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송길호

기자

이근면의 사람이야기

  • [이근면의 사람이야기]정부조직 개편, 담대한 혁신에 나서라
    정부조직 개편, 담대한 혁신에 나서라
    송길호 기자 2022.01.06
    [이근면 초대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열기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주요 후보들은 전국을 돌며 공약을 쏟아내고 각 정당들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책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민의 눈과 귀엔 후보의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과 당내 권력투쟁과 같은 비본질적이고 비생산적인 뉴스들만 들어오고 있다. 언론은 스포츠 중계하듯 네거티브 공방전을 다룰 뿐 후보와 정당의 미래비전과 집권 후 국정철학에 대한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이번 대선은 역대 어느 대선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관심도가 떨어지고 주요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다. 국민들은 어떤 정당, 어떤 후보가 조금이나마 내 삶을 낫게 해주고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어갈 것인지 고민하고 분석하고 판단하는데 정치권은 국민의 요구와 수준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성찰해 봐야 한다. 차악이던, 차선이던 정부운영의 실력에 의해 우리들과 대한민국 내일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제발 실력 있기를…◇일 잘하는 정부로 어떻게 바꿀 것인가정책과 공약이 실종된 선거전이지만 그래도 다음 5년 동안 대한민국이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한 제언과 토론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되어야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 미중 갈등 심화를 비롯한 통상환경의 변화라는 불확실성이 가득한 격랑의 시기에 제 2의 한강의 기적을 창조하기 위해 정부의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첫단추가 절실하다. 역대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당선 후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새로운 정부의 가치지향과 국정철학을 드러내왔지만 부처 몇 개 만드는 수준의 짜깁기 개편에 머물기엔 우리를 둘러싼 안팎의 환경 변화가 그리 녹록지 않다. 수십년 동안 유지되어 온 땜질조직의 틀을 완전히 분해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정부조직을 만들고 일하는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각오로 정부혁신 방안을 가다듬어야 한다.공무원들의 능률도 오르고 국가의 전체적인 역량도 성장할 수 있는 조직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의 정부조직 개편은 장기적인 국가과제와 비전을 고려한 통합적인 안목 하에 이루어지지 못했다. 누가 이번 대선에서 이기든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견지해야 할 몇 가지 원칙을 따른다면 공무원들의 능률도 오르고 국가의 전체적인 역량도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정부혁신의 대원칙 중 가장 앞에 와야 할 것은 중장기적 국가과제를 특정 정권이 너무 쉽게 바꾸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수급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국방인력 충원은 어떻게 할 것인지, 국제적인 역학관계가 급변하는 가운데 주변국과의 관계설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은 국민의 안위와 복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이면서 향후 수십년 이상 파급력을 미치는 문제들이다. 5년간 일하는 대통령이 단기적 성과에 급급하거나 자기만의 신념에 사로잡혀 함부로 방향을 틀면 안 되는 사안들이다. 이러한 국가의 장기 전략과 관련한 문제들에 대해선 정권이 바뀌더라도 전임 정권의 결정을 존중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 원칙이 전제되지 않은 채 정부조직 개편이 이루어지면 일의 선후경중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대통령 치적쌓기용, 전임정권 지우기용 변화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국가 장기과제가 함부로 다루어질 우려가 있다. 두 번째 원칙은 책임있는 내각, ‘작은 청와대’ 이다. 공직사회가 청와대 입맛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임명한 정치인 출신 장관이 공직사회를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거나 장관의 지나친 정무적 처신이 공무원들을 위축시켜 청와대 눈치만 보는 경우도 많다. 이참에 장관 휘하에 정치적 문제를 다루는 정무차관과 공무원 중심의 사무차관을 두어 공무원들이 정권의 외풍에 노출되지 않게 해야 한다. 부처 조직도 정책을 개발하는 정책부서와 실행하는 집행부서, 국민들과 직접 접촉하는 서비스부서로 나뉘어 대국민 서비스의 개발과 생산, 공급이 체계화, 전문화 될 필요가 있다. 공무원들이 1,2년 단위로 모든 보직을 섭렵하는 순환보직제 하에서는 철밥통 오명을 벗어나기도 어려울뿐더러 체계적이고 일관된 대국민 서비스 제공은 힘들다.◇정부의 일하는 역량을 먼저 고려한 일 잘하는 정부조직 개편무엇보다 반드시 명심해야 할 원칙은 장관이 몇 명인지, 부처가 몇 개인지에 얽매이지 말고 정부의 일하는 역량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생산성만 올릴 수 있다면 장관이 20명이든 30명이든 문제 될 게 없다. 지금까진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새로운 조직을 출범시키는 데 주저해왔고 장관 숫자가 늘어날까 조바심 내며 소폭의 개편에 그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가 1년에 쓰는 예산 총액 안에서 필요하다면 부처를 신설해 권한을 부여하고 전문성을 키워주지 않으면 한 지붕 두 가족을 넘어 세 가족, 네 가족이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된다. 보건복지부가 대표적인 예다. 연금 전문가가 의학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고 의사가 복잡한 복지체계를 섭렵하기 어렵다. 복지부와 보건부는 분리해 각 분야 전문가가 부처를 이끌어가야 한다. 고용 창출은 노동보다는 산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므로 고용노동부에서 고용분야는 산업부로 보내는 등 경제구조의 변화에 대응하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 당장 새로운 부처를 신설하기엔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해당 분야 TF를 먼저 출범시켜 가동하다가 정식부처로 전환할 수도 있다. 일자리, 저출산 고령화 같이 몇 개 부처가 합동으로 일해야 하는 거대과제를 통할할 분야별 부총리도 필요하면 3명 이상 둘 수 있게 법을 고쳐야 한다. 물론 2022년도 예산과 정원 범위 내에서 조정해야 한다. ◇공무원 감축, 생산성 20% 올릴 수 있는 정책수립과 시행 이루어져야공무원 조직도 필히 재정비 해야 한다. 공직 생산성은 이제 600조 정부의 과제이다. 잘 계획하고, 편성하고, 추진하고, 집행하고, 올바로 쓰여져야 한다. 혈세프로세스의 운전자들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경쟁력은 미래 정부의 새로운 모습으로 제시 되어야 할 것이며, 공무원 조직의 내부혁신을 통해 과감하게 생산성을 약 20%정도 올릴 수 있는 정책수립과 시행이 필요하다. 이제 사회적 기여와 헌신 측면에서 결코 박봉이 아닌 공무원 사회 스스로의 각성과 헌신이 다시 한 번 요구된다. 자율적 혁신을 택하지 못한다면 국민적 요구에 의한 타율적 변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권력! 누구를 위한 권력인가? 주권재민인데현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가치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지금이 격변기라는 점엔 누구도 이견을 달지 못하는 시기다. 큰 파고를 넘어서자면 조직에 낀 군살을 빼고 미래대비와 생산성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개헌논란에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단 법률 개정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하는게 낫다. 새로운 규제를 만들면 그 규제를 집행할 공무원 숫자만 늘고 경제의 활력은 떨어진다.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폐기하고 그와 관련된 공무원은 줄임으로써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정부와 공무원의 역량은 곧 국가의 경쟁력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계 각국 정부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면서 국민 개개인의 삶도 돌보는 유능한 국가의 첫걸음은 냉철한 조직진단과 개편에서 시작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실행과 효율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안된다. 밀어부쳐서 될 일은 없고 부작용만 양산하는 실험실 정치가 된다. 여야 대선 주자들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려고 하나.
  • [이근면의 사람이야기]MZ세대와 일자리
    MZ세대와 일자리
    송길호 기자 2021.12.02
    [이근면 초대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21세기 한국의 네티즌들은 한 해 국방예산만으로 천 조원에 달하는 돈을 쏟아 붓는 미국을 ‘천조국’으로부른다.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도 천조국의 반열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내년에 대한민국의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돌파하고 2030년이면 2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적어도 30년 이상 이 나라 경제를 이끌어 가야할 2030세대가 1343만명 가량 되는데 1000조원을 다 갚으려면 한 명당 7500만원, 2000조원을 갚으려면 1억50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지금 50대 이상 세대는 이 빚에 큰 부담이 없다. 아직까지는 여력이 충분한 공적연금과 충분한 재정으로 노후를 꾸려가면 되기 때문이다. 30년 후 은퇴할 지금의 MZ세대들에게 이 문제는 시한폭탄과 다름없다. 인구감소세(20년 출산율 0.84)로 인해 출생 시기별 인구분포는 격감하므로 (60세 110만, 40세 65만, 20세 27만) 허리를 휘게 하는 세대별 부양의무도 결국 온전히 MZ 세대의 몫이다. (이래서 연금개혁이 시급한 것이다). 청년들이 노년기에 접어들면 더 이상 자신들을 부양할 젊은이들은 없고 갚아야 할 빚만 산더미처럼 쌓여있을 것이다. 국민연금이야 더 말할 나위 없고 여기에 군인, 교직원, 공무원 연금은 국가 세금이 얼마나 더 들어갈까 논란이다. 이 암울한 전망 앞에서 선택은 둘 중 하나다. 천천히 침몰하거나 열심히 일해서 갚거나. 그래도 희망을 갖고 내일을 준비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해답은 일자리밖에 없다. 한 명이라도 더 일을 해야 하고 1원이라도 더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해 내야 한다. 기후변화, 젠더갈등 같은 문제들이 물론 중요하지만 생존의 문제에 있어 일자리 문제만큼 무겁지는 않다.상황이 이렇게 급박한데도 정치권에선 여전히 일자리 문제가 그저 그런 여러 가지 의제 중 하나로 다뤄지는 것 같이 보인다. 오히려 누가 더 화끈하게 현금을 나누어주는지 경쟁하는 것 같은 형국이다. 필자는 일전에 정부가 국민들에게 1억씩 나누어주면 좋겠다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나이 든 사람 입장에선 이왕이면 왕창 주면 좋겠지만 결국은 젊은이들의 빚이 될 테니 1억씩 주는 나라보다 1억씩 벌 수 있는 나라가 되도록 힘쓰자는 취지를 반어적으로 표현한 글이었지만 이제는 우려가 앞선다. (1억 이야기도 심심찮게 정치권에서 나온다.) 우리 국민들이 조금씩 그냥 나누어주는 현금성 복지에 둔감해 지는 듯 해서다. 많은 사람들이 빚더미에 올라설 나라 걱정에 몸둘바를 몰라하는데 어쩐지 청년층에선 이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 더 놀랍다. 앞으로 30년을 책임져야 할 2030세대가 정치권을 향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더 많은 투자를 하고 더 내실있는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예산을 더 압축적이고 효율적으로 쓰라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나랏돈은 엉뚱한 곳으로 흘러들어가기 마련이다. 대장동 특혜개발 이익 1조원이 민간개발업자에게 주어졌다. 백만 성남시민 한 명 당 백만원 가량 손해를 입은 것이나 다름 없다. 대장동과 일자리 문제는 일견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목소리 내고 감시하는데 게을러지면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에 들어가야 할 돈이 줄줄 새나간다는 점에서 연결되어 있다대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마침 2030세대가 캐스팅보터로 떠올랐다. 이들의 선택은 곧장 그들의 중년과 노후를 결정지을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모든 정당, 모든 후보들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할 것이다. 그러나 그 안을 꼼꼼히 들여다보자. 또 세금일자리 인지, 적게 일하고 돈 더 많이 받게 하는 요술 일자리 정책은 없다. 세계적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인재를 양성하고 기업이 달릴 수 있게 과감하게 규제를 혁파하지 않은 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는 건 심지 않고 거두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그런면에서 이번 일자리 대선공약에 장미빛 청사진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 실행력이 확보되지 않는 찔러보는 이야기인가? 형용사가 난무하는 슈가보이인가? 실행 가능한 미래의 꿈인가? 역대 대통령 누구나 일자리 이야기를 해 왔지만 결과적으로 무엇을 했는가도 돌아봐야 한다. 길을 잃으면 원점으로 돌아가라는. 최소한의 약속이란 기본에 충실한 것이다.전 부처, 전 지자체의 그 많은 일자리 예산은 과연 제대로 집행 되는가? 그 예산 쓰고 일자리는 얼마나 만들어졌나? 이 또한 실기 할 수 없는 우선순위다. 과연 일자리는 대통령이 만드는가, 기업이 만드는가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생각한다면 이 또한 백일몽이다.이제는 일자리 부총리라도 만들어야 한다. 슈퍼 파워를 갖게 해서라도 청년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결국 효율적 집행 컨트롤타워로서의 수미일관적이고 균형적 행정력이 절실하다.또한 정책의 우선순위와 효과적 실행력을 봐야 한다. 코로나 방역에 55조원을 썼다는데 5000억을 안써서 중증환자 1000명을 위한 병상확보를 실기했다니 결국 정책 집행 과정의 중요성은 100점과 0점 사이이다.일자리에 관련된 규제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 일몰 시간을 정해서라도 리셋이 절실하다. 재정의 실행이 필요하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면 1년이면 충분한 시간이다. 새롭게 모델링해야한다. 노동, 교육. 사회적 합의는 생존적 진화로 선택해야한다. 결국 일자리는 시대적 해결과제이며 제도의 균형점을 찾는 노력과 병행해야 한다. 부분의 최적이 전체의 최적이 아니듯. 세계는 일자리 전쟁의 시대이며 그 파급은 지구적이다. 우리 경제와 MZ세대에겐 내일의 생존이다. 좋은 일자리를 많아지게 하는 것은 환경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과 기업주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전혀 다르다. 내일을 살아내야 하는 젊은이들이 일하고 세금내고 삶을 꾸려나갈 수 있게 하는 길이다. 청년들이 부디 이 길을 잘 개척해 나가길 소망한다. 누구나 행복해져야 한다.
  • [이근면의 사람이야기]디지털 K-노동법으로의 진화, 시급하다
    디지털 K-노동법으로의 진화, 시급하다
    송길호 기자 2021.11.04
    [이근면 초대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 넷플릭스에서 투자를 받아 우리나라에서 엮고 찍은 ‘국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 94개국에서 ‘오늘의 톱10’ 1위를 차지했다. ‘한국적 문화’가 글로벌에서 인정 받았다는 것도 큰 이슈지만 제작비 대비 41배의 투자효율을 거둔 넷플릭스 최고의 ‘가성비 콘텐츠’라는 점도 주목받는 이유이다. 휴대폰, TV 등 한국의 제품에서 시작해 K-컬쳐로, 그리고 K-방역에서 이제는 K-군것질, K-게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K-열풍의 확장세는 그야말로 위풍당당하다. 이제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치맥’, ‘대박’, ‘콩글리시’ 등의 한국어(?)가 등재되는 시대다. 바야흐로 K-시리즈가 세계를 석권하고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 내고 있는 시대에 K-노조에는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한류 선진화의 여파에 걸맞게 한국의 ‘짐’이 아닌 한국의 ‘날개’가 될 때 아닌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글로벌에서 대한민국의 노사관계를 이야기 할 때 ‘노동개혁’ 문제는 여전히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경제포럼(WEF)에 의하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6개국 중 대한민국 노동시장 유연성은 34위, 노사협력 분야는 36위로 최하위 수준이고 노동생산성은 30위로 역시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파업이 모든 장점을 상쇄해 한국에 투자가 어렵다”거나 “노사관계만 개선되도 투자를 늘리겠다”는 등 외국인 투자를 늘리려면 ‘노동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는다. 아니나다를까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노사분규로 인한 노동손실일수는 41.8일로 일본의 0.2일과 비교하면 209배에 달하고 최근 5년간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생산 손실 피해가 4조를 넘겼다. 노사분규로 인한 손실 대비 노조가입율은 현저히 낮다. 노조원들이 파업을 주도하며 비노조원의 일할 기회조차 파괴하는 것이다. 갑질하는 꼰대가 따로 없다. 사실 이들도 처음에는 노동시장의 환경을 개선 시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점점 변질되어 ‘그들만의 리그’가 되었고 권력화라는 괴물이 집단 속에 자라났다. 어그러진 대형노조는 자기 밥그릇 챙기기 위해 기득권을 휘두른다. 이 제로섬게임의 결과로, 다수의 비노조원은 수탈 대상으로 내몰리고있다. 파업시 대체근로를 금지하기 때문에 생산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판매와 수출에 타격을 받아 협력업체들이 폐업에 이르기도 한다. 최근에는 정부의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TF’가 10월부터 가동했지만 이를 비웃듯 비조합원 굴착기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민노총이 부산지역 GS건설현장을 점거한다고 한다. 노조로 인해 오히려 노동시장이 파괴되는 이 상황이 계속 된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떤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을까?정부와 국민 모두가 합심하여 스스로의 몫을 내려놓고 양보하여 만들어가는 팬데믹 극복을 위한 코로나시국에 대통령과 총리까지 나서서 만류한 10.20 집회를 민노총은 불법으로 강행했다. 우리사회 공동체의 일원인 노조가 아닌, 국민을 타도할 적으로 보는 시각에, 도대체 어디까지 국민이 인내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책임 있는 정부당국의 지속적이고 효과 있는 국민 위주의 노동정책이 아쉽기도하다.날이 갈수록 격해지는 대형노조의 불법행위와 부당한 기득권 남용 등 ‘강성노조의 활약상’을 그저 손 놓고 두고 볼 수 만은 없다. 우리도 이제 기업과 노동시장이 글로벌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K-문화 붐에 걸맞는 디지털 노동법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특히 디지털 노동자, 프리랜서로 대변되는 긱경제, 국경이 없는 노동시장의 시대에 유연성과 안정성을 보장하는 조합이 아닌 기득권을 남용하고, 비노조원에게 불이익을 남발하는 사태가 이대로 유지된다면 기업의 경쟁력과 일자리 창출 여력이 감소되고, 청년의 일자리가 소멸되는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모든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조법인데 제조업 중심의 기득권 노조만 혜택을 누리고 똑같이 보호받아야 할 다른 노동자는 편파적 시각으로 인한 결과적 차별로 사각지대에 머무는 기형적인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일할 권리를 빼앗기는 비노조원도, 강경 파업에 폐업을 할 수 밖에 없는 기업도 일자리에 절망하는 청년들도 엄연한 국민이다. 이들을 보호해야 함은 물론 우리 아이들 시대의 일자리를 위해서도 바꿔야한다. 유연성도 높이고,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이롭고 더 많은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을 위해서 4차 산업을 대비한 생존형 노동법 생태계가 필요하다.2021년 적용되는 노동법은 1953년에 만들어졌다. 70년전의 모델로 오늘과 내일을 그릴 수는 없다. 정규직 기득권에 대한 과보호로 인해 기업들이 채용을 기피하게 됐고 이것이 고용률, 경제성장 저하로 이어지고있다. 팬데믹 이후 더 이상 사무실 자리가 필요 없는 노동자들의 급증은 고용 형태와 기술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직업군의 소멸과 생성’, 즉 노동의 진화 현상이 나타났다. 디지털노동자들에겐 현재 70년 전에 만들어진 노동법이 근로 생태계를 보호해주기에는 역부족을 넘어 언어도단이다. 필요할 때만 사람을 고용하는 비정규직에서 한걸음 나아간 노동형태로, 근로기준법상 명시된 규정도, 근로계약서 작성도 해고 절차를 지킬 필요도 없다. 결국 시간단위, 초 단위로 사람을 쓰고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이 플랫폼 노동의 본질인 것을 직시하고,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들이 보호 받을 수 있는 개선방안의 도입도 절실하다. 4차산업혁명과 위드코로나로 대변되는 대전환의 시대에서 세계적 기업 질서와 노동 질서의 변화는 이제 필연적이다. 경제적 생존을 위해서는 노동법도 디지털 K-노동법으로 진화해야 한다. 다른 발전과 같이 동시 발전을 이루어야 「NEXT 시대」가 준비된다. 팬데믹 이후에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시급한 과제다. 대선후보들도 또한 이 문제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 ‘지금’에 포획되서는 안된다. 한단계 더 높은 곳으로 가야 하지 않은가. 오늘과 내일의 국민 모두의 바람 아니겠는가? 노동법의 진화는 개악일까? 개혁일까? 우리 스스로가 세계의 눈으로 판단해야 할 때이다. 급하다.
  • [이근면의 사람이야기]찐 '일자리 뉴딜' 대통령을 뽑자
    찐 '일자리 뉴딜' 대통령을 뽑자
    송길호 기자 2021.10.07
    [이근면 초대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 일자리 문제 이야기만 나오면 모두가 짜증이다. 희망 고문도 지쳤다. 일자리문제는 마치 출구 없는 미로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아무리 복잡한 미로라도 출구는 반드시 있다. 다만 왔던 길만 쳐다본다면 절대 나갈 수 없다. 해결의 실마리는? 특히 이제 처음 고용시장에 발을 들이는 청년들의 실업률 문제는 처절하다. 2017년부터 작년까지 청년(15~29세)실업률은 평균 9.3% 정도이나 한국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은 25.1%에 달한다. 구직 단념 청년도 작년에 21만9000명에 달했는데 이는 2015년에 비해 18.3%나 늘어난 수치다. 일자리를 구하고 싶어도 만족할 만한 일자리를 얻지 못한 청년들이 아예 구직자체를 단념해 버리는 것이다. 실업률 통계에는 이런 자발적 실업자들은 반영되지 않는다. 실감 실업률은 이태백을 넘어 전백수를 향해가고 있다. 일자리를 못 얻으니 결혼과 출산은 언감생심이다. 하물며 여기서 좋은 일자리를 찾는 다면? 글쎄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 박탈감을 해결해주어야 나와 이웃과 사회와 국가의 내일이 있게 된다. 출범 당시 ‘일자리 대통령’을 천명하며 일자리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인 정부로선 답답할 노릇이다.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까지 만들어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 상황판을 챙겼으나 성적표는 초라하다. 천문학적 재정을 투입하고 대통령도 틈나는 대로 일자리 문제를 강조하는 등 역량을 집중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단기 세금 일자리 양산에 그쳐 지탄받았다. 내년에도 31조3000억원에 달하는 일자리 예산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이렇게 많은 돈과 인력과 시간을 쏟았는데도 성과가 미미하다면 현 시점에서 정부의 일자리 문제 해법과 접근방식을 복기해 봐야 한다. 뚜렷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도 못하면서 기존의 대안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새롭게 취업시장에 들어와야 할 청년들의 희망의 싹을 자르는 것과 다름없다.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요인은 일자리 만들기가 아닌 ‘찾는 데’에 정부 역량을 엉뚱하게 투입한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기업이고 정부는 이를 지원한다는 명료한 원칙은 안배운 듯 하다. 이윤창출에 도움이 되면 사람을 뽑고 채산성이 맞지 않으면 사람을 뽑을 수 없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 도입 등 고용에 드는 비용이 대폭 상승함에 따라 기업은 신규 채용을 꺼리게 되었고 설상가상 한계생활자들의 일자리마저 증발했다. 이러다보니 재정을 투입해 인위적으로 단기, 공공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선택을 강요 받게 된 것이다. 절대빈곤에 처해 있는 노인들의 상황을 조금 낫게 하고 정부의 성과를 홍보하는데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나 주당 35시간 이상 일하는 안정적인 일자리에 정착하는 20대, 30대의 수는 늘지 않았다.방향성을 수정하고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벗어난 항로로 항해를 지속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목적지에서 멀어진다. 기업이 직원을 뽑지 않으면 일자리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채용을 가로막는 요인들을 찾아 하나씩 해소해 고용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기업의 고용 부담을 정부가 낮춰주려 하면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경제 주체들 간의 견해 차가 나타날 것이다. 특히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정부 내에서 부처 간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다. 관료주의의 특성 상 필연적인 것이다. 정부 내의 통일된 정책 조율과 경제 주체 간의 갈등 조정을 위해 그에 상응하는 권한과 역량을 가진 일자리부총리가 필요하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유관부서에서 가장 뛰어난 공무원들이 일자리 부총리를 보좌하며 오직 일자리 문제에만 집중해 산업과 노동을 포괄하는 일관된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와 동시에 부처 간 업무분장도 일자리 문제 해결에 걸맞게 손봐야 한다. 현재 고용노동부가 일자리문제를 담당하고 있지만 역할도 부족할 뿐더러 기존에 있는 일자리에 구직자를 매칭시켜주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더욱이 노동중시정책이야 말로 고용상황을 개선해주지 않는다. 노동계를 대변하는 게 우선이고 고용을 위한 일자리에는 팔을 걷어붙이지 못한다.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기업이기 때문이다. 심판이 아니다. 늘 편파적이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소리를 즐기는 듯 하다는 것이 기업의 볼멘 소리 이다. 과연 고용노동부의 미래는? 산업 현장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을 담당하는 부서가 수출확대, 주력산업의 발전과 연동된 일자리 창출 정책을 펴게 해줘야 한다. 산업고용부가 오히려 걸맞다. 산업의 발전과 방향에 따른 기업의 투자와 활동을 지원하고 세계적 경쟁국과의 산업내 비교 우위를 찾기 위해서는 전폭적인 규제해제, 유예와 집중적 관심이 필요하다. 일본과의 마찰 시 ‘소부장’정책과 같이 민관연이 합심하여 추진한 결과가 그 예이기도 하다. 소부장 전쟁은 내 몫 찾기보다, 파업 보다, 국가적 이익과 자존심이 선행된 사례이기도 하다. 미래산업 추진에 따른 일자리 예측, 준비, 고용의 선순환사이클이 꼭 필요하다. 미래인력양성준비와 그에 따른 인력재교육, 산업재배치가 필연이다. 누가 일자리를 만드는가? 세금인가? 기업인가? 질 좋은 일자리는 누가 키워가는가? 정부인가? 앙트레프레너(Entrepreneur)인가? 선택은 노동의 미래인가, 산업의 미래인가? 결국 동전의 양면 아닌가? 마차가 말을 끌 수는 없다.문재인 정부 임기 중에 극적인 반전을 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다가오는 대선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기업의 고용확대를 가로막는 고용시장의 각종 장벽과 규제를 하나씩 정리하고 본격적인 일자리 뉴딜을 시행할 사람을 다음 대통령으로 뽑는 것이 중요하다. 일자리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기업에 각종 규제와 법적 제제로 고용환경을 악화시키고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을 펴서는 답이 없다. 세금일자리를 떠나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모험하는 길을 열어주는 찐 ‘일자리 뉴딜’을 이야기하는 후보를 찾을 시점이다.
  • [이근면의 사람이야기]청년세대 30년 삶 좌우할 내년 3월의 선택
    청년세대 30년 삶 좌우할 내년 3월의 선택
    송길호 기자 2021.09.02
    [이근면 초대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지난 1분기, 일자리가 32만개 느는 동안 2030일자리 10만개가 증발했다. 그 사이 5060 일자리는 41만개 늘었다. 기업은 대한민국을 떠나고, 청년 일자리는 줄고, 세금이 떨어지면 언제 사라질 지 모르는 정부 정책으로 만들어진 노인 일자리는 불안하다. 이대로라면 ‘이태백(이십 대 태반이 백수)’에서 모두가 백수가 되는 ‘모백수’의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문득 두렵다. 일자리 없이는 30년 후의 미래도, 꿈도 암울 할 뿐이다. 여야의 대선버스가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차 컷오프에서 살아남은 6명의 후보들이 이미 네 차례나 TV토론을 마쳤다. 국민의힘도 비전발표회를 실시하고 선관위를 출범시켰다. 선거일정이 숨가쁘게 진행되면서 개별 후보들의 정책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각 후보가 외교, 안보, 경제 등 분야별로 공약을 발표하며 대통령이 된 후 어떤 대한민국을 그릴 것인지 당원과 국민들에게 알리느라 여념이 없다.아직 경선 초반이고 정치에 갓 입문한 후보들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주요 대선 주자들의 비전, 정책, 공약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낮다. 여당의 지지율 선두 이재명 예비후보는 청년기본소득, 자발적 이직자 대상 구직 급여 지급, 청년주거불안 해소 등을 내세웠을 뿐 일자리 대책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캠프 차원에서 정부 재정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청년일자리 정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야당의 경우 최재형 예비후보는 노조의 기득권 철폐를 비롯한 노동개혁 의제에 힘을 주고 있을 뿐이고, 그나마 일자리 문제를 특정한 정책비전을 밝힌 유승민 예비후보는 경제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기조로 디지털혁신인재 100만명 양성, 사회서비스 일자리 100만개를 합해 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야당에서 지지율 1등을 달리고 있는 윤석열 예비후보는 규제철폐와 함께 기술혁신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향성만 제시했다. 심지어 모래 위에 집 짓겠다는 분들도 눈에 띈다일자리 창출의 기본이자 가장 확실한 길인 기업 활력 제고, 노동생산성 혁신, 그리고 글로벌 기업과도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경쟁력 확보와 같이 미래를 약속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야기 하고 있지 않다. 주거불안, 경제적 양극화와 사회적 고립의 심화, 결혼과 출산의 어려움과 같은 청년문제들의 뿌리는 결국 일자리 문제와 닿아 있다. 기본적으로 젊은이들이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국가의 복지정책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적으나마 땀 흘려 일하고 번 돈의 소중함을 아는 청년들에게 국가가 일자리의 질을 높여주고 다양한 안전판을 만들어 주는 방향으로 재정을 써야 한다. 일하지 않는 이들에게 얼마씩의 현금을 쥐어주는 정책은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도전과 인내, 진취와 극복이라는 청년정신만 잠식할 뿐이다. 일하지 않고도 정부가 제공해주는 현금성 복지정책으로만 하루하루 연명할 수 있다면 애써 취업을 위해 공부할 이유도, 힘들게 돈 모아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이유도 없다. 결국 일자리 문제 해결이 저출산 문제 해결의 시작이고 주택 문제의 기본이며 청년세대의 희망이자 국가의 미래다.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정치권에서 홀대 받던 청년 세대가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었다. 2030세대의 투표율도 높아지고 정치적 의사표현도 적극성을 띄기 시작했다. 이제 젊은이들의 표심을 얻지 않으면 선거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은 정당들이 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정책들을 우후죽순처럼 쏟아내고 있지만 공약을 반드시 시행하고 말겠다는 진정성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기에 어떤 정당, 어떤 후보를 택해야 할지 더더욱 알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2030세대가 내리는 결정이 그들의 50대, 60대 이후의 삶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일자리는 자꾸 줄어들고 괜찮은 일자리를 얻기 위한 경쟁은 날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대학만 나오면 웬만한 대기업은 골라서 갔던 시대는 이미 아련한 전설이 됐고 한 가정의 모든 열정과 자원을 한 명의 아이에게 몰빵해 좋은 대학에 들어간다 해도 괜찮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노오력’ 여하에 달려 있다. 지금 우리 모두 비록 어려운 시대를 버텨내고 있지만 우리의 노후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내 아이에겐 지금과 다른 세상을 남겨줘야 하지 않을까? 그 첫걸음은 어떤 정당, 어떤 후보가 일자리를 만들어낼 의지와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가려내고 선택하는 것이다. 정치, 경제, 외교, 국방 중에서 대통령이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외교와 국방은 대통령의 의지로 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외교와 국방은 다른 나라와의 상관 관계와 연계 관계 속에 있기 때문에 통밥이 맞아야 잘 되는 측면이 있다. 우리를 둘러싼 강대국에 강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입지를 확보하는 경제와 국방 없이 무슨 큰 소리 칠 수 있겠는가? 현재 우리의 처지를 돌이켜 봤을 때에 대통령이 잘할 수 있는 것은 결국은 경제이다. 이 또한 결국 해외 경제와 연동하지만 우리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얼마나 만들어줄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대통령이 잘 할 수 있는 일의 범주에 든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꾸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집중하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말로 하는 뉴딜이 아닌 진짜 뉴딜이 필요하다. 화려한 수식의 ‘디지털 뉴딜’ 보다 ‘일자리 뉴딜’이 먼저다. 누가 할 것인가?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정책, 이 문제를 먼저 심각하게 거론하는 대통령, 빌어먹지 않고 벌어 먹을 수 있게 해주는 그런 대통령. 과연 이번 대선주자 중에 그런 것을 우선하며 중시하는 사람이 있는가치열하게 궁리하지 않으면 일자리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만다. 결국 지금 힘겨운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젊은이들이 이 어려움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는 젊은이들 스스로가 결정한다. 그 누구도 당신의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누가 10만불을 벌 수 있는 시대를 열어줄 개척자인가. 사이비를 구분하는 “노오력”은 지금 세대의 책무이다.
  • [이근면의 사람이야기]다음 대통령의 약속, 1억씩 주면 좋겠다.
    다음 대통령의 약속, 1억씩 주면 좋겠다.
    송길호 기자 2021.08.05
    [이근면 초대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 대통령도 사람이다. 그런데 당선되면 당선 전 그 사람은 아니다. 마치 완전히 새로운 제 3자연 하여 누구?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무엇이 그들을 달라지게 한 것 일까? 임기 말에 가까울수록 장막과 권위로 겹겹이 싸여 있는 듯 행동한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다. 국민의 투표로 한 나라의 대표자가 결정된다는 이야기이다. 왕을 뽑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를 이끌어갈 반장을 국민들이 직접 ‘선택’ 하는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대통령 후보도 우리의 이웃이었고, 임기가 끝나는 5년 후엔 다시 이웃으로 돌아오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국민에게 위임 받은 대통령이라지만 당선 후의 모습을 보면 왕조시대의 왕이 떠오른다. 또다시 선거철이다. 요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바야흐로 대통령 시즌이다. 선거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당에선 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어떤 선거가 그렇지 않겠냐만 대한민국을 5년 간 이끌어 갈 대통령을 결정하기 위한 선거다 보니 레이스에 뛰어든 각 후보들의 말과 행동의 스케일도 웅장하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더 많은 돈을 나눠 주는지가 선거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듯 저마다 재정을 많이 쓰겠다고 경쟁하고 있는 듯 하다. 사이다 같은 시원한 말들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그 말들을 어떻게 책임지고, 이행하고, 검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 것 같다.대통령은 5년 간 나라의 살림을 살면서 한편으로 과거의 숙제를 해결하고 또 한편으론 미래의 청사진도 그려야 하는 자리다. 지금 나라 곳간에 여력이 있다고 펑펑 쓰면 다음 세대가 힘들어진다. 특히 돈을 나눠주는 정책은 지금 100만원을 나눠주면 다음 대통령은 500만원을, 그 다음 대통령은 1000만원을 나눠줘야 해 그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일단 한 번 받기 시작하면 그 돈을 거둬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돈을 바라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다. 다음 대통령의 약속은, ‘1억씩 나누어 주는 나라(1년에 10000%의 인플레이션도 각오해야 한다)’에 살 것인지, ‘1억씩 벌 수 있는 나라(세계 3위권 정도의 나라가 되어야 한다.)’ 에서 살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산업구조의 근본적인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 격변의 파고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한정된 자원을 운용하는 능력이 미래 경쟁의 척도이다. 퍼주기 공약은 산업구조의 대전환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전환할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것으로 국가의 장기적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선거판에 뛰어든 주자들이 정말 이야기해야 할 것은 10년, 20년 후 대한민국이 어디에 서 있을 것인가 하는 그림과 그 그림을 실현할 마스터플랜이어야 한다. 국가의 총체적인 경쟁력과 생산성을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인지, 이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그 과정에서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동참하게 할 것인지를 솔직히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선거에 희망이 있다. 지금 여야의 주요 후보들이 내세우는 담론으로는 대한민국의 장기적 성장과 발전을 담보하기 어려워 보인다.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유력 대권주자들의 상당수가 공평한 것과 공정한 것의 차이를 모르거나 도외시 한다는 점이다. 공평한 것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결과를 만드는 것이고 공정한 것은 모든 사람이 동일한 과정을 밟게 하는 것이다. 자유시장경제 체제 하에서는 과정의 공정함이 중요하다. 과정의 공정함을 위해 정말 도움이 필요한 하위 10~20%에 속한 이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이들이 최선을 다했을 때 계층 이동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주는 것 또한 국가의 역할이다.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도 국민이라는 이유로 똑같이 20만원, 30만원을 받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재원은 한정되어 있고 시간은 많지 않다.이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크기가 더 이상 대통령 한 사람의 결정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준이 아니게 되었다. 세계에서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큰 나라가 9개국밖에 없을 만큼 성장했다. 어느덧 대한민국은 대통령 한 사람이 국가운영의 대강과 토대를 흔들어서도 안 되고 흔들 수도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에서 이겼다고 선거 과정에서 제시한 모든 공약을 국민이 추인했다고 함부로 예단해서도 안 된다. 어느 선까지 나아가고 어느 선에서 멈춰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작은 배는 급하게 방향타를 돌려도 되지만 항공모함은 1도의 변침에도 목적지로부터 크게 벗어나게 된다. 큰 배가 된 대한민국은 이제 안정을 기반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나라다. 다음 대통령은 5년 임기 동안 급격한 정책 전환보다 어떤 정책이 국가의 미래와 현재에 과연 도움이 되는 것인지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한편의 무조건적 절대 지지를 너무도 쉽게 많이 보아왔다. 정당의 결정이 과연 민의이고 국익 인가도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우린 많은 시행착오와 굴곡진 결과들을 보아왔다. 이제 내 아이를 사랑으로 양육하고 교육하고 보살피 듯 다음 세대에 대한 책무를 다하는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우린 지도자들이 어떤 내일을 약속 할 것인지 지켜보아야 한다. 선거표가 아닌 아이를 키우는 심정으로. 대선 레이스에 분주한 후보들이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세대까지 감안한 국가운영의 철학과 국가경영 시스템을 이야기하길 기대해본다. 인격적으로도 국내외적으로도 자랑스럽고 부끄럽지 않은 대통령은 우리의 얼굴이고 자부심이어야 하는데 차고 넘치시는 분을 잘 관찰 해야 할 책임도 국민 몫이다. 누구랑 같이 일하고 도모하는지도, 올림픽 대표 선수급으로 구성된 책임 집단 인지도. 사람과 인사의 눈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헌데, 끼리 끼리 한 몫씩 하는 것을 과연 뿌리칠 수 있을까?). 우리는 운전사에게 운전대를 맡기지만 우측통행인지 좌측통행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를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잘 데려다 줄 운전사가 필요할 뿐이다.
  • [이근면의 사람이야기]'노조'가 주인공인 드라마
    '노조'가 주인공인 드라마
    송길호 기자 2021.07.01
    [이근면 초대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우리가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다양하다. 권선징악 이야기를 통해 속 시원한 결말에 짜릿함을 느끼거나 나와 비슷한 이야기를 보고 공감하거나 현실의 비유와 은유, 과장을 통해 치유의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상상 속의 일들이 펼쳐지는 모습을 보며 시대를 느끼기도 한다. 혹은 막장같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스토리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드라마 어떠십니까? 올해로 어느덧 입사한 지 35년이 됐다. 몇 년 전만 해도 진작 정년퇴임 했어야 할 나이지만 노조의 강력한 투쟁의 결과로 정년이 5년이나 연장되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지난 35년 동안 열심히 노조에 가입해 활동한 보람이 느껴진다. 노조는 나에겐 기댈 언덕이자 이 땅의 노동자들이 착취에서 해방되어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만들어 줄 유일한 희망이다. 노조가 없었다면 지금쯤 나는 연봉 1억도 못 받으며 매일같이 야근에 특근에 잔업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아니 진작 짤렸을 게 확실하다. 십 수 년 전 저성과자를 자르겠다고 회사가 칼을 뽑아들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어찌나 아찔한지. 내가 실적이 가장 낮다고 자르겠다고 하는데 세상에 등수가 낮다고 회사에서 자르는게 말이 되나? 서울대생 100명이 시험 쳐도 100등은 나오는 법이다. 그 때 노조가 강경하게 파업하지 않았다면 나는 진작 실업자가 되었을 것이다. 돌아보면 노조가 하라는 대로 열심히 파업하고 시위해서 그나마 이만큼 먹고 살게 된 것이다.세상은 내가 속한 노조를 귀족노조라 욕하지만 그건 사람들이 잘 모르고 하는 얘기다. 우리 노조 출신 선배들 여럿이 국회의원이 됐고 그 중엔 집권당 원내대표까지 지낸 사람이 있지만 자본가의 강고한 카르텔과 무시무시한 국가권력 앞엔 새 발의 피다. 이번에 노조 가입자격 요건을 바꿔 우리 회사 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사내 하청 노동자들을 노조에서 내보낸 걸 두고도 말이 많던데 억울하다. 우리보고 비정규직은 외면한 채 정규직 밥그릇만 챙긴다고 욕하지만 그건 비정규직 노조가 우리 정규직 노조의 말을 안 듣고 개별행동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었다. 아 또 얼마 전엔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비노조원들에게 우리 조합원들이 찾아가서 조금 세게 이야기했다고 그걸 또 테러라고 왜곡하는 기사도 났던데 이야기하다 보면 감정이 격해져서 욕도 좀 할 수 있고 어깨도 좀 밀칠 수 있는 것 아닌가? 언론의 호들갑은 정말 알아줘야 한다... 그럴 시간에 회사가 노조와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생산라인에 제공되던 와이파이를 끊은 만행을 고발하는 기사를 좀 쓰면 좋겠다. 노조가 열심히 투쟁해서 얻어낸 복지를 회사가 난데없이 끊어버리니 우리가 특근거부를 안할 수가 있나? 결국 사흘 만에 회사는 다시 와이파이를 제공하기로 했지만 있는 사람들이 더하다는 말이 실감난다.요 몇 년 간은 그래도 정부정책이 우리 노조가 그토록 목 놓아 외치던 것들을 담아내는 것 같아 뿌듯하다. 일주일에 52시간 이상 일 못하게 법으로 아예 못을 박고 최저임금도 팍팍 올리는 걸 보면 이제야 우리의 싸움이 조금 빛을 보는 것 같다. 자본가들과 보수 언론들이 주52시간제 통과되면 기업 망할 것처럼 엄살을 부리는데 우리가 매년 파업해봐서 아는데 회사가 그렇게 쉽게 안 망한다. 사람은 안 뽑으면서 일은 오래 시키려는 그런 못된 심보를 우리 노조가 앞장서서 꺾어버리고 더 많은 사람 뽑아서 돈도 더 많이 주라고 이번에 제대로 한 번 파업을 했으면 좋겠다. 생산라인에서 볼트만 열심히 조립해도 한 시간에 만오천원은 받을 수 있어야 그게 제대로 된 사회 아니겠나. 우리 노조의 이런 이상을 실현시켜 줄 정치인이 다음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힘 좀 팍팍 써야 할 텐데 요즘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걱정이다.나는 노조가 참 좋다. 노조가 하자는 대로만 하면 짤리지도 않고, 월급도 오르고, 승진도 하는데 어떻게 노조를 안 좋아할 수 있겠나? 내 아들, 내 손자도 이런 좋은 노조에 들어와서 사람답게 살아야 하는데 요즘 기업들이 자꾸 공장을 외국에 지으려 해서 큰일이다. 우리 회사만 해도 이번에 우리 공장에서 만들던 모델을 외국 공장으로 돌린다는데 좌시할 수 없다. 우리 공장 생산성이 낮다나 어쨌다나? 역대급 파업으로 손을 봐줘야 한다. 아 올해 우리 회사 적자폭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데 아무래도 그건 우리 봉급이 너무 적고 복지가 열악해서 그런 것 같은 느낌이다. 처우가 열악하면 아무래도 일할 의욕이 떨어지고 생산성도 낮아지지 않느냐 말이다. 그러니 매년 더 세게, 더 오래 파업을 해서 일자리도 만들고 월급도 올리고 복지도 늘려야겠다. 우리 후손들은 더 안락한 환경에서 더 많은 돈 받고 일하게 만들어 주는 게 시대의 사명 아니겠는가! 가자, 오늘도 파업이다!이 드라마는 픽션일까? 현실일까?세계는 하나의 경제 공동체이다. 평균적 경쟁력의 기반 위에 의식주와 생활에 소요되는 상품의 교역을 글로벌 단위의 분업 시스템으로 유지해 나가는게 현실이다. 각국은 펜데믹 이후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며 진짜 생존 전쟁을 치르기 시작했고, 경제적 회복과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과 국력을 집중하고 있다. 생산성 경쟁을 본격화하게 된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떤 준비를 하고있는가? 세계가 어찌됐던 부동산 같은 국내 문제에 발목 잡혀 국가차원 문제는 뒷전이고 공직자의 일탈에 눈과 귀가 쏠릴 동안 정작 서민들은 영끌에 빚투에 전월세에 한숨짓고 있다. 대선레이스에선 무엇이 국가적 꿈이고 비전일까?가 아닌 누가 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이니 전형적인 내부지향적 이슈와 쟁점이다. 세계적 흐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혁신적인 국가 경쟁력” 대책 마련에 실기 하고 있지는 않은지.이제 2030년에 주력이 될 청년세대는 어떤 생각과 참여, 선택을 하게 될까?이 노조의 드라마같은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이 생각은 과연 세계적 기준에 부합될까? 아닌가? 하는 것은 우리의 생존과 번영의 명제가 될 것이며 청년의 미래이며 내일이 될 것이다.
  • [이근면의 사람이야기]'기업의 정치적 책임' 새 이정표 세울때
    '기업의 정치적 책임' 새 이정표 세울때
    송길호 기자 2021.05.06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 2년 전 영국의 시장조사기업 입소스(ipsos)가 전 세계 23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직업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치인을 가장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단 8%에 그쳐 최하위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데 대한 실망감의 다른 표현이다.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어야 할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니 성별, 지역, 계층 간 갈등은 더욱 골이 깊어지고 탈조선, N포, 욜로 같은 신조어들이 횡행하게 된다. 반도체, 스마트폰, 조선에서 세계 1위를 휩쓸고 방탄소년단, 기생충이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 국민의 자랑거리가 되는 동안 우리 정치는 이념정치, 진영정치, 막말, 극한투쟁, 말바꾸기, 뻔뻔정치로 국민의 걱정거리가 되어 있다. 정치불신이 그저 정치에만 영향을 미치면 모르겠다. 하지만 정치불신은 정치인이 만드는 법과 제도, 정부운영 기조에 대한 사회 불신으로 이어지고, 그에 따른 사회적 신뢰의 약화는 사회적 비용증가로 이어져 기업의 경영활동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5년 단임 정부가 다수 국민의 반대와 전문가의 우려를 거슬러 무리하게 밀어붙인 각종 규칙이 정권이 바뀐 후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지는 경우를 무수히 보아오지 않았는가? 기업들은 장기적 안목에서 과감한 투자를 택하기보다 부동산에 투자하고 막대한 잉여자금을 금고에 쌓아두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될 것이고 이런 시간이 길어지면 결국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은 서서히 잠식되고 말 것이다. 결국 정치가 신뢰를 얻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경제 발전도 모래 위에 지은 집이 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의 최첨단을 달리는 미국은 기업의 반칙행위엔 엄격하지만 경제권력의 자유와 창의를 최대한 보장한다. 스웨덴은 기업과 노조 간의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 내 유럽에서 가장 파업을 많이 하는 나라에서 복지국가의 모범으로 탈바꿈했다. 어떤 모델이든 그 근저엔 정치권력에 대한 사회의 신뢰가 자리잡고 있다. ◇새로운 다양성을 이제 준비해야 한다우리 정치도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갈라진 틈을 메우고 한국이 G3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 정체되어 있는 한국 정치에 대한 국민적 질타가 쏟아질 때마다 혁신, 쇄신, 개혁을 표방하며 다양한 개선책을 내놨지만 극적인 변화는 잘 없었다. 새로 진입하는 사람들이 기존 정치권의 시각과 경험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물갈이를 해봐야 여전히 짠물일 뿐이다. 강물이 바다와 섞이는 기수역(汽水域)은 강물에 풍부한 영양물질과 바다에 풍부한 플랑크톤이 어우러져 어족자원의 성장에 더없이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정치라는 바다에 기업의 시각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 강물이 되어 기수역을 만들어야 산업현장에 꼭 필요한 제도와 법규가 도입되고 더욱 풍부한 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정치권에 뛰어들고 제3섹터의 학자, 전문가들이 이에 호응해 사회 전체적인 메아리가 될 때 정치는 다양성을 기반으로 우리 사회의 첨예한 이해충돌과 갈등을 더 폭넓게 포용할 수 있을 것이다.기업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이전까지의 음습한 정경유착과는 전혀 결이 다르다. 과거의 정경유착이 링 아래에서 절차와 규칙을 외면한 채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공생을 의미했다면 기업의 적극적인 정치관여는 링 위에서 규칙을 준수하면서 하나의 정치적 행위자로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과거 오너들이 정치와 불가근불가원식 관계를 지향했다면 미래의 오너들은 더욱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시도해야 한다. 세계최고의 기업을 만들어 낸 사람들이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 준다면 우리 정치의 스펙트럼도 넓어지고 실력도 더 성장하지 않겠는가? 신뢰받는 정치가 실력 있는 기업을 키워내는 날을 기대해본다.◇ESG를 넘어 ESGP(Political)를 향하여이제 우리의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 군사력은 세계 6위로 부상했다. 그러나 국격과 세계적 외교무대에서의 대접은 그만 못하고 발언권 조차 약하며 상존하는 지정학적 위기 속에 스스로의 운신의 폭을 가질만한 자강력도 보이지 않는다. 나라간 수많은 국제 이해를 담당하는 기구에서도 한국인의 진출은 미미하다. 세계의 흐름에 둔감해진 결과다. 세계 속의 대한민국의 위치를 어떻게 정립하자고 주장하는 지도자도 잘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국제적 자강을 부르짖고 세계의 G1,G2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꿈을 가져야 우리의 내일이 ‘안전’하다. 결국 경제력의 기반은 기업으로부터 출발한다.세계 속 기업을 더 많이 키워내는 것은 곧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최근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 경영이 기업 경영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기업의 자각과 책임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이러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더불어 참으로 중요한 책임과 역할이 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망하지 않는 기업으로 영속되어야 하고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 무엇보다 청년 세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과 유지에 진력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제는 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서 ‘기업의 정치적 책임’에서도 새로운 이정표와 전범을 세워나갈 때다. 한국은 세계사의 불가능에 늘 도전하는 정신으로 자유화, 산업화, 민주화, 문화적 세계화를 이룩한 불굴의 민족이기에 더 큰 성취를 이뤄낼 수 있다. 시대정신으로 보면 지금 기업의 책무와 소명은 우리를 세계 속으로 이끌어갈 기관차로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다하는 일이다.
  • [이근면의 사람이야기]일자리 사다리 만들 텐가, 1억씩 줄 텐가
    일자리 사다리 만들 텐가, 1억씩 줄 텐가
    안승찬 기자 2021.04.01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 한때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책이 유행한 적이 있다. 선진국들이 보호무역주의라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선 후 자유무역질서를 강요하는 것이 사다리를 걷어차 개발도상국이 올라서지 못하게 하는 행위라는 주장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런 사다리 걷어차기가 국가 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국가 안에서도 더 좋은 교육, 경제, 학업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각종 사다리가 있다. 모든 자원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기에 개인과 사회는 저마다 처한 환경과 역량에 근거해 노력과 경쟁을 하고 일부가 사다리 위로 올라가는 것이다.누구든 처음부터 사회 각 부문의 꼭대기로 올라갈 수는 없다. 밑바닥부터 경험과 실력을 쌓고 사다리 한 칸씩 차근차근 올라갈 수밖에 없다. 작은 것에서 시작해 큰 것으로,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약한 것에서 강한 것으로 점진적으로 교육받고 경험하고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 건강한 사회는 의지만 있다면 가급적 많은 이들이 얼마든지 경쟁해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어야 한다. 경쟁은 치열한데 사다리를 밟고 올라설 수 있도록 선택된 사람의 수가 너무 적으면 양극화는 심화한다. 높은 자리를 선점한 사람들이 손쉽게 사다리 시스템을 무력화한다면 공정의 가치가 위협받고 사회 구성원 간 불신이 팽배해질 것이다. 일반이 공감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많고 튼튼한 사다리 시스템이 자리 잡은 사회를 우리는 선진국이라 부른다.일자리, 취업 시장에도 사다리가 있다. 경기가 아무리 좋아도 모두가 선망하는 많은 급여, 좋은 복지를 제공하는 좋은 일자리는 늘 구직자 수보다 적다. 모든 일자리를 신의 직장으로 만드는 일은 유토피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현실에서의 최선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좋은 직장에 들어갈 능력을 갖출 수 있게 기회를 가급적 평등하게 제공하는 일일 것이다.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다양한 층위의 일자리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사다리가 잘 갖춰져 있지 않다. 가정 형편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다 졸업이 늦어지면 대기업 취업이 물 건너갔다는 말이 회자되고, 첫 직장이 중소기업이면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도 있다. 일부 어려움을 모두 극복하고 일자리 사다리를 밟고 올라서는 사례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취업 시장에서 뛰는 플레이어들의 합의된 인식이다. 누구나 원한다면 일할 수 있고, 기회가 오면 더 좋은 일자리로 옮겨갈 수 있는 사다리가 확충되어야 청년들의 좌절과 눈물을 닦아줄 수 있지 않겠는가.하지만 최근 대기업들의 수시채용으로 직원을 뽑는 추세는 일자리 사다리 확충이라는 측면에서 우려스럽다. 공채가 불필요한 스펙 쌓기, 과도한 수험 열풍으로 사회적 낭비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공평한 취업기회 보장이라는 측면에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제도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수시채용이 보편화되면 동일한 조건 하에서 공정한 평가의 잣대로 직원을 선발하는 공채제도의 장점이 사라진다. 해외연수, 인턴경험, 실무경험 등이 갖춰지지 않으면 문턱을 넘기 힘든 수시채용 제도 하에서는 좋은 인턴 자리를 제안해 줄 수 있는 학교 선배의 존재가 취업의 성패를 가르는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지 모른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고용환경의 유연성, 즉 취업, 퇴직, 전직이 자유롭지 않은 탓에 오히려 취업 기회는 박탈되고 기업 생산성과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신입사원을 대거 육성해 사회에 유용한 인력으로 공급하는 대기업 공채와 직원 육성제도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다. 학교와 기업, 학문과 실용, 질과 속도라는 격차와 간극을 줄이는 역할을 담당 해온 것은 물론, 전문가 양성과 일자리 이동을 위한 사회적 교육시스템에 일정부분 기여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공채제도를 없앤다면 사회적 역할과 공정성의 문제가 오히려 더 후퇴하는 결과를 빚게 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합리적 의사결정인지 대학과 국가 인재 양성시스템 간의 바람직한 방향인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오히려 부모찬스를 쓸 수 없는 계층의 공정한 채용기회를 없애는 사다리 걷어차기 일 수도 있다.작년에도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었다. 기업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기반과 경쟁력이 있을 때 우리에게 좋은 일자리는 많아진다. 정치경제 노동 사회적 환경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청년층 입장에서는 그들의 미래를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부자가 될 수 있는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다. 이들이 가난해지는 것을 어느 누가 바라겠는가. 어느 부모가 바라겠는가. 과연 일자리를 만드는데 앞장서는 정치인은 누구인가. 청년들에게 기본소득 1억씩 줄 수 있는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다면. 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를 누가 책임 질 것인가. 우리 아이들을 빌어먹게 할 것인가, 벌어먹게 할 것인가. 고기를 잡아 줄 것인가 잡는 방법을 알려줄 것인가. 결국 사다리론의 중요한 부분은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기회, 공평한 분배가 아닌 기여 한 만큼의 보상을 바라는 추세에 적합한 사회시스템에 있다.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직장선택의 사다리 통로를 더 넓히는 데 사회적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전통적 의미의 정규직 일자리가 급속도로 ‘긱’ 일자리로 대체되고, 일자리에 국경과 시간의 장벽이 없어지는 시대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우리 20대, 30대들이 멸종당하지 않고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층위의 일자리들을 자유자재로 옮겨 다닐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해보자.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좋은 사다리를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의 의지에 따라 당장 얼마든지 가능하다. 더 많은 기회, 더 공정한 기회가 모두에게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지금 이 시대, 이사회의 역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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