 심지어 석 달쯤 전부터 시장 변동성은 커지기 시작했구요. 특히나 공화당과 민주당 두 후보가 아주 근소한 차이를 보이거나 매우 경쟁적인 모습을 보일 땐 시장에 노이즈를 야기했습니다. 실제 지난 1936년 이후 지금까지 90년 가까운 기간 동안 대선이 있던 해엔 10월과 11월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변동성이 커졌습니다. 지금 시장이 우려하듯이, 현재 재임 중인 대통령과 그가 속한 당(黨)이 패했던 해엔 지수 하락이 꽤나 의미있는 폭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90년간 미국 대선이 있던 해 S&P500지수는 10~11월에 변동성 확대 양상을 보였는데, 특히 집권당 현 대통령이 패한 경우 지수 조정이 컸다.더구나 9월은 뉴욕증시에 참 잔인한 달입니다. 150년 가까이 통계를 내보면 S&P500지수는 9월에 평균 0.4% 정도 하락했습니다. 이는 12개 달 가운데 최악의 수익률입니다. 9월은 여름휴가를 다녀와 주식 차익실현을 고민하는 시점이구요. 지금도 `로라`라는 어여쁜 이름의 허리케인으로 인해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가 큰 피해를 겪고 있지만, 통상 9월은 미국에 많은 허리케인이 몰아치는 달입니다. 그래서 특히나 대선이 있는 해엔 9월부터 일찌감치 증시 조정이 나타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뉴욕증시가 두려워하는 건 대선 그 자체라기보다는 혹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꺾으면서 미국 전역이 민주당의 당색인 푸른색으로 도배되는 `블루 웨이브(blue wave)`가 현실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일 겁니다. 그 배후에는 바로 바이든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경제정책 공약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의 경제 공약들이 증시에 상장돼 있는 기업들의 이익을 훼손시키고, 그로 인해 가뜩이나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증시 조정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걱정인 것이죠.첫 번째 잠재 악재는 세금정책입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과감한 재정부양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바이든 후보에게 재정지출에 쓸 실탄이 되는 세금 수입(=세수)을 가볍게 볼 수 없으니까요. 지난 주에도 바이든 인수위원회를 이끌 테드 카우프먼 상원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재정여건 상 바이든이 원하는 대규모 재정지출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게 수월치 않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에 따른 재정지출 확대로 엄청난 양의 적자국채를 이미 찍었다는 걸 염두에 둔 발언이었지만, 시장은 이를 곧바로 `세율 인상`으로 받아 들였습니다. 실제로도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21%까지 내린 법인세율을 다시 7%포인트 올려 28%로 되돌리겠다고 했습니다. 또 트럼프가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에 쌓아둔 현금을 미국에 들여올 때 붙는 송금세율을 최고 35%에서 15.5%로 낮춰준 것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여러 논문을 보면 미국에서의 실질 법인세율 증감은 S&P500 기업들의 EPS 증감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여왔다.세율 인상은 돈 많은 개인들도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바이든 후보는 미국 내 소득 상위 1%에 속하는 40만달러 이상을 버는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35%에서 39.6%로 높이고, 이들 소득구간에 대해 급여세 12.4%를 새롭게 부과하겠다고 했죠. 이 12.4%의 급여세는 개인이 6.2%를 내야 하지만, 나머지 반인 6.2%는 이 개인이 속해있는 회사가 내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결국 이는 기업들에게도 추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몇몇 투자은행들은 이런 기업관련 세율 인상이 현실화하면 S&P500에 속한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이 9%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습니다.두 번째 우려하는 대목은 연방 최저임금 인상입니다. 코로나19 충격이 극심한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반드시 필요한 정책 중 하나지만, 증시 입장에서는 기업 이익을 줄이는 부분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죠. 바이든 후보는 현재 7.25달러인 연방 최저임금을 오는 2026년까지 5년 간 그 두 배인 15달러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합니다.이를 두고 기업들이 괜히 우는 소리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 문재인 정부 하에서 이뤄진 최저임금 인상에 기업들이 얼마나 반발했는지를 생각해 보면 충분히 부담될 수 있는 악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선 최근 민주당 출신 주지사들을 중심으로 주(州) 최저임금이 연방 최저임금 이상으로 빠르게 인상돼 왔습니다. 아울러 이렇게 최저임금이 오르게 되면 노동집약적인 기업들이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됩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소매 유통과 레크레이션, 식품서비스 등의 내수중심 업종들이죠. 물론 뉴욕증시는 상대적으로 노동집약도가 매우 낮은 다국적 테크기업 중심으로 짜여 있으니 충격이 크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들 노동집약적 내수기업들의 고용 창출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경제와 증시에도 분명 부담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셋째는 바로 테크기업과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 강화라는 잠재 악재입니다. 알다시피 과거 자신들의 집권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월가 금융규제법안인 도드-프랭크법을 강화했던 민주당은, 재집권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약화시킨 이 법을 다시 되돌려 놓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빅테크기업들에 대한 규제 강화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 디지털광고 매출 절반 이상을 구글과 페이스북이 장악하고 있고, 스마트폰시장 46%는 애플이 차지하고 있고, 전자상거래 매출 40% 정도를 아마존이 독식하는 빅테크 기업을 어떻게든 견제해야 한다는 게 바이든 후보의 생각입니다. 다만 이는 온도 차가 있어 장담하긴 이른 감이 있습니다. 경선 경쟁자였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빅테크 기업 해체를 주장하지만, 바이든 후보는 이에 동조하지 않고 있죠. 특히 그가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해리스 부통령 후보는 지역구가 캘리포니아주라 “빅테크 해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노골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실제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는 미국과 중국 간 관계입니다. 이는 그 자체로 악재라기보다는 기대했던 호재의 실종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집요한 중국 떄리기가 글로벌 교역을 위축시키고 기업들의 해외투자를 줄이고 시장에 큰 불확실성을 던져줬던 만큼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면 이런 악재가 없어지지 않겠느냐는 기대였죠. 그러나 바이든 후보의 정책강령집을 보면 사실 트럼프의 대중 정책기조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일 정도입니다. 실제 정책강령집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중국에 의해 유발되는 경제와 안전보장, 인권과 관련한 중대한 우려를 명확히 해소`하고 `중국의 환율조작이나 지적재산권 절취 등 불공정한 무역관행으로부터 미국 노동자를 보호한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중국 등에 의한 국제적 규정을 약화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우방 동맹체제를 결집해 대항해 간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4년 전 강령과 달리 이번엔 `하나의 중국 원칙 이행`이라는 문구가 빠는 만큼 중국의 대홍콩과 대대만 정책에 대해 바이든도 강경노선을 보일 가능성이 다분합니다.역대 실질 법인세율이 높아지면 GDP 성장률이 낮아지거니 마이너스(-)로 돌아선 반면, 법인세율을 낮추면 성장률은 높아지는 경향성이 뚜렷하다.그래도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강력한 재정부양을 통한 그린뉴딜과 인프라 투자 확대를 약속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대목입니다. 향후 10년간 3조달러가 넘는 재정 보따리를 풀어 인프라뿐 아니라 기후변화와 헬스케어, 교육분야에 쏟아 붓겠다는 건데요. 이는 분명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들의 이익을 늘려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결국 이번 대선 결과, 백악관과 상원, 하원이 어느 당의 손에 들어가느냐 하는 조합에 따라 증시 영향은 달라질 듯 합니다. 바이든 승리가 뉴욕증시를 크게 하락시킬 재료로 보는 시각이 보편적이지만, 최근 스트래티저스 리서치 파트너스는 오히려 `바이든 승리, 민주당의 상원 다수 장악`을 베스트 시나리오로도 꼽습니다. 이 경우 S&P500지수가 매년 평균 13.6%씩 오를 것이라는데, 민주당과 바이든의 일방통행이 우려되지만 정책 불확실성은 가장 낮다고 봤습니다.개인적으로는 바이든 당선 이후의 정책은 코로나19 사태와 진행 중인 미국 경제 회복 강도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 바이든의 모든 선거공약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고, 이제 뉴 노멀의 시대에 그 공약은 정반대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니깐요. 특히 바이든 입장에서는 당선되자 마자 증세와 규제 강화 카드를 꺼내들어 미국 경제과 기업 이익 회복, 일자리 증가를 가로 막을 경우 이후에 있을 중간선거를 위태롭게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 [이정훈의 마켓워치]<23>현금부자 애플은 왜 회사채를 찍나
    <23>현금부자 애플은 왜 회사채를 찍나
    이정훈 기자 2020.08.22
    애플 스토어[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얼마 전 미국 상장회사들 가운데 역사상 처음으로, 또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 이후 역사상 두 번째로 시가총액 2조달러라는 신기원을 이룩한 애플이 지금으로부터 불과 23년 전에 파산보호신청 직전까지 갔다는 걸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이 꽤 많습니다.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세운 자신의 회사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했던 스티브 잡스는 11년 만인 1996년 12월 친정인 애플로 돌아왔습니다. 그로부터 7개월 뒤 1997년 7월 최고경영자(CEO)에 복귀합니다. 그러나 그의 복귀는 금의환향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사실상 파산 직전까지 내몰린 회사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잡스를 다시 불러 들였으니까요. 애플은 잡스를 재차 영입하면서 그동안 사라진 혁신과 쌓인 빚으로부터 무너질 지 모르는 회사를 되살려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회계연도 결산이 9월 말이라 두 달 뒤면 연간 결산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던 애플은 사실 가진 현금을 거의 탕진한 상황이었습니다. 반면 결산보고서에 쓰인 총 회사채 발행잔액은 9억5400만달러나 됐는데, 결산 직전 신용평가회사들은 애플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했습니다. 이른바 `정크본드`가 된 것이죠.이런 상황에서 CEO에 복귀한 잡스는 불과 한 달 뒤인 8월에 미디어 행사를 열고,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1억5000만달러에 이르는 선순위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합니다. 이 투자로 MS가 받은 애플 지분은 의결권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빌 게이츠는 향후 5년간 애플이 내놓은 맥킨토시에 MS 오피스를 공급하겠다는 약속까지 합니다. 이 협상을 통해 잡스 CEO는 수렁에 빠지기 직전이던 애플을 구해냈고, 다들 알다시피 이후 1998년에 내놓은 아이맥 첫 제품 흥행으로 턴어라운드에 나섭니다. 1999년 말이 되면 애플이 보유한 회사채 잔액은 3억달러로 줄어듭니다. 그리고 2001년 첫 아이팟을 세상에 선보이며 회사를 완전히 살려놓게 됩니다.애플이 처음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건 1994년이었습니다. 당시 6.5%의 쿠폰금리에 10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를 찍었습니다. 기적 같은 턴어라운드 덕에 이 회사채가 만기 도래하는 2004년 2월에 애플은 48억달러에 이르는 현금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2003년 10월 말 2003회계연도 결산 보고서를 낸 애플은 “우리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활용해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를 상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썼습니다. 실제 2004년 2월 회사채를 상환한 날, 잡스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메모에서 “우리 회사에게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라며 감격해 했습니다.옛 이야기가 너무 장황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애플이 한동안 회사채시장을 완전히 떠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 반드시 언급해야할 내용입니다. 무분별하게 발행한 회사채로 인해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던 애플로서는 아마 `다시는 회사채를 찍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실제로도 애플은 1994년에 발행한 회사채를 만기 상환한 뒤 한 번도 회사채 발행에 나서지 않았습니다.분기별 애플의 회사채 발행 잔액 추이그러다 잡스 사후 CEO에 오른 팀 쿡 체제였던 2013년 애플은 근 20년 만에 다시 회사채시장으로 돌아옵니다. 그렇게 2013년부터 회사채 발행을 재개하며 적절한 빚테크를 시작한 애플은 현재 총 1030억달러 수준의 회사채 발행잔액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중 만기가 가장 긴 회사채가 2047년 상환 예정인데요. 애플은 당장 내일부터라도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판매하지 않더라도 2047년까지 모든 회사채 이자와 원금을 갚고도 남는 1928억달러 현금을 가지고 있습니다.잡스와 달리 안정적 관리자로서의 차별적 역량을 가진 쿡 CEO는 투자자와 시장가치를 가장 중요한 경영원칙으로 내세웁니다. 금리가 낮을 때 회사채를 찍어 싼 비용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써서 주가를 부양하는 식이죠. 미국 기업 중 가장 많은 막대한 현금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미국 내로 송금하면서 최고 35%에 달하는 세금을 물 이유가 없었던 겁니다. 다만 쿡 CEO는 2017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해외현금의 본국 송금에 붙는 세율을 최고 35%에서 일회에 한해 15.5%까지 낮춰주자 해외에 쌓아둔 현금을 들여오면서 3년 가까이 회사채 발행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습니다.애플이 다시 회사채 발행시장을 기웃거린 건 작년 하반기였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경제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자 작년 8월 무려 10년 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합니다. 그리곤 연말까지 두 차례 더 기준금리를 내립니다. 이 때 민첩한 애플은 8월 금리 인하 직후인 9월에 70억달러 어치 회사채 발행에 나섭니다. 또 올 들어 코로나19 팬데믹 쇼크로 연준이 제로(0)금리 정책을 쓰자마자 애플은 5월에 85억달러 어치 회사채를 찍습니다. 당시 애플은 만기 3년부터 30년까지 다양한 구간에서 회사채를 찍었는데, 3년과 5년 만기 회사채 쿠폰금리는 각각 0.75%, 1.125%였습니다. 시장조사업체인 레피니티브IFR에 따르면 이는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발행금리였습니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애플은 코로나19 직후 시장이 폭락하자 385억달러 어치 자사주를 매입했고 배당도 주당 82센트로 6% 정도 늘렸습니다. 이 덕에 애플 주가는 코로나19 하에서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이죠. 애플은 회사채 발행과 해외현금 본국 송금 등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자사주를 적극 매입, 소각해 발행주식수를 줄임으로써 주가 랠리에 힘을 보탰다.흥미로운 건 통상 한 해 한 차례 정도만 회사채를 찍었던 애플이 올해엔 5월에 이어 8월에 또다시 회사채를 발행했다는 겁니다. 역사적인 저(低)금리 하에서 값싼 자금을 넉넉하게 확보해 두자며 아마존과 알파벳(구글 모기업) 같은 초우량 기업들까지 뛰어든 탓에 2분기 미국 회사채 발행규모가 역대 최대치에 이르고 있는데요. 애플도 이에 동참한 겁니다. 이번 발행규모는 5월보다 다소 줄어든 55억달러인데요. 애플은 만기 5년과 10년, 30년, 40년 등 총 4개의 트렌치로 회사채를 찍었습니다. 40년 만기 회사채는 국채금리에 118bp 가산금리를 붙였습니다. 애초 주관사들과는 135bp의 가산금리로 협의했지만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리며 금리가 훨씬 더 낮아졌습니다. 이는 국채대비 +130bp였던 아마존 회사채에 비해 훨씬 싼 겁니다. 다만 신용등급이 한 단계 더 높은 알파벳의 108bp에 비하면 조금 더 높긴 합니다. 또한 10년 만기 회사채의 경우 국채대비 75bp 가산금리가 붙었는데요. 이는 앞서 5월에 발행한 10년물의 100bp보다 훨씬 더 낮아진 겁니다. 특히 이는 애플과 같은 `AA` 신용등급을 가진 다른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평균 금리보다 50bp 이상 낮은 수준이라는 겁니다. 회사채 금리가 코로나19 이후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투자적격등급이건 투기등급이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연준은 코로나19 쇼크로 인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투자적격등급 회사채부터 코로나19 이후 투기등급으로 강등된 이른바 `추락천사(Fallen Angel)` 등 일부 정크본드까지 매입하는 유통시장회사채매입기구(SMCCF)를 가동했습니다. 총 12개 업종, 794개 기업을 인덱스로 만들어 상장지수펀드(ETF) 형태로 매입하는 방식을 썼는데, 연준은 국내외 자동차 할부금융업체를 제외하곤 애플 회사채를 거의 가장 많이 사들였습니다. 이달 초까지 총 123억달러 어치 회사채를 샀는데 이 중 1.5% 안팎이 애플 회사채였습니다.벤자민 조셉 모닝스타 글로벌 채권부문 전략가는 “연준의 제로금리로 몇 개월 전에 비해 시장금리가 엄청 낮아진데다 SMCCF 덕에 조달금리가 20~50bp 더 낮아졌다”며 “애플처럼 재무제표가 좋고 신용도가 좋은 기업에게는 리파이낸싱에 나설 수 있는 엄청난 기회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사실상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며 국민 혈세로 애플처럼 디폴트 위험이 사실상 제로(0)인 기업의 회사채를 왜 사주느냐는 비판이 일었지만, 애플은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경영전략을 세운 겁니다.이처럼 애플은 늘 시장금리가 바닥권에 근접했을 때 회사채 발행에 나서 장기자금을 조달하는 절묘한 타이밍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잡스에게는 없었던 쿡 CEO의 이 같은 전략적 관리능력이, 혁신을 잃어가는 애플 주가를 역사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3%대였던 애플의 10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현재 1%대로 뚝 떨어졌습니다. 1.7% 수준인 애플 배당수익률보다도 낮고요. 매년 10% 수준의 이익 성장세도 향유하지 못하죠. 결국 애플은 저리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어서 자금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하고,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회사채 조달자금으로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투자하니 득이 되는 윈윈(win-win)이라 볼 수 있습니다.
  • [이정훈의 마켓워치]<22>글로벌자금 블랙홀 된 中국채시장
    <22>글로벌자금 블랙홀 된 中국채시장
    이정훈 기자 2020.08.13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 대부분 국가의 국채시장을 보면 금리가 제로(0)에 가깝거나 심지어 마이너스(-)까지 내려가 있습니다. 경기는 침체상태이고, 이를 살리기 위해 중앙은행과 재정당국이 막대한 돈을 쏟아붓다 보니 자연스레 국채시장은 강세랠리를 보이고 있는 것이죠. 해이든 브리스코 UBS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채권부문 대표는 “지금 같은 시장 상황에서 중국 국채시장이야말로 전 세계에서도 가장 훌륭한 투자처라고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중국 국채시장은 미국과 유로존 등 다른 나라 국채시장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전 세계 국채시장은 강세랠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글로벌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들이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부양조치를 내놓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이 같은 돈 풀기가 국채금리를 아래로 끌어 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책금리는 제로(0) 수준까지 낮아져 있고 추가로 양적완화 프로그램까지 가동되는 등 비전통적 통화부양 수단까지 총동원되고 있고 재정당국의 대규모 재정부양까지 가세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이제 마이너스(-) 실질금리도 요란 떨 일이 아닌 지경까지 온 것이죠. 현재 미국의 10년만기 국채금리는 0.70% 언저리에 머물러 있고,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금리는 -1.0% 수준까지 내려 왔습니다. 이뿐 아니라 만기가 같은 일본 국채와 독일 국채(분트) 금리도 각각 0.01%와 -0.48% 수준에 와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유독 중국 국채시장만 이 같은 글로벌 흐름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 10년만기 중국 국채금리는 지난 4월에 기록한 2.4% 저점을 딛고 이제 3% 위로 올라서면서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그렇다면 중국 국채금리는 왜 이처럼 나홀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을까요.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첫째, 중국은 코로나19 사태를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겪었던 만큼 가장 일찍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그 덕에 거시경제가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이는 증시로의 대규모 자금 유입을 부추기고 있구요. 특히 미국과 유럽 등과 달리 코로나19의 재유행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지표 상으로 확인되는 중국 경제활동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실제로도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합친 복합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여전히 기준선인 50 아래를 밑돌고 있는 미국이나 유로존과 달리, 중국은 이미 PMI가 50을 훌쩍 넘으며 경기가 확장국면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중국과 미국, 유로존의 복합(제조업+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 I) 추이. 중국 PMI가 앞서 반등한 뒤 확장세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유로존의 PMI는 여전히 50선 아래에 머물러 있다.이처럼 방역당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비교적 잘 통제하고 있는 가운데 자국 내 언론들도 연일 긍정적인 뉴스를 쏟아내면서 정책당국 역시 안정적인 흐름 속에서 금융시장을 잘 관리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죠. 이 때문에 전형적인 `주식시장 강세와 채권시장 약세`가 동반해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둘째, 중국 국채시장은 향후 시장 내에서의 공급물량 확대 부담을 미리 가격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자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재정확대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개혁개방정책을 시행한 40년 간 단 한 차례도 연간 국내총생산(GDP)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3%를 넘도록 용인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재정정책에 있어서 일종의 금과옥조와도 같았고, 실제 지난해에도 재정적자 비율은 GDP대비 2.8%였습니다. 그런 중국이 올해 양회에서는 재정적자 비율 목표를 3.6%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투자은행들은 올해 중국의 재정적자는 실제 GDP대비 4~5%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해졌고, GDP대비 3.6%의 재정적자만 상정해도 늘어나는 적자국채 발행량이 1조위안(원화 약 170조원)에 이른다는 계산입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1조위안 규모로 코로나19 특별국채까지 발행하고 있으니 총 늘어나는 국채 발행규모는 2조위안에 이르게 되는 겁니다. 이에 시장에서는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국채 발행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끝으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추가적인 부양적 통화정책 기조를 접고, 안정적이고 중립적인 기조로 통화정책을 선회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어떤 조치든 다 하겠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들과는 스탠스 자체가 다른 것이니 국채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겠죠. 중국 인민은행은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올 2월에 10bp, 4월에 20bp 각각 인하하는데 그쳤다.물론 인민은행도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낮추며 경기 부양에 힘써왔습니다. 그러나 중국 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절정이던 지난 2월에 사실상 기준금리인 1년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10bp 인하했고, 두 달 뒤인 4월에 20bp 인하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단 번에 150bp나 기준금리를 내린 연준에 비할 바가 아니었죠. 대신 1년 만기 중기 대출금리를 3.30%에서 2.95%로 내리는 등 다양한 유동성 공급수단을 활용했습니다. 그랬던 인민은행은 최근 경제지표가 살아나자 균형적인 공개시장조작으로 돌아서며 추가적인 돈 풀기를 자제하고 있습니다. 유동성 공급 차원에서는 오히려 다소 타이트해지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궈카이(郭凱) 인민은행 통화정책국 부국장은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해 이뤄졌던 정책과 조치들은 그 목적이 달성된 이후에는 퇴장해야 한다”며 이를 공식화했습니다. 더구나 “시장금리가 지나치게 낮아지면 자금 흐름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오히려 금리 상승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까지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최근 중국 국채금리를 끌어올린 이들 세 가지 요인은 당분간 유효할 것으로 보입니다. 멀리 보면 앞으로의 중국 경제 성적표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당분간 중국 국채금리는 코로나19 회복국면에서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중국 국채시장은 외국인 투자자금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경제 분석기관인 CEIC에 따르면 지난 2분기(4~6월) 중 위안화 표시 중국 국채를 사들인 외국인 자금 규모는 4조3000억위안(약 740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실제로도 다른 주요 선진국이나 이머징마켓 내 동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 중국 국채의 명목금리는 대단히 높은 수준이고 달러화대비 헤지 비용을 감안해도 중국 국채는 투자매력이 높은 고금리 투자처니 외국인 투자금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중국 국채금리는 다른 선진국 대비 절대금리 수준에서 투자 매력이 높고 심지어 위안화 헤지비용을 감안해도 매력이 높은 편이다. (자료=HSBC)아울러 이 덕에 위안화 역시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인민은행의 통화부양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데다 이렇게 외국인의 국채 투자수요가 몰리니 위안화가 절상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급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 속에서도 위안화가 오히려 `1달러=7위안` 아래로 내려와 안정적인 강세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다만 중국 국채금리가 계속 이렇게 상승할 것이라고 보진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국 주식시장이 추가 상승에 부담을 느끼면서 선제적으로 국채 투자를 줄였던 자국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을 더 이탈할 것 같진 않기 때문이죠. 공급물량 증가를 선반영했다 보니 향후 큰 폭으로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아울러 당장엔 안정적인 것 같아 보이겠지만 중국 경제도 낙관할 순 없습니다. 생산자물가 기준으로 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마이너스(-) 수준이며 실업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수출이나 소매판매도 정상보다 다소 낮은 수준입니다. 강한 내수나 글로벌 시장 회복으로부터 아직 큰 수혜를 보지 못하다보니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추가적인 부양책을 필요로 할 수도 있습니다. 인민은행도 이에 대비해 실탄을 비축해둔 뒤 경제 상황에 따라 언제든 지급준비율이나 대출우대금리 인하 등에 나설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이라면 국채금리는 추가 상승 후 아래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 국채금리의 상대적 투자매력이 해외자금 유입을 더 부추길 수 있고, 이는 향후 금리를 끌어 내리는 요인이 될 겁니다. 현재 중국 국채시장에서의 외국인 보유율은 9% 정도에 불과합니다. 특히 역내시장을 감안하면 전체 보유율은 5% 정도에 그치는데요. 얼마 전 블룸버그 바클레이즈 글로벌 채권지수가 중국 국채와 은행채를 지수에 편입했고, 그 영향으로 내년이면 여타 글로벌 채권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의 중국 국채 투자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국내 채권에 대한 외국인투자자들의 투자도 올 들어 7월말까지 이미 219억달러(원화 약 25조9200억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는 글로벌 달러화 품귀 속에서도 우리 원화나 자본시장이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버팀목 중 하나였습니다. 그렇다 해도 코로나19 위기 이후 보여준 중국 당국의 대응은 특히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겐 큰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하겠습니다.
  • [이정훈의 마켓워치]<21>弱달러와 증시랠리 얼마나 이어질까
    <21>弱달러와 증시랠리 얼마나 이어질까
    이정훈 기자 2020.08.08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뉴욕증시 상승랠리가 버블이라고요? 지금 시장이 오르는 건 기업들이 이익 증가세를 보이고 향후 실적 전망도 양호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달러 약세로 인해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크고 그 배후에는 미국 경제를 망가뜨리지 않으려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선택이 있었을 겁니다. 이 때문에 연준이 증시 버블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하고 싶다면 마음대로 하세요.”펀드매니저 출신으로 투자관련 작가로, 또 방송 투자전문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짐 크레이머는 얼마 전 자신이 미국 CNBC에서 진행하고 있는 <매드 머니(Mad Money)>라는 프로그램에서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특유의 독설과 강한 어조로 유명한 그는, 바로 전날 같은 방송사의 다른 프로그램에서 “지금의 뉴욕증시는 버블 상태이니 미국 주식 투자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경고한 제러미 그랜텀 GMO 공동설립자를 겨냥해 이렇게 반박한 겁니다. 연준은 미 경제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그 결과물로서의 달러 약세가 미국 기업 이익을 늘려주고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으니 이게 왜 버블이냐는 것이죠.실제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3월 중순 코로나19가 팬데믹(전 세계 대유행)으로 확산되자마자 3주만에 9%나 폭등해 102.99까지 올라갔지만, 이후 미끄러져 내려왔습니다. 현재 93선 안팎이니 넉 달여만에 고점대비 10%나 폭락한 겁니다. 특히 7월 한 달간 5%나 하락하며 최근 10년만에 가장 큰 월간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미국 달러 가치가 7월 한 달간 5%나 하락했다. 이는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경기 침체가 본격화한 2010년 이후 10년 만에 기록한 월간 최대 낙폭이었다.흥미로운 건 달러화 약세가 과하다 보니 주식 외에 다른 자산 가치도 동시에 뜨고 있다는 겁니다. 달러화를 대체할 만한 투자자산으로 부각되며 금(金)이 역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했고 은(銀) 가격 또한 덩달아 급등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디지털 금`이라는 별칭을 가진 비트코인 마저 다시 1만2000달러에 육박하며 1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이제 미국 달러화가 대세 하락국면에 진입했느냐를 두고 시장에서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는 형국인데요. 달러 약세가 얼마나 더 계속될 것인가를 점쳐 보려면 우선 지금까지의 달러 약세 원인을 파악해야 할텐데요. 코로나19가 미국 남부를 중심으로 재확산하면서 미국 경제 회복세가 서서히 정체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실망감이 있고 그로 인해 연준의 통화부양기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실제 최근 나타난 달러화 약세 가운데서도 미 국채금리는 오히려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 있습니다. 이는 미국 경제 성장률이 당분간 의미있는 회복세를 보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한 것이며, 이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가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미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을 다 쓸 수 있다”고 공언한 것이죠. 아울러 금과 은, 비트코인 랠리가 입증하듯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약화하고 있다는 것도 원인입니다. 계속된 연준의 돈 풀기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 취약한 미국 정치 등이 달러화의 글로벌 기축통화 지위를 약화시키거나 심지어 상실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중국 때리기에 열을 올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를 낙마시키기 위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민주당이 만들어내는 국내외적인 잡음이 그런 우려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죠.이 때문에 지난 2011년부터 이어진 유로존 재정위기에서도 분열했던 유럽 마저도 7500억유로(원화 약 1060조원)의 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 조성에 합의하며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마당에 미국 의회와 정치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모두가 가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7월 한 달 동안에만 달러대비 유로 가치가 7% 급등한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인데요. 이는 유로화가 출범한 이후 월간으로 최대 상승폭이었습니다. 달러대비 유로화 가치는 최근 급상승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크게 저평가돼 있는 반면 무역가중환율 기준 유로 가치는 역사상 최고수준에 근접해 있다.이제 관건은 이같은 달러 약세가 얼마나 더 이어질 것인가 하는 건데요. 이는 선진국을 대변하는 주요 10개국(G10) 통화와 이머징마켓 통화로 나눠서 살펴 보는 게 유용할 듯 합니다. 일단 G10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는 지난 2014~2015년 큰 폭으로 상승한 뒤 꾸준히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이는 주로 선진국들의 통화정책에서 기인한 건데요.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동시에 최대한의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이같은 패턴이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실제 달러대비 유로화 환율은 최근 상승에도 불구하고 역사상 최고치에 비해 한참 못미치지만, 무역가중 환율 기준으로는 지난 2008~2009년 고점에 거의 육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유로화 추가 상승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실질 국내총생산(GDP) 수준으로 보면 미국은 코로나19 쇼크에도 불구하고 2008년 당시보다 10% 이상 높지만, 독일은 2008년 수준에,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그보다 20% 이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처럼 디플레이션 리스크 측면에서 미국보다 유로존이 훨씬 더 불리하기 때문에 유로 가치 상승이 추세적으로 이어지긴 어려워 보입니다. 이머징마켓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는 2014~2015년 큰 폭 상승 이후 정체되다가 작년에 10% 이상 또다시 가파르게 뛰었습니다. 작년에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자원이 많은 신흥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은 탓이었는데요.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 해도 중국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한 부양책을 펴며 국제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렸던 반면 최근엔 인프라 투자가 없어 달러화 약세가 이머징 통화 반등에 제한적 역할만 하고 있습니다.더구나 최근 대규모 투매(sell-off)에도 불구하고 달러화는 여전히 이머징 통화대비 10% 이상 높은 수준인데요. 달러대비 중국과 동아시아 통화 가치가 크게 뛴데 반해 브라질과 칠레, 터키와 이집트,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 등 통화 가치는 여전히 부진한 것이 원인입니다. 특히 아르헨티나와 레바논, 에콰로드 등이 이미 디폴트를 선언한 상태고, 무디스에 따르면 신흥국 투기(정크)등급 회사채 가운데 13.7%가 내년 3월까지 디폴트에 빠질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라 달러는 이머징 통화대비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투기세력들의 달러 숏(매도) 포지션이 역사상 최대치까지 늘어나며 달러가치가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아울러 최근 커진 달러화에 대한 불신도 마찬가집니다. 코로나19가 절정이던 지난 3월 글로벌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품귀가 벌어졌을 때 달러화의 국제적 역할에 대한 신뢰는 더 강화됐을 겁니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스템에서 연준의 역할을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은 뚜렷하게 각인됐을 겁니다.결국 이를 종합할 때 달러화가 언젠가 추세적인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있겠지만 지금 당장 그런 흐름이 나타날 것 같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데이터를 봐도 달러화 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투기세력들의 선물 매도 포지션이 역사상 최고 수준까지 높아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매도가 더 늘어나기보다는 이 포지션이 서서히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달러화 가치가 횡보 내지 반등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다만 달러 약세가 어느 정도 더 이어질 수 있는 건, 시장참가자들의 기대가 그 방향으로 쏠려있기 때문인데요. 기대 쏠림을 되돌리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실제 로이터가 지난달 31일부터 8월5일까지 62명의 외환시장 전략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33명이 “적어도 6개월 정도 달러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특히 24명은 “1년 이상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점쳤습니다. 반면 “달러 약세가 6개월 내에 멈출 것”이라고 답한 전문가는 15명이었고, 11명은 “3개월 이내에 멈출 것”으로 봤고, “달러가 곧 강세로 돌아설 것”으로 본 전문가는 단 3명에 그쳤습니다.또 하나의 관심사는 달러 약세가 증시랠리를 이끄는 형국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하는 건데요. 미국의 경우 달러화 약세가 대형 테크주를 중심으로 한 미국 다국적 기업들의 실적 개선을 도와 증시 상승세를 이끌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달러값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뚜렷한 역(逆)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자금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머징마켓에서 급격하게 빠져 나갔지만, 최근 달러 약세에도 의미있는 재유입을 보이지 않고 있다.그러나 약달러가 신흥국 증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제한적일 겁니다. 통상 달러 가치 하락은 글로벌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커질 때 나타나는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죠. 앞서 얘기한대로, 신흥국 내에서도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달러 약세의 수혜를 제대로 누릴 국가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최근 자금흐름에서도 잘 나타나는데요. 지난 2018년 1분기에 달러화 가치가 2.5% 하락했을 때 이머징마켓으로의 자금 순유입은 1180억달러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최근 넉 달간 달러 가치가 그 2배인 5%나 떨어졌는데도 지금까지 이머징마켓으로 순유입된 자금은 700억달러를 살짝 넘는데 그쳤습니다. 그나마 이머징마켓에 제한적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한국을 찾을 수 있도록 할 수 있을지는 우리 경기 회복 모멘텀이 달려있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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