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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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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株소설]우리는 본래 '박스권'의 민족이었다
    우리는 본래 '박스권'의 민족이었다
    고준혁 기자 2021.06.14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코스피가 전고점을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상승세가 가파르진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하방경직성이 탄탄한 만큼, 위도 단단하다고 진단합니다. 다만 낯설진 않습니다. ‘박스피’란 말이 있을 정도로 코스피의 횡보를 오랫동안 지켜봤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지금의 부침을 누구보다 잘 이겨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014년 첫 선을 보인 배달의민족 광고. (사진=배달의민족 공식 유튜브 캡쳐)◇ 코스피 장중 기준 최고가는 아직도 1월 11일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6월 들어 1.4% 올랐습니다. 지난 7일엔 3252.12로 마감해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장중 기준으로는 지난 1월 11일 3266.23 최고점을 아직도 넘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횡보장, 혹은 올라도 약간 오르는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거란 점입니다. 수급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수가 약간 내리면 자금이 들어오지만, 또 약간 오른다 싶으면 확 끊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박스권 상단 저항에 대한 경계감’이란 보고서에서 “코스피가 강세를 보이면서 코스피200 선물 시장 역시 매수세가 강한 모습이지만, 코스피 3260포인트 수준까지 형성된 박스권 상단선의 저항이 매우 강한 모양”이라며 “지금까지의 상승은 박스권 내부에서의 상승으로 볼 수 있지만 박스권 돌파 이후의 상승은 추세적인 상승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와 같은 완만한 시장 에너지의 증가는 추세를 이어가기에 다소 부족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장 에너지가 약하다는 가장 큰 이유로는 실적 추정치 증가율의 둔화가 꼽힙니다.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넘어가는 구간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인 실적에 적신호가 포착된 것입니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 증가율은 전년 대비 62.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내년 영업이익 증가율은 16.0%로 올해에 비해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지난 20년(2002~2021년) 영업이익 증가율의 평균 수준인 18%보다도 조금 낮은 것입니다. 이는 향후 12개월 앞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올 하반기부터 꺾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하반기부터는 내년에 대한 비중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하반기는 지난해 코로나19 기저효과가 끝나는 시점입니다. 이익은 계속 증가하겠지만, 증가율 자체가 둔화되면 그간 이를 따랐던 주식시장은 실망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생각보다 원재료 가격의 상승을 완성품으로 전가하기 어려울 수 있단 점 등으로, 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단 시각도 있습니다. 정다운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1분기 놀라운 이익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그 기저에는 마진율 개선이 있었는데, 한국은 하반기까지 공격적인 추정을 하고 있다”며 “2분기는 이익 가시성이 상대적으로 높다하더라도 이후의 마진 축소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밖에 디램(DRAM) 평균가격 증감률이 올해 4분기 정점을 찍고 내려온다는 점이나 달러 강세 전환 전망 등도 코스피를 누르고 있습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가 외국인 자금 유입 등으로 반등할 확률을 낮추기 때문입니다.다만 연준이 테이퍼링 신호를 준 뒤부터는 상승 탄력이 붙을 거란 전망이 있습니다. 시장이 유동성 둔화 자체보다는 유동성이 둔화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에 휘둘리고 있다는 시각입니다. 긴축 우려 때문에 그간 코스피가 위축돼 있었으니, 이게 사라지면 다시 지난해처럼 상승한다는 논리로도 연결됩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3분기 초 긴축 조정 이후엔 강세장에 복귀할 것으로 전망하는 데, 과거 ‘경기침체 후 1년’의 긴축 조정 이후에도 대부분 모두 강세장으로 복귀했다”며 “긴축 이전의 위험선호도와 환경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이후에도 유사한 강도의 랠리가 나타난 게 아닌가 추정된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익 컨센서스 증감율의 둔화든 긴축이란 불확실성의 해소든, 어떠한 관점에서 보든지 간에 당분간 코스피가 3200을 뚫고 추세적으로 상승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박스피에 친숙해져야 할 필요가 있는 셈입니다. 2000년대 이후 ‘박스피’ 구간. (출처=IBK 투자증권)◇ 박스피 땐 ‘테마주’·‘스몰캡’ 강세코스피는 박스권이었을 때가 더 많다는 점에서 사실 지난해와 같은 상승장이 더 낯섭니다. 긴 시계열로 보면 가장 가까운 박스권은 지난 2008년부터 작년까지 무려 13년간 진행됐습니다. 2000에서 3000으로 넘어가기까지가 이렇게 오래 걸린 것입니다. 좁혀 보면 지난 2012년부터 2016년 말까지로 약 60개월간 1000선대 후반~2000선대 초반에 머물렀습니다. 박스피의 이유야 저마다 다르겠지만, 현상은 비슷합니다. 갈 곳 잃은 자금의 방황입니다. 2016년 7월 발간된 한국투자증권 ‘스몰캡 투자전략’ 보고서 일부. (출처=한국투자증권)지난 2016년 7월 한국투자증권에서 나온 보고서를 보면 “코스피는 지난 5년간 1800~2100포인트라는 좁은 박스권에 갇혀 있는 형국”이라며 “‘고여 있는 물이 썩는다’는 속담이 있듯, 부침 없는 코스피 하에서 머니게임식의 개별종목 장세가 전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라고 평가합니다. 이어 “공고한 박스피 장세로 인해 낮아진 투자 수익률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만회해야만 하는 스마트머니들은 그 속성에 비추어 볼 때, 나보다 더한 바보를 찾을 수만 있다면 품절주, 대선 관련주 등의 묻지마식의 투자도 감행할 수 밖에 없다”며 “개별종목들과 테마주들의 높은 변동성과 빠른 순환매를 감안할 때 개별종목 접근은 리턴을 줄이더라도 리스크를 최소화시키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합니다. 지난 11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지난 달 총 204건의 투자가 시장 경보 조치를 냈는데, 대부분 정치 테마주와 우선주, 코로나19 백신 관련주 등이었습니다. 6년 전과 현 박스피의 현상이 비슷한 셈입니다. 최근엔 스팩(SPAC)이나 AMC엔터테인먼트 등 일명 ‘밈 주식’이 추가된 게 좀 다르다면 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박스권의 또 하나의 특징은 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스몰캡의 강세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개별 종목 장세의 당연한 결과로 여겨집니다. 지난 2016년 상반기 당시 코스닥 스몰캡 지수는 역사적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올해 코스피 소형주의 수익률은 26.5%로 코스피 대형주 10.8%에 비해 2배 이상 높습니다. 코스닥 대형주 수익률은 -8.1%고 소형주는 19%로 간극이 더 뚜렷합니다. 지난 4일 ‘중소형주는 계속 잘 가고 있습니다’란 보고서를 낸 강대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지수 변동폭이 줄어들면서 소위 ‘재미없는’ 장세라는 이야기도 일부 있었으나 중소형주에는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5월을 기점으로 수출이 둔화되고 내수가 좋아지는 국면에서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더 좋을 것으로, 반도체 강세가 이어지지 못한다면 경기재개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중소형주에서 더 돋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현 박스피의 성격은 금융위기 이후인 지난 2009년에서 2010년 때와 비슷하다고 평가됩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위기 이후의 시기 △국내와 중국 경기 모멘텀 먼저 약화 후 미국과 유럽 경기 반등 △기저효과 맞물리며 기업이익 추정치 상향 △밸류에이션 하향 안정 등 환경이 비슷하다”며 “당시 코스피 대비 아웃퍼폼한 업종은 대부분 12개월 선행 EPS 상향이 두드러졌는데, 대내외 경기 흐름에 따른 수요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최근의 흐름이 미국과 유럽 소비 수요가 나아지고, 선진국 투자 정책 테마가 탄소중립과 반도체 굴기란 점 등을 고려해 업종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 [株소설]매냐 비둘기냐 고민하는 파월, '매둘기'가 돼버릴까
    매냐 비둘기냐 고민하는 파월, '매둘기'가 돼버릴까
    고준혁 기자 2021.06.04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몇몇 주요 인사들이 최근 들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란 단어를 자주 내뱉으며 매파(hawkish)로 전향하고 있습니다. 가장 핵심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여전히 비둘기파(dovish)에 있어, 결과적으론 연준 안에서 의견 일치가 안 되는 장면이 연출됩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결국 연준에 매파적인 기운이 계속 퍼져 나갈 것인데, 시장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모습을 비춰선 안 되기 때문에 비둘기들은 매를 인정하면서도 본인이 비둘기임을 피력하기 위해 ‘애매한 문장’들을 내뱉을 것이다”라고 전망합니다. 그 이유는 역시나 인플레이션으로 지목됩니다. 달라진 건 원자재값 상승보다 더 위험한 노동시장과 임금에 관련됐다는 점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원자재 병목은 사라지겠지만, 노동자 부족이 온다3일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5Y5Y 선도 인플레이션(5-year, 5-year forward Inflation)은 올 초 1.5%에서 지난달 11일 2.38%까지 치솟았습니다. 그 뒤 안정세를 보이며 2일 2.29%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10년물 기대 인플레이션에서 5년물 값을 뺀 것으로,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을 제외한 진성 물가상승 기대감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준이 주로 참고하는 데이터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야 시장은 연준의 ‘일시적 인플레’ 얘기를 믿기 시작했나 봅니다. 그럴 만도 한 게 최근 원자재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4개 원자재 가격을 추종하는 S&P GSCI(Goldman Sachs Commodity Index) 상품 지수는 2일 531.23을 기록해 연초 400선에서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이 역시 5월 중순 들어 상승세가 둔화됐습니다. 철광석 등 고체로 된 원자재를 운반하는 벌크선 운임 지수인 발틱운임지수(BDI) 역시 5월 21일 3266.00 고점을 찍고 2일 2530.00으로 하락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상품(Commodity) 가격을 강제로 통제하는 것도 영향을 받았겠지만, 수요와 공급의 자연스러운 균형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원자재 선물 사재기 등 투기성 매매가 줄어든 것으로도 파악됩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도 가격이지만, 운임이 오르면서 인플레, 마진 스퀴즈(수익성 압박) 우려가 더 커졌는데 BDI가 하락하는 걸 보면 조금 누그러지나 싶은 생각도 든다”며 “아무래도 유럽과 아시아 경제 재개가 가까워질수록 공급 병목 해소는 더 가속화할 것으로, 소재와 부품 업체보다는 셋트 업체에 좋은 이슈”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로써 인플레이션 우려가 해결된 것으로 보이지만, 연준은 최근 테이퍼링을 더 자주 강조하고 있습니다. 연준 핵심 관계자는 아직도 일시적 인플레이션을 강조하고 있단 점에선 불협화음이기도 합니다. 파월 의장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매파로 통하는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27일 부동산 시장 과열 등을 이유로 조기 테이퍼링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전은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와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 총재의 발언에서 ‘매의 향기’가 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효석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불러드 총재는 ‘노동시장이 타이트한 것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얘기했고, 가장 강력한 비둘기인 브레이너드 이사는 ‘경제가 양방향의 위험을 가지고 있으며, 데이터를 주시하겠다’고 했다”며 “이렇게 되면 이번 주 금요일 발표될 고용지표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전했습니다. 미국 실업률 추이. (출처=연방준비제도)◇ 코로나가 만든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노동자들’연준 내 매파가 퍼지는 이유에 대한 힌트는 불러드 총재의 발언을 보고 얻을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의 복병으로 지목되는 임금 상승입니다. 노동 시장에서 수급 문제가 발생해 임금이 급격하게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단 것입니다. 상품 가격은 최근 사례처럼 수요 측에서 힘을 갖게 되면 다시 하락할 수도 있지만, 임금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상품이 아닌 사람은 한 번 올라간 임금이 다시 떨어지는 걸 용인하지 않습니다. 임금 인상이 재화 가격 인상보다 인플레이션에 더 위험 요소인 이유입니다. 백신 접종률이 증가하면서 미국 실업률은 지난해 4월 14.8%에서 지난 4월 6.1%로 꾸준히 내려오고 있습니다. 완전고용실업률 또는 자연실업률로도 불리며 정상적인 상태의 4.5%(2분기 기준)에 조금씩 근접해 갑니다. 지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 정상 실업률에 대한 기준은, 일할 만한 사람은 모두가 일하는 자연스러운 상태의 실업률을 뜻합니다. 이는 마찰적 실업률과 구조적 실업률 둘로 분해됩니다. 전자는 구직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직장을 찾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생겨나는 실업이고, 후자는 일자리 자체가 구직자보다 적기 때문에 나타나는 실업입니다. 문제는 이 자연실업률 자체가 높아져 있을 가능성입니다. 재난지원금과 실업급여를 충분히 받은 사람들은 웬만해선 일자리로 돌아가지 않으려 합니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기로 작정하거나, 나이가 든 사람들은 은퇴 시기를 다소 앞당길 수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4차산업 혁명이 가속화돼 IT전문직종은 나날이 느는데,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갑자기 생겨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마찰적 실업률과 구조적 실업률이 모두 증가한 셈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미국인의 노동시장 참여 부진이 일시적이겠지만, 팬데믹에 따른 영구적인 변화도 시사한다”고 진단한 바 있습니다. 만약 자연실업률을 측정하는 미국의 의회예산처(CBO)가 이를 너무 낮게 보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극단적인 예로 자연실업률이 이미 6.1%라면 지금 미국은 이미, 연준이 긴축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완전고용을 이미 달성한 것이 됩니다. 여기서 연준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실업률은 경기 상황과는 관련이 없기 때문이 완화 기조를 유지해 활성화해도 변동이 없을 거기 때문입니다. 자연실업률이 상향 조정된다는 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된다는 의미로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노동의 공급단에서 해결이 어려운 병목현상이 생긴 것이기 때문입니다. 돈이 생겨 취업을 미룬 사람이 늘고 IT 개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 수 자체가 없는 등으로 노동 공급이 줄어 노동자의 힘이 커지게 되고, 이는 임금 상승을 자극합니다. 미국 노동참여율은 지난해 4월 60.2%에서 올해 4월 61.7%로 복귀됐지만 코로나19 전인 63%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지원금, 노동시장 미스매치 등의 이유로 코로나19 이전에 일했던 사람들이 영영 직장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다시는 63%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주간노동시간은 4월 35시간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구직자는 적은데 기업들은 채용을 더는 늦출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 노동참여율 추이. (출처=연방준비제도)이은택 KB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 호황엔 오히려 사람들은 취업 대신 꿈을 택하고, 불황엔 취업을 택한다”며 “여기다 미국은 현재 1960년과 같은 복지정책을 쏟아부어 노동공급을 감소시켰다. 이 두 가지는 먼 미래에 인플레이션 압력과 버블 붕괴의 불씨가 돼 돌아올 것이다”라고 관측했습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미국이 최근 큰 정부와 강한 노조를 선호한다”며 “인플레는 가격이 급등하면 반대급부로 공급이 늘어 하락하는 원자재 가격 상승만으로 높아지는 게 아닌 힘(Power)에 의해, 정치에 의해 좌우된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다행한 것은 바이든 정부가 ‘미국 일자리 계획(American Jobs Plan)’이란 이름의 인프라 투자 ‘미국 가족 플랜(American Families Plan)’ 등 천문학적 규모의 정책을 펴고 있단 것입니다. 이는 방황하는 노동자들에 구미가 당길만한 일자리를 늘리거나 IT업계 등 접근하기 어려운 직업군에 도전할 수 있게 할 자양분입니다. 효과를 보려면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게 문제지만 말입니다. 연준 관계자들은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를 이미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실제 경제에 미칠 위험의 규모는 그 누구도 알 수 없기에,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과 ‘혹시라도 위험이 크면 큰일이니 지금 그냥 인플레이션을 잡자’는 의견이 대립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서두에 언급한 금융업계 관계자가 연준이 앞으론 ‘애매한 발언’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한국 시간으로 5일, 5월 신규고용 및 실업률 발표와 파월 의장의 연설이 예정돼 있습니다. 정말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지만, 테이퍼링을 생각하는 것조차는 이번엔 생각하고 있다”는 식의 이상한 말을 하게 되는 게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AFP)
  • [株소설]비트코인 "미치지 않고서는 미칠 수 없어!"
    비트코인 "미치지 않고서는 미칠 수 없어!"
    고준혁 기자 2021.05.31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비트코인의 애초 목적은 화폐의 무정부주의입니다. 발권력을 남용해 금융시장을 입맛대로 조작하는 중앙은행과 정부에 맞서 ‘우리’만의 화폐를 가져보자는 아이디어였습니다. 12년이 흐른 현재, 비트코인은 상품(Commodity)으로서 위상은 커졌지만, 화폐에선 점점 멀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5월 한 달간의 비트코인 가격 그래프를 보면, 아무래도 화폐의 가장 큰 기능인 교환의 매개(medium of exchange)가 될 순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우선 살아남는 게 급선무입니다. 중국은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살아 있어야 훗날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일단은 성공적입니다. 이 역시 롤러코스터를 탄 5월 그래프 때문입니다.비트코인과 혁명을 연관시킨 이미지. (출처=OnBuy)◇ 태초에 조상님들이 있었다비트코인은 2008년 10월 말 사토시 나카모토란 익명을 쓰는 사람 혹은 집단이 만들었습니다. 시기가 미국발 금융위기었다는 점이 상징하듯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화폐를 구축하고자 만들어졌습니다. 블록체인이란 기술을 활용해 중앙은행 없이도 ‘우리끼리’ 화폐를 보증해 사용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2009년 11월 사토시는 P2P 기술 포럼에서 탈중앙화(Decentralized)란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기관의 지배를 받지 않는 화폐란 꿈은 더 일찍부터 있었습니다. 홍익희 세종대 교수는 ‘부의 대전환 코인 전쟁’이란 책에서 비트코인의 선구자격인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1980년대 사이퍼펑크(Cypherpunk) 운동에 앞장섰던 데이비드 차움은 1983년 거래 당사자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는 은닉 서명을 개발해 암호화폐의 뼈대를 만듭니다. 1990년 최초의 암호화폐 이캐시(Ecash)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아담 백, 닉 재보, 할 피니, 웨이 다이는 ‘해시캐시’ 등은 ‘비트 골드’, ‘e-머니’, ‘비-머니’ 등 암호화폐의 전신이나 핵심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홍 교수는 “그들은 현 기축통화인 달러가 세계 시민을 위한 통화가 아니라 통화 금융 세력의 이익에 복무하는 통화로 보았다”며 “비트코인이 통화 금융 세력의 패권적 횡포이자 금융자본주의의 본질적 문제인 신뢰 부족, 빈부 격차, 금권 정치, 인플레이션, 통화 교란으로 인한 금융위기 등에 맞서 싸우는 세계화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서술합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경제학자들도 금융 세력의 횡포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대안 화폐를 구상했습니다. 존 케인스는 1944년 브레턴우즈 회의 때 영국 대표로서 세계화폐 ‘방코르(Bancor)’를 쓰자고 제안하지만 미국에 의해 거절됩니다. 자유주의 신봉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1976년 ‘화폐의 탈국가화’란 책에서 화폐 발행의 자유화를 주장했습니다. 밀턴 프리드먼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화폐 발행량을 결정하지 말고 일정한 통화증가율을 사전에 공시하고 준수하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저서에 ‘미래의 화폐 형태가 과연 컴퓨터의 바이트(Byte)일까?’란 물음을 남기기도 했습니다.최근 3달간 비트코인 가격 추이.(출처=coindesk)◇ 이주열 총재 “CBCD 도입하면 암호화폐 수요 감소할 것”이렇게 보면 비트코인은 짧게는 30년 길게는 100년간의 염원이 담긴 결과물인 것입니다. 벼락부자와 벼락거지를 낳는 지금의 코인판 분위기와는 달리, 진지하고도 비장합니다. 여러 스테이블 코인이 나오고 있지만 달러와 연동돼 있단 점에서 탈중앙화에서 빗겨 있습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퍼블릭 코인이 세계화폐가 돼야 100년 구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화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는 것 같습니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원유라 불리는 이더리움을 탄생시키고, 이 생태계에서 디파이(DeFi), 대체불가토큰(NTF) 등이 출현하는 등 기술의 진보와는 별개로, 세계화폐의 꿈은 쪼그라들고 있단 얘깁니다. 우선 현재까지 비트코인 가격의 등락 추이를 보면 교환의 매개 기능을 절대 수행할 수 없습니다. 30일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올 초 3만달러에서 지난 4월 16일 6만3346달러까지 오릅니다. 지난해 여름엔 1만달러가 채 안 됐었습니다. 그러던 게 5월 24일 3만4259달러까지 떨어집니다. 몇 개월 만에 두 배가 됐다가 다시 두 배로 떨어지는 화폐라면 일상에서 사용이 불가합니다.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도 위협요소로 꼽힙니다. 각국의 중앙은행은 종이 화폐를 디지털화하려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쓸 뿐이지, 본인들이 돈을 통제하는 건 종이 화폐나 CBDC나 매한가지입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결제 수단으로서의 암호화폐 확장성은 더 축소돼 있지 않을까요. ‘비트코인이야 말로 탈중앙화된 진정한 세계화폐야’라며 사용을 고집하는 사람이 많을까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3월 “CBDC가 도입되면 지급 수단으로서 암호화폐 수요는 감소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류허 중국 경제부총리는 지난 21일 “비트코인 거래 및 채굴 행위를 강력히 단속할 것” 이라고 밝히자,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됐다. (사진=AFP)◇ “코인, 미친 척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희망회로’를 돌리자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목숨을 부지하는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가 개최한 컨센서스 2021 행사에서 “각국 정부가 비트코인이 주요 통화로 올라설 것을 두려워해 비트코인 투자자들을 단속할 수 있다”며 “비트코인의 가장 큰 위험은 바로 비트코인의 성공 그 자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암호화폐 거래소를 불법화 거래를 금지한 데 이어 가상화폐 채굴 행위 타격을 위한 8대 조치 초안을 발표해 채굴도 완전히 몰아내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1만달러 이상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국세청 신고를 의무화하며 세금 부과 등 규제에 나섰습니다. 수수료가 아닌 거래세를 매겨 돈이 아님을 낙인 찍는 것입니다. 만약 비트코인이 안정적인 가격대를 유지하고 사람들이 화폐로 많이 사용하는 신호가 포착된다면 어땠을까요. 미국은 거래를 중지하고 중국에선 아예 발도 못 붙이지 않았을까요? 비트코인의 널뛰기가 어쩌면 다행일지 모른단 얘깁니다. 사실 비트코인의 주무대가 거래소란 점도 사토시 나카모토와 암호화폐 조상들에겐 마뜩잖은 일입니다. 탈중앙화돼 인류가 자유롭게 써야 할 통화가 몇몇 자본기업의 통제하에 매일 매초 경매되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혹시 거래소란 쇼윈도에 있는 비트코인의 폭등과 폭락을 보면서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최근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에 대해 “코인은 불안해서 돈이 될 수 없지만 그래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며 “코인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노려볼 때마다 미친 척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 [株소설]'오지 않을'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feat.금값)
    '오지 않을'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feat.금값)
    고준혁 기자 2021.05.24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스태그플레이션은 모순입니다. 정체란 뜻의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인데, 일반적으로 물가 상승은 성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수요가 늘고 물가가 오르면서 기업 이익이 증가해 성장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논리가 깨지는 것입니다.1970년대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시절 처음 나타났고 이때 용어도 만들어졌습니다. 그 뒤론 이렇다 할 스태그플레이션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특수한 셈입니다. 최근 이 스태그플레이션이란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석연치 않은 4월 미국 경제 지표 지난 20일 기준 블룸버그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유(WTI)는 1년 전 대비 85.3%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천연가스도 65.2% 상승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 상장된 옥수수와 밀, 콩은 각각 108.0%, 31.4%, 81.1% 올랐습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있는 구리와 알루미늄 가격(3개월물)의 상승률은 83.8%, 59.7%입니다. 폭등에 가까운 원자재값 상승만큼 성장이 나오지 않는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일 겁니다.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MSCI) 전 세계 지수는, 전년 대비 올해 예상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올 초 28.4%에서 지난 20일 37.0%까지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전 세계 기업들의 이익이 늘고 있단 면에서, 지금을 스태그플레이션이라 할 순 없습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기관 전망치를 봐도 이익과 성장은 올해를 넘어 내년 것까지 지속 상승하고 있는 등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낮게 본다”며 “원자재 가격을 봐도 경기 흐름을 진단하는 데 중요하게 쓰이는 WTI의 경우 많이 올랐다 해도 현재 60달러 중반대에 있어, 공간이 많이 남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출처=삼성증권)만약 물가 상승 및 성장 둔화 구간이 온다 해도 길게 지속되긴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른다는 건 수요에 따라 움직인 것인데, 성장이 멈추면 수요도 더이상 증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곧 원자재 가격도 빠지게 될 겁니다. 이에 진성 스태그플레이션은 1970년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같은 이유에서 ‘미니 스태그플레이션’은 종종 있었습니다. 2000년대에도 두 차례 나타났습니다. 오건영 신한은행 IPS본부 부부장은 페이스북에 “실제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났던 건 70년대 초반”이라며 “그 이후 2008년 금융위기 전 유가가 배럴당 145달러까지 상승했을 때와 2011년 초 국제 유가가 120달러가 넘어서며 스태그플레이션의 기운이 나타났지만, 너무나 올라버린 물가가 실물 경제 수요를 짓눌러 그리 길게 가진 못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들어 10년 만에 미니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나옵니다. 원자재값이 너무 급하게 올랐기 때문에 제조업 기업들의 마진 스퀴즈(수익성 압박)는 서서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2분기가 지나 코로나19 기저효과가 끝나면 성장률은 지금처럼 높게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발표된 미국의 몇 가지 경제 지표도 석연치 않습니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4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0.7%를 기록, 예상치인 65를 하회했습니다. 4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1.0% 증가란 전문가 예상에 빗나갔습니다. 결정타는 고용 지표입니다. 신규 고용 예상은 100만명이었는데, 26만명으로 나왔습니다. 이 가운데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4.2% 상승해 지난 2008년 9월 이후 13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오 부부장은 “4월 미국 CPI가 2008년 9월 이후 최대치라는 점과 구리 가격이 지난 7일 기준으로 2011년 2월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모두 가파르게 오른 물가가 성장을 짓누르기 시작한 시기로, 지금은 금융 위기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는 남아 있다고 본다”라고 짚었습니다. 성장에 대한 우려도 우려지만 물가 상승이 생각보다 길게, 구체적으론 올해 말까지 이어질 수 있단 분석도 있습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4월 미국 CPI에서 주목할 점은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Core) CPI가 전월 대비 0.9% 상승하며 1995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큰 폭이란 것”이라며 “앞으로 예상치에 장기 평균치인 0.2% 상승만 적용해도 연말까지 CPI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금 가격과 실질 금리가 역의 상관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출처=연방준비제도)◇ 금 “성장이 둔화되고 있구나”이미 시장은 스태그플레이션을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주인공은 금입니다. 주식, 채권, 달러 등 여러 자산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최근 꾸준히 상승한 금값이 성장 둔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견해입니다. 런던금시장협회(LBMA)의 금 가격은 코로나19 발발 이후 지난해 8월까지 온스당 2000달러까지 올랐다가 11월초 약 1900달러선까지 떨어집니다. 11월 한 달간 1700달러대까지 급격히 떨어진 뒤 계속 하락세를 이어오다 올해 4월 1680달러선에서 바닥을 찍고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은 연준이 잭슨홀 미팅에서 평균물가목표제(AIT)를 발표하면서 코로나19 이후 적극적이었던 양적 완화에 약간의 변화가 감지됐던 때입니다. 11월엔 바이든 대통령 당선과 함께 블루웨이브 기대감이 나왔습니다. 오 부부장은 지난해 금값 하락의 두 번의 모멘텀을 다른 성격으로 구분합니다. 8월은 유동성의 축소로, 11월은 성장의 시작으로 설명합니다. 올해 3월 들어 금값 상승은 11월 이후 성장의 시작에 연동한 것으로, 금 입장에서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구나’란 판단을 내렸단 것입니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유동성 부양이 주춤해졌고 11월부터는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강해졌는데, 유동성 공급의 축소와 성장 기대의 확대는 금 가격에는 그야말로 쥐약”이라며 “이후 금 가격의 부진은 지속됐다가 최근 중앙은행의 테이퍼링 우려가 있음에도 금 가격이 고개를 쳐드는 것을 보면서 금을 구조적으로 짓누르고 있는 성장 이슈가 주춤해지고 있는 것 아닌가는 생각을 해본다”라고 전했습니다. 지금의 금값 상승을 해석하는 일반론은 인플레이션 헤지(hedge·위험 회피)입니다. 물가 상승, 즉 화폐 가치 하락을 가치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대표적인 귀금속이 막는다는 얘깁니다. 이 역시도 결국 금이 스태그플레이션의 조짐을 드러낸다는 것과 연결지을 수 있습니다. 70년대 초 온스당 35달러에 불과했던 금값은 80년대 초 835달러로 2280% 상승한 바 있습니다. 인플레 헤지 수단으로서 금은 물가 상승률을 덜어낸 ‘진짜’ 이자인 실질 금리 추이와 역의 상관관계가 높습니다. 최근에도 금값 상승과 실질 금리 하락은 그 움직임을 같이 합니다. 실질 금리라는 것은 명목금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을 뺀 값입니다. 지금의 실질 금리 하락은 명목금리는 제자리인 반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업들이 대출을 주저하기 때문에 돈의 값인 명목금리가 멈추는 것으로, 원자재값 상승에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 미국의 모든 은행의 상업·기업 대출은 지난해 5월 이후 감소하다가 연초 반등하는가 싶더니 5월 들어 다시 하락했습니다.미국 상업은행의 사업 및 산업 대출 추이. 올해 초 소폭 상승세를 보이다 3월 이후 하락한 모습. (출처=연방준비제도)한편 요 며칠간 원자재값의 하락이 되레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가 나옵니다. 원자재가 더 비싸지기 전에 사들여 비싼 값에 팔고자 하는 가수요, 투기수요가 사라지는 과정으로, 기업들의 비용부담을 낮추기 때문입니다. 20일 기준 구리는 일주일 전 대비 3.3% 하락했고, 알루미늄도 1.5% 내렸습니다. 곡물 값도 7~3% 내렸습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커머더티 가격 하락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실물경제가 감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으로 건전한 인플레이션이 아닌 나쁜 인플레, 즉 코스트 푸시(비용 압력) 인플레이션인 것”이라며 “자정작용이 시작된 것으로 당장은 조금 아프겠지만, 경제 전체로 보면 꼭 있어야 하는 과정으로 IT와 경기소비재 쪽 순환매 움직임이 강화되겠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株소설]증시 조정이 정말 인플레 때문만이었을까
    증시 조정이 정말 인플레 때문만이었을까
    고준혁 기자 2021.05.14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1분기 금융시장을 뒤흔든 인플레이션이란 악재가 또다시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1분기 큰 조정을 경험한 채권시장은 덤덤한 반면, 주식시장엔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는 말이 정말 맞는 말이었나 봅니다. 두 시장의 차이를 잡아내는 건 생각보다 중요할 수 있습니다. 변동성이 확대된 주식시장에 대응하는 전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려하던 ‘CPI 서프라이즈→금리 레벨업→성장주 조정’12일(현지시간)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는 인플레이션 논란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 오르면서 지난 2008년 9월 이후 13년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3.6%를 0.6%포인트나 상회한 수준이기도 합니다. 인플레이션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실패와 함께 조기 긴축이란 우려를 키웁니다. 벤치마크로 쓰이는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7bp(1bp=0.01%포인트) 정도 상승해 1.69%까지 올랐습니다. 5년물 기대인플레이션(BEI)은 2.77%로 10년래 최고치에 도달했습니다. 다우 지수는 전장 대비 1.9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2.14%, 나스닥은 2.67% 하락했습니다. 13일 코스피도 1.49% 하락해 3161.66을 기록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우려했던 ‘물가지표 예상치 상회→채권금리 레벨업→성장주 중심의 주식시장 조정’이란 시나리오가 작동한 것입니다.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에서 모두 매도가 나왔지만, 분위기는 좀 달라 보입니다. 주식시장에선 ‘이날 하루 정말 힘든 장이었다’는 푸념이 나오는 반면 채권시장은 차분합니다. 국내 한 운용사의 채권 매니저는 “우리나라 채권시장은 오전에 금리가 올라서 시작한 후 조금 안정되는 모습이다”라며 “아무래도 최근에 금리가 많이 올라 있었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비해선 비교적 안정적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주식시장에 비해 선반영이 돼 있어 충격이 덜하다는 겁니다. 미국채 10년물은 연초 0.9%에서 4월 말 1.7%대 중반까지 약 80bp가 뛰었습니다. 그만큼 채권 매도가 짧은 기간 강하게 나온 것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S&P는 12% 상승, 4000대를 넘기며 연일 사상 최고가를 썼습니다. 몇몇 높은 밸류에이션의 성장주만 조정됐다 뿐이지 ‘찐’조정이 없었던 겁니다. 변동성 지수로 봐도 뚜렷이 갈립니다. 뉴욕주식시장 변동성 지수(VIX·CBOE Volatility Index)는 금리가 1분기 고점을 치던 3월부터 4월 28에서 17대로 하락했습니다. 반면 채권시장 변동성 지수(MOVE·Merrill Lynch Option Volatility Estimate)는 연초 50선에서 70으로 치솟은 뒤 3월 내내 70선 위에 머물렀습니다. 반대로 CPI가 발표된 날 VIX는 전날 대비 무려 28.6% 올라 28.6으로 마감했고, MOVE는 58선을 유지했습니다. 주식시장은 이제야 본격적인 인플레이션 변동성을 흡수하고 있는 것입니다. ◇ 1분기 먼저 맞은 채권시장은 치열한 수 싸움 중매를 먼저 맞은 채권시장은 이미 단단해져 있습니다. 지난달 내내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가 양호해 인플레를 자극했음에도, 미국채 10년물은 1.6%대 안팎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였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지난 4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을 때 미국 장기물 금리는 되레 내렸고, 7일 4월 미국 고용 쇼크엔 오히려 올랐다는 점입니다. ‘정상’적이라면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긴축 우려엔 금리가 올라야 하고, 고용 회복을 위한 유동성 공급 유지란 해석엔 내려야 합니다. 단련된 채권시장이 한 수 앞을 넘어 두 수 앞을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역(逆)의 역(逆)’이란 보고서에서 “스마트 금융시대, 정보의 대중화로 과거보다 빠른 가격 움직임은 상시화되고 있고,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바둑의 수 싸움처럼 몇 수 앞서 가는 금융시장을 보며 해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최근 시장 흐름의 시사점은 연준의 통화정책 기대가 실제 단기유동성을 제한하면 오히려 장기금리는 더 올라갈 이유가 없고 경기불안에 유동성을 공급하면 위험선호와 인플레 기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같은 해석은 이번 CPI 발표 이후 금리 추이에도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전날 1.6% 초반에서 1.7% 가까이 오른 10년물 금리는 2bp가량 되돌림이 나타났습니다.전문가들은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상승해도 당분간은 전고점에서 약간 상회하는 정도인 1.8%대보다 높아지진 않을 걸로 예상합니다. 인플레이션이 어렵단 견해도 있습니다. △2분기 정점을 찍는 코로나19 기저효과 △수요 확인 안 된 공급 병목 현상으로 인한 물가 상승 △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펜트업 수요(pent-up demand) 국면의 전망치 불확실성 등 때문입니다. ◇ “주가 흔들림 본질, 조정다운 조정 없었기 때문”물론 인플레이션 우려는 채권시장에 여전한 위협입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3%의 물가상승률이 계속 유지된다고 했을 때 만약 1년에 쿠폰을 2% 정도 주는 채권이라면 인플레에 대한 메리트를 완전히 잃게 된다”며 “주식은 그나마 비용 인플레를 제품 가격 상승으로 전가할 수 있는 종목들을 골라낼 수 있는 어떤 방법이 있지만, 이미 발행된 채권들은 답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당장은 큰 매를 맞아본 적 없는 주식시장이 더 큰 걱정입니다. 다만 채권시장를 통해 힌트를 찾을 수 있을 듯합니다. 지금의 하락장이 채권시장 약세, 즉 금리 상승과는 큰 연관이 없다고 본다면 말입니다. 본질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면 할인율 상승에만 치중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병목현상과 임금 인상 압력은 경제가 충분히 재개되면 완화된다”며 “결국 주가가 급격히 흔들린 본질적인 이유는 11월 이후 조정다운 조정이 없던 상황에서 기업이익 상향 모멘텀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습니다.
  • [株소설]삼성전자가 안 가면 코스피가 망한다?
    삼성전자가 안 가면 코스피가 망한다?
    고준혁 기자 2021.05.06
    삼성전자 서초 사옥. [이데일리DB][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은 유명합니다. 토론의 단골 소재로도 자주 등장하는 이 주제는 언제나 갑론을박이 치열합니다. 파산으로 인한 타격의 정도가 망할 정도냐 아니냐에 대해 각자가 생각하는 시뮬레이션이 다르기 때문일듯합니다. 주식시장 관점에서만 보면 좀 쉽게 결론이 날까요?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절대적인 비중(4월 말 우선주 포함 24.7%)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오르지 않고서 코스피가 오르는 일이 가능할까요? 2003~2007년, 삼성전자와 코스피가 동행하는 가운데, 후반부 삼성전자가 코스피를 후행한 모습. (출처=한국거래소)◇ 오히려 과거엔 그랬다 코스피가 2000년대 이후 추세적 상승을 했다고 보는 구간은 총 3곳입니다. 2003년 4월~2007년 10월의 ‘차이나 플레이’, 2009년 3월~2011년 4월의 ‘차화정 랠리’, 2017년 1월~2018년 1월의 ‘반도체 랠리’입니다. 주가는 기업 이익의 함수이므로, 이 둘은 같이 움직입니다. 다만 주가는 선행성이 있어 좀 먼저 나갑니다. 경기불황에서 기업 실적이 바닥을 치면 주가가 먼저 움직이고, 기업 실적이 개선될 땐 또 따라서 주가는 상승합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자산시장의 호황이 실물 경기로 넘어올 때 주가는 2차로 크게 뜁니다. 그리고 나서 이익이 최정점에 도달하는 기미가 보이면 주가는 먼저 꺾이는 것으로 상승 주기는 종료됩니다. 전반적으로 보면 2000년대 이후 코스피 장기 상승 구간에서 삼성전자와 코스피는 운명을 같이했습니다. 둘은 같이 오르고 같이 내렸습니다. 그런데 구간을 특정 시기로 한정할 땐 변화가 감지됩니다. 기업 이익이 쭉쭉 오르는 구간, 2차 주가 상승 때만 놓고 보면 2010년도 전후의 삼성전자와 코스피 주가 추이는 성격이 다릅니다. 2010년까진 코스피가 먼저 치고 나가면 삼성전자가 뒤따라 오릅니다. 그런데 2010년 이후 상승장에선 이러한 모습을 찾기가 어려워집니다. 주가 연동성이 더 견고해지는 가운데, 간혹 삼성전자가 먼저 오르고 코스피가 후행하는 경우가 나타납니다. 이는 삼성전자 위상이 커지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융위기를 기준점으로 잡고, 그 이전과 이후 기업 이익 사이클 후반부에서 나타나는 삼성전자와 코스피의 주가 추이는 좀 다르다”며 “이전엔 코스피 고점 뒤에 삼성전자 고점이 나왔는데, 이는 국내에 경쟁력 있는 기업이 지금보다 별로 없었을 당시 그나마 삼성전자가 괜찮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최근 들어서는 그렇지 않고 삼성전자가 조금 선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코스피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이익 비중이 굉장히 확대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삼성전자의 위상이 커질수록 ‘삼성전자가 곧 코스피다’라는 등식이 성립하고 있고, 때때로 삼성전자가 코스피를 끌고 갈 때가 있단 것입니다. 2017~2018년. 삼성전자와 코스피가 동행하는 가운데, 후반부 삼성전자가 코스피를 선행한 모습. (출처=한국거래소)◇ 경기 회복 초반부는 지난 상황전문가들은 13년(2007년 7월~2021년 1월) 만에 코스피가 2000대에서 3000대로 넘어온 현 구간을 추세적 상승장으로 보고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 4번째 장기 상승장인 셈입니다. 이익 사이클에 따른 것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공장 가동이 멈춰버린 뒤, 같은해 말 백신이 개발되면서 세계 경기는 차츰 살아나고 있습니다. 칼로 무 베듯 딱 잘라 말할 순 없지만, 현재는 자산시장과 실물경제의 괴리가 좁혀지는 단계로 경기 회복 초반부를 지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좀 더 좁혀 들어가면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상승하는 반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소폭 상승 또는 횡보하는 구간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상승하며 상품 수요는 최저점을 찍고 반등하는 반면, 그간 설비투자를 줄였던 기업들은 판매할 제품이 모자랍니다. 이 과정에서 원자재가 빠르게 소비돼 원자재 가격이 오릅니다. PPI 지수가 상승하는 원리입니다.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느껴 소비자 판매 가격을 올릴 때서야 CPI도 상승하게 되는데, 아직은 여기까지 넘어가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들이 안심할 수 있을 정도로 경기가 회복됐다고 판단하면 CPI도 PPI 만큼 오를 것입니다. 코로나19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크게 상승한 데 비해 소지자물가지수(CPI) 상승 폭은 작은 모습. (출처=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이효석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집 주인은 밀가루 가격이 이렇게 오르는 것도 본 적이 없고, 양파를 구하는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적도 없는데, 짜장면 가격을 올리려고 보니 옆에 있는 대형 짜장면 집이 가격을 올리지 않아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짜장면 가격을 CPI에 비유해 현 구간을 설명합니다. 코스피 이익 추정치로 볼 땐 경기 회복 사이클의 완전한 초반은 아닙니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KOREA INDEX)의 전년 대비 올해 예상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1월 초만 해도 24.2%였습니다. 2월 초도 23.8%로 비슷했습니다. 그러던 게 지난 3월 51.1%로 껑충 뛰었고 그 뒤 서서히 높아져 현재는 64.1%로 올랐습니다. 올해 국내 기업들의 순이익 예상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그 폭은 다소 둔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삼성전자 예상 EPS 추이는 이보다 못합니다. 1월 26.0%에서 3월 31.6%로 뛴 뒤에는 5월 37.8%로 전년 대비 올해 EPS 증가 추세가 국내 기업 평균보다 낮은 것입니다. 뒤집어 보면 삼성전자 말고 다른 기업들이 전체 지수 상향 조정에 기여한 바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올해 주당순이익(EPS) 예상치 상향 조정이 MSCI 한국 지수에 비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출처=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 이번엔 삼성전자가 안 가도 코스피 상승하는 구간 나올 ‘가능성’앞으로 경기나 기업 이익 사이클은 후반부를 향해 갈 것입니다. 이번에도 덩치가 큰 삼성전자가 코스피를 이끄는 장면이 연출될까요? 덩치가 크지만 코스피에 이끌릴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금융위기 이전의 그래프처럼 말입니다. 이미 징조는 포착됩니다. 연초 대비 코스피와 삼성전자의 주가는 크게 볼 때 둘 다 횡보하고 있지만, 지난 4일까지 수익률은 각각 9.5%, 1.9%로 4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이는 코로나19라는 ‘독특한’ 불황으로 설명됩니다. 사람들을 집에 가둬두는 형태의 불황은 일명 컨택트(비접촉) 업종을 순식간에 망가뜨렸다가, 사람들이 거리로 나올 때 다시 크게 복구됩니다. 다른 때보다도 컨택트 경기 회복 탄력이 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선진국만 코로나19를 잘 극복하고 있는 점도 있습니다. 허재환 팀장은 “최근 삼성전자가 코스피를 선행하는 경향이 잡히고 있지만, 올해 및 이번 사이클은 후행하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삼성전자도 좋겠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기업들의 이익도 좋기 때문”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이어 “앞으로 삼성전자를 사는 자금은 액티브일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달러가 좀 약해도 신흥국들의 경우 코로나 문제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패시브라고 해서 외국인들이 비중대로 사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비중이 꽤 이미 높기에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기업들을 사는 게 가능할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외 종목을 사면서 코스피가 상승할 수 있는 것입니다. IT산업 잉여현금흐름(FCF) 사이클이 이외 업종과는 다른 패턴을 보이기 때문으로도 설명도 있습니다. 지금은 삼성전자가 아니라 제조업의 FCF가 반등하고 있습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비울 용기’란 보고서에서 “포트폴리오에서 삼성전자를 올해 딱 한 번 비운다면 2분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삼성전자 주가는 1분기 실적발표 이후 코스피200을 언더퍼폼하기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시장 참가자들이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모멘텀이 다른 기업들보다 약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삼성전자는 다른 코스피200 기업들과 엇갈리는 잉여현금흐름(FCF)를 그리는데, 정보기술 산업은 가격(P)보다 수량(Q)이 매출에 중요하기 때문에 물가의 등락과 실적이 같지 않고, 2021년 이후 삼성전자의 FCF는 여타 코스피200 제조업체들과 엇갈려 왔다”고 했습니다. 2021년~. 삼성전자와 코스피가 동행하는 가운데, 4월 이후 코스피는 상승, 삼성전자는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출처=한국거래소)◇ 결국엔 삼성전자는 코스피의 ‘필요조건’물론 이번 코스피 상승 사이클이 종료될 때까지 멀리 떨어져 볼 때 삼성전자가 끝까지 오르지 않을 확률은 ‘제로(0)’라고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하반기 메모리칩 부족 문제가 생산능력(CAPA)이 확대되며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Target Price) 평균치는 10만6000원으로 현재 주가(8만2600원)와 괴리율은 28.3%입니다. 목표주가 11만1000원을 제시한 김경민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삼성전자 컨퍼런스콜을 참고해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43조6000억원에서 46조5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주가의 주당순이익(EPS)이나 주가수익배율(PER)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2분기 영업이익의 레벨 업과 오스틴 가동률 회복 흐름 고려 시 반도체 부문이 주도하는 투자 심리는 바닥을 통과하며 개선되고 있다고 판단한다”라고 전했습니다.다만 언제 삼성전자와 코스피가 오르느냐는 문제가 있는데,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PPI 상승이 CPI로 넘어가려면 강한 수요 회복이 확인돼야 하는데, 이 부분이 불안하다는 관점입니다. 원자재값만 치솟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가 2분기에 끝나는 문제까지 있는 등 반도체는 물론 다른 기업들도 예상보다 회복 강도가 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윤지호 센터장은 “코스피가 가려면 삼성전자가 가야 된다는 건 명확하며 주도주 교체가 일어나는 건 어렵다고 본다”며 “2분기 지나 3분기까지 삼성전자 포함, 코스피가 지금의 3200 박스권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기업들 이익이 좋아지고 있는데, 이는 전형적인 쇼티지(Shortage·공급 부족) 때문이고 기저가 끝나는 2분기에 피크 아웃(Peak Out)이 예정돼 있는 상황”이라며 “(PPI에서 CPI로의) 가격 전가가 일어나려면 강한 수요가 확인돼야 하는데 지금은 모르는 상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수요가 회복이 안 되면서 원자재 가격만 오르는 코스트 푸시(비용 압력)를 받게 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라며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실적 서프라이즈를 냈음에도 주가 흐름이 나빴는데, 이 역시 금리가 올랐기 때문이 아니라 배송비와 임금 등 코스트 부담이 늘어난 이유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 [株소설]'노매드랜드’ 주인공이 다시 아마존을 찾은 이유
    '노매드랜드’ 주인공이 다시 아마존을 찾은 이유
    고준혁 기자 2021.04.29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제93회 아카데미 3관왕(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노매드랜드’는 집 없이 캠핑카에서 생활하는 미국 사람들을 다룬 영화입니다. 주인공 ‘펀(프랜시스 맥도먼드 분)’은 영화 초반 아마존(AMZN) 물류센터에서 초단기 아르바이트로 일합니다. 이후 펀은 다른 지역으로 터전을 옮겨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으려 노력하지만, 녹록지 않습니다. 결국 주머니가 얇아진 펀은 다시 아마존 물류센터로 돌아옵니다. 감독은 왜 하필 아마존이란 기업을 출연시켰을까요. 어쩌면 ‘4차 산업 혁명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영화 노매드랜드에서 주인공 ‘펀(프랜시스 맥도먼드 분)’이 나온 한 장면. (출처=AP통신)◇ 디플레 압력 넣고 고용 축소하는 ‘아마존 효과’‘아마존 효과’라는 게 있습니다. 온라인쇼핑의 발달이 물가상승을 제한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 도래하긴 어렵다는 주장의 한 근거로도 쓰입니다. 아마존은 혁신적인 풀필먼트(FBA·Fulfillment By Amazon) 서비스 등을 통해 중간 유통 단계를 줄여 물건의 가격을 낮추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올 초 항공화물 운영을 위해 항공기 11대를 구매했습니다. 그간 항공기를 임대해 사용했지만 구매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제는 무역 마진 구조마저 파괴하겠다는 것으로 소비자 물가는 더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존 효과는 물가를 누를 뿐 아니라 고용도 축소합니다. 아마존이 하도 가격을 후려쳐 놓기 때문에, 경쟁사들은 물건값을 올리기는커녕 울며 겨자 먹기로 내려야 합니다. 순수익은 줄게 되고 이 과정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력 감축이 일어납니다. 심하면 회사가 문을 닫고 일시에 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습니다.아마존 효과는 국내에서도 실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지난 2018년 한국은행 조사국이 낸 ‘온라인거래 확대의 파급효과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4~2017년 온라인 상품판매 비중이 1%포인트 상승할 때 근원인플레이션율은 연평균 0.2%포인트(온라인 상품판매 비중 확대 고려) 하락한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같은 기간 온라인거래 확대에 따른 오프라인 판매 대체효과로 도소매업 부문의 취업자 수는 연평균 약 1만6000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 아마존이 ‘자른’ 노동자, 아마존으로 흡수되는 아이러니아이러니한 것은 아마존 효과로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이 아마존으로 유입되고 있단 점입니다. 일자리의 질은 낮아졌을 걸로 보입니다. 혁신 기업은 정규직보단 초저임금, 초단기 임시직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은 일감이 몰리는 연말에 단기 일자리를 제공하는 ‘캠퍼포스(CamperForce)’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단기 라이더 서비스 ‘배민커넥트’ 가입자는 지난 3월 기준 약 5만명입니다. 2019년 말 기준 약 1만명에서 5배 증가한 수준입니다. 아이지에이억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리어 전용 앱 ‘쿠팡이츠 배달파트너’의 월간이용자수(MAU)는 지난해 5월 3만8000명에서 올 1월 48만명으로 8개월 만에 12배 이상 늘었습니다. 비슷한 기간 임금 100만원 미만의 ‘초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사상 처음 상승했고, 반면 월급 100만~200만원의 ‘저임금’ 일자리는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통계청이 취업자의 산업·직업별 특성을 주제로 실시한 ‘2020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전체 임금근로자 중에, 월 임금 100만원 미만 비중은 10.6%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증가는 지난해가 처음이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모든 임금 대에서 근로자는 줄었습니다. 특히 월 임금 100만~200만원 비중 하락률은 더 컸습니다. 21.9%로 전년 대비 1.2%포인트 감소했습니다. 물론 코로나19의 영향이 크겠지만, 기술 혁신이 노동자들을 초저임금 일자리로 밀어 넣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들이 지난 3월 11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앞에서 ‘번쩍배달 수입감소·위험증가 배달의민족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초저임금 일자리 증가, 가격 낮추는 쿠팡이 살 수 있는 동력”이는 혁신 기업이 마진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음에도, 결과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마진을 줄여 제품 가격을 계속 낮추지만, 초저임금 일자리에 대한 수요는 느는 구조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 입장에선 널리고 널린 게 라이더들인데 임금을 굳이 올릴 필요가 없습니다. 이는 비용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하고 수익률 제고로 연결됩니다. 현실은 더 가혹합니다. 쿠팡이츠는 지난 3월 2일부터 라이더 기본 수수료를 3100원에서 2500원으로 20% 낮췄습니다. 봄이 찾아와 외식 수요가 늘며 배달 주문이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초저임금 수준이 낮아지지 않은 것 만으로도 다행인 것입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폭력적으로 가격 파괴를 하고 있음에도 어떻게 기업이 유지될 수 있느냐는,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가 계속 돈을 풀어야 하는 새로운 시대가 등장했고 이는 주식시장에서 기술성장 기업이 자금을 계속 흡수하는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며 “또 한 가지는 혁신이 야기한 노동시장 구조의 변화가 앞으로 계속해서 ‘쿠팡맨’을 늘릴 거란 점으로, 사실 슬픈 사회적 현실이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아마존 주가 실적 발표 앞두고 우상향노매드랜드 원작인 ‘노매드랜드:21세기 미국에서 살아남기’ 에세이는 아마존에 대해 좀 더 비판적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영화가 아마존 문제를 깊게 다루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기도 합니다. 다만 영화가 아마존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내용을 분명하게 그렸다는 점에선 비판적 시선이 녹아 있다고 보입니다. 아마존의 초저임금 일자리를 찾는 노동자가 끊이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어서입니다.한편 최근 아마존 주가는 실적 발표를 앞두고 우상향하고 있습니다. 27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이번주 약 2.3% 올랐습니다. 지난 26일 찰스 가스파리노(Charles Gasparion) 폭스 비즈니스 기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주식 트레이더들은 아마존이 이르면 이번 실적 발표에서 액면분할을 발표할 수 있다고 본다”고 한 영향도 있습니다. 아마존의 실적 발표는 오는 29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 [株소설]'짜장면 가격(CPI)'을 올릴 수 있느냐에 대한 자신감
    '짜장면 가격(CPI)'을 올릴 수 있느냐에 대한 자신감
    고준혁 기자 2021.04.21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코카콜라(KO)가 제품 가격을 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백신 등장으로 코로나19가 끝나가고 있긴 한가 봅니다.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한 신호일 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투자자의 관점에선 이번 코카콜라의 가격 인상이 새삼 대단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생산자 물가(PPI·Producer Price Index) 상승이 소비자 물가(CPI·Consumer Price Index) 상승으로 전가되지 않은 시점이기도 하고, 그게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선제적 인상이기 때문입니다. (사진=이데일리DB)◇ CPI 아직인데 코카콜라 가격 올린다19일(현지시간) 제임스 퀸시(James Quincey)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는 CNBC 방송에 출연해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을 버티기 힘들다면서 “올해는 헷지가 잘 돼 있지만 내년에는 가격 상승 압력이 가중돼 제품 일부의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이어 “포장 크기 활용법과 기준 소비자가격 최적화를 신중하게 검토하면서 (가격 인상에) 대처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을 얼마나 올릴지는 밝히진 않았습니다. 코카콜라는 지난 2018년 도널트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알루미늄 관세를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린 바 있습니다. 코카콜라의 3년 만의 가격 인상은 PPI 상승이 CPI로 전가되지 않은 시점이란 면에서 다소 빠른 감이 있습니다. 3월 미국의 PPI는 전년 동기 대비 4.2% 올랐습니다. 지난 2011년 9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이며, 전문가 예상치인 3.8%를 상회한 것입니다. 중국의 3월 PPI도 전년 동기 대비 4.4% 상승해 지난 2018년 7월 이후 약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시장 전망 3.6%를 넘었습니다. 반면 CPI는 비교적 안정세입니다. 같은 기간 미국 CPI는 2.6% 상승했습니다. 지난 2018년 8월 이후 2년 7개월 만의 최고치이지만, PPI 상승 폭보다 작은데다 시장 예상치인 2.5%를 소폭 상회하는 데 그쳤습니다. 중국 CPI는 0.4% 상승했고 시장 예상 0.3%을 소폭 넘는 데 그쳤습니다. 일반적으로 경기 회복이 시작되는 구간에선 PPI가 먼저 상승하고 그 뒤 CPI가 상승합니다. 미국과 중국의 PPI-CPI의 상승 격차는, 지금이 경기 회복 초반 국면이란 의미인 셈입니다. 이제 막 경제가 좋아지는 상황으로, 소비자의 제품 구매력이 딱히 개선되지 않았을 겁니다. 기업이 제품 가격을 올리면 시장의 외면을 받을 위험이 있는 것입니다. 코카콜라의 이번 가격 인상이 빠르다고 한 이유입니다.CNBC는 코카콜라 가격 인상에 대해 “이러한 가격 인상 움직임이 코카콜라 수익성 개선엔 도움이 되겠지만 아직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터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비자에겐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임스 퀸시(James Quincey)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월 11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하는 모습. (출처=CNBC 유뷰트 화면 캡쳐)◇ “혁신은 가격 파괴를 낳고 PPI가 CPI로 전가되는 것을 막는다”이효석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PPI를 밀가루 값에, CPI를 짜장면 가격에 비유합니다. 그러면서 “4차 산업 혁명기에 탄생하고 있는 ‘혁신적인 짜장면집’ 때문에 밀가루 값이 올라도 일반 짜장면집들은 짜장면 값을 올리려야 올릴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강조합니다. 경기가 점차 풀리면서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면, 자연스럽게 짜장면 가격도 올라가게 될 텐데 이걸 혁신적인 짜장면집이 막는다는 겁니다. 이 짜장면집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짜장면 가격을 낮출 수 있을지에만 몰두해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AMWL)이나 쿠팡(CPNG)같은 기업입니다. 이 팀장은 “쿠팡과 아마존은 온라인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장사를 할 수 있게 해주면서 그에 대한 자릿세를 제품 가격 인하로 받는다”며 “한마디로 제품 마진을 현저히 줄여나가는 작업을 통해 소비자에게 보다 싼 제품을 공급하는 식으로 시장점유율(M/S)을 먹어나간다. 아마존은 최근 비행기까지 구입하고 있는데, 무역을 하겠다는 얘기”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테슬라(TSLA) 역시 고객 차량에서 확보한 주행 데이터를 통해 저렴한 맞춤형 보험상품을 개발해 기존 자동차 보험사들을 힘들게 한다”며 “혁신은 가격 파괴를 낳고, 이는 예전처럼 PPI 상승이 CPI 상승으로 연결되는 것을 어렵게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PPI에 맞먹는 CPI 상승이 확인되지 않았을뿐더러 혁신이 가격을 파괴하고 있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코카콜라의 가격 인상은 빠른 것을 넘어 과감해 보입니다. 자사 제품에 대한 어지간한 자신감이 있지 않고서야 이런 상황에서 가격을 올릴 기업은 드물듯 합니다.코카콜라는 무려 지난 57년간 배당금을 인상해온 대표적인 배당성장주로 분류됩니다. 독보적인 브랜드 가치와 우수한 경영능력이 최대 장점으로 평가됩니다. 지난 3월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판매량을 회복했습니다. 이 역시 대규모 홍보 비용이 없어도 되는 콜라 1위 업체란 점과 코로나19에 맞춘 가정용 대용량 제품 집중 생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됩니다. 정나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판매량을 회복한 점은 코카콜라의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주는 이점이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980년대 이후 미국 생산자 물가 지수(PPI)와 소비자 물가 지수(CPI) 추이. PPI는 변동성이 큰 반면, CPI는 완만하다. 2020년 이후 PPI는 크게 상승한 반면, CPI는 여전히 완만한 추세다. (출처=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3대 명품 에·루·샤는 지난해부터 인상 중 ‘비싸도 살 것’이란 생각은 시장이 해당 상품을 꼭 필요로 한다는, 이 상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극단적으로는 ‘비싸서 사는’ 명품이 딱 들어맞아 보입니다. 코카콜라보다 한참 전부터 가격을 인상해왔습니다. 이른바 3대 명품인 루이비통, 에르메스, 샤넬은 지난해부터 주요 가방 등의 가격을 올렸습니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3월과 5월 국내 판매가격을 올렸고, 올해 들어 2월에만 두 차례 더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에르메스는 매년 국내 판매 가격을 올렸습니다. 샤넬은 지난해 5월과 11월 두 차례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세 회사는 지난해 한국에서 2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여전한 호황을 누렸습니다. 일반 소비재 기업 중에서도 아무 때고 가격을 올리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을 발굴해 내는 건, 투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PPI가 상승한다 해도 예전보다 CPI가 후행해 오르는 게 쉽지 않게 될 앞으로는 더 중요하겠죠.이 팀장은 “1980년대 이후 미국 CPI는 매우 안정적인 속도로 우상향하는 반면, PPI는 불안정할 뿐 아니라, 느리게 올랐다”며 “파괴적 혁신이 진행되는 이번의 경우 해당 그래프를 보며 해야 할 건 ‘가격 전가를 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골라내는 작업을 통해 롱숏 아이디어를 찾아야지 지나치게 높은 CPI가 나오면 연준의 생각과 행동까지 바뀔 것으로 의심하면 안 된다’인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가격을 올리느냐 못 올리느냐는 기업단으로 들어가 봐서 자세히 봐야 하는데, 같은 섹터 내에서도 차별화가 보일 거고, 음식료로 예를 들자면 스타벅스(SBUX)는 할 수 있는 식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 [株소설]디플레파, 보름 만에 인플레파를 꺾다?
    디플레파, 보름 만에 인플레파를 꺾다?
    고준혁 기자 2021.04.16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디플레이션을 강조하는 논리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잦아들면서, 그 원인이 됐던 인플레이션 우려가 어느 정도 사그라졌기 때문인듯합니다.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곧 올 것만 같던 지난 3월과는 분위기가 딴판입니다. 지난 4월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의 한 근로자가 거리 공사를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31일 2조25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부양책을 발표했다.(사진=AFP)◇ 미국채 10년물, 2주째 1.6%대미국 시각으로 15일 오전 4시께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618%를 기록 중입니다. 5일 연중 최고점인 1.73%로 마감한 뒤로는 1.7%대 이상 오른 적 없이, 1.6%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금리가 최근 하락세에 있는 표면적인 이유로는 13일 존슨앤존스(J&J)의 코로나19 백신 투여를 중단하라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발표가 꼽힙니다.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같은 날 실시된 240억달러 규모의 미국채 30년물 입찰에선 낙찰금리는 2.320%, 응찰률은 2.47배를 기록, 강한 수요가 확인됐습니다. 채권시장이 가장 두려워했던 3월 미국의 소비자 물가 지수(CPI)도 전문가들의 예상에서 0.1%포인트 상회한 0.6%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실제 물가 상승이 시장의 예상 범위 안에 있었던 셈입니다. 좀 더 본질적으로는 시장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미국 정부의 말을 믿기 시작했다는 풀이가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견해차를 좁혔단 얘깁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달 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의 실업률이 3.5%에 불과했지만 인플레이션 징후는 없었다”며 “만약 물가가 상승해 문제가 생길 경우에도 행정부가 대응할 수단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일 10년물 1.5%대였던 금리는 1.6%대로 치솟았습니다. 이같은 3월의 불신이 최근 들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최서영 삼성선물 연구원은 “3월 말을 기점으로 금융시장 색깔이 달라진 것은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의 진정세”라며 “올해 나타날 물가 급등 국면이 추세적일 수 있다는 경계심이 낮아지고, 일시적일 것이라는 견해로 시장의 무게중심이 이동한 것이 최근 변동성을 전반적으로 낮춘 배경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의 증세 논의가 예상보다 빨리 시작된 것이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심리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 추이 (출처=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디플레派 ‘재조명’‘인플레는 어림없다’는 디플레이션파(派)의 논리도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의 국가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일정 수준이 넘어가면 정부와 중앙은행이 아무리 유동성을 퍼부어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단 주장이 있습니다. 힘코(HIMCO) 이코노미스트 겸 부사장인 레이시 헌트(DR. Lacy Hunt) 박사가 대표적입니다. 미국의 GDP 대비 신용시장 총 채무잔고(TCMDO)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약 388%으로 역대 최대 수준으로, 성장 저하를 일으킬 정도를 이미 넘어섰다고 합니다. 헌트 박사는 또한 인구 고령화의 문제도 지적합니다. 미국의 총인구 대비 경제활동인구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1990년대 중반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습니다. 고용에 대한 문제도 있습니다. 고용이 늘면 사람들이 받는 임금도 늘어나 진정한 물가 상승이 일어나게 됩니다. 미국의 고용률은 지난해 3월 60.24%까지 빠졌다가 지난 2월 68.34%까지 올랐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코로나19 이전인 71.70%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쉬 샤피로 MF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3월 고용지표에서 시간당 임금은 오히려 전달 대비 0.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전문가 예상치인 0.2% 증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4차산업 혁명도 디플레이션의 이유가 됩니다.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2030년까지 미국, 독일, 일본, 영국, 중국 등 8개 국가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인구가 1억명이나 된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고객서비스, 판매조직, 오피스 직군 등에서는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지만, 헬스케어, 기술, 크리에이터 등에서는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혁신산업에 적응하지 못해 구직을 포기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실업률은 더 커진단 얘기입니다. 이효석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앙은행이 돈을 풀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는 건 맞다”면서도 “그러나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생긴 유니콘 기업과 좀비 기업이 가져오는 디플레이션 압력도 만만치 않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유동성을 흡수한 금융시장의 지원을 받는 아마존과 쿠팡과 같은 유니콘 측에 있는 기업들이 서로 나서서 물건 가격을 낮추고 있는데, 다른 한편에선 유동성으로 죽지 않는 좀비기업들로, 없어도 될 공급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지난 6일 캐시 우드(Cathie Wood) 아크 인베스트먼트 CEO가 트위터에 쓴 “오늘날 진화하는 기술 혁신은 역사상 다른 어떤 때의 혁신도 왜소하게 만들고 ‘좋은 디플레이션’과 폭발적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는 것과 맥을 같이 하는 얘기기도 합니다. 혁신산업을 기존의 가치 평가 도구로 측정할 수 없다는 문제도, 디플레이션이 지속될 걸로 보이는 이유로 꼽힙니다. 이은택 KB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4차 산업혁명은 생산량(Q) 증가가 아니라 효율성(Welfare) 증대에 맞춰져 있는데, 기존 경제학자들은 기존 이론에 집착하며 느리게 움직인다”면서 “가령 GDP에는 오직 TV와 자동차 가격, 통신요금 만이 들어가지 거기엔 TV화질이 좋아지거나 통신기술 향산, 자율주행 혁신 등은 무시된다. 이 역시 장기 저물가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라고 전했습니다. ◇ 인플레派 ‘선반영’ 가능성그럼 인플레이션파는 시장에서 사라진 것일까요. 채권시장에서 매수세가 나타나며, 금리가 하락하는 걸 보면 어느 정도 수그러든 게 맞는 듯합니다. 그러나 현 금리 수준을 ‘미국의 1조9000억달러의 추가 경기부양책과 2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등 현재까지 나온 시나리오를 근거로, 시장은 예상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을 모두 선반영했다’라는 식으로 해석한다면, 문제는 조금 달라집니다. 인플레이션파가 사라졌다기보단 제 할 일을 다 했다고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 미국 금리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이미 다 반영하고 경기민감 업종 주가도 상반기 실적 개선 기대를 충분히 반영했을 수 있다”며 “이 경우 주식시장은 조만간 피크를 보일 위험이 있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Ray Dalio)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대표적인 인플레이션파입니다. 그는 장기 부채 “(미국)채권에 투자하는 건 멍청한 일이다”며 “우리는 버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있고 결국 인플레이션 압박이 연준의 금리 인상을 유발할 것”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이밖에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 사이온자산운용 창업자와 린 알덴(Lyn Alden) 애널리스트도 인플레이션을 주장하는데, 공통된 의견은 ‘미국 정부의 과도한 부양책이 통화량(M2)를 증가시킬 것이고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이냐 디플레이션이냐는 ‘열린 결말’로 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최서영 연구원은 “연준과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 등 지난 25년간 저물가 시대와 현재 우리가 마주한 시대는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구조적 환경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라며 “지금의 논쟁은 그 누구도 답을 내릴 수가 어려운 사안으로 섣불리 해답을 내는 것보다는 논쟁의 배경을 이해하면서 시장의 센티멘트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다만 인플레이션보단 디플레이션 측의 논리들이 더 중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것으로는 보입니다. 한 금융시장 전문가는 “바이든 재정정책 한 가지만 놓고도 인플레냐 디플레냐는 해석이 다를 정도로 전망 자체가 어렵다”며 “인플레 측은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이 과도한 소비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반면, 디플레 측은 부채가 쌓여 소비를 억제하게 될 것이고 정부가 돈을 써서 민간기업에 돈이 안 들어가는 구축효과가 나타나 하나마나한 것으로 비판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다만 흥미로운 지점은 인플레에 대한 논거들은 대부분 단기적인 얘기가 많고 디플레는 장기적인 게 대부분이긴 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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