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부

김정남

기자

김정남의 월가브리핑

  • 전방위 물가 폭등 쇼크, 미 증시 강세장 저무나[김정남의 월가브리핑]
    김정남 기자 2022.02.11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의 인플레이션 파고가 예상보다 높습니다. 10일 오전 8시30분(현지시간) 노동부가 올해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발표했는데요. 그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7.5%였습니다. 1982년 2월(7.6%) 이후 40년 만의 최대 폭입니다. 말로만 듣던 1974년과 1980년 당시 오일쇼크발(發) 초인플레이션이 현실로 다가오는 걸까요.안타깝게도 팬데믹 변수는 너무 많은 불확실성을 안기고 있습니다. 월가는 올해 2분기 혹은 3분기부터 물가 폭등세가 잦아들 것으로 점치고 있지만, 그 근거는 불분명합니다. 전망보다는 희망 아니냐는 비아냥이 있을 정도니까요. 팬데믹이 인플레이션에 어떤 경로로 영향을 미치는지 역시 다들 얘기하는 게 약간씩 다릅니다. 거기에 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지정학 위험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고요. 이 때문인지 이날 뉴욕 증권시장과 채권시장은 그야말로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미국 경제와 시장은 지금 어느 위치에 있는 걸까요.(출처=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충격 안긴 1월 미국 물가 폭등충격을 안긴 1월 CPI를 뜯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만큼 시장에 미친 영향이 컸기 때문인데요. 특히 채권시장은 CPI 발표 직후부터 요동쳤습니다.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1.640%까지 치솟았습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2월 이후 가장 높습니다. 하루 만에 무려 30bp(1bp=0.01%포인트) 가까이 폭등했습니다. 이유가 있겠지요. 연준이 3월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할 것이라는 견해는 점차 컨센서스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연준 같은 대다수 중앙은행은 한 번 통화정책 방향을 잡으면 2~3년 중기 시계로 그 기조를 이어갑니다. 2년물 국채가격은 연준의 행보와 사실상 연동돼 있다는 뜻입니다. 2년물 금리는 몇 달 전인 지난해 8월만 해도 0.2% 안팎이었습니다. 연준이 첫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2023년으로 시사했을 때입니다. 심지어 이는 기존 2024년보다 1년을 앞당긴 겁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현재 미국 경제는 기준금리 인상과 거리가 멀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지금 들으면 어색하기 짝이 없네요. 근래 2년물 국채금리가 폭등하는 건 0%대 안팎의 수익률로 비싸게 산 채권의 가격이 이미 많이 떨어졌음에도 앞으로 더 하락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반영돼 있습니다. 묻지마 투매입니다.덩달아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가 오르고 있습니다. 이날 2.050%까지 급등했습니다. 2019년 8월 이후 가장 높습니다. 상승 폭은 2년물에 훨씬 못 미치지만 그 방향은 비슷합니다. (출처=블룸버그)◇상품과 서비스 물가 함께 급등1월 CPI는 도대체 어떤 걸 담고 있었을까요. 가장 도드라지는 건 상품과 서비스를 망라한 전방위 물가 상승입니다. 상품부터 볼까요. 연료유(fuel oil)와 휘발유는 1년 전보다 각각 46.5%, 40.0% 급등했습니다. 에너지 상품은 전체를 통틀어 39.9% 치솟았습니다.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눈앞인 국제유가를 떠올려보면 이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소고기(16.0%), 돼지고기(14.1%), 닭고기(10.3%), 생선·해산물(9.6%), 계란(13.1%), 우유(6.8%)처럼 요리에 꼭 필요한 식재료 가격은 폭등했고요. 오렌지(10.6%), 사과(6.8%) 같은 과일 가격 역시 꽤 올랐습니다. 마가린, 설탕 가격은 각각 9.2%, 5.6% 뛰었습니다. 돈을 아끼려고 집에서 요리를 해먹어도 예년보다 지출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미국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게 차량인데요. 중고차 가격은 40.5% 폭등했습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1.5%로 직전 달(3.3%)보다 낮지만, 절대치로 보면 마냥 낮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흥미로운 보도를 했습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가 지난해 12월 CPI를 통해 분석한 결과, 미국 가정이 월 평균 250달러(약 30만원)를 더 지출한다는 건데요. 특히 중산층의 체감 물가가 가장 높은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중산층이 고소득층보다는 상품을 구입해 직접 무엇인가 하는 빈도가 높기 때문일 테지요. 팬데믹발(發) 노동력 부족→공급망 붕괴→상품가격 급등→인플레이션 심화의 경로가 지금까지 물가 폭등을 설명하는 주된 방식이었습니다.그런데 1월 지표에서 주목할 건 서비스 물가까지 꿈틀대고 있다는 점입니다. 외식(food away from home)의 경우 1년 전보다 6.4% 올랐습니다. 미국에서는 식당에서 밥 먹은 후 음식값의 15~20%를 팁으로 줍니다. 그런데 요즘 20% 이상을 요구하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인력도 모자라고 장사도 안 되니 빚어지는 현상입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그 돈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 외식값이 뛰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외에 렌터카(29.3%), 스포츠경기 입장료(23.5%), 비행기 요금(4.9%), 자동차 수리(4.8%) 등은 큰 폭 상승했습니다.그랜트 손튼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서비스 업종에서 이미 임금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며 “공급망 이슈가 잦아든다고 해도 이런 상황은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공급망 대란이 풀려도 물가는 계속 오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주거비 부문도 주목할 만합니다. 주택 임대료(렌트)는 1년 전보다 3.8% 올랐습니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좋은 동네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일 정도입니다. 집주인 등가 임대료(Owners’ equivalent rent of residences)는 4.1% 뛰었습니다. 주거비는 한 번 방향을 잡으면 장기간 이어진다는 특징이 있지요.(출처=더 하버드 가제트)◇최고 석학마저 “잘 모르겠다”모든 인플레이션이 그랬을 테지요. 앞으로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알 수가 없습니다. CPI 상승률은 지난해 1월과 2월만 해도 각각 1.4%, 1.7%로 연준 목표치(2.0%)를 밑돌았습니다. 같은 해 3월 2.6%로 올랐고요. 그때만 해도 지금 같은 현실을 점친 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4월(4.2%)과 5월(4.9%)을 지나면서도 물가는 곧 잦아들 것이라고 본 이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10여년간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경제에 익숙했기 때문에 나온 편향이었다고 기자는 보고 있습니다.그 와중에 지난해 봄부터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경고했던 석학이 있었지요. 미국 재무장관과 하버드대 석학을 지낸 최고 석학인 래리 서머스입니다. 그가 1월 CPI 공개 직전인 지난 4일 하버드대 학보 ‘더 하버드 가제트’와 인터뷰를 했는데요. 몇몇 눈에 띄는 대목이 있어 소개합니다.그는 “팬데믹이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팬데믹이 끝나면 물가 상승세가 가라앉을 것이라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겁니다. 서머스는 “팬데믹이 완화하면 아마 더 많은 사람들이 직장으로 돌아갈 것이고 공급망 압력은 어느 정도 완화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가고 소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팬데믹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또 팬데믹이 경제 곳곳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의 두 가지 불확실성을 모두 갖고 있다”며 “(물가 안정을 위해) 단순히 팬데믹 완화를 기다리는 건 충분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아직도 정확히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한 줄 요약이 가능할 정도입니다.미국 실질금리를 나타내는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 추이. (출처=연방준비제도)◇“긴축하면 침체 피하기 어렵다”서머스는 또 연준이 긴축 쪽으로 돌아선 것 자체는 “기쁘다”고 했지만, 추후 연준의 정책이 먹힐지는 회의적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긴축을 해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면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연준에 따르면 실질금리를 나타내는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는 -0.48%(지난 9일 기준)입니다. 기업 혹은 개인이 돈을 빌리는데 드는 실질적인 이자 부담이 마이너스라는 뜻입니다. 대출 받아 투자 혹은 소비할 유인이 크다는 의미지요. 서머스는 “얼마나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지 아직 알기 어렵다”면서도 “몇%(several percentage points)는 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물가가 너무 폭등한 이상 가파른 긴축으로 가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지만, 그 정도는 불확실하다는 토로로 읽힙니다.서머스는 아울러 최근 월가의 화두 중 하나인 ‘물가 급등을 잡으면서 경기 침체를 피하는’ 통화정책의 방법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그걸 성공한 전례는 거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면 어느 정도 경기 둔화는 불가피하다는 가능성을 정책당국이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도 했습니다. 그는 “오래 지체할수록 더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해야 할 수 있다”며 가파른 긴축의 불가피성을 주창했지만, 그와 동시에 여전히 불확실성은 넘쳐난다는 점을 강하게 암시했습니다. 서머스는 현재 인플레이션 국면을 가장 잘 이해하는 석학으로 평가 받습니다. 그런 그조차 똑 부러지는 조언을 하지 못하는 게 현재 미국 경제와 시장이 처한 현실일지 모르겠습니다.최근 5년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와 2년물 국채금리간 차이 흐름. (출처=연방준비제도)◇더 좁혀지는 미 장단기 금리 차지난 <월가브리핑>을 통해 최근 채권수익률곡선(일드커브)의 변화에 대해 자세히 말씀 드렸습니다. 근래 월가의 최대 화두는 커브 플래트닝(yield curve flattening)입니다.이날 2년물 국채금리가 폭등했지요. 현재 10년물과 2년물 금리 차는 42bp에 불과합니다. 2020년 8월 4일 이후 가장 좁혀졌습니다. 연준이 가파르게 긴축을 할 건 확실한데, 먼 미래 경제까지는 잘 모르겠다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반영돼 있다고 기자는 보고 있습니다. 돌려 말하면 자칫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공포가 수반돼 있는 겁니다. 월가의 한 뮤추얼펀드에서 일하는 인사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급격하게 변했지만, 앞으로 더 가파르게 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 어떤 예상도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장단기 금리 역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정말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실제 이날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3월 50bp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7월까지 100bp% 기준금리 인상을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현재까지 월가 컨센서스를 ‘리셋’해야 할 수 있는 발언입니다.그렇다면 뉴욕 증시는 어떻게 흐를까요. 기자는 이날 CPI 발표 이후 외환거래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시장분석가와 시장 전반에 대해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는 “올해 상반기 증시는 매우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면서도 “시장은 점차 연준의 긴축에 익숙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올해를 기준으로 보면 뉴욕 증시는 낮은 한자릿수대 증가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입니다. 사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모야 분석가 같은 예상이 월가 컨센서스라고 봐도 무방했습니다.하지만 근래 들어 약간씩 균열이 생기는 조짐입니다. 모야 분석가 같은 견해가 소수의견으로 전락하는 기류가 있습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메모에서 “지금은 경제 성장과 기업 실적이 탄탄해 (주가 하락에 대한) 상쇄하고 있지만 연준이 더 공격적일 경우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며 “이는 주가에 부정적”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기술주처럼 부채 의존도가 높다면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측은 내다봤습니다. 이래저래 투자하기 정말 어려운 시절입니다.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출처=AFP 제공)
  • 채권시장이 암시하는 미국 증시 약세장 신호들[김정남의 월가브리핑]
    김정남 기자 2022.02.02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떠들썩했던 올해 1월이 지나고 2월이 왔습니다. 1월 뉴욕 증시는 암울했습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월 한달간 5.26% 하락했습니다. 12% 이상 폭락한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입니다. 1월 마지막 2거래일 때 반등하지 않았다면 낙폭은 더 컸을 겁니다. 특히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8.98% 급락했습니다. 2월 첫 거래일인 1일(현지시간) 주요 지수는 소폭 상승했지만, 장중 분위기를 보면 보합 속 눈치보기 장세였다는 게 더 적절한 분석입니다.◇채권시장 주목도 높아진 월가정신없이 롤러코스터를 탔던 1월을 한 번 찬찬히 돌아보지요. 시장이 흔들린 건 연방준비제도(Fed)의 급격한 긴축 의지 때문이었는데요. 이게 가장 잘 나타난 게 뉴욕채권시장이었습니다.월가의 한 채권 어드바이저는 “요즘 월가의 화두는 단연 채권수익률곡선(일드커브)”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드커브는 만기 기간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채권 수익률의 변동을 나타냅니다. 장단기 금리 차이가 작아지면 곡선은 편평한 형태(커브 플래트닝·yield curve flattening)를 띱니다. 당장 눈앞보다 먼 미래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 게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예컨대 10년 후에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장기금리가 낮아진다면, 다시 말해 경기 불확실성이 커져 초안전자산으로 불리는 미국 장기국채 수요가 커진다면 그 차이는 좁혀지겠지요. 시장은 이를 ‘커브가 눕는다’고 표현합니다. 이는 곧 경기 둔화 혹은 침체의 전조로 받아들여집니다. 반대의 경우 일드커브는 가파른 형태(커브 스티프닝·yield curve steepening)를 보입니다.최근 1년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와 2년물 국채금리간 차이 흐름. (출처=연방준비제도)1월 일드커브는 급격하게 편평해졌습니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와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의 차이는 1월 초만 해도 0.9%포인트에 육박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그 차이는 0.63%포인트까지 좁혀졌습니다. 연초만 해도 0.7%였던 2년물 금리는 높게는 1.2%대까지 급등했고요. 10년물 금리는 1.6%대에서 1.8%대로 오르는데 그쳤습니다. 이 인사는 “요 며칠새 10년물은 1.8%를 기점으로 해서 매수가 조금씩 들어온다”고 말했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대표적입니다. 블랙록의 웨이 리 글로벌 최고투자전략가는 이날 메모를 통해 “우리는 미국 국채에 대한 비중 축소(underweight)를 줄였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횟수가 7회에 달할 것으로 보는 금융사들이 일부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인데요. 당초 3~4회였던 월가 컨센서스는 5회 이상으로 급격히 상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장단기 금리차가 빠르게 좁혀지는 이유입니다. 특히 월가는 증시 약세장을 동반한 베어 플래트닝(bear flattening)에 기울어 있습니다.(출처=블랙록)◇급격히 눕는 일드커브의 함의채권시장 참가자들의 시각의 총화인 일드커브는 어떤 경제 지표보다 예측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지난 2년간 다소 잠잠했지요. 일드커브가 다시 주목 받는 건 이유가 있을 텐데요. 첫 손에 꼽히는 게 연준의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입니다. 연준은 그동안 월 800억달러씩 기계적으로 국채를 사들였고요. 이 때문에 일드커브에 녹아 있는 시장 참가자들의 신호는 가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연준의 테이퍼링은 곧 끝나지요. 이제 채권시장의 시간이 도래하는 겁니다.많은 월가 빅샷들은 이미 일드커브를 입에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 <월가브리핑>에서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의 언급을 소개해 드렸지요. 핑크 회장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단기금리가 2.5%로 상승한다면, 이게 장기금리에 어떤 영향을 마칠지가 지금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며 커브 플래트닝을 넘어 장단기 금리 역전 가능성까지 전망했습니다. 그러니까 2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헤지펀드의 전설인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비슷한 주장을 했습니다. 그는 최근 CNBC와 만나 “(연준이 채권 매입을 줄이는 건) 투자자들이 다시 한 번 채권시장을 유용한 경제 신호로 사용할 수 있음을 뜻한다”며 “우리는 채권시장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단기금리 상승에 따른 커브 플래트닝을 그는 주시하고 있을 겁니다.‘신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11일 자사의 토털리턴 펀드 투자자 대상 화상 대담을 했는데요. 기자 역시 현장에 함께 하며 그의 혜안을 들었습니다. 그의 언급 중 눈에 띄었던 건 “채권시장이 ‘너무 걱정하지마(Don’t worry, Be happy)’ 신호를 더 이상 보내지 않고 있다”고 강조한 점이었습니다. 그는 “일드커브가 매우 평탄해지고 있다”며 “경기 침체 압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상적인 우상향 일드커브가 점차 눕고 있다는 뜻입니다.건들락 CEO는 더 나아가 “연준이 기준금리를 4번만 올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탓에 긴축 속도를 높여야 하지만, 그럴 경우 미국 경제가 긴축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침체가 심화할 것이라는 겁니다. 연준이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것이지요. 건들락 CEO가 대담했을 당시 월가의 컨센서스는 3~4회 인상이었습니다. 지금은 많게는 7회까지 높아져 있지요. 그의 지적이 점차 맞아들어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급격한 커브 플래트닝으로 근래 월가에서 나오는 관측이 또 있는데요. 연준이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QT)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겁니다. 도이치방크의 스티븐 챙 애널리스트는 “연준이 과도한 커브 플래트닝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 도구로 대차대조표 축소를 공격적으로 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만큼 일드커브를 둘러싼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의미입니다. 연준은 통화정책의 주요 수단은 기준금리라는 점을 수차례 밝혔습니다. 대차대조표 축소의 경우 정책 경험이 적은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일드커브를 급격하게 움직이게 하는 건 연준에게 큰 부담일 겁니다.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11일 오후 4시15분(미국 동부시간) 자사의 토털리턴 펀드 투자자 대상 화상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화상 대담 캡처, 김정남 특파원)◇일드커브 평탄화의 증시 여파중요한 건 일드커브의 급격한 평탄화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일 겁니다. 웨이 리 전략가는 “연준은 이번 통화정책 정상화를 2015년 이전에 비유한다”며 “이런 논리는 연준으로 하여금 매우 강한 긴축을 하게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곧 단기금리가 예상보다 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는 “연준이 (부작용이 큰 가파른 긴축에서)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시장은 지금 험난한 여정(bumpy ride)에 대비하고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웨이 리 전략가가 몸담고 있는 블랙록이 올해 내건 투자 테마 3가지 중 첫번째가 ‘인플레이션과 함께 살아가기(Living with inflation)’입니다. 핑크 회장은 “우리는 인플레이션과 함께 살면서 적응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이는 증시는 더 하락해야 함을 뜻한다”고 말했습니다. 드러켄밀러는 어떨까요. 그가 자체적으로 지난 금융시장 역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유의미한 약세장(meaningful bear markets)의 계기는 크게 2가지인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하나는 금리 상승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전쟁 발발입니다. 공교롭게도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쳐져 있네요. 건들락 CEO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채권시장이 보내는 침체 신호를 근거로 “(주식을 비롯한) 위험 자산과 더 나아가 경제 전반에 역풍이 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월가의 한 뮤추얼펀드에서 일하는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증시 전망을 둘러싼 견해는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연준이 어느 정도로 긴축에 나설지 아직도 불분명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월가 최고 전략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건체이스 수석시장전략가는 △더 적은 기준금리 인상 전망 △주요 기업 실적 호조 △견조한 미국 경제 성장세 등을 이유로 여전히 저가 매수를 외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강세론자인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는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시장은 침체를 야기하지 않는 한 긴축적인 통화정책에서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월가 내에는 이같은 강세론자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다만 분명한 것은 연준의 테이퍼링 종료와 함께 채권시장이 주는 신호는 더 명확해졌다는 겁니다. 앞으로 일드커브가 어떻게 움직일지 집중하면서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헤지펀드의 전설로 불리는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 (출처=CNBC)
  • 월가 빅샷들 섬뜩한 경고…&quot;이미 스태그플레이션&quot;[김정남의 월가브리핑]
    김정남 기자 2022.01.23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연초 미국 뉴욕 증시가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주요 지수들이 계속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장 막판 폭락하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숫자가 이를 방증하고 있습니다. 30개 초대형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새해 들어 14거래일간 5.70%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7.73%,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12.00% 각각 급락했습니다. 두자릿수 이상 빠진 나스닥 지수는 지난 2008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저조한 새해 출발입니다. 안전자산 평가까지 받고 있는 ‘대장주’ 애플마저 약세장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8.54% 빠졌는데요. 이는 다우 지수 전체의 하락률보다 큰 겁니다. 한국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테슬라의 경우 10.68% 폭락했습니다. ‘천슬라(주가 1000달러+테슬라)’는 이미 깨졌고요.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사진=AFP)최근 어닝 시즌의 결과는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현재까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S&P 지수 기업의 분기 순이익은 평균 5.9% 예상치를 상회했습니다. 그런데도 주가는 부진합니다. 지난해 초강세장을 떠받쳤던, 어닝 서프라이즈 이후 깜짝 주가 반등의 공식이 깨진 겁니다. 그만큼 투자 심리가 나빠졌습니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17.22→28.85)는 새해 들어 67.54% 폭등했습니다.이제 모든 투자자들이 그 원인을 알지요. 연방준비제도(Fed)입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선제적으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긴축을 급격하게 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습니다.◇다이먼 “올해 6~7회 금리 인상”투자는 심리라고 하지요. 새해 폭락 조짐의 불을 댕긴 건, 다시 말해 투심을 악화시킨 건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다이먼 회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연준이 올해 6~7번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월가 컨센서스는 3번, 많아야 4번입니다. 다이먼 회장처럼 영향력이 큰 인사가 이런 말을 한 게 실망스럽다는 볼멘소리가 월가 곳곳에서 들렸습니다. 뉴욕 증시가 기업 호실적에도 맥을 못 추린 게 이때부터입니다.다이먼 회장은 또 “나는 폴 볼커 연준 의장을 보고 자란 세대”라고 했습니다. 볼커 전 의장은 1981년 기준금리를 19%까지 끌어올리며 인플레이션을 잡았던 인물입니다. 우리가 1970~80년대 초인플레이션으로 향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다이먼 회장이 새삼 일깨워준 겁니다.이를 즈음해 월가에서는 △3월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설 △1월 기준금리 전격 인상설 △여름이 아닌 봄부터 양적긴축(QT) 개시 등 별의별 시나리오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오는 25~26일 연준의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서입니다. 그러나 월가 한 대형 뮤추얼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며칠 사이에 나온 시나리오들은 모두 컨센서스와 거리가 있다”며 “1월 FOMC를 넘어 조금 더 길게 시장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의 공포가 갑자기 커진 건 경계해야 하지만, 동시에 1월 FOMC가 예상보다 매파적이지 않아서 증시가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 역시 섣부르다는 겁니다. 그는 올해 대세 하락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했습니다.사실 지난해 중하순만 해도 올해 1~2분기 때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 종료 △기준금리 인상 △대차대조표 축소가 한꺼번에 이뤄질 것이라고 본 인사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기정사실화돼 있습니다. 긴축 속도를 급히 끌어올린 파월 의장의 정책 실기론이 나오는 배경도 여기에 있고요. 또 다른 채권 어드바이저는 “현재 7%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더 오를 것”이라며 “6개월 후 시장을 전망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보면 다이먼 회장의 6~7회 기준금리 인상은 터무니없는 얘기가 아닙니다. 6번 올려봐야 1.50~1.75%입니다. 미국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수치입니다. 이는 곧 중립금리를 하회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통화정책은 완화적이라는 결론이 가능합니다. 이걸로 끝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다이먼 회장은 대세 하락장에 대한 준비를 시사한 것으로 기자는 봅니다.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회장(오른쪽)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앨리슨 나단 수석매크로전략가와 사내 팟캐스트를 통해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골드만삭스 제공)◇솔로몬 “공짜 돈의 여파 잊었나”월가 큰 손들의 언급은 큰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 유용합니다. 기자는 지난 19일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회장의 사내 팟캐스트를 유심히 들었습니다. 앨리슨 나단 골드만삭스 수석매크로전략가와 대담 형식으로 이뤄졌는데요. 솔로몬 회장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운 월가 빅샷입니다.솔로몬 회장은 올해 사업 계획과 시장 환경 등을 20분간 담담하게 설명했는데요. 그는 “올해 가장 큰 우려는 실제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이라며 “인플레이션이 2년여 지속하고 있어 이는 일시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은 모든 영역의 사업을 지배하는 요인”이라며 “성장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재차 설명했습니다. 그는 주요 최고경영자(CEO)들이 주로 다루는 논의 주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사무실 복귀, 임직원 확보, 중국, 인플레이션, 경제 성장세 등을 언급했는데, 그 중 인플레이션을 첫 손에 꼽은 겁니다.솔로몬 회장은 또 “코로나19 백신은 정말 효과적이고 다른 치료법들의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은 빠르게 풍토병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다음이 중요한데요. 그는 “팬데믹에서 빠져나오는 만큼 재정·통화정책 방향은 (긴축 쪽으로) 전환될 것으로 본다”며 “우리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데 맞춰 꽤 오랜 기간 운영했던 방식과는 다른 환경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 상승 △더 높아지는 금리 △둔화하는 성장세 등을 올해 시장 환경의 키워드로 꼽았습니다.그는 이어 “사람들이 낮은 금리와 공짜 돈(free money)이 자산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잊고 있다”며 “역사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솔로몬 회장은 시장이 ‘산타 랠리’ 기대에 들떠 있던 지난달 초 CNBC와 만나 “앞으로 몇 년간 주식과 다른 자산에서 지난 몇 년간 봤던 높은 수익률은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는데요. 그때와 시장을 보는 그의 시각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이먼 회장의 진단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기자는 느꼈습니다.최근 2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와 2년물 국채금리간 차이 흐름. (출처=연방준비제도)◇핑크 “장단기 금리 역전 가능성”또 다른 월가 거물이지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을 이끄는 래리 핑크 회장은 최근 CNBC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증시 폭락이 한창이던 지난 18일입니다. 핑크 회장은 “인플레이션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향후 2년간 연준은 공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목할 건 핑크 회장이 주가를 전망하면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채권수익률곡선(일드커브)을 꼽았다는 점입니다. 일드커브는 만기 기간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수익률의 변동을 나타냅니다. 장단기 금리 차이가 작아지면 곡선은 편평한 형태(커브 플래트닝·yield curve flattening)를 띠지요. 당장 눈앞보다 먼 미래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 게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예컨대 10년 후에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장기금리가 낮아진다면 그 차이는 좁혀지겠지요. 이는 곧 경기 둔화 혹은 침체의 전조로 받아들여 집니다. 반대의 경우 수익률곡선은 가파른 형태(커브 스티프닝·yield curve steepening)를 보입니다.핑크 회장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단기금리가 2.5%로 상승한다면, 이게 장기금리에 어떤 영향을 마칠지가 지금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며 “앞으로 커브는 편평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연준에 따르면 미국 장단기 지표 금리인 10년물 국채금리와 2년물 국채금리의 차이는 21일 기준 0.74%포인트입니다. 현재 10년물 금리는 1.7%대, 2년물 금리는 1.0%대입니다. 장단기 금리 차는 지난해 3월 말 1.59%포인트까지 벌어졌다가, 점점 줄고 있습니다.핑크 회장은 더 나아가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음의 수익률곡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은 만큼 연준의 가파른 긴축이 불가피하고, 이는 경기 침체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핑크 회장은 “우리는 인플레이션과 함께 살면서 적응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이는 증시는 더 하락해야 함을 뜻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현재 증시는 지난 3년간 봤던 대세 상승장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경고했습니다.새해 미국 나스닥 지수 추이. (출처=구글)◇시프 “현재 스태그플레이션 상태”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털 회장은 20일 자사 고객들과 화상으로 대담을 가졌습니다. 시프 회장은 “우리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있다”며 “연준은 스스로 곤경에 빠뜨렸다”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뜨거운데 경제 지표는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를테면 1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엠파이어지수)는 -0.7로 전월(31.9) 대비 32.6포인트 폭락했습니다. 엠파이어지수는 뉴욕주의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핑크 회장의 경기 진단과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실제 그는 “채권시장이 이런 현실을 파악하기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시프 회장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수단을 마구 사용한다면 거품 경제는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본격 급락장이 오기 직전인 3일 본지와 신년 인터뷰를 가졌는데요. 시프 회장은 “미국 증시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은 사상 최고 수준에 있다”며 “근래 (실적이 좋은) 기술주 주가가 많이 올랐는데, 이 역시 거품이라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거품이 가라앉는 순간은 올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어떠십니까. 지금 뉴욕 증시는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온 1월 FOMC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통해 시장을 구할 수 있다는 기대도 일부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장기 투자자들은 월가 최고위급 인사들의 견해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팬데믹 이후 뉴욕 증시에 돈을 묻어둔 모든 투자자들은 돈을 벌었습니다. 이제 이런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습니다.월가의 거물 투자자로 꼽히는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털 회장이 지난 3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신년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현재 날씨가 따뜻한 푸에르토리코에 머물고 있다. (사진=김정남 특파원)
  • 인플레이션 이어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정말 올까[김정남의 월가브리핑]
    김정남 기자 2021.10.15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월가는 매일 숨 가쁘게 돌아갑니다. 그날그날 주요 금융사 실무진들이 쏟아내는 각종 보고서와 투자 노트를 읽는 것만으로 시간이 부족합니다. 월가를 이끄는 리더들의 ‘큰 그림’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기자는 국제금융협회(IIF)가 지난 11일(현지시간)부터 닷새 일정으로 개최한 연례 멤버십 총회에 직접 참석했습니다.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을 비롯해 블랙록,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스, HSBC, UBS, BNP 파리바 등 주요 기관들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같은 석학들도 대거 나왔습니다. 한국 최고의 경제 석학으로 꼽히는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 역시 모습을 드러냈고요. 기자가 11일 아침부터 대부분 세션을 지켜보며 놀란 게 있는데요. 거의 모든 월가 수장들이 인플레이션을 언급했다는 겁니다. 의심의 여지 없는 화두라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의견은 약간 갈렸습니다. 브라이언 모이니헌 BoA 최고경영자(CEO), 찰스 샤프 웰스파고 CEO, 마크 터커 HSBC 회장 같은 인사는 인플레가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있었는데, 나머지 상당수는 예상보다 우려의 정도가 컸습니다. 얼추 3대7 정도의 비율로 보였습니다. 인플레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게 컨센서스인 겁니다. 크게 세 가지 포인트로 이를 다뤄보겠습니다.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12일 오후 12시50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국제금융협회(IIF)의 연례 멤버십 총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IIF 멤버십 총회 캡처)브라이언 모이니헌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최고경영자(CEO)가 12일 오후 12시15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국제금융협회(IIF)의 연례 멤버십 총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IIF 멤버십 총회 캡처)①공급망 문제 심각하다이번 IIF 총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가 ‘공급망’입니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이 사실상 붕괴 상태라는 건 잘 알려져 있지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33년째 이끌고 있는 래리 핑크 회장은 “일부 기업들이 심각한 구인난을 겪으면서 임금은 더 빠른 속도로 오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요즘 미국 사람들이 일하려 하지 않는다는 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한 한국 대기업 제조사 고위인사는 “공장을 지을 인부들이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투자 유치를 위해 해당 주(州)가 내건 인센티브가 ‘현장 인부들을 주정부가 구해주겠다’는 것이었는데,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 내 주요 항만에서는 인력이 부족해 하역 절차가 늦어지고 있고요. 배에서 내려진 짐을 육상 허브로 옮길 트럭 운전기사가 없는 실정입니다. 핑크 회장이 딱 지적한 지점입니다.세계 최대 가구 브랜드인 이케아는 미국의 일상에서 빠질 수 없습니다. 이런 이케아에서 상품을 사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합니다. ‘재고 없음’ 문구만 떠있는 게 부지기수입니다. 이케아가 14일 로이터통신과 만났는데, 그 요지가 “가장 큰 문제는 이케아 제품의 4분의1을 중국에서 생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배가 없어서 물건을 제대로 실어나를 수 없다는 겁니다. 이케아 매장을 관리하는 지주회사인 잉카그룹의 제스퍼 브로딘 CEO는 “이케아의 그 누구도 이같은 공급망 붕괴를 예견하지 못했다”며 “예상치 못할 미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토로했습니다.핑크 회장뿐만 아닙니다. 매해 노벨상 단골 후보로 거론되는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WB) 수석이코노미스트(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최근 물가 급등은 공급망 충격 속에 지속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출처=로이터)②인플레 더 장기화한다공급망 문제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이해관계자들이 많아서 단순히 돈만 푼다고 문제가 풀리지 않습니다. 오죽했으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물류 대란을 해소한답시고 “주7일 24시간 풀가동”을 외쳤겠습니까. 이렇게 일할 인력이 있었다면 애초에 심각한 공급망 붕괴는 있지도 않았을 겁니다.그래서 많은 월가 수장들은 이번 인플레가 짧게 끝날 것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세계 최대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를 이끄는 존 월드런 대표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공급망 대란으로 인해 이미 기대인플레가 높아진 상태”라며 “완화하려면 1년 혹은 2년, 어쩌면 그 이상 걸릴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월드런 대표는 “기대인플레가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고착화할 경우 그만큼 (정책 목표치인 2.0%로 다시 안정화하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며 “(인플레가 얼마나 장기화할지 여부는) 의심의 여지 없이 최대 관심사”라고 했습니다.뉴욕 연방준비은행 집계를 보면, 향후 1년간 예상되는 인플레는 8월 5.2%입니다. 2013년 기대인플레 집계를 내놓은 이래 가장 높습니다.이케아 얘기를 다시 해보지요. 브로딘 CEO는 “이번 퍼펙트 스톰이 지나가면 또 많은 걸 배우게 될 것”이라면서도 “내년까지는 공급망 붕괴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인플레가 결코 일시적이지 않다는 것이지요.인플레가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취해 왔던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미묘한 변화가 있습니다. 올해 IIF 총회에 나온 ‘연준 2인자’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은 “최근 인플레 흐름은 상방 리스크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동료들 대부분이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금은 전형적인 비용 상승 인플레(cost-push inflation) 국면입니다. 수요가 높아서 생기는 수요 견인 인플레(demand-pull inflation)는 연준이 돈을 빨아들이는 식으로 정책 대응을 할 여지가 있는데요. 비용이 상승하면 연준은 난감해집니다. 긴축에 나서자니 가뜩이나 물류 대란에 꽉 막힌 경제가 둔화할까 두렵고, 돈을 추가로 풀자니 안 그래도 높은 인플레를 더 부추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까지 갔던 오일 쇼크 역시 정책당국이 손 쓰기 어려웠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케인스 학파의 총수요 관리 정책으로는 설명이 어렵다는 겁니다.존 월드런 골드만삭스 대표가 13일 오전 9시30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국제금융협회(IIF)의 연례 멤버십 총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IIF 멤버십 총회 캡처)제스 스테일리 바클레이즈 최고경영자(CEO)가 11일 오후 12시(미국 동부시간 기준) 국제금융협회(IIF)의 연례 멤버십 총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IIF 멤버십 총회 캡처)③정책당국 믿기 어렵다그 연장선상에서 당국을 믿기 어렵다는 견해도 더러 나왔습니다. 또다른 금융계 리더인 데이비드 매케이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 CEO는 “일부 경영자들은 ‘현재 높은 인플레는 일시적’이라는 중앙은행 인사들의 확신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중앙은행과 기업은) 다소 다른 세상을 보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8월3일자 월가서 고개 드는 연준 통화정책 ‘실기론’[김정남의 월가브리핑] 기사 참조>이번 사태를 몇 달 전부터 예견했던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정책 당국자들이 1970년대 이후 인플레의 위험에 너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질타했습니다. 시장은 1970년대 초인플레가 온 이후 30~40년간 물가가 떨어지는데 익숙해져 있는데, 예기치 못한 인플레가 덮칠 경우 충격은 클 수 있다는 핑크 회장의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얘기입니다. 시장이든 당국이든 인플레 리스크를 너무 과소평가한다는 겁니다.서머스 교수는 그러면서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은 인플레가 닥쳤을 때 취해야 할 (통화 긴축의) 조치들에 대해 투자자들을 준비시키지 않고 있다”며 “금융시장은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래리 서머스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13일 오후 3시(미국 동부시간 기준) 국제금융협회(IIF)의 연례 멤버십 총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IIF 멤버십 총회 캡처)리처드 클라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이 12일 오전 11시15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국제금융협회(IIF)의 연례 멤버십 총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IIF 멤버십 총회 캡처)◇스태그플레이션 정말 올까그래서 근래 월가에서 나오는 화두가 ‘딴 세상 얘기’처럼 여겨졌던 스태그플레이션입니다. 올해 IIF 총회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은 주요하게 다뤄지지는 않았습니다. 핑크 회장이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정도입니다.현재 국면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섣부른 감이 있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와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5.6%, 4.0%로 제시했습니다. 잠재성장률을 한참 뛰어넘습니다. 교과서적으로 볼 때 경제 회복의 지속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침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는 겁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왔다는 1974년과 1975년을 볼까요. 당시 성장률은 각각 -0.5%, -0.2%였습니다. 1982년의 경우 -1.8%까지 떨어졌습니다.하지만 주목할 게 있습니다. 시장 참가자들의 반응은 조금씩 심각해지고 있다는 건데요. 월가 일부에서 나오는 말이 채권수익률곡선의 평탄화(커브 플래트닝)입니다. 근래 채권수익률곡선(일드커브)이 눕는 걸 경기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시각이 있는 겁니다. 일드커브는 만기 기간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수익률의 변동을 나타냅니다. 장단기 금리 차이가 작아지면 곡선은 편평한 형태(커브 플래트닝)를 띠지요. 미래 불확실성 때문에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 게 자연스러운데, 그 차이가 작아진다는 건 침체의 전조로 받아들여 집니다. 반대의 경우 가파른 형태(커브 스티프닝)를 보입니다.최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빠르게 오르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날만 해도 주로 1.5% 초반대에서 움직였습니다. 최근 1.6%를 넘었다가 되려 하락하는 기류마저 보입니다. 미국의 7년물, 10년물, 20년물, 30년물 장기국채금리는 모두 잠재성장률을 밑돌고 있습니다. 미국 국채 수요는 언제든 높다는 점을 감안해도(국채가격 상승·국채금리 하락), 너무 낮아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반면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최근 0.4%대를 넘어섰습니다.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인플레로 인해 연준의 긴축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겁니다.월가의 한 채권 어드바이저는 “갑자기 뛰는 단기금리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면서도 “커브가 평탄화하는 건 스태그플레이션이 아예 먼 얘기는 아니라는 정도로는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이 14일 오전 8시10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국제금융협회(IIF)의 연례 멤버십 총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IIF 멤버십 총회 캡처)
  • 파월이 틀렸나…현실화하는 전방위 인플레 공포[김정남의 월가브리핑]
    김정남 기자 2021.09.28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으로 끝날까요, 아니면 계속 이어질까요. 최근 몇 달 미국을 넘어 세계 경제 전반이 갑론을박을 벌였던 화두입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주도해 시장 분위기를 만들었지요. “인플레는 일시적”이라는 의견에 월가 다수 인사들이 쏠려 있던 게 사실입니다. ‘일시적’이라는 게 얼마나 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대략 올해 안에는 인플레가 잠잠해질 것이라는 기류가 강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의 일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곳곳에서 생활 물가로 신음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통화정책의 기본은 중장기 기대인플레를 연 2.0%에 고정 시키는(anchor) 겁니다. 기대인플레는 기업과 가계가 갖고 있는 정보를 통해 예상하는 미래의 물가 상승률입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1년 기대인플레는 8월 기준 5.2%에 달합니다. 역대 최고입니다. 3년 기대인플레(4.0%) 역시 가장 높습니다. 높은 기대인플레는 물가 폭등이 일시적이지 않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의 물가 판단이 틀렸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인플레가 높아질 위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간 언급했던 뉘앙스와는 약간 달랐습니다.물가 폭등을 유발하는 요인들은 너무 많습니다. 이번 <월가브리핑>에서는 인플레가 왜 일시적이지 않은지를 중심으로 따져보겠습니다.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하는 추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파란선)과 3년 기대인플레이션율(빨간선). (출처=뉴욕 연방준비은행)①사상 초유의 공급망 대란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27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기존 주당 4300달러에서 4100달러로 내렸습니다. 그나마 비중 확대(overweight) 의견은 유지했습니다.이유는 간단합니다. 인건비가 오르고 있다는 겁니다. 아마존은 팬데믹 이후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9월 초 12만5000명의 인력을 추가로 고용했고요. 최저임금을 시간당 18달러로 인상했습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이번 임금 인상으로 아마존은 올해 4분기부터 1년간 총 인건비가 40억달러(약 4조7000억원) 급증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정도 임금 인상은 아마존 같은 ‘공룡’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게 모건스탠리의 진단입니다. 브라이언 노왁 애널리스트는 “임금 인상은 모든 기업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며 “아마존 같은 규모의 회사들도 이를 곧바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상 모든 기업들이 인건비 인상 압박에 직면해 있고, 이는 소비자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인건비 상승은 구인난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일하려 하지 않는다는 게 얼핏 이해가 가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고용 유연성이 높은 미국에서는 실제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 최대 한국계 헤드헌팅업체 HRCap의 김성수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팬데믹 이후 직장인들이 대대적으로 퇴사와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며 “직장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역대급’ 구인난이 인건비만 끌어올리는 게 아닙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공급망 대혼란의 주범 역시 구인난입니다. 요즘 아시아산(産) 수입품들이 통과하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롱비치 항구에는 화물선 수십척이 바다 위에 둥둥 떠있습니다. 좀처럼 볼 수 없는 그 모습은 장관인데요, 물건을 가득 실은 컨테이너를 항구에 내리지 못하는 항해사들의 심정은 얼마나 타들어 가겠습니까. 기름값 등을 그냥 바다에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이는 미국 경제가 살아나며 수입 수요는 늘고 있는데, 물류 하역 처리는 지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전체 수입품의 4분의1 이상이 들어오는 LA항과 롱비치항은 아시아와 달리 연중 무휴가 아닙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에는 평일에 몇 시간씩 문 닫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노동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폐해입니다. 독일 해운업체 하파그-로이드의 북미지역 사장 우페 오스터가드는 “두 항구는 전체 수용 능력의 60~70%로 운영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예컨대 아시아 공장에서 만든 나이키 신발이 미국에 도착하는데 80일이나 걸리는 게 이같은 이유에서입니다. 팬데믹 이전보다 두 배나 늘었습니다.해상무역은 전세계 무역의 70%를 차지합니다. 화물의 크기와 단위 무게당 운송비 등을 고려할 때 항공 같은 다른 방식으로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당분간 공급망 대란은 불가피하다는 겁니다.배로 실어온 상품을 차로 옮기는 것은 더 심각합니다. 반도체 부족으로 화물 트럭 자체가 부족한 데다 구인난 탓에 트럭 운전사를 구하기 쉽지 않은 탓입니다. 이를테면 올해 LA항에서 처리하는 컨테이너 양은 지난해보다 약 30% 늘었는데요. 화물 트럭의 경우 8%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 트럭·창고 공급업체 퀵 픽 익스프레스의 톰 보일 최고경영자(CEO)는 “(물류 대란의) 가장 큰 문제는 노동력 부족”이라고 했습니다.IHS마킷에 따르면 8월 기준 미국의 공급업체 배송시간 지수(Suppliers Delivery Times Index)는 20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기준치(50)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팬데믹 이전보다 30포인트 이상 급락했습니다. 그만큼 해상 운송 비용은 급증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국제금융센터 분석을 보면, 치솟은 해상운송 비용은 6~12개월 시차를 두고 수입 가격에 반영됩니다. 이 증가분을 소비자에 전가한다면 물가는 약 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에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 계절적인 수요까지 더해지면 기대인플레는 더 높게 형성될 수 있습니다. 내년 이후 지금보다 더한 인플레 충격이 닥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사진=AFP 제공)②폭발하는 주택값·임대료공급망 대란 못지 않게 미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게 부동산입니다. 주택 가격과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뛰고 있어서입니다.기자가 살고 있는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테너플라이는 매물 자체가 없다고 합니다. 1년 전만 해도 차고 2개가 있는 싱글하우스를 월 4000달러 안팎이면 계약을 맺을 수 있었는데요, 지금은 그 정도 가격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월 5000달러 가까이는 줘야 하는 듯합니다. 임차인 입장에서 엄청난 부담입니다. 인근 동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계약하려는 이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서, 아무리 비싸도 그냥 계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미국에서 렌트 계약은 통상 1년 단위입니다. 기자처럼 사정상 2+1년(3년)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습니다. 뉴욕주의 한 부동산 중개인은 “한 번 오른 렌트값은 또다른 계약의 기준이 된다”며 “단기간 내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최소 몇 년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다는 뜻입니다.‘월가 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CEO는 최근 화상 대담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세입자 퇴거 유예 조치가 끝난 후 수개월 안에 임대료는 추가로 급등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팬데믹발(發) 경제 봉쇄 탓에 임대료를 내지 못한 세입자들을 강제로 퇴거 시킬 수 없도록 유예 조치를 시행해 왔습니다. 올해 7월 조치가 끝나자 다시 10월까지 연장해 놓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 또 지속할 수 있을 지는 부정적인 견해가 압도적입니다. 언제까지나 임대인들의 희생을 강요할 수 없는 탓입니다. 이 임대인들은 당연히 높은 가격에 렌트 매물을 내놓겠지요.뉴욕 연은에 따르면 1년 기대인플레이션 내에서 주택 임대료의 경우 무려 10.0% 상승으로 나타났습니다. 건들락은 임대료 폭등 등을 이유로 들면서 “이번 인플레는 일시적이지 않다”며 “일시적이라는 건 처음 거론된 2~3개월이 아니라 더 긴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4일 오후(현지시간) 자사의 토털리턴 펀드 투자자 대상 화상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데일리는 한국 미디어로는 유일하게 이번 대담에 참석했다. (출처=화상 대담 캡처)◇블랙록 “국채금리 하한 접근”인플레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총수요가 넘치는 경우와 총공급이 부족한 경우입니다. 수요 견인 인플레(demand-push inflation)는 차라리 낫습니다. 재정·통화 완화를 줄이는 식으로 총수요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임금, 임대료 등으로 생산 비용이 올라서 발생하는 비용 인상 인플레(cost-push inflation)는 정책으로 바로 잡을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연준의 긴축 전환과 함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월가 내에서 현실성 있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지금은 미국의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만큼 ‘딴 세상 얘기’라고 치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온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이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1.517%까지 상승했습니다. 석달 만의 최고치입니다. 30년물의 경우 2.045%까지 뛰었습니다. 월가 금융사의 한 채권 어드바이저는 “이번에 나온 연준 점도표상 2023년과 2024년의 기준금리 전망을 두고 FOMC 내에서 격론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2024년 2% 안팎 기준금리 예상이 과반을 넘는다는 건 현재 장기국채금리 레벨이 너무 낮다는 걸 일깨운 것”이라고 했습니다. 예상보다 인플레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전망이 기저에 깔려 있습니다.국채금리가 뛰면 뉴욕 증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이날 시장이 잘 보여줬습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52% 떨어졌습니다.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이날 4분기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 국채의 ‘비중 축소’ 의견을 냈습니다. 국채금리가 더 오를 것이니 투자 비중을 줄이라는 겁니다. 블랙록은 “국채금리가 하한선(lower bound)에 근접했다”며 “특히 갈수록 불어나는 부채가 초저금리에 주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출처=블랙록)
  • &quot;미 증시 더 오른다&quot;…UBS의 투자 조언 들어보니[김정남의 월가브리핑]
    김정남 기자 2021.09.22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요즘 월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뉴욕 증시는 불과 한 달 전인 8월 같았으면 강세로 마감했을 법한 상황에서 맥없이 주저앉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21일(현지시간)까지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9월 한 달간 4.07% 내렸습니다. 3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겁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3.73% 떨어졌고요,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3.36% 떨어졌습니다. 특히 S&P 지수는 무려 8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습니다. 최근 <월가브리핑>에서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기자는 월가 인사들의 취재를 종합해 ①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부쩍 늘었다 ②역사적인 기업 호실적 정점 지났다 ③긴축의 순간 예상보다 빠르게 온다 등을 최근 약세장의 이유로 꼽았습니다.뉴욕타임스는 19일 일요일자 신문 비즈니스 섹션에서 무려 7개 면을 털어 미국 경제의 완전한 재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기사와 사진을 실었는데요. 그게 딱 지금 미국의 모습입니다. 여름만 해도 맨해튼 거리에는 마스크 쓴 이들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요즘에는 적어도 3~4명 중 1명꼴로는 마스크를 쓰고 다닙니다. 델타 변이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지요.근래 들어서는 워싱턴DC에서 미국 민주당의 증세 드라이브 소식까지 들려오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헝다(恒大·Evergrande) 파산설이 몰아치며 금융시장 전반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몰려온다는 얘기가 실감 나는 9월입니다.지난 19일(현지시간) 일요일자 뉴욕타임스 신문 비즈니스 섹션 1면. (사진=김정남 특파원)◇미국 증시 강세장 지속 점치는 UBS기자는 다만 “또 한편에서는 잇단 악재를 뚫고 강세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고 동시에 소개했습니다. 역사상 최고점에 있다고 해서 버블이라고 단정 짓는 건 위험하다는 것이지요. 약세장의 공포에 대비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지만, 그와 함께 강세장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는 게 똑같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그 대표적인 월가 기관 중 한 곳이 UBS입니다. 마크 해펠레 UBS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이끄는 조직이 얼마 전 기자에게 보낸 올해 4분기 시장 전망과 투자 조언은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어 자세히 소개합니다. 이번 <월가브리핑>에서는 UBS의 강세장 지속 논리를 살펴보겠습니다.UBS의 거시경제 전망부터 보겠습니다. “우리는 미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6.2%, 내년 5.2%로 단기적으로 볼 때 강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봅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은 완화적일 겁니다. 올해 4분기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지만, 동시에 테이퍼링은 지표를 봐가며 할 것이고 테이퍼링의 시작이 기준금리 인상 시기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할 겁니다.”UBS는 “이런 환경이 주식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에너지주, 금융주처럼 성장의 시기에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주식의 매수를 권고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잠재성장률을 넘는 경제 성장세는 이어질 것인데, 연준은 신중하게 긴축 정책을 펼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해펠레 CIO는 이미 올해 말 S&P 지수 4600, 내년 말 5000을 각각 점쳤지요. UBS는 “사상 최고점에 있는 주가 지수는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것이고 연준의 신중한 관리에도 세계 경제가 정상화하는 과정에서의 논란은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며 리스크를 언급했지만, 이와 동시에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통해 이익을 적극 추구해야 할 때”라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출처=UBS)◇“에너지, 헬스케어, 사이버보안 추천”UBS가 그러면서 내놓은 투자 조언은 총 6가지입니다.①경기 성장 수혜주를 사라“미국 경제성장률만 보면 (성장세는) 정점을 지났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비 지출, 소매 재고, 통화·재정 완화 덕에 인플레이션은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기업들의 견조한 실적 성장세를 견인할 겁니다. 우리는 올해 글로벌 기업들의 이익이 42%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은 9%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식 전반, 특히 에너지 섹터, 금융 섹터, 중간 규모의 기업, 경제 재개방에 민감한 기업 등에 호재라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부동산 섹터, 필수소비재(consumer staples) 섹터 등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겁니다.”②국채로 돈 벌 기회 지났다“올해 국채금리가 너무 떨어졌습니다(국채가격이 너무 올랐습니다). 또 신용 스프레드(회사채 금리-국채 금리)의 압박으로 국공채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적어졌습니다. (ICE BofA 미국 하이일드 인덱스 옵션 조정 스프레드 지수는 지난 17일 기준 2.86%포인트로 팬데믹 이전보다 낮아졌습니다. 올해 내내 3%포인트 안팎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는데, 이는 회사채 가격이 많이 올라서 투자 기회가 적어졌다는 뜻입니다.) 현금 혹은 전통적인 채권을 들고 있는 투자자들이 추가 수익을 내려면 (국채금리 변동성 등으로부터 수익을 얻는) 액티브 채권, 부동산 직접 투자 등 대체 수단을 고려해야 합니다.”③대체투자를 다양화하라“채권 수익률이 낮아진 와중에 주가가 사상 최고점에 올라 있는 현재 포트폴리오 다양화는 투자자들에게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대체투자는 주식, 채권 같은 전통적인 상품이 아니라 사모펀드, 헤지펀드, 부동산, 벤처기업, 원자재, 선박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는 걸 말합니다. 예컨대 대체 ETF는 이같은 대체투자 상품을 주로 펀드에 편입하는 걸 말합니다.) 투자자들은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을 모두 검토해야 합니다.”④헬스케어에서 기회 찾아라“우리는 수요가 비탄력적인(inelastic) 특징 등으로 헬스케어 섹터는 경기 방어적인 특성이 있고 장기 성장의 수혜를 준다고 봅니다. 특히 헬스케어주는 경기가 정점을 찍은 후 실적이 아웃퍼폼(outperform·특정 주식의 상승률이 시장 평균보다 더 높은 것)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약주는 이 섹터 내에서 가장 방어적인 종목이고, 메드테크(medtech·의료에 AI, IoT, VR, AR 등의 기술을 접목한 것) 관련주는 코로나19 이후의 성장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유전자 치료 등과 같은 종목들은 보다 더 장기적인 성장의 수혜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투자자들이 헬스케어와 관련한 모두를 포트폴리오에 포함해야 한다고 봅니다.”⑤탄소 제로 전환에 투자하라“글로벌 금융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지구의 기온은 가장 높은 수준에 올라 있습니다. 정책 당국자들은 이같은 변화를 주목하고 있고, 탄소 제로 시대로 전환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린테크(greentech) 관련 기업들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지속 가능한 투자(sustainable investing)로의 광범위한 전환의 일환입니다.⑥디지털 혁신에 초점 맞추라“헬스케어뿐 아니라 제조업, 금융업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혁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스마트 모빌리티와 자동화, 디지털 자산 등의 성장에서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들을 주목합니다. 아울러 디지털화의 핵심 요소인 사이버 보안에서 특히 수익 기회를 포착하고 있습니다.”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로 유명한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 (출처=CNBC)◇강세론자들 “지금은 저가 매수 기회”UBS의 논리에 동의하시나요. 기자가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로 수차례 소개했던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가 최근 CNBC와 했던 인터뷰 역시 비슷한 논리입니다. 그는 기업 실적 호조가 지속할 가능성을 들어 “지금은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3월 이후 증시가 폭등했기 때문에 그 정도 강세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연말 S&P 지수는 5000까지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졌던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에 조금씩 균열이 가는 듯한 조짐입니다. 월가 내에서 15% 안팎 증시 조정을 점치는 목소리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약세장의 도래 가능성에 대비하되, ‘소수의견’의 논리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 中 정부는 &apos;파산설&apos; 헝다를 구제할까, 방치할까[김정남의 월가브리핑]
    김정남 기자 2021.09.21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역사적으로 금융위기가 반복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전 위기 요인을 공부하고 대비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또 구멍이 생기는 탓입니다. 지난 2008년 미국 투자은행(IB) 순위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에 이어 4위였던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겠습니까. 또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겠습니까.20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시장은 소란스러웠습니다. 전날 홍콩 항셍지수가 3.30% 빠졌는데, 이번주 첫 거래일인 이날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급락했습니다. 유럽 증시, 국제유가, 비트코인 등은 모두 하락했습니다.이는 중국 헝다(恒大·Evergrande) 파산설 공포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헝다는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입니다. 몸집이 상당합니다. 그런데 당장 오는 23일 도래하는 이자를 낼 돈이 없을 정도로 유동성 경색이 심각합니다. 이자를 못 내면 도리가 없습니다. 디폴트(채무불이행)인 것이지요. 헝다에 돈이 마른 건 기정사실이고요. 중국 정부가 과연 구제를 위해 나서줄지, 또 최악의 경우 금융시스템을 건드릴 지가 초미의 관심사인데요. 아직 모든 게 불확실하기만 합니다. 월가는 그동안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피크를 지난 기업 실적 △예상보다 빠른 긴축 가능성 △바이든 정부 증세 리스크 등을 조정장의 근거로 점쳤습니다. 헝다 리스크를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급부상할 것이라고 본 곳은 없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헝다를 분석해보니, 예상보다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위기는 언제나 예기치 못한 곳에서 터지고요. 투자는 언제나 최악에 대비해야 합니다. 최근 5거래일간 스탠더드앤트푸어스(S&P) 500 지수 추이. (출처=구글 제공)◇이자도 못 내는 부동산 2위 기업상황이 심상치 않음이 시장에 퍼진 건 지난주부터입니다. 중국 금융당국은 헝다의 채권 은행들을 만나 대출 이자 상황이 어려울 수 있다고 통보했습니다. 헝다는 그 직후인 13일 “전대미문의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파산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는데요. 그럼에도 투자 심리는 급격히 악화했습니다.이후 15일 중국 신용평가사 중청신국제(CCIX)는 헝다 회사채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강등했습니다. 아울러 추가 하향을 검토하는 워치리스트에 등록했습니다. 이튿날인 16일 헝다는 자사가 발행한 역내 채권(Onshore bond)에 대한 거래 중지를 신청했고, 거래소는 이를 승인했습니다. 하루 동안 거래가 멈춘 겁니다. ‘휴지조각 채권을 누가 사겠는가’ 하는 심리가 깔렸겠지요. 로이터는 이를 두고 “헝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습니다.근본 원인은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국 정부가 주요 부동산 개발회사의 부채 수준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부동산 시장의 호조를 틈 탄 무리한 사업 확장을 막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헝다만 해도 식품, 레저 등에 이어 전기차 사업까지 손을 댔습니다. 특히 회사 부채가 자산 대비 70%를 넘으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는데, 중국 내 건설사 증 현재 이 조건을 충족하는 곳은 10% 남짓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중국 부동산은 취약합니다. 헝다와 자회사 텐허가 달러화, 위안화, 홍콩달러화로 발행한 채권 규모는 6월말 기준 1조9700억위안(약 3038억달러)에 달합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없지만, 헝다는 이자를 내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당면한 문제는 오는 23일까지 내야 하는 8353만달러입니다. 텐허까지 더하면 1억1900만달러입니다. 이걸 어찌어찌 낸다 해도, 29일까지 4500만달러 이자를 또 내야 합니다. 이렇게 올해만 지급해야 할 이자액이 약 7억달러입니다. 이를 넘겨도 난관은 이어집니다. 내년부터 77억달러 규모의 채권 만기가 돌아와서 갚아야 합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3년 108억달러, 2024년 34억달러, 2025년 61억달러, 2025년 13억달러 등의 만기가 줄줄이 도래합니다. 헝다가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입니다.국제신용평가사들은 이를 알아채고 헝다의 신용등급을 강등해 왔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7월 헝다의 신용등급을 ‘B+’에서 ‘B-’로 하향했고, 8월과 9월 잇따라 ‘CCC’, ‘CC’로 각각 내렸습니다. ◇금융 시스템 리스크 옮겨 붙을까문제는 헝다의 파산이 헝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자칫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건드릴 수 있어서입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헝다와 관련한 간접 리스크들이 계속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그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다행스럽게도 헝다가 중국 은행 시스템에 미칠 악영향을 제한적인 듯합니다. 현재 헝다의 대출 규모는 3890억위안(약 600억달러)으로 추정됩니다. 중국 내 은행 대출 총액에서 0.3% 비중도 안 됩니다. 디폴트가 현실화하면 은행권의 부실채권(NPL) 비율이 올라갈 건 자명하지만, 당국이 관리 가능할 것으로 기자는 판단합니다.다만 역외 달러채권 시장의 충격은 다소 클 수 있습니다. 헝다가 발행해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달러화 표시 회사채 규모는 중국 하이일드(고수익 고위험) 달러채권의 16%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아시아 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하이일드 회사채를 발행한 곳이 헝다입니다. 이 채권들이 휴지조각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헝다 회사채를 매수한 금융기관들이 부실을 우려해 다른 대출들을 회수할 게 뻔하고요. 이는 시장 전반의 자금 경색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다른 기업들마저 디폴트 위기에 직면해 금융기관들의 부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면, 말 그대로 금융위기의 도래입니다. 니혼게이자이가 “헝다 달러채가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고 한 게 이런 의미입니다. 헝다 파산이 중국판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근거입니다.세 번째 충격은 중국 내 부동산 시장입니다. 헝다는 유동성 압박에 처하자 분양권을 선지급한 후 이들로부터 계약금을 받는 식으로 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 규모가 일단 수십만건으로 추산되는데요. 상황에 따라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헝다가 무너지면, 부채에 의존해 사업을 진행한 다른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그 후폭풍을 피해 가지 못할 겁니다. 이들도 헝다처럼 사실상 돈줄이 막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국내총생산(GDP)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넘습니다. ‘세계의 공장’ 중국 경제가 가라앉으면, 세계 경제의 타격은 불보듯 뻔합니다.쉬자인 헝다그룹 회장. (사진=AFP 제공)◇제2의 LTCM 사태 vs 제2의 리먼 사태금융시장이 주시하는 건 중국 정부가 헝다 사태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입니다. 시장이 대략 상정하는 몇 가지 시나리오가 있습니다.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시나리오는 중국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겁니다. 헝다의 천문학적인 부채 규모를 감안해 일단 자본을 직접 쏟아부어 급한 불을 끈다는 겁니다. 이날 뉴욕 증시 폭락을 지켜본 월가는 이 시나리오에 기울어 있는 듯합니다. 강세론자인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는 CNBC와 만나 “헝다는 무너지기에는 너무 크다”며 “정부가 개입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금융시장에 큰 악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야데니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아니라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와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LTCM은 당시 자본금의 50배에 이르는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했는데, 아시아 외환위기 탓에 신흥국 채권가치가 폭락하면서 파산 위기에 몰렸습니다. 이때 미국 정책당국이 골드만삭스 등 채권 은행들을 동원해 긴급 자금을 지원했고, 다행히 충격파는 미미했습니다.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건체이스 수석시장전략가는 이날 메모를 통해 “하룻밤 사이에 확대한 시장 매도세는 이미 인지하고 있는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과잉 반응 탓”이라며 저가 매수를 추천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사태를 잘 수습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실제 이날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장 막판 매수세가 대거 들어왔습니다.그러나 일견 간단해 보이는 이런 구제책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LTCM 사태는 ‘대마불사(too big to fail)’ 논란을 불렀습니다. 중국 정부도 이를 알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미 천명한 디레버리지(deleverage), 즉 부채 축소를 통한 부실기업 정리 의지가 시작하자마자 좌초할 수 있습니다. 헝다가 다시 살아난다면, 중국 경제의 도덕적 해이는 활개를 칠 게 분명합니다.릭 라이더 블랙록 최고채권투자책임자는 “중국 은행 시스템은 정부에 의해 통제 받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는 (이번 사태에)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이번 사태를 마무리 지어도 곧 다른 부동산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그래서 정부가 직접 돈을 대지는 않은 상황에서 ‘질서 있는 디폴트’를 유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습니다. 디폴트가 불가피한 현실은 인정하되, 정부가 움직여 헝다가 자산을 매각할 시간을 벌어주고 시공사와 협상을 통해 공사는 지속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지요. 다만 이런 이상적인 구조조정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최악의 경우는 역시 정부가 손을 놓아버리는 것이겠지요. 헝다가 청산 절차를 밟으면, 당장 금융시장이 아니라 중국 내 사회 분란을 걱정해야 합니다. 계약금을 내놓고 주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속출할 테니까요. 월가는 이런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습니다. 월가 금융사 한 인사는 “중국 정부가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본다”고 했습니다.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건체이스 수석시장전략가. (출처=JP모건)◇‘9월 조정론’ 위험 하나 더 늘었다‘9월 조정론’의 여파는 작지 않은 듯합니다. 헝다 사태가 잘 마무리될 것이라는 월가 내 컨센서스와는 무관하게 시장 전망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저가 매수의 기회”라는 콜라노비치의 조언과는 달리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수석시장전략가는 “S&P 지수는 20% 이상 조정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일단 뉴욕 증시 3대 지수 선물은 이날 폭락 후 반등하고 있습니다.투자자들은 이제 실시간으로 챙겨 봐야 할 이슈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중국 정부의 일거수일투족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이목이 집중될 겁니다. 투자하기 참 어려운 시기입니다.
  • 점차 커지는 뉴욕증시 조정론의 세 가지 이유[김정남의 월가브리핑]
    김정남 기자 2021.09.13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요즘 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9월 조정론이 불거진 이후 고공행진을 하던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실제 하락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내림 폭이 큰 건 아닙니다. 지난주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각각 2.15%, 1.69% 떨어졌습니다.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는데, 하루에 1% 이상 조정 받은 적은 없습니다. 다만 연일 신고점을 경신하던 8월과는 시장 기류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지난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역시 1.61% 내렸습니다.갑자기 왜 이럴까요. 기자는 약 한 달 전 [월가브리핑]을 통해 미스터리한 초강세장의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①전례를 찾기 어려운 풍부한 시중 유동성 ②주가 고평가 논란을 불식시킬 만한 생산성 향상 따른 기업들의 호실적 ③인플레이션 둔화 관측에 따른 정점론 등을 이유로 들었지요. 한 달 사이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최근 5거래일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추이. (출처=구글)①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부쩍 늘었다가장 주목할 건 스태그플레이션 화두입니다. 경기가 침체함에도 물가가 폭등하는 아주 이례적인 현상인데요, 지난 1970년대 이후 수십년간 미국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월가 내에서는 한두달 전까지만 해도 ‘딴 세상 얘기’처럼 여겨졌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약간 더 심각해졌습니다.1970년대가 어땠는지부터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지요. ‘마에스트로’ 앨런 그리스펀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쓴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Capitalism in America)’를 보면, 그 당시 폐해가 적나라하게 나옵니다. 일부만 발췌했습니다.“석유 파동(오일 쇼크)은 미국이 안고 있는 최대 경제 문제를 고질화시켰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과 실업이 위험하게 결합한 상태로서 케인스파 경제학자는 물가 상승률과 실업률 사이의 일정한 상충관계를 보여주는 필립스 곡선을 들어 절대 발생할 수 없다고 말하던 것이었다. 1969~1982년까지 14년 동안 연 물가상승률이 5% 아래로 떨어진 적은 두 번 뿐이었다. 반면 연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 수를 기록한 것은 네 번이나 됐으며, 1980년 3월에는 14.8%를 기록하기도 했다. 동시에 높은 실업률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정치적 격변을 불러 왔다. 노동자는 늘어나는 생활비를 따라잡기 위해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납세자는 오르는 명목소득 때문에 과세 구간이 높아지는 것에 반발했다. 1978년 부동산세는 갈수록 인상되는데, 정부로부터 받는 서비스는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데 분노한 캘리포니아주 교외 주민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행동에 나섰다.”지금과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읽어야 합니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8.3% 상승했습니다. 1970년대 같은 두 자릿 수까지는 아닙니다.그럼에도 당시와 비슷한 포인트가 적지 않습니다. 나라 경제의 총수요가 늘면 소득과 물가가 동시에 오르고 이는 곧 경기가 좋아진다는 것이니 고용은 나아진다는 게 필립스 곡선의 기본 철학입니다. 그런데 필립스 곡선이 고장 난 게 그때나 지금이나 유사합니다. 미국 재무부와 연준이 무지막지하게 돈을 푸는 총수요 정책으로 팬데믹에 대응해 왔는데, 고용 측면에서는 잘 먹히지 않은 것이지요. 그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델타 변이의 확산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더 키우고 있습니다. 한 달 전 기자는 시안 챈 HSBC 최고투자책임자(CIO)의 말을 빌어 “시장은 인플레이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썼습니다. 시장이 높은 인플레이션에 익숙해졌다는 겁니다. 때마침 당시 인플레이션 정점론까지 나왔지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투자은행(IB)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마이클 하트넷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 1단계에 진입했다”고 했고, 투자자문사 인프라캡의 제이 햇필드 최고경영자(CEO)는 “내년 가장 시급한 문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했습니다.스태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과는 차원이 다른 악재입니다. 경기와 물가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만큼 정책 수행이 어렵습니다. 수십년간 경험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도 공포의 대상입니다. 금융시장 역시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불확실성이 클 수 있습니다.△14일(현지시간)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15일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 8월 산업생산 △16일 8월 소매판매,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 등이 줄줄이 나오는데요. 월가에서 스태그플레이션 화두가 확대될지 주목해야 합니다.8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 관련 현황. (출처=미국 노동부)②역사적인 기업 호실적 정점 지났다기업 실적은 더 중요한 요인입니다. 증시 강세론의 강력한 근거가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면 높은 주가는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대표 강세론자인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는 약 한 달 전 배런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특별히 싼 주식은 없다”면서도 “기업의 수익성과 생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습니다.실제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S&P 지수에 속한 기업 중 주당순이익(EPS) 증가율(발표 기업 489개 기준)은 88%를 기록했습니다. 2009년 4분기(199%) 이후 최고치입니다. 시장 예상을 넘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인 기업은 무려 87.7%에 달합니다. 10개 중 9개가 호실적을 기록했다는 의미입니다. 매출액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전체 기업 중 87.1%가 깜짝 매출액을 올렸습니다.그러나 지금은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기업 실적 정점론(peak out)이 점점 불거지고 있다는 게 다수 월가 인사들의 설명입니다. 레피니티브 집계를 더 자세히 보면, 2분기 53달러까지 치솟은 평균 EPS는 3분기 49달러, 4분기 51달러로 정체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내년 1분기 이후의 경우 52달러→55달러→56달러→58달러로 느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월가 금융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주요 IB들의 S&P 지수 전망치를 보면 올해 말까지는 약간 상향 조정한 곳이 많다”며 “최근 기업 실적이 워낙 좋았고 하반기에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다만 “내년부터는 얘기가 달라질 것 같다”며 “IB들이 내년 지수 전망치를 크게 높이지 않은 건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기저에는 기업들의 공급망 혼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기자는 앞서 8월 PPI가 8.3% 급등했다고 전했는데요, 기업들이 치솟는 도매물가를 소매물가에 전가할 것이라는 예상은 월가 내에 너무 많습니다. 소비자 판매가에 전가하지 못하면 기업들의 이익이 그대로 감소할 테니까요. 소비자 가격이 높아지면 당연히 기업 매출은 줄겠지요. 기업발(發) 비용 인플레이션 악재는 적어도 내년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악순환이 불가피한 겁니다.또다른 월가 관계자는 “2분기 실적이 너무 좋았지만 정작 컨퍼런스 콜은 암담했다”고 회고했습니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언급이 너무 많이 나왔고요. △공급망 차질 △임금 인상 △법인세 증세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3분기 어닝 시즌은 10월부터인데, 이때가 뉴욕 증시의 실질적인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어떤 거시 환경보다 기업 실적은 중요한 변수입니다.(출처=월스트리트저널)③긴축의 순간 예상보다 빠르게 온다연준의 행보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경기가 꺾일 조짐임에도 연준은 11월 테이퍼링을 흘리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오는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테이퍼링을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11월 개시는 합의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이 9월 FOMC를 통해 11월 테이퍼링의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시장의 예상보다는 약간 빠른 속도입니다.테이퍼링은 엄밀히 말해 긴축은 아니지요. 채권 매입 속도를 줄인다는 건 여전히 돈은 푼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건 기계적인 해석에 불과합니다. ‘항공모함’이라고 일컬어지는 통화정책은 신뢰성 측면에서 그때그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어서입니다. 테이퍼링은 당연히 긴축의 시작으로 봐야 합니다. 연준은 테이퍼링과 기준금리 인상을 별개라고 하는데, 이 역시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말입니다. 기자는 연준이 매우 신중한 긴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떠오르는 마당에 별다른 방도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테이퍼링 이후 마냥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에 둘 수는 없는 일입니다.WSJ는 “연준은 내년 중반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스태그플레이션을 화두로 꼽은 햇필드 CEO는 “연준은 내년 금리를 최소 두 번 인상해야 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연준이 점도표를 통해 공식적으로 내놓은 입장보다 더 빠릅니다. 지난 [월가브리핑] 때도 말씀 드렸지요. 버블을 얘기하는 건 언제나 조심스럽습니다. 9월 조정론이 부상하고 있지만, 또 한편에서는 잇단 악재를 뚫고 강세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고요. 한 월가 국부펀드 관계자는 “주가 지수가 과거 어느 시점을 기준에 두고 돌아가는 관성이 있다는 건 없다”며 “오르면 오른 레벨을 기준으로 해서 더 상승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단기 역사상 최고점에 있다고 해서 버블이라고 단정 짓는 건 위험하다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9월 들어 뉴욕 증시의 흐름이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사실은 숙지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다시 한 번 반복하지만, 현재 시장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특이한 상황입니다.
  • 내년 연준 FOMC &apos;강성 매파&apos; 득세 점치는 이유[김정남의 월가브리핑]
    김정남 기자 2021.08.20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내가 비둘기라고?”벌써 수년 전입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A씨는 자신이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라는 세간의 평가에 허허 웃으면서 이렇게 반문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통화정책의 변수는 다양한데요. 실제 성장 정도를 나타내는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경제 기초체력을 뜻하는 잠재 GDP의 차이인 GDP갭을 기본으로 중장기 시계의 성장과 물가를 판단하고, 그외에 금융 안정 상황까지 본다는 겁니다. A씨는 “나는 비둘기도 아니고 매도 아니다”며 “단지 중기적으로 GDP갭이 마이너스(-)일 것으로 추정되니 완화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물가가 뛰기 시작하면 당연히 긴축으로 돌아서야 한다는 게 A씨의 설명이었는데요. 상황에 따라 비둘기든 매든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겁니다.그렇다면 왜 통화정책 당국자에게 매 혹은 비둘기의 딱지가 붙을까요. 가장 주요한 건 개인의 성향이겠지요. 어차피 정책은 사람이 하는 겁니다. 이에 더해 통화정책의 시계가 상대적으로 길다는데 이유가 있을 겁니다. 큰 줄기의 유동성을 조절하는 건 당장을 보고 하는 게 아닙니다. 잘 보이지 않는 2~3년 후를 예측하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통화정책은 ‘항공모함’에 비유될 정도로 느리지만, ‘큰 칼’에 비유될 정도로 강력합니다. 한 번 방향을 잡으면 거의 바뀌지 않으니까요. A씨 역시 매우 오랜 기간 비슷한 주장을 한 걸로 기억합니다. 이는 곧 매냐 비둘기냐 하는 딱지가 의미가 없는 건 아니라는 방증입니다.[그래픽=김일환 기자]◇현재 FOMC 절반 이상 매파 기울었다연방준비제도(Fed)가 시장의 최대 화두입니다. 한은에 금통위가 있다면, 연준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있지요. 팬데믹 이후 역대급 돈 풀기가 이어졌는데, 이제는 조금씩 거둬들일 때라고 연준은 생각하는 듯합니다. 중요한 건 긴축의 규모와 속도이겠지요. 이 때문에 FOMC에서 의결권을 가진 인사들의 성향을 살펴보는 건 의미가 있습니다.FOMC 내 의결권 위원은 11명입니다.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해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 랜달 퀄스 부의장,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 미셸 보우만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등 이사진이 6명입니다. 원래 7명인데, 1명이 공석입니다. 그외에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5명이 매해 돌아가면서 의결권을 갖는데요. 뉴욕 연은 총재는 당연직입니다. 지금은 존 윌리엄스 총재이고요. 그와 함께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토머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 매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가 투표권을 갖고 있습니다.7월 FOMC 정례회의 때 다수 위원들이 “경제가 광범위하게 회복할 경우 올해 안에 자산 매입 속도를 줄이는 게 적절하다”며 조기 테이퍼링을 거론해 화제입니다. 그 이유는 결국 11명 중 과반 이상이 매파로 기울었다는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파월 의장은 중립 혹은 비둘기로 봐야 합니다. 퀄스 부의장과 월러 이사는 조기 테이퍼링을 주장하는 인사입니다. 월러 이사는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이르면 올해 10월부터 테이퍼링을 시작할 수 있다”고 했고, 퀄스 부의장은 몇 달 전부터 “경제가 기대에 부합한다면 테이퍼링 논의 시기는 다가온다”고 했습니다. 중립 성향의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은 근래 “인플레이션은 상방 리스크가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조금씩 매로 돌아서고 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성향에 따라 경기를 보는 눈이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5%가 넘는 미국 인플레이션 절대치가 높다는 건 이견을 달기 어렵습니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5.4%로 연준 목표치(2.0%)를 한참 상회했지요. 고용의 경우 물가보다는 더디지만, 회복 과정에 있습니다. 반면 브레이너드 이사는 고용 증가가 기대를 밑돈다는 이유를 들어 “테이퍼링을 서두르면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CNBC 추정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미국 내 약 600만명은 일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보우만 이사도 비슷하고요. 파월 의장까지 더하면, 이사진 내 의견은 팽팽하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그런데 연은 총재들은 매파 성향이 다분합니다. 총 5명 중 보스틱 총재, 바킨 총재, 데일리 총재는 조기 긴축을 주장하고 있고요. 특히 보스틱 총재는 “테이퍼링 시기를 10~12월에서 보다 앞당길 수 있다”고 했습니다. 비둘기로 불렸던 에반스 총재도 “경제가 궤도에 올랐다”고 했습니다. 테이퍼링에 우호적으로 바뀐 겁니다. 파월 의장이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긴축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은 이미 만들어 졌습니다.(출처=IT 캐피털 마켓츠)◇내년 ‘매파 FOMC’ 점치는 두 가지 이유주목할 건 내년입니다. 사실 테이퍼링보다 더 관심인 건 기준금리 인상입니다. 엄밀히 말해 테이퍼링 와중에 연준은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를 사기 때문에 긴축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돈을 푸는 건 이어지는 겁니다. 진정한 돈줄 조이기는 기준금리를 건드릴 때인데, 내년이면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질 겁니다.내년 FOMC를 둘러싼 변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새로 들어올 4명의 의결권 연은 총재들의 성향입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에릭 로젠그린 보스턴 연은 총재입니다.월가에서 불러드 총재는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와 함께 가장 강경한 매파로 불립니다. 그는 7월 FOMC 의사록 공개 직전 마켓워치와 만나 “내년 1분기까지 테이퍼링을 완료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 준비를 앞당기자는 겁니다. 조지 총재는 올해 FOMC 내에서 가장 강경하다는 보스틱 총재와 맞먹는 매로 분류됩니다. 그는 최근 “완화적인 정책에서 보다 중립적으로 전환할 때”라고 했습니다. 메스터 총재와 로젠그린 총재 역시 최근 더 매파적으로 움직이고 있지요. 월가 한 인사는 “올해 멤버인 에반스 총재는 원래 비둘기 성향이 강하다”며 “내년 FOMC 위원들이 더 강한 매파라는 의미”라고 했습니다.두 번째가 어쩌면 더 중요합니다. 파월 의장과 클라리다 부의장, 퀄스 부의장의 교체 가능성입니다. 먼저 파월 의장입니다. 연준 의장은 웬만하면 연임하는 게 관례인데, 이번에 정치권으로부터 교체 얘기가 조금씩 나오는 건 브레이너드 이사 때문입니다. 그는 바이든 정부 출범 당시 재무장관과 연준 의장으로 동시에 하마평에 오른 실력자입니다. 통화정책상 브레이너드 이사는 파월 의장보다 더 비둘기 성향인 것으로 월가는 보고 있는데요. 그런데 방점은 그게 아닙니다. 민주당 소속 셰로드 브라운 상원 은행위원장,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이 ‘파월 연임 불가론’을 외치는 건 현재 연준의 금융 규제가 너무 방만하다는데 있습니다. 쉽게 말해 브레이너드 이사가 수장에 올라 금융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브레이너드 이사가 만약 연준 의장에 오른다면, 이를 두고 ‘슈퍼 비둘기’의 등장이라고 해석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브레이너드 이사에 대해 알아보지요. 기자가 그에 대해 남아 있는 강한 기억은 지난 5월입니다. 연준의 금융안정보고서 발표 때입니다. 브레이너드 이사가 주도한 이 보고서는 △아케고스 사태에 따른 헤지펀드 위험 선호 우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이용한 기업 상장 열기 △수요가 약해진 상업용 부동산 △점차 커지고 있는 가상화폐 투자 열기 등을 경고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은행권은 경기 하강에 대비해 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기자는 그 이후 브레이너드 이사를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올라 있는 고승범 전 금통위원과 오버랩 되는 건 기자뿐만 아닐 겁니다. 은행감독을 총괄하는 퀄스 부의장(오는 10월 임기 종료)의 교체론이 나오는 이유 역시 똑같습니다. 그가 금융 규제를 느슨하게 한다는 게 민주당 강경파들의 불만이지요. 특히 워런 의원은 대선주자급 거물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라고 해서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두 가지 이유를 더해보면, 어떻습니까. 내년에는 강성 매파들이 몰려올 수 있다는 해석이 지나치지 않아 보일 정도입니다.라엘 브레이너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사진=AFP 제공)◇돈줄 조이기, 시장에 어떤 영향 미칠까결국 지금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그래서 연준의 돈줄 조이기는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더 나아가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는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제동이 걸릴 것인가.미래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지요. 기자는 아무리 매파들이 득세한다고 해도 연준은 내년 이후 ‘신중한 긴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A씨 말마따나 매든 비둘기든 딱지를 붙이는 건 시장이고요. FOMC 위원들은 얼마든지 신축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델타 변이와 함께 경기 둔화 우려까지 나오니 더욱 그렇지요. 실제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6.4%에서 6.0%로 낮췄습니다.요즘 월가의 기류는 이쪽에 기울어 있습니다. 금리 전문가로 손꼽히는 BMO 캐피털 마켓츠의 이언 린젠 수석전략가는 이날 뉴욕국제금융협의체 화상회의에서 “중장기적으로 저금리화는 지속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05~1.35%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장기금리가 하향 안정화한다면 뉴욕 증시 내 비중이 높은 빅테크를 중심으로 호조가 이어질 수 있겠지요.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 만나 “증시는 버블에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그럼에도 FOMC 위원들이 하나둘 매파적으로 돌아서는 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월가의 한 펀드매니저는 “연준의 긴축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도 “어쨌든 증시 등 위험 자산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위험 투자 판단이 참 어려운 시기입니다.(출처=마켓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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