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부

김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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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의 월가브리핑

  • 인플레이션 이어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정말 올까[김정남의 월가브리핑]
    김정남 기자 2021.10.15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월가는 매일 숨 가쁘게 돌아갑니다. 그날그날 주요 금융사 실무진들이 쏟아내는 각종 보고서와 투자 노트를 읽는 것만으로 시간이 부족합니다. 월가를 이끄는 리더들의 ‘큰 그림’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기자는 국제금융협회(IIF)가 지난 11일(현지시간)부터 닷새 일정으로 개최한 연례 멤버십 총회에 직접 참석했습니다.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을 비롯해 블랙록,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스, HSBC, UBS, BNP 파리바 등 주요 기관들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같은 석학들도 대거 나왔습니다. 한국 최고의 경제 석학으로 꼽히는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 역시 모습을 드러냈고요. 기자가 11일 아침부터 대부분 세션을 지켜보며 놀란 게 있는데요. 거의 모든 월가 수장들이 인플레이션을 언급했다는 겁니다. 의심의 여지 없는 화두라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의견은 약간 갈렸습니다. 브라이언 모이니헌 BoA 최고경영자(CEO), 찰스 샤프 웰스파고 CEO, 마크 터커 HSBC 회장 같은 인사는 인플레가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있었는데, 나머지 상당수는 예상보다 우려의 정도가 컸습니다. 얼추 3대7 정도의 비율로 보였습니다. 인플레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게 컨센서스인 겁니다. 크게 세 가지 포인트로 이를 다뤄보겠습니다.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12일 오후 12시50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국제금융협회(IIF)의 연례 멤버십 총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IIF 멤버십 총회 캡처)브라이언 모이니헌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최고경영자(CEO)가 12일 오후 12시15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국제금융협회(IIF)의 연례 멤버십 총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IIF 멤버십 총회 캡처)①공급망 문제 심각하다이번 IIF 총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가 ‘공급망’입니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이 사실상 붕괴 상태라는 건 잘 알려져 있지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33년째 이끌고 있는 래리 핑크 회장은 “일부 기업들이 심각한 구인난을 겪으면서 임금은 더 빠른 속도로 오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요즘 미국 사람들이 일하려 하지 않는다는 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한 한국 대기업 제조사 고위인사는 “공장을 지을 인부들이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투자 유치를 위해 해당 주(州)가 내건 인센티브가 ‘현장 인부들을 주정부가 구해주겠다’는 것이었는데,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 내 주요 항만에서는 인력이 부족해 하역 절차가 늦어지고 있고요. 배에서 내려진 짐을 육상 허브로 옮길 트럭 운전기사가 없는 실정입니다. 핑크 회장이 딱 지적한 지점입니다.세계 최대 가구 브랜드인 이케아는 미국의 일상에서 빠질 수 없습니다. 이런 이케아에서 상품을 사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합니다. ‘재고 없음’ 문구만 떠있는 게 부지기수입니다. 이케아가 14일 로이터통신과 만났는데, 그 요지가 “가장 큰 문제는 이케아 제품의 4분의1을 중국에서 생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배가 없어서 물건을 제대로 실어나를 수 없다는 겁니다. 이케아 매장을 관리하는 지주회사인 잉카그룹의 제스퍼 브로딘 CEO는 “이케아의 그 누구도 이같은 공급망 붕괴를 예견하지 못했다”며 “예상치 못할 미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토로했습니다.핑크 회장뿐만 아닙니다. 매해 노벨상 단골 후보로 거론되는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WB) 수석이코노미스트(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최근 물가 급등은 공급망 충격 속에 지속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출처=로이터)②인플레 더 장기화한다공급망 문제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이해관계자들이 많아서 단순히 돈만 푼다고 문제가 풀리지 않습니다. 오죽했으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물류 대란을 해소한답시고 “주7일 24시간 풀가동”을 외쳤겠습니까. 이렇게 일할 인력이 있었다면 애초에 심각한 공급망 붕괴는 있지도 않았을 겁니다.그래서 많은 월가 수장들은 이번 인플레가 짧게 끝날 것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세계 최대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를 이끄는 존 월드런 대표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공급망 대란으로 인해 이미 기대인플레가 높아진 상태”라며 “완화하려면 1년 혹은 2년, 어쩌면 그 이상 걸릴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월드런 대표는 “기대인플레가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고착화할 경우 그만큼 (정책 목표치인 2.0%로 다시 안정화하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며 “(인플레가 얼마나 장기화할지 여부는) 의심의 여지 없이 최대 관심사”라고 했습니다.뉴욕 연방준비은행 집계를 보면, 향후 1년간 예상되는 인플레는 8월 5.2%입니다. 2013년 기대인플레 집계를 내놓은 이래 가장 높습니다.이케아 얘기를 다시 해보지요. 브로딘 CEO는 “이번 퍼펙트 스톰이 지나가면 또 많은 걸 배우게 될 것”이라면서도 “내년까지는 공급망 붕괴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인플레가 결코 일시적이지 않다는 것이지요.인플레가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취해 왔던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미묘한 변화가 있습니다. 올해 IIF 총회에 나온 ‘연준 2인자’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은 “최근 인플레 흐름은 상방 리스크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동료들 대부분이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금은 전형적인 비용 상승 인플레(cost-push inflation) 국면입니다. 수요가 높아서 생기는 수요 견인 인플레(demand-pull inflation)는 연준이 돈을 빨아들이는 식으로 정책 대응을 할 여지가 있는데요. 비용이 상승하면 연준은 난감해집니다. 긴축에 나서자니 가뜩이나 물류 대란에 꽉 막힌 경제가 둔화할까 두렵고, 돈을 추가로 풀자니 안 그래도 높은 인플레를 더 부추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까지 갔던 오일 쇼크 역시 정책당국이 손 쓰기 어려웠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케인스 학파의 총수요 관리 정책으로는 설명이 어렵다는 겁니다.존 월드런 골드만삭스 대표가 13일 오전 9시30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국제금융협회(IIF)의 연례 멤버십 총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IIF 멤버십 총회 캡처)제스 스테일리 바클레이즈 최고경영자(CEO)가 11일 오후 12시(미국 동부시간 기준) 국제금융협회(IIF)의 연례 멤버십 총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IIF 멤버십 총회 캡처)③정책당국 믿기 어렵다그 연장선상에서 당국을 믿기 어렵다는 견해도 더러 나왔습니다. 또다른 금융계 리더인 데이비드 매케이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 CEO는 “일부 경영자들은 ‘현재 높은 인플레는 일시적’이라는 중앙은행 인사들의 확신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중앙은행과 기업은) 다소 다른 세상을 보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8월3일자 월가서 고개 드는 연준 통화정책 ‘실기론’[김정남의 월가브리핑] 기사 참조>이번 사태를 몇 달 전부터 예견했던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정책 당국자들이 1970년대 이후 인플레의 위험에 너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질타했습니다. 시장은 1970년대 초인플레가 온 이후 30~40년간 물가가 떨어지는데 익숙해져 있는데, 예기치 못한 인플레가 덮칠 경우 충격은 클 수 있다는 핑크 회장의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얘기입니다. 시장이든 당국이든 인플레 리스크를 너무 과소평가한다는 겁니다.서머스 교수는 그러면서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은 인플레가 닥쳤을 때 취해야 할 (통화 긴축의) 조치들에 대해 투자자들을 준비시키지 않고 있다”며 “금융시장은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래리 서머스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13일 오후 3시(미국 동부시간 기준) 국제금융협회(IIF)의 연례 멤버십 총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IIF 멤버십 총회 캡처)리처드 클라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이 12일 오전 11시15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국제금융협회(IIF)의 연례 멤버십 총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IIF 멤버십 총회 캡처)◇스태그플레이션 정말 올까그래서 근래 월가에서 나오는 화두가 ‘딴 세상 얘기’처럼 여겨졌던 스태그플레이션입니다. 올해 IIF 총회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은 주요하게 다뤄지지는 않았습니다. 핑크 회장이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정도입니다.현재 국면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섣부른 감이 있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와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5.6%, 4.0%로 제시했습니다. 잠재성장률을 한참 뛰어넘습니다. 교과서적으로 볼 때 경제 회복의 지속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침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는 겁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왔다는 1974년과 1975년을 볼까요. 당시 성장률은 각각 -0.5%, -0.2%였습니다. 1982년의 경우 -1.8%까지 떨어졌습니다.하지만 주목할 게 있습니다. 시장 참가자들의 반응은 조금씩 심각해지고 있다는 건데요. 월가 일부에서 나오는 말이 채권수익률곡선의 평탄화(커브 플래트닝)입니다. 근래 채권수익률곡선(일드커브)이 눕는 걸 경기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시각이 있는 겁니다. 일드커브는 만기 기간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수익률의 변동을 나타냅니다. 장단기 금리 차이가 작아지면 곡선은 편평한 형태(커브 플래트닝)를 띠지요. 미래 불확실성 때문에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 게 자연스러운데, 그 차이가 작아진다는 건 침체의 전조로 받아들여 집니다. 반대의 경우 가파른 형태(커브 스티프닝)를 보입니다.최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빠르게 오르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날만 해도 주로 1.5% 초반대에서 움직였습니다. 최근 1.6%를 넘었다가 되려 하락하는 기류마저 보입니다. 미국의 7년물, 10년물, 20년물, 30년물 장기국채금리는 모두 잠재성장률을 밑돌고 있습니다. 미국 국채 수요는 언제든 높다는 점을 감안해도(국채가격 상승·국채금리 하락), 너무 낮아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반면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최근 0.4%대를 넘어섰습니다.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인플레로 인해 연준의 긴축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겁니다.월가의 한 채권 어드바이저는 “갑자기 뛰는 단기금리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면서도 “커브가 평탄화하는 건 스태그플레이션이 아예 먼 얘기는 아니라는 정도로는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이 14일 오전 8시10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국제금융협회(IIF)의 연례 멤버십 총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IIF 멤버십 총회 캡처)
  • 파월이 틀렸나…현실화하는 전방위 인플레 공포[김정남의 월가브리핑]
    김정남 기자 2021.09.28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으로 끝날까요, 아니면 계속 이어질까요. 최근 몇 달 미국을 넘어 세계 경제 전반이 갑론을박을 벌였던 화두입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주도해 시장 분위기를 만들었지요. “인플레는 일시적”이라는 의견에 월가 다수 인사들이 쏠려 있던 게 사실입니다. ‘일시적’이라는 게 얼마나 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대략 올해 안에는 인플레가 잠잠해질 것이라는 기류가 강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의 일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곳곳에서 생활 물가로 신음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통화정책의 기본은 중장기 기대인플레를 연 2.0%에 고정 시키는(anchor) 겁니다. 기대인플레는 기업과 가계가 갖고 있는 정보를 통해 예상하는 미래의 물가 상승률입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1년 기대인플레는 8월 기준 5.2%에 달합니다. 역대 최고입니다. 3년 기대인플레(4.0%) 역시 가장 높습니다. 높은 기대인플레는 물가 폭등이 일시적이지 않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의 물가 판단이 틀렸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인플레가 높아질 위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간 언급했던 뉘앙스와는 약간 달랐습니다.물가 폭등을 유발하는 요인들은 너무 많습니다. 이번 <월가브리핑>에서는 인플레가 왜 일시적이지 않은지를 중심으로 따져보겠습니다.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하는 추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파란선)과 3년 기대인플레이션율(빨간선). (출처=뉴욕 연방준비은행)①사상 초유의 공급망 대란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27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기존 주당 4300달러에서 4100달러로 내렸습니다. 그나마 비중 확대(overweight) 의견은 유지했습니다.이유는 간단합니다. 인건비가 오르고 있다는 겁니다. 아마존은 팬데믹 이후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9월 초 12만5000명의 인력을 추가로 고용했고요. 최저임금을 시간당 18달러로 인상했습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이번 임금 인상으로 아마존은 올해 4분기부터 1년간 총 인건비가 40억달러(약 4조7000억원) 급증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정도 임금 인상은 아마존 같은 ‘공룡’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게 모건스탠리의 진단입니다. 브라이언 노왁 애널리스트는 “임금 인상은 모든 기업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며 “아마존 같은 규모의 회사들도 이를 곧바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상 모든 기업들이 인건비 인상 압박에 직면해 있고, 이는 소비자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인건비 상승은 구인난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일하려 하지 않는다는 게 얼핏 이해가 가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고용 유연성이 높은 미국에서는 실제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 최대 한국계 헤드헌팅업체 HRCap의 김성수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팬데믹 이후 직장인들이 대대적으로 퇴사와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며 “직장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역대급’ 구인난이 인건비만 끌어올리는 게 아닙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공급망 대혼란의 주범 역시 구인난입니다. 요즘 아시아산(産) 수입품들이 통과하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롱비치 항구에는 화물선 수십척이 바다 위에 둥둥 떠있습니다. 좀처럼 볼 수 없는 그 모습은 장관인데요, 물건을 가득 실은 컨테이너를 항구에 내리지 못하는 항해사들의 심정은 얼마나 타들어 가겠습니까. 기름값 등을 그냥 바다에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이는 미국 경제가 살아나며 수입 수요는 늘고 있는데, 물류 하역 처리는 지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전체 수입품의 4분의1 이상이 들어오는 LA항과 롱비치항은 아시아와 달리 연중 무휴가 아닙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에는 평일에 몇 시간씩 문 닫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노동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폐해입니다. 독일 해운업체 하파그-로이드의 북미지역 사장 우페 오스터가드는 “두 항구는 전체 수용 능력의 60~70%로 운영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예컨대 아시아 공장에서 만든 나이키 신발이 미국에 도착하는데 80일이나 걸리는 게 이같은 이유에서입니다. 팬데믹 이전보다 두 배나 늘었습니다.해상무역은 전세계 무역의 70%를 차지합니다. 화물의 크기와 단위 무게당 운송비 등을 고려할 때 항공 같은 다른 방식으로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당분간 공급망 대란은 불가피하다는 겁니다.배로 실어온 상품을 차로 옮기는 것은 더 심각합니다. 반도체 부족으로 화물 트럭 자체가 부족한 데다 구인난 탓에 트럭 운전사를 구하기 쉽지 않은 탓입니다. 이를테면 올해 LA항에서 처리하는 컨테이너 양은 지난해보다 약 30% 늘었는데요. 화물 트럭의 경우 8%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 트럭·창고 공급업체 퀵 픽 익스프레스의 톰 보일 최고경영자(CEO)는 “(물류 대란의) 가장 큰 문제는 노동력 부족”이라고 했습니다.IHS마킷에 따르면 8월 기준 미국의 공급업체 배송시간 지수(Suppliers Delivery Times Index)는 20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기준치(50)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팬데믹 이전보다 30포인트 이상 급락했습니다. 그만큼 해상 운송 비용은 급증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국제금융센터 분석을 보면, 치솟은 해상운송 비용은 6~12개월 시차를 두고 수입 가격에 반영됩니다. 이 증가분을 소비자에 전가한다면 물가는 약 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에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 계절적인 수요까지 더해지면 기대인플레는 더 높게 형성될 수 있습니다. 내년 이후 지금보다 더한 인플레 충격이 닥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사진=AFP 제공)②폭발하는 주택값·임대료공급망 대란 못지 않게 미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게 부동산입니다. 주택 가격과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뛰고 있어서입니다.기자가 살고 있는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테너플라이는 매물 자체가 없다고 합니다. 1년 전만 해도 차고 2개가 있는 싱글하우스를 월 4000달러 안팎이면 계약을 맺을 수 있었는데요, 지금은 그 정도 가격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월 5000달러 가까이는 줘야 하는 듯합니다. 임차인 입장에서 엄청난 부담입니다. 인근 동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계약하려는 이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서, 아무리 비싸도 그냥 계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미국에서 렌트 계약은 통상 1년 단위입니다. 기자처럼 사정상 2+1년(3년)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습니다. 뉴욕주의 한 부동산 중개인은 “한 번 오른 렌트값은 또다른 계약의 기준이 된다”며 “단기간 내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최소 몇 년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다는 뜻입니다.‘월가 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CEO는 최근 화상 대담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세입자 퇴거 유예 조치가 끝난 후 수개월 안에 임대료는 추가로 급등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팬데믹발(發) 경제 봉쇄 탓에 임대료를 내지 못한 세입자들을 강제로 퇴거 시킬 수 없도록 유예 조치를 시행해 왔습니다. 올해 7월 조치가 끝나자 다시 10월까지 연장해 놓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 또 지속할 수 있을 지는 부정적인 견해가 압도적입니다. 언제까지나 임대인들의 희생을 강요할 수 없는 탓입니다. 이 임대인들은 당연히 높은 가격에 렌트 매물을 내놓겠지요.뉴욕 연은에 따르면 1년 기대인플레이션 내에서 주택 임대료의 경우 무려 10.0% 상승으로 나타났습니다. 건들락은 임대료 폭등 등을 이유로 들면서 “이번 인플레는 일시적이지 않다”며 “일시적이라는 건 처음 거론된 2~3개월이 아니라 더 긴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4일 오후(현지시간) 자사의 토털리턴 펀드 투자자 대상 화상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데일리는 한국 미디어로는 유일하게 이번 대담에 참석했다. (출처=화상 대담 캡처)◇블랙록 “국채금리 하한 접근”인플레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총수요가 넘치는 경우와 총공급이 부족한 경우입니다. 수요 견인 인플레(demand-push inflation)는 차라리 낫습니다. 재정·통화 완화를 줄이는 식으로 총수요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임금, 임대료 등으로 생산 비용이 올라서 발생하는 비용 인상 인플레(cost-push inflation)는 정책으로 바로 잡을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연준의 긴축 전환과 함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월가 내에서 현실성 있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지금은 미국의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만큼 ‘딴 세상 얘기’라고 치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온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이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1.517%까지 상승했습니다. 석달 만의 최고치입니다. 30년물의 경우 2.045%까지 뛰었습니다. 월가 금융사의 한 채권 어드바이저는 “이번에 나온 연준 점도표상 2023년과 2024년의 기준금리 전망을 두고 FOMC 내에서 격론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2024년 2% 안팎 기준금리 예상이 과반을 넘는다는 건 현재 장기국채금리 레벨이 너무 낮다는 걸 일깨운 것”이라고 했습니다. 예상보다 인플레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전망이 기저에 깔려 있습니다.국채금리가 뛰면 뉴욕 증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이날 시장이 잘 보여줬습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52% 떨어졌습니다.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이날 4분기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 국채의 ‘비중 축소’ 의견을 냈습니다. 국채금리가 더 오를 것이니 투자 비중을 줄이라는 겁니다. 블랙록은 “국채금리가 하한선(lower bound)에 근접했다”며 “특히 갈수록 불어나는 부채가 초저금리에 주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출처=블랙록)
  • &quot;미 증시 더 오른다&quot;…UBS의 투자 조언 들어보니[김정남의 월가브리핑]
    김정남 기자 2021.09.22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요즘 월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뉴욕 증시는 불과 한 달 전인 8월 같았으면 강세로 마감했을 법한 상황에서 맥없이 주저앉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21일(현지시간)까지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9월 한 달간 4.07% 내렸습니다. 3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겁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3.73% 떨어졌고요,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3.36% 떨어졌습니다. 특히 S&P 지수는 무려 8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습니다. 최근 <월가브리핑>에서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기자는 월가 인사들의 취재를 종합해 ①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부쩍 늘었다 ②역사적인 기업 호실적 정점 지났다 ③긴축의 순간 예상보다 빠르게 온다 등을 최근 약세장의 이유로 꼽았습니다.뉴욕타임스는 19일 일요일자 신문 비즈니스 섹션에서 무려 7개 면을 털어 미국 경제의 완전한 재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기사와 사진을 실었는데요. 그게 딱 지금 미국의 모습입니다. 여름만 해도 맨해튼 거리에는 마스크 쓴 이들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요즘에는 적어도 3~4명 중 1명꼴로는 마스크를 쓰고 다닙니다. 델타 변이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지요.근래 들어서는 워싱턴DC에서 미국 민주당의 증세 드라이브 소식까지 들려오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헝다(恒大·Evergrande) 파산설이 몰아치며 금융시장 전반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몰려온다는 얘기가 실감 나는 9월입니다.지난 19일(현지시간) 일요일자 뉴욕타임스 신문 비즈니스 섹션 1면. (사진=김정남 특파원)◇미국 증시 강세장 지속 점치는 UBS기자는 다만 “또 한편에서는 잇단 악재를 뚫고 강세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고 동시에 소개했습니다. 역사상 최고점에 있다고 해서 버블이라고 단정 짓는 건 위험하다는 것이지요. 약세장의 공포에 대비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지만, 그와 함께 강세장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는 게 똑같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그 대표적인 월가 기관 중 한 곳이 UBS입니다. 마크 해펠레 UBS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이끄는 조직이 얼마 전 기자에게 보낸 올해 4분기 시장 전망과 투자 조언은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어 자세히 소개합니다. 이번 <월가브리핑>에서는 UBS의 강세장 지속 논리를 살펴보겠습니다.UBS의 거시경제 전망부터 보겠습니다. “우리는 미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6.2%, 내년 5.2%로 단기적으로 볼 때 강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봅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은 완화적일 겁니다. 올해 4분기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지만, 동시에 테이퍼링은 지표를 봐가며 할 것이고 테이퍼링의 시작이 기준금리 인상 시기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할 겁니다.”UBS는 “이런 환경이 주식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에너지주, 금융주처럼 성장의 시기에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주식의 매수를 권고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잠재성장률을 넘는 경제 성장세는 이어질 것인데, 연준은 신중하게 긴축 정책을 펼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해펠레 CIO는 이미 올해 말 S&P 지수 4600, 내년 말 5000을 각각 점쳤지요. UBS는 “사상 최고점에 있는 주가 지수는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것이고 연준의 신중한 관리에도 세계 경제가 정상화하는 과정에서의 논란은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며 리스크를 언급했지만, 이와 동시에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통해 이익을 적극 추구해야 할 때”라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출처=UBS)◇“에너지, 헬스케어, 사이버보안 추천”UBS가 그러면서 내놓은 투자 조언은 총 6가지입니다.①경기 성장 수혜주를 사라“미국 경제성장률만 보면 (성장세는) 정점을 지났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비 지출, 소매 재고, 통화·재정 완화 덕에 인플레이션은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기업들의 견조한 실적 성장세를 견인할 겁니다. 우리는 올해 글로벌 기업들의 이익이 42%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은 9%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식 전반, 특히 에너지 섹터, 금융 섹터, 중간 규모의 기업, 경제 재개방에 민감한 기업 등에 호재라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부동산 섹터, 필수소비재(consumer staples) 섹터 등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겁니다.”②국채로 돈 벌 기회 지났다“올해 국채금리가 너무 떨어졌습니다(국채가격이 너무 올랐습니다). 또 신용 스프레드(회사채 금리-국채 금리)의 압박으로 국공채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적어졌습니다. (ICE BofA 미국 하이일드 인덱스 옵션 조정 스프레드 지수는 지난 17일 기준 2.86%포인트로 팬데믹 이전보다 낮아졌습니다. 올해 내내 3%포인트 안팎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는데, 이는 회사채 가격이 많이 올라서 투자 기회가 적어졌다는 뜻입니다.) 현금 혹은 전통적인 채권을 들고 있는 투자자들이 추가 수익을 내려면 (국채금리 변동성 등으로부터 수익을 얻는) 액티브 채권, 부동산 직접 투자 등 대체 수단을 고려해야 합니다.”③대체투자를 다양화하라“채권 수익률이 낮아진 와중에 주가가 사상 최고점에 올라 있는 현재 포트폴리오 다양화는 투자자들에게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대체투자는 주식, 채권 같은 전통적인 상품이 아니라 사모펀드, 헤지펀드, 부동산, 벤처기업, 원자재, 선박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는 걸 말합니다. 예컨대 대체 ETF는 이같은 대체투자 상품을 주로 펀드에 편입하는 걸 말합니다.) 투자자들은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을 모두 검토해야 합니다.”④헬스케어에서 기회 찾아라“우리는 수요가 비탄력적인(inelastic) 특징 등으로 헬스케어 섹터는 경기 방어적인 특성이 있고 장기 성장의 수혜를 준다고 봅니다. 특히 헬스케어주는 경기가 정점을 찍은 후 실적이 아웃퍼폼(outperform·특정 주식의 상승률이 시장 평균보다 더 높은 것)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약주는 이 섹터 내에서 가장 방어적인 종목이고, 메드테크(medtech·의료에 AI, IoT, VR, AR 등의 기술을 접목한 것) 관련주는 코로나19 이후의 성장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유전자 치료 등과 같은 종목들은 보다 더 장기적인 성장의 수혜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투자자들이 헬스케어와 관련한 모두를 포트폴리오에 포함해야 한다고 봅니다.”⑤탄소 제로 전환에 투자하라“글로벌 금융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지구의 기온은 가장 높은 수준에 올라 있습니다. 정책 당국자들은 이같은 변화를 주목하고 있고, 탄소 제로 시대로 전환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린테크(greentech) 관련 기업들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지속 가능한 투자(sustainable investing)로의 광범위한 전환의 일환입니다.⑥디지털 혁신에 초점 맞추라“헬스케어뿐 아니라 제조업, 금융업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혁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스마트 모빌리티와 자동화, 디지털 자산 등의 성장에서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들을 주목합니다. 아울러 디지털화의 핵심 요소인 사이버 보안에서 특히 수익 기회를 포착하고 있습니다.”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로 유명한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 (출처=CNBC)◇강세론자들 “지금은 저가 매수 기회”UBS의 논리에 동의하시나요. 기자가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로 수차례 소개했던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가 최근 CNBC와 했던 인터뷰 역시 비슷한 논리입니다. 그는 기업 실적 호조가 지속할 가능성을 들어 “지금은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3월 이후 증시가 폭등했기 때문에 그 정도 강세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연말 S&P 지수는 5000까지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졌던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에 조금씩 균열이 가는 듯한 조짐입니다. 월가 내에서 15% 안팎 증시 조정을 점치는 목소리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약세장의 도래 가능성에 대비하되, ‘소수의견’의 논리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 中 정부는 &apos;파산설&apos; 헝다를 구제할까, 방치할까[김정남의 월가브리핑]
    김정남 기자 2021.09.21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역사적으로 금융위기가 반복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전 위기 요인을 공부하고 대비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또 구멍이 생기는 탓입니다. 지난 2008년 미국 투자은행(IB) 순위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에 이어 4위였던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겠습니까. 또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겠습니까.20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시장은 소란스러웠습니다. 전날 홍콩 항셍지수가 3.30% 빠졌는데, 이번주 첫 거래일인 이날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급락했습니다. 유럽 증시, 국제유가, 비트코인 등은 모두 하락했습니다.이는 중국 헝다(恒大·Evergrande) 파산설 공포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헝다는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입니다. 몸집이 상당합니다. 그런데 당장 오는 23일 도래하는 이자를 낼 돈이 없을 정도로 유동성 경색이 심각합니다. 이자를 못 내면 도리가 없습니다. 디폴트(채무불이행)인 것이지요. 헝다에 돈이 마른 건 기정사실이고요. 중국 정부가 과연 구제를 위해 나서줄지, 또 최악의 경우 금융시스템을 건드릴 지가 초미의 관심사인데요. 아직 모든 게 불확실하기만 합니다. 월가는 그동안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피크를 지난 기업 실적 △예상보다 빠른 긴축 가능성 △바이든 정부 증세 리스크 등을 조정장의 근거로 점쳤습니다. 헝다 리스크를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급부상할 것이라고 본 곳은 없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헝다를 분석해보니, 예상보다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위기는 언제나 예기치 못한 곳에서 터지고요. 투자는 언제나 최악에 대비해야 합니다. 최근 5거래일간 스탠더드앤트푸어스(S&P) 500 지수 추이. (출처=구글 제공)◇이자도 못 내는 부동산 2위 기업상황이 심상치 않음이 시장에 퍼진 건 지난주부터입니다. 중국 금융당국은 헝다의 채권 은행들을 만나 대출 이자 상황이 어려울 수 있다고 통보했습니다. 헝다는 그 직후인 13일 “전대미문의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파산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는데요. 그럼에도 투자 심리는 급격히 악화했습니다.이후 15일 중국 신용평가사 중청신국제(CCIX)는 헝다 회사채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강등했습니다. 아울러 추가 하향을 검토하는 워치리스트에 등록했습니다. 이튿날인 16일 헝다는 자사가 발행한 역내 채권(Onshore bond)에 대한 거래 중지를 신청했고, 거래소는 이를 승인했습니다. 하루 동안 거래가 멈춘 겁니다. ‘휴지조각 채권을 누가 사겠는가’ 하는 심리가 깔렸겠지요. 로이터는 이를 두고 “헝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습니다.근본 원인은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국 정부가 주요 부동산 개발회사의 부채 수준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부동산 시장의 호조를 틈 탄 무리한 사업 확장을 막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헝다만 해도 식품, 레저 등에 이어 전기차 사업까지 손을 댔습니다. 특히 회사 부채가 자산 대비 70%를 넘으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는데, 중국 내 건설사 증 현재 이 조건을 충족하는 곳은 10% 남짓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중국 부동산은 취약합니다. 헝다와 자회사 텐허가 달러화, 위안화, 홍콩달러화로 발행한 채권 규모는 6월말 기준 1조9700억위안(약 3038억달러)에 달합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없지만, 헝다는 이자를 내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당면한 문제는 오는 23일까지 내야 하는 8353만달러입니다. 텐허까지 더하면 1억1900만달러입니다. 이걸 어찌어찌 낸다 해도, 29일까지 4500만달러 이자를 또 내야 합니다. 이렇게 올해만 지급해야 할 이자액이 약 7억달러입니다. 이를 넘겨도 난관은 이어집니다. 내년부터 77억달러 규모의 채권 만기가 돌아와서 갚아야 합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3년 108억달러, 2024년 34억달러, 2025년 61억달러, 2025년 13억달러 등의 만기가 줄줄이 도래합니다. 헝다가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입니다.국제신용평가사들은 이를 알아채고 헝다의 신용등급을 강등해 왔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7월 헝다의 신용등급을 ‘B+’에서 ‘B-’로 하향했고, 8월과 9월 잇따라 ‘CCC’, ‘CC’로 각각 내렸습니다. ◇금융 시스템 리스크 옮겨 붙을까문제는 헝다의 파산이 헝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자칫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건드릴 수 있어서입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헝다와 관련한 간접 리스크들이 계속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그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다행스럽게도 헝다가 중국 은행 시스템에 미칠 악영향을 제한적인 듯합니다. 현재 헝다의 대출 규모는 3890억위안(약 600억달러)으로 추정됩니다. 중국 내 은행 대출 총액에서 0.3% 비중도 안 됩니다. 디폴트가 현실화하면 은행권의 부실채권(NPL) 비율이 올라갈 건 자명하지만, 당국이 관리 가능할 것으로 기자는 판단합니다.다만 역외 달러채권 시장의 충격은 다소 클 수 있습니다. 헝다가 발행해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달러화 표시 회사채 규모는 중국 하이일드(고수익 고위험) 달러채권의 16%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아시아 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하이일드 회사채를 발행한 곳이 헝다입니다. 이 채권들이 휴지조각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헝다 회사채를 매수한 금융기관들이 부실을 우려해 다른 대출들을 회수할 게 뻔하고요. 이는 시장 전반의 자금 경색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다른 기업들마저 디폴트 위기에 직면해 금융기관들의 부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면, 말 그대로 금융위기의 도래입니다. 니혼게이자이가 “헝다 달러채가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고 한 게 이런 의미입니다. 헝다 파산이 중국판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근거입니다.세 번째 충격은 중국 내 부동산 시장입니다. 헝다는 유동성 압박에 처하자 분양권을 선지급한 후 이들로부터 계약금을 받는 식으로 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 규모가 일단 수십만건으로 추산되는데요. 상황에 따라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헝다가 무너지면, 부채에 의존해 사업을 진행한 다른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그 후폭풍을 피해 가지 못할 겁니다. 이들도 헝다처럼 사실상 돈줄이 막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국내총생산(GDP)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넘습니다. ‘세계의 공장’ 중국 경제가 가라앉으면, 세계 경제의 타격은 불보듯 뻔합니다.쉬자인 헝다그룹 회장. (사진=AFP 제공)◇제2의 LTCM 사태 vs 제2의 리먼 사태금융시장이 주시하는 건 중국 정부가 헝다 사태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입니다. 시장이 대략 상정하는 몇 가지 시나리오가 있습니다.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시나리오는 중국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겁니다. 헝다의 천문학적인 부채 규모를 감안해 일단 자본을 직접 쏟아부어 급한 불을 끈다는 겁니다. 이날 뉴욕 증시 폭락을 지켜본 월가는 이 시나리오에 기울어 있는 듯합니다. 강세론자인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는 CNBC와 만나 “헝다는 무너지기에는 너무 크다”며 “정부가 개입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금융시장에 큰 악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야데니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아니라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와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LTCM은 당시 자본금의 50배에 이르는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했는데, 아시아 외환위기 탓에 신흥국 채권가치가 폭락하면서 파산 위기에 몰렸습니다. 이때 미국 정책당국이 골드만삭스 등 채권 은행들을 동원해 긴급 자금을 지원했고, 다행히 충격파는 미미했습니다.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건체이스 수석시장전략가는 이날 메모를 통해 “하룻밤 사이에 확대한 시장 매도세는 이미 인지하고 있는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과잉 반응 탓”이라며 저가 매수를 추천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사태를 잘 수습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실제 이날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장 막판 매수세가 대거 들어왔습니다.그러나 일견 간단해 보이는 이런 구제책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LTCM 사태는 ‘대마불사(too big to fail)’ 논란을 불렀습니다. 중국 정부도 이를 알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미 천명한 디레버리지(deleverage), 즉 부채 축소를 통한 부실기업 정리 의지가 시작하자마자 좌초할 수 있습니다. 헝다가 다시 살아난다면, 중국 경제의 도덕적 해이는 활개를 칠 게 분명합니다.릭 라이더 블랙록 최고채권투자책임자는 “중국 은행 시스템은 정부에 의해 통제 받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는 (이번 사태에)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이번 사태를 마무리 지어도 곧 다른 부동산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그래서 정부가 직접 돈을 대지는 않은 상황에서 ‘질서 있는 디폴트’를 유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습니다. 디폴트가 불가피한 현실은 인정하되, 정부가 움직여 헝다가 자산을 매각할 시간을 벌어주고 시공사와 협상을 통해 공사는 지속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지요. 다만 이런 이상적인 구조조정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최악의 경우는 역시 정부가 손을 놓아버리는 것이겠지요. 헝다가 청산 절차를 밟으면, 당장 금융시장이 아니라 중국 내 사회 분란을 걱정해야 합니다. 계약금을 내놓고 주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속출할 테니까요. 월가는 이런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습니다. 월가 금융사 한 인사는 “중국 정부가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본다”고 했습니다.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건체이스 수석시장전략가. (출처=JP모건)◇‘9월 조정론’ 위험 하나 더 늘었다‘9월 조정론’의 여파는 작지 않은 듯합니다. 헝다 사태가 잘 마무리될 것이라는 월가 내 컨센서스와는 무관하게 시장 전망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저가 매수의 기회”라는 콜라노비치의 조언과는 달리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수석시장전략가는 “S&P 지수는 20% 이상 조정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일단 뉴욕 증시 3대 지수 선물은 이날 폭락 후 반등하고 있습니다.투자자들은 이제 실시간으로 챙겨 봐야 할 이슈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중국 정부의 일거수일투족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이목이 집중될 겁니다. 투자하기 참 어려운 시기입니다.
  • 점차 커지는 뉴욕증시 조정론의 세 가지 이유[김정남의 월가브리핑]
    김정남 기자 2021.09.13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요즘 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9월 조정론이 불거진 이후 고공행진을 하던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실제 하락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내림 폭이 큰 건 아닙니다. 지난주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각각 2.15%, 1.69% 떨어졌습니다.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는데, 하루에 1% 이상 조정 받은 적은 없습니다. 다만 연일 신고점을 경신하던 8월과는 시장 기류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지난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역시 1.61% 내렸습니다.갑자기 왜 이럴까요. 기자는 약 한 달 전 [월가브리핑]을 통해 미스터리한 초강세장의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①전례를 찾기 어려운 풍부한 시중 유동성 ②주가 고평가 논란을 불식시킬 만한 생산성 향상 따른 기업들의 호실적 ③인플레이션 둔화 관측에 따른 정점론 등을 이유로 들었지요. 한 달 사이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최근 5거래일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추이. (출처=구글)①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부쩍 늘었다가장 주목할 건 스태그플레이션 화두입니다. 경기가 침체함에도 물가가 폭등하는 아주 이례적인 현상인데요, 지난 1970년대 이후 수십년간 미국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월가 내에서는 한두달 전까지만 해도 ‘딴 세상 얘기’처럼 여겨졌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약간 더 심각해졌습니다.1970년대가 어땠는지부터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지요. ‘마에스트로’ 앨런 그리스펀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쓴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Capitalism in America)’를 보면, 그 당시 폐해가 적나라하게 나옵니다. 일부만 발췌했습니다.“석유 파동(오일 쇼크)은 미국이 안고 있는 최대 경제 문제를 고질화시켰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과 실업이 위험하게 결합한 상태로서 케인스파 경제학자는 물가 상승률과 실업률 사이의 일정한 상충관계를 보여주는 필립스 곡선을 들어 절대 발생할 수 없다고 말하던 것이었다. 1969~1982년까지 14년 동안 연 물가상승률이 5% 아래로 떨어진 적은 두 번 뿐이었다. 반면 연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 수를 기록한 것은 네 번이나 됐으며, 1980년 3월에는 14.8%를 기록하기도 했다. 동시에 높은 실업률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정치적 격변을 불러 왔다. 노동자는 늘어나는 생활비를 따라잡기 위해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납세자는 오르는 명목소득 때문에 과세 구간이 높아지는 것에 반발했다. 1978년 부동산세는 갈수록 인상되는데, 정부로부터 받는 서비스는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데 분노한 캘리포니아주 교외 주민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행동에 나섰다.”지금과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읽어야 합니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8.3% 상승했습니다. 1970년대 같은 두 자릿 수까지는 아닙니다.그럼에도 당시와 비슷한 포인트가 적지 않습니다. 나라 경제의 총수요가 늘면 소득과 물가가 동시에 오르고 이는 곧 경기가 좋아진다는 것이니 고용은 나아진다는 게 필립스 곡선의 기본 철학입니다. 그런데 필립스 곡선이 고장 난 게 그때나 지금이나 유사합니다. 미국 재무부와 연준이 무지막지하게 돈을 푸는 총수요 정책으로 팬데믹에 대응해 왔는데, 고용 측면에서는 잘 먹히지 않은 것이지요. 그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델타 변이의 확산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더 키우고 있습니다. 한 달 전 기자는 시안 챈 HSBC 최고투자책임자(CIO)의 말을 빌어 “시장은 인플레이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썼습니다. 시장이 높은 인플레이션에 익숙해졌다는 겁니다. 때마침 당시 인플레이션 정점론까지 나왔지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투자은행(IB)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마이클 하트넷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 1단계에 진입했다”고 했고, 투자자문사 인프라캡의 제이 햇필드 최고경영자(CEO)는 “내년 가장 시급한 문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했습니다.스태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과는 차원이 다른 악재입니다. 경기와 물가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만큼 정책 수행이 어렵습니다. 수십년간 경험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도 공포의 대상입니다. 금융시장 역시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불확실성이 클 수 있습니다.△14일(현지시간)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15일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 8월 산업생산 △16일 8월 소매판매,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 등이 줄줄이 나오는데요. 월가에서 스태그플레이션 화두가 확대될지 주목해야 합니다.8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 관련 현황. (출처=미국 노동부)②역사적인 기업 호실적 정점 지났다기업 실적은 더 중요한 요인입니다. 증시 강세론의 강력한 근거가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면 높은 주가는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대표 강세론자인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는 약 한 달 전 배런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특별히 싼 주식은 없다”면서도 “기업의 수익성과 생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습니다.실제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S&P 지수에 속한 기업 중 주당순이익(EPS) 증가율(발표 기업 489개 기준)은 88%를 기록했습니다. 2009년 4분기(199%) 이후 최고치입니다. 시장 예상을 넘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인 기업은 무려 87.7%에 달합니다. 10개 중 9개가 호실적을 기록했다는 의미입니다. 매출액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전체 기업 중 87.1%가 깜짝 매출액을 올렸습니다.그러나 지금은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기업 실적 정점론(peak out)이 점점 불거지고 있다는 게 다수 월가 인사들의 설명입니다. 레피니티브 집계를 더 자세히 보면, 2분기 53달러까지 치솟은 평균 EPS는 3분기 49달러, 4분기 51달러로 정체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내년 1분기 이후의 경우 52달러→55달러→56달러→58달러로 느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월가 금융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주요 IB들의 S&P 지수 전망치를 보면 올해 말까지는 약간 상향 조정한 곳이 많다”며 “최근 기업 실적이 워낙 좋았고 하반기에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다만 “내년부터는 얘기가 달라질 것 같다”며 “IB들이 내년 지수 전망치를 크게 높이지 않은 건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기저에는 기업들의 공급망 혼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기자는 앞서 8월 PPI가 8.3% 급등했다고 전했는데요, 기업들이 치솟는 도매물가를 소매물가에 전가할 것이라는 예상은 월가 내에 너무 많습니다. 소비자 판매가에 전가하지 못하면 기업들의 이익이 그대로 감소할 테니까요. 소비자 가격이 높아지면 당연히 기업 매출은 줄겠지요. 기업발(發) 비용 인플레이션 악재는 적어도 내년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악순환이 불가피한 겁니다.또다른 월가 관계자는 “2분기 실적이 너무 좋았지만 정작 컨퍼런스 콜은 암담했다”고 회고했습니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언급이 너무 많이 나왔고요. △공급망 차질 △임금 인상 △법인세 증세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3분기 어닝 시즌은 10월부터인데, 이때가 뉴욕 증시의 실질적인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어떤 거시 환경보다 기업 실적은 중요한 변수입니다.(출처=월스트리트저널)③긴축의 순간 예상보다 빠르게 온다연준의 행보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경기가 꺾일 조짐임에도 연준은 11월 테이퍼링을 흘리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오는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테이퍼링을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11월 개시는 합의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이 9월 FOMC를 통해 11월 테이퍼링의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시장의 예상보다는 약간 빠른 속도입니다.테이퍼링은 엄밀히 말해 긴축은 아니지요. 채권 매입 속도를 줄인다는 건 여전히 돈은 푼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건 기계적인 해석에 불과합니다. ‘항공모함’이라고 일컬어지는 통화정책은 신뢰성 측면에서 그때그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어서입니다. 테이퍼링은 당연히 긴축의 시작으로 봐야 합니다. 연준은 테이퍼링과 기준금리 인상을 별개라고 하는데, 이 역시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말입니다. 기자는 연준이 매우 신중한 긴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떠오르는 마당에 별다른 방도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테이퍼링 이후 마냥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에 둘 수는 없는 일입니다.WSJ는 “연준은 내년 중반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스태그플레이션을 화두로 꼽은 햇필드 CEO는 “연준은 내년 금리를 최소 두 번 인상해야 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연준이 점도표를 통해 공식적으로 내놓은 입장보다 더 빠릅니다. 지난 [월가브리핑] 때도 말씀 드렸지요. 버블을 얘기하는 건 언제나 조심스럽습니다. 9월 조정론이 부상하고 있지만, 또 한편에서는 잇단 악재를 뚫고 강세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고요. 한 월가 국부펀드 관계자는 “주가 지수가 과거 어느 시점을 기준에 두고 돌아가는 관성이 있다는 건 없다”며 “오르면 오른 레벨을 기준으로 해서 더 상승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단기 역사상 최고점에 있다고 해서 버블이라고 단정 짓는 건 위험하다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9월 들어 뉴욕 증시의 흐름이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사실은 숙지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다시 한 번 반복하지만, 현재 시장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특이한 상황입니다.
  • 내년 연준 FOMC &apos;강성 매파&apos; 득세 점치는 이유[김정남의 월가브리핑]
    김정남 기자 2021.08.20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내가 비둘기라고?”벌써 수년 전입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A씨는 자신이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라는 세간의 평가에 허허 웃으면서 이렇게 반문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통화정책의 변수는 다양한데요. 실제 성장 정도를 나타내는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경제 기초체력을 뜻하는 잠재 GDP의 차이인 GDP갭을 기본으로 중장기 시계의 성장과 물가를 판단하고, 그외에 금융 안정 상황까지 본다는 겁니다. A씨는 “나는 비둘기도 아니고 매도 아니다”며 “단지 중기적으로 GDP갭이 마이너스(-)일 것으로 추정되니 완화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물가가 뛰기 시작하면 당연히 긴축으로 돌아서야 한다는 게 A씨의 설명이었는데요. 상황에 따라 비둘기든 매든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겁니다.그렇다면 왜 통화정책 당국자에게 매 혹은 비둘기의 딱지가 붙을까요. 가장 주요한 건 개인의 성향이겠지요. 어차피 정책은 사람이 하는 겁니다. 이에 더해 통화정책의 시계가 상대적으로 길다는데 이유가 있을 겁니다. 큰 줄기의 유동성을 조절하는 건 당장을 보고 하는 게 아닙니다. 잘 보이지 않는 2~3년 후를 예측하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통화정책은 ‘항공모함’에 비유될 정도로 느리지만, ‘큰 칼’에 비유될 정도로 강력합니다. 한 번 방향을 잡으면 거의 바뀌지 않으니까요. A씨 역시 매우 오랜 기간 비슷한 주장을 한 걸로 기억합니다. 이는 곧 매냐 비둘기냐 하는 딱지가 의미가 없는 건 아니라는 방증입니다.[그래픽=김일환 기자]◇현재 FOMC 절반 이상 매파 기울었다연방준비제도(Fed)가 시장의 최대 화두입니다. 한은에 금통위가 있다면, 연준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있지요. 팬데믹 이후 역대급 돈 풀기가 이어졌는데, 이제는 조금씩 거둬들일 때라고 연준은 생각하는 듯합니다. 중요한 건 긴축의 규모와 속도이겠지요. 이 때문에 FOMC에서 의결권을 가진 인사들의 성향을 살펴보는 건 의미가 있습니다.FOMC 내 의결권 위원은 11명입니다.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해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 랜달 퀄스 부의장,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 미셸 보우만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등 이사진이 6명입니다. 원래 7명인데, 1명이 공석입니다. 그외에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5명이 매해 돌아가면서 의결권을 갖는데요. 뉴욕 연은 총재는 당연직입니다. 지금은 존 윌리엄스 총재이고요. 그와 함께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토머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 매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가 투표권을 갖고 있습니다.7월 FOMC 정례회의 때 다수 위원들이 “경제가 광범위하게 회복할 경우 올해 안에 자산 매입 속도를 줄이는 게 적절하다”며 조기 테이퍼링을 거론해 화제입니다. 그 이유는 결국 11명 중 과반 이상이 매파로 기울었다는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파월 의장은 중립 혹은 비둘기로 봐야 합니다. 퀄스 부의장과 월러 이사는 조기 테이퍼링을 주장하는 인사입니다. 월러 이사는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이르면 올해 10월부터 테이퍼링을 시작할 수 있다”고 했고, 퀄스 부의장은 몇 달 전부터 “경제가 기대에 부합한다면 테이퍼링 논의 시기는 다가온다”고 했습니다. 중립 성향의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은 근래 “인플레이션은 상방 리스크가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조금씩 매로 돌아서고 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성향에 따라 경기를 보는 눈이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5%가 넘는 미국 인플레이션 절대치가 높다는 건 이견을 달기 어렵습니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5.4%로 연준 목표치(2.0%)를 한참 상회했지요. 고용의 경우 물가보다는 더디지만, 회복 과정에 있습니다. 반면 브레이너드 이사는 고용 증가가 기대를 밑돈다는 이유를 들어 “테이퍼링을 서두르면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CNBC 추정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미국 내 약 600만명은 일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보우만 이사도 비슷하고요. 파월 의장까지 더하면, 이사진 내 의견은 팽팽하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그런데 연은 총재들은 매파 성향이 다분합니다. 총 5명 중 보스틱 총재, 바킨 총재, 데일리 총재는 조기 긴축을 주장하고 있고요. 특히 보스틱 총재는 “테이퍼링 시기를 10~12월에서 보다 앞당길 수 있다”고 했습니다. 비둘기로 불렸던 에반스 총재도 “경제가 궤도에 올랐다”고 했습니다. 테이퍼링에 우호적으로 바뀐 겁니다. 파월 의장이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긴축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은 이미 만들어 졌습니다.(출처=IT 캐피털 마켓츠)◇내년 ‘매파 FOMC’ 점치는 두 가지 이유주목할 건 내년입니다. 사실 테이퍼링보다 더 관심인 건 기준금리 인상입니다. 엄밀히 말해 테이퍼링 와중에 연준은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를 사기 때문에 긴축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돈을 푸는 건 이어지는 겁니다. 진정한 돈줄 조이기는 기준금리를 건드릴 때인데, 내년이면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질 겁니다.내년 FOMC를 둘러싼 변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새로 들어올 4명의 의결권 연은 총재들의 성향입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에릭 로젠그린 보스턴 연은 총재입니다.월가에서 불러드 총재는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와 함께 가장 강경한 매파로 불립니다. 그는 7월 FOMC 의사록 공개 직전 마켓워치와 만나 “내년 1분기까지 테이퍼링을 완료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 준비를 앞당기자는 겁니다. 조지 총재는 올해 FOMC 내에서 가장 강경하다는 보스틱 총재와 맞먹는 매로 분류됩니다. 그는 최근 “완화적인 정책에서 보다 중립적으로 전환할 때”라고 했습니다. 메스터 총재와 로젠그린 총재 역시 최근 더 매파적으로 움직이고 있지요. 월가 한 인사는 “올해 멤버인 에반스 총재는 원래 비둘기 성향이 강하다”며 “내년 FOMC 위원들이 더 강한 매파라는 의미”라고 했습니다.두 번째가 어쩌면 더 중요합니다. 파월 의장과 클라리다 부의장, 퀄스 부의장의 교체 가능성입니다. 먼저 파월 의장입니다. 연준 의장은 웬만하면 연임하는 게 관례인데, 이번에 정치권으로부터 교체 얘기가 조금씩 나오는 건 브레이너드 이사 때문입니다. 그는 바이든 정부 출범 당시 재무장관과 연준 의장으로 동시에 하마평에 오른 실력자입니다. 통화정책상 브레이너드 이사는 파월 의장보다 더 비둘기 성향인 것으로 월가는 보고 있는데요. 그런데 방점은 그게 아닙니다. 민주당 소속 셰로드 브라운 상원 은행위원장,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이 ‘파월 연임 불가론’을 외치는 건 현재 연준의 금융 규제가 너무 방만하다는데 있습니다. 쉽게 말해 브레이너드 이사가 수장에 올라 금융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브레이너드 이사가 만약 연준 의장에 오른다면, 이를 두고 ‘슈퍼 비둘기’의 등장이라고 해석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브레이너드 이사에 대해 알아보지요. 기자가 그에 대해 남아 있는 강한 기억은 지난 5월입니다. 연준의 금융안정보고서 발표 때입니다. 브레이너드 이사가 주도한 이 보고서는 △아케고스 사태에 따른 헤지펀드 위험 선호 우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이용한 기업 상장 열기 △수요가 약해진 상업용 부동산 △점차 커지고 있는 가상화폐 투자 열기 등을 경고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은행권은 경기 하강에 대비해 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기자는 그 이후 브레이너드 이사를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올라 있는 고승범 전 금통위원과 오버랩 되는 건 기자뿐만 아닐 겁니다. 은행감독을 총괄하는 퀄스 부의장(오는 10월 임기 종료)의 교체론이 나오는 이유 역시 똑같습니다. 그가 금융 규제를 느슨하게 한다는 게 민주당 강경파들의 불만이지요. 특히 워런 의원은 대선주자급 거물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라고 해서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두 가지 이유를 더해보면, 어떻습니까. 내년에는 강성 매파들이 몰려올 수 있다는 해석이 지나치지 않아 보일 정도입니다.라엘 브레이너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사진=AFP 제공)◇돈줄 조이기, 시장에 어떤 영향 미칠까결국 지금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그래서 연준의 돈줄 조이기는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더 나아가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는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제동이 걸릴 것인가.미래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지요. 기자는 아무리 매파들이 득세한다고 해도 연준은 내년 이후 ‘신중한 긴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A씨 말마따나 매든 비둘기든 딱지를 붙이는 건 시장이고요. FOMC 위원들은 얼마든지 신축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델타 변이와 함께 경기 둔화 우려까지 나오니 더욱 그렇지요. 실제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6.4%에서 6.0%로 낮췄습니다.요즘 월가의 기류는 이쪽에 기울어 있습니다. 금리 전문가로 손꼽히는 BMO 캐피털 마켓츠의 이언 린젠 수석전략가는 이날 뉴욕국제금융협의체 화상회의에서 “중장기적으로 저금리화는 지속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05~1.35%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장기금리가 하향 안정화한다면 뉴욕 증시 내 비중이 높은 빅테크를 중심으로 호조가 이어질 수 있겠지요.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 만나 “증시는 버블에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그럼에도 FOMC 위원들이 하나둘 매파적으로 돌아서는 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월가의 한 펀드매니저는 “연준의 긴축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도 “어쨌든 증시 등 위험 자산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위험 투자 판단이 참 어려운 시기입니다.(출처=마켓워치)
  • 악재 쏟아지는데, 뉴욕 증시는 왜 계속 오르나[김정남의 월가브리핑]
    김정남 기자 2021.08.16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전세계 주가가 이렇게 고공행진 했던 적이 있나 싶습니다. 어떤 악재가 나와도 월가는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연일 신고점을 찍고 있습니다. 델타 변이가 예상보다 빠르게 퍼져도, 인플레이션 공포가 닥쳐도, 증시 밸류에이션이 역대급 치솟아도, 투자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지요.지난 13일(현지시간)이 대표적이었습니다. 미국 미시건대가 매달 내놓는 소비자심리지수가 있는데요. 8월 잠정치가 70.2로 나왔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 탓에 전월(81.2) 대비 11.0포인트(13.5%) 폭락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81.3)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심지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지난해 4월(71.8)보다 낮았습니다. 그런데도 다우 지수와 S&P 지수는 나흘째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미스터리한 일입니다. 도대체 왜 이럴까요.그 전에 월가 주요 기관들의 전망부터 보겠습니다. 지난주 S&P 지수는 4468.00에 마감했는데요. 올해 연말 기준으로 이보다 낮은 전망치를 내놓은 곳이 많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3800)와 도이치방크(3950)는 4000 이하를 점쳤고요. 씨티(4000), 모건스탠리(4225), RBC(4325), 바클레이즈(4400), UBS(4400) 등은 추가 하락을 점치고 있습니다. 반면 골드만삭스와 오펜하이머는 각각 4700으로 월가 내 최고치를 제시했고요. JP모건체이스(4600), 크레디트 스위스(4600), 웰스파고(4500), BMO(4500) 등은 추가 상승을 예상하고 있습니다.전망이 갈리는 핵심은 무엇일까요. 인플레이션에 대한 뷰(view)인 듯합니다. 약세장을 점치는 BofA의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주식전략 헤드는 “올해 2분기 기업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언급이 지난해보다 900% 폭증했다”며 “많은 기업들이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을 거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좋은 인플레이션에서 나쁜 인플레이션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최근 인건비, 재료비 상승 등을 강조한 겁니다.이에 반해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전략가는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을 웃돌고 금리가 전망보다 낮아지고 있다”고 했고요. 존 스톨츠푸스 오펜하이머 수석투자전략가는 “연방준비제도(Fed) 예상대로 인플레이션이 감내할 수준이고 금리가 적절하다면 투자자들의 유입이 지속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과열도 둔화도 아닌 ‘골디락스’를 점친 겁니다. 두 회사는 이번달 초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점도 똑같습니다.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로 유명한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 (출처=CNBC)◇S&P 선행 P/E 22배, 이제는 ‘뉴 노멀’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대표적인 강세론자로 유명하지요.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가 최근 배런스와 했던 인터뷰를 토대로 왜 증시는 계속 오르는지 살펴볼까 합니다. 야데니는 내년 말 S&P 지수는 5000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가 강조하는 키워드가 몇 가지 있는데요. 그 중 주목 받는 건 기업의 이익과 생산성 향상입니다. 요즘 미국 주식이 너무 비싸졌다는, 다시 말해 증시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아졌다는 화두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습니다. S&P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은 22배까지 올라왔습니다. 16~17배를 통상적이라고 보면 되는데, 이보다 높은 겁니다. 닷컴버블 당시인 20여년 전과 비견될 정도입니다. 그런데 야데니는 선행 P/E 22배를 ‘뉴 노멀’로 칭하고 있습니다. 선행 P/E는 현재가 아닌 미래 실적을 기준으로 현재 주가 밸류에이션을 책정하는 방식입니다. 야데니의 주요 언급을 한 번 보지요.“지난해 주가가 바닥을 쳤을 때(단기 저점을 기록했을 때) 선행 P/E가 12.7배까지 떨어졌습니다. 불황 때 P/E는 하락하지요. 그때 연준이 빠르게 양적완화(QE)를 실시했고, 선행 P/E는 올해 봄 역사적으로 매우 높은 22배까지 올랐습니다. 연준이 (기업에) 보증을 서주는 꼴입니다. 지금 실제 강세장을 이끄는 건 기업들의 이익이 불을 뿜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통해 코로나19에 빠르게 대응했고, 2분기 최고의 수익을 낸 이후 하반기에도 성장할 겁니다.” 야데니는 또 “시장에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엄청난 유동성이 있다”며 “팬데믹 이후 공급된 유동성은 모두 쓰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앞으로는 선행 P/E 22배가 뉴 노멀이라는 게 그의 견해입니다. 유동성을 업고 기업들이 호실적을 내고 있으니, 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그는 특히 기업 생산성을 강조했는데요. 야데니는 “1990년대 초부터 이어진 기술 혁명은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만들어 냈다”며 “지금 우리는 또다른 극적인 생산성 붐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짚었습니다. “이번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입니다. 1970년대 같은 물가 악순환을 초래하지는 않을 겁니다. 1970년대 많은 문제들이 인플레이션에서 온 게 맞지만, 가장 큰 문제는 생산성이 떨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지금은 정반대입니다. 앞으로 강세장은 이어질 겁니다.”어떤가요. 야데니의 주장에 동의하나요. 야데니는 “특별히 싼 주식은 없다”면서도 “기업의 수익성과 생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핀테크, 원격진료 관련주들을 거론했고, 중국과 냉전 탓에 공급망을 미국 가까이 옮길 수 있는 산업주 역시 추천했습니다.◇“증시, 인플레 더이상 두려워 않는다”야데니 외에 HSBC가 최근 낸 보고서도 주목할 만합니다. 시안 챈 HSBC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은 인플레이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시장이 높은 인플레이션에 익숙해졌다는 겁니다. 시안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면 국채금리는 이를 반영해 상승하는데, 흥미롭게도 국채금리는 4월 정점을 찍은 후 하락했다”고 했습니다.그는 “연준이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에 나선다는 메시지에 투자자들이 겁 먹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면서도 “연준은 그간 테이퍼링과 관련한 커뮤니케이션을 꽤 잘 했다”고 주장했습니다.종합해보면, ①전례를 찾기 어려운 풍부한 시중 유동성 ②주가 고평가 논란을 불식시킬 만한 생산성 향상 따른 기업들의 호실적 ③인플레이션 둔화 관측에 따른 정점론 등을 이유로 들 수 있겠네요.(출처=야데니리서치)(출처=야데니리서치)◇‘버핏 지표’ 사상 최고치…버블 우려↑물론 낙관론 이상으로 비관론도 많습니다. 월가 주요 기관들의 올해 S&P 지수 전망치를 평균해보면, 현재 수준보다 아래입니다. 기자가 최근 만난 월가의 한 펀드매니저 G씨는 역사상 가장 낮은 실질금리를 증시의 핵심 키워드로 꼽았습니다. G씨는 “마이너스(-) 실질금리 하에서는 주가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요. 연준에 따르면 실질금리를 나타내는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는 -1.07%(지난 11일 기준)입니다. 역대 가장 낮습니다. 기업 혹은 개인이 돈을 빌리는데 드는 실질적인 이자 부담이 마이너스라는 겁니다. 연준은 줄곧 미국은 유럽 혹은 일본 같은 마이너스 기준금리는 없다는 기조를 내비치고 있지만, 사실 시장이 더 주목하는 건 실질금리는 이미 마이너스라는 점입니다. G씨는 다만 “이렇게 낮은 실질금리가 지속가능할 수는 없다고 본다”며 “연준이 긴축에 나서면 (현재 강세 일변도인) 증시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미국 실질금리를 나타내는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 추이. (출처=연방준비제도)또 있습니다. ‘버핏 지표(buffet indicator)’는 증시 과열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버핏 지표는 거래 주식의 총가치를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율입니다. 20여년전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특정 시점의 주가 수준을 알아보는 가장 좋은 지표이자 유일하게 신뢰하는 단 하나의 지표”라고 말한 이후 버핏 지표로 불리는데요. 현재 수치는 237%입니다. 단연 사상 최고입니다. 닷컴 버블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통상 100% 이상이면 거품이 낀 것으로 보는데, 이를 훌쩍 상회한 겁니다. 자산운용사 GMO의 설립자인 제레미 그랜섬은 최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버블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어디서든 볼 수 있는데, 언제 터질지 아는 것은 무척 어렵다”며 “바이러스, 인플레이션 등을 비롯해 예상치 못한 모든 것들이 버블을 터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버블을 얘기하는 건 언제나 조심스럽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잇단 악재를 뚫고 강세장이 지속하고 있고, 그 와중에 추가 상승을 예측하는 곳들이 적지 않을 때는 더 그렇습니다. 지난해 중반부터 거품론이 나오면서도 뉴욕 증시는 상승세를 멈추지 않았지요. 그럼에도 낙관론자들과 비관론자들의 논리를 잘 숙지하는 건 필수인 듯합니다. 현재 시장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특이한 상황입니다.버핏 지표 추이. (출처=커런트마켓밸류에이션닷컴)
  • 월가서 고개 드는 연준 통화정책 &apos;실기론&apos;[김정남의 월가브리핑]
    김정남 기자 2021.08.03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평가의 대상일까요, 아니면 분석의 대상일까요.‘연준에 맞서지 말라’는 격언만 들어도 감을 잡을 수 있겠지요. 월가 인사들 대다수는 후자 쪽인 듯합니다. 통화정책을 하는 건 결국 사람이니 실수가 왜 없겠냐마는, 시장은 그걸 두고 평가의 잣대를 들이밀기보다 이게 무슨 의도일까 분석에 골몰합니다. 연준 행보에 따라 미국은 물론이고 전세계 자산시장이 들썩이기 때문이지요.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출처=월스트리트저널)◇파월 저격한 WSJ…“자리 물러나야”그럼에도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행보는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더러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사설을 보면 월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7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있던 바로 그날입니다.WSJ는 “올해 연준의 가장 큰 실수는 소비자물가 급등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당시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1.8%로 제시했는데요. 올해 3월과 6월 각각 2.4%, 3.4%로 다시 큰 폭 올렸습니다. 그런데 최근 나온 6월 PCE 인플레이션 수치는 4.0%에 달했습니다. 또다른 물가 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5.4%까지 치솟았습니다. 매 3개월마다 하는 경제 전망이 일치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너무 차이가 큰 것도 신뢰성 측면에서 문제입니다.WSJ는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자신의 언급이 맞다고 한다”면서도 “소비자들은 다르게 느낀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파월 의장은 양대 책무인 물가 안정과 고용 안정 가운데 물가는 아예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뉘앙스를 띠고 있는데, 이를 정면으로 비판한 겁니다. WSJ는 그러면서 “(정부 재정 지출 등으로) 산더미처럼 쌓인 새로운 부채는 정치적으로 연준의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을 더 어렵게 한다”고 했고요. 심지어 “파월 의장이 통화정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물가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제는 다른 사람이 (물가 관리를) 맡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며 내년 2월 연임 이슈까지 거론했습니다.블룸버그는 최근 오피니언을 통해 “연준은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을 멈출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연준은 질서있는 테이퍼링의 기회를 놓쳤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연방준비제도(Fed)의 물가 전망치(파란선)과 실제 PCE 인플레이션(금색선), CPI 인플레이션 수치(빨간선). (출처=월스트리트저널)◇산더미처럼 불어난 부채, 연준 발 묶어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등한시하는 건 예고돼 있었습니다. 지난해 초유의 평균물가목표제(AIT)를 도입하면서 입니다. 기자는 연준을 분석의 대상이라고 했는데, 그래도 AIT만큼은 그동안 [김정남의 월가브리핑] 등을 통해 비판적으로 보도해 왔습니다. 이유가 있는데요. 이번에도 간단히 다뤄봅니다.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한계(marginal)’입니다. 쉽게 말해 현재를 기준으로 최소 단위가 하나씩 추가된 정도를 뜻하는 건데요. 상품을 하나 더 사거나 혹은 하나 더 생산할 때의 효용과 비용을 추정할 수 있다면, 미래의 경제 상황을 가늠할 수 있겠지요. 그 함의는 간단합니다.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관점에서 미래를 보자는 겁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을 관리하는 통화정책의 본질이 여기에 있습니다.그런데 AIT는 ‘평균(average)’의 개념을 사용한 겁니다. 과거까지 끌어다가 정책을 하겠다는 건 정확한 기대인플레이션 측정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결론이 가능합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파월 의장은 AIT의 기준이 되는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7월 FOMC를 비롯한 여러 행사에서 파월 의장은 관련 질문을 받았지만 단 한 번도 명확하게 답하지 않았습니다. (기자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월가의 한 인사는 “AIT로 인해 5%가 넘는 물가 상승률까지 납득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토로했습니다. 연준 목표치는 연 2%입니다. 또다른 채권 어드바이저는 “AIT는 통화정책은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기존 상식을 깬 것”이라며 “예측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습니다.현실적인 문제 역시 있습니다. WSJ가 지적한 천문학적인 부채입니다. 월가에서는 요즘 과거와 같은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은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5년 12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려 2018년 12월 2.25~2.50%까지 아홉 차례 인상했습니다. 그 즈음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최고 3.3%에 육박했지요.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요. 미국 상원의 여야 초당파 의원들은 전날 5500억달러(약 633조원)의 인프라 예산 처리의 가닥을 잡았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역점 추진하고 있는 4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안의 일부입니다. 한국으로 따지면 추가경정예산의 규모가 이 정도입니다. 말그대로 천문학적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2015~2018년 같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이 정도 부채 덩어리에 따른 이자 규모가 커지면, 기껏 살려놓은 미국 경제가 다시 고꾸라질 수 있습니다.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횟수를 이전보다 낮추는 식으로 미세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게 사실입니다. 그 과정에서 ‘역대급’ 인플레이션이 온다고 해도, 큰 고려 대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UBS에서 수석이코노미스트, 연기금 투자위원회 의장, 수석경제고문 등을 역임한 조지 매그너스 옥스퍼드대 교수가 본지 김정남 특파원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김정남 특파원)◇전현직 월가 거물들, QE 만성화 우려불행하게도 이런 전망은 이미 많이 퍼져있습니다. 돈 풀기에 기대 경제를 일으킨 후 다시 정상화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말입니다. 특히 기자가 최근 몇 달 새 단독 인터뷰했던 전현직 월가 거물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했던 얘기들이 있습니다. 바로 양적완화(QE)의 만성화입니다. 긴축으로 돌아설 때 나타날 수 있는 국채금리 급등(국채가격 급락) 같은 시장 혼란을 막으려면 연준이 다시 국채 등을 매입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원조 닥터둠’ 마크 파버 ‘더 글룸 블룸 앤드 둠’ 발행인은 “나는 QE가 처음 시작된 12년 전부터 QE 영구화(QE infinity)를 주장했고, 실제 그렇게 되고 있다”며 “역사적으로 보면 팽창의 시기에 잠깐 행복할 수 있지만 그 끝은 재앙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지금의 경제 위기는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큰 정부’가 만들어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월가 굴지의 자산운용사 유로퍼시픽캐피털을 이끄는 피터 시프 회장은 “안타깝게도 연준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돈을 더 푸는 것”이라며 “추가로 국채를 사기 위해 추가로 많은 돈을 찍어야 한다”고 했고, UBS 수석경제고문으로 일했던 2006~2007년 당시 ‘민스키 모먼트(Minsky Moment·부채 확대에 기댄 경기 호황 후 채무자의 상환 능력이 나빠져 건전한 자산까지 팔면서 금융시스템이 붕괴하는 시점)’를 경고해 유명세를 탔던 조지 매그너스 옥스퍼드대 교수는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은 이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손 쓰기 어려운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을 경고한 겁니다.이던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경제연구소장은 이데일리에 “(구인은 몰리는데 일할 사람은 부족한) 수요와 공급 간 불일치 때문에 특정 분야는 임금 상승이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했습니다.지난 1990년 이후 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 추이. (출처=연준)◇테이퍼링 운 띄웠지만…정책 ‘딜레마’최근 연준 행보를 보면 이런 고민들이 뚜렷하게 읽힙니다. 연준은 지난달 FOMC 성명서를 통해 테이퍼링의 운을 띄웠습니다. 이와 동시에 ‘스탠딩 레포(Standing Repo Facility·SRF)’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SRF는 은행이 국채, 정부기관채 등을 담보로 맡기고 차입을 할 수 있는 창구를 상시화하는 유동성 대출 제도인데요. 긴축에 대비하기 위한 장치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주목할 건 성명서 직후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었는데요. 그는 기자회견 내내 톤 조절에 나서며 ‘신중한 긴축’을 암시했습니다. 테이퍼링을 어떻게든 시작해서 꾸역꾸역 이어갈 생각이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은 아직 한참 멀었다는 인상을 풍기려 애쓰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뉴욕 월가와 워싱턴 정가 분위기를 보면, 이것 외에는 딱히 선택지가 보이지 않습니다.시프 회장은 “(지금 재정·통화 상황을 보면) 물가는 갈수록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연준이 틀렸다고 인정할 때 즈음이면 많은 부채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했고요. 그는 또 “연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습니다. 매그너스 교수에 따르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때 지금처럼 정부 부채가 높았던 적은 없었습니다. 그는 “굉장히 특이하다”고 했습니다.WSJ는 “미국 경제를 분석하는 수백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둔 연준이 경제 전망을 자주 틀리는 건 놀라운 일”이라고 일갈했지만, 지금 경제 상황은 전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경제정책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지요. 투자자 스스로 역사상 불확실성이 가장 높은 때라는 전제를 세워둔 후 시장에 대응해야 할 때입니다.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달 27~2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CNBC)
  • [김정남의 월가브리핑]결국 모든 시장의 키는 연준이 쥐고 있다
    결국 모든 시장의 키는 연준이 쥐고 있다
    김정남 기자 2021.07.26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팬데믹이 본격화한지 이제 1년반이 다 돼 갑니다. 한국은 방역정책의 강도가 세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뉴욕 월가는 대다수 금융사들이 주 2회 출근을 시작했고, 오는 9월이면 주 5회로 확대합니다. 백신을 믿고 경제를 재개한 것인데요. 저 마음 속 깊은 곳에는 ‘계속 이대로 살 수는 없지 않느냐’는 통제 피로감이 있는 듯합니다.경제가 살아나니 금융시장에 눈길이 자꾸 갑니다. ‘역대급’ 돈 풀기로 초강세장을 누려왔기 때문이겠지요.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모두 연일 신고점을 갈아치우고 있고요. 당초 예상과 달리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 초반대로 낮아져 있습니다(국채가격 상승).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할 것 없이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는 지속할 수 있을까요.그래서 월가가 가장 주목하는 곳이 연방준비은행(Fed)입니다. 연준은 지난해 팬데믹 직후 기준금리를 연 0.00~0.25%로 제로(0) 수준으로 인하하고, 매월 국채 800억달러와 주택저당증권(MBS) 400억달러를 각각 사들이는 양적완화(QE)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같은 초완화의 방향을 조금씩 돌리려는 게 최근 기류입니다. 27~28일(현지시간)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는데, 월가에서는 이를 둘러싼 각종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번달을 빼면 연내 남은 FOMC는 △9월 21~22일 △11월 2~3일 △12월 14~15일 등 세 번입니다. 시간이 그렇게 많은 건 아니지요. FOMC를 목전에 두고 주요 매체들이 쏟아내는 정책 전망을 다뤄볼까 합니다.(출처=마켓워치)◇갈수록 커지는 연준 내부의 매파 목소리시장전문매체 마켓워치는 24일 “(이번 FOMC에서) 연준이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 쪽으로 살금살금 다가갈 것”이라며 “매우 긴 논의(a lengthy discussion)를 벌일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FOMC에서는 많은 내용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월가의 컨센서스입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회의에 비해 약간의 힌트를 더 주는 정도일 것이라는 겁니다. 마켓워치는 “투자자들이 명확한 답변을 원한다면 실망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도이치방크의 매튜 루제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데 그칠 것”이라고 했고요. 멜론의 빈스 라인하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테이퍼링을 위한 확실한 증거를 내놓으라는 목소리는 (예상보다) 덜 강할 것”이라고 했습니다.연준은 그동안 테이퍼링을 위한 근거로 ‘상당한 추가 진전(substantial further progress)’을 언급해 왔습니다. 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가 고용입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41만9000건으로 전주(36만8000건) 대비 5만1000건 늘었습니다. 실직자가 깜짝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델타 변이 위험까지 닥치면서 파월 의장이 이번달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면모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옵니다. CNN은 “이번달 연준 정책에 어떠한 변화도 없을 것”이라며 “델타 변이는 연준의 결정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채권 구루’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시장은 연말 테이퍼링을 예상하는 일부 조건을 들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적지근한 회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그러나 연준 내부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테이퍼링을 개시하기 좋은 위치에 있다”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대표적입니다. 무엇보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마켓워치는 “(파월 의장이) 8월 잭슨홀 미팅에서 실질적인 테이퍼링 방안을 언급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불과 한 달 뒤입니다. 테이퍼링 시행 자체에는 이견이 없는 만큼 그 시기상 이번달 생각보다 강한 신호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엘 에리언은 “궁극적으로 연준은 긴축을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이번 인플레이션 사태는 지난 수십년 동안 우리가 겪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했습니다. 기자가 만난 한 뉴욕채권시장 인사는 “(오는 30일 나오는) 6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를 주목하고 있는데, 5월 근원 물가 상승률을 또 뛰어넘어 3% 중후반대로 오를 것으로 본다”며 “연준이 델타 변이와 관련한 눈에 띄게 새로운 비둘기파 발언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인플레이션 상황은 만만치 않습니다.(출처=로이터)◇시장 인사 92% “국채·MBS 함께 테이퍼링”블룸버그는 지난 16~21일 월가 이코노미스트 51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이들 중 71%는 “8월 잭슨홀 혹은 9월 FOMC에서 테이퍼링을 위한 조기 신호를 보낼 것”이라며 “12월 테이퍼링을 공식 발표하고 내년 1분기부터 본격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델타 변이가 긴축 스케줄에 주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위기입니다. 블룸버그는 “이번달 FOMC 논의의 상당 부분은 테이퍼링을 어떻게 할 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블룸버그 설문의 또다른 포인트는 MBS를 먼저 줄일지 여부입니다. 연준이 MBS를 사주면서 모기지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낮아졌고, 이 때문에 미국 집값이 치솟고 있다는 얘기가 요즘 설득력 있게 돌고 있습니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6월 기존주택(신축주택 제외) 거래가격 중위값은 전년 동월 대비 23.4% 오른 36만330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역대 최고치입니다.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8%만이 MBS부터 테이퍼링을 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46%는 “연준이 국채와 MBS 매입량을 똑같은 금액으로 줄여서 MBS 매입을 먼저 종료할 것”이라고 했고, 나머지 46%는 “사들인 비율에 비례해 테이퍼링을 해 동시에 끝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픽텟 웰스 매니지먼트의 토머스 코스터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테이퍼링은 매달 국채와 MBS 매입량을 100달러씩 줄이는 식으로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의 MBS 매입과 집값 급등에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했는데요. 월가는 여기에 더 손을 들어주고 있는 셈입니다. 테이퍼링의 방점은 역시 MBS보다 국채이지요. 연준이 테이퍼링에 다가갈수록 국채 물량 확대에 대한 관측이 짙어질 수 있고요. 이는 곧바로 국채금리 상승(국채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금융시장에 부담이 되는 재료입니다.블룸버그는 또다른 보도를 통해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분위기를 전했는데요. “이번 FOMC는 채권 투자자들이 면밀하게 해석해야 할 코멘트들로 가득 찰 것”이라며 “시장 참가자들은 잠재적인 시장 불안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출처=월스트리트저널)◇미국보다 전세계 신흥국들 충격파 클 것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연준 인사들이 이번 회의 때 테이퍼링과 관련한 잠재적인 전략에 대한 공식 브리핑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다.WSJ는 특히 “적절한 정책 대응을 두고 연준 당국자들 사이에 어느 때보다 의견이 분열돼 있다”며 연준 내 매파와 비둘기파간 의견 대립을 전했습니다. 연준 출신의 윌리엄 잉글리시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2013년 테이퍼링 당시에는 연준의 생각대로 모든 게 이뤄져 딱히 (다른 의견들을) 조정할 필요가 없었다”면서도 “이번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잉글리시 교수는 2013년 테이퍼링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연준 출신 인사이지요. 그만큼 근래 들어 연준 내 매파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이런 관측들이 쏟아지는 건 결국 시장의 모든 키는 연준이 쥐고 있다는 인식이 짙기 때문입니다. 예상과 달리 1% 초반대까지 떨어진 미국 국채금리가 연말 2% 가까이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의 강력한 근거도 연준입니다. 연준이 항공모함의 방향을 돌리는 순간 많은 게 바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이건 비단 미국 얘기만이 아닙니다. 연준이 움직이면 전세계 신흥국들은 더 많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한국은행이 미리 긴축 신호를 보낸 게 다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미국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게 스태그플레이션(경제 불황 속 물가 상승) 우려인데요. 연준의 긴축 조짐 와중에 델타 변이가 겹치면서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중요한 건 미국이 위기를 맞으면 신흥국들의 충격파는 몇 배는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올해 몇 번 남지 않은 연준 FOMC에 전세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습니다.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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