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부

김정남

기자

미국은 지금

  • 블랙록의 경고 "5% 장기 고물가, 모든 것이 달라진다"[미국은 지금]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요즘 세계 금융시장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긴축 속도조절론과 경기 연착륙론 희망에 부풀어 있다. 내년 미국 경제는 2% 물가 목표치에 가까워지면서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고, 이에 따라 연준은 돈줄 조이기 강도를 늦춰가겠다는 것이다. 시장에는 이미 연말 산타 랠리 기대감이 가득 차 있다.과연 희망대로 그렇게 될까. 1경원 이상의 돈을 굴리는 ‘큰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다른 견해를 피력해 관심을 모은다. 이데일리는 파월 의장이 긴축 속도조절을 언급한 브루킹스연구소 연설 직전인 지난달 30일 블랙록 투자연구소(BII)의 고객 웹캐스트를 들어봤다.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사진=AFP 제공)◇“2% 인플레 시대 다시 못 간다”“지난 40년의 대안정기는 끝났다.”블랙록의 내년 경제 전망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장 보이빈 BII 소장은 “우리는 이제 높은 변동성과 경기 침체를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체제(new regime)에 들어섰다”며 “지난 40년간 봤던 꾸준한 성장은 지났다”고 했다. 그는 “그 대신 생산 제약(production constraints)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는 지금 수준으로 경제가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구 고령화 △세계 공급망 재연결 △저탄소 전환 등을 두고 생산 비용을 높이는 요인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노동력 등이 비싼 미국이 생산·제조까지 하겠다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은 기조적으로 물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그가 가장 강조한 것은 2% 인플레이션 경제로 당분간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는 “(중앙은행이 긴축을 강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은 진정되겠지만 2% 목표치는 계속 상회할 것”이라며 “그보다 (장기적으로) 5%에 가까운 인플레이션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떻게든 2% 목표치를 고수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춰야 한다는 대다수 연준 인사들의 언급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보이빈 소장은 내년 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연착륙은 가능성 있는 결과로 보지 않는다”며 “물가를 낮추려면 경기 침체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이 너무 과도하게 돈줄을 조이면서 의도적으로 침체를 야기하고 있는 만큼 내년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파월 의장은 침체 없이 물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했는데, 이와는 전혀 다른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보이빈 소장은 “시장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장 보이빈 블랙록 투자연구소(BII) 소장. (사진=블랙록 제공)◇“포트폴리오 더 자주 조정해야”이에 블랙록이 제안한 투자 조언은 ‘민첩성’이다. 웹캐스트에 함께 나온 웨이 리 BII 최고투자전략가는 “우리는 거시 변동성과 시장 변동성이 더 높은 새로운 체제에 있다”며 “더 민첩해야 하고 포트폴리오 조정을 더 자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랙록은 특히 경기순환주 가운데 에너지주와 금융주를 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정유업체들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0~12배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유럽 회사들은 그 절반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는 게 대표적인 조언이다. 또 풍력, 바이오가스 등 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인 기업들은 에너지 섹터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라고 블랙록은 덧붙였다. 헬스케어 관련주 등 고령층 급증을 겨냥한 투자 역시 추천했다.같은 날 뉴욕타임스(NYT) 딜북 서밋에 나온 블랙록의 수장인 래리 핑크 회장도 비슷한 발언을 해 주목받았다. 그는 “미국 경제는 앞으로 몇 년간 더 높은 금리와 더 높은 물가상승률에 직면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은 당분간 3~4%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에너지 위기와 중국의 경기 둔화를 두고 “현재 경제의 최대 역풍”이라며 “우리는 실질 성장세에 기반을 둔 경제를 갖지 못하고 (특정한 몇 가지 요인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한 시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핑크 회장은 아울러 올해 이례적인 주식가격과 채권가격의 동시 급락(채권금리 급등), 달러화 초강세 등을 거론하며 “시장 환경이 완전히 리셋됐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익숙하게 유지했던 투자 패턴을 바꿀 때가 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정남 기자 2022.12.04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요즘 세계 금융시장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긴축 속도조절론과 경기 연착륙론 희망에 부풀어 있다. 내년 미국 경제는 2% 물가 목표치에 가까워지면서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고, 이에 따라 연준은 돈줄 조이기 강도를 늦춰가겠다는 것이다. 시장에는 이미 연말 산타 랠리 기대감이 가득 차 있다.과연 희망대로 그렇게 될까. 1경원 이상의 돈을 굴리는 ‘큰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다른 견해를 피력해 관심을 모은다. 이데일리는 파월 의장이 긴축 속도조절을 언급한 브루킹스연구소 연설 직전인 지난달 30일 블랙록 투자연구소(BII)의 고객 웹캐스트를 들어봤다.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사진=AFP 제공)◇“2% 인플레 시대 다시 못 간다”“지난 40년의 대안정기는 끝났다.”블랙록의 내년 경제 전망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장 보이빈 BII 소장은 “우리는 이제 높은 변동성과 경기 침체를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체제(new regime)에 들어섰다”며 “지난 40년간 봤던 꾸준한 성장은 지났다”고 했다. 그는 “그 대신 생산 제약(production constraints)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는 지금 수준으로 경제가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구 고령화 △세계 공급망 재연결 △저탄소 전환 등을 두고 생산 비용을 높이는 요인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노동력 등이 비싼 미국이 생산·제조까지 하겠다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은 기조적으로 물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그가 가장 강조한 것은 2% 인플레이션 경제로 당분간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는 “(중앙은행이 긴축을 강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은 진정되겠지만 2% 목표치는 계속 상회할 것”이라며 “그보다 (장기적으로) 5%에 가까운 인플레이션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떻게든 2% 목표치를 고수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춰야 한다는 대다수 연준 인사들의 언급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보이빈 소장은 내년 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연착륙은 가능성 있는 결과로 보지 않는다”며 “물가를 낮추려면 경기 침체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이 너무 과도하게 돈줄을 조이면서 의도적으로 침체를 야기하고 있는 만큼 내년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파월 의장은 침체 없이 물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했는데, 이와는 전혀 다른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보이빈 소장은 “시장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장 보이빈 블랙록 투자연구소(BII) 소장. (사진=블랙록 제공)◇“포트폴리오 더 자주 조정해야”이에 블랙록이 제안한 투자 조언은 ‘민첩성’이다. 웹캐스트에 함께 나온 웨이 리 BII 최고투자전략가는 “우리는 거시 변동성과 시장 변동성이 더 높은 새로운 체제에 있다”며 “더 민첩해야 하고 포트폴리오 조정을 더 자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랙록은 특히 경기순환주 가운데 에너지주와 금융주를 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정유업체들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0~12배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유럽 회사들은 그 절반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는 게 대표적인 조언이다. 또 풍력, 바이오가스 등 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인 기업들은 에너지 섹터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라고 블랙록은 덧붙였다. 헬스케어 관련주 등 고령층 급증을 겨냥한 투자 역시 추천했다.같은 날 뉴욕타임스(NYT) 딜북 서밋에 나온 블랙록의 수장인 래리 핑크 회장도 비슷한 발언을 해 주목받았다. 그는 “미국 경제는 앞으로 몇 년간 더 높은 금리와 더 높은 물가상승률에 직면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은 당분간 3~4%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에너지 위기와 중국의 경기 둔화를 두고 “현재 경제의 최대 역풍”이라며 “우리는 실질 성장세에 기반을 둔 경제를 갖지 못하고 (특정한 몇 가지 요인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한 시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핑크 회장은 아울러 올해 이례적인 주식가격과 채권가격의 동시 급락(채권금리 급등), 달러화 초강세 등을 거론하며 “시장 환경이 완전히 리셋됐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익숙하게 유지했던 투자 패턴을 바꿀 때가 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80세 생일상' 쉬쉬하는 바이든…4050 잠룡들 꿈틀[미국은 지금]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은 존댓말이라는 게 없다. 연장자에 대한 예우는 당연히 있지만, 그렇다고 한국처럼 나이에 민감하지 않다. 한두살 차이로 ‘형님, 아우’ 하는 문화가 아니다.이런 미국에서 나이, 특히 정치인의 나이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1942년 11월 20일생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재임 중 80세 생일을 맞으면서다. 나이 많은 대통령의 대명사인 로널드 레이건은 1989년 퇴임 당시 77세였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때 78세로 이미 역대 최고령 기록을 썼다. 미국 역사상 80대 대통령은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겠지만, 나이에 무던한 미국마저 80대 대통령을 맞는 분위기는 사뭇 미묘해 보인다. 동시에 이런 질문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대통령에게 나이는 중요한 것인가.”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제공)◇‘80세 바이든 생일’이 던진 질문CNN은 “바이든 대통령의 80세 생일로 정계 최고위직에서 일하는데 어느 정도의 나이가 너무 많은 나이인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최근 미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응답자의 86%는 “대통령직 수행을 위한 컷오프(공천 배제) 기준은 75세 이하여야 한다”고 했다. 지난 20년간 미국 의회 하원에서 민주당 1인자 자리를 지켜왔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최근 ‘세대교체’를 거론하며 백의종군을 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펠로시 의장은 현재 82세다.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도 없지는 않다. 데보라 카도 스탠퍼드대 장수센터 소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징후를 보지 못했다”며 “연장자의 지혜를 무시하면 안된다”고 했다. 노화 전문가인 스튜어트 제이 올샨스키 일리노이대 교수는 “나이를 무기로 삼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예상 밖 선전한 것은 나이를 떠나 그의 저력이 여전함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그러나 워싱턴 정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이번 정권처럼 나이 논쟁이 있었던 적이 없다”며 “그가 재선에 도전해 당선된다면 80대 중반(86세)에 퇴임하는데, 이 정도면 나이에 따른 의구심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주요 공화당 지지층인 백인 남성 표심까지 자극할 수 있는 바이든 대통령만 한 전국구 스타가 민주당에 잘 보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생물학적인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의 잇따른 말실수가 그 방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개최국인 캄보디아를 콜롬비아로 잘못 언급하는 실수를 했다. 이전 민주당 출신 대통령인 빌 클린턴(46세 취임 54세 퇴임)과 버락 오바마(47세 취임 55세 퇴임)가 40세 기수론을 동력으로 삼았던 것도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부담이다. 마르케트대 로스쿨의 지난 9월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 응답자의 72%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백악관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80세 생일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생일 전날인 19일 토요일 맏손녀 나오미 바이든(28)의 결혼식을 백악관에서 연 게 대표적이다. CNN은 결혼식 사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해 “나오미의 결혼식이 대통령의 생일과 같은 주말에 열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고 전했다. 80세 생일이 끼인 주말을 젊게 보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는 결혼식 이후 매사추세츠주 낸터킷으로 이동해 추수감사절 명절 주간을 보낸다. 백악관에 쏠리는 여론을 의식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미 정가 ‘4050 세대교체론’ 비등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내 대권 잠룡들은 반사효과를 누리고 있다. 프랭크 브루니 듀크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전면 칼럼을 통해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좋았지만 나이 문제에 대한 소음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무려 19명의 민주당 주요 대권 주자들을 소개했다. 그는 가장 주목해야 할 인사로 카멀라 해리스(58) 부통령, 피트 부티지지(40) 교통장관, 그레천 휘트머(51) 미시건 주지사를 꼽았다. 모두 세대교체의 선봉에 설 수 있을 만한 40~50대다. 브루니 교수는 특히 “2024년 대선 국면에서 부티지지 장관은 더이상 새로운 아이(new kid)가 아닐 것이고 (이전과 비교해) 전혀 다른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민주당의 한 고참 전략가의 언급을 실었다. 1982년 1월생인 부티지지 장관은 공화당의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오른 1978년 9월생 론 디샌티스(44) 플로리다 주지사보다 젊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76) 전 대통령은 2024년 재선에 도전할 때 78세이며, 당선될 경우 퇴임할 때 82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만큼이나 나이 논쟁에서 자유롭지 않은 인사다.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원의원을 지냈던 정치평론가 바카리 셀러스는 NYT에 해리스 부통령, 부티지지 장관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 대권을 다툴 이는) 2~3명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좌파 거물인 버니 샌더스(81) 상원의원을 빼놓을 것을 두고서는 “너무 늙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출처=뉴욕타임스 지면)
    김정남 기자 2022.11.20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은 존댓말이라는 게 없다. 연장자에 대한 예우는 당연히 있지만, 그렇다고 한국처럼 나이에 민감하지 않다. 한두살 차이로 ‘형님, 아우’ 하는 문화가 아니다.이런 미국에서 나이, 특히 정치인의 나이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1942년 11월 20일생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재임 중 80세 생일을 맞으면서다. 나이 많은 대통령의 대명사인 로널드 레이건은 1989년 퇴임 당시 77세였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때 78세로 이미 역대 최고령 기록을 썼다. 미국 역사상 80대 대통령은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겠지만, 나이에 무던한 미국마저 80대 대통령을 맞는 분위기는 사뭇 미묘해 보인다. 동시에 이런 질문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대통령에게 나이는 중요한 것인가.”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제공)◇‘80세 바이든 생일’이 던진 질문CNN은 “바이든 대통령의 80세 생일로 정계 최고위직에서 일하는데 어느 정도의 나이가 너무 많은 나이인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최근 미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응답자의 86%는 “대통령직 수행을 위한 컷오프(공천 배제) 기준은 75세 이하여야 한다”고 했다. 지난 20년간 미국 의회 하원에서 민주당 1인자 자리를 지켜왔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최근 ‘세대교체’를 거론하며 백의종군을 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펠로시 의장은 현재 82세다.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도 없지는 않다. 데보라 카도 스탠퍼드대 장수센터 소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징후를 보지 못했다”며 “연장자의 지혜를 무시하면 안된다”고 했다. 노화 전문가인 스튜어트 제이 올샨스키 일리노이대 교수는 “나이를 무기로 삼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예상 밖 선전한 것은 나이를 떠나 그의 저력이 여전함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그러나 워싱턴 정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이번 정권처럼 나이 논쟁이 있었던 적이 없다”며 “그가 재선에 도전해 당선된다면 80대 중반(86세)에 퇴임하는데, 이 정도면 나이에 따른 의구심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주요 공화당 지지층인 백인 남성 표심까지 자극할 수 있는 바이든 대통령만 한 전국구 스타가 민주당에 잘 보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생물학적인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의 잇따른 말실수가 그 방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개최국인 캄보디아를 콜롬비아로 잘못 언급하는 실수를 했다. 이전 민주당 출신 대통령인 빌 클린턴(46세 취임 54세 퇴임)과 버락 오바마(47세 취임 55세 퇴임)가 40세 기수론을 동력으로 삼았던 것도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부담이다. 마르케트대 로스쿨의 지난 9월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 응답자의 72%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백악관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80세 생일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생일 전날인 19일 토요일 맏손녀 나오미 바이든(28)의 결혼식을 백악관에서 연 게 대표적이다. CNN은 결혼식 사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해 “나오미의 결혼식이 대통령의 생일과 같은 주말에 열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고 전했다. 80세 생일이 끼인 주말을 젊게 보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는 결혼식 이후 매사추세츠주 낸터킷으로 이동해 추수감사절 명절 주간을 보낸다. 백악관에 쏠리는 여론을 의식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미 정가 ‘4050 세대교체론’ 비등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내 대권 잠룡들은 반사효과를 누리고 있다. 프랭크 브루니 듀크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전면 칼럼을 통해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좋았지만 나이 문제에 대한 소음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무려 19명의 민주당 주요 대권 주자들을 소개했다. 그는 가장 주목해야 할 인사로 카멀라 해리스(58) 부통령, 피트 부티지지(40) 교통장관, 그레천 휘트머(51) 미시건 주지사를 꼽았다. 모두 세대교체의 선봉에 설 수 있을 만한 40~50대다. 브루니 교수는 특히 “2024년 대선 국면에서 부티지지 장관은 더이상 새로운 아이(new kid)가 아닐 것이고 (이전과 비교해) 전혀 다른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민주당의 한 고참 전략가의 언급을 실었다. 1982년 1월생인 부티지지 장관은 공화당의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오른 1978년 9월생 론 디샌티스(44) 플로리다 주지사보다 젊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76) 전 대통령은 2024년 재선에 도전할 때 78세이며, 당선될 경우 퇴임할 때 82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만큼이나 나이 논쟁에서 자유롭지 않은 인사다.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원의원을 지냈던 정치평론가 바카리 셀러스는 NYT에 해리스 부통령, 부티지지 장관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 대권을 다툴 이는) 2~3명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좌파 거물인 버니 샌더스(81) 상원의원을 빼놓을 것을 두고서는 “너무 늙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출처=뉴욕타임스 지면)
  • '블루 스테이트' 뉴욕마저…심상찮은 바이든 심판론[미국은 지금]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지난 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맨해튼에 있는 명문 여성 사립대인 버나드 칼리지는 거물 정치인들의 등장으로 떠들썩했다. 선거 유세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번 중간선거에 나선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 후보(현 주지사)를 지원 방문했기 때문이다. 상원의장을 당연직으로 겸하는 민주당 소속 현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까지 합류했다.유세 주제는 ‘뉴욕 여성이여 투표하라’(new york women vote). 엄청난 환호성과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등장한 힐러리는 잠시 놀랍다는 표정을 지은 후 두 팔을 벌려 화답했다. CNN은 “힐러리가 직접 지지 유세 무대에 오른 것은 매우 낯선 장면”이라고 했다. 힐러리는 “공화당은 낙태권에 대한 (역사의)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한다”며 “그들은 낙태권을 폐지하기 위해 50년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선거 의제에서 경제에 밀린 낙태 이슈를 재점화해 여성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다. (사진 왼쪽부터)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캐시 호컬 민주당 뉴욕주지사 후보(현 주지사),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맨해튼에 있는 버나드 컬리지에서 중간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바이든·힐러리·해리스, 뉴욕 총출동정가에서는 떠들썩했던 이번 유세전이 역설적으로 민주당의 위기를 방증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손쉽게 이길 것으로 예상했던 뉴욕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공화당에 바짝 쫓기고 있는 탓이다.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현 대통령)는 뉴욕주에서 60.9%를 득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득표율은 37.7%였다. 무려 23.2%포인트 차이다. 1994년 조지 파타키 이후 공화당 소속 뉴욕주지사는 28년간 한 명도 없었다.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선거예측기관 파이브서티에이트(538)가 각 여론조사를 종합한 지지율을 보면, 5일 현재 호컬 후보는 51.0%로 리 젤딘 공화당 후보(43.6%)에 7.4%포인트 앞서 있다. 지난 7월만 해도 2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났으나, 격차가 확 줄었다. 심지어 트라팔가 그룹이 뉴욕주민 1198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3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호컬 후보가 47.6%로 젤딘 후보(48.4%)에 뒤졌다. 민주당 색이 짙은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 뉴욕주가 갑자기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 지역으로 떠오른 이유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공화당 성향이 강한 뉴욕주 북부보다 민주당 성향이 강한 맨해튼 등 뉴욕시에서) 민주당은 투표율을 끌어올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호컬 후보를 돕기 위해 당내에서 가장 소중한 인사들을 데리고 올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뉴욕 정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힐러리와 해리스가 동시에 나온 것은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뉴욕주 선거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까지 오는 6일 뉴욕주 유세전에 함께 할 예정이다.더 놀라운 것은 젤딘 후보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이다. 젤딘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선언을 가장 먼저 한 인사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주에서 인기가 상대적으로 더 떨어진다는 점에서 선거전에 마이너스(-)일 수 있는데도, 젤딘 후보는 약진하고 있는 것이다. 젤딘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지더라도 정치적인 ‘무게감’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리 젤딘 공화당 뉴욕주지사 후보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젤딘 돌풍’ 28년 만에 균열 일으켰다그렇다면 민주당이 텃밭에서 고전하는 기현상은 왜 벌어지고 있을까. 무엇보다 팬데믹 이후 급증하고 있는 뉴욕시의 범죄 문제가 꼽힌다. 올해 뉴욕시의 강도 발생 건수가 33% 폭증하는 등 안전 문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유권자들의 인식이 퍼지면서, 젤딘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젤딘 후보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당선 첫날 행정명령을 발동해 뉴욕주에 범죄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선거 초반 낙태 문제 등을 내세웠던 호컬 후보는 최근 총기 규제 등 안전 이슈까지 강화하고 있다. 김동석 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민주당은 비상이 걸린 상태”라며 “호컬 후보도 범죄 안전 문제를 우선시하는 쪽으로 선거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인플레이션 충격파 역시 뉴욕주를 덮쳤다. 이른바 ‘바이든플레이션’(biden+inflation)이다. 요즘 맨해튼에서는 방이 없는 원룸형 스튜디오의 월세는 웬만하면 4000달러(약 560만원)가 넘는다. 방 하나짜리 아파트 월세는 6000달러(약 850만원) 안팎은 줘야 한다. 말 그대로 살인적인 물가다. 이 역시 현직인 호컬 후보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뉴욕주뿐만 아니다. 대도시 시카고가 있는 또 다른 민주당 텃밭인 일리노이주는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과 공화당의 득표율은 각각 57.5%, 40.6%를 기록했다. 민주당 소속의 J.B 프리츠커 현 주지사가 여전히 유리해 보이지만, 대런 베일리 공화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예상도 만만치 않다.김동석 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진 전국적인 민주당 역풍 현상이 각 선거 지역 곳곳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심판론’이 심상치 않다는 의미로 읽힌다.
    김정남 기자 2022.11.06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지난 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맨해튼에 있는 명문 여성 사립대인 버나드 칼리지는 거물 정치인들의 등장으로 떠들썩했다. 선거 유세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번 중간선거에 나선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 후보(현 주지사)를 지원 방문했기 때문이다. 상원의장을 당연직으로 겸하는 민주당 소속 현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까지 합류했다.유세 주제는 ‘뉴욕 여성이여 투표하라’(new york women vote). 엄청난 환호성과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등장한 힐러리는 잠시 놀랍다는 표정을 지은 후 두 팔을 벌려 화답했다. CNN은 “힐러리가 직접 지지 유세 무대에 오른 것은 매우 낯선 장면”이라고 했다. 힐러리는 “공화당은 낙태권에 대한 (역사의)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한다”며 “그들은 낙태권을 폐지하기 위해 50년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선거 의제에서 경제에 밀린 낙태 이슈를 재점화해 여성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다. (사진 왼쪽부터)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캐시 호컬 민주당 뉴욕주지사 후보(현 주지사),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맨해튼에 있는 버나드 컬리지에서 중간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바이든·힐러리·해리스, 뉴욕 총출동정가에서는 떠들썩했던 이번 유세전이 역설적으로 민주당의 위기를 방증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손쉽게 이길 것으로 예상했던 뉴욕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공화당에 바짝 쫓기고 있는 탓이다.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현 대통령)는 뉴욕주에서 60.9%를 득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득표율은 37.7%였다. 무려 23.2%포인트 차이다. 1994년 조지 파타키 이후 공화당 소속 뉴욕주지사는 28년간 한 명도 없었다.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선거예측기관 파이브서티에이트(538)가 각 여론조사를 종합한 지지율을 보면, 5일 현재 호컬 후보는 51.0%로 리 젤딘 공화당 후보(43.6%)에 7.4%포인트 앞서 있다. 지난 7월만 해도 2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났으나, 격차가 확 줄었다. 심지어 트라팔가 그룹이 뉴욕주민 1198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3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호컬 후보가 47.6%로 젤딘 후보(48.4%)에 뒤졌다. 민주당 색이 짙은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 뉴욕주가 갑자기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 지역으로 떠오른 이유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공화당 성향이 강한 뉴욕주 북부보다 민주당 성향이 강한 맨해튼 등 뉴욕시에서) 민주당은 투표율을 끌어올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호컬 후보를 돕기 위해 당내에서 가장 소중한 인사들을 데리고 올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뉴욕 정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힐러리와 해리스가 동시에 나온 것은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뉴욕주 선거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까지 오는 6일 뉴욕주 유세전에 함께 할 예정이다.더 놀라운 것은 젤딘 후보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이다. 젤딘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선언을 가장 먼저 한 인사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주에서 인기가 상대적으로 더 떨어진다는 점에서 선거전에 마이너스(-)일 수 있는데도, 젤딘 후보는 약진하고 있는 것이다. 젤딘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지더라도 정치적인 ‘무게감’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리 젤딘 공화당 뉴욕주지사 후보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젤딘 돌풍’ 28년 만에 균열 일으켰다그렇다면 민주당이 텃밭에서 고전하는 기현상은 왜 벌어지고 있을까. 무엇보다 팬데믹 이후 급증하고 있는 뉴욕시의 범죄 문제가 꼽힌다. 올해 뉴욕시의 강도 발생 건수가 33% 폭증하는 등 안전 문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유권자들의 인식이 퍼지면서, 젤딘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젤딘 후보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당선 첫날 행정명령을 발동해 뉴욕주에 범죄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선거 초반 낙태 문제 등을 내세웠던 호컬 후보는 최근 총기 규제 등 안전 이슈까지 강화하고 있다. 김동석 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민주당은 비상이 걸린 상태”라며 “호컬 후보도 범죄 안전 문제를 우선시하는 쪽으로 선거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인플레이션 충격파 역시 뉴욕주를 덮쳤다. 이른바 ‘바이든플레이션’(biden+inflation)이다. 요즘 맨해튼에서는 방이 없는 원룸형 스튜디오의 월세는 웬만하면 4000달러(약 560만원)가 넘는다. 방 하나짜리 아파트 월세는 6000달러(약 850만원) 안팎은 줘야 한다. 말 그대로 살인적인 물가다. 이 역시 현직인 호컬 후보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뉴욕주뿐만 아니다. 대도시 시카고가 있는 또 다른 민주당 텃밭인 일리노이주는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과 공화당의 득표율은 각각 57.5%, 40.6%를 기록했다. 민주당 소속의 J.B 프리츠커 현 주지사가 여전히 유리해 보이지만, 대런 베일리 공화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예상도 만만치 않다.김동석 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진 전국적인 민주당 역풍 현상이 각 선거 지역 곳곳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심판론’이 심상치 않다는 의미로 읽힌다.
  • '한마디에 시장 출렁' 연은 총재들 성향 분석해보니[미국은 지금]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요즘처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의 발언 주목도가 높았던 적이 있었나 싶다. 제롬 파월 의장 외에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의 말 한마디에 시장이 출렁인다. 이들이 최근 어떻게 변했기에 시장은 공포로 가득 차 있을까.(출처=IT 캐피털 마켓츠)◇월가 놀라게 한 카시카리의 변신가장 주목할 인사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다. 시장분석기관 IT 캐피털 마켓츠의 분석을 보면, 그는 지난해 8월 당시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8명 중 가장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포) 성향이 강한 위원으로 꼽혔다. 돈을 풀어야 한다고 누구보다 강하게 주장했다는 의미다.그런데 1년여 사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달 추정에 따르면 카시카리 총재는 엄연히 매파 인사로 자리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정도의 초강경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의 변신은 연준의 급격한 노선 전환을 상징한다는 평가가 많다. 카시카리 총재는 지난 7일 한 컨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이 고점에 이르렀다는 신호가 거의 없다”며 “기준금리 인상 중단을 고려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고, 당일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1% 안팎 떨어졌다. 월가 한 뮤추얼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카시카리 총재는 같은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일 만큼 발언 톤이 달라져 더 놀랍다”고 전했다.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사진=AFP 제공)메스터 총재도 비슷하다. 1년 전만 해도 중립에 가까웠던 그는 이제 불라드 총재와 함께 가장 강력한 매파로 변신했다. 그는 최근 “현재 경기 여건을 감안할 때 긴축을 너무 적게 하면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이 이어져 경제에 뿌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매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역시 비둘기파에서 매파로 바뀐 인사다. ‘왕비둘기’ 라엘 브레이너드 부의장도 긴축 언급을 쏟아내고 있다. IT 캐피털 마켓츠에 따르면 현재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FOMC 내에서 가장 비둘기파적인 인사로 꼽힌다. 그러나 그의 최근 언급은 더이상 비둘기라고 보기 어려운 지경이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지난 10일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회의에서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다시 이동하도록 하기 위해 당분간 제약적일 것”이라며 “긴축의 누적 효과가 작동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 재무장관, 연준 의장 등의 하마평에 올랐던 실력자다.◇‘유일한 비둘기’ 에반스 떠난다월가는 그나마 마지막 남은 비둘기파를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로 보고 있다. IT 캐피털 마켓츠는 현재 FOMC 19명 위원 중 4명을 비둘기파로 꼽았는데, 에반스 총재 외에 나머지 3명은 이미 장기간 돈줄 조이기를 지지한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에반스 총재는 지난달 27일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OMFIF) 대담에 나와 “연준 정책이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기 위해 어느 시점에서는(at some point) 긴축의 속도를 늦추고 (금리 수준을) 변동 없이 유지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를 등에 업은 투자자들은 당일 장 초반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반등을 시도했다. 월가의 또다른 인사는 “연은 총재들의 발언 하나하나가 다 시장의 재료가 됐다”며 놀라워했다.현재 매파로 분류돼 있는 위원은 11명에 달한다. 중립은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등 4명이다. FOMC가 당분간 초강경 면모를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주목할 것은 내년이라고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에반스 총재는 내년 초 사퇴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임이 매파 인사일지, 비둘기파 인사일지 아직 파악하기 어렵다. 불라드 총재와 메스터 총재는 FOMC 내 의결권을 내려놓지만 하커 총재와 카시카리 총재는 의결권을 새로 행사하는 등 강성 매파들의 힘도 여전할 가능성이 높다.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 오른쪽)과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 (사진=AFP 제공)
    김정남 기자 2022.10.17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요즘처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의 발언 주목도가 높았던 적이 있었나 싶다. 제롬 파월 의장 외에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의 말 한마디에 시장이 출렁인다. 이들이 최근 어떻게 변했기에 시장은 공포로 가득 차 있을까.(출처=IT 캐피털 마켓츠)◇월가 놀라게 한 카시카리의 변신가장 주목할 인사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다. 시장분석기관 IT 캐피털 마켓츠의 분석을 보면, 그는 지난해 8월 당시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8명 중 가장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포) 성향이 강한 위원으로 꼽혔다. 돈을 풀어야 한다고 누구보다 강하게 주장했다는 의미다.그런데 1년여 사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달 추정에 따르면 카시카리 총재는 엄연히 매파 인사로 자리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정도의 초강경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의 변신은 연준의 급격한 노선 전환을 상징한다는 평가가 많다. 카시카리 총재는 지난 7일 한 컨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이 고점에 이르렀다는 신호가 거의 없다”며 “기준금리 인상 중단을 고려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고, 당일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1% 안팎 떨어졌다. 월가 한 뮤추얼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카시카리 총재는 같은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일 만큼 발언 톤이 달라져 더 놀랍다”고 전했다.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사진=AFP 제공)메스터 총재도 비슷하다. 1년 전만 해도 중립에 가까웠던 그는 이제 불라드 총재와 함께 가장 강력한 매파로 변신했다. 그는 최근 “현재 경기 여건을 감안할 때 긴축을 너무 적게 하면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이 이어져 경제에 뿌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매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역시 비둘기파에서 매파로 바뀐 인사다. ‘왕비둘기’ 라엘 브레이너드 부의장도 긴축 언급을 쏟아내고 있다. IT 캐피털 마켓츠에 따르면 현재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FOMC 내에서 가장 비둘기파적인 인사로 꼽힌다. 그러나 그의 최근 언급은 더이상 비둘기라고 보기 어려운 지경이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지난 10일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회의에서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다시 이동하도록 하기 위해 당분간 제약적일 것”이라며 “긴축의 누적 효과가 작동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 재무장관, 연준 의장 등의 하마평에 올랐던 실력자다.◇‘유일한 비둘기’ 에반스 떠난다월가는 그나마 마지막 남은 비둘기파를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로 보고 있다. IT 캐피털 마켓츠는 현재 FOMC 19명 위원 중 4명을 비둘기파로 꼽았는데, 에반스 총재 외에 나머지 3명은 이미 장기간 돈줄 조이기를 지지한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에반스 총재는 지난달 27일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OMFIF) 대담에 나와 “연준 정책이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기 위해 어느 시점에서는(at some point) 긴축의 속도를 늦추고 (금리 수준을) 변동 없이 유지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를 등에 업은 투자자들은 당일 장 초반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반등을 시도했다. 월가의 또다른 인사는 “연은 총재들의 발언 하나하나가 다 시장의 재료가 됐다”며 놀라워했다.현재 매파로 분류돼 있는 위원은 11명에 달한다. 중립은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등 4명이다. FOMC가 당분간 초강경 면모를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주목할 것은 내년이라고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에반스 총재는 내년 초 사퇴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임이 매파 인사일지, 비둘기파 인사일지 아직 파악하기 어렵다. 불라드 총재와 메스터 총재는 FOMC 내 의결권을 내려놓지만 하커 총재와 카시카리 총재는 의결권을 새로 행사하는 등 강성 매파들의 힘도 여전할 가능성이 높다.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 오른쪽)과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 (사진=AFP 제공)
  • "연준, 경제를 쓰레기장으로"…채권왕의 작심 비판[미국은 지금]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제를 쓰레기장 안으로(into a dumpster) 몰아넣을 것입니다.”월가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회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이데일리 등이 참석한 자사의 투자자 대상 화상 대담에서 “최근 연준의 통화정책은 너무 공격적”이라며 이렇게 비판했다.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회장이 지난 15일 오후 4시15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이데일리가 참석한 자사의 투자자 대상 화상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화상 대담 캡처)◇건들락 “연준, 경제를 쓰레기통으로”건들락은 억만장자 투자자 중 한 명으로 월가 내 영향력이 큰 인사다. 1971년 핌코를 창업해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로 키워낸 원조 채권왕 빌 그로스 이후 그 지위를 물려받은 신(新)채권왕으로 불린다.건들락은 “연준이 이번달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그러나 75bp가 아닌 25bp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로(0) 금리를 고수하던 연준은 지난 3월 인상 이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속도로 돈줄을 조여 왔다. 이번달 75bp 인상 자이언트스텝을 또 밟는다면 기준금리는 3.00~3.25%다. 울트라스텝을 강행할 경우 3.25~3.50%다. 불과 반년 사이 300bp 이상 올리는 것이다. 올해 초만 해도 이 정도 인상 폭을 점친 월가 인사는 거의 없었다. 만약 100bp를 올리는 울트라스텝이 현실화한다면, 연준이 현재 연방기금금리(FFR)를 정책금리로 채택한 1990년 이후 처음이다. 건들락은 “긴축 전망이 ‘없음’에서 ‘매우 높음’으로 갑자기 바뀌어서 달러화가 폭등하는 것”이라고 했다.그는 그러면서 “너무 과도한 긴축으로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연준은 숨을 고르고 (긴축 정책에 대해) 평가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주목할 것은 건들락이 2년여 전부터 누구보다 앞장서 인플레이션을 경고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해 1월 당시 “지금은 1970년대 중반을 생각나게 한다”며 “올해 금리를 4번 올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제롬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지난해 내내 돈을 풀었다.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던 건들락이 갑자기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것은 연준의 정책 실기를 비판하는 것으로 읽힌다. 연준이 정작 긴축을 해야 할 때 방관하다가 돌연 공격 긴축에 나선 ‘뒷북’으로 경기 경착륙 충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건들락의 이날 발언은 지난 2년여간의 화상 대담 중 가장 단호한 어조였다. 건들락은 “미국은 지금 침체를 겪고 있지 않다”면서도 “내년은 침체의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테면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가 집계하는 30년 만기 고정 주택담보대출(모기지) 평균금리는 최근 6.01%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이후 처음 6%를 넘었다. 미국인들은 임대료, 이자, 세금 등 주거 관련 비용이 높은 편이다. 주거 비용이 급증하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건들락은 또 “주식 약세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뉴욕 증시의 추가 하락을 점쳤다.건들락은 아울러 미국의 부채 중독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성장세 둔화를 빚 내기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부채가 성장세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미국 경제는 부채 중독을 끊고 재활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국가부채는 2008년 4분기 10조7000억달러 규모였는데, 올해 2분기 사상 최대인 30조5700억달러까지 불어났다. 산적한 부채는 연준의 돈줄 조이기로 국채금리가 폭등할 경우 이자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는 점에서 문제다.◇“연준 예측가능성 떨어졌다” 볼멘소리월가 안팎에서는 근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 연준에 대한 볼멘소리가 상당하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연준이 지난해부터 초기에 인플레이션을 통제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해 왔다.추후 전망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 금융사에서 채권 어드바이저로 일하는 한 인사는 “요즘은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최종금리가 5% 내외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숫자”라며 “연준의 기조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최종 금리에 대한 예측이 며칠 사이에 3% 중후반→4% 초중반→5% 내외 등으로 너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는 사이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2007년 이후 처음 4%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인 달러인덱스는 2002년 이후 처음 110선에서 고착화하고 있다. 금리와 달러가 움직이면서 뉴욕 증시는 연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건들락의 연준 ‘작심 비판’은 다른 나라에 시사점이 더 크다. 연준이 미국 수입물가를 낮추고자 ‘킹달러’를 사실상 용인하고 있는데, 달러화 가치가 얼마나 더 오를지 예측이 어려운 탓이다. 당장 한국부터 원·달러 환율 1400원 돌파가 목전에 왔다. 15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공포감도 있다.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회장. (사진=AFP 제공)
    김정남 기자 2022.09.18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제를 쓰레기장 안으로(into a dumpster) 몰아넣을 것입니다.”월가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회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이데일리 등이 참석한 자사의 투자자 대상 화상 대담에서 “최근 연준의 통화정책은 너무 공격적”이라며 이렇게 비판했다.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회장이 지난 15일 오후 4시15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이데일리가 참석한 자사의 투자자 대상 화상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화상 대담 캡처)◇건들락 “연준, 경제를 쓰레기통으로”건들락은 억만장자 투자자 중 한 명으로 월가 내 영향력이 큰 인사다. 1971년 핌코를 창업해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로 키워낸 원조 채권왕 빌 그로스 이후 그 지위를 물려받은 신(新)채권왕으로 불린다.건들락은 “연준이 이번달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그러나 75bp가 아닌 25bp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로(0) 금리를 고수하던 연준은 지난 3월 인상 이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속도로 돈줄을 조여 왔다. 이번달 75bp 인상 자이언트스텝을 또 밟는다면 기준금리는 3.00~3.25%다. 울트라스텝을 강행할 경우 3.25~3.50%다. 불과 반년 사이 300bp 이상 올리는 것이다. 올해 초만 해도 이 정도 인상 폭을 점친 월가 인사는 거의 없었다. 만약 100bp를 올리는 울트라스텝이 현실화한다면, 연준이 현재 연방기금금리(FFR)를 정책금리로 채택한 1990년 이후 처음이다. 건들락은 “긴축 전망이 ‘없음’에서 ‘매우 높음’으로 갑자기 바뀌어서 달러화가 폭등하는 것”이라고 했다.그는 그러면서 “너무 과도한 긴축으로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연준은 숨을 고르고 (긴축 정책에 대해) 평가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주목할 것은 건들락이 2년여 전부터 누구보다 앞장서 인플레이션을 경고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해 1월 당시 “지금은 1970년대 중반을 생각나게 한다”며 “올해 금리를 4번 올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제롬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지난해 내내 돈을 풀었다.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던 건들락이 갑자기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것은 연준의 정책 실기를 비판하는 것으로 읽힌다. 연준이 정작 긴축을 해야 할 때 방관하다가 돌연 공격 긴축에 나선 ‘뒷북’으로 경기 경착륙 충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건들락의 이날 발언은 지난 2년여간의 화상 대담 중 가장 단호한 어조였다. 건들락은 “미국은 지금 침체를 겪고 있지 않다”면서도 “내년은 침체의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테면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가 집계하는 30년 만기 고정 주택담보대출(모기지) 평균금리는 최근 6.01%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이후 처음 6%를 넘었다. 미국인들은 임대료, 이자, 세금 등 주거 관련 비용이 높은 편이다. 주거 비용이 급증하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건들락은 또 “주식 약세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뉴욕 증시의 추가 하락을 점쳤다.건들락은 아울러 미국의 부채 중독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성장세 둔화를 빚 내기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부채가 성장세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미국 경제는 부채 중독을 끊고 재활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국가부채는 2008년 4분기 10조7000억달러 규모였는데, 올해 2분기 사상 최대인 30조5700억달러까지 불어났다. 산적한 부채는 연준의 돈줄 조이기로 국채금리가 폭등할 경우 이자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는 점에서 문제다.◇“연준 예측가능성 떨어졌다” 볼멘소리월가 안팎에서는 근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 연준에 대한 볼멘소리가 상당하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연준이 지난해부터 초기에 인플레이션을 통제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해 왔다.추후 전망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 금융사에서 채권 어드바이저로 일하는 한 인사는 “요즘은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최종금리가 5% 내외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숫자”라며 “연준의 기조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최종 금리에 대한 예측이 며칠 사이에 3% 중후반→4% 초중반→5% 내외 등으로 너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는 사이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2007년 이후 처음 4%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인 달러인덱스는 2002년 이후 처음 110선에서 고착화하고 있다. 금리와 달러가 움직이면서 뉴욕 증시는 연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건들락의 연준 ‘작심 비판’은 다른 나라에 시사점이 더 크다. 연준이 미국 수입물가를 낮추고자 ‘킹달러’를 사실상 용인하고 있는데, 달러화 가치가 얼마나 더 오를지 예측이 어려운 탓이다. 당장 한국부터 원·달러 환율 1400원 돌파가 목전에 왔다. 15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공포감도 있다.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회장. (사진=AFP 제공)
  • "연말 미국도 침체 올 겁니다…미국 주식 투자 조심해야죠"[미국은 지금]
    재미 경제석학인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석좌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3월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으니, 올해 말 혹은 내년 초부터는 경기에 영향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손성원 교수 제공)[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요즘 뉴스를 통해 만나는 세계 경제는 곳곳이 아우성이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유럽 강대국들은 러시아가 에너지를 끊자 곧바로 위기에 빠졌다. 유럽 경제가 이렇게 취약했나 싶을 정도다. ‘세계의 공장’ 중국 경제의 성장세는 유독 약해지고 있다. ‘제로 코로나’ 방역정책을 쓰자, 올해 2분기 성장률이 0.4%까지 고꾸라졌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자국 국채를 많이 보유한 일본은행(BOJ)은 전혀 긴축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정부 빚을 중앙은행이 떠안다 보니,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손실(국채가격 하락) 우려가 큰 탓이다. 이는 자칫 엔화를 휴지 조각으로 만들 위험이 있다. 그 외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위기감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그나마 ‘비빌 언덕’이 미국이다. 최근 두 달 뉴욕 증시부터 그야말로 호조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지난 6월 16일(현지시간) 3666.77을 단기 저점으로 26일까지 두 달여간 10.66% 뛰었다.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찍었다는 투자자들의 인식이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결과다. ◇“이르면 올해 말 미국 경제 침체”그렇다면 미국 경제는 정말 누구나 투자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줄까. 또 한국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미국 주식은 살 만할까. 이데일리는 이같은 화두를 놓고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석좌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잭슨홀 연설 직후인 지난 26일 오후 때다. 그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에서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일했던 시절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당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과 수시로 상의했을 정도로 경제 분석에 밝은 재미 석학이다.손 교수는 추후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지금은 침체가 아닐지 모르지만 침체로 들어설 확률이 높다고 본다”며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 초에는 침체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미국 경제가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을 두고서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로만 침체를 판단하는 것은 이르다고 본다”면서도 추후 경제 사정에 대해서는 다소 비관적으로 봤다.그는 “연준이 예상보다 금리를 더 인상할 것 같고, 현재 연준이 실시하고 있는 양적긴축(QT)은 적어도 50~75bp(1bp=0.01%포인트) 금리 인상 효과를 낼 것”이라며 “연준의 긴축에 따른 달러화 강세는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텐데, 이 역시 50bp 정도 인상한 것과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증시가 하락하고 소비심리가 나빠지는 것도 사실상 금리를 인상한 효과와 같다”며 “이를 종합해서 보면 침체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말했다.인터뷰 당일 미시간대가 내놓은 이번달 소비자태도지수 확정치는 58.2로 나타났다. 전월(51.5)과 비교하면 상승했지만, 1년 전(70.3)보다는 큰 폭 낮았다. 손 교수는 이 수치를 거론하면서 “지난달보다는 소비심리가 약간 나아졌지만 지수 자체를 보면 절대 높은 게 아니다”고 평가했다.그는 “밀튼 프리드먼이 진단했듯 통화정책 파급 시차는 6개월 혹은 1년 정도”라며 “올해 3월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으니, 올해 말 혹은 내년 초부터는 경기에 영향이 갈 것”이라고 진단했다.◇“현재 환경서 주식 투자 조심해야”손 교수는 최근 일각에서 나오는 인플레이션 정점론에 대해서는 “물가가 정점을 찍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연준이 원하는 것은 2%”라고 단언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7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3% 상승했다. 전월인 6월 당시 상승률(6.8%)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손 교수는 다만 “6.3%에서 2%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는 더 나아가 “변동성이 큰 에너지 가격보다 제일 걱정하는 것은 임금 인상과 주택 임대료(렌트) 상승”이라며 “임금과 임대료는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보이고 인플레이션 역시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그렇다면 최근 두 달여간 상승세를 보인 뉴욕 증시는 어떤 흐름을 이어갈까. 그는 “증시가 추가로 더 강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상승장은 새로운 강세장의 출발점이 아니라 대세 약세장에서의 반짝 상승일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손 교수는 “투자자들은 연준이 (침체에 대응해)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예상해서 증시가 올랐다”면서도 “이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그는 “연준이 내년 상반기부터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은 너무 낙관적”이라며 “금리를 더 올린 후 이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올해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연준 인사들은 이같은 골자의 발언들을 쏟아냈다. 손 교수는 그러면서 “금리 인상, 달러화 강세, 경기 후퇴 등의 환경에서 미국 주식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손성원 교수는…△미국 플로리다주립대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 △피츠버그대 경제학 박사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수석이코노미스트 △웰스파고 수석부행장 △LA한미은행 행장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포에버21 부회장 △로욜라메리마운트대 석좌교수
    김정남 기자 2022.08.29
    재미 경제석학인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석좌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3월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으니, 올해 말 혹은 내년 초부터는 경기에 영향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손성원 교수 제공)[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요즘 뉴스를 통해 만나는 세계 경제는 곳곳이 아우성이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유럽 강대국들은 러시아가 에너지를 끊자 곧바로 위기에 빠졌다. 유럽 경제가 이렇게 취약했나 싶을 정도다. ‘세계의 공장’ 중국 경제의 성장세는 유독 약해지고 있다. ‘제로 코로나’ 방역정책을 쓰자, 올해 2분기 성장률이 0.4%까지 고꾸라졌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자국 국채를 많이 보유한 일본은행(BOJ)은 전혀 긴축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정부 빚을 중앙은행이 떠안다 보니,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손실(국채가격 하락) 우려가 큰 탓이다. 이는 자칫 엔화를 휴지 조각으로 만들 위험이 있다. 그 외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위기감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그나마 ‘비빌 언덕’이 미국이다. 최근 두 달 뉴욕 증시부터 그야말로 호조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지난 6월 16일(현지시간) 3666.77을 단기 저점으로 26일까지 두 달여간 10.66% 뛰었다.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찍었다는 투자자들의 인식이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결과다. ◇“이르면 올해 말 미국 경제 침체”그렇다면 미국 경제는 정말 누구나 투자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줄까. 또 한국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미국 주식은 살 만할까. 이데일리는 이같은 화두를 놓고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석좌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잭슨홀 연설 직후인 지난 26일 오후 때다. 그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에서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일했던 시절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당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과 수시로 상의했을 정도로 경제 분석에 밝은 재미 석학이다.손 교수는 추후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지금은 침체가 아닐지 모르지만 침체로 들어설 확률이 높다고 본다”며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 초에는 침체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미국 경제가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을 두고서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로만 침체를 판단하는 것은 이르다고 본다”면서도 추후 경제 사정에 대해서는 다소 비관적으로 봤다.그는 “연준이 예상보다 금리를 더 인상할 것 같고, 현재 연준이 실시하고 있는 양적긴축(QT)은 적어도 50~75bp(1bp=0.01%포인트) 금리 인상 효과를 낼 것”이라며 “연준의 긴축에 따른 달러화 강세는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텐데, 이 역시 50bp 정도 인상한 것과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증시가 하락하고 소비심리가 나빠지는 것도 사실상 금리를 인상한 효과와 같다”며 “이를 종합해서 보면 침체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말했다.인터뷰 당일 미시간대가 내놓은 이번달 소비자태도지수 확정치는 58.2로 나타났다. 전월(51.5)과 비교하면 상승했지만, 1년 전(70.3)보다는 큰 폭 낮았다. 손 교수는 이 수치를 거론하면서 “지난달보다는 소비심리가 약간 나아졌지만 지수 자체를 보면 절대 높은 게 아니다”고 평가했다.그는 “밀튼 프리드먼이 진단했듯 통화정책 파급 시차는 6개월 혹은 1년 정도”라며 “올해 3월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으니, 올해 말 혹은 내년 초부터는 경기에 영향이 갈 것”이라고 진단했다.◇“현재 환경서 주식 투자 조심해야”손 교수는 최근 일각에서 나오는 인플레이션 정점론에 대해서는 “물가가 정점을 찍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연준이 원하는 것은 2%”라고 단언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7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3% 상승했다. 전월인 6월 당시 상승률(6.8%)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손 교수는 다만 “6.3%에서 2%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는 더 나아가 “변동성이 큰 에너지 가격보다 제일 걱정하는 것은 임금 인상과 주택 임대료(렌트) 상승”이라며 “임금과 임대료는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보이고 인플레이션 역시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그렇다면 최근 두 달여간 상승세를 보인 뉴욕 증시는 어떤 흐름을 이어갈까. 그는 “증시가 추가로 더 강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상승장은 새로운 강세장의 출발점이 아니라 대세 약세장에서의 반짝 상승일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손 교수는 “투자자들은 연준이 (침체에 대응해)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예상해서 증시가 올랐다”면서도 “이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그는 “연준이 내년 상반기부터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은 너무 낙관적”이라며 “금리를 더 올린 후 이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올해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연준 인사들은 이같은 골자의 발언들을 쏟아냈다. 손 교수는 그러면서 “금리 인상, 달러화 강세, 경기 후퇴 등의 환경에서 미국 주식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손성원 교수는…△미국 플로리다주립대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 △피츠버그대 경제학 박사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수석이코노미스트 △웰스파고 수석부행장 △LA한미은행 행장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포에버21 부회장 △로욜라메리마운트대 석좌교수
  • 기업 증세로 물가 잡기?…바이든표 인플레법 갑론을박[미국은 지금]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은 한국처럼 ‘평생 직장’을 직업 선택의 최우선으로 삼지 않는다. 한국같은 뿌리 깊은 공채 문화가 없고, 그 어느 나라보다 이직이 활발하다.이들이 직장을 옮길 때 중요하게 보는 것은 여럿이다. 그 중에서 임금과 복지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임금 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노동시장이 유연한 미국에서는 자연스러운 이유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7월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5.2% 증가했다. 전월(5.1%)보다 더 높아졌다. 치솟는 물가에 기름을 부을 수 있는 수준이다.월가의 한 고위인사는 “인플레이션의 이유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며 “가격이 상승함에도 소비자들이 그 상품을 계속 산다는 게 본질”이라고 말했다. 그 구매력의 바탕에는 높아진 임금이 자리하고 있다. 9.1%(6월 기준)의 물가 상승률을 연방준비제도(Fed) 목표치인 2%로 내리려면, 다시 말해 구매력을 확 낮추려면, 결국 기업의 고용 여력이 낮아져 실업률이 높아지는 침체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제공)◇바이든 ‘증세 카드’ 두고 비판론이 와중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기업 증세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강력 추진하는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nflation Reduction Act)의 핵심은 세금 인상이다. 정부가 법인세 증세를 통해 3130억달러(약 406조 4000억원)를 징수하는 등 총 7390억달러(959조 6000억원)를 거둬들여, 기후 변화 대응과 약제비 인하, 재정적자 축소 등을 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응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세율을 올리면 기업 투자 축소→임금 인상 억제→가계 소비 감소의 과정을 거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해진다는 논리에서다. 말 그대로 총수요 억제책이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이 법안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데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물가 안정을 위한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라며 찬성 입장을 냈다. 그는 “이 법안의 효과가 해로울 것 같지는 않다”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물가를 완화하려면 가장 부유한 기업이 공정한 몫을 내도록 하자”며 법인세 인상 카드를 줄곧 거론해 왔다.그러나 미국 내에서는 반론에 더 무게가 실리는 기류다. 무엇보다 증세는 수요뿐 아니라 공급 측면에도 작용한다는 게 그 이유다. 기업이 투자를 줄이면 생산 능력이 감소해 공급량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는 오히려 물가를 더 띄울 수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 기업 생산·혁신 역량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버논 스미스, 케빈 해시트 전 미국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 짐 밀러 전 예산관리국(OMB) 국장, 로버트 헬러 전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등 230명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서한을 통해 “세금 인상은 공급 측면에서 투자를 저해할 것”이라며 “현재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촉발한 재정정책 오류를 영구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업이 높아진 세금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떠넘겨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아마존을 창업한 제프 베이조스는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의 법인세 인상론에 대해 “법인세 인상을 논의하는 것은 좋고 인플레이션 완화를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도 “둘을 한데 엮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반박해 주목 받았다.◇중간선거 앞둔 선거용 법안 관측스티브 행케 존스홉킨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법안은 인플레이션 감축이 아니라 증세에 관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권자들이 싫어하는 세금 인상 대신 물가 안정을 법안 이름으로 내세운 건 표를 노린 포석이라는 것이다. 그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패하면 국정 동력은 급격히 약화할 게 뻔하다. 인플레이션을 세금정책으로 다루려는 곳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영국 차기 총리 선거전의 핵심은 미국과 반대로 감세인데 이 역시 인플레이션 완화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은 영란은행(BOE)이 27년여 만에 50bp(1bp=0.01%포인트) 기준금리를 인상한 직후 “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감세가 기업 원가·임금 인상 부담을 완화하고 투자를 촉진해 총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다만 소득세율을 내릴 경우 구매력이 커져 물가 고공행진을 지속하게 한다는 반론 역시 나온다.
    김정남 기자 2022.08.07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은 한국처럼 ‘평생 직장’을 직업 선택의 최우선으로 삼지 않는다. 한국같은 뿌리 깊은 공채 문화가 없고, 그 어느 나라보다 이직이 활발하다.이들이 직장을 옮길 때 중요하게 보는 것은 여럿이다. 그 중에서 임금과 복지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임금 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노동시장이 유연한 미국에서는 자연스러운 이유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7월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5.2% 증가했다. 전월(5.1%)보다 더 높아졌다. 치솟는 물가에 기름을 부을 수 있는 수준이다.월가의 한 고위인사는 “인플레이션의 이유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며 “가격이 상승함에도 소비자들이 그 상품을 계속 산다는 게 본질”이라고 말했다. 그 구매력의 바탕에는 높아진 임금이 자리하고 있다. 9.1%(6월 기준)의 물가 상승률을 연방준비제도(Fed) 목표치인 2%로 내리려면, 다시 말해 구매력을 확 낮추려면, 결국 기업의 고용 여력이 낮아져 실업률이 높아지는 침체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제공)◇바이든 ‘증세 카드’ 두고 비판론이 와중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기업 증세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강력 추진하는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nflation Reduction Act)의 핵심은 세금 인상이다. 정부가 법인세 증세를 통해 3130억달러(약 406조 4000억원)를 징수하는 등 총 7390억달러(959조 6000억원)를 거둬들여, 기후 변화 대응과 약제비 인하, 재정적자 축소 등을 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응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세율을 올리면 기업 투자 축소→임금 인상 억제→가계 소비 감소의 과정을 거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해진다는 논리에서다. 말 그대로 총수요 억제책이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이 법안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데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물가 안정을 위한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라며 찬성 입장을 냈다. 그는 “이 법안의 효과가 해로울 것 같지는 않다”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물가를 완화하려면 가장 부유한 기업이 공정한 몫을 내도록 하자”며 법인세 인상 카드를 줄곧 거론해 왔다.그러나 미국 내에서는 반론에 더 무게가 실리는 기류다. 무엇보다 증세는 수요뿐 아니라 공급 측면에도 작용한다는 게 그 이유다. 기업이 투자를 줄이면 생산 능력이 감소해 공급량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는 오히려 물가를 더 띄울 수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 기업 생산·혁신 역량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버논 스미스, 케빈 해시트 전 미국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 짐 밀러 전 예산관리국(OMB) 국장, 로버트 헬러 전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등 230명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서한을 통해 “세금 인상은 공급 측면에서 투자를 저해할 것”이라며 “현재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촉발한 재정정책 오류를 영구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업이 높아진 세금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떠넘겨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아마존을 창업한 제프 베이조스는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의 법인세 인상론에 대해 “법인세 인상을 논의하는 것은 좋고 인플레이션 완화를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도 “둘을 한데 엮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반박해 주목 받았다.◇중간선거 앞둔 선거용 법안 관측스티브 행케 존스홉킨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법안은 인플레이션 감축이 아니라 증세에 관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권자들이 싫어하는 세금 인상 대신 물가 안정을 법안 이름으로 내세운 건 표를 노린 포석이라는 것이다. 그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패하면 국정 동력은 급격히 약화할 게 뻔하다. 인플레이션을 세금정책으로 다루려는 곳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영국 차기 총리 선거전의 핵심은 미국과 반대로 감세인데 이 역시 인플레이션 완화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은 영란은행(BOE)이 27년여 만에 50bp(1bp=0.01%포인트) 기준금리를 인상한 직후 “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감세가 기업 원가·임금 인상 부담을 완화하고 투자를 촉진해 총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다만 소득세율을 내릴 경우 구매력이 커져 물가 고공행진을 지속하게 한다는 반론 역시 나온다.
  • '킹달러' 들고 미국인들 유럽 몰려간다[미국은 지금]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보다 700달러 넘게 싸게 샀어요.”미국 시카고에 사는 26세 디자이너 알리사 브라운씨. 그녀는 올해 4월 이직한 이후 곧바로 휴가 계획을 세웠다.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 오랜 기간 눈여겨 봤던 생로랑의 가방을 사는 것이었다. 때마침 4월 당시 유로·달러 환율은 1.1달러를 밑돌았다(유로화 약세·달러화 강세). 1년 전만 해도 1유로당 1.2달러를 훌쩍 넘었는데, 그 사이 유로화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브라운씨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파리에서 생로랑 선셋 미디엄 체인백을 사는데 1833달러를 썼다”며 “미국 가격인 2550달러보다 700달러 이상 저렴했다”고 말했다. 700달러면 한국 돈으로 90만원 안팎이다.그 이후 유로·달러 환율은 패리티(parity·동등 가치) 수준까지 더 하락했다. 최근 뉴욕에서 일하는 마케팅 임원인 제니퍼 바움씨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덴마크 코펜하겐을 여행했다. 바움씨는 WSJ를 통해 “(네덜란드 유로화와 덴마크 크로네화로 표기된 가격을 달러화로 환산해서 나온) 호텔값을 보고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스포르제스코 성에서 관광객들이 걸어다니고 있다. (사진=AFP 제공)◇“유럽서 가방·보석 더 싸게 샀어요”미국에서 때아닌 ‘유럽 특수’ 바람이 불고 있다. 유로화 가치가 ‘역대급’ 급락하면서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럽 각국에 복합위기가 닥치면서 유로화가 급락하자, 미국인들이 ‘킹달러’를 들고 몰려가는 것이다. 23일(현지시간) WSJ가 인용한 부가가치세(VAT) 환급 제공업체인 플래닛의 집계를 보면, 올해 6월 미국 여행객들이 유럽에서 쓴 돈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6월과 비교해 56% 폭증했다.특히 유럽에서 유명한 명품 가방, 보석, 시계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까르띠에, 바쉐론 콘스탄틴, 몽블랑 등 명품 브랜드를 갖고 있는 스위스의 리치몬트는 올해 2분기 유럽 매출액이 1년 전보다 42% 뛰었다. 아시아·태평양(-15%), 아메리카(+25%), 중동·아프리카(+6%) 등 다른 지역들보다 호실적을 올렸다. 리치몬트는 “미국과 중동에서 온 관광객들 때문”이라고 평가했다.이 때문에 유럽의 물가는 오히려 더 치솟고 있다. 숙박 데이터업체인 STR에 따르면 7월 9일까지 28일간 유럽의 하루 호텔 평균요금은 154.41유로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급등한 수치다. 여행 예약 앱인 호퍼 집계를 보면, 현재 미국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비행편 가격은 왕복 평균 672달러다. 2019년 대비 5% 이상 올랐다. 그럼에도 높은 가격을 지불하겠다는 미국 관광객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게 근래 유럽의 분위기다. 달러화 대비 유로화 약세가 심화하면서 유럽 현지의 물가 폭등분을 상쇄하고도 남기 때문이다.뉴욕 출신의 사진작가인 리마 브린다모어씨는 “유리한 환율 덕에 이탈리아 신혼여행에서 개인 공항 셔틀버스, 와인 투어 등 평소 하지 않았던 서비스를 즐겼다”고 전했다.◇물가 안정 위해 강달러 용인하는 美더 나아가 아예 유럽의 집을 사려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다. 미국 집값이 치솟자 유로화 약세를 등에 업고 부동산 매수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부동산 중개업체 소더비의 자료를 보면, 1분기 소더비의 이탈리아 중개수수료 매출액 가운데 미국인 비중은 12%로 나타났다. 1년 전에는 5%에 불과했다. 또 2분기 그리스 이주를 희망하는 미국인들의 요청은 전년 동기 대기 40% 이상 급증했다고 소더비는 전했다.미국 내 유럽 특수는 최근 세계 정세를 극명하게 상징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WSJ는 “유로화 약세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유럽의 에너지 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인들이 ‘로망’처럼 여겼던 유럽이 저렴하게 쉬다 오는 곳으로 전락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인들이 쓰는 돈으로 인해 물가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정작 유럽 거주 시민들의 경제 고통은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게다가 월가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사실상 강(强)달러를 용인하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월가 금융사의 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강달러는 미국 수입 물가를 낮추고 해외 소비를 늘리는 측면에서 물가를 안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달러 강세에 유럽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신음하고 있지만, 미국 정책당국은 무엇보다 자국 물가 잡기에 올인하고 있다는 뜻이다.최근 3년 유로·달러 환율 추이. (출처=연방준비제도)
    김정남 기자 2022.07.24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보다 700달러 넘게 싸게 샀어요.”미국 시카고에 사는 26세 디자이너 알리사 브라운씨. 그녀는 올해 4월 이직한 이후 곧바로 휴가 계획을 세웠다.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 오랜 기간 눈여겨 봤던 생로랑의 가방을 사는 것이었다. 때마침 4월 당시 유로·달러 환율은 1.1달러를 밑돌았다(유로화 약세·달러화 강세). 1년 전만 해도 1유로당 1.2달러를 훌쩍 넘었는데, 그 사이 유로화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브라운씨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파리에서 생로랑 선셋 미디엄 체인백을 사는데 1833달러를 썼다”며 “미국 가격인 2550달러보다 700달러 이상 저렴했다”고 말했다. 700달러면 한국 돈으로 90만원 안팎이다.그 이후 유로·달러 환율은 패리티(parity·동등 가치) 수준까지 더 하락했다. 최근 뉴욕에서 일하는 마케팅 임원인 제니퍼 바움씨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덴마크 코펜하겐을 여행했다. 바움씨는 WSJ를 통해 “(네덜란드 유로화와 덴마크 크로네화로 표기된 가격을 달러화로 환산해서 나온) 호텔값을 보고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스포르제스코 성에서 관광객들이 걸어다니고 있다. (사진=AFP 제공)◇“유럽서 가방·보석 더 싸게 샀어요”미국에서 때아닌 ‘유럽 특수’ 바람이 불고 있다. 유로화 가치가 ‘역대급’ 급락하면서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럽 각국에 복합위기가 닥치면서 유로화가 급락하자, 미국인들이 ‘킹달러’를 들고 몰려가는 것이다. 23일(현지시간) WSJ가 인용한 부가가치세(VAT) 환급 제공업체인 플래닛의 집계를 보면, 올해 6월 미국 여행객들이 유럽에서 쓴 돈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6월과 비교해 56% 폭증했다.특히 유럽에서 유명한 명품 가방, 보석, 시계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까르띠에, 바쉐론 콘스탄틴, 몽블랑 등 명품 브랜드를 갖고 있는 스위스의 리치몬트는 올해 2분기 유럽 매출액이 1년 전보다 42% 뛰었다. 아시아·태평양(-15%), 아메리카(+25%), 중동·아프리카(+6%) 등 다른 지역들보다 호실적을 올렸다. 리치몬트는 “미국과 중동에서 온 관광객들 때문”이라고 평가했다.이 때문에 유럽의 물가는 오히려 더 치솟고 있다. 숙박 데이터업체인 STR에 따르면 7월 9일까지 28일간 유럽의 하루 호텔 평균요금은 154.41유로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급등한 수치다. 여행 예약 앱인 호퍼 집계를 보면, 현재 미국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비행편 가격은 왕복 평균 672달러다. 2019년 대비 5% 이상 올랐다. 그럼에도 높은 가격을 지불하겠다는 미국 관광객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게 근래 유럽의 분위기다. 달러화 대비 유로화 약세가 심화하면서 유럽 현지의 물가 폭등분을 상쇄하고도 남기 때문이다.뉴욕 출신의 사진작가인 리마 브린다모어씨는 “유리한 환율 덕에 이탈리아 신혼여행에서 개인 공항 셔틀버스, 와인 투어 등 평소 하지 않았던 서비스를 즐겼다”고 전했다.◇물가 안정 위해 강달러 용인하는 美더 나아가 아예 유럽의 집을 사려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다. 미국 집값이 치솟자 유로화 약세를 등에 업고 부동산 매수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부동산 중개업체 소더비의 자료를 보면, 1분기 소더비의 이탈리아 중개수수료 매출액 가운데 미국인 비중은 12%로 나타났다. 1년 전에는 5%에 불과했다. 또 2분기 그리스 이주를 희망하는 미국인들의 요청은 전년 동기 대기 40% 이상 급증했다고 소더비는 전했다.미국 내 유럽 특수는 최근 세계 정세를 극명하게 상징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WSJ는 “유로화 약세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유럽의 에너지 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인들이 ‘로망’처럼 여겼던 유럽이 저렴하게 쉬다 오는 곳으로 전락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인들이 쓰는 돈으로 인해 물가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정작 유럽 거주 시민들의 경제 고통은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게다가 월가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사실상 강(强)달러를 용인하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월가 금융사의 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강달러는 미국 수입 물가를 낮추고 해외 소비를 늘리는 측면에서 물가를 안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달러 강세에 유럽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신음하고 있지만, 미국 정책당국은 무엇보다 자국 물가 잡기에 올인하고 있다는 뜻이다.최근 3년 유로·달러 환율 추이. (출처=연방준비제도)
  • 제2의 닷컴버블 경고인가…쪽박 차는 IPO 대어들[미국은 지금]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비트코인 바람을 타고 지난해 4월 1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 데뷔했던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 ‘비트코인은 실체가 없다’는 비판에도 코인베이스 주가는 상장 첫날 장중 429.54달러까지 치솟으며 월가를 놀라게 했다.(그래픽=문승용 기자)그런데 1년여 지난 현재 미국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혔던 코인베이스의 체면은 말이 아니다. 지난 13일 기준 종가는 주당 67.87달러. 올해 들어 72.97% 폭락했다. 코인베이스 매출의 대부분은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에서 나온다. 주가 급락은 올해 1분기 매출이 11억 7000만달러(약 1조 5000억원)에 그친 ‘어닝 쇼크’와 관련이 있다. 월가 예상치(15억 6600만달러)에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인플레이션 공포→시장금리 상승→위험자산 회피→비트코인 폭락의 악순환에 따른 것이다.코인베이스는 상장 때만 해도 비트코인의 제도권 금융 편입을 주도할 ‘미래’로 불렸다. 그러나 투자자문사 레이먼드 제임스의 패트릭 오쇼네시 분석가는 “(채굴량이 정해진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디지털 금으로 불렸지만) 올해는 인플레이션 헤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AFP 제공)◇혁신이었나, 거품이었나역대급 유동성을 등에 업고 시장을 뒤흔들었던 IPO 대어들이 돌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린 신생 기술기업들의 주가 폭락은 제2의 닷컴 버블 경고등으로 여겨질 정도다. IPO 전문조사업체 르네상스캐피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3일까지 미국 IPO 시장 규모는 39억달러(약 5조원)를 기록했다. IPO는 기업이 상장 절차 등을 밟기 위해 실시하는 외부 투자자들에 대한 첫 주식 공매를 말한다. 지난해 규모는 무려 1424억달러였다. 닷컴 붐 때인 2000년(970억달러)이 1년 기준 최대였는데, 이를 22년 만에 갈아치웠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기업 상장은 ‘씨가 말랐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이대로라면 최근 10년 내 최소 기록(2016년 188억달러)을 밑돌 가능성이 높다. 2015년 이후 매해 IPO 규모는 300억달러→188억달러→355억달러→469억달러→463억달러→782억달러였다.올해 IPO 건수는 32개 기업에 불과했다. 지난해(397개 기업)에 한참 못 미친다. 뉴욕 증시에 새로운 피들이 수혈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상장 분위기가 확 식어버린 건 금융시장 전반이 얼었기 때문이다. IPO 대어들은 시중에 돈이 많을 때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는데, 돈이 마르자 설익은 애물단지로 격하한 것이다. 코인베이스뿐 아니다. 팬데믹을 등에 업고 미국 개미들의 성지로 군림했던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 로빈후드. 월가에 반기를 든 밀레니얼 개미들의 지지 속에 로빈후드는 지난해 7월 29일 뉴욕 증시 제도권에 올랐다. 하지만 올해 주가는 42.03% 폭락했다. 상장 첫날 40달러에 육박했던 주가는 현재 10달러 안팎이다. ‘제2의 테슬라’로 불린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의 낙폭은 더 극적이다. 지난해 11월 상장 직후 한때 종가 172.01달러까지 치솟았는데, 현재 주가는 26.70달러다. 올해 하락 폭이 74.01%에 달한다. ◇씨가 말라버린 미 IPO 시장△미국 소프트웨어업체 스노우플레이크( -52.30%) △기업용 자동화 소프트웨어업체 유아이패스 (-59.81%) △게임업체 로블록스 (-66.63%) △게임개발 플랫폼업체 유니티소프트웨어 (-71.80) 등 대어들의 올해 주가 성적표 역시 마이너스(-)다. 이에 IPO 기업들의 주가 흐름을 반영하는 ‘르네상스 IPO 지수’는 50.80% 폭락했다. 월가에서는 이를 두고 코로나19 이후 파티가 과했다는 지적이 많다.추후 전망은 밝지 않다. 2분기 미국 IPO 시장에서 눈여겨 볼 스타트업은 인스타카트 정도다. 이 회사는 과일, 야채 등 신선신품을 즉시 배송하는 미국판 마켓컬리다. 팬데믹 봉쇄를 기회 삼아 매출이 급증했고, 최근 비공개로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를 신청했다. 그러나 근래 오프라인 식료품점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는 데다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갈수록 거세지면서, 인스타카트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차가워졌다. 인스타카트는 지난 3월 기업가치를 390억달러에서 240억달러로 크게 낮췄다.IPO 대어들의 몰락에 미국 주식에 투자한 한국 개인투자자 ‘서학개미’들도 영향을 받는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국 투자자들이 많이 보유한 미국 종목 중 19위가 리비안이다. 로블록스(25위), 쿠팡(27위), 유니티소프트웨어(35위) 등도 상위권에 있다.. (사진=AFP 제공)
    김정남 기자 2022.05.15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비트코인 바람을 타고 지난해 4월 1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 데뷔했던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 ‘비트코인은 실체가 없다’는 비판에도 코인베이스 주가는 상장 첫날 장중 429.54달러까지 치솟으며 월가를 놀라게 했다.(그래픽=문승용 기자)그런데 1년여 지난 현재 미국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혔던 코인베이스의 체면은 말이 아니다. 지난 13일 기준 종가는 주당 67.87달러. 올해 들어 72.97% 폭락했다. 코인베이스 매출의 대부분은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에서 나온다. 주가 급락은 올해 1분기 매출이 11억 7000만달러(약 1조 5000억원)에 그친 ‘어닝 쇼크’와 관련이 있다. 월가 예상치(15억 6600만달러)에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인플레이션 공포→시장금리 상승→위험자산 회피→비트코인 폭락의 악순환에 따른 것이다.코인베이스는 상장 때만 해도 비트코인의 제도권 금융 편입을 주도할 ‘미래’로 불렸다. 그러나 투자자문사 레이먼드 제임스의 패트릭 오쇼네시 분석가는 “(채굴량이 정해진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디지털 금으로 불렸지만) 올해는 인플레이션 헤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AFP 제공)◇혁신이었나, 거품이었나역대급 유동성을 등에 업고 시장을 뒤흔들었던 IPO 대어들이 돌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린 신생 기술기업들의 주가 폭락은 제2의 닷컴 버블 경고등으로 여겨질 정도다. IPO 전문조사업체 르네상스캐피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3일까지 미국 IPO 시장 규모는 39억달러(약 5조원)를 기록했다. IPO는 기업이 상장 절차 등을 밟기 위해 실시하는 외부 투자자들에 대한 첫 주식 공매를 말한다. 지난해 규모는 무려 1424억달러였다. 닷컴 붐 때인 2000년(970억달러)이 1년 기준 최대였는데, 이를 22년 만에 갈아치웠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기업 상장은 ‘씨가 말랐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이대로라면 최근 10년 내 최소 기록(2016년 188억달러)을 밑돌 가능성이 높다. 2015년 이후 매해 IPO 규모는 300억달러→188억달러→355억달러→469억달러→463억달러→782억달러였다.올해 IPO 건수는 32개 기업에 불과했다. 지난해(397개 기업)에 한참 못 미친다. 뉴욕 증시에 새로운 피들이 수혈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상장 분위기가 확 식어버린 건 금융시장 전반이 얼었기 때문이다. IPO 대어들은 시중에 돈이 많을 때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는데, 돈이 마르자 설익은 애물단지로 격하한 것이다. 코인베이스뿐 아니다. 팬데믹을 등에 업고 미국 개미들의 성지로 군림했던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 로빈후드. 월가에 반기를 든 밀레니얼 개미들의 지지 속에 로빈후드는 지난해 7월 29일 뉴욕 증시 제도권에 올랐다. 하지만 올해 주가는 42.03% 폭락했다. 상장 첫날 40달러에 육박했던 주가는 현재 10달러 안팎이다. ‘제2의 테슬라’로 불린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의 낙폭은 더 극적이다. 지난해 11월 상장 직후 한때 종가 172.01달러까지 치솟았는데, 현재 주가는 26.70달러다. 올해 하락 폭이 74.01%에 달한다. ◇씨가 말라버린 미 IPO 시장△미국 소프트웨어업체 스노우플레이크( -52.30%) △기업용 자동화 소프트웨어업체 유아이패스 (-59.81%) △게임업체 로블록스 (-66.63%) △게임개발 플랫폼업체 유니티소프트웨어 (-71.80) 등 대어들의 올해 주가 성적표 역시 마이너스(-)다. 이에 IPO 기업들의 주가 흐름을 반영하는 ‘르네상스 IPO 지수’는 50.80% 폭락했다. 월가에서는 이를 두고 코로나19 이후 파티가 과했다는 지적이 많다.추후 전망은 밝지 않다. 2분기 미국 IPO 시장에서 눈여겨 볼 스타트업은 인스타카트 정도다. 이 회사는 과일, 야채 등 신선신품을 즉시 배송하는 미국판 마켓컬리다. 팬데믹 봉쇄를 기회 삼아 매출이 급증했고, 최근 비공개로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를 신청했다. 그러나 근래 오프라인 식료품점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는 데다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갈수록 거세지면서, 인스타카트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차가워졌다. 인스타카트는 지난 3월 기업가치를 390억달러에서 240억달러로 크게 낮췄다.IPO 대어들의 몰락에 미국 주식에 투자한 한국 개인투자자 ‘서학개미’들도 영향을 받는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국 투자자들이 많이 보유한 미국 종목 중 19위가 리비안이다. 로블록스(25위), 쿠팡(27위), 유니티소프트웨어(35위) 등도 상위권에 있다.. (사진=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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