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부

김보겸

기자

김보겸의 일본in

  • "미국, 일본 거품경제 닮은꼴"…일본판 '닥터둠' 경고[김보겸의 일본in]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의 현재가 일본의 과거와 닮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에도 여전히 주식과 부동산 가격 오름세가 심상치 않은 모습은 과거 버블경제 시절 일본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경고다. 1980년대 일본 경제호황은 주가와 부동산가격을 역사적 고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사진=로이터)당시 일본 경제가 뒤늦은 긴축 여파로 폭락한 결과를 낳은 만큼 미국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는 확신에 가까운 우려가 나온다. 미국에 ‘닥터 둠(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 교수가 있다면, 일본에는 후지마키 다케시 일본 전 참의원이 있다. 지난 3일 출간한 신간 ‘X데이 도래, 자산은 이렇게 지켜라’에서 후지마키 전 의원은 이 같이 내다봤다. 후지마키 다케시 전 참의원은 그의 저서 ‘X데이 도래, 자산은 이렇게 지켜라’에서 미국도 과거 일본 버블경제 붕괴와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사진=아마존)1985년부터 1989년까지 이어진 일본 버블경제에서 닛케이지수 평균은 1만1542엔에서 3만8915엔으로 뛰었다. 5년 동안 주가가 3배 반 가까이 오른 것으로, 아직도 닛케이지수는 당시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토지 가격은 10배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가 다르게 주식과 부동산이 뛰는데도 일본 정부가 긴축 필요성을 간과한 것은 소비자물가지수가 이상하리만큼 낮았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에도 미치지 못했다. 경기가 좋으면 물가가 오른다는 원칙에서도 벗어난 모습이다. 원인은 엔고 현상에 있었다. 주요국을 상대로 경상수지 적자를 내던 미국이 달러화 가치를 끌어내리기 위해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엔화 가치가 치솟기 시작했다. 1984년 말 달러당 251엔 수준이던 엔·달러 환율은 1989년 말 143엔으로 떨어졌고(엔화 가치 상승) 1990년 말에는 135엔까지 하락했다. 자산 인플레이션이라는 강력한 요인을 엔고라는 초(超)디플레이션 요인이 상쇄시키면서 소비자물가지수가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1996년 7월 달러당 110.23엔으로 엔·달러 환율이 떨어진 모습.(사진=AFP)결국 성장의 단물에 취한 나머지 일본 정부는 금융긴축 시기를 놓쳤다. 뒤늦게 금리를 연 6%까지 인상하고 부동산 관련 융자 총량 규제를 도입하는 등 통화 긴축에 나섰지만 버블 붕괴를 피할 수 없었다. 1990년 주식과 부동산이 동시에 폭락하면서 잃어버린 30년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플라자 합의의 주역인 스미다 사토시 당시 일본은행 총재 역시 이 사실을 뼈저리게 반성하기도 했다. 그는 “자산가격만 치솟고 소비자물가지수가 상승하지 않은 건 일본에서 처음이었고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였다”며 “일본은행은 소비자물가지수에만 정신이 팔려 자산가격 급등을 예의주시하지 못했으며 이 때문에 긴축이 늦어졌다”고 회고했다. 지금 미국 상황을 보면 버블경제 당시의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후지마키 전 의원의 주장이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도 부동산 가격과 주가가 치솟았다는 것이다. 미국 주택가격지수는 지난 2021년 18.8%, 2020년 10% 상승했다.(사진=AFP)미국 주요 도시들의 평균 집값 추세를 측정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지난해에만 18.8% 올랐다. 1987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34년 만에 최고치다. 2020년에도 10% 넘게 상승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기록적인 저금리에 너도 나도 돈을 빌려 내집마련에 나선 영향이다. 막대한 유동성이 풀리면서 투자처를 잃은 돈들은 주식시장에도 흘러들어갔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작년에만 24.62% 올랐다. 후지마키 전 의원은 “예외는 있을지라도 일반적으로 주식으로 모두가 돈을 벌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그는 “연준이 일본 버블로부터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활용하지 않은 건 유감”이라면서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의 지적대로 긴축이 지연될수록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보겸 기자 2022.08.29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의 현재가 일본의 과거와 닮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에도 여전히 주식과 부동산 가격 오름세가 심상치 않은 모습은 과거 버블경제 시절 일본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경고다. 1980년대 일본 경제호황은 주가와 부동산가격을 역사적 고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사진=로이터)당시 일본 경제가 뒤늦은 긴축 여파로 폭락한 결과를 낳은 만큼 미국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는 확신에 가까운 우려가 나온다. 미국에 ‘닥터 둠(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 교수가 있다면, 일본에는 후지마키 다케시 일본 전 참의원이 있다. 지난 3일 출간한 신간 ‘X데이 도래, 자산은 이렇게 지켜라’에서 후지마키 전 의원은 이 같이 내다봤다. 후지마키 다케시 전 참의원은 그의 저서 ‘X데이 도래, 자산은 이렇게 지켜라’에서 미국도 과거 일본 버블경제 붕괴와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사진=아마존)1985년부터 1989년까지 이어진 일본 버블경제에서 닛케이지수 평균은 1만1542엔에서 3만8915엔으로 뛰었다. 5년 동안 주가가 3배 반 가까이 오른 것으로, 아직도 닛케이지수는 당시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토지 가격은 10배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가 다르게 주식과 부동산이 뛰는데도 일본 정부가 긴축 필요성을 간과한 것은 소비자물가지수가 이상하리만큼 낮았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에도 미치지 못했다. 경기가 좋으면 물가가 오른다는 원칙에서도 벗어난 모습이다. 원인은 엔고 현상에 있었다. 주요국을 상대로 경상수지 적자를 내던 미국이 달러화 가치를 끌어내리기 위해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엔화 가치가 치솟기 시작했다. 1984년 말 달러당 251엔 수준이던 엔·달러 환율은 1989년 말 143엔으로 떨어졌고(엔화 가치 상승) 1990년 말에는 135엔까지 하락했다. 자산 인플레이션이라는 강력한 요인을 엔고라는 초(超)디플레이션 요인이 상쇄시키면서 소비자물가지수가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1996년 7월 달러당 110.23엔으로 엔·달러 환율이 떨어진 모습.(사진=AFP)결국 성장의 단물에 취한 나머지 일본 정부는 금융긴축 시기를 놓쳤다. 뒤늦게 금리를 연 6%까지 인상하고 부동산 관련 융자 총량 규제를 도입하는 등 통화 긴축에 나섰지만 버블 붕괴를 피할 수 없었다. 1990년 주식과 부동산이 동시에 폭락하면서 잃어버린 30년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플라자 합의의 주역인 스미다 사토시 당시 일본은행 총재 역시 이 사실을 뼈저리게 반성하기도 했다. 그는 “자산가격만 치솟고 소비자물가지수가 상승하지 않은 건 일본에서 처음이었고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였다”며 “일본은행은 소비자물가지수에만 정신이 팔려 자산가격 급등을 예의주시하지 못했으며 이 때문에 긴축이 늦어졌다”고 회고했다. 지금 미국 상황을 보면 버블경제 당시의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후지마키 전 의원의 주장이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도 부동산 가격과 주가가 치솟았다는 것이다. 미국 주택가격지수는 지난 2021년 18.8%, 2020년 10% 상승했다.(사진=AFP)미국 주요 도시들의 평균 집값 추세를 측정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지난해에만 18.8% 올랐다. 1987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34년 만에 최고치다. 2020년에도 10% 넘게 상승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기록적인 저금리에 너도 나도 돈을 빌려 내집마련에 나선 영향이다. 막대한 유동성이 풀리면서 투자처를 잃은 돈들은 주식시장에도 흘러들어갔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작년에만 24.62% 올랐다. 후지마키 전 의원은 “예외는 있을지라도 일반적으로 주식으로 모두가 돈을 벌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그는 “연준이 일본 버블로부터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활용하지 않은 건 유감”이라면서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의 지적대로 긴축이 지연될수록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현실판 탑건' 찍은 펠로시에 日 어부지리 왜[김보겸의 일본in]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지난 2일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면서 ‘현실판 탑건’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중국은 펠로시가 대만에 도착하기 전날부터 군용기 21대를 띄워 대만 해협 인근에서 비행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후시진 환구시보 전 편집장이 “펠로시가 탄 비행기를 격추시켜야 한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36년만에 속편 개봉한 ‘탑건:매버릭’. 펠로시 대만 방문에서 ‘현실판 탑건’을 떠올렸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사진=영화 탑건)아무리 미국과 앙숙 관계인 중국이라고 해도 미 권력 3위를 겨냥한 발언은 선전포고가 될 수 있는 상황. 미국은 로널드 레이건호 항모 전단과 강습상륙함 트리폴리호를 대만 동남쪽 1000km 지점에 대기시켰다. 펠로시를 태운 미군 F-15 전투기 8대와 공중 급유기 5대가 편대비행하며 그를 호위하는 모습은 현실판 탑건을 방불케 했다. 중국 군용 헬기들이 4일 대만과 인접한 중국 푸젠성 핑탄섬 상공을 지나고 있다. (사진=AFP)영화 ‘탑건’을 통해서도 미중 간 기싸움이 드러난 바 있다. 36년만에 돌아온 ‘탑건: 매버릭’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대만 국기와 일장기가 새겨진 가죽 점퍼를 입고 나타났다. 1960년대 일본과 대만 일대에서 미 해군으로 복무한 것을 기념한 아버지의 유품이라는 설정이다. 중국 텐센트와 투자 계약을 맺으면서 사라진 대만 국기가 텐센트가 ‘친미영화’ 지적에 투자를 철회하면서 다시 등장한 것이다. 이를 두고 할리우드 영화계도 차이나 머니를 더는 의식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영화 ‘탑건: 매버릭’ 속 한 장면. 톰 크루즈가 대만 국기가 그려진 점퍼를 입고 있는 모습. (사진=트위터)미중갈등이 고조되면서 일본이 어부지리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미국과 중국이 장기적으로 대립 구도를 띠면서 중국은 미 달러화 외화채권 보유 비율을 낮추고 일본 엔화 국채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의 희망사항에 그치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실제 미 재무부에 따르면 중국이 확보한 미국 국채는 5월 말 기준으로 전달보다 226억달러 줄어든 9807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2년만에 1조달러를 밑도는 수준이다.한때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빚을 진 국가는 중국이었다. 2013년까지만 해도 중국은 미 국채를 1조3000억달러가량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무역갈등이 본격화하면서 중국은 미국 국채를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중국이 미국 경기를 침체시키려 일부러 매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 국채 가격을 떨어뜨리고 금리 상승을 일으켜 미국 경제 전반 비용 증가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미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달러패권에 맞서기 위해 미국 채권을 매각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바타 사토시 일본 금융청 종합정책국 총무과장은 “중국은 20년도 전부터 외환보유에서 미국 달러가 차지하는 비율을 계획적으로 낮추고 있다”고 밝혔다. 달러 의존도를 낮춰 다른 통화로 분산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미국 국채를 줄이는 한편 일본 국채를 사들이고 있어 주목된다. 2021년 말 기준으로 중국이 확보한 일본 국채는 24조엔 규모로 전년보다 50% 늘어난 수준이다. 닛케이는 “중국이 미 국채 보유를 줄여서 확보한 자금으로 일본 국채 매입을 늘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톰 크루즈 점퍼에 등장한 대만 국기와 펠로시의 대만 방문에서 보듯 미중갈등은 앞으로도 첨예한 형태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고래 싸움에서 일본은 어부지리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겠다며 기대하는 모습이다. 시바타 총무과장은 “중국이 중요하게 여기는 안전성과 유동성, 자산가치 유지 등의 조건을 충족하는 대상은 한정적”이라며 “엔화가 그 중 하나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보겸 기자 2022.08.14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지난 2일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면서 ‘현실판 탑건’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중국은 펠로시가 대만에 도착하기 전날부터 군용기 21대를 띄워 대만 해협 인근에서 비행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후시진 환구시보 전 편집장이 “펠로시가 탄 비행기를 격추시켜야 한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36년만에 속편 개봉한 ‘탑건:매버릭’. 펠로시 대만 방문에서 ‘현실판 탑건’을 떠올렸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사진=영화 탑건)아무리 미국과 앙숙 관계인 중국이라고 해도 미 권력 3위를 겨냥한 발언은 선전포고가 될 수 있는 상황. 미국은 로널드 레이건호 항모 전단과 강습상륙함 트리폴리호를 대만 동남쪽 1000km 지점에 대기시켰다. 펠로시를 태운 미군 F-15 전투기 8대와 공중 급유기 5대가 편대비행하며 그를 호위하는 모습은 현실판 탑건을 방불케 했다. 중국 군용 헬기들이 4일 대만과 인접한 중국 푸젠성 핑탄섬 상공을 지나고 있다. (사진=AFP)영화 ‘탑건’을 통해서도 미중 간 기싸움이 드러난 바 있다. 36년만에 돌아온 ‘탑건: 매버릭’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대만 국기와 일장기가 새겨진 가죽 점퍼를 입고 나타났다. 1960년대 일본과 대만 일대에서 미 해군으로 복무한 것을 기념한 아버지의 유품이라는 설정이다. 중국 텐센트와 투자 계약을 맺으면서 사라진 대만 국기가 텐센트가 ‘친미영화’ 지적에 투자를 철회하면서 다시 등장한 것이다. 이를 두고 할리우드 영화계도 차이나 머니를 더는 의식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영화 ‘탑건: 매버릭’ 속 한 장면. 톰 크루즈가 대만 국기가 그려진 점퍼를 입고 있는 모습. (사진=트위터)미중갈등이 고조되면서 일본이 어부지리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미국과 중국이 장기적으로 대립 구도를 띠면서 중국은 미 달러화 외화채권 보유 비율을 낮추고 일본 엔화 국채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의 희망사항에 그치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실제 미 재무부에 따르면 중국이 확보한 미국 국채는 5월 말 기준으로 전달보다 226억달러 줄어든 9807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2년만에 1조달러를 밑도는 수준이다.한때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빚을 진 국가는 중국이었다. 2013년까지만 해도 중국은 미 국채를 1조3000억달러가량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무역갈등이 본격화하면서 중국은 미국 국채를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중국이 미국 경기를 침체시키려 일부러 매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 국채 가격을 떨어뜨리고 금리 상승을 일으켜 미국 경제 전반 비용 증가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미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달러패권에 맞서기 위해 미국 채권을 매각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바타 사토시 일본 금융청 종합정책국 총무과장은 “중국은 20년도 전부터 외환보유에서 미국 달러가 차지하는 비율을 계획적으로 낮추고 있다”고 밝혔다. 달러 의존도를 낮춰 다른 통화로 분산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미국 국채를 줄이는 한편 일본 국채를 사들이고 있어 주목된다. 2021년 말 기준으로 중국이 확보한 일본 국채는 24조엔 규모로 전년보다 50% 늘어난 수준이다. 닛케이는 “중국이 미 국채 보유를 줄여서 확보한 자금으로 일본 국채 매입을 늘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톰 크루즈 점퍼에 등장한 대만 국기와 펠로시의 대만 방문에서 보듯 미중갈등은 앞으로도 첨예한 형태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고래 싸움에서 일본은 어부지리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겠다며 기대하는 모습이다. 시바타 총무과장은 “중국이 중요하게 여기는 안전성과 유동성, 자산가치 유지 등의 조건을 충족하는 대상은 한정적”이라며 “엔화가 그 중 하나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 세계는 왜 '일본 하락'에 베팅할까[김보겸의 일본in]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30년 전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는 영국 파운드화 하락에 베팅했다. 당시 영국이 하던 ‘환율조절 메커니즘(ERM)’은 파운드화가 6% 넘게 떨어지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도록 되어 있었는데, 인위적 개입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결과는 영국 국부를 흡수해 10억달러어치를 벌어들인 소로스의 성공. 1992년 영국은행을 상대로 공매도 전쟁서 승리를 거둔 ‘헤지펀드 대부’ 조지 소로스.(사진=AFP)때아닌 영국을 소환한 이유는 2022년 현재 헤지펀드들이 일본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로스의 성공이 귀감이 된 헤지펀드들은 일본은행(BOJ)을 상대로 공매도 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싱가포르 소재 헤지펀드인 그래티큘에셋매니지먼트는 5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세계 국채 시장에서 가장 숏을 치기 유망한 시장은 일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 인플레 압박에 너나할 것 없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선 일본은행도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일본 국채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확신이다. 세계 투자자들이 일본의 하락을 예상하고 매도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일본 팔자’(日本賣り)다. 일본 성장성에 대한 기대도 바닥을 치고 있다. 900조원의 자산 중 주로 글로벌 시장에 집중하는 미국 자산운용사 AB자산운용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하반기 시장 전망 간담회를 열고, 일본과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아시아 지역으로 나눠 성장성 있는 기업 비율을 비교했다. 전 세계에서 성장성 있는 기업의 22%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 분포해 있으며, 일본에는 3%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미국 기업에 투자하라”는 요지의 간담회였지만, 일본을 향한 평가도 의미심장하다. AB자산운용은 지난 27일 성장성 있는 일본 기업은 전 세계에서 3% 뿐이라고 분석했다.(사진=AB자산운용)전 세계 투자자들이 ‘일본 팔자’에 나서는 건 돈으로 증시를 끌어올리겠다는 ‘아베노믹스’를 실시하는 동안 기업이 기초체력을 기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증시 시가총액 비율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베노믹스 실시 초기인 2012년 말 7.2%에서 올해 6월말 5.5%로 하락했다. 공교롭게도 일본 상장기업들의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투자 비율은 2012년 이후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막대한 유동성에 안심한 일본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 개발에 투자하려는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억만장자 기업인수의 왕’이라 불리는 헨리 크래비스 KKR 창업자도 “일본 경영자들은 실패를 두려워해 구조개혁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와중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개혁에 나선 기업과 안주한 기업의 차이는 크다. 시작은 똑같이 전자제품 업체였지만 혼다자동차와 손을 잡고 전기차 경쟁에 뛰어든 나간 소니와 뒤처진 파나소닉이 대표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니는 아베노믹스가 끌어올린 증시를 기회로 삼아 증자자에 나섰고, 성장분야는 투자하고 비핵심사업은 철수한 결과, 아베노믹스를 실시한 2012년 11월부터 지난 27일까지 닛케이지수가 3.2배 오르는 동안 13.4배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그렇지 못한 파나소닉은 2.9배로, 지수 성장률을 밑돌았다.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사장(왼쪽)과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오른쪽)이 지난 3월4일 올해 안에 모빌리티서비스와 전기차 개발을 위한 신규 회사를 공동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사진=AFP)다만 일본 성장성에 대한 낮은 기대를 바탕으로 ‘일본 하락’에 베팅한 헤지펀드들이 아직은 웃지 못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완강하게 금리 인상은 없다고 밝히면서다. 지난달 외국계 헤지펀드들은 4조5000억엔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로 장기국채를 순매도했다. 일본은행은 한 술 더 떴다. 장기국채 금리 상한인 0.25%를 맞추기 위해 16조엔어치를 사들였다. 이 역시 역대 최고 금액이다. 결국 장기국채 이율은 발행 후 최저 수준인 0.095%까지 떨어졌고 채권 가격은 급상승했다. 공매도 세력은 평가손을 입었으며, 일본은행의 1라운드 판정승이다. 다만 일본은행이 언제까지고 국채를 사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본 기업들이 스스로 설 수 있는 성장성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승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행의 고집스런 금융완화책이 아니라 펀더멘털을 키운 일본 기업들이 스스로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할 때 ‘일본 팔자’는 멈추지 않을까.
    김보겸 기자 2022.08.01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30년 전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는 영국 파운드화 하락에 베팅했다. 당시 영국이 하던 ‘환율조절 메커니즘(ERM)’은 파운드화가 6% 넘게 떨어지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도록 되어 있었는데, 인위적 개입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결과는 영국 국부를 흡수해 10억달러어치를 벌어들인 소로스의 성공. 1992년 영국은행을 상대로 공매도 전쟁서 승리를 거둔 ‘헤지펀드 대부’ 조지 소로스.(사진=AFP)때아닌 영국을 소환한 이유는 2022년 현재 헤지펀드들이 일본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로스의 성공이 귀감이 된 헤지펀드들은 일본은행(BOJ)을 상대로 공매도 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싱가포르 소재 헤지펀드인 그래티큘에셋매니지먼트는 5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세계 국채 시장에서 가장 숏을 치기 유망한 시장은 일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 인플레 압박에 너나할 것 없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선 일본은행도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일본 국채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확신이다. 세계 투자자들이 일본의 하락을 예상하고 매도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일본 팔자’(日本賣り)다. 일본 성장성에 대한 기대도 바닥을 치고 있다. 900조원의 자산 중 주로 글로벌 시장에 집중하는 미국 자산운용사 AB자산운용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하반기 시장 전망 간담회를 열고, 일본과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아시아 지역으로 나눠 성장성 있는 기업 비율을 비교했다. 전 세계에서 성장성 있는 기업의 22%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 분포해 있으며, 일본에는 3%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미국 기업에 투자하라”는 요지의 간담회였지만, 일본을 향한 평가도 의미심장하다. AB자산운용은 지난 27일 성장성 있는 일본 기업은 전 세계에서 3% 뿐이라고 분석했다.(사진=AB자산운용)전 세계 투자자들이 ‘일본 팔자’에 나서는 건 돈으로 증시를 끌어올리겠다는 ‘아베노믹스’를 실시하는 동안 기업이 기초체력을 기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증시 시가총액 비율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베노믹스 실시 초기인 2012년 말 7.2%에서 올해 6월말 5.5%로 하락했다. 공교롭게도 일본 상장기업들의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투자 비율은 2012년 이후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막대한 유동성에 안심한 일본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 개발에 투자하려는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억만장자 기업인수의 왕’이라 불리는 헨리 크래비스 KKR 창업자도 “일본 경영자들은 실패를 두려워해 구조개혁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와중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개혁에 나선 기업과 안주한 기업의 차이는 크다. 시작은 똑같이 전자제품 업체였지만 혼다자동차와 손을 잡고 전기차 경쟁에 뛰어든 나간 소니와 뒤처진 파나소닉이 대표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니는 아베노믹스가 끌어올린 증시를 기회로 삼아 증자자에 나섰고, 성장분야는 투자하고 비핵심사업은 철수한 결과, 아베노믹스를 실시한 2012년 11월부터 지난 27일까지 닛케이지수가 3.2배 오르는 동안 13.4배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그렇지 못한 파나소닉은 2.9배로, 지수 성장률을 밑돌았다.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사장(왼쪽)과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오른쪽)이 지난 3월4일 올해 안에 모빌리티서비스와 전기차 개발을 위한 신규 회사를 공동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사진=AFP)다만 일본 성장성에 대한 낮은 기대를 바탕으로 ‘일본 하락’에 베팅한 헤지펀드들이 아직은 웃지 못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완강하게 금리 인상은 없다고 밝히면서다. 지난달 외국계 헤지펀드들은 4조5000억엔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로 장기국채를 순매도했다. 일본은행은 한 술 더 떴다. 장기국채 금리 상한인 0.25%를 맞추기 위해 16조엔어치를 사들였다. 이 역시 역대 최고 금액이다. 결국 장기국채 이율은 발행 후 최저 수준인 0.095%까지 떨어졌고 채권 가격은 급상승했다. 공매도 세력은 평가손을 입었으며, 일본은행의 1라운드 판정승이다. 다만 일본은행이 언제까지고 국채를 사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본 기업들이 스스로 설 수 있는 성장성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승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행의 고집스런 금융완화책이 아니라 펀더멘털을 키운 일본 기업들이 스스로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할 때 ‘일본 팔자’는 멈추지 않을까.
  • "절대, 절대로!" 구로다 돌직구에 쏟아지는 우려[김보겸의 일본in]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인의 말하기 특징으로는 ‘혼네(本音·속마음)와 다테마에(建前·겉마음)’가 따로 있다는 점이 꼽힌다. 법보다는 칼이 가까웠던 전국시대를 거치며 속마음을 표현했다가 자칫 화를 입을 수 있으니 마음과는 다른 말을 하는 것이 보편화됐다는 설명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사진=AFP)한 마디에 주가와 부동산이 출렁이는 중앙은행 총재들도 모호한 표현을 쓰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다테마에가 지배하는 일본의 중앙은행 총재라면 어떨까. 지난 21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물가 상승과 엔화 약세에도 “금리 인상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함축적 의도가 많아 ‘일본은행 문학’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일까. 일본 언론들도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을 두 번씩이나 사용해 (금리인상 가능성을) 확실히 부정했다”(아사히신문), “금융완화 미세 조정조차 단호히 부인했다”(니혼게이자이신문)며 구로다의 완강한 발언에 집중했다. ◇구로다, 왜 시장에 돌직구 날리나 일본의 현 상황은 제로금리 고집으로 일관하기에는 만만치 않다. 6월 소비자물가는 3개월째 2%대를 넘고 있는데, 이는 7년만에 최고치다. 6월 기업물가지수도 9.2%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엔달러 환율은 24년 전 수준인 136엔대로 내려앉았다. 원화 대비로도 100엔에 963원 수준으로 약세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리인상은 없다”는 구로다의 확인사살에 엔화 약세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경제 회복과 고용 안정 상황이 나아졌다고 판단되면 금융완화 정책 재검토를 고려하겠다”정도로 모호하게 말하는 것이 중앙은행 총재의 미덕일진대, 구로다는 왜 오히려 시장과 정면으로 맞붙는 것일까. 먼저 일본의 현재 경제 상황이 일본은행이 지난 8년간 그려 온 그림과 맞아떨어진다는 해석이 있다. ‘돈으로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아베노믹스’ 파트너로 낙점된 구로다는 취임 직후인 2013년 4월부터 ‘물가상승률 2%’ 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그야말로 돈을 찍어냈다. 기업과 가계가 소비를 하면 기업 수익이 늘고, 임금과 물가도 차례로 오르는 선순환을 기대하면서다. 하지만 버블 공포를 겪은 일본인들은 풀린 돈을 쓰기보다는 저축하기 급급했다. 결과는 만성 디플레이션. 이런 상황에서 드디어 2%대 인플레를 달성했으니 일본은행으로서는 반갑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일본은행은 현재 인플레가 일시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작년 발표한 물가전망에서 2023년에는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이 줄면서 물가상승률이 1.4%가 될 것이라 봤으며, 2024년은 1.3%로 내려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때문에 구로다는 당분간 금융완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한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사진=AFP)엔화 가치 하락을 두려워하지 않는 구로다의 모습이 ‘기축통화국으로서의 자신감’ 아니냐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엔화와 마찬가지로 국제통화기금(IMF) 기축통화 기준을 충족하는 유로화를 쓰는 유럽연합(EU)도 인플레 우려에 백기를 들었다. 구로다가 “금리인상은 절대 없다”고 발언한 같은날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시장 예상치보다 두 배 올린 0.5%포인트 인상(빅스텝)에 나서면서다. 다나카 사토시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ECB가 빅스텝에 나선 건 달러 강세에 대한 대항 조치와 유로화 약세를 경계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ECB가 마이너스 금리를 탈출한 데에는 20년 만에 유로화가 달러의 패리티(등가)를 밑돈 데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사진=AFP)◇구로다 고집, 지는 싸움으로 이어질까시장에선 오히려 구로다의 돌직구가 ‘지는 싸움’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먼저 엔화 약세가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쿠마노 히데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약세 시그널이 강할수록 추세가 생겨버릴 수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가 인용한 것이 환율 이론에 정통한 루디거 돈부시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전 경제학과 교수의 이론인데, 환율에는 자기실현적인 변동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모두가 엔화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실제로도 엔화 가치가 하락한다는 의미다. 안 그래도 외국계 헤지펀드들은 “구로다가 지는 싸움을 하고있다”며 엔화를 내다 팔고 있는데, 이들이 더더욱 투기적 의도를 가지고 공격적으로 엔화 매도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쿠마노의 설명이다. 엔화 가치 떨어지면 당장 수출기업들은 좋겠지만 가계나 내수용 기업들에게 치명타로 돌아와 일본 경제가 수렁에 빠질 수 있다. 구로다가 유지하겠다고 밝힌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 역시 본고장인 미국에서조차 ‘눈물로 막을 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될뿐더러 막대하게 사들인 부채가 중앙은행의 재무위험을 높인다는 부작용 때문이다. 타카히데 키우치 노무라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이야말로 미국의 YCC 실패 사례를 바탕으로 YCC를 포기해 금융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구로다의 금융완화책은 일본 경제의 고질병인 디플레를 해소하기 위해 부작용을 알고서도 실시한 측면이 있다. 일본 경제에 유동성을 수혈하는 동안 정부는 재정을 건전화하고 기업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등 체질개선이 동반됐어야 하지만 금융완화에만 의존하면서 지는 싸움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구로다가 금융완화를 시작했을 때와 현재는 상황이 바뀌었다. 디플레에 시달리던 일본도 인플레를 걱정할 단계에 이르렀으며, 아베노믹스에도 마침표를 찍을 때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김보겸 기자 2022.07.24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인의 말하기 특징으로는 ‘혼네(本音·속마음)와 다테마에(建前·겉마음)’가 따로 있다는 점이 꼽힌다. 법보다는 칼이 가까웠던 전국시대를 거치며 속마음을 표현했다가 자칫 화를 입을 수 있으니 마음과는 다른 말을 하는 것이 보편화됐다는 설명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사진=AFP)한 마디에 주가와 부동산이 출렁이는 중앙은행 총재들도 모호한 표현을 쓰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다테마에가 지배하는 일본의 중앙은행 총재라면 어떨까. 지난 21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물가 상승과 엔화 약세에도 “금리 인상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함축적 의도가 많아 ‘일본은행 문학’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일까. 일본 언론들도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을 두 번씩이나 사용해 (금리인상 가능성을) 확실히 부정했다”(아사히신문), “금융완화 미세 조정조차 단호히 부인했다”(니혼게이자이신문)며 구로다의 완강한 발언에 집중했다. ◇구로다, 왜 시장에 돌직구 날리나 일본의 현 상황은 제로금리 고집으로 일관하기에는 만만치 않다. 6월 소비자물가는 3개월째 2%대를 넘고 있는데, 이는 7년만에 최고치다. 6월 기업물가지수도 9.2%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엔달러 환율은 24년 전 수준인 136엔대로 내려앉았다. 원화 대비로도 100엔에 963원 수준으로 약세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리인상은 없다”는 구로다의 확인사살에 엔화 약세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경제 회복과 고용 안정 상황이 나아졌다고 판단되면 금융완화 정책 재검토를 고려하겠다”정도로 모호하게 말하는 것이 중앙은행 총재의 미덕일진대, 구로다는 왜 오히려 시장과 정면으로 맞붙는 것일까. 먼저 일본의 현재 경제 상황이 일본은행이 지난 8년간 그려 온 그림과 맞아떨어진다는 해석이 있다. ‘돈으로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아베노믹스’ 파트너로 낙점된 구로다는 취임 직후인 2013년 4월부터 ‘물가상승률 2%’ 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그야말로 돈을 찍어냈다. 기업과 가계가 소비를 하면 기업 수익이 늘고, 임금과 물가도 차례로 오르는 선순환을 기대하면서다. 하지만 버블 공포를 겪은 일본인들은 풀린 돈을 쓰기보다는 저축하기 급급했다. 결과는 만성 디플레이션. 이런 상황에서 드디어 2%대 인플레를 달성했으니 일본은행으로서는 반갑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일본은행은 현재 인플레가 일시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작년 발표한 물가전망에서 2023년에는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이 줄면서 물가상승률이 1.4%가 될 것이라 봤으며, 2024년은 1.3%로 내려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때문에 구로다는 당분간 금융완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한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사진=AFP)엔화 가치 하락을 두려워하지 않는 구로다의 모습이 ‘기축통화국으로서의 자신감’ 아니냐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엔화와 마찬가지로 국제통화기금(IMF) 기축통화 기준을 충족하는 유로화를 쓰는 유럽연합(EU)도 인플레 우려에 백기를 들었다. 구로다가 “금리인상은 절대 없다”고 발언한 같은날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시장 예상치보다 두 배 올린 0.5%포인트 인상(빅스텝)에 나서면서다. 다나카 사토시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ECB가 빅스텝에 나선 건 달러 강세에 대한 대항 조치와 유로화 약세를 경계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ECB가 마이너스 금리를 탈출한 데에는 20년 만에 유로화가 달러의 패리티(등가)를 밑돈 데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사진=AFP)◇구로다 고집, 지는 싸움으로 이어질까시장에선 오히려 구로다의 돌직구가 ‘지는 싸움’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먼저 엔화 약세가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쿠마노 히데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약세 시그널이 강할수록 추세가 생겨버릴 수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가 인용한 것이 환율 이론에 정통한 루디거 돈부시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전 경제학과 교수의 이론인데, 환율에는 자기실현적인 변동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모두가 엔화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실제로도 엔화 가치가 하락한다는 의미다. 안 그래도 외국계 헤지펀드들은 “구로다가 지는 싸움을 하고있다”며 엔화를 내다 팔고 있는데, 이들이 더더욱 투기적 의도를 가지고 공격적으로 엔화 매도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쿠마노의 설명이다. 엔화 가치 떨어지면 당장 수출기업들은 좋겠지만 가계나 내수용 기업들에게 치명타로 돌아와 일본 경제가 수렁에 빠질 수 있다. 구로다가 유지하겠다고 밝힌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 역시 본고장인 미국에서조차 ‘눈물로 막을 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될뿐더러 막대하게 사들인 부채가 중앙은행의 재무위험을 높인다는 부작용 때문이다. 타카히데 키우치 노무라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이야말로 미국의 YCC 실패 사례를 바탕으로 YCC를 포기해 금융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구로다의 금융완화책은 일본 경제의 고질병인 디플레를 해소하기 위해 부작용을 알고서도 실시한 측면이 있다. 일본 경제에 유동성을 수혈하는 동안 정부는 재정을 건전화하고 기업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등 체질개선이 동반됐어야 하지만 금융완화에만 의존하면서 지는 싸움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구로다가 금융완화를 시작했을 때와 현재는 상황이 바뀌었다. 디플레에 시달리던 일본도 인플레를 걱정할 단계에 이르렀으며, 아베노믹스에도 마침표를 찍을 때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 '노잼' 日증시에 부는 변화의 바람[김보겸의 일본in]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잇따른 ‘빅 이벤트’에도 일본 증시는 여전히 잔잔하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총격으로 사망한 뒤 집권여당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성장성이 없고 변동성이 작아 재미없는 투자처로 여겨지는 일본 증시답다고 해야 할까. 일본 참의원 선거가 있던 지난 10일 일본 도쿄에서 시민들이 후보들의 포스터를 보고 있다.(사진=AFP)일본 증시 ‘큰손’ 외국인이 던지면 일본은행이 담는 가운데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계속된 엔저에, 엔화로 보유한 일본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외국인은 일본 주식을 던진다. 그러면 주가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일본은행이 담는 상황이 이어진다.큰손들의 ‘자강두천(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줄임말)’ 속 증시에서의 개인투자자들 존재감은 미미하다. 일본 개인들이 가진 돈 절반 이상을 예금에 넣고 있어서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개인 현금 예금은 1088조엔(약 1경391조원)으로, 총 금융자산의 54.3%를 차지한다. 이는 예금 비중이 10%인 미국이나 30%인 유럽에 비해서도 압도적인 수준이다. 주식시장에서 개인 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작다. 도쿄증권거래소 2021년 주주분포조사에 따르면 금액 기준으로 개인 보유 비율은 16.6%로, ‘증권민주화’ 바람이 일었던 1970년대에 비하면 절반 넘게 쪼그라들었다. 머릿수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이 밀린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개인 주주 비율은 약 1400만명으로, 일본 국민 9명 중 1명만이 주식에 투자한다. 4명 중 1명이 개인투자자인 한국보다 주식 투자에 소극적인 것이다. 특히 노인 투자자가 많다는 점도 일본 주식시장의 특징이다. 60세 이상이 금액 기준으로 67%를 보유하고 있다. 그마저도 이들은 절세를 위해 주식에서 부동산으로 갈아타려는 추세다. 시세 100%가 평가금액이 되는 주식과 달리 부동산은 시가 80% 정도만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본 개인투자자들에게 주식은 매력 없는 투자처로 여겨져 온 측면이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의 모습. 최소 거래단위가 100주라는 점이 일본 개인투자자들 진입장벽으로 꼽힌다.(사진=AFP)이는 개인이 일본에서 주식 투자를 하기 어려운 것과도 관련이 있다. 일본 주식시장의 최소 거래단위는 100주다. 일본 증시 시가총액 9위 닌텐도에 투자하고 싶다면, 15일 종가 기준 6만1990엔(약 59만2000원)짜리 100주를 사기 위해 우리돈 6000만원 가까이 현금으로 들고 있어야 한다. 그런 일본 증시에도 변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젊은층이 주식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라쿠텐증권에 따르면 지난 6월 주식계좌 수는 처음으로 800만개를 넘었는데, 이는 3월 말보다 30만개 넘게 증가한 것이다. 새로 계좌를 개설한 개인투자자 중 70%는 2030세대다.미국발 금리인상에 ‘나쁜 엔저’가 계속되고 있다.(사진=AFP) 인플레 공포는 커지는데 임금은 안 오르는 등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진 탓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1% 올랐다. 반면 일본 메가뱅크(초대형은행)들의 예금금리는 평균 0.001% 수준이다. 엔화로 예금을 해 두면 실질적으로 내 자산 가치는 줄어든다는 의미다. 또 일본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30년간 다른 선진국들이 두자릿수 오르는 동안 4.4% 오르는 데 그쳤다. 글로벌 인플레 충격이 ‘노잼(재미없음)’으로 유명한 일본 주식시장에도 여파를 미치는 모양새다. 30년째 월급은 제자리걸음을 하는데, 연금 수령액은 줄어들면서 주식 투자에 소극적인 일본인들도 움직이게 만든 셈이다.다만 증권가에선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연금개혁이나 2013년 아베노믹스 정도의 개혁이 있지 않고서야 일본 증시가 활력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보겸 기자 2022.07.17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잇따른 ‘빅 이벤트’에도 일본 증시는 여전히 잔잔하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총격으로 사망한 뒤 집권여당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성장성이 없고 변동성이 작아 재미없는 투자처로 여겨지는 일본 증시답다고 해야 할까. 일본 참의원 선거가 있던 지난 10일 일본 도쿄에서 시민들이 후보들의 포스터를 보고 있다.(사진=AFP)일본 증시 ‘큰손’ 외국인이 던지면 일본은행이 담는 가운데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계속된 엔저에, 엔화로 보유한 일본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외국인은 일본 주식을 던진다. 그러면 주가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일본은행이 담는 상황이 이어진다.큰손들의 ‘자강두천(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줄임말)’ 속 증시에서의 개인투자자들 존재감은 미미하다. 일본 개인들이 가진 돈 절반 이상을 예금에 넣고 있어서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개인 현금 예금은 1088조엔(약 1경391조원)으로, 총 금융자산의 54.3%를 차지한다. 이는 예금 비중이 10%인 미국이나 30%인 유럽에 비해서도 압도적인 수준이다. 주식시장에서 개인 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작다. 도쿄증권거래소 2021년 주주분포조사에 따르면 금액 기준으로 개인 보유 비율은 16.6%로, ‘증권민주화’ 바람이 일었던 1970년대에 비하면 절반 넘게 쪼그라들었다. 머릿수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이 밀린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개인 주주 비율은 약 1400만명으로, 일본 국민 9명 중 1명만이 주식에 투자한다. 4명 중 1명이 개인투자자인 한국보다 주식 투자에 소극적인 것이다. 특히 노인 투자자가 많다는 점도 일본 주식시장의 특징이다. 60세 이상이 금액 기준으로 67%를 보유하고 있다. 그마저도 이들은 절세를 위해 주식에서 부동산으로 갈아타려는 추세다. 시세 100%가 평가금액이 되는 주식과 달리 부동산은 시가 80% 정도만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본 개인투자자들에게 주식은 매력 없는 투자처로 여겨져 온 측면이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의 모습. 최소 거래단위가 100주라는 점이 일본 개인투자자들 진입장벽으로 꼽힌다.(사진=AFP)이는 개인이 일본에서 주식 투자를 하기 어려운 것과도 관련이 있다. 일본 주식시장의 최소 거래단위는 100주다. 일본 증시 시가총액 9위 닌텐도에 투자하고 싶다면, 15일 종가 기준 6만1990엔(약 59만2000원)짜리 100주를 사기 위해 우리돈 6000만원 가까이 현금으로 들고 있어야 한다. 그런 일본 증시에도 변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젊은층이 주식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라쿠텐증권에 따르면 지난 6월 주식계좌 수는 처음으로 800만개를 넘었는데, 이는 3월 말보다 30만개 넘게 증가한 것이다. 새로 계좌를 개설한 개인투자자 중 70%는 2030세대다.미국발 금리인상에 ‘나쁜 엔저’가 계속되고 있다.(사진=AFP) 인플레 공포는 커지는데 임금은 안 오르는 등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진 탓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1% 올랐다. 반면 일본 메가뱅크(초대형은행)들의 예금금리는 평균 0.001% 수준이다. 엔화로 예금을 해 두면 실질적으로 내 자산 가치는 줄어든다는 의미다. 또 일본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30년간 다른 선진국들이 두자릿수 오르는 동안 4.4% 오르는 데 그쳤다. 글로벌 인플레 충격이 ‘노잼(재미없음)’으로 유명한 일본 주식시장에도 여파를 미치는 모양새다. 30년째 월급은 제자리걸음을 하는데, 연금 수령액은 줄어들면서 주식 투자에 소극적인 일본인들도 움직이게 만든 셈이다.다만 증권가에선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연금개혁이나 2013년 아베노믹스 정도의 개혁이 있지 않고서야 일본 증시가 활력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아베노믹스, 아베 사망과 함께 사라지나[김보겸의 일본in]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생전 펼친 ‘아베노믹스’ 결과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엔저와 주가 상승. 그러나 지난 8일 아베가 총에 맞아 사망하면서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일시적이긴 했지만 엔화 가치는 올랐으며 장 초반 오르던 증시도 상승폭을 줄였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8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연설하던 도중 총격으로 사망했다.(사진=AFP)아베의 피습 소식이 전해진 지난 8일 오전 11시40분 135엔90전이던 엔·달러 환율은 치솟기 시작했다. 오후 1시 달러당 136.39엔까지 오른(엔화 약세) 엔화는 이내 다시 강세를 띠면서 135엔97전으로 내려왔다. 안전자산인 엔화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주식시장도 이날 상승 출발하며 오전 한때 1.48%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아베의 피격 소식이 알려지자 곧바로 상승분을 반납하며 전날보다 0.10% 오른 2만6517.19에 장을 마감했다. ◇퇴임 이후에도 이어진 아베노믹스의 그늘두 차례 집권하며 총 8년 9개월이라는 역대 최장기 총리를 역임한 아베가 사망하면서 그의 유산인 아베노믹스도 종지부를 찍을지 주목된다. 언제적 아베 정책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2020년 건강상 이유로 총리 자리를 내려놓고서도 그의 정책은 계속됐다.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의 수장인 만큼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다. ☞관련기사: '상왕' 아베는 왜 기시다 총리를 이지메 했나[김보겸의 일본in]아베는 2012년 총선에서 압승한 뒤 일본은행 윤전기에서 엔화를 찍어내는 아베노믹스 시행에 나섰다. (사진=AFP)아베는 2012년 총선을 앞두고 경제를 살리려면 돈을 뿌려야 한다며 아베노믹스를 내세웠다. 일본은행이 돈을 찍어내고 정부도 재정을 풀면 성장이 따라올 것이라는 ‘세 개의 화살’을 주축으로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2011년 동일본대지진까지 겹치면서 침체한 일본 경기는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로 비로소 숨통이 트였다. 2012년 11월 저점을 찍은 일본 경제가 2018년 10월 피크를 기록하기까지 71개월 연속 확장하면서다.아베노믹스를 진두지휘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도 아베의 뜻을 이어갔다. 구로다는 2013년 총재 임명 이후 2017년에도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유임된 바 있다. 아베가 건강상 이유로 지난 2020년 아베가 총리직을 내려놓고 그 사이 스가 요시히데, 기시다 후미오로 총리가 두 번 바뀔 동안에도 금융완화 기조를 고집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왼쪽)와 악수하는 아베 전 총리.(사진=AFP)◇총재 교체·선거 결과 따라 脫아베노믹스 할까 그런 그가 내년 4월 퇴임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아베노믹스의 종료를 예고하는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돈을 풀면 성장은 뒤따라온다고 주장해 온 아베와 달리, 현 총리 기시다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강조한다. 소득 재분배에 주력하고 자본이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올려 재정건전성도 챙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시다가 내년에는 자신과 경제운영 철학을 같이하는 총재를 임명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후임으로 거론되는 이들은 “구로다보다 덜 비둘기파적”라는 평가다. 구로다를 보좌한 아마미야 마사요시 현 일본은행 부총재와 나카소 히로시 전 일본은행 부총재가 차기 총재 후보군에 있다. 특히 나카소 전 부총재의 경우, 지난 5월 펴낸 저서에서 일본은행이 2% 인플레 목표를 유지해야 하느냐에 대해 이렇다 할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나카소가 일본은행 총재에 오를 경우 구로다와의 결별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0일 참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서도 아베노믹스에 마침표가 찍힐 수 있다. 야마카와 테쓰후미 바클레이스 일본경제연구책임자는 “자민당이 단독으로 과반의석을 확보하면 아베노믹스로 엔저정책을 견지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일본에서도 10년 만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다, 아베노믹스와 선을 그으려는 기시다가 이끄는 현 정권에 대한 신임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저성장의 늪에서 돌파구로 마련한 아베노믹스가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AFP)◇아베노믹스 종지부 찍자니…일본은행 채무초과 부담다만 당장 아베노믹스의 그늘에서 벗어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은행 차기 총재는 ‘독이 든 성배’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2013년부터 10년 가까이 이어진 금융완화책에서 적절히 발을 빼야 하지만, 일본은행에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다. 먼저, 금리를 올리면 일본은행은 채무초과에 빠질 위험이 크다. 지금도 일본은행은 장기금리를 잡기 위해 10년물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 6월 한 달 동안에만 16조2038억엔(약 155조314억원)을 매입하면서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문제는 작년 상반기에는 평균 0.226% 금리로 국채를 대거 매입했지만, 지난 3월 말에는 0.25% 금리로 사들였다는 것이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국채 가격이 떨어지는데, 이미 일본은행이 어마어마하게 사들인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평가손이 발생했다. 일본은행이 시중은행에 내줘야 하는 이자비용이 치솟을 수 있다는 점도 금리 인상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다. 일본은행 당좌예금은 2022년 3월 말 563조엔(5386조원)으로, 1년만에 40조엔 늘면서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 당좌예금은 일본은행이 ‘은행들의 은행’인 만큼, 시중 민간은행이 일본은행에 맡기는 돈을 말한다. 당좌예금 잔고가 563조엔에 달하는 상황에서 2%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늘어나는 이자비용만 11조엔을 넘는다. 이자비용이 자기자본(약 10조엔)을 넘어서면 일본은행은 사실상 채무초과에 빠지게 된다.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따르면 은행 채무초과가 발생해도 정부가 손실보전을 할 수는 없다. 아베의 유산 아베노믹스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일본 경제를 안전자산 엔화의 힘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정부가 풀고 은행이 찍어낸 돈이 부유층에만 집중될 뿐 낙수효과는 없었다는 지적도 뼈아프다. 세 번째 화살인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아베노믹스는 미국발 금리인상과 원재료 상승 등으로 더 이상 양적완화를 고집하기 어려워졌다. 아베는 사망했지만 아베노믹스의 여파가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 정책에 고민을 안기는 모습이다.
    김보겸 기자 2022.07.10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생전 펼친 ‘아베노믹스’ 결과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엔저와 주가 상승. 그러나 지난 8일 아베가 총에 맞아 사망하면서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일시적이긴 했지만 엔화 가치는 올랐으며 장 초반 오르던 증시도 상승폭을 줄였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8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연설하던 도중 총격으로 사망했다.(사진=AFP)아베의 피습 소식이 전해진 지난 8일 오전 11시40분 135엔90전이던 엔·달러 환율은 치솟기 시작했다. 오후 1시 달러당 136.39엔까지 오른(엔화 약세) 엔화는 이내 다시 강세를 띠면서 135엔97전으로 내려왔다. 안전자산인 엔화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주식시장도 이날 상승 출발하며 오전 한때 1.48%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아베의 피격 소식이 알려지자 곧바로 상승분을 반납하며 전날보다 0.10% 오른 2만6517.19에 장을 마감했다. ◇퇴임 이후에도 이어진 아베노믹스의 그늘두 차례 집권하며 총 8년 9개월이라는 역대 최장기 총리를 역임한 아베가 사망하면서 그의 유산인 아베노믹스도 종지부를 찍을지 주목된다. 언제적 아베 정책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2020년 건강상 이유로 총리 자리를 내려놓고서도 그의 정책은 계속됐다.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의 수장인 만큼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다. ☞관련기사: '상왕' 아베는 왜 기시다 총리를 이지메 했나[김보겸의 일본in]아베는 2012년 총선에서 압승한 뒤 일본은행 윤전기에서 엔화를 찍어내는 아베노믹스 시행에 나섰다. (사진=AFP)아베는 2012년 총선을 앞두고 경제를 살리려면 돈을 뿌려야 한다며 아베노믹스를 내세웠다. 일본은행이 돈을 찍어내고 정부도 재정을 풀면 성장이 따라올 것이라는 ‘세 개의 화살’을 주축으로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2011년 동일본대지진까지 겹치면서 침체한 일본 경기는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로 비로소 숨통이 트였다. 2012년 11월 저점을 찍은 일본 경제가 2018년 10월 피크를 기록하기까지 71개월 연속 확장하면서다.아베노믹스를 진두지휘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도 아베의 뜻을 이어갔다. 구로다는 2013년 총재 임명 이후 2017년에도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유임된 바 있다. 아베가 건강상 이유로 지난 2020년 아베가 총리직을 내려놓고 그 사이 스가 요시히데, 기시다 후미오로 총리가 두 번 바뀔 동안에도 금융완화 기조를 고집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왼쪽)와 악수하는 아베 전 총리.(사진=AFP)◇총재 교체·선거 결과 따라 脫아베노믹스 할까 그런 그가 내년 4월 퇴임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아베노믹스의 종료를 예고하는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돈을 풀면 성장은 뒤따라온다고 주장해 온 아베와 달리, 현 총리 기시다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강조한다. 소득 재분배에 주력하고 자본이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올려 재정건전성도 챙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시다가 내년에는 자신과 경제운영 철학을 같이하는 총재를 임명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후임으로 거론되는 이들은 “구로다보다 덜 비둘기파적”라는 평가다. 구로다를 보좌한 아마미야 마사요시 현 일본은행 부총재와 나카소 히로시 전 일본은행 부총재가 차기 총재 후보군에 있다. 특히 나카소 전 부총재의 경우, 지난 5월 펴낸 저서에서 일본은행이 2% 인플레 목표를 유지해야 하느냐에 대해 이렇다 할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나카소가 일본은행 총재에 오를 경우 구로다와의 결별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0일 참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서도 아베노믹스에 마침표가 찍힐 수 있다. 야마카와 테쓰후미 바클레이스 일본경제연구책임자는 “자민당이 단독으로 과반의석을 확보하면 아베노믹스로 엔저정책을 견지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일본에서도 10년 만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다, 아베노믹스와 선을 그으려는 기시다가 이끄는 현 정권에 대한 신임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저성장의 늪에서 돌파구로 마련한 아베노믹스가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AFP)◇아베노믹스 종지부 찍자니…일본은행 채무초과 부담다만 당장 아베노믹스의 그늘에서 벗어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은행 차기 총재는 ‘독이 든 성배’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2013년부터 10년 가까이 이어진 금융완화책에서 적절히 발을 빼야 하지만, 일본은행에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다. 먼저, 금리를 올리면 일본은행은 채무초과에 빠질 위험이 크다. 지금도 일본은행은 장기금리를 잡기 위해 10년물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 6월 한 달 동안에만 16조2038억엔(약 155조314억원)을 매입하면서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문제는 작년 상반기에는 평균 0.226% 금리로 국채를 대거 매입했지만, 지난 3월 말에는 0.25% 금리로 사들였다는 것이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국채 가격이 떨어지는데, 이미 일본은행이 어마어마하게 사들인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평가손이 발생했다. 일본은행이 시중은행에 내줘야 하는 이자비용이 치솟을 수 있다는 점도 금리 인상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다. 일본은행 당좌예금은 2022년 3월 말 563조엔(5386조원)으로, 1년만에 40조엔 늘면서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 당좌예금은 일본은행이 ‘은행들의 은행’인 만큼, 시중 민간은행이 일본은행에 맡기는 돈을 말한다. 당좌예금 잔고가 563조엔에 달하는 상황에서 2%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늘어나는 이자비용만 11조엔을 넘는다. 이자비용이 자기자본(약 10조엔)을 넘어서면 일본은행은 사실상 채무초과에 빠지게 된다.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따르면 은행 채무초과가 발생해도 정부가 손실보전을 할 수는 없다. 아베의 유산 아베노믹스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일본 경제를 안전자산 엔화의 힘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정부가 풀고 은행이 찍어낸 돈이 부유층에만 집중될 뿐 낙수효과는 없었다는 지적도 뼈아프다. 세 번째 화살인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아베노믹스는 미국발 금리인상과 원재료 상승 등으로 더 이상 양적완화를 고집하기 어려워졌다. 아베는 사망했지만 아베노믹스의 여파가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 정책에 고민을 안기는 모습이다.
  • '상왕' 아베는 왜 기시다 총리를 이지메 했나[김보겸의 일본in]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이지메’(집단 괴롭힘)를 가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사진=AFP)[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와중에도 쇼는 계속된다. 오는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얘기다. 다만 내빈석은 상당히 빌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물론, 일본의 장관급 인사들은 불참할 예정이라서다. 지난달 24일 일본 정부는 베이징 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를 두고 일본 정가에선 ‘이지메(집단 괴롭힘)’에 시달린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사실상 아베 신조 전 총리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과 다름없다고 본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마스코트(왼쪽)와 패럴림픽 마스코트(오른쪽) (사진=AFP)◇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뒤에는 아베 압박 있었다시간은 지난달 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이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한 날이다. 이날 도쿄 한 호텔에서는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95명)의 정치자금 모금을 위한 파티가 벌어졌다. 파티 티켓을 판매해 정치자금으로 쓰는 식이다. 처음엔 화기애애했다. 2000여명이 참석한 파티에서 아베 전 총리가 내내 강조한 건 두 가지였다. 하나는 아베파가 자민당 최대 파벌이라는 점, 그리고 기시다 정권을 지지하겠다는 의지다. 단순한 덕담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정가 시각이다. 물밑에서 치열하게 권력투쟁을 벌이는 일본 정치 1번지 나가타초에선 겉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아베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돌연 중국을 언급했다. 중국을 향해 “군사력을 바탕으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센카쿠를 거론하며 “우리 손으로 지켜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다. 일본 정계에선 아베 전 총리가 일부러 중국을 언급한 건 동북아 평화를 추구하는 기시다 총리를 압박하려는 시도로 본다. 입버릇처럼 “아베파는 최대 파벌”, “기시다를 지지한다”고 말해 온 아베 전 총리의 ‘혼네(속마음)’은 사실 다음과 같다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가 지나치게 리버럴로 물들면 ‘최대 세력’인 아베파는 총리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동참 압력은 점차 커졌다. 지난달 13일 아베 전 총리는 BS닛폰에 출연해 “시간을 벌어서 무슨 이득이 있느냐”라고 하소연하며 일본 정부가 하루빨리 보이콧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이웃나라와의 근린을 중시하는 고치카이파의 전통에서도 한발 물러섰다.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총재 당선 이후 아베와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사진=AFP)◇선 긋는 기시다에…아베는 이지메 중?아베 전 총리는 기시다 총리와 껄끄러운 관계다. 지난해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전 총리가 전폭 지원한 이는 기시다 전 총리가 아닌 다카이치 사나에 현 정조회장이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는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를 줄곧 참배하는 대표적 극우파다. 아베 전 총리가 다카이치를 민 건 자민당의 리버럴화에 불만을 갖는 보수파가 늘고 있으니, ‘진정한 보수정당’의 모습을 제시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 선거 때 아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사진=AFP)하지만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면서 반격이 시작됐다. 아베 전 총리의 뜻과 엇나가는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먼저 기시다 총리가 총무회장에 임명한 인물은 후쿠다 다쓰오다. 이웃나라와의 관계개선을 중시해 아베 전 총리와 대립각을 세워왔던 앙숙,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의 아들이다. 외무상에는 중일우호의원연맹 회장을 지낸 친중파 하야시 요시마사를 기용했다. 하야시는 차기 중의원 선거부터 야마구치 선거구 공천을 놓고 아베 전 총리와 경쟁해야 하는 천적이기도 하다. 기시다 총리는 인사뿐 아니라 정책에서도 아베 전 총리와 선을 긋고 있다.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는 성장 정책으로 “분배를 실시함으로써 성장을 지탱하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그다음 성장에 연결한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내각의 경제기조가 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아베노믹스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다. 아베 전 총리는 발끈했다. 같은 달 26일 TV방송에 출연해 “경제정책 근본적 방향을 아베노믹스에서 바꿔선 안 된다. 시장도 그러길 기대하고 있다”고 반박하면서다. 건강상 문제로 물러난 이후에도 아베 전 총리는 연일 발언 수위를 높이며 보수층 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개헌 문제다. 일본을 전쟁가능한 국가로 만들기 위해 기시다 정부가 개헌을 완수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상황이다. 자민당 관계자는 일본 주간지 일간겐다이에 “보수파의 대표격인 아베가 선수를 쳐 버리면 기대치가 커지는데, 기시다가 이와 다르게 행동하면 실망도 커진다”며 “그렇게 될 경우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떨어진다. 이것이 아베의 이지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사상 최장 정권을 지낸 아베 전 총리에게도 개헌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지만, 정작 비둘기파인 기시다 총리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베 전 총리의 이지메 방식은 우려를 낳고 있다. 전직 총리로서 막후 영향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아베 전 총리의 의지가 물론 정치인으로서는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 있지만, 외교안보를 그 도구로 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전직 자위대의 한 간부는 “중국 (무력위협)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전쟁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외교로 전쟁을 피하려 노력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독자님들. 새해가 밝았습니다. 3월 대선으로 정치부에 파견을 왔습니다. [김보겸의 일본in]은 잠시 쉬어가겠습니다. 선거 끝나고 돌아오겠습니다.
    김보겸 기자 2022.01.02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이지메’(집단 괴롭힘)를 가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사진=AFP)[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와중에도 쇼는 계속된다. 오는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얘기다. 다만 내빈석은 상당히 빌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물론, 일본의 장관급 인사들은 불참할 예정이라서다. 지난달 24일 일본 정부는 베이징 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를 두고 일본 정가에선 ‘이지메(집단 괴롭힘)’에 시달린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사실상 아베 신조 전 총리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과 다름없다고 본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마스코트(왼쪽)와 패럴림픽 마스코트(오른쪽) (사진=AFP)◇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뒤에는 아베 압박 있었다시간은 지난달 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이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한 날이다. 이날 도쿄 한 호텔에서는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95명)의 정치자금 모금을 위한 파티가 벌어졌다. 파티 티켓을 판매해 정치자금으로 쓰는 식이다. 처음엔 화기애애했다. 2000여명이 참석한 파티에서 아베 전 총리가 내내 강조한 건 두 가지였다. 하나는 아베파가 자민당 최대 파벌이라는 점, 그리고 기시다 정권을 지지하겠다는 의지다. 단순한 덕담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정가 시각이다. 물밑에서 치열하게 권력투쟁을 벌이는 일본 정치 1번지 나가타초에선 겉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아베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돌연 중국을 언급했다. 중국을 향해 “군사력을 바탕으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센카쿠를 거론하며 “우리 손으로 지켜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다. 일본 정계에선 아베 전 총리가 일부러 중국을 언급한 건 동북아 평화를 추구하는 기시다 총리를 압박하려는 시도로 본다. 입버릇처럼 “아베파는 최대 파벌”, “기시다를 지지한다”고 말해 온 아베 전 총리의 ‘혼네(속마음)’은 사실 다음과 같다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가 지나치게 리버럴로 물들면 ‘최대 세력’인 아베파는 총리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동참 압력은 점차 커졌다. 지난달 13일 아베 전 총리는 BS닛폰에 출연해 “시간을 벌어서 무슨 이득이 있느냐”라고 하소연하며 일본 정부가 하루빨리 보이콧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이웃나라와의 근린을 중시하는 고치카이파의 전통에서도 한발 물러섰다.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총재 당선 이후 아베와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사진=AFP)◇선 긋는 기시다에…아베는 이지메 중?아베 전 총리는 기시다 총리와 껄끄러운 관계다. 지난해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전 총리가 전폭 지원한 이는 기시다 전 총리가 아닌 다카이치 사나에 현 정조회장이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는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를 줄곧 참배하는 대표적 극우파다. 아베 전 총리가 다카이치를 민 건 자민당의 리버럴화에 불만을 갖는 보수파가 늘고 있으니, ‘진정한 보수정당’의 모습을 제시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 선거 때 아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사진=AFP)하지만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면서 반격이 시작됐다. 아베 전 총리의 뜻과 엇나가는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먼저 기시다 총리가 총무회장에 임명한 인물은 후쿠다 다쓰오다. 이웃나라와의 관계개선을 중시해 아베 전 총리와 대립각을 세워왔던 앙숙,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의 아들이다. 외무상에는 중일우호의원연맹 회장을 지낸 친중파 하야시 요시마사를 기용했다. 하야시는 차기 중의원 선거부터 야마구치 선거구 공천을 놓고 아베 전 총리와 경쟁해야 하는 천적이기도 하다. 기시다 총리는 인사뿐 아니라 정책에서도 아베 전 총리와 선을 긋고 있다.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는 성장 정책으로 “분배를 실시함으로써 성장을 지탱하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그다음 성장에 연결한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내각의 경제기조가 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아베노믹스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다. 아베 전 총리는 발끈했다. 같은 달 26일 TV방송에 출연해 “경제정책 근본적 방향을 아베노믹스에서 바꿔선 안 된다. 시장도 그러길 기대하고 있다”고 반박하면서다. 건강상 문제로 물러난 이후에도 아베 전 총리는 연일 발언 수위를 높이며 보수층 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개헌 문제다. 일본을 전쟁가능한 국가로 만들기 위해 기시다 정부가 개헌을 완수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상황이다. 자민당 관계자는 일본 주간지 일간겐다이에 “보수파의 대표격인 아베가 선수를 쳐 버리면 기대치가 커지는데, 기시다가 이와 다르게 행동하면 실망도 커진다”며 “그렇게 될 경우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떨어진다. 이것이 아베의 이지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사상 최장 정권을 지낸 아베 전 총리에게도 개헌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지만, 정작 비둘기파인 기시다 총리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베 전 총리의 이지메 방식은 우려를 낳고 있다. 전직 총리로서 막후 영향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아베 전 총리의 의지가 물론 정치인으로서는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 있지만, 외교안보를 그 도구로 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전직 자위대의 한 간부는 “중국 (무력위협)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전쟁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외교로 전쟁을 피하려 노력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독자님들. 새해가 밝았습니다. 3월 대선으로 정치부에 파견을 왔습니다. [김보겸의 일본in]은 잠시 쉬어가겠습니다. 선거 끝나고 돌아오겠습니다.
  • 일본인들이 크리스마스에 치킨 먹는 까닭은[김보겸의 일본in]
    일본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먹게 된 건 해외 주둔 미군부대만의 문화를 미국 전체의 문화로 착각한 탓이라는 진단이 나왔다(사진=이미지투데이)[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에서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찾는 음식이 두 가지 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크리스마스 치킨이다. 이러한 풍습을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이 나오는데, 정작 미국에서는 이런 전통이 없어 주목된다. 일본이 크리스마스에 케이크를 먹는 이유는 착각에서 비롯됐다는 게 일본 근대식문화연구회의 최근 진단이다. 1950년 12월24일,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은 도쿄 긴자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불티나게 팔리는 현상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전쟁이 끝나고 연합국 점령군으로 일본에 주둔하던 미국 병사들은 케이크를 장식하며 크리스마스를 축하했다. 1948년 요미우리신문은 미군부대용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대량 생산되는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이를 본 일본인들은 ‘케이크를 먹으면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게 미국의 풍습’이라고 오인했다. 정작 미국에는 그런 문화가 없었지만 말이다.이후 미국은 1950년 과잉생산된 밀을 ‘원조’라는 이름으로 일본에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민간기업이 밀 수입을 시작하면서 케이크를 자유롭게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게 됐으며, 미국의 문화를 동경하던 일본인들은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사기 위해 달려나갔다고 한다.미군 부대가 크리스마스에 칠면조를 먹는 모습에 일본인들은 값비싼 칠면조 대신 구운 닭고기로 크리스마스 음식을 대체했다(사진=이미지투데이)일본만의 ‘크리스마스 치킨’ 문화 역시 미군부대의 영향을 받았다.유럽에선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에 고급 요리인 거위를 식탁에 올린다. 이후 미국 신대륙을 개척하며 유럽에서 건너온 이들이 거위보다 번식시키기 쉬운 칠면조를 먹기 시작했고, 전쟁 이후 일본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미국 군인들에게도 냉동 칠면조가 배송됐다. 이를 목격한 일본인들 사이에서 ‘크리스마스 하면 칠면조’라는 인식이 퍼졌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당시 칠면조 가격은 1마리 5000엔에 달해, 대졸 공무원 초임이 1만4000엔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값비쌌다. 미국처럼 칠면조를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은 일본인들은 구운 닭고기로 이를 대체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KFC 치킨을 일본의 크리스마스 전통음식으로 만든 이가 1970년 일본에 진출한 KFC 1호점 점장, 오오카와 다케시다. 매장 근처의 한 기독교계 유치원에서 산타 복장을 하고 크리스마스용 치킨을 배달해달라는 요청을 계기로,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 KFC 치킨을 먹는다”는 소문을 낸 것이다. 그의 근거 없는 홍보가 일본 공영방송 NHK 전파를 타면서 일본에선 크리스마스 시즌에 팔리는 KFC 치킨이 월평균 매출의 10배에 달하면서 전통음식으로 자리잡았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 KFC 치킨을 먹는다”는 홍보로 인해 일본에서는 KFC 치킨이 크리스마스 전통음식으로 자리잡았다(사진=Japan Journeys)크리스마스 전통 음식으로서의 케이크와 KFC는 ‘아시아의 미국’이 되고 싶은 그 시대 일본인들의 욕망과 이를 이용한 전략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도 최근에는 달라지는 모양새다. 일부 젊은층들 사이에서 크리스마스가 오래된 것의 상징으로 통하면서다.토요게이자이는 24일 예전같지 않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전하며 “버블 경제 시대에 돈을 많이 쓰는 기념일이자 연인들을 위한 날이라는 이미지는 가성비를 중시하고 비연애로 돌아서는 젊은 세대와는 잘 맞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한 때 낯선 미국 문화를 향한 동경에서 열심히 소비하던 케이크와 치킨 역시도 이제는 일상적인 음식이 되어버린 탓에 특별함을 잃었다는 설명이다.
    김보겸 기자 2021.12.25
    일본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먹게 된 건 해외 주둔 미군부대만의 문화를 미국 전체의 문화로 착각한 탓이라는 진단이 나왔다(사진=이미지투데이)[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에서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찾는 음식이 두 가지 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크리스마스 치킨이다. 이러한 풍습을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이 나오는데, 정작 미국에서는 이런 전통이 없어 주목된다. 일본이 크리스마스에 케이크를 먹는 이유는 착각에서 비롯됐다는 게 일본 근대식문화연구회의 최근 진단이다. 1950년 12월24일,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은 도쿄 긴자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불티나게 팔리는 현상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전쟁이 끝나고 연합국 점령군으로 일본에 주둔하던 미국 병사들은 케이크를 장식하며 크리스마스를 축하했다. 1948년 요미우리신문은 미군부대용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대량 생산되는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이를 본 일본인들은 ‘케이크를 먹으면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게 미국의 풍습’이라고 오인했다. 정작 미국에는 그런 문화가 없었지만 말이다.이후 미국은 1950년 과잉생산된 밀을 ‘원조’라는 이름으로 일본에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민간기업이 밀 수입을 시작하면서 케이크를 자유롭게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게 됐으며, 미국의 문화를 동경하던 일본인들은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사기 위해 달려나갔다고 한다.미군 부대가 크리스마스에 칠면조를 먹는 모습에 일본인들은 값비싼 칠면조 대신 구운 닭고기로 크리스마스 음식을 대체했다(사진=이미지투데이)일본만의 ‘크리스마스 치킨’ 문화 역시 미군부대의 영향을 받았다.유럽에선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에 고급 요리인 거위를 식탁에 올린다. 이후 미국 신대륙을 개척하며 유럽에서 건너온 이들이 거위보다 번식시키기 쉬운 칠면조를 먹기 시작했고, 전쟁 이후 일본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미국 군인들에게도 냉동 칠면조가 배송됐다. 이를 목격한 일본인들 사이에서 ‘크리스마스 하면 칠면조’라는 인식이 퍼졌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당시 칠면조 가격은 1마리 5000엔에 달해, 대졸 공무원 초임이 1만4000엔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값비쌌다. 미국처럼 칠면조를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은 일본인들은 구운 닭고기로 이를 대체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KFC 치킨을 일본의 크리스마스 전통음식으로 만든 이가 1970년 일본에 진출한 KFC 1호점 점장, 오오카와 다케시다. 매장 근처의 한 기독교계 유치원에서 산타 복장을 하고 크리스마스용 치킨을 배달해달라는 요청을 계기로,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 KFC 치킨을 먹는다”는 소문을 낸 것이다. 그의 근거 없는 홍보가 일본 공영방송 NHK 전파를 타면서 일본에선 크리스마스 시즌에 팔리는 KFC 치킨이 월평균 매출의 10배에 달하면서 전통음식으로 자리잡았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 KFC 치킨을 먹는다”는 홍보로 인해 일본에서는 KFC 치킨이 크리스마스 전통음식으로 자리잡았다(사진=Japan Journeys)크리스마스 전통 음식으로서의 케이크와 KFC는 ‘아시아의 미국’이 되고 싶은 그 시대 일본인들의 욕망과 이를 이용한 전략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도 최근에는 달라지는 모양새다. 일부 젊은층들 사이에서 크리스마스가 오래된 것의 상징으로 통하면서다.토요게이자이는 24일 예전같지 않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전하며 “버블 경제 시대에 돈을 많이 쓰는 기념일이자 연인들을 위한 날이라는 이미지는 가성비를 중시하고 비연애로 돌아서는 젊은 세대와는 잘 맞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한 때 낯선 미국 문화를 향한 동경에서 열심히 소비하던 케이크와 치킨 역시도 이제는 일상적인 음식이 되어버린 탓에 특별함을 잃었다는 설명이다.
  • 말 바꾸자 지지율 올랐다…비결은 '듣는 귀'?[김보겸의 일본in]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순항하고 있다,(사진=AFP)[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바보 영주’ 리더십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관련기사: '바보영주' 기시다 총리가 日서 환영받는 이유[김보겸의 일본in]기존 내세운 정책 노선을 틀었는데도 지지율은 도리어 오르는 결과를 낳으면서다. 야당은 “말을 바꿨다”며 공세를 펴지만 국민에게는 응원받는, 때로는 상대 진영에서조차 인정한다며 혀를 내두르는 기시다 리더십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최근 들어 기시다 총리는 코로나19 대책을 제시한 뒤 번복하고 있다. 먼저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일본 입국을 전면 금지하려다 일본인이나 장기 체류자격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허용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외국에 나가 있는 일본인이 귀국해야 한다는 비판을 받자 “재외국민의 귀국 수요를 충분히 배려하겠다”면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이를 두고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측에서는 “기시다 총리의 통치 능력 부족”이라며 맹공격에 나섰다. 하지만 정작 여론은 기시다 총리의 편이었다. 오히려 “이 시국에 돌아다닌 사람들까지 배려해야 하나”며 정부가 기존 방침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었다.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의 모습. 일본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해 연말까지 외국인 신규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사진=AFP)이뿐만 아니다. 18세 이하 청소년들에게 인당 10만엔(약 105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놓고도 말을 바꿨다. 애초 계획은 현금과 쿠폰을 각각 5만엔씩 지급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연내 현금으로 일괄 지급하는 식으로 변경한 것이다. 쿠폰 지급 시 소요되는 행정 비용만 967억엔으로, 현금 지급 방식(280억엔)의 3배를 훌쩍 넘는다는 불만을 접수하고서다.이처럼 정책을 내놓은 뒤 비판이 일면 말을 바꾸는 모습에도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오르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18일 실시한 전국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54%로 지난달 조사 때보다 6%포인트 올랐다. 코로나19 대책을 높게 평가한다는 응답도 46%에 달해 “낮게 평가한다(26%)”는 답변을 크게 웃돌았다. 코로나19 이후 40% 넘는 국민에게서 코로나19 대책을 호평받은 건 기시다 총리가 유일하다. 이 같은 지지율 상승세는 야당에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지난 17일 열린 2021년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기시다 총리가 저자세를 유지한 모습은 이를 잘 보여준다. 날 선 질의에도 “제대로 검토하겠다”며 야당 처지를 이해하려는 태도로 일관했는데, 이는 야당의 추궁에 정색하고 반박한 아베 전 총리나 국어책을 읽는 듯한 스가 전 총리와 대비되는 인상을 줬다는 평가다. 지난 17일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국토교통성 통계 데이터 수정 문제로 추궁받자 기시다 총리가 이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입헌민주당 유튜브)한 간부는 일본 토요게이자이에 “곧바로 고개를 숙이는 기시다 같은 이들은 정말로 공격하기 어렵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통상 격렬한 논쟁이 이어지며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예산위가 이례적으로 “지극히 평온하고 일정대로 진행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지율 상승의 비결로는 ‘듣는 힘’이 꼽힌다. 기시다 총리가 후보 시절부터 강조한 자신의 강점이기도 하다.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약진한 오사카 기반의 일본유신회 소속 한 간부는 “(듣는) 귀를 갖지 못했던 전직 총리와 ‘귀’를 가진 기시다 총리의 차이점이 부각되면서 탄탄한 지지율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 평론가들 역시 “공감능력을 어필하는 기시다 총리의 모습은 현재의 국민감정과도 궁합이 좋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고 “말을 바꿨다”는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숙일 때 숙이는 자세에 일본 유권자들은 환호하고 있다. “정치인은 반 발짝만 앞서 가야 한다”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충고, 어쩌면 이웃나라 기시다 총리가 실천 중인지도 모를 일이다.
    김보겸 기자 2021.12.19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순항하고 있다,(사진=AFP)[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바보 영주’ 리더십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관련기사: '바보영주' 기시다 총리가 日서 환영받는 이유[김보겸의 일본in]기존 내세운 정책 노선을 틀었는데도 지지율은 도리어 오르는 결과를 낳으면서다. 야당은 “말을 바꿨다”며 공세를 펴지만 국민에게는 응원받는, 때로는 상대 진영에서조차 인정한다며 혀를 내두르는 기시다 리더십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최근 들어 기시다 총리는 코로나19 대책을 제시한 뒤 번복하고 있다. 먼저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일본 입국을 전면 금지하려다 일본인이나 장기 체류자격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허용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외국에 나가 있는 일본인이 귀국해야 한다는 비판을 받자 “재외국민의 귀국 수요를 충분히 배려하겠다”면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이를 두고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측에서는 “기시다 총리의 통치 능력 부족”이라며 맹공격에 나섰다. 하지만 정작 여론은 기시다 총리의 편이었다. 오히려 “이 시국에 돌아다닌 사람들까지 배려해야 하나”며 정부가 기존 방침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었다.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의 모습. 일본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해 연말까지 외국인 신규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사진=AFP)이뿐만 아니다. 18세 이하 청소년들에게 인당 10만엔(약 105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놓고도 말을 바꿨다. 애초 계획은 현금과 쿠폰을 각각 5만엔씩 지급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연내 현금으로 일괄 지급하는 식으로 변경한 것이다. 쿠폰 지급 시 소요되는 행정 비용만 967억엔으로, 현금 지급 방식(280억엔)의 3배를 훌쩍 넘는다는 불만을 접수하고서다.이처럼 정책을 내놓은 뒤 비판이 일면 말을 바꾸는 모습에도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오르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18일 실시한 전국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54%로 지난달 조사 때보다 6%포인트 올랐다. 코로나19 대책을 높게 평가한다는 응답도 46%에 달해 “낮게 평가한다(26%)”는 답변을 크게 웃돌았다. 코로나19 이후 40% 넘는 국민에게서 코로나19 대책을 호평받은 건 기시다 총리가 유일하다. 이 같은 지지율 상승세는 야당에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지난 17일 열린 2021년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기시다 총리가 저자세를 유지한 모습은 이를 잘 보여준다. 날 선 질의에도 “제대로 검토하겠다”며 야당 처지를 이해하려는 태도로 일관했는데, 이는 야당의 추궁에 정색하고 반박한 아베 전 총리나 국어책을 읽는 듯한 스가 전 총리와 대비되는 인상을 줬다는 평가다. 지난 17일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국토교통성 통계 데이터 수정 문제로 추궁받자 기시다 총리가 이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입헌민주당 유튜브)한 간부는 일본 토요게이자이에 “곧바로 고개를 숙이는 기시다 같은 이들은 정말로 공격하기 어렵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통상 격렬한 논쟁이 이어지며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예산위가 이례적으로 “지극히 평온하고 일정대로 진행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지율 상승의 비결로는 ‘듣는 힘’이 꼽힌다. 기시다 총리가 후보 시절부터 강조한 자신의 강점이기도 하다.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약진한 오사카 기반의 일본유신회 소속 한 간부는 “(듣는) 귀를 갖지 못했던 전직 총리와 ‘귀’를 가진 기시다 총리의 차이점이 부각되면서 탄탄한 지지율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 평론가들 역시 “공감능력을 어필하는 기시다 총리의 모습은 현재의 국민감정과도 궁합이 좋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고 “말을 바꿨다”는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숙일 때 숙이는 자세에 일본 유권자들은 환호하고 있다. “정치인은 반 발짝만 앞서 가야 한다”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충고, 어쩌면 이웃나라 기시다 총리가 실천 중인지도 모를 일이다.

더보기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발행인 곽재선 I 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