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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의 월가브리핑

  • [김정남의 월가브리핑]결국 모든 시장의 키는 연준이 쥐고 있다
    결국 모든 시장의 키는 연준이 쥐고 있다
    김정남 기자 2021.07.26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팬데믹이 본격화한지 이제 1년반이 다 돼 갑니다. 한국은 방역정책의 강도가 세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뉴욕 월가는 대다수 금융사들이 주 2회 출근을 시작했고, 오는 9월이면 주 5회로 확대합니다. 백신을 믿고 경제를 재개한 것인데요. 저 마음 속 깊은 곳에는 ‘계속 이대로 살 수는 없지 않느냐’는 통제 피로감이 있는 듯합니다.경제가 살아나니 금융시장에 눈길이 자꾸 갑니다. ‘역대급’ 돈 풀기로 초강세장을 누려왔기 때문이겠지요.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모두 연일 신고점을 갈아치우고 있고요. 당초 예상과 달리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 초반대로 낮아져 있습니다(국채가격 상승).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할 것 없이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는 지속할 수 있을까요.그래서 월가가 가장 주목하는 곳이 연방준비은행(Fed)입니다. 연준은 지난해 팬데믹 직후 기준금리를 연 0.00~0.25%로 제로(0) 수준으로 인하하고, 매월 국채 800억달러와 주택저당증권(MBS) 400억달러를 각각 사들이는 양적완화(QE)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같은 초완화의 방향을 조금씩 돌리려는 게 최근 기류입니다. 27~28일(현지시간)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는데, 월가에서는 이를 둘러싼 각종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번달을 빼면 연내 남은 FOMC는 △9월 21~22일 △11월 2~3일 △12월 14~15일 등 세 번입니다. 시간이 그렇게 많은 건 아니지요. FOMC를 목전에 두고 주요 매체들이 쏟아내는 정책 전망을 다뤄볼까 합니다.(출처=마켓워치)◇갈수록 커지는 연준 내부의 매파 목소리시장전문매체 마켓워치는 24일 “(이번 FOMC에서) 연준이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 쪽으로 살금살금 다가갈 것”이라며 “매우 긴 논의(a lengthy discussion)를 벌일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FOMC에서는 많은 내용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월가의 컨센서스입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회의에 비해 약간의 힌트를 더 주는 정도일 것이라는 겁니다. 마켓워치는 “투자자들이 명확한 답변을 원한다면 실망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도이치방크의 매튜 루제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데 그칠 것”이라고 했고요. 멜론의 빈스 라인하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테이퍼링을 위한 확실한 증거를 내놓으라는 목소리는 (예상보다) 덜 강할 것”이라고 했습니다.연준은 그동안 테이퍼링을 위한 근거로 ‘상당한 추가 진전(substantial further progress)’을 언급해 왔습니다. 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가 고용입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41만9000건으로 전주(36만8000건) 대비 5만1000건 늘었습니다. 실직자가 깜짝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델타 변이 위험까지 닥치면서 파월 의장이 이번달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면모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옵니다. CNN은 “이번달 연준 정책에 어떠한 변화도 없을 것”이라며 “델타 변이는 연준의 결정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채권 구루’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시장은 연말 테이퍼링을 예상하는 일부 조건을 들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적지근한 회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그러나 연준 내부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테이퍼링을 개시하기 좋은 위치에 있다”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대표적입니다. 무엇보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마켓워치는 “(파월 의장이) 8월 잭슨홀 미팅에서 실질적인 테이퍼링 방안을 언급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불과 한 달 뒤입니다. 테이퍼링 시행 자체에는 이견이 없는 만큼 그 시기상 이번달 생각보다 강한 신호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엘 에리언은 “궁극적으로 연준은 긴축을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이번 인플레이션 사태는 지난 수십년 동안 우리가 겪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했습니다. 기자가 만난 한 뉴욕채권시장 인사는 “(오는 30일 나오는) 6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를 주목하고 있는데, 5월 근원 물가 상승률을 또 뛰어넘어 3% 중후반대로 오를 것으로 본다”며 “연준이 델타 변이와 관련한 눈에 띄게 새로운 비둘기파 발언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인플레이션 상황은 만만치 않습니다.(출처=로이터)◇시장 인사 92% “국채·MBS 함께 테이퍼링”블룸버그는 지난 16~21일 월가 이코노미스트 51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이들 중 71%는 “8월 잭슨홀 혹은 9월 FOMC에서 테이퍼링을 위한 조기 신호를 보낼 것”이라며 “12월 테이퍼링을 공식 발표하고 내년 1분기부터 본격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델타 변이가 긴축 스케줄에 주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위기입니다. 블룸버그는 “이번달 FOMC 논의의 상당 부분은 테이퍼링을 어떻게 할 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블룸버그 설문의 또다른 포인트는 MBS를 먼저 줄일지 여부입니다. 연준이 MBS를 사주면서 모기지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낮아졌고, 이 때문에 미국 집값이 치솟고 있다는 얘기가 요즘 설득력 있게 돌고 있습니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6월 기존주택(신축주택 제외) 거래가격 중위값은 전년 동월 대비 23.4% 오른 36만330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역대 최고치입니다.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8%만이 MBS부터 테이퍼링을 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46%는 “연준이 국채와 MBS 매입량을 똑같은 금액으로 줄여서 MBS 매입을 먼저 종료할 것”이라고 했고, 나머지 46%는 “사들인 비율에 비례해 테이퍼링을 해 동시에 끝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픽텟 웰스 매니지먼트의 토머스 코스터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테이퍼링은 매달 국채와 MBS 매입량을 100달러씩 줄이는 식으로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의 MBS 매입과 집값 급등에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했는데요. 월가는 여기에 더 손을 들어주고 있는 셈입니다. 테이퍼링의 방점은 역시 MBS보다 국채이지요. 연준이 테이퍼링에 다가갈수록 국채 물량 확대에 대한 관측이 짙어질 수 있고요. 이는 곧바로 국채금리 상승(국채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금융시장에 부담이 되는 재료입니다.블룸버그는 또다른 보도를 통해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분위기를 전했는데요. “이번 FOMC는 채권 투자자들이 면밀하게 해석해야 할 코멘트들로 가득 찰 것”이라며 “시장 참가자들은 잠재적인 시장 불안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출처=월스트리트저널)◇미국보다 전세계 신흥국들 충격파 클 것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연준 인사들이 이번 회의 때 테이퍼링과 관련한 잠재적인 전략에 대한 공식 브리핑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다.WSJ는 특히 “적절한 정책 대응을 두고 연준 당국자들 사이에 어느 때보다 의견이 분열돼 있다”며 연준 내 매파와 비둘기파간 의견 대립을 전했습니다. 연준 출신의 윌리엄 잉글리시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2013년 테이퍼링 당시에는 연준의 생각대로 모든 게 이뤄져 딱히 (다른 의견들을) 조정할 필요가 없었다”면서도 “이번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잉글리시 교수는 2013년 테이퍼링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연준 출신 인사이지요. 그만큼 근래 들어 연준 내 매파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이런 관측들이 쏟아지는 건 결국 시장의 모든 키는 연준이 쥐고 있다는 인식이 짙기 때문입니다. 예상과 달리 1% 초반대까지 떨어진 미국 국채금리가 연말 2% 가까이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의 강력한 근거도 연준입니다. 연준이 항공모함의 방향을 돌리는 순간 많은 게 바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이건 비단 미국 얘기만이 아닙니다. 연준이 움직이면 전세계 신흥국들은 더 많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한국은행이 미리 긴축 신호를 보낸 게 다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미국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게 스태그플레이션(경제 불황 속 물가 상승) 우려인데요. 연준의 긴축 조짐 와중에 델타 변이가 겹치면서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중요한 건 미국이 위기를 맞으면 신흥국들의 충격파는 몇 배는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올해 몇 번 남지 않은 연준 FOMC에 전세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습니다.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AFP 제공)
  • [김정남의 월가브리핑]美증시 초강세장 고점이 임박했다는 신호들
    美증시 초강세장 고점이 임박했다는 신호들
    김정남 기자 2021.07.19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0.35%→-0.35%→+0.12%→-0.33%→-0.75%.최근 5거래일, 즉 지난 12~1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대형주 중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의 등락률 추이입니다. 같은 기간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를 볼까요. +0.21%→-0.38%→-0.22%→-0.70%→-0.80%의 흐름을 보였습니다. 무엇이 느껴지나요. 하루 1% 이상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게 기자는 눈에 들어옵니다.올해 하반기 들어 12거래일이 지났습니다. 지난 8일 일본 도쿄올림픽 무관중 결정 소식이 전해졌을 때 S&P 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각각 0.86%, 0.72% 하락했고요. 그 다음날 곧바로 1.13%, 0.98% 올랐습니다. 이때를 제외하면 근래 뉴욕 증시는 미적지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S&P 지수가 신고점을 경신하는 날이 이어졌지만, ‘찔끔찔끔’ 오르며 이룬 것이어서 그런지 활황 같지 않습니다. 지금 월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그래픽=문승용 기자)◇하반기 횡보장 전망하는 월가현재 S&P 지수는 4327.16입니다. 연초(3756.07) 대비 15.20% 올랐지요. 미국 투자매체 시킹 알파에 따르면 월가 15개 기관의 6월 말(상반기 말일) S&P 지수 전망치 평균은 4276이었습니다. 올해 상반기 증시는 예상보다 강세였습니다. 하반기는 어떨까요. 골드만삭스(4300), 뱅크오브아메리카(BofA·3800), 씨티그룹(4000), UBS(4400), 크레디트 스위스(4600), BMO(4500), 파이퍼 샌들러(4625) 등 주요 기관들을 보면 올해 말 S&P 지수를 4000 초중반대로 점치고 있습니다. 월가 일부 인사들이 하는 얘기 중 하나가 투자은행(IB)들은 통상 주가 전망치를 5% 정도 부풀린다는 겁니다. 올해 상반기처럼 예상을 뛰어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어쨌든 지금 시점에서는 연말 4000 안팎 혹은 4000 초반을 점친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올해 상반기 시작 당시 뷰와 비교하면, 보수적으로 바뀌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4000 이하 하락을 점친 BofA부터 볼까요. BofA 리서치팀을 이끄는 스타 애널리스트인 수비타 수브라마니안은 “임금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와 잠재적인 세금 인상 가능성이 기업 수익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증시 외에 부동산, 원자재, 심지어 정크본드까지 전반적인 자산 가격에 부담이 있다는 지적도 내놓았습니다. 최근 물가 상승률은 5%를 훌쩍 넘고 있지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5.4%, 7.3% 치솟았습니다. 자산가격이 5% 이상 오른다고 해도 실질적으로는 버는 돈이 없다는 것과 같습니다. 실질적인 수익을 내는 수준까지 증시가 무한정 치솟는 건 한계가 있다는 게 BofA의 지적으로 풀이됩니다.연말 4000을 점친 씨티그룹의 토비어스 레브코비치 미국 주식전략 대표는 “앞으로 몇 달간 신중한 전망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강세장을 점치는 기관 역시 봐야 겠지요.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수석전략가는 올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1.9%까지 오른다는 전제 하에 연말 4300으로 전망했는데요. 다만 1.6% 정도로 덜 상승한다면, 47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습니다. 상반기 대비 8.62% 추가 상승한다는 겁니다. 월가 내 최고치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주가 전망을 매우 후하게 하는 곳으로 소문 나 있지요.정리해볼까요. 팬데믹 직후 지난해 3월 말부터 1년4개월 가까이 지속한 초강세장이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시각이 믾아졌습다. 현재 레벨에서 횡보하거나, 아니면 하락한다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이제 정말 파티는 끝난 것일까요.최근 한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추이. (출처=구글)◇횡보 혹은 하락장, 네 가지 이유월가 안팎의 관측을 종합해보면, 네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추가 상승 모멘텀이 없다는 점입니다. 가장 두루뭉술한 이유이지만, 동시에 가장 정확한 이유입니다. 시장, 특히 증시는 기대를 먹고 삽니다. 실물경제가 좋지 않아도 상승 모멘텀만으로 초강세장이 가능합니다. 팬데믹 시기가 그걸 증명했습니다.월가에서 일하는 한 펀드매니저 G씨는 “경제 재개에 따른 회복 재료는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다고 보고 있다”며 “연방정부가 쏟아냈던 각종 재정 부양책도 강세 재료로 더는 작용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경제 재개가 끝났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리오프닝(reopening) 이슈를 업고 주식 가격이 이미 올라 있다는 의미입니다.2분기 경기 피크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기 대비 연율 기준)은 6.4%를 기록했습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 성장률 전망은 최신 2분기 예상치가 7.5%입니다. 높게는 10% 이상을 보는 곳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3분기부터는 이 수치가 낮아질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습니다. G씨는 “2분기 피크론은 투자자마다 해석하기 나름”이라며 “(성장률 자체는 낮아지겠지만 잠재성장률은 훨씬 웃돌 게 확실한) 3~4분기 성장세는 회복의 연장이라고 볼 수도 있고 둔화의 시작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기자가 판단할 때, 경제학적으로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5~6%대 성장은 호황입니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듯하네요. 월가에서 힘을 받고 있는 건 후자의 논리입니다. (출처=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제공)◇“주가 상승 모멘텀이 안 보인다”두 번째는 국채금리 바닥론입니다. 지난 16일 뉴욕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1.292%까지 내렸는데요. 지난해 한때 국채금리가 0.5%대까지 떨어진 적이 있지요. 그러나 지금은 대략 1%를 심리적 저항선으로 보는 게 다소 우위입니다. 채권 트레이더들이 1.2~1.3% 레벨에서 10~20bp(1bp=0.01%포인트) 더 수익을 내기 위해(국채금리 하락·국채가격 상승) 포지션을 잡지는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스콧 티엘 블랙록 최고채권전략가는 “국채시장이 매우 고평가된 상태”라며 투자의견을 ‘비중 축소’로 제시했습니다.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전략가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이 경제 전망을 낮출 것”이라면서도 “현재 전망에 비해 국채금리는 너무 낮으며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올해 말에는 2%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게 그의 예상입니다. 일각에서는 큰 불확실성 탓에 국채금리가 1%를 밑돌 수 있다는 시각이 있지만, 아직은 소수입니다. 시장금리가 뛰기 시작한다면, 고평가 성장주를 중심으로 조정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세 번째는 성장 고점론과 별개로 연준이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을 하기는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연준은 경기 부양을 위해 장기금리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고자 매달 800억달러의 국채와 400억달러의 주택저당증권(MBS)을 각각 사들이고 있습니다. 이른바 양적완화(QE)입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미국 경제는 잠재성장률을 뛰어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섣불리 대응하지 않겠다”며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테이퍼링을 하지 않겠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테이퍼링 개시 스케줄에 대한 월가 컨센서스 역시 흔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테이퍼링을 제때 하지 않으면 정말 버블이 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 겁니다.무엇보다 집값이 신경 쓰입니다. 현재 미국의 30년 만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88%입니다. 역대 최저 수준인데요. 연준이 MBS를 사들이면서 모기지 금리가 폭락했고, 이는 집값 폭등으로 이어졌다는 논리가 그럴싸하게 돌고 있습니다. 연준이 MBS 매입량 축소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네 번째는 델타 변이입니다. 최근 미국 내 확진자가 늘기 시작하면서, 시장에서 델타 변이가 부쩍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겠지요. 이건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보고, 일단 주시하는 정도로 대응해야 할 것 같습니다.최근 2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추이. (출처=연준)최근 2년 미국 30년물 모기지 금리 추이. (출처=프레디맥)◇너무 올랐나…취약해진 뉴욕증시주가를 예측한다는 건 불가능의 영역입니다. 다만 최근 횡보장은 의미가 없지 않습니다. 가장 궁금한 건 앞으로 주가가 큰 폭 하락할지 여부이겠지요. 기자 역시 예측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는 결론밖에 내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한 금융기관 고위인사는 “복싱에서 다운 당하는 패턴이 늘 그렇지 않느냐”라며 “잽을 몇 대 허용하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어퍼컷을 맞으면 쓰러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인사에 따르면 금융시장도 다르지 않습니다. 기자가 앞서 언급한 네 가지 변수는 잽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시장 참가자들이라면 알고 있는 재료입니다. 그러나 어퍼컷이 언제 어떻게 올 지, 아니면 오기는 할 지, 알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건 잽을 꽤 맞고 있으니, 어퍼컷에 당할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이겠지요. 올해 하반기는 지난 1년여보다 신중한 시장 접근이 필요합니다.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출처=AFP 제공)
  • [김정남의 월가브리핑]부쩍 폭등한 인플레, 고점론 불거진 증시
    부쩍 폭등한 인플레, 고점론 불거진 증시
    김정남 기자 2021.07.14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요즘 미국은 마스크를 거의 벗고 지내고 있습니다. 길거리에서는 착용하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이고요. 심지어 실내 가게의 종업원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까지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백신의 효과를 믿는 것입니다.미국 방역정책은 이제 ‘통제’에서 ‘관리’로 돌아섰습니다.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그 상징이지요.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반드시 백신을 맞으라”고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미국 내 18세 이상 성인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자(2회 접종 기준·fully vaccinated)는 전체의 58.9%입니다. 최소 1회 접종자(at least one dose)는 67.7% 비중입니다. 높다면 높고 낮다면 낮은 건데, 바이든 대통령은 만족을 못하나 봅니다. 밖에 나가서 마음껏 경제 활동을 하되, 얼마든지 공짜로 놔줄 테니 백신을 맞고 하라는 겁니다.(출처=미국 노동부)◇미국 여행·외식·외출 물가 폭등이날 오전 나온 미국 노동부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뜯어보면, 요즘 미국 일상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6월 전체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4%를 기록했는데요. 그 중에서 눈에 확 띄는 몇몇 품목이 있었습니다.첫 번째는 여행 관련입니다. 가장 많이 오른 게 렌트카(car and truck rental)인데요. 1년새 무려 87.7% 폭등했습니다. 렌트카 가격을 평균 내보니 두 배 가까이 올랐다는 건데, 많이 오른 곳은 몇 배나 되는 곳이 허다합니다. 이유는 충분히 짐작 가능합니다. 최근 미국은 여름철 여행 수요 때문에 렌트카 예약이 불가능할 지경입니다. 숙박업소 가격은 1년 전보다 15.1%, 1개월 전보다 7.6% 뛰었습니다.교통비가 폭등한 것도 여행 인파의 흔적입니다. 전체 대중교통비가 1년 전보다 17.3% 올랐는데요. 주요 대중교통으로 꼽히는 비행기와 배를 타는데 드는 가격이 각각 24.6%, 11.8% 올랐습니다.두 번째는 외식과 외출 관련입니다. 여행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네요. 제한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limited service meals and snacks)의 경우 물가가 6.2% 올랐습니다. 그 대신 집에서 먹는 시리얼·빵류(0.2%), 고기·생선·계란류(0.6%), 유제품류(0.8%) 등의 가격은 0%대 오르는데 그쳤습니다. 여성의류(5.3%), 신발류(6.5%), 보석·시계(11.2%), 스포츠용품(7.5%) 등은 외출이 늘어난데 따른 지출의 결과입니다.세 번째는 에너지 관련입니다. 6월 휘발유 가격은 1년 전보다 무려 45.1% 급등했습니다. 지난해 이맘때 갤런당 2달러 안팎이면 자동차 주유소에서 기름(레귤러 기준)을 넣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3달러를 훌쩍 넘는 곳이 대다수입니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여행, 외식, 외출이 늘었다는 건 운전이 잦아졌다는 뜻입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땅이 넓어서 차가 곧 발입니다. 수요 측면이 있다는 것이지요. 이와 함께 공급 요인이 있습니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5.25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적절한 유가 수준을 가리키는 ‘스위트 스폿(sweet spot)’을 넘어섰습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 내부에서 증산을 둘러싼 이견이 있는 게 그 원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 OPEC+ 내분에 개입하려 하고 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입니다. 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유가의 향방은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입니다.(출처=구글)◇‘인플레 공포’ 방증한 30년물 입찰어떠신가요. 이날 월가에서는 CPI 결과가 나오자마자, 인플레이션 논쟁이 분분했습니다. CPI가 나온 시각이 이날 오전 8시30분입니다. 1시간 후 증시가 개장했는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예상과 달리 장 초반 상승했습니다. 여행, 외식, 외출 관련 물가가 정점을 찍었고, 여름철이 지나면서 관련 수요가 점차 완화할 것이라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입니다. 해리스 파이낸셜그룹의 제이미 콕스 매니징 파트너는 CPI 상승률 폭등을 두고 “6월 인상분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중고차 가격 급등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물가 상승 일시적 관측→장기국채금리 하향 안정화→뉴욕 증시 주요 지수 상승의 흐름이었지요.상황이 바뀐 건 오후 1시였는데요. 240억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 30년물 입찰이 예상과 달리 부진했습니다. 응찰률은 전월보다 낮은 2.19배에 그쳤고요. 낙찰금리는 직전 금리인 1.976%보다 높은 2.000%로 확정됐습니다(국채 가격 하락). 예상보다 국채를 사려는 수요가 부족했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이날 오후 뉴욕채권시장 분위기는 약세로 돌변했고요. 금리가 뛰자 증시까지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월가의 한 채권 어드바이저는 “CPI 상승이 일시적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5.4%까지 치솟은 헤드라인 자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점은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 목표치(2.0%)보다 3.4%포인트 높은 수치 자체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연준이 긴축에 나서면 국채가격이 더 싸질 가능성이 있는데, 미리 사놓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기자 개인적으로는 여행, 외식, 외출 등의 물가 상승세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다수는 전월 대비 가격 상승률 역시 높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에너지 가격은 전적으로 OPEC+의 합의에 달려 있는 만큼 추가 상승 압력이 충분합니다. 이미 일각에서는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대까지 간다는 전망이 있지요.요즘 월가에서는 올해 2분기 성장 고점론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연준의 긴축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견해는 많지 않습니다. 어쨌든 올해 안에는 테이퍼링(채권 매입 속도) 윤곽이 나올 것이라는데 이견이 거의 없습니다.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테이퍼링을 개시하기 좋은 위치에 있다”고 했고요.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CNBC에 나와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테이퍼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연준의 스탠스를 적절하게 보여주는 발언들입니다.(출처=더힐)◇일각서 불거지는 뉴욕증시 고점론일부 인사들은 더 나아가 물가 급등이 성장을 짓누르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쇼크는 없겠지만, 예상 외로 올해 하반기 성장 둔화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겁니다. 연준이 마냥 손을 놓으면 안 된다는 함의가 들어 있는 지적입니다. 근래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불황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 지적이 조금씩 나오는 배경입니다.데스몬드 래크먼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더힐 기고를 통해 “1970년대와는 다른 이유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극도로 완화적인 통화·재정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이 와중에 공급망 차질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할 경우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일단 연준부터 고통스럽지만 초완화적인 통화정책 방향을 돌려야 한다는 겁니다.최대 관심사는 증시 향방이겠지요. 이날 오후 S&P 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갑자기 하락 쪽으로 방향을 튼 건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기자는 국채 입찰 하나에 주가 흐름이 바뀐 게 꽤 이례적으로 보였습니다. 현재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모두 역대 최고입니다. ‘고점론’이 불거질 정도이지요. 당분간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을 주시하면서, 보수적으로 접근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 [김정남의 월가브리핑]예상 깬 미국 국채금리 급락 &apos;미스터리&apos;
    예상 깬 미국 국채금리 급락 '미스터리'
    김정남 기자 2021.07.08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금융시장을 예측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요즘 유독 실감 납니다. 월가 거물들이 올해 초 예상했던 흐름과 전혀 다르게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습니다. 7일(현지시간)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4358.13로 신고점을 또 경신했습니다. 올해 초 골드만삭스가 올해 말 S&P 지수를 4300으로 전망했을 때 ‘강세론자’ 평가를 받았는데요. 반년 만에 이를 뛰어넘은 겁니다. 당시 웬만한 투자은행(IB)들은 4000대 초반을 봤으니, 지금 초강세장이 얼마나 이례적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근래 주가를 움직이는 핵심은 무엇일까요. 월가의 최대 화두로 꼽히는 미국 국채금리입니다. 올해 3월 10년물 국채금리가 1.8%에 육박하고 증시가 소폭 조정 받을 때만 해도, 시장에는 국채금리 추가 상승을 점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2.0%는 금방 뚫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이날 장중 1.296%까지 떨어졌습니다. 올해 2월 이후 가장 낮습니다. 예상을 깬 증시 초강세장의 기저에는 낮은 장기시장금리가 있다고 봅니다. 10년물 금리가 하향 안정화할 때마다 주요 기술주들이 일제히 오르는 흐름이 이어졌기 때문인데요. 이날 ‘대장주’ 애플 주가가 역대 최고인 144.57달러까지 오른 것은 이와 직결돼 있습니다. 전세계 기업 중 시가총액 10위 안에는 애플(1위), 마이크로소프트(2위), 아마존(4위), 구글(5위), 페이스북(6위), 테슬라(9위) 등 미국 빅테크 6곳이 있는데요. 덩치가 큰 이들의 주가가 금리를 따라 움직이니, 증시 전반이 들썩이고 있는 겁니다. 장기시장금리 하락세는 미스터리한 일인데, 어쨌든 그 실마리는 알아야 증시에 대응할 수 있을 겁니다. 기자는 최근 월가 대형 투자자문사의 채권 어드바이저 A씨와 국채금리에 대해 얘기를 나눴는데요. 베테랑인 그는 솔직하게 말하더군요.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래요. 장기시장금리를 결정하는 재료가 한두개가 아니어서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고요. 추후 방향 역시 확신을 못하겠어요.”최근 3개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추이. (출처=CNBC)◇‘안전한’ 미국 국채로 자금 이동A씨는 “10년물 금리에 대해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눈다”며 가장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요인을 말했습니다. 바로 수급 측면인데요.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①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스케줄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지 않다. ②단기 혹은 중기적으로 장기시장금리는 지금보다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③금리 상승시 가격이 오른 대부분 자산시장 중 어디가 안전한지 봐야 한다. ④어차피 시장에 유동성은 넘쳐흐른다. ⑤일단 증시에 투자하되, 장기국채를 함께 사는 경향이 심화하고 있다(장기국채 가격 상승·장기국채 금리 하락).A씨는 “연준이 8월 잭슨홀 미팅 혹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을 발표할 것으로 본다”며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테이퍼링을 개시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새로울 게 없는 뷰입니다. 테이퍼링 완료 후 기준금리를 인상할지, 아니면 테이퍼링 진행 중 기준금리를 인상할지 여부는 아직 중요한 이슈가 아니라는 게 그의 분석입니다. 내년 이후는 아직 먼 얘기라는 겁니다.월가에서 긴축 스케줄에 이견이 적다는 건 일견 당연해 보이지만,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현재 10년물 국채금리가 낮은 건 연준, 특히 제롬 파월 의장의 ‘코멘트’ 약발이 먹히고 있다는 해석이 있기 때문입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며 비둘기 행보를 보이고 있지요. 그런데 뒤집어 생각하면 파월 의장이 돌아선다면 장기시장금리 역시 지금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올해 말로 갈수록 국채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A씨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연준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증시는 20% 안팎의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본다”며 “상대적으로 채권시장의 조정은 덜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게 A씨의 분석입니다.최근 2년 미국 재무부의 연준예치계정(TGA) 추이. (출처=연방준비제도)◇신규 국채 발행 줄이는 미국 재무부단기적인 수급 불일치 문제 역시 화두입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관리하는, 즉 미국 재무부가 연준 대차대조표 내에 갖고 있는 연준예치계정(TGA)이 있습니다. 재무부가 국채 발행, 법인세 징수 등을 통해 남는 돈을 쌓아놓은 일종의 비상금입니다. 6월 말 기준으로 7450억달러 수준인데요. 1년 전인 지난해 7월 말 TGA가 1조8000억달러가 넘었으니, 큰 폭 줄어들었고요. 재무부는 이를 더 축소하겠다고 했습니다. 재무부가 연준에 맡겨 놓은 돈을 더 빼서 쓰겠다는 것이지요. 돈을 조달하는 창구가 생겼으니, 재무부는 신규 국채를 발행할 이유가 없겠지요. 국채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 와중에 연준은 매달 800억달러에 달하는 국채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이른바 양적완화(QE)입니다. 국채 수요가 공급보다 우위에 설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앱투스 캐피털 어드바이저리의 존 루크 타이너 채권 매니저는 “TGA 감소는 최근 채권 공급 축소를 불러 왔다”며 국채 발행 건수가 줄었다고 지적했습니다.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추정하는 ‘GDP 나우’. (출처=애틀랜타 연은)◇주요 신흥국 긴축, 경기 둔화 부르나수급 외에 경기 측면의 설명도 있습니다. 근래 미국 경제 피크론이 나오고 있지요. 올해 2분기 정점을 찍고 3분기부터 내려갈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실제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GDP 나우’를 통해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8.6%에서 7.8%로 낮춰 잡았습니다. 최근 미국의 구인난이 성장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건데요. 6일 나온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와 IHS 마킷의 6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을 밑돌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 강해졌습니다.그런데 의문은 남지요. 기자는 좀 다르게 봅니다. 미국 내 고용 폭발이 일어나면 경제는 확장 국면을 이어갈 여지가 충분한 것 같습니다. 노동부에 따르면 6월 비농업 신규 고용은 85만명 증가했는데요. 시장의 기대를 훌쩍 넘었습니다. 9월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수당이 끝나면,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찾으러 나올 겁니다. 6일 서비스업 PMI가 나온 날, 컨퍼런스보드의 고용추세지수(ETI) 역시 나왔는데요. ETI는 109.84로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2월 당시 ETI는 109.27이었지요. 개드 레바논 컨퍼런스보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6월 ETI는 올해 여름철 고용 확대가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다”고 했습니다. 미국 경제 피크론을 단정 짓는 건 아직 일러 보입니다.정작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느긋한’ 연준과 달리 주요 신흥국들이 너무 빠르게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5.00%에서 5.50%로 전격 인상한 러시아 중앙은행이 대표적입니다. 경제가 좋아져서 그런 게 아닙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기우치 다카히데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신흥국들은 취약한 경제를 해치더라도 통화 방어를 위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지요. 2013년 당시 신흥국들의 ‘테이퍼 탠트럼’ 악몽이 그 기저에 있습니다. 연준이 어찌 움직이든 일단 긴축 쪽으로 가자는 흐름이지요. 긴축 카드를 꺼내고자 하는 한국도 사정이 다르지는 않습니다.최근 일각에서는 일부 신흥국들의 이른 긴축에 델타 변이 위험까지 더해,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부쩍 늘었습니다. 미국만 보자면 경제 확장은 이어질 텐데요. 세계 경제 전반이 둔화한다면 미국이라고 자유롭지는 않겠지요. 장기시장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또다른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컨퍼런스보드의 미국 고용추세지수(ETI) 추이. (출처=컨퍼런스보드)◇미국 국채 ‘비중 축소’ 제시한 블랙록국채금리 하락의 이유를 점치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그나마 몇 가지 이유를 통해 추론하자면, 일단 올해 안으로는 상승 압력이 높을 수 있어 보입니다. △연준 긴축 스케줄에 이견이 없다는 점 △미국 경제가 당분간 확장 흐름을 탈 것이라는 점 등 때문입니다. 더 길게 장기적으로 보면 국채금리는 하락 쪽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게 기자의 예상인데요. 일단 단기적으로는 상승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실제 기술적으로 봐도 10년물 국채금리의 200일 이동평균선은 1.2% 남짓인데요. 이날 1.3%대가 깨졌으니, 아무래도 하락 압력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이날 월가에서 널리 읽힌 게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큰 손’ 블랙록의 하반기 전망 보고서입니다. 블랙록은 “미국 국채시장이 매우 고평가된 상태”라고 했는데요. 스콧 티엘 블랙록 최고채권전략가는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축소’로 제시했습니다. 올해 하반기 국채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겁니다.중요한 건 증시에 미칠 영향이겠지요. 블랙록은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췄습니다. 국채금리 상승 가능성과 연관지어야 할 겁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 들어 증시 과열을 경고하는 월가 거물들의 목소리가 부쩍 많이 들리네요. 월가 한 금융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는 G씨는 “증시를 향한 투자심리는 마치 시계추(pendulum)와 같다”고 했습니다. 그는 “투자에 중간은 없다”며 “앞으로 주가가 더 오를 수 있겠지만 과열 국면으로 점차 진입하는 건 확실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 (출처=AFP 제공)
  • [김정남의 월가브리핑]대박일까 쪽박일까…캐시 우드의 &apos;디플레 베팅&apos;
    대박일까 쪽박일까…캐시 우드의 '디플레 베팅'
    김정남 기자 2021.05.28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지금 모두가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는데, 이게 무슨 소리냐고요. 월가에서 가장 핫하다는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 설립자의 말입니다. 한국 서학개미들 사이에서는 ‘돈나무 언니’로 잘 알려져 있지요. 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는 와중이어서 우드의 ‘발상의 전환’은 더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요.우드는 코로나19가 만든 월가의 스타 매니저입니다. 그가 운용하는 간판 상품인 ‘아크 이노베이션 ETF(ARKK)’는 지난해에만 170% 넘는 수익률을 올리며 월가를 달궜고요. 서학개미들은 돈나무 언니라고 부르며 열광했습니다. 주요 편입 종목을 보면, 왜 펀드 이름이 ‘이노베이션(innovation)’인지 알 수 있습니다. 27일(현지시간) 기준으로 테슬라(10.24% 편입)를 가장 많이 담고 있고요. 그 외에 텔라독 헬스와 로쿠를 각각 6.05%, 5.80% 비중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텔라독 헬스는 원격의료 대장주이고, 로쿠는 주요 스트리밍 플랫폼입니다. 또 스퀘어(4.69%), 쇼피파이(4.17%), 줌(4.07%), 트윌리오(3.64%), 코인베이스(4.63%), 스포티파이(3.50%), 유니티 소프트웨어(3.46%) 등에 대거 투자하고 있지요. 고평가 기술주에 공격 투자하는 게 우드의 철학입니다.ARKK는 올해 들어 부진합니다. 지난 2월 12일 당시 156.58달러까지 오른 이후 곤두박질 치고 있는데요. 최근 그나마 상승했다지만, 여전히 11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날 112.28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지난 13일 99.48달러로 100달러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는 자명합니다. 월가에 인플레이션 공포가 닥쳤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뛰기 시작하면 초안전자산으로 불리는 국채의 수익률이 높아지지요.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오를대로 오른 고평가 기술주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지는 겁니다.아크 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 (사진=아크 인베스트)◇“고평가 기술주 더 오를 수밖에 없다”이에 대한 우드의 답변은 어떨까요. 한마디로 ‘자신만만’입니다. “기술주 거품이 꺼지고 있다”는 우려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의 확신에는 세계 경제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도대체 무슨 얘기일까요. 디플레이션이 물가가 지속 하락하는 현상이라는 걸 모르는 투자자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이 디플레이션을 자세히 살펴보면, 각자 성격이 다릅니다. △수요가 살아나서 물가가 오르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 △원자재 같은 비용이 높아져 물가가 오르는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이 전혀 다른 것과 똑같습니다.투자매체 CIO 등을 통해 본 우드의 표현을 빌리자면, 디플레이션은 좋은 디플레이션(Good Deflation)과 나쁜 디플레이션(Bad Deflation)이 있습니다. 우드가 주목하는 건 좋은 디플레이션입니다. 쉽게 말해 기술 혁신으로 공급이 늘어나 가격이 저렴해지는 현상인데요. 생산 기술이 향상돼 생산 능력이 폭발적으로 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가격이 내린다고 해도 생산성이 더 빠른 속도로 좋아지면 기업 수익성이 나빠지지 않을 겁니다. 소비자가 싼 가격에 상품을 즐기면서 얻는 효용은 두말할 것도 없고요. 이는 총수요가 줄어 가격이 떨어진다는 전통적인 의미의 디플레이션이 아닙니다. 우드는 “향후 5년간 닥칠 위험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이라며 올해 폭락한 고평가 기술주들은 향후 5년간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그가 운용하는 ARKK를 비롯한 많은 펀드들에 담겨 있는 종목을 보면, 우드가 어떤 산업을 눈 여겨보고 있는지 알 수 있겠지요.아크 인베스트먼트의 간판 상품인 ‘아크 이노베이션 ETF(ARKK)’에 편입돼 있는 주요 종목들. (출처=아크 인베스트)◇“전기차 폭발, 경제 전체 디플레 압력”조금 더 구체적으로 볼까요. 우드는 “배터리 팩 용량의 발전은 좋은 디플레이션의 예”라며 “전기차 배터리 팩 용량이 두 배로 늘어나면 (전기차 생산과 관련한) 비용은 28% 줄어들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미국에서도 전기차는 아직 광범위하게 보급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기차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감이 잡히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드는 전기차는 앞으로 폭발적으로 늘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경제 전체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전기차 보급이 유가를 누를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우드는 “이르면 올해 말 혹은 내년 들어 상품가격이 일제히 내릴 것”이라며 “이게 다시 디플레이션을 부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배럴당 70달러 이상의 유가는 보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지요. 우드는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목숨을 걸다시피 하면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본다”며 “전기차 수요가 늘면 석유 수요는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드가 굴리는 거의 모든 펀드에 테슬라가 포함돼 있는 건 우연이 아닙니다. 전기차발(發) 디플레이션 시류를 가장 잘 반영한 종목이 테슬라라는 판단이겠지요. 실제 우드는 최근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테슬라를 두고 “저가 매수의 기회”라며 더 사들였습니다.또 있습니다. 인공지능(AI)입니다. 우드는 “AI로 인한 (인력 등) 기업의 훈련 비용은 연간 37~50% 낮아질 것으로 본다”며 “AI는 모든 섹터, 모든 산업, 모든 기업에 침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AI가 일으킬 디플레이션은 불가피하다는 건데요. 동시에 이를 선점한 회사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올해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아크 이노베이션 ETF(ARKK)’ 추이 (출처=구글)◇“전통적인 에너지주와 금융주 조심해야”그렇다면 창조적 파괴 트렌드 탓에 부진한 종목 역시 존재할 겁니다. 우드가 꼽는 건 에너지주와 금융주입니다. 그는 “디지털 지갑 혁명은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며 “금융주 투자자들은 조심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예컨대 우드가 선호하는 스퀘어 같은 종목을 들 수 있겠지요. 아울러 유가가 구조적인 하방 압력에 직면하면 에너지주는 도전을 받을 수 있습니다.ARKK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 분명 고전하고 있습니다. 고점 대비 이날 가격은 28.29% 떨어진 수준입니다. 연중 저점과 비교하면 하락률이 36.47%에 달합니다. ARKK 외에 우드가 운용하는 나머지 액티브 ETF의 올해 가격 흐름은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아크 핀테크 이노베이션 ETF(ARKF)’의 경우 연중 최고점 대비 최저점 하락률은 29.45%입니다. 지난해 고공행진이 무색한 부진이지요. ARKF는 스퀘어, 쇼피파이, 질로우, 페이팔, 핀터레스트 등의 종목을 담은 펀드입니다.월가 전체가 인플레이션 공포에 떨고 있는데, 디플레이션 국면을 점치는 우드의 발상은 신선합니다. 연방준비제도(Fed) 긴축 개시→시장금리 상승→주요 고평가 기술주 급락→위험자산 회피 만연→금융시장 전반 공포감 등으로 이어지는 대체적인 뷰 자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기술주 풍향계’ 우드의 디플레이션 베팅은 월가를 바라보는 또다른 포인트가 될 겁니다.올해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아크 핀테크 이노베이션 ETF(ARKF)’ 추이 (출처=구글)
  • [김정남의 월가브리핑]美 인플레 트라우마 키우는 &apos;미친 집값&apos;
    美 인플레 트라우마 키우는 '미친 집값'
    김정남 기자 2021.05.26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요즘 미국은 일상부터 물가 급등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자동차에 넣는 휘발유 가격입니다. 기자가 미국에 건너온 초기인 지난해 8월만 해도 갤런당 2달러 안팎이었는데요. 지금은 기자가 머무는 북동부 뉴저지주의 일부 주유소는 3달러 후반대까지 올려 받고 있습니다. 두 배 가까이 급등한 것이지요. 최근 무심코 기름을 넣으려 한 주유소에 갔다가 보통(regular) 휘발유가 갤런당 3.89달러라는 간판을 보고 황급히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뉴욕주와 뉴저지주 인근 식당 중 일부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오픈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밖에서는 이미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분위기인데요. 정작 식당들은 실내 영업을 재개 하고 싶은데 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건 직원을 고용하는 비용(임금 등)이 너무 비싸졌기 때문입니다.뉴저지주에서 테이블 10개가 채 안 되는 작은 스시 가게를 운영하는 A 사장의 토로입니다. “아내와 어머니까지 해서 세 명이 가게를 보고 있는데, 영원히 실내 영업을 안 할 수는 없으니 직원을 더 뽑으려고 했어요. 팬데믹 이전처럼 (최저임금 수준인) 시간당 10달러 남짓을 주고 팁을 많이 지급하는 걸 생각했고 있었는데요. 지금은 그걸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일단 당분간 픽업 서비스만 해야 할 듯하네요.”A 사장은 “얼핏 듣기로는 시간당 45달러까지 요구하는 곳도 있다더라”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45달러면 한국 돈으로 5만원이 넘는 돈입니다. 바이든 정부가 추가 실업수당을 뿌리자 노동 공급이 확 줄었고, 그에 따라 노동의 대가는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 된 겁니다. 모두 인플레이션이 일상으로 침투한 사례입니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 상승률 추이. (출처=S&P 다우존스, 코어로직)◇한달새 5% 오른 시애틀 집값또 있습니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입니다. 요즘 미국 집값은 말 그대로 펄펄 끓고 있습니다. 25일(현지시간) 나온 올해 3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계절조정치)를 살펴보면, 미국 집값이 얼마나 폭등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3월 미국 전역의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3.2% 올랐습니다. 2005년 12월(13.5%↑) 이후 15년3개월 만의 최대 상승 폭입니다.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4.2%를 기록하며 월가가 떠들썩 했지요. 13%가 넘는 수치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이후 10.3%→11.2%→12.0%→13.2%로 4개월 연속 두자릿수입니다.기자가 더 주목한 건 전월 대비 상승률입니다. 3월 수치는 2.0%로 나왔는데요. 2013년 4월을 제외하면 역대 최고입니다. 케이스-실러 지수는 미국 내 주요 20개 도시, 10개 도시 등으로 쪼개서 집계를 동시에 발표하는데요. 주요 20개 도시 모두 1월 대비 2월 상승률보다 2월 대비 3월 상승률이 월등히 높았습니다. 워싱턴주에 위치한 서북부 거점도시 시애틀의 경우 3월 상승률이 4.7%에 달했습니다. 2월 당시 2.8%도 높았는데, 이보다 훨씬 더 뛴 겁니다. 콜로라도주 덴버(1.8%→3.3%), 애리조나주 피닉스(2.0%→3.3%),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2.1%→3.2%), 텍사스주 댈러스(1.7%→2.8%) 등 주요 도시들 역시 한 달 만에 3% 안팎 뛰었습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 내 주요 20개 도시 현황. (출처=S&P 다우존스, 코어로직)◇몇 만달러 더 얹어줘도 매수자 줄 서그래서 뉴저지주 동북부에서 활동하는 부동산 중개인 몇몇 인사들에게 문의를 했는데요. 답은 대동소이했습니다. 맨해튼 출퇴근이 가능한 뉴저지 동북부는 집값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중개인 S씨는 “수리가 돼 있는 집들은 시가를 10만달러 이상(약 1억1000만원 이상) 높여놓아도 오퍼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현장에서 거래를 중개하면서 통상 10~15% 올랐다고 느끼고 있는데, 어떤 집은 몇 만달러 더 높은 가격에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S씨의 설명입니다.집값이 비정상적으로 오르는 건 한마디로 인플레이션의 흔적입니다. 복잡한 도심 아파트를 피해 거점도시 인근 교외로 나가려는 수요는 폭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뉴저지주 한 식당의 A 사장이 호소한 것처럼 노동력이 너무 귀해졌고요. 목재 가격 등이 뛰면서 주택 건설 비용이 높아졌습니다. 매물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4월 거래된 신규주택 중위가격은 37만2400달러로 1년새 20.1% 폭등했습니다.코로나19 이후 풀린 엄청난 유동성은 집값을 간접적으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기준 30년 만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00%입니다. 올해 초 2.6%대를 보였다는 점에서 약간 오르긴 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말만 해도 3.7%대였습니다.미국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 추이. (출처=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의 전월 대비 상승률 추이. (출처=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월가서 화두 떠오르는 ‘미친 집값’미국의 ‘미친 집값’은 월가에서도 화두입니다. 가중 눈여겨볼 만한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트라우마 때문이겠지요. 당시 생각지도 못했던 미국 부동산에서 문제가 터져 세계 경제 전체가 위기에 빠졌는데요. 가장 낮은 서브프라임 등급에 대출을 무분별하게 해주면서 위기가 잉태했다는 우려가 컸습니다. 물론 지금은 관련 은행 규제가 잘 정비돼 있고요. 똑같은 경로로 위기가 올 가능성은 낮다고 기자는 보고 있습니다.그래도 아픈 기억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요. 때마침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지수를 공동 개발한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CNBC에 나와 “투자자들 사이에 서부개척 시대의 무법천지 같은 사고방식이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주택시장의 거품 가능성에 대해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그는 “지난 100년간 어떤 자료를 봐도 집값이 지금처럼 높은 적이 없었다”고 했지요. 그는 2000년 닷컴 버블을 점친 ‘버블 예언가’로 유명합니다. 실러 교수는 특히 “지금 집값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거품이 나타났던 2003년과 비슷하다”며 “인플레이션 공포가 장기성 자산의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가뜩이나 요즘 뉴욕 증시는 인플레이션 공포 탓에 주춤합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까지 흔들린다면 어떨까요. 자산시장은 다시 한바탕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월가의 한 금융사 인사는 “금래 몇 달을 보면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 시기가 점점 당겨지고 있다”며 “연준이 괜찮다는 데도 이렇다는 건 시장에 공포가 점점 쌓이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습니다. 산이 높으면 골은 깊은 법입니다.최근 6개월간 DR호튼의 주가 추이. (출처=구글 캡처)◇향후 부동산 관련주들의 향방은아울러 지금껏 고공행진을 했던 부동산 관련주들의 향방을 주목할 만합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건설회사는 DR홀튼, 레나, 톨 브러더스 등이 있는데요. 팬데믹과 함께 주가가 확 뛰었습니다. 집값이 오르니 당연한 현상이겠지요. 이날 기준 DR홀튼 주가는 주당 93.20달러입니다. 팬데믹 충격을 받았을 때는 30달러짜리 주식이었으니, 세 배가량 오른 겁니다. 다만 잘 살펴보면 등락이 있었습니다. 올해만 살펴볼게요. DR홀튼 주가는 올해 주당 63.92달러에 거래를 시작했는데, 지난 10일까지 104.45달러로 파죽지세로 오릅니다. 넉달여 기간 상승률이 무려 51.55%입니다. 하지만 그 이후 완연한 하락세입니다. 이날까지 11거래일간 10.77% 하락했습니다. 레나, 톨 브러더스 같은 다른 건설주의 흐름도 비슷했고요. 향후 약세 전망과 강세 전망이 동시에 있습니다. 실러 교수의 분석과 비슷하게 노동력 경색, 원자재가 상승, 금리 인상 등이 겹쳐 주택 거래량이 줄어들면 건설주 주가를 하락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고요. “최근 10%가량 떨어진 만큼 저가 매수의 기회”(스티븐 김 에버코어 ISI 주택 분석가)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건 길게 보면 주택 경기가 건설주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겠지요.건설주뿐만 아닙니다. 인테리어 용품을 주로 판매하는 홈디포, 주방용품을 파는 윌리엄스-소노마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요. 더 나아가 바닥재 전문업체 모호크 인더스트리스, 콘크리트 생산업체 벌칸 머티리얼스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교롭게도 지금까지 이들 주가는 건설주 흐름과 비슷했습니다. 미국 부동산이 다시 월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버블 예언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사진=AFP 제공)
  • [김정남의 월가브리핑]뉴욕증시의 인플레이션 공포는 &apos;현재진행형&apos;
    뉴욕증시의 인플레이션 공포는 '현재진행형'
    김정남 기자 2021.05.10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지난 7일 오전(현지시간) 나온 미국의 4월 고용보고서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월가의 비농업 신규 고용 예상치가 100만명 안팎이었는데, 4분의1 토막 수준인 26만6000명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기자도 처음 봤을 당시 눈을 의심했었지요. 시장 전망치와 실제 수치가 이렇게 차이 난 건 아마 처음 아닐까 싶습니다.역시 현장에 답이 있나 봅니다. 기자는 뉴욕주와 뉴저지주 일대에서 ‘NOW HIRING’ 구인 간판을 내걸고도 직원을 쉽게 찾지 못하는 이들을 더러 봤습니다. 근래 <월가브리핑>에서도 이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5월 3일자 [김정남의 월가브리핑]미국 고용 폭발, 직장 잃은 600만명 돌아온다 기사 참조>◇‘일시적인’ 미국의 고용 쇼크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고용 쇼크는 ‘일시적’이라는데 무게가 실립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당일 고용보고서를 본 이후 브리핑에서 “나는 매우 오랫동안 (고용 관련) 데이터를 봐 왔다”며 “그게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잘 안다”고 했습니다. “한달치 데이터를 근본 추세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이유가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미국 내에는 ‘실업수당의 역설’ 문제가 심각합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많은 음식점, 술집 등의 사장들이 이 문제를 토로합니다. 바이든 정부의 추가 부양 패키지에 따라 연방정부는 현재 주당 300달러씩 추가 실업수당을 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주 정부가 주는 실업급여가 따로 있지요. 미국 싱크탱크 예산정책우선순위센터(CBPP)에 따르면 미국 50개주의 평균 주간 실업급여는 387달러입니다. 지금 미국에서 직업이 없는 이들은 월 2748달러(687달러×4주·약 310만원)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포브스는 “이 정도면 시간당 임금은 17.17달러”라며 “연방 최저임금의 두 배가 넘는다”고 했습니다. 굳이 일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이 때문에 몬태나주, 아칸소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은 추가 실업수당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그런데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수당은 오는 9월 6일까지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갑자기 이를 연장하자고 나오지 않는 이상 4개월 이후에는 없어질 제도입니다. 당연히 그 안에 일자리를 찾는 움직임이 대거 일어날 겁니다.옐런 장관이 콕 집어 지적했던 육아와 가사 문제도 일시적인 요인입니다. 옐런 장관은 “불규칙한 학사 일정은 학부모들이 직장에 복귀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했는데요. 실제 이번 고용보고서를 보면, 남성보다 여성의 취업 속도가 더뎌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미국 전역은 이번 가을학기부터는 전면 대면수업에 돌입할 게 유력합니다. 이 역시 9월이지요. 코로나19 이전의 완전 고용으로 돌아가려면, 더 채워야 할 일자리 수는 800만개 남짓으로 추정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이 중 120만명은 고령으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할 것으로 보고 있고요. 70만명 정도는 구직자의 실력이 고용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기술 불일치’가 나타나고 있다고 점쳤습니다. 70만명은 따로 학교 등에서 더 배우거나 기업이 제공하는 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할 테지요. 이들 200만명을 제외한 600만명은 추후 몇 달간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온다고 봐야 합니다. 5월부터 서너달은 고용 지표가 4월처럼 들쭉날쭉 할 수 있을 테지만, 올해 안에는 고용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추이. (출처=CNBC)◇씨티 “고용 쇼크, 인플레 더 올릴 수도”실제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이번 고용 쇼크를 두고 경제 회복세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JP모건은 “팬데믹 이후 추가 실업수당 지급 등 정책 지원이 효과적인 노동력 공급을 제약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고용보고서가 나온 당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52%대까지 떨어졌다가, 곧바로 1.58%대까지 올라섰습니다. 중요한 건 인플레이션에 대한 해석이겠지요. 일부에서는 이번 고용 쇼크를 두고 인플레이션 공포감이 잦아들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는데요. 글쎄요. 기자는 10년물 국채금리 흐름을 보듯 인플레이션 공포감은 여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가파른 경제 반등에 일자리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맞춰 구직자들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놀고 있는데 일할 의사가 있는 600만명을 여섯달로 나눠도 매달 100만명씩 반 년간 고용이 급증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시장이 예상하는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점이 한두달 늦어질 수는 있겠지만, 대세에 지장을 주는 정도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씨티그룹은 “연준의 완화 기조가 연장되면서 인플레이션이 더욱 상승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할 정도입니다.이같은 노동시장 수요·공급 불일치가 뻔히 나와 있음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공격적인 재정 확대를 대안으로 삼은 것은 인플레이션 공포를 더 높이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경기 회복의 갈 길이 멀다”며 추가 부양책 처리를 촉구했는데요. 바이든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부양법안 규모만 무려 4조달러(약 4400조원)에 달합니다.“정부가 사람들이 일터로 돌아가도록 하지 않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고용할 수 없다는 얘기를 매일 듣는다”(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는 공화당의 반대가 거센 탓에 어떤 식으로 법안이 처리될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어떻게든 재정 확대가 이뤄진다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모든 것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얘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처럼 월가는 이를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미국의 4월 고용 동향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제공)◇4월 CPI 상승률에 쏠린 월가의 눈이번주 뉴욕 증시는 물가 지표를 주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는 12일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나오는데요.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높을 경우 고용 쇼크는 잊혀진 채 다시 인플레이션 공포가 부상할 수 있습니다. 다우존스에 따르면 월가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전년 동월 대비 3.6%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3월(2.6%)과 비교해 크게 오른 수치입니다. 연준 목표치(2.0%)를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전월 대비 기준으로는 0.2% 올라, 3월(0.6%)보다 완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부크바 CIO는 “전월 대비 CPI 상승률이 0.3~0.4% 수준까지 반등한다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게 아니게 될 것”이라며 “연준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와 함께 13일 나오는 생산자물가지수(PPI)를 주목할 만합니다.CPI 수치가 유의미하게 나올 경우 증시 역시 움직일 소지가 있습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증시에서 인플레이션 공포가 감지되고 있다”며 “성장주들은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시장 수익률을 하회했다”고 했습니다. 부크바 CIO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보다 높을 경우 금리가 올라 기술주에 역풍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이외에 이번주 연준 위원들이 줄줄이 등장합니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이상 11일)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 보스틱 총재, 하커 총재(이상 12일)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이상 13일) 등이 연달아 나옵니다. 대다수 연준 인사들은 아직 테이퍼링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이를 반신반의하고 있지요. 연준 주요 인사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월가는 반응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주 자산가치 하락 가능성을 경고한 브레이너드 이사가 무슨 말을 할지도 관심이 모아집니다.라엘 브레이너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사진=AFP 제공)
  • [김정남의 월가브리핑]인플레 시대, 우리가 준비해야할 것들
    인플레 시대, 우리가 준비해야할 것들
    김정남 기자 2021.05.07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요즘 미국은 인플레이션 논쟁이 뜨겁습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를 수년간 주장했던 세계적인 석학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앞장서 제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의 수석경제평론가 마틴 울프와 마주 앉은 서머스의 경고는 ‘격정 토로’에 가까웠습니다.서머스의 구조적 장기침체론은 일상에서 체감하는 그대로입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부터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거의 2% 아래에서 움직였습니다. 2014년 이후 0~1%대에 머무는 경향은 더 심해졌고요. 1980년대 초 높게는 15% 가까이 폭등했던 때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로 치부됐습니다.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이제는 디플레이션과 싸워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지요. 근래 “설마 인플레이션이 오겠냐”고 말하는 대부분의 근거는 이런 경험칙입니다. 그랬던 서머스가 이제는 “연준이 급격하고 놀라울 정도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a sharp and surprising increase in interest rates)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미국 재무장관까지 지낸 그의 ‘변심’은 주목할 만합니다.△급격한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 △완만한 상승의 리플레이션 △완만한 하락의 디스인플레이션 △급격한 하락의 디플레이션 사이의 경계는 과거보다 모호해졌습니다. 현재 인플레이션 논쟁이 1980년대 초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어쨌든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이 만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온다는 건 가만히 앉아서 가진 돈을 까먹는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인플레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일 겁니다.세계적인 경제 석학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룬 파이낸셜타임스(FT) 기사. (출처=FT)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추이. (출처=미국 노동부)◇대표 인플레 헤지 자산은 원자재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최근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언급한 건수가 지난해보다 무려 800% 늘었다고 합니다. 도이체방크 데이터를 보면, 미국인들은 지난 10년을 통틀어 그 어느 때보다 인플레이션을 많이 검색하고 있습니다.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요. 노스웨스턴 뮤추얼웰스 매니지먼트의 브렌트 슈트 수석투자전략가는 6일(현지시간) 야후 파이낸스 라이브에 출연해 인플레이션에 대처 수단에 대해 다양한 조언을 했습니다. 그의 대전제는 “투자자들은 십수년 만에 처음으로 인플레이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그는 “지난 10년, 15년 20년을 돌아보면 증시 하락장은 대부분 성장이 미미했거나 디플레이션 환경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앞으로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너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많은 월가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건 전통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 꼽히는 원자재입니다. 슈트 전략가는 “경기 회복에 따라 가격이 오르고 있는 원자재를 반드시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23종류의 원자재 가격을 추종하는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 지수 등 각종 원자재 인덱스는 대부분 고공행진 중입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아직은 싸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JP모건 리서치팀은 “원자재 가격은 역사적으로 볼 때 저렴하다”고 했습니다. 예컨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0달러 중반대입니다. 현재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레벨 수준만 보면 오히려 ‘스위트 스팟’에 가깝습니다. 월가 내에서는 국제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습니다. 초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의 경우 온스당 1800달러 초반대입니다. 지난해 8월 당시 온스당 2100달러에 육박했는데, 지금은 하락세입니다.JP모건은 “지금은 채권에서 상품과 주식으로 갈아탈 때”라면서 “이를테면 S&P GSCI(S&P Goldman Sachs Commodity Index)에 연동해 투자하는 건 가장 직접적인 인플레이션 회피 수단”이라고 했습니다. 이날 S&P GSCI는 520에 육박했습니다. 2014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데요. 2010~2014년 당시보다는 여전히 낮습니다.스탠더드앤드푸어스 골드만삭스 원자재 지수(S&P GSCI·S&P Goldman Sachs Commodity Index) 추이. (출처=구글)◇일단 성장주보다 가치주로 옮겨탈 때두 번째는 주식입니다. 몇 달 전 주가 하락 우려가 커졌을 때는 증시 내 ‘손바뀜’으로 마무리됐지요. 전체 지수는 여전히 상승세를 탔고요. 현재 뉴욕 증시를 대표하는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역사상 최고치입니다. 다만 이번에도 성장주보다는 가치주에 더 손을 들어주는 이들이 많습니다. JP모건은 “상품가격이 오를 경우 가치주의 수익률이 성장주에 비해 높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상승 위험에 취약한 일부 고평가 성장주를 주의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건 최고시장전략가의 말입니다. “각종 데이터들은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상승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가치주로 자금을 옮기고, 동시에 원자재 같은 직접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런 트렌드는 올해 하반기까지는 지속할 것 같습니다.” 시장이 최소한 올해 내내 인플레이션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우리가 곧 볼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확고하게 믿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향후 물가와 임금의 상승 압력을 감안하면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습니다.세 번째는 미국 물가연동국채(TIPS·Treasury Inflation Protected Securities)입니다. 물가연동국채는 입찰을 통해 발행수익률이 결정되는 등 미국 재무부가 발행하는 일반 국채와 비슷합니다. 다만 원금이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연동돼 조정됩니다. 물가가 오르면 채권 원금이 늘어나는 겁니다. 슈트 전략가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회피하는 건)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라며 물가연동국채를 추천했습니다.위 세 가지는 최근 전문가들이 자주 거론하는 상품인데요. 이외에 인플레이션 위험을 제어할 수 있는 자산은 적지 않을 겁니다. 중요한 건 서머스가 넌지시 암시하듯 최근 십수년간 경험하지 못했던 위험이 닥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겠지요.노스웨스턴 뮤추얼웰스 매니지먼트의 브렌트 슈트 수석투자전략가가 6일(현지시간) 야후 파이낸스 라이브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야후 파이낸스)◇연준 “일부 자산가격 폭락 가능성”연준은 이날 금융안정 반기보고서를 냈는데요. “일부 자산의 밸류에이션은 역사적으로 볼 때 높은 상태”라며 일부 자산가격의 폭락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연준은 특히 아케고스 사태, 게임스톱 같은 ‘밈 주식(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끄는 종목)’의 위험성을 우려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일부 자산에 거품이 있다”고 경고한 것과 같은 맥락이지요. 바이든 정부 재무장관 하마평에 들었던 실세 중 실세인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별도의 성명을 냈습니다. 몇 가지 위험을 강조하기 위해서인데요. 브레이너드 이사는 “주가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며 “밈 주식에서 보듯 위험을 감수하려는 투자 성향이 광범위하게 커졌다”고 했습니다. 그는 “투자자들이 강한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케고스, 도지코인, 게임스톱 같은 사태가 발생하는 이유를 찾다 보면, 결국 돌고 돌아 시중에 너무 돈이 많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각 사태마다 각자의 제도적인 미비점이 있는 건 분명한데, 그 기저에는 ‘한탕’을 위한 위험 감수 성향이 자리하고 있다는 겁니다. 높은 수익률이 가능한 건 풀려있는 돈이 너무 많아서 이겠지요.기자는 최근 <월가브리핑>에서 미국의 고용 폭발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5월3일자 [김정남의 월가브리핑]미국 고용 폭발, 직장 잃은 600만명 돌아온다 기사 참조> 미국의 4월 비농업 신규 고용이 하루 뒤인 오는 7일 나옵니다. 일자리 증가 규모가 월가 예상을 뛰어넘어 100만명 이상 나올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는 더 커질 겁니다. 이제는 정말 인플레이션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오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라엘 브레이너드 연방준비제도(Fed) 이사가 6일(현지시간) 내놓은 금융안정 반기보고서 관련 성명서 일부. (출처=연준)
  • [김정남의 월가브리핑]미국 고용 폭발, 직장 잃은 600만명 돌아온다
    미국 고용 폭발, 직장 잃은 600만명 돌아온다
    김정남 기자 2021.05.03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요즘 미국 곳곳에서는 ‘NOW HIRING’ 구인 광고 간판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기자는 최근 뉴저지주 롱브랜치 지역의 한 가게에서 핫도그를 먹다가 구인 광고를 낸 건 주인 A씨와 얘기를 나눴는데요. 그 대답은 예상을 빗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직원을 빨리 구해야 하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롱브랜치 인근은 뉴저지주 동쪽 해안가로 여름께 관광 수요가 몰립니다. 지금은 물놀이 하기에 이르니 일부 서핑 마니아만 드나들고 있지만, 올해 여름이면 코로나19가 완화하면서 해변이 북새통을 이룰 겁니다. A씨가 구인에 나선 것은 이 때문이지요. 그런데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구인 광고를 보고 곧바로 취직할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그는 급여를 올려줘야 하는지 고민까지 하더군요. ◇미국 내 800만명, 아직 놀고 있다요즘 월가에서 가장 주목하는 지표는 고용과 물가입니다. 뻔히 예고돼 있는 연방준비제도(Fed)의 돈줄 죄기, 다시 말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행과 기준금리 인상의 시기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준은 그 중 고용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팬데믹 이후 미국 노동시장 상황부터 살펴보지요. 한국의 경제활동인구 개념인 노동력인구(labor force) 규모는 지난 3월 기준 1억6000만명 남짓입니다. 그 가운데 취업자가 아닌 실업자는 970만명을 약간 넘고요. 그래서 현재 실업률은 6.0% 수준입니다. (한 나라의 노동가능인구는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로 나뉘고, 경제활동인구는 다시 취업자와 실업자로 나뉩니다.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비경제활동인구는 육아, 가사 등으로 일하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팬데믹 이전인 지난해 2월은 역사상 최고의 일자리 호황 시기였는데요. 당시 1억6400만명 이상 노동력 인구 가운데 실업자는 570만명 정도였습니다. 실업률은 3.5%였고, ‘완전 고용’ 평가를 받았습니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말하는 슬랙(slack·완전 고용과 현재 고용 수준의 차이)을 메우려면 △코로나19 이후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비(非)경제활동인구 400만명 이상(1억6400만명-1억6000만명)이 일자리를 다시 찾고 △팬데믹 영향에 실업 상태인 노동자 400만명 가량(970만명-570만명)이 취업해야 한다는 계산이 가능합니다. 800만명이 훌쩍 넘습니다. 코로나19가 최악이었던 지난해 4월로 돌아가 보지요. 불과 두 달 전인 2월과 비교해 추가로 늘어난 비경제활동인구와 실업자는 2500만명이 넘었습니다. 그 중 지금까지 800만명은 여전히 놀고 있는 겁니다. 파월 의장이 “(노동시장 회복까지) 갈 길이 멀다”고 하는 건 이 때문입니다. 오는 7일 미국의 4월 고용보고서에서 신규 비농업 일자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슬랙을 메우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월가에서 관심이 매우 큽니다.이던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경제연구소장이 내놓은 미국 내 노동력 인구(labor force·한국의 경제활동인구) 이탈자 추정치. (출처=뱅크오브아메리카)◇직장 잃은 600만명, 시장에 쏟아진다기자는 최근 이던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경제연구소장의 연구를 흥미롭게 봤습니다. BoA의 리서치팀을 이끄는 해리스 소장이 추정한, 코로나19 탓에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이는 현재 약 460만명입니다. 실업자는 취직 의향이 있기 때문에 경제가 살아나면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찾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육아, 가사, 노화 등으로 일을 그만 둔 이들이 취직할 가능성은 그보다 낮겠지요.해리스 소장은 “공식 실업자 970만명 외에 이들 460만명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또 언제 일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460만명 중 절반 이상, 즉 250만명은 늦어도 올해 말까지 노동시장에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육아 문제로 일을 그만뒀습니다. 그런데 백신 접종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가을부터 학교가 문을 열면 보육의 필요성이 줄어들 겁니다. 삶이 정상으로 돌아감에 따라 근로자들은 일자리로 갈 겁니다.” 해리스 소장의 말입니다.그가 더 주목하는 건 나머지 200여만명입니다. 그는 “이들은 노동시장 복귀가 더 늦어지거나 아니면 (영구적으로) 이탈해 버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부연합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120만명 이상이 추가로 은퇴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65세 이상 퇴직 근로자들은 이번 팬데믹으로 (일과 건강 중에서) 인생의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하게 됐을 겁니다. 게다가 과거 경기 침체는 자산가치 붕괴를 동반했는데, 이번에는 증시가 사상 최고치로 급등하고 있고 집값은 두자릿수 이상 뛰고 있습니다. 퇴직자들이 급증하는 건 노동력 규모가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시사합니다.”해리스 소장이 결국 방점을 찍는 건 노동시장의 수요-공급 불일치입니다. 일할 사람을 찾는 곳은 급격하게 많아지는데, 일하겠다는 사람은 이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겁니다. 각종 소비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는 건 이견이 없습니다. 컨퍼런스보드에 따르면 4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21.7로 지난해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문제는 일할 사람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게 해리스 소장의 지적이지요. 그는 “(노동시장의 수요-공급 불일치는) 특정 분야의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기자가 롱브랜치 지역에서 만났던 A씨의 고민과 결국 같은 겁니다.최근 5년 미국의 월별 실업자 수 추이. (출처=미국 노동부)최근 5년 미국의 월별 실업률 추이. (출처=미국 노동부)최근 5년 미국의 월별 노동력 인구(labor force·한국의 경제활동인구) 추이. (출처=미국 노동부)최근 5년 미국의 월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 추이. (출처=미국 노동부)◇월가 리더들 “고용이 인플레 올린다”중요한 건 이같은 노동시장 현실이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입니다. 이는 곧 월가에서 불거지고 있는 인플레이션 논쟁의 핵심입니다.해리스 소장의 분석대로라면 800만명 중 적어도 600만명은 올해 안에 일자리를 찾을 겁니다. 7일 나오는 고용보고서에서 4월 수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우존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4월 신규 비농업 부문 고용이 97만8000명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월(91만6000명)보다 확대된다는 겁니다. 모건스탠리와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각각 125만명, 120만명 증가를 내다보고 있고요. 심지어 200만명 이상(제퍼리스·210만명)을 내놓은 곳도 있습니다. 4월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미국이 집단 면역을 달성하고 휴가철 여행 수요가 늘면, 고용시장은 더 뜨거워질 겁니다. 5월 신규 고용을 300만명 이상으로 보는 관측까지 나와있습니다. 이르면 올해 가을께 팬데믹 이전에 버금가는 완전 고용이 가능할 것으로 월가는 보고 있습니다.게다가 근로자가 고용주보다 ‘갑’인 아이러니한 현실 때문에 팬데믹 이전보다 높은 월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금 인상은 원자재가 상승과 함께 대표적인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 요소로 꼽힙니다.그래서 월가 리더들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심상치 않다는데 수렴하고 있습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우리는 상당한 인플레이션을 보고 있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고요.‘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경제가 뜨겁게 성장하는 경우와 적정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경우인데요. 그는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이 일어난다면 올해 2.7%, 내년 3%의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10년물 국채금리는 6%대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국채금리가 6%까지 오른다면 그간 가파르게 오른 성장주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는 자명합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를 설립한 레이 달리오는 “경기가 급속히 반등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졌다”며 “우리는 버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했습니다.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6%입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보니 이미 연준 목표치(2.0%)를 넘었습니다. 같은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의 경우 2.3% 올랐습니다. 수백만명이 다시 일을 시작하고 돈을 쓴다면, 이 숫자는 더 커질 겁니다. 월가 리더들과 경제 석학들이 하는 경고가 바로 이겁니다.물론 반론 역시 있습니다. 포브스는 “인플레이션 공포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최근 보도했습니다. 지난 24년간 연평균 근원물가(CPI에서 식료품과 에너지 품목을 제외한 것) 상승률은 2.05%에 불과했고요. 지난 10년간은 1.85%였습니다.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에 무슨 인플레이션이냐는 겁니다. 포브스는 지난 10여년간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배런스,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주요 매체들의 인플레이션 경고를 담은 헤드라인을 소개했고요. 이번 공포도 과거와 같은 ‘틀린 경고음’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전했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파월 의장은 “고용시장 슬랙이 있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일시적으로 물가가 오를 수 있지만, 잠깐 반짝한 후 잠잠해질 것이라는 것이지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비슷한 생각입니다. 완전 고용 수준의 호황이었던 지난해 2월 CPI 상승률은 2.3%에 불과했습니다.(출처=포브스)◇연준 테이퍼링, 더이상 먼 얘기 아니다이제 정리해볼까요. 미국 경제가 폭발하고 있고 적어도 약 600만명은 새로 직장을 구할 것이라는데 이견은 많지 않습니다. 노동시장에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추후 몇 달간 이어질 일자리 폭발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의견이 다소 갈립니다.파월 의장은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냉혈한 같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미국 경제의 상당한 추가 진전(substantial further progress)을 두고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말만 듣고 보면 연준이 긴축으로 돌아서는 건 한참 먼 얘기 같이 느껴집니다.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4월 신규 고용이 100만명 이상 나와주고, 이후 이런 흐름이 공고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고용시장이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자는 보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이 선을 그었던 테이퍼링의 힌트가 6월부터 나올 수 있습니다. 씨티그룹은 “연준은 6월 FOMC까지 테이퍼링과 관련한 태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고, 모건스탠리는 “7월께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연준은 팬데믹 국면에서 전례가 없을 정도로 돈을 풀었습니다. 파월 의장조차 초완화정책 통화정책이 증시 초호황에 영향이 있었다고 직접 말했을 정도니까요. 연준이 돈줄의 방향을 바꾸면 세계 각국은 엄청난 영향을 받을 겁니다. 이제 연준의 테이퍼링을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개최한 연례 주주총회에서 “우리는 상당한 인플레이션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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