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쓰리 J’(three J).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번 은행 줄도산 위기를 두고 명명한 ‘소방수들’이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의 이름(first name) 첫 글자를 딴 명칭이다. 정책당국 핵심 수장인 옐런 장관과 파월 의장은 그렇다 쳐도, 민간 금융사 수장인 다이먼 회장이 한 자리를 차지한 것은 다소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한국으로 따지면 자산 1위의 특정 금융그룹 회장이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와 함께 금융 시스템 리스크 방어에 나설 꼴이기 때문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사진=AFP 제공)◇은행마다 직접 전화 돌린 다이먼그러나 다이먼 회장의 지난 일주일을 돌아보면, 사실상 당국자 이상의 역할을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유동성 위기설이 처음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지난 8~9일(현지시간). 고객들의 예금 인출 요구에 대응하고자 매도가능증권(AFS·만기 전 팔 의도로 매수한 주식·채권)을 모두 팔았고, 이에 따라 18억달러 손실을 내면서다. 야후파이낸스 등 외신을 종합하면, 다이먼 회장은 이때부터 위기를 감지하고 최고위 당국자들과 물밑 논의를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SVB를 전격 폐쇄한 10일에는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과 만났다. 그 직후 주말 내내 이어진 비보험 예금 보호 조치 등 주요 대책들이 다이먼 회장과의 조율 끝에 나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의 존재감은 13일 또 다른 지역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며 더 드러났다. 다이먼 회장은 다음날인 14일부터 본격적으로 옐런 장관, 파월 의장과 통화하며 대응책을 강구했고, ‘민간 주도’ 구제 대책을 이끌어 나갔다. 한 소식통은 야후파이낸스에 “옐런 장관이 주요 은행들이 참여하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전했다.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에서 착안한 것이다. 당시 러시아 채권을 대거 보유했던 LTCM이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지불 유예)으로 파산설이 불거졌을 때, 연준은 14개 금융회사로부터 36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이끌어 냈다.문제는 다른 은행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었는데, 각 은행에 직접 전화를 돌리는 역할은 다이먼 회장이 했다. 그렇게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웰스파고 같은 초대형 은행들이 참여하기로 했고, 결국 16일 오후 11개 주요 은행들은 300억달러를 끌어모아 퍼스트리퍼블릭 구제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그 과정에서 연준 부의장 출신인 라엘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도 막후 조율을 했다고 한다. 미국 금융가에서는 그가 왜 ‘월가 황제’로 불리는지 여실히 보여줬다는 말이 나왔다.◇“누구든 다이먼 전화는 받는다”그렇다면 옐런 장관이 기댈 수밖에 없는 다이먼 회장의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무엇보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경륜에서 비롯했다는 관측이 많다. 월가 뮤추얼펀드의 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결국 이번 사태는 1998년 LTCM처럼 끝날지, 아니면 2008년 베어스턴스처럼 끝날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LTCM은 대마불사(大馬不死) 논란에도 어쨌든 위기까지 번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2008년은 달랐다. 베어스턴스가 2008년 3월 파산한 뒤 그해 9월 리먼 브러더스가 무너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는 본격화했다. SVB 파산 이후 리먼 브러더스 같은 ‘더 큰 은행’이 무너진다면, 정말 위기가 올 수도 있는 셈이다. 이때 베어스턴스를 인수한 곳이 JP모건체이스였고, 다이먼 회장은 당시 JP모건체이스 회장을 맡고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살아남은 월가 최고경영자(CEO)는 그가 유일하다. 또 다른 월가 고위인사는 “다이먼 회장이 옐런, 파월, 브레이너드보다 사태를 보는 눈이 몇 수는 더 위일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기 당시 옐런 장관은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파월 의장은 글로벌 인바이런먼트펀드 파트너를, 브레이너드 위원장은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을 각각 맡고 있었다. 1981년생인 아데예모 부장관은 사회 초년생이었다.제프리 소넨펠드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세계 금융계에서는 모두 다이먼 회장의 전화는 받는다”며 “그는 전문성과 권위, 보기 드문 판단력으로 업계에서 오래 몸담아 왔다”고 전했다.◇“이상한 정책” 일각서 비판론도다만 이번 위기 국면은 막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다이먼 역할론’은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11개 은행의 구제안 발표 직후인 18일 32.80% 폭락했다. 이번 사태의 파장과 규모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월가 일각에서는 민간 대형 은행들이 직접 지원하는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 역시 있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회장은 “이번 개입이 전이 위험을 확산했다”며 “잘못된 정책”이라고 경고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대형 은행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투자자문사 블리클리 파이낸셜그룹의 피터 부크바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옐런 장관이 월마트, 코스트코, 타깃, 아마존을 불러서 다른 소매체인의 상품을 사도록 했다고 상상해 보라”라며 “이번 구제는 매우 이상하다”고 했다.
김정남 기자2023.03.19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쓰리 J’(three J).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번 은행 줄도산 위기를 두고 명명한 ‘소방수들’이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의 이름(first name) 첫 글자를 딴 명칭이다. 정책당국 핵심 수장인 옐런 장관과 파월 의장은 그렇다 쳐도, 민간 금융사 수장인 다이먼 회장이 한 자리를 차지한 것은 다소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한국으로 따지면 자산 1위의 특정 금융그룹 회장이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와 함께 금융 시스템 리스크 방어에 나설 꼴이기 때문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사진=AFP 제공)◇은행마다 직접 전화 돌린 다이먼그러나 다이먼 회장의 지난 일주일을 돌아보면, 사실상 당국자 이상의 역할을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유동성 위기설이 처음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지난 8~9일(현지시간). 고객들의 예금 인출 요구에 대응하고자 매도가능증권(AFS·만기 전 팔 의도로 매수한 주식·채권)을 모두 팔았고, 이에 따라 18억달러 손실을 내면서다. 야후파이낸스 등 외신을 종합하면, 다이먼 회장은 이때부터 위기를 감지하고 최고위 당국자들과 물밑 논의를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SVB를 전격 폐쇄한 10일에는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과 만났다. 그 직후 주말 내내 이어진 비보험 예금 보호 조치 등 주요 대책들이 다이먼 회장과의 조율 끝에 나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의 존재감은 13일 또 다른 지역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며 더 드러났다. 다이먼 회장은 다음날인 14일부터 본격적으로 옐런 장관, 파월 의장과 통화하며 대응책을 강구했고, ‘민간 주도’ 구제 대책을 이끌어 나갔다. 한 소식통은 야후파이낸스에 “옐런 장관이 주요 은행들이 참여하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전했다.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에서 착안한 것이다. 당시 러시아 채권을 대거 보유했던 LTCM이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지불 유예)으로 파산설이 불거졌을 때, 연준은 14개 금융회사로부터 36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이끌어 냈다.문제는 다른 은행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었는데, 각 은행에 직접 전화를 돌리는 역할은 다이먼 회장이 했다. 그렇게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웰스파고 같은 초대형 은행들이 참여하기로 했고, 결국 16일 오후 11개 주요 은행들은 300억달러를 끌어모아 퍼스트리퍼블릭 구제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그 과정에서 연준 부의장 출신인 라엘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도 막후 조율을 했다고 한다. 미국 금융가에서는 그가 왜 ‘월가 황제’로 불리는지 여실히 보여줬다는 말이 나왔다.◇“누구든 다이먼 전화는 받는다”그렇다면 옐런 장관이 기댈 수밖에 없는 다이먼 회장의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무엇보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경륜에서 비롯했다는 관측이 많다. 월가 뮤추얼펀드의 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결국 이번 사태는 1998년 LTCM처럼 끝날지, 아니면 2008년 베어스턴스처럼 끝날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LTCM은 대마불사(大馬不死) 논란에도 어쨌든 위기까지 번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2008년은 달랐다. 베어스턴스가 2008년 3월 파산한 뒤 그해 9월 리먼 브러더스가 무너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는 본격화했다. SVB 파산 이후 리먼 브러더스 같은 ‘더 큰 은행’이 무너진다면, 정말 위기가 올 수도 있는 셈이다. 이때 베어스턴스를 인수한 곳이 JP모건체이스였고, 다이먼 회장은 당시 JP모건체이스 회장을 맡고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살아남은 월가 최고경영자(CEO)는 그가 유일하다. 또 다른 월가 고위인사는 “다이먼 회장이 옐런, 파월, 브레이너드보다 사태를 보는 눈이 몇 수는 더 위일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기 당시 옐런 장관은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파월 의장은 글로벌 인바이런먼트펀드 파트너를, 브레이너드 위원장은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을 각각 맡고 있었다. 1981년생인 아데예모 부장관은 사회 초년생이었다.제프리 소넨펠드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세계 금융계에서는 모두 다이먼 회장의 전화는 받는다”며 “그는 전문성과 권위, 보기 드문 판단력으로 업계에서 오래 몸담아 왔다”고 전했다.◇“이상한 정책” 일각서 비판론도다만 이번 위기 국면은 막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다이먼 역할론’은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11개 은행의 구제안 발표 직후인 18일 32.80% 폭락했다. 이번 사태의 파장과 규모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월가 일각에서는 민간 대형 은행들이 직접 지원하는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 역시 있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회장은 “이번 개입이 전이 위험을 확산했다”며 “잘못된 정책”이라고 경고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대형 은행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투자자문사 블리클리 파이낸셜그룹의 피터 부크바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옐런 장관이 월마트, 코스트코, 타깃, 아마존을 불러서 다른 소매체인의 상품을 사도록 했다고 상상해 보라”라며 “이번 구제는 매우 이상하다”고 했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지난 2일 오후 2시께(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에 위치한 대형 소매체인 타깃(Target). 매장에 들어선 이후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의류 코너의 재고 할인 판매였다. 한쪽은 여성 의류를 쭉 걸어놓고 ‘50% 할인’ 팻말을 붙여놓았고, 그 옆에는 듬성듬성 아동복을 두고 30% 할인을 한다고 알렸다.할인은 매장 곳곳에서 이뤄졌다. 30온스(oz) 볶은 땅콩은 정가보다 2달러 싼 14.99달러에 팔고 있었다. 피넛버터 초콜릿 리세스(reese’s)는 한 봉지 6.66달러짜리를 3.79달러로 싸게 팔았고, 두 봉지를 가져가면 7달러만 받겠다고 했다. 그밖에 가정용품, 침구류, 학용품 등도 대대적으로 할인 판매를 하고 있었다. 곧바로 타깃 온라인에 접속해보니, 재고 할인 품목은 무려 3000개 가까이 됐다. 매장에서 장을 보던 리사(44)씨는 “음료, 과자, 냉동식품 등을 살 때 저가형 마트를 많이 이용했는데, 이제는 내부가 깔끔한 타깃을 자주 온다”고 전했다.반면 ‘테크 센터’는 썰렁했다. TV, 휴대폰, 노트북, IT 액세서리 등을 파는 곳이다. 바로 옆에 위치한 게임기, 게임팩, 음악 CD, 장난감 코너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현장의 한 타깃 관계자는 “지난해 말 연휴 시즌 이후 새해 들어서는 게임팩 등의 판매가 줄고 있다”고 전했다.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에 위치한 대형 소매체인 타깃(Target)에서 재고 할인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김정남 특파원)◇나이키마저 운동화 ‘재고떨이’타깃의 분위기는 요즘 미국의 소비 패턴 변화를 대변하고 있다. 초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면서 일상에 필요한 식료품을 중심으로 구매한 후 집에서 직접 요리해서 먹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악성 재고를 떨어내려는 유통체인의 전략과 맞물려 소비 전반은 꺾이지 않는 듯한 기류다. 그러나 속내를 자세히 보면 생활에 꼭 필요하지는 않은 이른바 임의소비재(discretionary items)는 부진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소비는 점차 둔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이데일리가 미국 유통업계의 2023회계연도 4분기(지난해 11월~올해 1월) 실적을 분석해보니, 대다수 유통 공룡들은 3%대 영업이익률에 머물렀다. 타깃은 3.7%를 기록하면서 1년 전(6.8%) 대비 급락했다. 월마트의 경우 같은 기간 4.5%에서 3.3%로 낮아졌다. 전사적으로 ‘눈물의 재고떨이’를 펼치는 와중에 이익이 많이 남는 전자제품, 게임기 등의 판매가 부진했던 탓이다. 타깃과 월마트 모두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1.3%, 7.3% 늘었으나, 정작 영업이익은 각각 44.7%, 5.5% 줄었다. 그 과정에서 타깃의 재고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이후 43%→36%→14%를 보였다가, 4분기 -2.9%로 떨어졌다.브라이언 코넬 타깃 최고경영자(CEO)는 CNBC에 나와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고 매우 완고하다”며 “소비자들이 필수소비재를 집중적으로 소비하는 매우 어려운 환경”이라고 토로했다.전자제품 전문점인 베스트바이(Best Buy)는 사정이 더 심상치 않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147억달러)은 10.0%, 영업이익은 25.7% 각각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4.9%에서 4.1%로 떨어졌다. 기자가 2일 오후 찾아간 동네 인근 베스트바이 매장은 고객보다 직원이 더 많아 보였다. 휴대폰 코너에만 몇몇이 있었고, 특히 각종 가전 코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인근 나이키 매장 역시 재고떨이에 한창이었다. 한쪽 벽면 전체에 20% 할인 운동화를 배치했고, 고객들은 그곳에만 몰려 있었다. 예컨대 150.00달러짜리 게놈 에어 맥스는 104.99달러에, 50.00달러짜리 플렉스 러너2 러닝화는 39.00달러에 각각 팔고 있었다. 월가 금융사의 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나이키는 높은 물가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용품 업계에서 가장 이익을 많이 내고 있는 곳”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재고 급증은 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9~11월 당시 나이키의 재고는 1년 전보다 43% 늘어난 93억달러에 달했다.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에 위치한 전자제품 전문점 베스트바이(Best Buy) 매장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정남 특파원)◇가격 부담에 외식 점점 줄인다소비 패턴 변화는 식탁 풍경까지 바꿔놓고 있다. 사람들이 값비싼 외식을 점점 부담스러워 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한 한식당에서 돌솥비빔밥과 도미구이 정식을 각각 주문했더니, 음식값에 세금과 팁을 포함해 46달러 이상이 나왔다. 한국 돈으로 6만원이 넘는다. 그 대신 식재료를 사서 집에서 해먹으면 그보다 절반 이상 아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람들이 집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조리를 더 하고 있는 덕에 (식음료품을 중심으로) 타깃과 월마트의 매출액이 늘었다”고 전했다.게다가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식재료를 구하려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 독일계 초저가 마트 알디(Aldi)에서 만난 헬렌(43)씨는 알디의 자체 브랜드(PB) 상품인 0.5갤런(1갤런=3.785ℓ)짜리 유기농 우유 ‘심플리 네이처’를 구매했다. 가격은 1개당 3.79달러였다. 유명 브랜드 ‘호라이즌’ 유기농 우유(5.99달러)보다 훨씬 싸다. 헬렌씨는 “알디는 가격을 낮추고 군더더기를 최소화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독일 느낌이 강하다”며 “저렴하지만 질은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알디와 리들(Lidl) 등 유럽계 초저가 매장은 인플레이션 폭등 와중에 실적 고공행진을 벌이는 것으로 미국 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업체들이다.상황이 이렇자 미국 소비가 차츰 둔화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아직은 코로나19 당시 모아둔 저축으로 버티고 있지만, 갑자기 소비 절벽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컨퍼런드보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신뢰지수는 102.9로 나타났다. 월가 예상치(108.5)를 밑돌았다. 전월(106)보다 낮았다. 지난달 기대지수는 69.7로 전월 76.0에서 더 떨어졌다. 기대지수가 80을 밑도는 것은 경기 침체의 신호다. 미국 최대 슈퍼마켓 운영업체인 크로거의 로드니 맥멀런 CEO는 “고객들이 저가 브랜드와 소용량 상품 위주로 구매하고 있다”며 “이미 불황에 빠진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했다.
김정남 기자2023.03.06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지난 2일 오후 2시께(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에 위치한 대형 소매체인 타깃(Target). 매장에 들어선 이후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의류 코너의 재고 할인 판매였다. 한쪽은 여성 의류를 쭉 걸어놓고 ‘50% 할인’ 팻말을 붙여놓았고, 그 옆에는 듬성듬성 아동복을 두고 30% 할인을 한다고 알렸다.할인은 매장 곳곳에서 이뤄졌다. 30온스(oz) 볶은 땅콩은 정가보다 2달러 싼 14.99달러에 팔고 있었다. 피넛버터 초콜릿 리세스(reese’s)는 한 봉지 6.66달러짜리를 3.79달러로 싸게 팔았고, 두 봉지를 가져가면 7달러만 받겠다고 했다. 그밖에 가정용품, 침구류, 학용품 등도 대대적으로 할인 판매를 하고 있었다. 곧바로 타깃 온라인에 접속해보니, 재고 할인 품목은 무려 3000개 가까이 됐다. 매장에서 장을 보던 리사(44)씨는 “음료, 과자, 냉동식품 등을 살 때 저가형 마트를 많이 이용했는데, 이제는 내부가 깔끔한 타깃을 자주 온다”고 전했다.반면 ‘테크 센터’는 썰렁했다. TV, 휴대폰, 노트북, IT 액세서리 등을 파는 곳이다. 바로 옆에 위치한 게임기, 게임팩, 음악 CD, 장난감 코너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현장의 한 타깃 관계자는 “지난해 말 연휴 시즌 이후 새해 들어서는 게임팩 등의 판매가 줄고 있다”고 전했다.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에 위치한 대형 소매체인 타깃(Target)에서 재고 할인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김정남 특파원)◇나이키마저 운동화 ‘재고떨이’타깃의 분위기는 요즘 미국의 소비 패턴 변화를 대변하고 있다. 초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면서 일상에 필요한 식료품을 중심으로 구매한 후 집에서 직접 요리해서 먹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악성 재고를 떨어내려는 유통체인의 전략과 맞물려 소비 전반은 꺾이지 않는 듯한 기류다. 그러나 속내를 자세히 보면 생활에 꼭 필요하지는 않은 이른바 임의소비재(discretionary items)는 부진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소비는 점차 둔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이데일리가 미국 유통업계의 2023회계연도 4분기(지난해 11월~올해 1월) 실적을 분석해보니, 대다수 유통 공룡들은 3%대 영업이익률에 머물렀다. 타깃은 3.7%를 기록하면서 1년 전(6.8%) 대비 급락했다. 월마트의 경우 같은 기간 4.5%에서 3.3%로 낮아졌다. 전사적으로 ‘눈물의 재고떨이’를 펼치는 와중에 이익이 많이 남는 전자제품, 게임기 등의 판매가 부진했던 탓이다. 타깃과 월마트 모두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1.3%, 7.3% 늘었으나, 정작 영업이익은 각각 44.7%, 5.5% 줄었다. 그 과정에서 타깃의 재고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이후 43%→36%→14%를 보였다가, 4분기 -2.9%로 떨어졌다.브라이언 코넬 타깃 최고경영자(CEO)는 CNBC에 나와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고 매우 완고하다”며 “소비자들이 필수소비재를 집중적으로 소비하는 매우 어려운 환경”이라고 토로했다.전자제품 전문점인 베스트바이(Best Buy)는 사정이 더 심상치 않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147억달러)은 10.0%, 영업이익은 25.7% 각각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4.9%에서 4.1%로 떨어졌다. 기자가 2일 오후 찾아간 동네 인근 베스트바이 매장은 고객보다 직원이 더 많아 보였다. 휴대폰 코너에만 몇몇이 있었고, 특히 각종 가전 코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인근 나이키 매장 역시 재고떨이에 한창이었다. 한쪽 벽면 전체에 20% 할인 운동화를 배치했고, 고객들은 그곳에만 몰려 있었다. 예컨대 150.00달러짜리 게놈 에어 맥스는 104.99달러에, 50.00달러짜리 플렉스 러너2 러닝화는 39.00달러에 각각 팔고 있었다. 월가 금융사의 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나이키는 높은 물가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용품 업계에서 가장 이익을 많이 내고 있는 곳”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재고 급증은 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9~11월 당시 나이키의 재고는 1년 전보다 43% 늘어난 93억달러에 달했다.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에 위치한 전자제품 전문점 베스트바이(Best Buy) 매장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정남 특파원)◇가격 부담에 외식 점점 줄인다소비 패턴 변화는 식탁 풍경까지 바꿔놓고 있다. 사람들이 값비싼 외식을 점점 부담스러워 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한 한식당에서 돌솥비빔밥과 도미구이 정식을 각각 주문했더니, 음식값에 세금과 팁을 포함해 46달러 이상이 나왔다. 한국 돈으로 6만원이 넘는다. 그 대신 식재료를 사서 집에서 해먹으면 그보다 절반 이상 아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람들이 집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조리를 더 하고 있는 덕에 (식음료품을 중심으로) 타깃과 월마트의 매출액이 늘었다”고 전했다.게다가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식재료를 구하려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 독일계 초저가 마트 알디(Aldi)에서 만난 헬렌(43)씨는 알디의 자체 브랜드(PB) 상품인 0.5갤런(1갤런=3.785ℓ)짜리 유기농 우유 ‘심플리 네이처’를 구매했다. 가격은 1개당 3.79달러였다. 유명 브랜드 ‘호라이즌’ 유기농 우유(5.99달러)보다 훨씬 싸다. 헬렌씨는 “알디는 가격을 낮추고 군더더기를 최소화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독일 느낌이 강하다”며 “저렴하지만 질은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알디와 리들(Lidl) 등 유럽계 초저가 매장은 인플레이션 폭등 와중에 실적 고공행진을 벌이는 것으로 미국 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업체들이다.상황이 이렇자 미국 소비가 차츰 둔화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아직은 코로나19 당시 모아둔 저축으로 버티고 있지만, 갑자기 소비 절벽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컨퍼런드보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신뢰지수는 102.9로 나타났다. 월가 예상치(108.5)를 밑돌았다. 전월(106)보다 낮았다. 지난달 기대지수는 69.7로 전월 76.0에서 더 떨어졌다. 기대지수가 80을 밑도는 것은 경기 침체의 신호다. 미국 최대 슈퍼마켓 운영업체인 크로거의 로드니 맥멀런 CEO는 “고객들이 저가 브랜드와 소용량 상품 위주로 구매하고 있다”며 “이미 불황에 빠진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했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킹달러’가 귀환할까. 지난해 10월부터 주춤했던 미국 달러화 가치가 이번달 들어 다시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미국 경제의 예상 밖 성장세에 긴축 장기화 관측이 퍼지면서 강달러 현상은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1300원 중반대까지는 열어둬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그래픽=이미나 기자)◇이번달 갑자기 치솟는 달러화18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지난 17일 103.88에 마감했다. 장중 104.67까지 뛰었다. 이번달 초 101 초반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3주 만에 2.6% 이상 급등한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104.67의 달러인덱스 레벨은 지난달 5일 이후 6주 만의 최고치다. 지난해 9월 말 115에 육박한 ‘갓달러’ 현상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였다가, 이번달 갑자기 반등하고 있는 것이다.달러화는 모든 주요국들의 통화보다 강세를 띠고 있다. 이를테면 유로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유로·달러 환율은 17일 1유로당 1.0694달러를 기록했다. 이번달 초 1유로당 1.1달러에 육박했는데, 유로화 가치가 3주 만에 2.7%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유로화 약세·달러화 강세). 달러인덱스 내 6개 통화 중 유로화 비중은 57.6%에 달한다. 같은 기간 파운드·달러 환율은 1파운드당 1.2376달러에서 1.2035달러로 하락했다(파운드화 약세·달러화 강세). 달러·엔 환율은 1달러당 128.93엔에서 134.15엔으로 올랐고(달러화 강세·엔화 약세), 달러·캐나다달러 환율 역시 소폭 상승했다. 달러인덱스에 포함돼 있지 않은 한국 원화도 달러화 대비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이번달 초 원·달러 환율은 1230원대였는데, 전거래일 어느새 장중 1300원을 돌파했다.그렇다면 달러화는 왜 치솟는 것일까. 미국이 이번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가장 가파른 긴축에 나서고 있음에도 경기 침체의 기색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해 3월 이후 1년도 채 안 돼 기준금리를 450bp(1bp=0.01%포인트) 올렸다. 현재 4.50~4.75%다. 유럽중앙은행(3.00%), 영국 영란은행(4.00%), 일본은행(-0.10%), 캐나다 중앙은행(4.50%)보다 높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50%다.특히 근래 강력한 경제지표는 시장을 놀라게 했고, 이는 달러화 가치를 더 끌어올렸다. 비농업 신규 고용(51만7000개), 실업률(3.4%),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0.5%·이하 전기 대비),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0.7%), 소매판매 증가율(3.0%) 등 지난달 주요 지표들은 시장이 당초 점쳤던 고물가 완화와 경기 침체 시나리오를 한참 벗어났다. 심지어 경기 하강은 없다는 ‘노 랜딩’(no landing) 시나리오까지 힘을 받고 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이번달 초만 해도 0.7%였다. 그런데 현재 2.5%까지 급등했다.이 때문에 월가는 연준의 빅스텝(한 번에 50bp 인상) 인상 가능성을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블룸버그TV에 나와 ‘연준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부터 50bp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데 대해 “너무 이르다”며 “경제가 갑자기 멈출(sudden stop)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연준의 긴축 효과가 신통치 않음을 지적하면서 “한 번에 25bp 넘게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SGH 매크로 어드바이저스의 조 듀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추후 지표들이 최근 추세를 따른다면 시장 참가자들을 50bp 인상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나오는 고용과 CPI 보고서에 따라 50bp 카드가 얼마든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원·달러 1350원 상승 가능성”상황이 이렇자 월가는 달러화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두는 기류다. 105에 육박하는 달러인덱스는 이미 그 자체로 초강세다. 이번 인플레이션 국면을 제외하면 2002년 11월 이후 105를 넘은 적이 없다. 그럼에도 미국 경제가 유로존, 영국, 일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상 밖 호황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더 오를 수 있다는 예상이 훨씬 더 많다. 월가 한 고위인사는 “달러인덱스가 4주 연속 오르는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없을 만큼 이례적인 일”이라며 “105 레벨을 단기 저항선으로 추후 1~2주 숨고르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다만 “105~110 레벨 가능성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최고전략가는 블룸버그TV에서 “이미 킹달러가 왔다고 본다”며 “추후 달러화 강세에 별다른 걸림돌은 없다”고 말했다.스노든 레인 파트너스의 피터 황 선임파트너는 최근 미 한국상공회의소(KOCHAM) 웨비나에서 “달러화 가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미국 인플레이션이 빨리 떨어질 것 같지 않은 상황이어서 추가로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 흐름에 대해서는 “여러 변수를 검토해야 하겠지만 1350원까지는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일각에서는 달러인덱스가 110을 넘는 갓달러 현상을 배제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이럴 경우 미국을 제외한 웬만한 통화의 가치가 흘러내리면서,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은 충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 다만 경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상황이 다시 바뀔 가능성 역시 있다. 역대급 긴축 여파 탓에 미국 경제에 갑자기 침체 신호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서머스 교수는 “연준은 지금 경제 상황을 겸손하게 바라봐야 한다”며 불확실성을 토로했다. ‘채권 구루’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연준은 경제를 짓누르지 않고서는 2% 물가 목표치에 도달할 수 없다”고 했다.
김정남 기자2023.02.19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킹달러’가 귀환할까. 지난해 10월부터 주춤했던 미국 달러화 가치가 이번달 들어 다시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미국 경제의 예상 밖 성장세에 긴축 장기화 관측이 퍼지면서 강달러 현상은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1300원 중반대까지는 열어둬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그래픽=이미나 기자)◇이번달 갑자기 치솟는 달러화18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지난 17일 103.88에 마감했다. 장중 104.67까지 뛰었다. 이번달 초 101 초반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3주 만에 2.6% 이상 급등한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104.67의 달러인덱스 레벨은 지난달 5일 이후 6주 만의 최고치다. 지난해 9월 말 115에 육박한 ‘갓달러’ 현상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였다가, 이번달 갑자기 반등하고 있는 것이다.달러화는 모든 주요국들의 통화보다 강세를 띠고 있다. 이를테면 유로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유로·달러 환율은 17일 1유로당 1.0694달러를 기록했다. 이번달 초 1유로당 1.1달러에 육박했는데, 유로화 가치가 3주 만에 2.7%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유로화 약세·달러화 강세). 달러인덱스 내 6개 통화 중 유로화 비중은 57.6%에 달한다. 같은 기간 파운드·달러 환율은 1파운드당 1.2376달러에서 1.2035달러로 하락했다(파운드화 약세·달러화 강세). 달러·엔 환율은 1달러당 128.93엔에서 134.15엔으로 올랐고(달러화 강세·엔화 약세), 달러·캐나다달러 환율 역시 소폭 상승했다. 달러인덱스에 포함돼 있지 않은 한국 원화도 달러화 대비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이번달 초 원·달러 환율은 1230원대였는데, 전거래일 어느새 장중 1300원을 돌파했다.그렇다면 달러화는 왜 치솟는 것일까. 미국이 이번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가장 가파른 긴축에 나서고 있음에도 경기 침체의 기색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해 3월 이후 1년도 채 안 돼 기준금리를 450bp(1bp=0.01%포인트) 올렸다. 현재 4.50~4.75%다. 유럽중앙은행(3.00%), 영국 영란은행(4.00%), 일본은행(-0.10%), 캐나다 중앙은행(4.50%)보다 높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50%다.특히 근래 강력한 경제지표는 시장을 놀라게 했고, 이는 달러화 가치를 더 끌어올렸다. 비농업 신규 고용(51만7000개), 실업률(3.4%),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0.5%·이하 전기 대비),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0.7%), 소매판매 증가율(3.0%) 등 지난달 주요 지표들은 시장이 당초 점쳤던 고물가 완화와 경기 침체 시나리오를 한참 벗어났다. 심지어 경기 하강은 없다는 ‘노 랜딩’(no landing) 시나리오까지 힘을 받고 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이번달 초만 해도 0.7%였다. 그런데 현재 2.5%까지 급등했다.이 때문에 월가는 연준의 빅스텝(한 번에 50bp 인상) 인상 가능성을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블룸버그TV에 나와 ‘연준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부터 50bp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데 대해 “너무 이르다”며 “경제가 갑자기 멈출(sudden stop)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연준의 긴축 효과가 신통치 않음을 지적하면서 “한 번에 25bp 넘게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SGH 매크로 어드바이저스의 조 듀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추후 지표들이 최근 추세를 따른다면 시장 참가자들을 50bp 인상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나오는 고용과 CPI 보고서에 따라 50bp 카드가 얼마든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원·달러 1350원 상승 가능성”상황이 이렇자 월가는 달러화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두는 기류다. 105에 육박하는 달러인덱스는 이미 그 자체로 초강세다. 이번 인플레이션 국면을 제외하면 2002년 11월 이후 105를 넘은 적이 없다. 그럼에도 미국 경제가 유로존, 영국, 일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상 밖 호황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더 오를 수 있다는 예상이 훨씬 더 많다. 월가 한 고위인사는 “달러인덱스가 4주 연속 오르는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없을 만큼 이례적인 일”이라며 “105 레벨을 단기 저항선으로 추후 1~2주 숨고르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다만 “105~110 레벨 가능성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최고전략가는 블룸버그TV에서 “이미 킹달러가 왔다고 본다”며 “추후 달러화 강세에 별다른 걸림돌은 없다”고 말했다.스노든 레인 파트너스의 피터 황 선임파트너는 최근 미 한국상공회의소(KOCHAM) 웨비나에서 “달러화 가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미국 인플레이션이 빨리 떨어질 것 같지 않은 상황이어서 추가로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 흐름에 대해서는 “여러 변수를 검토해야 하겠지만 1350원까지는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일각에서는 달러인덱스가 110을 넘는 갓달러 현상을 배제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이럴 경우 미국을 제외한 웬만한 통화의 가치가 흘러내리면서,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은 충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 다만 경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상황이 다시 바뀔 가능성 역시 있다. 역대급 긴축 여파 탓에 미국 경제에 갑자기 침체 신호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서머스 교수는 “연준은 지금 경제 상황을 겸손하게 바라봐야 한다”며 불확실성을 토로했다. ‘채권 구루’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연준은 경제를 짓누르지 않고서는 2% 물가 목표치에 도달할 수 없다”고 했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지난 3일 오전 8시30분(현지시간). 미국 뉴욕 월가는 일순간 정적이 일었다. 시장 인사들은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노동부의 고용보고서를 기다렸는데, 상상하지도 못한 신규 일자리 수치가 나왔기 때문이다.그 내용은 이랬다. 가장 주목받았던 지난달 비농업 신규 고용 규모는 51만7000개로 나타났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8만7000개)를 세 배 가까이 웃돌았다. 전달인 지난해 12월 22만3000개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폭증했다. 지난해 7월(53만7000개) 이후 최대 규모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노동시장을 냉각시키고자 역대급 긴축을 강행하고 있으나, 고용은 오히려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그래픽=이미나 기자)◇“깜짝 놀랄 만한 미 일자리 폭증”월가 한 뮤추얼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고용보고서 수치는 한 달 뒤 수정치가 나오는데, 이때 크게 바뀔 때가 있기는 하다”면서도 “그러나 예상과 이렇게 차이가 난 것은 본 적이 없다”며 놀라워했다. 또 다른 금융사의 채권 어드바이저는 “눈을 의심했다”며 “깜짝 놀랄 만한 숫자”라고 했다.여가·접대업의 신규 일자리가 12만8000개 급증하며 노동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전월(6만4000개) 대비 두 배 늘었다. 이는 오락, 엔터테인먼트, 숙박, 외식 같은 서비스업을 포함한 항목이다. 전문·기업 서비스업(8만2000개), 정부 공공직(7만4000개), 의료 서비스업(5만8000개) 등도 큰 폭 증가했다.더 관심을 모은 것은 지난달 실업률이 3.4%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1969년 5월 이후 거의 54년 만의 최저치다. 시장 전망치(3.6%)보다 낮았다. 시장과 학계에서 올해 4~5%대 실업률 급등으로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와중에 뜬금없이 하락한 것이다. 게다가 임금 상승 속도는 가팔라졌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3%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4.4% 늘었다. 월가 예상치(4.3%)를 웃돌았다. 노동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구인난이 이어지면서 임금이 고공행진을 하고있는 것이다. 임금 인플레이션 공포가 더 커질 수 있는 수준이다.노동시장 이상 과열의 징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지난해 이후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오히려 하향 안정화하고 있다. 지난달 22~28일 당시 건수는 18만3000개였다. 지난해 4월 셋째주(18만1000개) 이후 가장 적다. 20만건을 밑도는 실업수당 청구는 역사적으로 봐도 그리 흔하지 않다. 아울러 미국 노동부가 최근 공개한 지난해 12월 기업 구인 건수는 1101만건으로 컨센서스(1030만건)를 훌쩍 상회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에 월가 일부에서는 이례적인 고용 과열이 마치 수수께끼 같다는 말이 나온다.◇자존심 센 서머스마저 “모르겠다”그렇다면 이번 고용보고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주목할 것은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월가의 한 고위인사는 “여가·접대업 일자리가 늘었다는 것은 미국 경제에서 소비를 지탱하는 총수요가 아직 강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 신용정보 관리업체인 트랜스유니언의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신용카드 부채는 전년 대비 18.5% 급증한 9306억달러(약 1164조원)로 나타났다. 사상 최대다. CNBC는 “소비자들이 식음료, 월세 등 점점 더 비싸지는 필수품을 감당하기 위해 빚에 의존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가계가 빚을 늘리는데 한계가 올 경우 서비스업이 갑자기 망가질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번 일자리 폭증은 ‘일시적’이라는 얘기다.세계적인 석학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급랭(sudden downturn)할 위험이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하락하지 않는다면 경기 연착륙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뱅가드의 앤드루 패터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하반기 침체가 올 확률이 높다”고 했다.반대로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가 뚜렷한 와중에 일자리가 느는 것을 나쁘게 볼 일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라일리 파이낸셜의 아트 호건 수석시장전략가는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에 가까워졌다”며 “시장은 굿 뉴스(good news)를 굿 뉴스로 인식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이 일자리 급증을 두고 공격 긴축 악재가 아니라 경기 반등 호재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AFP 제공)상황이 이렇자 고용 과열 수수께끼를 둘러싼 금융시장의 혼란은 커지는 분위기다. 서머스 교수는 “미국 경제가 어디로 향할 지에 대해서는 ‘불가지론’(agnosticism· 알 수 없는 실재를 인정하는 것)을 견지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학문적인 자존심이 센 그마저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에 따라 연준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 커지게 됐다. 시장은 연준이 오는 5월 금리 인상을 중단(4.75~5.00%)할 것이라는데 무게를 뒀다가, 다시 5.00~5.25%까지 올릴 것이라는 쪽으로 의견을 바꾸고 있다. UBS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일했던 래리 해서웨이는 워싱턴포스트(WP) 칼럼을 통해 “연준은 무엇이 지금 경제를 이끌고 있는 핵심 지표인지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은데, 이는 작은 위험이 아니다”며 “우리는 1970년대 연준의 끔찍한 정책 실기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남 기자2023.02.05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지난 3일 오전 8시30분(현지시간). 미국 뉴욕 월가는 일순간 정적이 일었다. 시장 인사들은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노동부의 고용보고서를 기다렸는데, 상상하지도 못한 신규 일자리 수치가 나왔기 때문이다.그 내용은 이랬다. 가장 주목받았던 지난달 비농업 신규 고용 규모는 51만7000개로 나타났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8만7000개)를 세 배 가까이 웃돌았다. 전달인 지난해 12월 22만3000개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폭증했다. 지난해 7월(53만7000개) 이후 최대 규모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노동시장을 냉각시키고자 역대급 긴축을 강행하고 있으나, 고용은 오히려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그래픽=이미나 기자)◇“깜짝 놀랄 만한 미 일자리 폭증”월가 한 뮤추얼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고용보고서 수치는 한 달 뒤 수정치가 나오는데, 이때 크게 바뀔 때가 있기는 하다”면서도 “그러나 예상과 이렇게 차이가 난 것은 본 적이 없다”며 놀라워했다. 또 다른 금융사의 채권 어드바이저는 “눈을 의심했다”며 “깜짝 놀랄 만한 숫자”라고 했다.여가·접대업의 신규 일자리가 12만8000개 급증하며 노동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전월(6만4000개) 대비 두 배 늘었다. 이는 오락, 엔터테인먼트, 숙박, 외식 같은 서비스업을 포함한 항목이다. 전문·기업 서비스업(8만2000개), 정부 공공직(7만4000개), 의료 서비스업(5만8000개) 등도 큰 폭 증가했다.더 관심을 모은 것은 지난달 실업률이 3.4%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1969년 5월 이후 거의 54년 만의 최저치다. 시장 전망치(3.6%)보다 낮았다. 시장과 학계에서 올해 4~5%대 실업률 급등으로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와중에 뜬금없이 하락한 것이다. 게다가 임금 상승 속도는 가팔라졌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3%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4.4% 늘었다. 월가 예상치(4.3%)를 웃돌았다. 노동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구인난이 이어지면서 임금이 고공행진을 하고있는 것이다. 임금 인플레이션 공포가 더 커질 수 있는 수준이다.노동시장 이상 과열의 징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지난해 이후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오히려 하향 안정화하고 있다. 지난달 22~28일 당시 건수는 18만3000개였다. 지난해 4월 셋째주(18만1000개) 이후 가장 적다. 20만건을 밑도는 실업수당 청구는 역사적으로 봐도 그리 흔하지 않다. 아울러 미국 노동부가 최근 공개한 지난해 12월 기업 구인 건수는 1101만건으로 컨센서스(1030만건)를 훌쩍 상회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에 월가 일부에서는 이례적인 고용 과열이 마치 수수께끼 같다는 말이 나온다.◇자존심 센 서머스마저 “모르겠다”그렇다면 이번 고용보고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주목할 것은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월가의 한 고위인사는 “여가·접대업 일자리가 늘었다는 것은 미국 경제에서 소비를 지탱하는 총수요가 아직 강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 신용정보 관리업체인 트랜스유니언의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신용카드 부채는 전년 대비 18.5% 급증한 9306억달러(약 1164조원)로 나타났다. 사상 최대다. CNBC는 “소비자들이 식음료, 월세 등 점점 더 비싸지는 필수품을 감당하기 위해 빚에 의존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가계가 빚을 늘리는데 한계가 올 경우 서비스업이 갑자기 망가질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번 일자리 폭증은 ‘일시적’이라는 얘기다.세계적인 석학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급랭(sudden downturn)할 위험이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하락하지 않는다면 경기 연착륙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뱅가드의 앤드루 패터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하반기 침체가 올 확률이 높다”고 했다.반대로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가 뚜렷한 와중에 일자리가 느는 것을 나쁘게 볼 일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라일리 파이낸셜의 아트 호건 수석시장전략가는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에 가까워졌다”며 “시장은 굿 뉴스(good news)를 굿 뉴스로 인식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이 일자리 급증을 두고 공격 긴축 악재가 아니라 경기 반등 호재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AFP 제공)상황이 이렇자 고용 과열 수수께끼를 둘러싼 금융시장의 혼란은 커지는 분위기다. 서머스 교수는 “미국 경제가 어디로 향할 지에 대해서는 ‘불가지론’(agnosticism· 알 수 없는 실재를 인정하는 것)을 견지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학문적인 자존심이 센 그마저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에 따라 연준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 커지게 됐다. 시장은 연준이 오는 5월 금리 인상을 중단(4.75~5.00%)할 것이라는데 무게를 뒀다가, 다시 5.00~5.25%까지 올릴 것이라는 쪽으로 의견을 바꾸고 있다. UBS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일했던 래리 해서웨이는 워싱턴포스트(WP) 칼럼을 통해 “연준은 무엇이 지금 경제를 이끌고 있는 핵심 지표인지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은데, 이는 작은 위험이 아니다”며 “우리는 1970년대 연준의 끔찍한 정책 실기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의 국가부채 한도가 턱밑까지 차오르면서 미국이 또 국가 부채 상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미 의회는 오는 7월 이전 부채한도를 높이는 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하지만 백악관의 한도 상향 요구에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양측의 갈등이 장기화 되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고조되며 금융시장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상·하원 지도부에 보낸 서한을 통해 “미국 부채가 오는 19일 법정 한도(31조4000억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의회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미국은 나랏빚 상한선을 법률로 정한다. 부채가 상한선에 가까워졌을 때 의회가 한도를 늘리는 식으로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이론적으로는 디폴트를 맞는다. 미국 예산관리국(OMB)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연방 부채는 30조9289억달러(약 3경8414조원)다. 옐런 장관은 “디폴트를 피하고자 특별 조치 시행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무원 퇴직 기금에 대한 지출 유예 같은 정부 차원의 조치로 버텨보겠지만 의회가 손을 놓으면 올해 6월 이후에는 재정이 고갈될 것이라는 게 옐런 장관의 설명이다.이에 따라 새 의회는 출범하자마자 정치 공방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를 두고 “협상 불가”라고 밝혔다. 다른 사안과 연계하지 말고 한도를 증액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공화당은 지출 삭감 문제까지 같이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부채한도 논쟁 2011년엔 경제 위기설도 미국의 부채 상한 논쟁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잊을 만하면 빚 문제로 협상을 벌였고, 거의 대다수는 한도를 늘리는 식으로 해결했다. 1939년 국가 부채 한도 제도를 도입한 후 부도를 낸 적은 없다. 유일하게 세계 경제 위기설까지 불거졌던 게 2011년 8월이다. 여야 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최우량인 ‘AAA’에서 ‘AA+’로 낮췄다. 하지만 2011년 위기설도 시간이 흐르고 보니 정치적으로는 요란했지만 결국 ‘찻잔 속 미풍’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진 2011년 3분기 미국 연방 부채는 14조7903억달러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94.52%였다. 이후 수차례 한도를 증액해 현재(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는 31조9289억달러로 두 배 이상 불어났고 부채 비율은 120.23%로 치솟았다. 만약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였다면 당장 재정위기 공포가 커졌겠지만, 미국은 흔들림이 없었다. S&P는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고 있고 무디스와 피치는 최우량인 Aaa, AAA 등급을 각각 매기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세 곳 모두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이 그 정도로 빚을 냈다면 환율이 폭등(화폐가치 하락)하고 물가가 치솟았을 게 뻔하다. 유럽 역시 2010년 재정위기를 겪었으니, 오로지 미국만 굳건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정치 공방이 커질 수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무난하게 한도 증액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이번 이슈가 일부 소음을 야기하겠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할 정도다.◇세계 유일한 ‘달러화 패권국’의 특권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미국이 달러화 패권을 쥔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로’에 가까우니, 미국 입장에서는 한도를 늘려 국채를 발행하고 이자 비용만 투자자들에게 지불하면 그만이다. 돈을 찍어내면 되니 굳이 갚을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기류도 있다.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사진=AFP 제공)그렇다면 미국은 무한정 빚을 져도 괜찮을 것일까. 월가에서는 ‘달러화 위기론’ 보고서가 종종 나온다. 빚더미에 허덕였던 영국이 미국에 패권을 빼앗겼듯, 현재 세계 최대 채무국인 미국이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크 팬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5월 보고서를 통해 “달러화가 과대평가돼 있다”며 “침체가 닥치면 강달러가 이어질지 불확실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킹달러’ 현상과 함께 단기적으로는 어긋난 예측으로 판명됐다. 월가의 몇몇 인사들은 “골드만 보고서가 달러화의 몰락으로 결론 내린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패권은 이어질 것이라는 결론에 가깝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유로화, 엔화, 위안화 등이 달러화에 도전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미국이 가진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에 이르는 유무형의 파워 덕이다.그렇다고 역대급 빚더미를 둘러싼 우려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디폴트는 재앙”이라며 “(부채 한도 증액을 둘러싼 여야 협상은) 가장 멍청한 토론”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급증과 (중국의 도전에 대한) 국방비 지출 등으로 향후 재정이 상당폭 증가할 필요성을 고려할 때 재정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토론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남 기자2023.01.16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의 국가부채 한도가 턱밑까지 차오르면서 미국이 또 국가 부채 상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미 의회는 오는 7월 이전 부채한도를 높이는 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하지만 백악관의 한도 상향 요구에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양측의 갈등이 장기화 되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고조되며 금융시장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상·하원 지도부에 보낸 서한을 통해 “미국 부채가 오는 19일 법정 한도(31조4000억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의회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미국은 나랏빚 상한선을 법률로 정한다. 부채가 상한선에 가까워졌을 때 의회가 한도를 늘리는 식으로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이론적으로는 디폴트를 맞는다. 미국 예산관리국(OMB)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연방 부채는 30조9289억달러(약 3경8414조원)다. 옐런 장관은 “디폴트를 피하고자 특별 조치 시행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무원 퇴직 기금에 대한 지출 유예 같은 정부 차원의 조치로 버텨보겠지만 의회가 손을 놓으면 올해 6월 이후에는 재정이 고갈될 것이라는 게 옐런 장관의 설명이다.이에 따라 새 의회는 출범하자마자 정치 공방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를 두고 “협상 불가”라고 밝혔다. 다른 사안과 연계하지 말고 한도를 증액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공화당은 지출 삭감 문제까지 같이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부채한도 논쟁 2011년엔 경제 위기설도 미국의 부채 상한 논쟁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잊을 만하면 빚 문제로 협상을 벌였고, 거의 대다수는 한도를 늘리는 식으로 해결했다. 1939년 국가 부채 한도 제도를 도입한 후 부도를 낸 적은 없다. 유일하게 세계 경제 위기설까지 불거졌던 게 2011년 8월이다. 여야 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최우량인 ‘AAA’에서 ‘AA+’로 낮췄다. 하지만 2011년 위기설도 시간이 흐르고 보니 정치적으로는 요란했지만 결국 ‘찻잔 속 미풍’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진 2011년 3분기 미국 연방 부채는 14조7903억달러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94.52%였다. 이후 수차례 한도를 증액해 현재(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는 31조9289억달러로 두 배 이상 불어났고 부채 비율은 120.23%로 치솟았다. 만약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였다면 당장 재정위기 공포가 커졌겠지만, 미국은 흔들림이 없었다. S&P는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고 있고 무디스와 피치는 최우량인 Aaa, AAA 등급을 각각 매기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세 곳 모두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이 그 정도로 빚을 냈다면 환율이 폭등(화폐가치 하락)하고 물가가 치솟았을 게 뻔하다. 유럽 역시 2010년 재정위기를 겪었으니, 오로지 미국만 굳건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정치 공방이 커질 수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무난하게 한도 증액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이번 이슈가 일부 소음을 야기하겠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할 정도다.◇세계 유일한 ‘달러화 패권국’의 특권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미국이 달러화 패권을 쥔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로’에 가까우니, 미국 입장에서는 한도를 늘려 국채를 발행하고 이자 비용만 투자자들에게 지불하면 그만이다. 돈을 찍어내면 되니 굳이 갚을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기류도 있다.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사진=AFP 제공)그렇다면 미국은 무한정 빚을 져도 괜찮을 것일까. 월가에서는 ‘달러화 위기론’ 보고서가 종종 나온다. 빚더미에 허덕였던 영국이 미국에 패권을 빼앗겼듯, 현재 세계 최대 채무국인 미국이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크 팬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5월 보고서를 통해 “달러화가 과대평가돼 있다”며 “침체가 닥치면 강달러가 이어질지 불확실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킹달러’ 현상과 함께 단기적으로는 어긋난 예측으로 판명됐다. 월가의 몇몇 인사들은 “골드만 보고서가 달러화의 몰락으로 결론 내린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패권은 이어질 것이라는 결론에 가깝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유로화, 엔화, 위안화 등이 달러화에 도전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미국이 가진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에 이르는 유무형의 파워 덕이다.그렇다고 역대급 빚더미를 둘러싼 우려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디폴트는 재앙”이라며 “(부채 한도 증액을 둘러싼 여야 협상은) 가장 멍청한 토론”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급증과 (중국의 도전에 대한) 국방비 지출 등으로 향후 재정이 상당폭 증가할 필요성을 고려할 때 재정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토론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오펜하이머 5330. 도이치방크 5250. 크레디트스위스 5200. 골드만삭스 5100.1년 전 이맘때 월가 주요 기관들이 내놓았던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예상치다. 지난 2021년 말 S&P 지수가 4766.18에 마감했으니, 최대 12% 가까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는 의미다. 당시 뱅크오브아메리카(4600), 모건스탠리(4400) 정도를 제외하면 5000선 안착론은 대세였다.1년이 지난 현재 월가는 말 그대로 ‘죽을 맛’이다. S&P 지수는 지난해 무려 19.44% 폭락한 3839.50에 거래를 마쳤다. 기존 예상치와 크게는 150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났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8.78%, 33.10%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이후 볼 수 없었던 낙폭이다. 월가 한 뮤추얼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이 이 정도로 빠를 것이라고 점치지 못했던 게 가장 뼈아프다”고 전했다. 또 다른 채권 어드바이저는 “통상 기관들이 10% 안팎은 더 긍정적으로 예상한다고는 하지만, 이번처럼 이렇게 예측이 빗나간 것은 본 적이 없다”며 놀라워 했다.[이데일리 문승용 기자]◇월가 “새해 S&P 10% 안팎 오른다”그렇다면 새해 월가 기관들의 예측은 어떨까. 이데일리가 22개 주요 기관들의 올해 말 S&P 전망치를 분석해보니, 평균 4169.54로 나타났다. 올해보다 8.60% 더 오를 것이라는 뜻이다. 다른 조사 역시 대동소이하다. 로이터통신(4200), 블룸버그(4009) 모두 4000 초반대로 오를 것이라는 집계를 내놓았다. CNBC가 최근 400명의 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10명 중 4명은 올해 S&P 지수가 6~10% 오를 것으로 봤다. 11~19% 치솟을 것이라는 답변도 10명 중 2명이나 됐다. CNBC는 “올해 금융시장 대혼란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새해를 상당히 낙관적으로 맞고 있다”고 전했다.지난해보다 지수 자체가 떨어질 것으로 보는 곳은 바클레이스(3675), 소시에테 제네랄(3800), 캐피털 이코노믹스(3800) 정도에 불과하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약세장이 이어지겠지만 지난해만큼은 아닐 것”이라며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약세장을 점친 이들마저 그렇게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셈이다.그외 대다수 기관들은 오히려 ‘장밋빛’에 가깝다. 중립 기조의 뱅크오브아메리카(4000), 골드만삭스(4000), RBC 캐피털(4100) 등은 시장 평균값 혹은 중간값과 비슷했다. JP모건(4200), 제프리스(4200), BMO(4300) 등은 다소 긍정적으로 봤고, 오펜하이머(4400), 웰스파고(4300~4500), 도이치방크(4500), 야데니 리서치(4800) 등은 아예 강세장 반전을 점쳤다. 루톨드그룹은 올해 말 S&P 지수가 5000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물경기 침체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는 경고가 무색한 지경이다.◇“1년 전과 판박이”…일각서 신중론이들이 상승장을 점치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CNBC 설문 결과 전문가의 73%는 올해 가장 큰 우려로 연준 통화정책을 꼽았다. 중국의 대만 침공(12%), 노동시장과 공급망 대란(9%), 중국의 코로나19 재유행(6%) 등은 10% 안팎에 그쳤다. 이는 곧 연준이 인플레이션 둔화를 등에 업고 피봇(pivot·통화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에 나선다면, 지난해 움츠렸던 증시가 반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상반기까지 연준의 긴축을 소화한 뒤 하반기에는 뛰어오르는 ‘상저하고’ 흐름을 띨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다.RBC 캐피털의 로리 칼바시나 주식전략 헤드는 “연준 정책이 전환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는 “소비자와 노동시장이 견고한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며 “연준이 금리를 5% 이상으로 올려도 침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말 지수 5000을 점친 루톨드그룹의 짐 폴슨 최고투자전략가는 아예 현재 레벨을 ‘저점’으로 규정하면서 “향후 12개월간 새로운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했다.그러나 월가 일각에서는 현재 낙관론이 다소 위험하다는 평가도 있다. 1년 전 이맘때와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월가의 한 고위인사는 “연준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의 세심한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주가 반등을 용인할지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주가가 뛰면서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것이 연준에 좋지 않은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이 인사는 “올해 1분기는 일단 투자하지 말고 기다려야 하는 시기”라며 “S&P 지수는 3500~3600 레벨까지는 열어둬야 한다”고 지적했다.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행사에서 “시장은 연준이 조만간 최종금리가 도달하고 다시 금리를 내릴 것으로 가정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긴축의) 초기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김정남 기자2023.01.01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오펜하이머 5330. 도이치방크 5250. 크레디트스위스 5200. 골드만삭스 5100.1년 전 이맘때 월가 주요 기관들이 내놓았던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예상치다. 지난 2021년 말 S&P 지수가 4766.18에 마감했으니, 최대 12% 가까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는 의미다. 당시 뱅크오브아메리카(4600), 모건스탠리(4400) 정도를 제외하면 5000선 안착론은 대세였다.1년이 지난 현재 월가는 말 그대로 ‘죽을 맛’이다. S&P 지수는 지난해 무려 19.44% 폭락한 3839.50에 거래를 마쳤다. 기존 예상치와 크게는 150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났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8.78%, 33.10%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이후 볼 수 없었던 낙폭이다. 월가 한 뮤추얼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이 이 정도로 빠를 것이라고 점치지 못했던 게 가장 뼈아프다”고 전했다. 또 다른 채권 어드바이저는 “통상 기관들이 10% 안팎은 더 긍정적으로 예상한다고는 하지만, 이번처럼 이렇게 예측이 빗나간 것은 본 적이 없다”며 놀라워 했다.[이데일리 문승용 기자]◇월가 “새해 S&P 10% 안팎 오른다”그렇다면 새해 월가 기관들의 예측은 어떨까. 이데일리가 22개 주요 기관들의 올해 말 S&P 전망치를 분석해보니, 평균 4169.54로 나타났다. 올해보다 8.60% 더 오를 것이라는 뜻이다. 다른 조사 역시 대동소이하다. 로이터통신(4200), 블룸버그(4009) 모두 4000 초반대로 오를 것이라는 집계를 내놓았다. CNBC가 최근 400명의 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10명 중 4명은 올해 S&P 지수가 6~10% 오를 것으로 봤다. 11~19% 치솟을 것이라는 답변도 10명 중 2명이나 됐다. CNBC는 “올해 금융시장 대혼란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새해를 상당히 낙관적으로 맞고 있다”고 전했다.지난해보다 지수 자체가 떨어질 것으로 보는 곳은 바클레이스(3675), 소시에테 제네랄(3800), 캐피털 이코노믹스(3800) 정도에 불과하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약세장이 이어지겠지만 지난해만큼은 아닐 것”이라며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약세장을 점친 이들마저 그렇게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셈이다.그외 대다수 기관들은 오히려 ‘장밋빛’에 가깝다. 중립 기조의 뱅크오브아메리카(4000), 골드만삭스(4000), RBC 캐피털(4100) 등은 시장 평균값 혹은 중간값과 비슷했다. JP모건(4200), 제프리스(4200), BMO(4300) 등은 다소 긍정적으로 봤고, 오펜하이머(4400), 웰스파고(4300~4500), 도이치방크(4500), 야데니 리서치(4800) 등은 아예 강세장 반전을 점쳤다. 루톨드그룹은 올해 말 S&P 지수가 5000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물경기 침체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는 경고가 무색한 지경이다.◇“1년 전과 판박이”…일각서 신중론이들이 상승장을 점치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CNBC 설문 결과 전문가의 73%는 올해 가장 큰 우려로 연준 통화정책을 꼽았다. 중국의 대만 침공(12%), 노동시장과 공급망 대란(9%), 중국의 코로나19 재유행(6%) 등은 10% 안팎에 그쳤다. 이는 곧 연준이 인플레이션 둔화를 등에 업고 피봇(pivot·통화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에 나선다면, 지난해 움츠렸던 증시가 반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상반기까지 연준의 긴축을 소화한 뒤 하반기에는 뛰어오르는 ‘상저하고’ 흐름을 띨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다.RBC 캐피털의 로리 칼바시나 주식전략 헤드는 “연준 정책이 전환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는 “소비자와 노동시장이 견고한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며 “연준이 금리를 5% 이상으로 올려도 침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말 지수 5000을 점친 루톨드그룹의 짐 폴슨 최고투자전략가는 아예 현재 레벨을 ‘저점’으로 규정하면서 “향후 12개월간 새로운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했다.그러나 월가 일각에서는 현재 낙관론이 다소 위험하다는 평가도 있다. 1년 전 이맘때와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월가의 한 고위인사는 “연준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의 세심한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주가 반등을 용인할지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주가가 뛰면서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것이 연준에 좋지 않은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이 인사는 “올해 1분기는 일단 투자하지 말고 기다려야 하는 시기”라며 “S&P 지수는 3500~3600 레벨까지는 열어둬야 한다”고 지적했다.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행사에서 “시장은 연준이 조만간 최종금리가 도달하고 다시 금리를 내릴 것으로 가정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긴축의) 초기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최대 기술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14년 넘게 일한 인도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아브히 자인(43)씨. 그는 MS의 지원을 받아 전문직 취업비자(H-1B)를 소지하면서 미국 영주권 취득을 기다렸다. 그랬던 그는 지난 10월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최근 실리콘밸리를 강타한 빅테크 해고 칼바람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자인씨는 뉴욕타임스(NYT)에 “가족과 함께 워싱턴주 벨뷰의 차고가 있는 침실 네 개짜리 집에 정착했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고 말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현재 가족의 미래가 불확실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60일 이내에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지원할 회사를 찾지 못하면 미국을 떠나야 할 처지다. 최근 살인적인 구조조정을 했던 트위터는 직원들의 충격이 어떤 회사보다 크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후 전체 직원의 절반을 해고해 버렸다. 최근 트위터에서 일자리를 잃은 수자타 크리슈나스와미씨는 “임신 중에도 회사의 성공을 위해 밤낮으로 일했다”며 “지금은 매우 불안하다”고 했다.[이데일리 문승용 기자]◇실리콘밸리부터 월가까지 해고 바람미국의 연말 연휴 시즌이 뒤숭숭하다. 최근 10년 이상 경제를 이끌다시피 한 빅테크부터 칼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산업 곳곳으로 감원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어느덧 월가까지 구조조정 대열에 합류했다. 이 때문에 사회 불안이 커지고 소비가 흔들리는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동시에 내년 더 큰 침체를 막을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도 없지 않다.근래 트위터 등 주요 소셜미디어(SNS)에는 한 그래픽이 유독 눈에 띄고 있다. 데이터 분석업체 비주얼 캐피털리스트가 만든 올해 월별 미국 기술회사들의 해고 현황이다. 그 규모는 1월만 해도 631명에 불과했는데, 2~4월 들어 수천명 단위로 불어났다. 5월부터는 월 2만명 이상으로 늘었고, 11월에는 5만9710명으로 폭증했다. 연말을 앞둔 11월 들어 아마존,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트위터가 본격 감원에 나서면서다. 12월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 해고 관련 조사업체 레이오프(layoffs.fyi) 집계를 보면, 올해 해고 당한 기술회사 근로자는 15만2000명에 육박한다. 그 중 11월 규모는 5만1489명이다. 최소 5만명 이상이 한 달 만에 실리콘밸리 바닥을 떠났다는 의미다. 시애틀에서 주로 활동하는 타미나 왓슨 이민 변호사는 “특히 H-1B 비자를 가진 외국인 IT 엔지니어가 이 정도로 해고된 것을 본 적이 없다”며 “테크업계가 감원와 동시에 신규 고용을 하지 않고 있어 혼란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서부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다. 동부 월가까지 구조조정 충격파가 닥쳤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내년 1월 전체 직원의 최대 8%를 구조조정할 것이라고 CNBC는 전했다. 최대 4000명이다.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등은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시장금리 탓에 금융 거래가 주춤하면서 이미 인력 감축에 나섰다. NYT는 “월마트, 포드자동차, 펩시 등이 모두 직원을 줄이고 있다”며 “남은 직원들은 ‘다음은 나인가’하고 생각한다”고 전했다.◇“선제적인 침체 대비 위한 고육지책”상황이 이렇자 미국 경제는 벌써부터 얼어붙을 조짐이다. 상무부에 따르면 11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0.6% 감소했다. 지난해 12월(-2.0%) 이후 11개월 만의 최대 폭이다. 제조업 경기 전망도 어두워졌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집계를 보면, 12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11.2로 전월(4.5) 대비 15.7포인트 떨어졌다. 소비와 생산이 갑자기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미국 사회 전반이 불안해질 조짐도 보인다. 세계 최대 비즈니스 전문 SNS 링크드인 등에는 연일 전(前) 직장에 작별을 고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IT업체 아폴로 그래프QL를 떠나게 된 자네사씨는 트위터를 통해 “연말 파티 때 입으려고 산 새 스웨터를 못 입게 됐다”며 슬퍼했다.그러나 내년 최악의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목소리 역시 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것이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내년 침체를 경고하면서 “우리는 민첩성을 유지하고 회사 규모를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노동시장이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다. “연말 연휴 때 쉰 뒤 내년부터 일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글들을 실제 SNS에서 적잖이 볼 수 있다.아폴로 그래프QL의 지오프 슈미츠 CEO는 지난 15일 임직원 성명을 통해 15% 구조조정 소식을 전하면서 “이런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리기 전에 신중하게 분석하고 다른 많은 선택지를 고려했다는 점을 알아 달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의료비, 비자, 재취업 등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정남 기자2022.12.19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최대 기술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14년 넘게 일한 인도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아브히 자인(43)씨. 그는 MS의 지원을 받아 전문직 취업비자(H-1B)를 소지하면서 미국 영주권 취득을 기다렸다. 그랬던 그는 지난 10월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최근 실리콘밸리를 강타한 빅테크 해고 칼바람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자인씨는 뉴욕타임스(NYT)에 “가족과 함께 워싱턴주 벨뷰의 차고가 있는 침실 네 개짜리 집에 정착했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고 말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현재 가족의 미래가 불확실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60일 이내에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지원할 회사를 찾지 못하면 미국을 떠나야 할 처지다. 최근 살인적인 구조조정을 했던 트위터는 직원들의 충격이 어떤 회사보다 크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후 전체 직원의 절반을 해고해 버렸다. 최근 트위터에서 일자리를 잃은 수자타 크리슈나스와미씨는 “임신 중에도 회사의 성공을 위해 밤낮으로 일했다”며 “지금은 매우 불안하다”고 했다.[이데일리 문승용 기자]◇실리콘밸리부터 월가까지 해고 바람미국의 연말 연휴 시즌이 뒤숭숭하다. 최근 10년 이상 경제를 이끌다시피 한 빅테크부터 칼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산업 곳곳으로 감원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어느덧 월가까지 구조조정 대열에 합류했다. 이 때문에 사회 불안이 커지고 소비가 흔들리는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동시에 내년 더 큰 침체를 막을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도 없지 않다.근래 트위터 등 주요 소셜미디어(SNS)에는 한 그래픽이 유독 눈에 띄고 있다. 데이터 분석업체 비주얼 캐피털리스트가 만든 올해 월별 미국 기술회사들의 해고 현황이다. 그 규모는 1월만 해도 631명에 불과했는데, 2~4월 들어 수천명 단위로 불어났다. 5월부터는 월 2만명 이상으로 늘었고, 11월에는 5만9710명으로 폭증했다. 연말을 앞둔 11월 들어 아마존,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트위터가 본격 감원에 나서면서다. 12월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 해고 관련 조사업체 레이오프(layoffs.fyi) 집계를 보면, 올해 해고 당한 기술회사 근로자는 15만2000명에 육박한다. 그 중 11월 규모는 5만1489명이다. 최소 5만명 이상이 한 달 만에 실리콘밸리 바닥을 떠났다는 의미다. 시애틀에서 주로 활동하는 타미나 왓슨 이민 변호사는 “특히 H-1B 비자를 가진 외국인 IT 엔지니어가 이 정도로 해고된 것을 본 적이 없다”며 “테크업계가 감원와 동시에 신규 고용을 하지 않고 있어 혼란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서부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다. 동부 월가까지 구조조정 충격파가 닥쳤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내년 1월 전체 직원의 최대 8%를 구조조정할 것이라고 CNBC는 전했다. 최대 4000명이다.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등은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시장금리 탓에 금융 거래가 주춤하면서 이미 인력 감축에 나섰다. NYT는 “월마트, 포드자동차, 펩시 등이 모두 직원을 줄이고 있다”며 “남은 직원들은 ‘다음은 나인가’하고 생각한다”고 전했다.◇“선제적인 침체 대비 위한 고육지책”상황이 이렇자 미국 경제는 벌써부터 얼어붙을 조짐이다. 상무부에 따르면 11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0.6% 감소했다. 지난해 12월(-2.0%) 이후 11개월 만의 최대 폭이다. 제조업 경기 전망도 어두워졌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집계를 보면, 12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11.2로 전월(4.5) 대비 15.7포인트 떨어졌다. 소비와 생산이 갑자기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미국 사회 전반이 불안해질 조짐도 보인다. 세계 최대 비즈니스 전문 SNS 링크드인 등에는 연일 전(前) 직장에 작별을 고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IT업체 아폴로 그래프QL를 떠나게 된 자네사씨는 트위터를 통해 “연말 파티 때 입으려고 산 새 스웨터를 못 입게 됐다”며 슬퍼했다.그러나 내년 최악의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목소리 역시 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것이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내년 침체를 경고하면서 “우리는 민첩성을 유지하고 회사 규모를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노동시장이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다. “연말 연휴 때 쉰 뒤 내년부터 일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글들을 실제 SNS에서 적잖이 볼 수 있다.아폴로 그래프QL의 지오프 슈미츠 CEO는 지난 15일 임직원 성명을 통해 15% 구조조정 소식을 전하면서 “이런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리기 전에 신중하게 분석하고 다른 많은 선택지를 고려했다는 점을 알아 달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의료비, 비자, 재취업 등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요즘 세계 금융시장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긴축 속도조절론과 경기 연착륙론 희망에 부풀어 있다. 내년 미국 경제는 2% 물가 목표치에 가까워지면서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고, 이에 따라 연준은 돈줄 조이기 강도를 늦춰가겠다는 것이다. 시장에는 이미 연말 산타 랠리 기대감이 가득 차 있다.과연 희망대로 그렇게 될까. 1경원 이상의 돈을 굴리는 ‘큰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다른 견해를 피력해 관심을 모은다. 이데일리는 파월 의장이 긴축 속도조절을 언급한 브루킹스연구소 연설 직전인 지난달 30일 블랙록 투자연구소(BII)의 고객 웹캐스트를 들어봤다.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사진=AFP 제공)◇“2% 인플레 시대 다시 못 간다”“지난 40년의 대안정기는 끝났다.”블랙록의 내년 경제 전망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장 보이빈 BII 소장은 “우리는 이제 높은 변동성과 경기 침체를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체제(new regime)에 들어섰다”며 “지난 40년간 봤던 꾸준한 성장은 지났다”고 했다. 그는 “그 대신 생산 제약(production constraints)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는 지금 수준으로 경제가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구 고령화 △세계 공급망 재연결 △저탄소 전환 등을 두고 생산 비용을 높이는 요인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노동력 등이 비싼 미국이 생산·제조까지 하겠다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은 기조적으로 물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그가 가장 강조한 것은 2% 인플레이션 경제로 당분간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는 “(중앙은행이 긴축을 강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은 진정되겠지만 2% 목표치는 계속 상회할 것”이라며 “그보다 (장기적으로) 5%에 가까운 인플레이션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떻게든 2% 목표치를 고수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춰야 한다는 대다수 연준 인사들의 언급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보이빈 소장은 내년 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연착륙은 가능성 있는 결과로 보지 않는다”며 “물가를 낮추려면 경기 침체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이 너무 과도하게 돈줄을 조이면서 의도적으로 침체를 야기하고 있는 만큼 내년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파월 의장은 침체 없이 물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했는데, 이와는 전혀 다른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보이빈 소장은 “시장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장 보이빈 블랙록 투자연구소(BII) 소장. (사진=블랙록 제공)◇“포트폴리오 더 자주 조정해야”이에 블랙록이 제안한 투자 조언은 ‘민첩성’이다. 웹캐스트에 함께 나온 웨이 리 BII 최고투자전략가는 “우리는 거시 변동성과 시장 변동성이 더 높은 새로운 체제에 있다”며 “더 민첩해야 하고 포트폴리오 조정을 더 자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랙록은 특히 경기순환주 가운데 에너지주와 금융주를 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정유업체들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0~12배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유럽 회사들은 그 절반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는 게 대표적인 조언이다. 또 풍력, 바이오가스 등 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인 기업들은 에너지 섹터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라고 블랙록은 덧붙였다. 헬스케어 관련주 등 고령층 급증을 겨냥한 투자 역시 추천했다.같은 날 뉴욕타임스(NYT) 딜북 서밋에 나온 블랙록의 수장인 래리 핑크 회장도 비슷한 발언을 해 주목받았다. 그는 “미국 경제는 앞으로 몇 년간 더 높은 금리와 더 높은 물가상승률에 직면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은 당분간 3~4%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에너지 위기와 중국의 경기 둔화를 두고 “현재 경제의 최대 역풍”이라며 “우리는 실질 성장세에 기반을 둔 경제를 갖지 못하고 (특정한 몇 가지 요인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한 시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핑크 회장은 아울러 올해 이례적인 주식가격과 채권가격의 동시 급락(채권금리 급등), 달러화 초강세 등을 거론하며 “시장 환경이 완전히 리셋됐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익숙하게 유지했던 투자 패턴을 바꿀 때가 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정남 기자2022.12.04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요즘 세계 금융시장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긴축 속도조절론과 경기 연착륙론 희망에 부풀어 있다. 내년 미국 경제는 2% 물가 목표치에 가까워지면서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고, 이에 따라 연준은 돈줄 조이기 강도를 늦춰가겠다는 것이다. 시장에는 이미 연말 산타 랠리 기대감이 가득 차 있다.과연 희망대로 그렇게 될까. 1경원 이상의 돈을 굴리는 ‘큰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다른 견해를 피력해 관심을 모은다. 이데일리는 파월 의장이 긴축 속도조절을 언급한 브루킹스연구소 연설 직전인 지난달 30일 블랙록 투자연구소(BII)의 고객 웹캐스트를 들어봤다.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사진=AFP 제공)◇“2% 인플레 시대 다시 못 간다”“지난 40년의 대안정기는 끝났다.”블랙록의 내년 경제 전망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장 보이빈 BII 소장은 “우리는 이제 높은 변동성과 경기 침체를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체제(new regime)에 들어섰다”며 “지난 40년간 봤던 꾸준한 성장은 지났다”고 했다. 그는 “그 대신 생산 제약(production constraints)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는 지금 수준으로 경제가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구 고령화 △세계 공급망 재연결 △저탄소 전환 등을 두고 생산 비용을 높이는 요인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노동력 등이 비싼 미국이 생산·제조까지 하겠다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은 기조적으로 물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그가 가장 강조한 것은 2% 인플레이션 경제로 당분간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는 “(중앙은행이 긴축을 강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은 진정되겠지만 2% 목표치는 계속 상회할 것”이라며 “그보다 (장기적으로) 5%에 가까운 인플레이션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떻게든 2% 목표치를 고수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춰야 한다는 대다수 연준 인사들의 언급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보이빈 소장은 내년 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연착륙은 가능성 있는 결과로 보지 않는다”며 “물가를 낮추려면 경기 침체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이 너무 과도하게 돈줄을 조이면서 의도적으로 침체를 야기하고 있는 만큼 내년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파월 의장은 침체 없이 물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했는데, 이와는 전혀 다른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보이빈 소장은 “시장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장 보이빈 블랙록 투자연구소(BII) 소장. (사진=블랙록 제공)◇“포트폴리오 더 자주 조정해야”이에 블랙록이 제안한 투자 조언은 ‘민첩성’이다. 웹캐스트에 함께 나온 웨이 리 BII 최고투자전략가는 “우리는 거시 변동성과 시장 변동성이 더 높은 새로운 체제에 있다”며 “더 민첩해야 하고 포트폴리오 조정을 더 자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랙록은 특히 경기순환주 가운데 에너지주와 금융주를 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정유업체들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0~12배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유럽 회사들은 그 절반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는 게 대표적인 조언이다. 또 풍력, 바이오가스 등 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인 기업들은 에너지 섹터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라고 블랙록은 덧붙였다. 헬스케어 관련주 등 고령층 급증을 겨냥한 투자 역시 추천했다.같은 날 뉴욕타임스(NYT) 딜북 서밋에 나온 블랙록의 수장인 래리 핑크 회장도 비슷한 발언을 해 주목받았다. 그는 “미국 경제는 앞으로 몇 년간 더 높은 금리와 더 높은 물가상승률에 직면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은 당분간 3~4%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에너지 위기와 중국의 경기 둔화를 두고 “현재 경제의 최대 역풍”이라며 “우리는 실질 성장세에 기반을 둔 경제를 갖지 못하고 (특정한 몇 가지 요인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한 시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핑크 회장은 아울러 올해 이례적인 주식가격과 채권가격의 동시 급락(채권금리 급등), 달러화 초강세 등을 거론하며 “시장 환경이 완전히 리셋됐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익숙하게 유지했던 투자 패턴을 바꿀 때가 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은 존댓말이라는 게 없다. 연장자에 대한 예우는 당연히 있지만, 그렇다고 한국처럼 나이에 민감하지 않다. 한두살 차이로 ‘형님, 아우’ 하는 문화가 아니다.이런 미국에서 나이, 특히 정치인의 나이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1942년 11월 20일생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재임 중 80세 생일을 맞으면서다. 나이 많은 대통령의 대명사인 로널드 레이건은 1989년 퇴임 당시 77세였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때 78세로 이미 역대 최고령 기록을 썼다. 미국 역사상 80대 대통령은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겠지만, 나이에 무던한 미국마저 80대 대통령을 맞는 분위기는 사뭇 미묘해 보인다. 동시에 이런 질문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대통령에게 나이는 중요한 것인가.”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제공)◇‘80세 바이든 생일’이 던진 질문CNN은 “바이든 대통령의 80세 생일로 정계 최고위직에서 일하는데 어느 정도의 나이가 너무 많은 나이인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최근 미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응답자의 86%는 “대통령직 수행을 위한 컷오프(공천 배제) 기준은 75세 이하여야 한다”고 했다. 지난 20년간 미국 의회 하원에서 민주당 1인자 자리를 지켜왔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최근 ‘세대교체’를 거론하며 백의종군을 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펠로시 의장은 현재 82세다.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도 없지는 않다. 데보라 카도 스탠퍼드대 장수센터 소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징후를 보지 못했다”며 “연장자의 지혜를 무시하면 안된다”고 했다. 노화 전문가인 스튜어트 제이 올샨스키 일리노이대 교수는 “나이를 무기로 삼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예상 밖 선전한 것은 나이를 떠나 그의 저력이 여전함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그러나 워싱턴 정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이번 정권처럼 나이 논쟁이 있었던 적이 없다”며 “그가 재선에 도전해 당선된다면 80대 중반(86세)에 퇴임하는데, 이 정도면 나이에 따른 의구심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주요 공화당 지지층인 백인 남성 표심까지 자극할 수 있는 바이든 대통령만 한 전국구 스타가 민주당에 잘 보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생물학적인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의 잇따른 말실수가 그 방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개최국인 캄보디아를 콜롬비아로 잘못 언급하는 실수를 했다. 이전 민주당 출신 대통령인 빌 클린턴(46세 취임 54세 퇴임)과 버락 오바마(47세 취임 55세 퇴임)가 40세 기수론을 동력으로 삼았던 것도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부담이다. 마르케트대 로스쿨의 지난 9월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 응답자의 72%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백악관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80세 생일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생일 전날인 19일 토요일 맏손녀 나오미 바이든(28)의 결혼식을 백악관에서 연 게 대표적이다. CNN은 결혼식 사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해 “나오미의 결혼식이 대통령의 생일과 같은 주말에 열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고 전했다. 80세 생일이 끼인 주말을 젊게 보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는 결혼식 이후 매사추세츠주 낸터킷으로 이동해 추수감사절 명절 주간을 보낸다. 백악관에 쏠리는 여론을 의식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미 정가 ‘4050 세대교체론’ 비등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내 대권 잠룡들은 반사효과를 누리고 있다. 프랭크 브루니 듀크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전면 칼럼을 통해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좋았지만 나이 문제에 대한 소음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무려 19명의 민주당 주요 대권 주자들을 소개했다. 그는 가장 주목해야 할 인사로 카멀라 해리스(58) 부통령, 피트 부티지지(40) 교통장관, 그레천 휘트머(51) 미시건 주지사를 꼽았다. 모두 세대교체의 선봉에 설 수 있을 만한 40~50대다. 브루니 교수는 특히 “2024년 대선 국면에서 부티지지 장관은 더이상 새로운 아이(new kid)가 아닐 것이고 (이전과 비교해) 전혀 다른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민주당의 한 고참 전략가의 언급을 실었다. 1982년 1월생인 부티지지 장관은 공화당의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오른 1978년 9월생 론 디샌티스(44) 플로리다 주지사보다 젊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76) 전 대통령은 2024년 재선에 도전할 때 78세이며, 당선될 경우 퇴임할 때 82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만큼이나 나이 논쟁에서 자유롭지 않은 인사다.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원의원을 지냈던 정치평론가 바카리 셀러스는 NYT에 해리스 부통령, 부티지지 장관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 대권을 다툴 이는) 2~3명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좌파 거물인 버니 샌더스(81) 상원의원을 빼놓을 것을 두고서는 “너무 늙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출처=뉴욕타임스 지면)
김정남 기자2022.11.20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은 존댓말이라는 게 없다. 연장자에 대한 예우는 당연히 있지만, 그렇다고 한국처럼 나이에 민감하지 않다. 한두살 차이로 ‘형님, 아우’ 하는 문화가 아니다.이런 미국에서 나이, 특히 정치인의 나이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1942년 11월 20일생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재임 중 80세 생일을 맞으면서다. 나이 많은 대통령의 대명사인 로널드 레이건은 1989년 퇴임 당시 77세였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때 78세로 이미 역대 최고령 기록을 썼다. 미국 역사상 80대 대통령은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겠지만, 나이에 무던한 미국마저 80대 대통령을 맞는 분위기는 사뭇 미묘해 보인다. 동시에 이런 질문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대통령에게 나이는 중요한 것인가.”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제공)◇‘80세 바이든 생일’이 던진 질문CNN은 “바이든 대통령의 80세 생일로 정계 최고위직에서 일하는데 어느 정도의 나이가 너무 많은 나이인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최근 미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응답자의 86%는 “대통령직 수행을 위한 컷오프(공천 배제) 기준은 75세 이하여야 한다”고 했다. 지난 20년간 미국 의회 하원에서 민주당 1인자 자리를 지켜왔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최근 ‘세대교체’를 거론하며 백의종군을 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펠로시 의장은 현재 82세다.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도 없지는 않다. 데보라 카도 스탠퍼드대 장수센터 소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징후를 보지 못했다”며 “연장자의 지혜를 무시하면 안된다”고 했다. 노화 전문가인 스튜어트 제이 올샨스키 일리노이대 교수는 “나이를 무기로 삼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예상 밖 선전한 것은 나이를 떠나 그의 저력이 여전함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그러나 워싱턴 정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이번 정권처럼 나이 논쟁이 있었던 적이 없다”며 “그가 재선에 도전해 당선된다면 80대 중반(86세)에 퇴임하는데, 이 정도면 나이에 따른 의구심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주요 공화당 지지층인 백인 남성 표심까지 자극할 수 있는 바이든 대통령만 한 전국구 스타가 민주당에 잘 보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생물학적인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의 잇따른 말실수가 그 방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개최국인 캄보디아를 콜롬비아로 잘못 언급하는 실수를 했다. 이전 민주당 출신 대통령인 빌 클린턴(46세 취임 54세 퇴임)과 버락 오바마(47세 취임 55세 퇴임)가 40세 기수론을 동력으로 삼았던 것도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부담이다. 마르케트대 로스쿨의 지난 9월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 응답자의 72%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백악관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80세 생일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생일 전날인 19일 토요일 맏손녀 나오미 바이든(28)의 결혼식을 백악관에서 연 게 대표적이다. CNN은 결혼식 사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해 “나오미의 결혼식이 대통령의 생일과 같은 주말에 열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고 전했다. 80세 생일이 끼인 주말을 젊게 보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는 결혼식 이후 매사추세츠주 낸터킷으로 이동해 추수감사절 명절 주간을 보낸다. 백악관에 쏠리는 여론을 의식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미 정가 ‘4050 세대교체론’ 비등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내 대권 잠룡들은 반사효과를 누리고 있다. 프랭크 브루니 듀크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전면 칼럼을 통해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좋았지만 나이 문제에 대한 소음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무려 19명의 민주당 주요 대권 주자들을 소개했다. 그는 가장 주목해야 할 인사로 카멀라 해리스(58) 부통령, 피트 부티지지(40) 교통장관, 그레천 휘트머(51) 미시건 주지사를 꼽았다. 모두 세대교체의 선봉에 설 수 있을 만한 40~50대다. 브루니 교수는 특히 “2024년 대선 국면에서 부티지지 장관은 더이상 새로운 아이(new kid)가 아닐 것이고 (이전과 비교해) 전혀 다른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민주당의 한 고참 전략가의 언급을 실었다. 1982년 1월생인 부티지지 장관은 공화당의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오른 1978년 9월생 론 디샌티스(44) 플로리다 주지사보다 젊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76) 전 대통령은 2024년 재선에 도전할 때 78세이며, 당선될 경우 퇴임할 때 82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만큼이나 나이 논쟁에서 자유롭지 않은 인사다.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원의원을 지냈던 정치평론가 바카리 셀러스는 NYT에 해리스 부통령, 부티지지 장관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 대권을 다툴 이는) 2~3명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좌파 거물인 버니 샌더스(81) 상원의원을 빼놓을 것을 두고서는 “너무 늙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출처=뉴욕타임스 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