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콘텐츠부

김영환

기자

딴소리

  • 전범기로서의 욱일기 [딴소리]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울릉도는 아름답지만 멀리 있는 섬이다. 살면서 한 번 가보았는데 배 타는 것에 취미가 없는지라 꽤 견디기 힘들었다. 포항에서 3시간 넘는 뱃길을 꼬박 졸며 갔던 기억이 있다.섬에는 기가 막힌 물회집이 있다. 여태 먹어본 물회 중에 단연 으뜸이었다. 공항 건설이 한창인 울릉도에 하늘길이 열리면 재방문 의사가 있는데, 이 집 물회의 맛이 큰 이유다.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9년 2020 도쿄 하계올림픽대회 및 하계패럴림픽대회에서의 욱일기 경기장 내 반입 금지금지 조치 촉구 결의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그 물회집에서 몇몇 독도 전문가 학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울릉도에서 선연하게 보이는 섬, 맑은 날이었는데도 오며가는 길에 거친 파도로 인한 멀미가 고생시켰던 섬, 독도 이야기는 평소 갖고 있던 생각과 많이 달랐다.조선시대 이전에 우리가 갖고 있던 독도의 자료는 기실 큰 필요가 없단 거였다. 샌프란시스코 조약 당시 미국의 미진한 태도 때문에 ‘법’의 영역으로 들어서면 우리가 딱히 유리할 게 없다고. 어차피 독도에 대한 실효 지배는 우리가 하고 있어서 그냥 조용히 우리가 갖고 있으면 된다는 게 요지였다.2. 욱일기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공식기다. 욱일은 아침해가 떠오른다는 의미다. 영어로 욱일기를 ‘Rising Sun Flag’이라 부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20세기 초반 일본 제국 시기에 군기로도 쓰였다.기원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메이지 유신을 지나 1870년 무렵부터 일본 해군에서 처음 활용됐다. 제국주의의 맛을 본 일본이 대륙 침략의 야욕을 내뿜던 시기다.‘철십자’를 단 독일 군복(사진=독일 연방군 SNS)일본으로부터 강제 점령기를 당했던 우리로서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는 문양이다. 이 때문인지 욱일기는 일제시대를 다룰 때 일제의 상징물로 빈번하게 등장한다. 최근 진행 중인 2022 카타르월드컵과 같은 스포츠 행사에도 자주 응원도구로 사용된다. 그 때마다 우리는 욱일기 사용을 FIFA나 IOC 등에 제소하곤 한다. 특히 지난해 열렸던 2020 도쿄 올림픽에는 욱일기에 맞서 ‘이순신 현수막’으로 맞불을 놓기도 했다.3. 지난 10월에는 국회에서 때아닌 욱일기 논쟁이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미일 동해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일본 자위대를 군대로 인정해 욱일기와 태극기 함께 휘날리며 합동군사훈련을 한 것이 나중에 역사적으로 어떤 일의 단초가 될지 알 수 없다”고 거론하면서다. 이를 놓고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일본 군함이 욱일기를 달고 부산항이나 인천항 등에 입항한 전적을 들었다. 요컨대 욱일기 문제를 여야 정쟁화 삼지 말란 경고다.2007년 9월 인천항에 입항한 일본 해상자위대 연습함대 카시마함 위에서 자위대 장병들이 인천해역방어사령관(준장 김용환)에게 경례하고 있다.(사진=박대출 의원 페이스북)실제 1998년과 2008년 부산에서 열린 국제 관함식에 일본 자위대 함정이 참석하면서 욱일기를 게양했고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욱일기 논란이 거세진 것은 요근래의 일이다.월드컵에서 FIFA는 욱일기 사용을 자제시킨다. 그러나 욱일기라서가 아니다. FIFA는 욱일기에 비하면 그다지 논란이 되지 않는 한반도기도 막는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독도는 우리땅’ 세리머니를 펼친 박종우는 IOC로부터 동메달을 박탈받을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사실 욱일기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기 시작한 건 이 즈음부터다. ‘독도 세리머니’는 막으면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 욱일기 응원은 가능하냐는 문제제기가 잇따랐다.4. 아쉬운 것은 이 같은 문제 의식이 한반도 내에만 갇혀 있단 사실이다. 우리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욱일기 응원이 제지됐다고 즐거워하지만 외신에는 Rising Sun Flag를 언급하는 기사를 찾기 어렵다. 우리와 비슷하게 일제로부터 침략을 당했던 중국도 욱일기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일각에서는 서구 사회에서 금기시된 하켄크로이츠와 욱일기가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일장기가 하켄크로이츠에 대응되고 욱일기는 독일군의 상징인 철십자와 유사하다는 것이다.물론 꼭 맞는 비유는 아니다. 현재의 독일 국기조차 치워버렸던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다르게 일본은 제국주의와의 완전한 단절에 미적거린 사회다. 그렇더라도 애매모호한 개념의 ‘전범기’ 같은 우리만의 적개심으로 욱일기를 다그칠 일이 아니다. 우리 여야가 정쟁으로 비화시키는 것도 소모적 논쟁에 지나지 않는다.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독일 국기를 빼앗아 치우고 있다.실제 욱일기가 일본 우경화의 상징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세계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폴란드에게 있어 전범 독일의 군대를 상징하는 ‘철십자’는 우리에게 있어 욱일기와 유사한 대상이다. 우리에게 철십자는 어떤 의미인가. 아니 인지조차 하고 있는가.
    김영환 기자 2022.12.04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울릉도는 아름답지만 멀리 있는 섬이다. 살면서 한 번 가보았는데 배 타는 것에 취미가 없는지라 꽤 견디기 힘들었다. 포항에서 3시간 넘는 뱃길을 꼬박 졸며 갔던 기억이 있다.섬에는 기가 막힌 물회집이 있다. 여태 먹어본 물회 중에 단연 으뜸이었다. 공항 건설이 한창인 울릉도에 하늘길이 열리면 재방문 의사가 있는데, 이 집 물회의 맛이 큰 이유다.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9년 2020 도쿄 하계올림픽대회 및 하계패럴림픽대회에서의 욱일기 경기장 내 반입 금지금지 조치 촉구 결의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그 물회집에서 몇몇 독도 전문가 학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울릉도에서 선연하게 보이는 섬, 맑은 날이었는데도 오며가는 길에 거친 파도로 인한 멀미가 고생시켰던 섬, 독도 이야기는 평소 갖고 있던 생각과 많이 달랐다.조선시대 이전에 우리가 갖고 있던 독도의 자료는 기실 큰 필요가 없단 거였다. 샌프란시스코 조약 당시 미국의 미진한 태도 때문에 ‘법’의 영역으로 들어서면 우리가 딱히 유리할 게 없다고. 어차피 독도에 대한 실효 지배는 우리가 하고 있어서 그냥 조용히 우리가 갖고 있으면 된다는 게 요지였다.2. 욱일기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공식기다. 욱일은 아침해가 떠오른다는 의미다. 영어로 욱일기를 ‘Rising Sun Flag’이라 부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20세기 초반 일본 제국 시기에 군기로도 쓰였다.기원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메이지 유신을 지나 1870년 무렵부터 일본 해군에서 처음 활용됐다. 제국주의의 맛을 본 일본이 대륙 침략의 야욕을 내뿜던 시기다.‘철십자’를 단 독일 군복(사진=독일 연방군 SNS)일본으로부터 강제 점령기를 당했던 우리로서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는 문양이다. 이 때문인지 욱일기는 일제시대를 다룰 때 일제의 상징물로 빈번하게 등장한다. 최근 진행 중인 2022 카타르월드컵과 같은 스포츠 행사에도 자주 응원도구로 사용된다. 그 때마다 우리는 욱일기 사용을 FIFA나 IOC 등에 제소하곤 한다. 특히 지난해 열렸던 2020 도쿄 올림픽에는 욱일기에 맞서 ‘이순신 현수막’으로 맞불을 놓기도 했다.3. 지난 10월에는 국회에서 때아닌 욱일기 논쟁이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미일 동해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일본 자위대를 군대로 인정해 욱일기와 태극기 함께 휘날리며 합동군사훈련을 한 것이 나중에 역사적으로 어떤 일의 단초가 될지 알 수 없다”고 거론하면서다. 이를 놓고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일본 군함이 욱일기를 달고 부산항이나 인천항 등에 입항한 전적을 들었다. 요컨대 욱일기 문제를 여야 정쟁화 삼지 말란 경고다.2007년 9월 인천항에 입항한 일본 해상자위대 연습함대 카시마함 위에서 자위대 장병들이 인천해역방어사령관(준장 김용환)에게 경례하고 있다.(사진=박대출 의원 페이스북)실제 1998년과 2008년 부산에서 열린 국제 관함식에 일본 자위대 함정이 참석하면서 욱일기를 게양했고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욱일기 논란이 거세진 것은 요근래의 일이다.월드컵에서 FIFA는 욱일기 사용을 자제시킨다. 그러나 욱일기라서가 아니다. FIFA는 욱일기에 비하면 그다지 논란이 되지 않는 한반도기도 막는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독도는 우리땅’ 세리머니를 펼친 박종우는 IOC로부터 동메달을 박탈받을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사실 욱일기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기 시작한 건 이 즈음부터다. ‘독도 세리머니’는 막으면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 욱일기 응원은 가능하냐는 문제제기가 잇따랐다.4. 아쉬운 것은 이 같은 문제 의식이 한반도 내에만 갇혀 있단 사실이다. 우리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욱일기 응원이 제지됐다고 즐거워하지만 외신에는 Rising Sun Flag를 언급하는 기사를 찾기 어렵다. 우리와 비슷하게 일제로부터 침략을 당했던 중국도 욱일기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일각에서는 서구 사회에서 금기시된 하켄크로이츠와 욱일기가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일장기가 하켄크로이츠에 대응되고 욱일기는 독일군의 상징인 철십자와 유사하다는 것이다.물론 꼭 맞는 비유는 아니다. 현재의 독일 국기조차 치워버렸던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다르게 일본은 제국주의와의 완전한 단절에 미적거린 사회다. 그렇더라도 애매모호한 개념의 ‘전범기’ 같은 우리만의 적개심으로 욱일기를 다그칠 일이 아니다. 우리 여야가 정쟁으로 비화시키는 것도 소모적 논쟁에 지나지 않는다.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독일 국기를 빼앗아 치우고 있다.실제 욱일기가 일본 우경화의 상징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세계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폴란드에게 있어 전범 독일의 군대를 상징하는 ‘철십자’는 우리에게 있어 욱일기와 유사한 대상이다. 우리에게 철십자는 어떤 의미인가. 아니 인지조차 하고 있는가.
  • [딴소리]축구가 인권에 앞서선 안된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프랑스의 변호사 겸 축구 행정가 쥘 리메는 국제축구연맹(FIFA) 3대 회장을 역임하면서 월드컵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한 인물이다. 초창기 FIFA 월드컵의 우승컵인 ‘쥘 리메 컵’이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독일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지난해 3월 아이슬란드와의 FIFA 2022 카타르 월드컵 유럽 지역예선 J조 1차전 경기에 앞서 카타르의 이주노동자 인권 신장을 촉구하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사진=로이터)1928년 쥘 리메가 국제적인 축구 대회를 개최하고자 이를 추진한 데서부터 FIFA 월드컵의 역사가 시작된다. 지금이야 세계 각국이 서로 월드컵을 개최하려 하고, 월드컵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당시만 해도 찬밥 신세였다.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우루과이가 개최 의사를 드러냈다. 축구 실력도 괜찮은데 마침 우루과이 독립 100주년을 기념할 만한 대회로 월드컵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그러나 유럽 대륙에서 남미 끝자락에 위치한 우루과이를 가려면 대서양을 건너가야 했다. 잉글랜드를 중심으로 유럽 상당수 국가들이 월드컵에 불참하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쥘 리메는 사비를 털어 각국 정부를 설득해 첫 월드컵의 개최를 성공시켰다.2. 쥘 리메에 대한 평가는 시각에 따라 다소 다르다. 그는 아직까지도 FIFA 회장으로 가장 오래 재임한 인물이다. 전세계 최고의 단일 종목 스포츠 대회가 된 월드컵을 만들고 자리잡는 데 공을 세웠으니 추앙 받아야 마땅했으나 그러지 못했다.첫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쥘 리메는 이념이나 사상보다는 축구를 가장 중심적 가치로 뒀다. 그것도 일부 대륙에 치우친 국제 축구 대회가 아닌 전세계가 참여하는 대회를 목표로 했다. 한국이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헝가리에 0:9로 대패한 뒤 실력이 떨어지는 대륙의 참가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에 “지금은 한국이 무너졌다고 해도, 수십 년 뒤엔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라고 두둔했다고 한다.쥘 리메는 1956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지명됐으나 수상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1938년 FIFA 월드컵에서 나치식 경례로 논란을 빚었던 영향으로 알려졌다. 쥘 리메는 2004년에서야 FIFA 공로 훈장을 수여받았다.3. 특히 1934년 두 번째 월드컵은 여전히 최악의 대회로 남아있다. 개최지 이탈리아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가 자신의 선전장으로 월드컵을 이용해 먹은 때문에 쥘 리메는 파시스트로도 오해를 받아야 했다.무솔리니는 경기에 배정된 심판을 따로 만난 정황이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8강전을 맡았던 스위스 주심은 편파 판정 논란 속에 스위스 축구협회로부터 정직을 받았다. 무솔리니는 자국 선수들에게는 우승에 실패하면 사형이라고 협박도 일삼았다.2회 월드컵은 초대 대회와는 다르게 중계에도 신경을 썼다. 라디오 중계를 통해 9개국이 월드컵 경기를 청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노리는 바는 달랐다. 무솔리니는 전파에 파시즘 선전을 집어넣었던 것이다.이탈리아 국민에 대한 통제도 뒤따랐다. 당시 무솔리니가 만든 응원구호가 ‘이탈리아를 위해 죽어라’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솔리니가 파시즘 선전을 위해 월드컵을 정치적 무대로 만든 흑역사다.이 역사를 떠올리면 FIFA가 왜 그토록 스포츠와 정치를 떨어뜨려 놓으려고 했는지 일견 이해가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2022 카타르 월드컵은 경기장 밖에서 이 같은 FIFA의 결정이 끊임없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4. 월드컵으로 FIFA는 막대한 부를 축적한다. 그러나 막상 대회를 개최한 개최국은 적자에 직면한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부터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총 14차례 대회 중 개최국이 수익을 낸 경우는 러시아 월드컵뿐이었다.지난 23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할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독일과 일본의 경기에서 독일 선수들이 무지개 완장을 금지한 FIFA에 항의하기 위해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사진 촬영에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번 대회 유치를 위해 약 300조원을 쏟아부은 카타르의 적자는 자명해보인다. 반대로 FIFA는 다시 수입 최대치를 경신했다. 카타르 월드컵과 관련해 FIFA의 수익은 1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카타르는 이번 대회 개최를 위해 사막 한복판에 축구장 7개를 만들면서 공항, 고속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도 힘을 기울였다. 인구 32만명의 카타르는 건설을 위해 전세계 각국에서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였는데 폭염으로 이들 중 1만5000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사망자의 70%는 원인조차 모른다.이역만리 외국의 공사현장에서 사망한 외로운 넋을 기리기 위해 몇몇 유럽 국가 주장들이 착용하려던 무지개 완장에 FIFA는 ‘옐로우 카드’를 주겠다며 막아섰다. 성 정체성이나 인종, 문화, 국적 등에 따른 차별에 반대하겠다는 목소리에조차 재갈을 물리겠다는 건, 정치의 뒤에 숨어 돈잔치나 벌이겠다는 FIFA다.
    김영환 기자 2022.11.27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프랑스의 변호사 겸 축구 행정가 쥘 리메는 국제축구연맹(FIFA) 3대 회장을 역임하면서 월드컵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한 인물이다. 초창기 FIFA 월드컵의 우승컵인 ‘쥘 리메 컵’이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독일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지난해 3월 아이슬란드와의 FIFA 2022 카타르 월드컵 유럽 지역예선 J조 1차전 경기에 앞서 카타르의 이주노동자 인권 신장을 촉구하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사진=로이터)1928년 쥘 리메가 국제적인 축구 대회를 개최하고자 이를 추진한 데서부터 FIFA 월드컵의 역사가 시작된다. 지금이야 세계 각국이 서로 월드컵을 개최하려 하고, 월드컵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당시만 해도 찬밥 신세였다.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우루과이가 개최 의사를 드러냈다. 축구 실력도 괜찮은데 마침 우루과이 독립 100주년을 기념할 만한 대회로 월드컵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그러나 유럽 대륙에서 남미 끝자락에 위치한 우루과이를 가려면 대서양을 건너가야 했다. 잉글랜드를 중심으로 유럽 상당수 국가들이 월드컵에 불참하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쥘 리메는 사비를 털어 각국 정부를 설득해 첫 월드컵의 개최를 성공시켰다.2. 쥘 리메에 대한 평가는 시각에 따라 다소 다르다. 그는 아직까지도 FIFA 회장으로 가장 오래 재임한 인물이다. 전세계 최고의 단일 종목 스포츠 대회가 된 월드컵을 만들고 자리잡는 데 공을 세웠으니 추앙 받아야 마땅했으나 그러지 못했다.첫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쥘 리메는 이념이나 사상보다는 축구를 가장 중심적 가치로 뒀다. 그것도 일부 대륙에 치우친 국제 축구 대회가 아닌 전세계가 참여하는 대회를 목표로 했다. 한국이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헝가리에 0:9로 대패한 뒤 실력이 떨어지는 대륙의 참가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에 “지금은 한국이 무너졌다고 해도, 수십 년 뒤엔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라고 두둔했다고 한다.쥘 리메는 1956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지명됐으나 수상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1938년 FIFA 월드컵에서 나치식 경례로 논란을 빚었던 영향으로 알려졌다. 쥘 리메는 2004년에서야 FIFA 공로 훈장을 수여받았다.3. 특히 1934년 두 번째 월드컵은 여전히 최악의 대회로 남아있다. 개최지 이탈리아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가 자신의 선전장으로 월드컵을 이용해 먹은 때문에 쥘 리메는 파시스트로도 오해를 받아야 했다.무솔리니는 경기에 배정된 심판을 따로 만난 정황이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8강전을 맡았던 스위스 주심은 편파 판정 논란 속에 스위스 축구협회로부터 정직을 받았다. 무솔리니는 자국 선수들에게는 우승에 실패하면 사형이라고 협박도 일삼았다.2회 월드컵은 초대 대회와는 다르게 중계에도 신경을 썼다. 라디오 중계를 통해 9개국이 월드컵 경기를 청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노리는 바는 달랐다. 무솔리니는 전파에 파시즘 선전을 집어넣었던 것이다.이탈리아 국민에 대한 통제도 뒤따랐다. 당시 무솔리니가 만든 응원구호가 ‘이탈리아를 위해 죽어라’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솔리니가 파시즘 선전을 위해 월드컵을 정치적 무대로 만든 흑역사다.이 역사를 떠올리면 FIFA가 왜 그토록 스포츠와 정치를 떨어뜨려 놓으려고 했는지 일견 이해가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2022 카타르 월드컵은 경기장 밖에서 이 같은 FIFA의 결정이 끊임없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4. 월드컵으로 FIFA는 막대한 부를 축적한다. 그러나 막상 대회를 개최한 개최국은 적자에 직면한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부터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총 14차례 대회 중 개최국이 수익을 낸 경우는 러시아 월드컵뿐이었다.지난 23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할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독일과 일본의 경기에서 독일 선수들이 무지개 완장을 금지한 FIFA에 항의하기 위해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사진 촬영에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번 대회 유치를 위해 약 300조원을 쏟아부은 카타르의 적자는 자명해보인다. 반대로 FIFA는 다시 수입 최대치를 경신했다. 카타르 월드컵과 관련해 FIFA의 수익은 1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카타르는 이번 대회 개최를 위해 사막 한복판에 축구장 7개를 만들면서 공항, 고속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도 힘을 기울였다. 인구 32만명의 카타르는 건설을 위해 전세계 각국에서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였는데 폭염으로 이들 중 1만5000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사망자의 70%는 원인조차 모른다.이역만리 외국의 공사현장에서 사망한 외로운 넋을 기리기 위해 몇몇 유럽 국가 주장들이 착용하려던 무지개 완장에 FIFA는 ‘옐로우 카드’를 주겠다며 막아섰다. 성 정체성이나 인종, 문화, 국적 등에 따른 차별에 반대하겠다는 목소리에조차 재갈을 물리겠다는 건, 정치의 뒤에 숨어 돈잔치나 벌이겠다는 FIFA다.
  • [딴소리]빈 살만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지난 2003년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EPL) 첼시FC를 인수했던 이는 로만 아브라모비치다. 러시아 최대의 정유기업이자 세계 4대 정유 기업이었던 시브네프티의 회장이 팀을 인수했다는 소식에 축구팬들은 설레었다. 러시아에서 약 10위 정도의 재벌이었고, 전세계에서도 100위권의 부호가 팀에 얼마나 투자를 할지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실제 그가 첼시FC를 인수한 이후 10년도 채 되지 않아 첼시FC는 유럽 축구 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하는 등 명문 클럽으로 거듭났다.뒤를 이어 EPL 팬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던 사람은 맨체스터 시티FC(맨시티)의 만수르다. 만수르는 한국에서도 ‘부호’를 상징하는 대명사처럼 쓰였을 만큼 세계적으로 돈이 많은 사람에 속한다.로만은 한 때 220억 달러까지 재산을 불린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 거론된 재산은 112억 달러(15조원) 가량이다. 만수르의 개인 재산은 390억 달러(52조원) 정도로 알려졌는데 그가 관리하는 가문의 재산은 1000조원께로 추정된다.2. 이번엔 빈 살만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세가자 지난해 10월 같은 리그의 뉴캐슬 유나이티드FC를 인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뉴캐슬의 서포터들은 홈경기장으로 몰려와 마음껏 기쁨을 만끽했다.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환담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그의 이름은 무함마드이고 빈 살만은 ‘살만의 아들’이라는 뜻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빈 살만으로 더욱 알려졌다. 부호의 대명사 만수르보다 10배 더 재산이 많다고 한다. 뭐든 다 할 수 있다, 별명이 ‘미스터 에브리씽(Mr. Everything)’인 남자다. 로만과 만수르를 거치면서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인 EPL도 ‘돈’으로 성적이 좌우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졸부’라는 인식으로 기존 축구팬들은 오일 머니의 유입을 꺼려했지만 맨시티는 이제 세계 정상급 클럽의 하나가 됐다.2조 달러, 우리 돈으로 2800조원을 갖고 있는 비공식 세계 최고 갑부 빈 살만의 팀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지켜보는 것은 축구팬들의 또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3. 최근 방한한 빈 살만이 환대를 받는 것 역시 우리 경제에 빈 살만이 미칠 영향을 긍정해서일 것이다. 왕세자이지만 고령의 국왕을 생각하면 빈 살만은 사우디의 사실상 최대 권력이다.그가 추진하는 핵심 사업은 ‘네옴시티’, 지구 역사상 최대 도시 프로젝트다. 고대 이집트 파라오들이 사막 위에 지었던 피라미드, 빈 살만이 네옴시티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이 도시는 100% 친환경 에너지로 자급자족하는 시스템을 추구한다. 오일로 막대한 부를 벌여들였지만 이를 넘어서겠다는 의지다. 한-사우디 ‘수소동맹’과 같은 친환경 용어는 그래서 등장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등 한국의 기술력이 수출을 눈 앞에 두고 있다.사우디는 과거에도 우리에게 낯선 이름이 아니었다. 1970~1980년대 우리 건설 노동자들이 중동에 진출해 외화를 벌어왔다. 사우디 왕가 역시 당시 한국 기업의 기술력에 만족도가 높다는 이야기도 들린다.4. 로만의 입지는 의외의 곳에서 흔들렸다. 지난 2월 24일에 터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영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감행했는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로만이 제재 대상이 됐다. 결국 로만은 지난 5월 첼시FC의 지분을 팔고 영향력을 잃었다.만수르와 빈 살만은 입장이 매우 다르다. 그들은 구단주 이전에 ‘부총리’, ‘총리’라는 직함을 달고 있었다. 정치적으로 로만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안정적인 배경을 갖고 있다.그러나 부와 권력을 모두 쥔 이면에는 아름답지 못한 이야기도 많다. 빈 살만은 손자병법과 윈스턴 처칠의 저작을 즐겨 읽는다. 결국 본인보다 27살이 많은 사촌형을 권좌에서 몰아내고 왕세자에 책봉됐다. 이 과정에서 본인의 할아버지가 내세운 유지였던 ‘형제세습’도 없던 일이 됐다.왕족 숙청도 감행했으니 더한 권력도 휘둘렀다. 2017년에는 레바논 총리를 납치해 사임을 협박하는 말도 되지 않는 일을 저질렀다. 2018년에 발생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도 의심받고 있다. 여성 운전을 허용하고 여성 참정권을 허용하는 등 개혁 행보 이면에는 필경 경계해야할 면모도 있는 것이다.
    김영환 기자 2022.11.20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지난 2003년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EPL) 첼시FC를 인수했던 이는 로만 아브라모비치다. 러시아 최대의 정유기업이자 세계 4대 정유 기업이었던 시브네프티의 회장이 팀을 인수했다는 소식에 축구팬들은 설레었다. 러시아에서 약 10위 정도의 재벌이었고, 전세계에서도 100위권의 부호가 팀에 얼마나 투자를 할지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실제 그가 첼시FC를 인수한 이후 10년도 채 되지 않아 첼시FC는 유럽 축구 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하는 등 명문 클럽으로 거듭났다.뒤를 이어 EPL 팬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던 사람은 맨체스터 시티FC(맨시티)의 만수르다. 만수르는 한국에서도 ‘부호’를 상징하는 대명사처럼 쓰였을 만큼 세계적으로 돈이 많은 사람에 속한다.로만은 한 때 220억 달러까지 재산을 불린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 거론된 재산은 112억 달러(15조원) 가량이다. 만수르의 개인 재산은 390억 달러(52조원) 정도로 알려졌는데 그가 관리하는 가문의 재산은 1000조원께로 추정된다.2. 이번엔 빈 살만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세가자 지난해 10월 같은 리그의 뉴캐슬 유나이티드FC를 인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뉴캐슬의 서포터들은 홈경기장으로 몰려와 마음껏 기쁨을 만끽했다.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환담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그의 이름은 무함마드이고 빈 살만은 ‘살만의 아들’이라는 뜻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빈 살만으로 더욱 알려졌다. 부호의 대명사 만수르보다 10배 더 재산이 많다고 한다. 뭐든 다 할 수 있다, 별명이 ‘미스터 에브리씽(Mr. Everything)’인 남자다. 로만과 만수르를 거치면서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인 EPL도 ‘돈’으로 성적이 좌우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졸부’라는 인식으로 기존 축구팬들은 오일 머니의 유입을 꺼려했지만 맨시티는 이제 세계 정상급 클럽의 하나가 됐다.2조 달러, 우리 돈으로 2800조원을 갖고 있는 비공식 세계 최고 갑부 빈 살만의 팀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지켜보는 것은 축구팬들의 또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3. 최근 방한한 빈 살만이 환대를 받는 것 역시 우리 경제에 빈 살만이 미칠 영향을 긍정해서일 것이다. 왕세자이지만 고령의 국왕을 생각하면 빈 살만은 사우디의 사실상 최대 권력이다.그가 추진하는 핵심 사업은 ‘네옴시티’, 지구 역사상 최대 도시 프로젝트다. 고대 이집트 파라오들이 사막 위에 지었던 피라미드, 빈 살만이 네옴시티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이 도시는 100% 친환경 에너지로 자급자족하는 시스템을 추구한다. 오일로 막대한 부를 벌여들였지만 이를 넘어서겠다는 의지다. 한-사우디 ‘수소동맹’과 같은 친환경 용어는 그래서 등장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등 한국의 기술력이 수출을 눈 앞에 두고 있다.사우디는 과거에도 우리에게 낯선 이름이 아니었다. 1970~1980년대 우리 건설 노동자들이 중동에 진출해 외화를 벌어왔다. 사우디 왕가 역시 당시 한국 기업의 기술력에 만족도가 높다는 이야기도 들린다.4. 로만의 입지는 의외의 곳에서 흔들렸다. 지난 2월 24일에 터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영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감행했는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로만이 제재 대상이 됐다. 결국 로만은 지난 5월 첼시FC의 지분을 팔고 영향력을 잃었다.만수르와 빈 살만은 입장이 매우 다르다. 그들은 구단주 이전에 ‘부총리’, ‘총리’라는 직함을 달고 있었다. 정치적으로 로만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안정적인 배경을 갖고 있다.그러나 부와 권력을 모두 쥔 이면에는 아름답지 못한 이야기도 많다. 빈 살만은 손자병법과 윈스턴 처칠의 저작을 즐겨 읽는다. 결국 본인보다 27살이 많은 사촌형을 권좌에서 몰아내고 왕세자에 책봉됐다. 이 과정에서 본인의 할아버지가 내세운 유지였던 ‘형제세습’도 없던 일이 됐다.왕족 숙청도 감행했으니 더한 권력도 휘둘렀다. 2017년에는 레바논 총리를 납치해 사임을 협박하는 말도 되지 않는 일을 저질렀다. 2018년에 발생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도 의심받고 있다. 여성 운전을 허용하고 여성 참정권을 허용하는 등 개혁 행보 이면에는 필경 경계해야할 면모도 있는 것이다.
  • ‘공군 1호기’…무임탑승? 내돈내산! [딴소리]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는 2022년 1월부터 보잉 747-8B5(747-8i) 기종을 쓰고 있다. 소유자는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의 비행기를 대통령실이 장기간 ‘빌려’ 쓰는 형태다. 공군 1호기 탑승 좌석 수는 총 233석(전용석 2, 비즈니스 42, 이코노미 169)이다. 대통령 수행원들은 주로 비즈니스석을 쓰고 이코노미는 취재진에 배분된다. 공군 1호기(사진=이데일리DB)공군 1호기 탑승과 관련해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지점이, 언론사가 항공기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언론사가 자비를 부담한다. ‘회돈회산’(회사가 돈을 주고 회사가 산 것)이다. 지난 9월 5박7일 일정의 영국·미국·캐나다 3개국 해외 순방은 2699만원의 계산서가 청구됐다.더욱이 공군 1호기는 비즈니스 클래스에 준하는 비용을 받는다. 전술했듯 취재진이 사용하는 좌석은 이코노미 수준이다. 기내 서비스는 비즈니스 클래스가 제공되지만 비용 대비 좌석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대통령실은 순방지에서 손꼽히는 시설의 숙소를 섭외한다. 통신시설이 필요한 미디어센터를 마련하는 데도 생각보다 큰 비용이 든다. 모두 언론사에서 갹출해 부담한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비용을 더 걷고 1년 단위로 남는 차액에 대해서는 환급한다.2. 지난 9일 밤 지인들과 저녁자리를 갖다가 팀원으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았다. 대통령실에서 동남아 순방 기간 동안 MBC 출입기자에게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대해 탑승을 불허하겠다는 통보를 했다는 것이었다.대통령실은 “전용기 탑승은 외교·안보 이슈와 관련해 취재 편의를 제공해오던 것으로,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된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사유를 밝혔다. 출국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대통령은 해외 순방 시 공군 1호기인 전용기를 이용한다. 대통령 가까운 곳에서 대통령의 정치 행위를 취재하는 출입기자단도 이 비행기에 동승하면서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한다. 대통령이 탑승 전 어떤 색깔의 넥타이를 맸는지조차 취재 대상이다.윤 대통령은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및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 참석을 위해 11~16일 캄보디아 프놈펜과 인도네시아 발리 두 곳을 차례로 방문한다.3. “장관님, 이렇게 답변하실 거면 세금을 받지 마세요. 저희가 내는 세금으로 일하시는 거잖아요.”문재인 정부의 초대이자 우리나라 정부 39대 통일부 장관이었던 조명균 전 장관 당시 통일부를 출입했다. 당시 출입기자 중 한 명은 늘 날카로운 질문으로 조 전 장관을 당혹케했다. 조 전 장관은 “세금을 받지 말라”는 다소 공격적인 언사에도 언론과의 간담회가 있을 때마다 대개 첫 질문자로 해당 기자를 지목했다. 기자가 질문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했고, 국민의 세금으로 일하는 고위공직자로서 국민들에게 알 권리를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을 존중한 것이다.세금으로 일하는 고정급적 연봉제 적용대상 공무원 중 가장 높은 월급을 받는 것은 당연히도 대통령이다. 2022년 대한민국 대통령의 연봉은 2억4455만7000원이다. 더 엄중하게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언론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4. 대통령 전용기를 탄다는 것은 일종의 특혜다. 가장 피부에 와닿는 장점은 출입국 관리소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수행원들이 길게 늘어서 출입국 심사를 받는 동안 대통령이 이를 기다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한 광경이다. 취재 편의를 위한 특혜라 할 수 있다.달리 말하자면 이번 순방기간 동안 민항기를 선택한 언론사들은 이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프놈펜에서 발리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이들 취재진은 경유를 통해 빠듯한 일정을 맞춰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지낸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취재 자체를 불허한 것이 아니고 전용기 탑승만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언론사 타이틀 달았다고 받는 당연한 좌석은 아닌 것”이라고 했다.국민이 낸 세금으로 빌려 쓰고 있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특정 언론을 배제하겠다는 데서 권력을 바라보는 윤석열 정부의 인식이 느껴진다. 공군 1호기도, 윤 대통령이 구성한 정부도 2022년 대한민국 국민으로부터 임대해 쓰고 있는 것이다. 일방적 탑승 배제는 권력 오남용이다.엄연히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출입기자단 제도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논의에서 벗어나므로 제도 자체를 존중함)이 있는데 어떠한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를 결정한 것이 그 근거다. 취재 윤리를 벗어난 보도 행태가 발생한다면 이미 대통령실과 출입기자단은 해당 언론사에 적절한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다.윤 대통령은 이 문제를 놓고 “대통령이 많은 국민들의 세금을 써가며 해외 순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중요한 국익이 걸려있기 때문”이라며 “외교안보 이슈에 관해서는 취재 편의를 제공한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달라”고 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수많은 외신이 쏟아내고 있는 비판은 어떤 ‘중요한 국익’이 걸렸는지 묻고 싶다.
    김영환 기자 2022.11.12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는 2022년 1월부터 보잉 747-8B5(747-8i) 기종을 쓰고 있다. 소유자는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의 비행기를 대통령실이 장기간 ‘빌려’ 쓰는 형태다. 공군 1호기 탑승 좌석 수는 총 233석(전용석 2, 비즈니스 42, 이코노미 169)이다. 대통령 수행원들은 주로 비즈니스석을 쓰고 이코노미는 취재진에 배분된다. 공군 1호기(사진=이데일리DB)공군 1호기 탑승과 관련해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지점이, 언론사가 항공기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언론사가 자비를 부담한다. ‘회돈회산’(회사가 돈을 주고 회사가 산 것)이다. 지난 9월 5박7일 일정의 영국·미국·캐나다 3개국 해외 순방은 2699만원의 계산서가 청구됐다.더욱이 공군 1호기는 비즈니스 클래스에 준하는 비용을 받는다. 전술했듯 취재진이 사용하는 좌석은 이코노미 수준이다. 기내 서비스는 비즈니스 클래스가 제공되지만 비용 대비 좌석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대통령실은 순방지에서 손꼽히는 시설의 숙소를 섭외한다. 통신시설이 필요한 미디어센터를 마련하는 데도 생각보다 큰 비용이 든다. 모두 언론사에서 갹출해 부담한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비용을 더 걷고 1년 단위로 남는 차액에 대해서는 환급한다.2. 지난 9일 밤 지인들과 저녁자리를 갖다가 팀원으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았다. 대통령실에서 동남아 순방 기간 동안 MBC 출입기자에게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대해 탑승을 불허하겠다는 통보를 했다는 것이었다.대통령실은 “전용기 탑승은 외교·안보 이슈와 관련해 취재 편의를 제공해오던 것으로,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된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사유를 밝혔다. 출국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대통령은 해외 순방 시 공군 1호기인 전용기를 이용한다. 대통령 가까운 곳에서 대통령의 정치 행위를 취재하는 출입기자단도 이 비행기에 동승하면서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한다. 대통령이 탑승 전 어떤 색깔의 넥타이를 맸는지조차 취재 대상이다.윤 대통령은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및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 참석을 위해 11~16일 캄보디아 프놈펜과 인도네시아 발리 두 곳을 차례로 방문한다.3. “장관님, 이렇게 답변하실 거면 세금을 받지 마세요. 저희가 내는 세금으로 일하시는 거잖아요.”문재인 정부의 초대이자 우리나라 정부 39대 통일부 장관이었던 조명균 전 장관 당시 통일부를 출입했다. 당시 출입기자 중 한 명은 늘 날카로운 질문으로 조 전 장관을 당혹케했다. 조 전 장관은 “세금을 받지 말라”는 다소 공격적인 언사에도 언론과의 간담회가 있을 때마다 대개 첫 질문자로 해당 기자를 지목했다. 기자가 질문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했고, 국민의 세금으로 일하는 고위공직자로서 국민들에게 알 권리를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을 존중한 것이다.세금으로 일하는 고정급적 연봉제 적용대상 공무원 중 가장 높은 월급을 받는 것은 당연히도 대통령이다. 2022년 대한민국 대통령의 연봉은 2억4455만7000원이다. 더 엄중하게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언론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4. 대통령 전용기를 탄다는 것은 일종의 특혜다. 가장 피부에 와닿는 장점은 출입국 관리소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수행원들이 길게 늘어서 출입국 심사를 받는 동안 대통령이 이를 기다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한 광경이다. 취재 편의를 위한 특혜라 할 수 있다.달리 말하자면 이번 순방기간 동안 민항기를 선택한 언론사들은 이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프놈펜에서 발리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이들 취재진은 경유를 통해 빠듯한 일정을 맞춰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지낸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취재 자체를 불허한 것이 아니고 전용기 탑승만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언론사 타이틀 달았다고 받는 당연한 좌석은 아닌 것”이라고 했다.국민이 낸 세금으로 빌려 쓰고 있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특정 언론을 배제하겠다는 데서 권력을 바라보는 윤석열 정부의 인식이 느껴진다. 공군 1호기도, 윤 대통령이 구성한 정부도 2022년 대한민국 국민으로부터 임대해 쓰고 있는 것이다. 일방적 탑승 배제는 권력 오남용이다.엄연히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출입기자단 제도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논의에서 벗어나므로 제도 자체를 존중함)이 있는데 어떠한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를 결정한 것이 그 근거다. 취재 윤리를 벗어난 보도 행태가 발생한다면 이미 대통령실과 출입기자단은 해당 언론사에 적절한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다.윤 대통령은 이 문제를 놓고 “대통령이 많은 국민들의 세금을 써가며 해외 순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중요한 국익이 걸려있기 때문”이라며 “외교안보 이슈에 관해서는 취재 편의를 제공한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달라”고 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수많은 외신이 쏟아내고 있는 비판은 어떤 ‘중요한 국익’이 걸렸는지 묻고 싶다.
  • [딴소리]과밀의 도시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처음 인파의 위력을 체감한 건 고교 시절 명동에서였다. 친구 몇몇과 크리스마스를 맞아 명동을 놀러갔는데 머리털 나고 가장 많은 인파를 목도했다. 불꽃축제 관람 후 귀가하는 시민들의 모습(사진=이데일리DB)친구들끼리 “야, 발만 들어도 앞으로 간다”면서 낄낄댔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많은 사람’은 공포보다는 유희거리였다. 사람이 넘실대는 거리는 그야말로 축제였고 볼거리였다.2002년 월드컵은 이 같은 감정이 정점을 찍게 된 경험이었다. 가장 짜릿한 경기였던 이탈리아전을 학교 노천극장에서 봤는데, 경기도 워낙 재밌었지만 수천명의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대한민국’을 외치며 팔을 내뻗는 장관에는 그만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나이가 들면서는 사람이 붐비는 곳은 피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올해 개최된 불꽃축제만은 보고 싶다는 열망이 일어났다. 사람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 불꽃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간구였다.2. 당일 당직근무여서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마포대교 상단에서 보자는 마음으로 불꽃축제 현장을 찾았다. 유명 축제답게 상대적으로 축제 현장에서 떨어진 마포대교도 인파로 붐볐다. 마포역 4번출구에서 강변북로 분기점까지 고작 485m를 가는데 1시간이 넘게 소요됐다.“아, 좀 무서운데.” 함께 간 동거인의 한 마디에 기분이 으스스해졌다. 마포대교 한 켠 인도의 이쪽은 강물이 넘실댔고, 저쪽은 차들이 질주했다. 돌아가겠다 마음을 먹었다면 복잡하나마 빠져나올 수 있었는데 전진할 요량에서는 아무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거대한 인간 흐름에 이동을 맡겨야했다.통행로가 좁은 이태원에서 느꼈을 공포는 더했을 것이다. 마포대교 위 강물과 도로는 대피의 공간이 될 수 없을지언정 시야는 확보할 수 있었다. 꽉 막힌 벽 사이에서 타인들에게 이동을 맡겨야 했던 무력감은 훨씬 큰 공포로 다가왔을 것이다.3. ‘오시야’(押し屋). 한국에서는 ‘푸시맨’으로 불렸던 아르바이트는 일본에는 여전히 남아있다. 전철 승객을 안으로 밀어넣어주는 일로, 대중교통 이용객이 많은 출퇴근 시간에 집중된다.출근 시간이 빠듯한 승객과 승객을 한 명이라도 더 태워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운영사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비롯됐던 현상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지금은 푸시맨이 사라졌다. 대신 무리한 탑승을 막는 ‘커트맨’이 생겼다.지난 불꽃축제 때도 이 같은 일을 도와줬던 운영요원들과 안전요원이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재개된 행사였던 만큼 100만명 이상이 다녀갈 것이 관측됐고 주최 측은 18.5%가량 운영요원·안전요원을 증원했다. 불꽃축제에 투입된 안전관리 인원은 무려 5700명이었다.4. 서울의 과밀은 여전한 문제다. 수요 예측에 실패했던 9호선은 혼잡도가 지나치게 높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따르면 9호선의 혼잡도는 238%까지로 집계됐다. 이럴 경우 차내 이산화탄소 농도는 기준치인 2500ppm을 훌쩍넘기게 된다. 서울시 측정기준 5000ppm으로 집계되기도 했다.최근 출근길에 무리한 탑승으로 후문이 고장난 버스에 탑승한 적이 있었다. 문이 덜렁덜렁 열려 있는데 승객도 많은 상태여서 꽤 위험했다. 나중에 이를 알게 된 기사님이 운행 불가를 선언했다. 승객들 사이에서 볼멘 소리가 나왔다. 이유야 어찌됐든 출근길 방해를 받았으니 이해되지 않았던 것도 아니나, 한번만 여유를 갖고 생각하면 그것이 안전불감증이었다. 지난 7월 광역버스를 대상으로 하는 입석 금지 제도가 부활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사고 위험 방지를 위해 광역버스의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 및 입석 금지를 시행했으나 승객 반발에 부딪혀 흐지부지됐다. 이번 입석 금지제 부활은 버스업체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양상이 다르다.주체가 누가됐든 과밀의 문제를 해소하려는 시도는 반갑다. 인구 950만명인 서울의 인구밀도는 1㎢당 1만5699명이다. 근자에 들어 유행하고 있는 ‘국평’(국민평수)이라는 말은, 과밀을 안일하게 생각하는 우리의 자의식이 빚어낸 슬픈 풍경일지도 모른다.
    김영환 기자 2022.11.06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처음 인파의 위력을 체감한 건 고교 시절 명동에서였다. 친구 몇몇과 크리스마스를 맞아 명동을 놀러갔는데 머리털 나고 가장 많은 인파를 목도했다. 불꽃축제 관람 후 귀가하는 시민들의 모습(사진=이데일리DB)친구들끼리 “야, 발만 들어도 앞으로 간다”면서 낄낄댔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많은 사람’은 공포보다는 유희거리였다. 사람이 넘실대는 거리는 그야말로 축제였고 볼거리였다.2002년 월드컵은 이 같은 감정이 정점을 찍게 된 경험이었다. 가장 짜릿한 경기였던 이탈리아전을 학교 노천극장에서 봤는데, 경기도 워낙 재밌었지만 수천명의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대한민국’을 외치며 팔을 내뻗는 장관에는 그만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나이가 들면서는 사람이 붐비는 곳은 피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올해 개최된 불꽃축제만은 보고 싶다는 열망이 일어났다. 사람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 불꽃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간구였다.2. 당일 당직근무여서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마포대교 상단에서 보자는 마음으로 불꽃축제 현장을 찾았다. 유명 축제답게 상대적으로 축제 현장에서 떨어진 마포대교도 인파로 붐볐다. 마포역 4번출구에서 강변북로 분기점까지 고작 485m를 가는데 1시간이 넘게 소요됐다.“아, 좀 무서운데.” 함께 간 동거인의 한 마디에 기분이 으스스해졌다. 마포대교 한 켠 인도의 이쪽은 강물이 넘실댔고, 저쪽은 차들이 질주했다. 돌아가겠다 마음을 먹었다면 복잡하나마 빠져나올 수 있었는데 전진할 요량에서는 아무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거대한 인간 흐름에 이동을 맡겨야했다.통행로가 좁은 이태원에서 느꼈을 공포는 더했을 것이다. 마포대교 위 강물과 도로는 대피의 공간이 될 수 없을지언정 시야는 확보할 수 있었다. 꽉 막힌 벽 사이에서 타인들에게 이동을 맡겨야 했던 무력감은 훨씬 큰 공포로 다가왔을 것이다.3. ‘오시야’(押し屋). 한국에서는 ‘푸시맨’으로 불렸던 아르바이트는 일본에는 여전히 남아있다. 전철 승객을 안으로 밀어넣어주는 일로, 대중교통 이용객이 많은 출퇴근 시간에 집중된다.출근 시간이 빠듯한 승객과 승객을 한 명이라도 더 태워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운영사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비롯됐던 현상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지금은 푸시맨이 사라졌다. 대신 무리한 탑승을 막는 ‘커트맨’이 생겼다.지난 불꽃축제 때도 이 같은 일을 도와줬던 운영요원들과 안전요원이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재개된 행사였던 만큼 100만명 이상이 다녀갈 것이 관측됐고 주최 측은 18.5%가량 운영요원·안전요원을 증원했다. 불꽃축제에 투입된 안전관리 인원은 무려 5700명이었다.4. 서울의 과밀은 여전한 문제다. 수요 예측에 실패했던 9호선은 혼잡도가 지나치게 높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따르면 9호선의 혼잡도는 238%까지로 집계됐다. 이럴 경우 차내 이산화탄소 농도는 기준치인 2500ppm을 훌쩍넘기게 된다. 서울시 측정기준 5000ppm으로 집계되기도 했다.최근 출근길에 무리한 탑승으로 후문이 고장난 버스에 탑승한 적이 있었다. 문이 덜렁덜렁 열려 있는데 승객도 많은 상태여서 꽤 위험했다. 나중에 이를 알게 된 기사님이 운행 불가를 선언했다. 승객들 사이에서 볼멘 소리가 나왔다. 이유야 어찌됐든 출근길 방해를 받았으니 이해되지 않았던 것도 아니나, 한번만 여유를 갖고 생각하면 그것이 안전불감증이었다. 지난 7월 광역버스를 대상으로 하는 입석 금지 제도가 부활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사고 위험 방지를 위해 광역버스의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 및 입석 금지를 시행했으나 승객 반발에 부딪혀 흐지부지됐다. 이번 입석 금지제 부활은 버스업체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양상이 다르다.주체가 누가됐든 과밀의 문제를 해소하려는 시도는 반갑다. 인구 950만명인 서울의 인구밀도는 1㎢당 1만5699명이다. 근자에 들어 유행하고 있는 ‘국평’(국민평수)이라는 말은, 과밀을 안일하게 생각하는 우리의 자의식이 빚어낸 슬픈 풍경일지도 모른다.
  • [딴소리]수박과 갈치, 그리고 민주당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수박은 대표적인 여름 제철 과일이다. 과육의 90% 가량이 수분일 만큼 대부분 물로 구성돼 있어 땀을 많이 흘린 여름에 섭취하기에 알맞다. 영어 이름에는 물(water)이 들어갈 정도다. 더울수록 당도가 높아져 여름에 제격이다.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특히 아꼈다. 그는 “수박을 맛봤다면, 천사들의 음식을 아는 것”이라는 헌사를 남겼다. 한반도에는 고려시대 전래됐다. 조선시대에도 귀하디 귀한 과일이었는데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세종5년 내시가 수라간에서 수박을 훔쳐먹었다가 곤장을 맞고 귀양을 갔다고 한다.인간이 수박을 먹기 시작한 것은 약 5000년 전으로 알려져 있다. 4500년 전 고대 이집트인들은 수박을 재배해 디저트로 즐겼다. 파라오의 무덤에서 발견된 상형문자에 수박이 기록돼 있다.초록색 겉과 달리 속은 새빨간 색이어서 반전이 있다. 알맹이는 빼놓고 겉만 건드린다는 핀잔으로 ‘수박 겉핥기’라는 속담이 유명하다. 2. 어두컴컴한 밤에 화려한 조명으로 유혹하는 어종은 오징어뿐만 아니다. 심해어인 갈치도 이 같은 습성이 있어 불빛으로 유인해 끌어올린다. 물속에 서서 멸치를 사냥하는 갈치.(사진=김동식 KBS 수중촬영감독)때로는 ‘은갈치’로, 때로는 ‘먹갈치’로 불려 이종이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같은 종이다. 잡는 방법에 따라 인간이 직관적인 이름을 붙인 것뿐이다.은갈치는 낚시로 채낚아 잡는다. 제주에서 흔하다. 반면 먹갈치는 그물로 건져올린다. 목포식이다. 표면이 은빛으로 반짝거리는데 핵산 염기 중 하나인 구아닌이다. 낚싯대로 한마리씩 건져올리면 몸에 상처가 없어 반짝이지만, 그물로 끌어올리면 이리저리 치이다가 상처가 난다. 은갈치가 먹갈치로 나뉘는 지점이다.조선시대에는 천대를 받았다. 기록이 많지 않다. 고등어처럼 불포화지방산을 듬뿍 갖고 있는데 그래서 산패가 빨랐다. 냉장시설이 부족했던 조선에서는 다루기 까다로운 생선이었다.더욱이 심해어여서 물 밖으로 나오면 기압을 이기지 못하고 쉬이 죽었다. 안그래도 부패가 빠른데 수면 밖에서 살리기도 어렵다. 현대사회에서도 갈치를 회로 맛보는 건 산지에서나 가능한 수준이다.갈치는 먹잇감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산란기가 되면 육식성이 더 증폭돼 동족의 꼬리도 끊어 먹는다. 속담 ‘갈치가 갈치 꼬리 문다’가 여기서 나왔다.3. 때아닌 수박과 갈치가 여의도, 보다 정확히는 더불어민주당에 소환됐다. 겉과 속의 색깔이 다르고, 동족상잔을 한다는 점에서 자당 정치인을 비판하기 위해 활용됐다.지난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당시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이재명 의원을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비판하자 ‘수박’이라는 조롱이 쓰였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에 남쪽의 ‘빨갱이’를 ‘겉은 파란데 안은 빨갛다’며 수박에 빗댔다.논란이 심화되자 우상호 당시 비대위원장이 나서서 ‘수박’을 쓰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경고장까지 날렸다. 3~4개월여가 지난 뒤 새로운 분열의 언어로 갈치가 등장했다. 자기편까지 먹어치우는 식욕의 갈치, ‘제 식구 잡아먹는 갈치 정치인’과 호응됐다.그 사이 ‘대표’ 타이틀을 획득한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 패배 직후 주식 투자를 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전재수 의원이 이 대표를 겨냥해 ‘실망’을 피력하자 친이재명계 안민석 의원이 갈치를 꺼냈다. 뒤이어 조응천 의원은 “전 의원이 갈치라면 안 의원은 완전 대왕갈치”라고도 비꼬았다.안 의원은 지난 5월 대선 패배로 민주당이 야당이 되자 ‘슬기로운 야당 생활 십계명’이라는 글을 올렸는데 여기에도 ‘갈치정치 하지 말자’고 썼다.4. 과학계에서는 오랫동안 수박의 기원을 찾았다. 수박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발현돼 지중해 국가를 지나 유럽 전역에 퍼졌다는 학설은 대체로 동의를 구했다.다만 남아프리카 유자 멜론과 서아프리카 에구시 멜론, 북동아프리카 코도판 멜론 등을 놓고 수박의 조상 찾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미 연구진이 최근에서야 코도판 멜론을 유전적 친부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코도판 멜론은 속살이 하얗다. 아프리카 일부 하얀 수박은 쓴 맛이 강하다. 코도판 멜론은 수박으로의 진화 과정에서 쓴맛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떼냈고, 빨간색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얻었다. 지구상의 수박은 하얗다가도 빨개진다. 진화의 산물이다. 겉이 파랗다고 속도 파래야 한다는 민주당의 빨간색 박해는 공당으로서의 유연함을 포기했다는 자인이다.코도판 멜론(사진=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갈치의 이름엔 공통점이 있다. ‘칼’이다. 우리말 고어에는 칼을 갈이라고 했다. 어원이 짐작된다.영어의 스캐버드(Scabbard fish), 커틀러스(Cutlass fish)는 칼집, 휜 검에서 따온 말이다. 일본에서는 큰칼 물고기란 뜻의 다치우오(タチうオ, 太刀魚), 중국에서는 띠 물고기란 의미의 다이유(帶魚)로 불렸다. 한국어에도 이명으로 ‘도어’(刀魚)와 ‘대어’(帶魚)가 있다.갈치는 뱀이나 장어따위처럼 기는 방식의 이동 방법을 쓰지 않는다. 해마처럼 서서 헤엄친다. 은빛 몸을 꼿꼿히 세워 유영하는 모습, 영락없는 검이다. 프랑스 작가 앙투안 드 리바롤은 “정의의 칼에는 칼집이 없다”고 했다. 누군가는 갈치에서 식탐만을 보지만 누군가에게 칼은 정의의 표상이기도 하다.
    김영환 기자 2022.10.23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수박은 대표적인 여름 제철 과일이다. 과육의 90% 가량이 수분일 만큼 대부분 물로 구성돼 있어 땀을 많이 흘린 여름에 섭취하기에 알맞다. 영어 이름에는 물(water)이 들어갈 정도다. 더울수록 당도가 높아져 여름에 제격이다.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특히 아꼈다. 그는 “수박을 맛봤다면, 천사들의 음식을 아는 것”이라는 헌사를 남겼다. 한반도에는 고려시대 전래됐다. 조선시대에도 귀하디 귀한 과일이었는데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세종5년 내시가 수라간에서 수박을 훔쳐먹었다가 곤장을 맞고 귀양을 갔다고 한다.인간이 수박을 먹기 시작한 것은 약 5000년 전으로 알려져 있다. 4500년 전 고대 이집트인들은 수박을 재배해 디저트로 즐겼다. 파라오의 무덤에서 발견된 상형문자에 수박이 기록돼 있다.초록색 겉과 달리 속은 새빨간 색이어서 반전이 있다. 알맹이는 빼놓고 겉만 건드린다는 핀잔으로 ‘수박 겉핥기’라는 속담이 유명하다. 2. 어두컴컴한 밤에 화려한 조명으로 유혹하는 어종은 오징어뿐만 아니다. 심해어인 갈치도 이 같은 습성이 있어 불빛으로 유인해 끌어올린다. 물속에 서서 멸치를 사냥하는 갈치.(사진=김동식 KBS 수중촬영감독)때로는 ‘은갈치’로, 때로는 ‘먹갈치’로 불려 이종이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같은 종이다. 잡는 방법에 따라 인간이 직관적인 이름을 붙인 것뿐이다.은갈치는 낚시로 채낚아 잡는다. 제주에서 흔하다. 반면 먹갈치는 그물로 건져올린다. 목포식이다. 표면이 은빛으로 반짝거리는데 핵산 염기 중 하나인 구아닌이다. 낚싯대로 한마리씩 건져올리면 몸에 상처가 없어 반짝이지만, 그물로 끌어올리면 이리저리 치이다가 상처가 난다. 은갈치가 먹갈치로 나뉘는 지점이다.조선시대에는 천대를 받았다. 기록이 많지 않다. 고등어처럼 불포화지방산을 듬뿍 갖고 있는데 그래서 산패가 빨랐다. 냉장시설이 부족했던 조선에서는 다루기 까다로운 생선이었다.더욱이 심해어여서 물 밖으로 나오면 기압을 이기지 못하고 쉬이 죽었다. 안그래도 부패가 빠른데 수면 밖에서 살리기도 어렵다. 현대사회에서도 갈치를 회로 맛보는 건 산지에서나 가능한 수준이다.갈치는 먹잇감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산란기가 되면 육식성이 더 증폭돼 동족의 꼬리도 끊어 먹는다. 속담 ‘갈치가 갈치 꼬리 문다’가 여기서 나왔다.3. 때아닌 수박과 갈치가 여의도, 보다 정확히는 더불어민주당에 소환됐다. 겉과 속의 색깔이 다르고, 동족상잔을 한다는 점에서 자당 정치인을 비판하기 위해 활용됐다.지난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당시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이재명 의원을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비판하자 ‘수박’이라는 조롱이 쓰였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에 남쪽의 ‘빨갱이’를 ‘겉은 파란데 안은 빨갛다’며 수박에 빗댔다.논란이 심화되자 우상호 당시 비대위원장이 나서서 ‘수박’을 쓰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경고장까지 날렸다. 3~4개월여가 지난 뒤 새로운 분열의 언어로 갈치가 등장했다. 자기편까지 먹어치우는 식욕의 갈치, ‘제 식구 잡아먹는 갈치 정치인’과 호응됐다.그 사이 ‘대표’ 타이틀을 획득한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 패배 직후 주식 투자를 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전재수 의원이 이 대표를 겨냥해 ‘실망’을 피력하자 친이재명계 안민석 의원이 갈치를 꺼냈다. 뒤이어 조응천 의원은 “전 의원이 갈치라면 안 의원은 완전 대왕갈치”라고도 비꼬았다.안 의원은 지난 5월 대선 패배로 민주당이 야당이 되자 ‘슬기로운 야당 생활 십계명’이라는 글을 올렸는데 여기에도 ‘갈치정치 하지 말자’고 썼다.4. 과학계에서는 오랫동안 수박의 기원을 찾았다. 수박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발현돼 지중해 국가를 지나 유럽 전역에 퍼졌다는 학설은 대체로 동의를 구했다.다만 남아프리카 유자 멜론과 서아프리카 에구시 멜론, 북동아프리카 코도판 멜론 등을 놓고 수박의 조상 찾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미 연구진이 최근에서야 코도판 멜론을 유전적 친부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코도판 멜론은 속살이 하얗다. 아프리카 일부 하얀 수박은 쓴 맛이 강하다. 코도판 멜론은 수박으로의 진화 과정에서 쓴맛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떼냈고, 빨간색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얻었다. 지구상의 수박은 하얗다가도 빨개진다. 진화의 산물이다. 겉이 파랗다고 속도 파래야 한다는 민주당의 빨간색 박해는 공당으로서의 유연함을 포기했다는 자인이다.코도판 멜론(사진=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갈치의 이름엔 공통점이 있다. ‘칼’이다. 우리말 고어에는 칼을 갈이라고 했다. 어원이 짐작된다.영어의 스캐버드(Scabbard fish), 커틀러스(Cutlass fish)는 칼집, 휜 검에서 따온 말이다. 일본에서는 큰칼 물고기란 뜻의 다치우오(タチうオ, 太刀魚), 중국에서는 띠 물고기란 의미의 다이유(帶魚)로 불렸다. 한국어에도 이명으로 ‘도어’(刀魚)와 ‘대어’(帶魚)가 있다.갈치는 뱀이나 장어따위처럼 기는 방식의 이동 방법을 쓰지 않는다. 해마처럼 서서 헤엄친다. 은빛 몸을 꼿꼿히 세워 유영하는 모습, 영락없는 검이다. 프랑스 작가 앙투안 드 리바롤은 “정의의 칼에는 칼집이 없다”고 했다. 누군가는 갈치에서 식탐만을 보지만 누군가에게 칼은 정의의 표상이기도 하다.
  • [딴소리]"韓은 안전한 국가…but driver"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경찰이 지난 12일부터 ‘교차로 우회전 시 일시정지’ 위반 차량 단속에 나섰다. 앞서 지난 7월12일부터 시작된 3개월의 계도기간을 마치고 이날부터 단속을 시작한 것이다. 애초 계도기간은 1개월로 설정됐으나 현장에서 혼선이 감지되면서 계도기간이 늘었다.(사진=연합뉴스)경찰청에 따르면 교차로 우회전 시 일시정지 의무 단속 첫날에만 전국에서 총 135대가 적발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12일 새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직후 한 곳에서 1시간 가량 일시정지 의무를 지키지 않는 차량의 수를 세었을 때 76대가 확인됐다.([르포]우회전 `일단정지` 안 지키는 차 세보니…1시간에만 `76대`) 운 좋게 걸리지 않은 차량을 고려하면 아직도 우회전 시 일시정지 정착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볼멘소리가 나온다. 일시정지에 그치지 않고 신호가 바뀔 때까지 서 있는 차들이 많아 교통 흐름이 원활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계도기간 우회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40명에서 22명으로 45% 감소했고 사고 자체도 4478건에서 3386건으로 24.4% 줄었다. 십수명의 사람이 목숨을 지켰는데 5~10분 늦어지는 게 대수랴.2.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은 치안에는 굉장히 후한 점수를 주지만 반대로 기함하는 대목이 운전문화다. “한국의 치안은 술에 취해 새벽에 돌아다녀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안전하지만 운전자만큼은 그렇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외국인들의 평가다. 특히 뼈아픈 대목은 ‘보행자들이 알아서 피해주길 기대하면서 운전한다’는 점이다.대한민국의 도로는 차가 우선이다라는 인식이 강하다. 물론 사람이나 이륜차의 통행마저 금지된 자동차 전용도로에서야 차가 도로의 우선권을 주장할 수 있겠지만 횡단보도를 매개로 사람과 차가 공존해야 하는 일반도로에서 차의 권리는 보행자보다 후순위여야 한다.1997년 10년내 교통사고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 ‘비전 제로’(Vision Zero)의 기치를 들었던 스웨덴을 필두로 유럽은 도로의 주인을 보행자로 내세웠다. 교차로 우회전 시 일시정지는, 도로에서 차와 보행자가 만날 수밖에 없는 접점 ‘우회전’ 시 운전자의 책임을 더 무겁게 묻겠다는 의미다.3. 사실 이 정도의 조치도 차의 편의를 많이 봐준 편이다. 국내국제 규정인 ‘도로표지와 교통신호 협약’에서는 빨간불일 경우 무조건 진행을 막는다. 유럽과 아시아, 아메리카를 제외한 다른 대륙에서는 빨간불일 때 우회전을 포함한 모든 통행을 금지시킨다. 경찰청에서는 일시정지 이후 보행자가 없으면 통과가 가능하고 단속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대법원의 해석은 다르다. 적신호 시 주변을 살피고 우회전을 진행했더라고 하더라도 이를 신호위반으로 본다는 판례가 많다.(97도1835, 2009도8222 등)결국 일시정지 이후 우회전을 했다면 경찰의 단속을 피할 수는 있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법원은 신호위반의 과실을 물을 수 있다는 의미다. 운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4. 새로운 도로교통법으로 인해 운전자 간 마찰이 빚어지는 것이 이 대목이다. 보다 조심 운전을 지향하는 운전자는 보행자가 없더라도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변할 때까지 기다린다. 급한 볼일이 있는 뒤차 운전자는 보행자도 없는데 앞차가 진행을 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인다.이를 막기 위해서는 교통량이 많은 교차로에서부터 차례로 우회전 신호등을 더 보급해야 한다. 신호등 한 대당 설치 비용이 1000~1500만원선이라고 하니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겠지만, 안전을 위한 비용은 얼마든지 감수할 필요가 있다.비보호는 좌회전을 할 경우 많이 쓰이지만 원칙적으로 우회전도 보호받지 못하는 운행법이다. 오히려 파란 신호에서만 허가되는 좌회전보다 빨간불에서도 제한적으로 가능한 우회전이 운전자의 주의가 더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는 38.9%로 OECD 회원국 중 두번째로 높다. 보행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치는 더욱더 강화돼도 모자람이 없다.
    김영환 기자 2022.10.16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경찰이 지난 12일부터 ‘교차로 우회전 시 일시정지’ 위반 차량 단속에 나섰다. 앞서 지난 7월12일부터 시작된 3개월의 계도기간을 마치고 이날부터 단속을 시작한 것이다. 애초 계도기간은 1개월로 설정됐으나 현장에서 혼선이 감지되면서 계도기간이 늘었다.(사진=연합뉴스)경찰청에 따르면 교차로 우회전 시 일시정지 의무 단속 첫날에만 전국에서 총 135대가 적발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12일 새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직후 한 곳에서 1시간 가량 일시정지 의무를 지키지 않는 차량의 수를 세었을 때 76대가 확인됐다.([르포]우회전 `일단정지` 안 지키는 차 세보니…1시간에만 `76대`) 운 좋게 걸리지 않은 차량을 고려하면 아직도 우회전 시 일시정지 정착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볼멘소리가 나온다. 일시정지에 그치지 않고 신호가 바뀔 때까지 서 있는 차들이 많아 교통 흐름이 원활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계도기간 우회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40명에서 22명으로 45% 감소했고 사고 자체도 4478건에서 3386건으로 24.4% 줄었다. 십수명의 사람이 목숨을 지켰는데 5~10분 늦어지는 게 대수랴.2.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은 치안에는 굉장히 후한 점수를 주지만 반대로 기함하는 대목이 운전문화다. “한국의 치안은 술에 취해 새벽에 돌아다녀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안전하지만 운전자만큼은 그렇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외국인들의 평가다. 특히 뼈아픈 대목은 ‘보행자들이 알아서 피해주길 기대하면서 운전한다’는 점이다.대한민국의 도로는 차가 우선이다라는 인식이 강하다. 물론 사람이나 이륜차의 통행마저 금지된 자동차 전용도로에서야 차가 도로의 우선권을 주장할 수 있겠지만 횡단보도를 매개로 사람과 차가 공존해야 하는 일반도로에서 차의 권리는 보행자보다 후순위여야 한다.1997년 10년내 교통사고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 ‘비전 제로’(Vision Zero)의 기치를 들었던 스웨덴을 필두로 유럽은 도로의 주인을 보행자로 내세웠다. 교차로 우회전 시 일시정지는, 도로에서 차와 보행자가 만날 수밖에 없는 접점 ‘우회전’ 시 운전자의 책임을 더 무겁게 묻겠다는 의미다.3. 사실 이 정도의 조치도 차의 편의를 많이 봐준 편이다. 국내국제 규정인 ‘도로표지와 교통신호 협약’에서는 빨간불일 경우 무조건 진행을 막는다. 유럽과 아시아, 아메리카를 제외한 다른 대륙에서는 빨간불일 때 우회전을 포함한 모든 통행을 금지시킨다. 경찰청에서는 일시정지 이후 보행자가 없으면 통과가 가능하고 단속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대법원의 해석은 다르다. 적신호 시 주변을 살피고 우회전을 진행했더라고 하더라도 이를 신호위반으로 본다는 판례가 많다.(97도1835, 2009도8222 등)결국 일시정지 이후 우회전을 했다면 경찰의 단속을 피할 수는 있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법원은 신호위반의 과실을 물을 수 있다는 의미다. 운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4. 새로운 도로교통법으로 인해 운전자 간 마찰이 빚어지는 것이 이 대목이다. 보다 조심 운전을 지향하는 운전자는 보행자가 없더라도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변할 때까지 기다린다. 급한 볼일이 있는 뒤차 운전자는 보행자도 없는데 앞차가 진행을 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인다.이를 막기 위해서는 교통량이 많은 교차로에서부터 차례로 우회전 신호등을 더 보급해야 한다. 신호등 한 대당 설치 비용이 1000~1500만원선이라고 하니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겠지만, 안전을 위한 비용은 얼마든지 감수할 필요가 있다.비보호는 좌회전을 할 경우 많이 쓰이지만 원칙적으로 우회전도 보호받지 못하는 운행법이다. 오히려 파란 신호에서만 허가되는 좌회전보다 빨간불에서도 제한적으로 가능한 우회전이 운전자의 주의가 더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는 38.9%로 OECD 회원국 중 두번째로 높다. 보행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치는 더욱더 강화돼도 모자람이 없다.
  • [딴소리]쥐박이, 닭근혜, 문재앙 그리고 굥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한 고등학생이 그린 풍자화가 정치권의 논쟁 대상이 됐다. ‘윤석열차’라는 제목의 이 그림은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만화다. 이 그림이 세간의 이슈가 되면서 문화체육관광부는 금상을 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경고를 내렸다.(사진=SNS 갈무리)4일 오전 공모전을 주최한 만화영상진흥원에 대해 문체부는 “엄중 경고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화가 풀리지 않았던지 문체부는 오후에 다시 만화영상진흥원이 승인사항을 위반했다며 “엄격한 책임을 묻겠다”고 뒤끝을 보였다.이 그림은 지난 3일 폐막한 제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전시장에 전시된 작품이다. 윤 대통령의 얼굴을 한 기차를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기관실에서 조정하고 있다. 열차 칸에는 4명의 검사가 줄지어 칼을 들고 탑승해 있다.이 작품은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지난 7~8월 진행한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카툰 부문 금상(경기도지사상)을 받았다. 만화영상진흥원은 무작위로 추천한 심사위원들이 작품을 평가해 선정했다는 입장이다. 2. 2019년 7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식 터닝포인트코리아 대표를 모욕죄로 고소했다. 터닝포인트코리아는 시민단체로 김 대표는 국회의사당 분수대 인근에서 문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전단지를 배부해 모욕죄 혐의를 받았다.사건에 의미가 있다. 현직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일반 국민을 모욕죄로 고소한 첫 사건이다. 모욕죄는 친고죄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나 그 대리인이 고소를 접수해야 사건이 진행된다.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의지를 드러냈다는 의미다.(사진=대구경찰청)전단지는 문 전 대통령과 마블 시리즈의 악역인 ‘타노스’를 합성한 사진과 함께 문 전 대통령의 발음을 조롱하는 내용을 담았다. 전단지 반대편에는 여당과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의 가족 중 친일행위에 대한 의혹을 적었다.2021년 4월 28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반발 여론 속에 문 전 대통령은 5월4일 직접 고소 취하를 지시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개별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하여 결정할 예정’이라고 유사한 사례에 대한 고소 가능성을 열어놨다.3.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모욕죄까지 묻지는 않았다. 다만 재물손괴죄나 주거침입죄, 업무방해죄 등 다양한 죄목으로 우회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옥좼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 의혹에 민감했다. 이를 제기했던 산케이신문 지국장을 고발했고 정윤회 문건 논란으로 세계일보를 고소하기도 했다. 다만 이는 개인이 아닌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소송전이었다.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지를 뿌린 시민 일부는 명예훼손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 전 대통령 때에도 대통령을 조롱하는 게시물을 작성한 사람들이 다수 처벌 받았다. (사진=SNS 갈무리)G20 서울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이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쥐 그림을 그려 넣은 대학강사가 2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이 대학강사는 공용물건손상으로 기소됐다.4.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대통령을 욕함으로써 주권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저는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인 2007년 12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이 같이 발언했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비판이나 조롱, 풍자에 대해 고소로 대응한 적이 없다. 2004년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이 초연한 연극 ‘환생경제’는 노 전 대통령을 가리켜 ‘노가리’, ‘거시기를 달고 다닐 자격도 없는 놈’ 등 격이 낮은 욕설이 담겼다. ‘환생경제’를 쓴 이대영 작가의 희곡집은 노무현 정부였던 200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됐다.연극 ‘환생경제’에서 노가리 역을 맡은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극중 술을 마시는 연기를 하고 있다.(사진=오마이티브이 유튜브 캡쳐)이 글은 단순하게 시간의 역순으로 적었다. 대한민국 표현의 자유는 왜 후퇴하고 있을까. 금태섭 전 의원의 과거 SNS 한 줄을 새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쥐박이’라고 부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닭근혜’라고 불러도 소송 걱정하지 않는 나라에 살고 싶다. 문 대통령을 ‘문재앙’으로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
    김영환 기자 2022.10.10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한 고등학생이 그린 풍자화가 정치권의 논쟁 대상이 됐다. ‘윤석열차’라는 제목의 이 그림은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만화다. 이 그림이 세간의 이슈가 되면서 문화체육관광부는 금상을 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경고를 내렸다.(사진=SNS 갈무리)4일 오전 공모전을 주최한 만화영상진흥원에 대해 문체부는 “엄중 경고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화가 풀리지 않았던지 문체부는 오후에 다시 만화영상진흥원이 승인사항을 위반했다며 “엄격한 책임을 묻겠다”고 뒤끝을 보였다.이 그림은 지난 3일 폐막한 제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전시장에 전시된 작품이다. 윤 대통령의 얼굴을 한 기차를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기관실에서 조정하고 있다. 열차 칸에는 4명의 검사가 줄지어 칼을 들고 탑승해 있다.이 작품은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지난 7~8월 진행한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카툰 부문 금상(경기도지사상)을 받았다. 만화영상진흥원은 무작위로 추천한 심사위원들이 작품을 평가해 선정했다는 입장이다. 2. 2019년 7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식 터닝포인트코리아 대표를 모욕죄로 고소했다. 터닝포인트코리아는 시민단체로 김 대표는 국회의사당 분수대 인근에서 문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전단지를 배부해 모욕죄 혐의를 받았다.사건에 의미가 있다. 현직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일반 국민을 모욕죄로 고소한 첫 사건이다. 모욕죄는 친고죄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나 그 대리인이 고소를 접수해야 사건이 진행된다.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의지를 드러냈다는 의미다.(사진=대구경찰청)전단지는 문 전 대통령과 마블 시리즈의 악역인 ‘타노스’를 합성한 사진과 함께 문 전 대통령의 발음을 조롱하는 내용을 담았다. 전단지 반대편에는 여당과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의 가족 중 친일행위에 대한 의혹을 적었다.2021년 4월 28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반발 여론 속에 문 전 대통령은 5월4일 직접 고소 취하를 지시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개별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하여 결정할 예정’이라고 유사한 사례에 대한 고소 가능성을 열어놨다.3.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모욕죄까지 묻지는 않았다. 다만 재물손괴죄나 주거침입죄, 업무방해죄 등 다양한 죄목으로 우회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옥좼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 의혹에 민감했다. 이를 제기했던 산케이신문 지국장을 고발했고 정윤회 문건 논란으로 세계일보를 고소하기도 했다. 다만 이는 개인이 아닌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소송전이었다.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지를 뿌린 시민 일부는 명예훼손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 전 대통령 때에도 대통령을 조롱하는 게시물을 작성한 사람들이 다수 처벌 받았다. (사진=SNS 갈무리)G20 서울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이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쥐 그림을 그려 넣은 대학강사가 2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이 대학강사는 공용물건손상으로 기소됐다.4.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대통령을 욕함으로써 주권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저는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인 2007년 12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이 같이 발언했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비판이나 조롱, 풍자에 대해 고소로 대응한 적이 없다. 2004년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이 초연한 연극 ‘환생경제’는 노 전 대통령을 가리켜 ‘노가리’, ‘거시기를 달고 다닐 자격도 없는 놈’ 등 격이 낮은 욕설이 담겼다. ‘환생경제’를 쓴 이대영 작가의 희곡집은 노무현 정부였던 200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됐다.연극 ‘환생경제’에서 노가리 역을 맡은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극중 술을 마시는 연기를 하고 있다.(사진=오마이티브이 유튜브 캡쳐)이 글은 단순하게 시간의 역순으로 적었다. 대한민국 표현의 자유는 왜 후퇴하고 있을까. 금태섭 전 의원의 과거 SNS 한 줄을 새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쥐박이’라고 부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닭근혜’라고 불러도 소송 걱정하지 않는 나라에 살고 싶다. 문 대통령을 ‘문재앙’으로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
  • [딴소리]새끼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기자란 직업은 ‘형 먹기’가 참 좋다. 무슨 말인고 하니, 기자-취재원 사이에는 조금의 허물만 벗으면 “형”이란 표현을 스스럼 없이 쓰는 경우가 많다. 나이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친밀함의 표현이다. 개인적으로 선호하지는 않으나.작년 이 맘 때 쯤 TV를 보던 지인이 혀를 끌끌 찼다. SBS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 유력 대선주자였던 윤석열 후보가 나오고 있었다. “형님이라고 불러.” 윤 후보는 본인과 20~30살 가까이 차이나는 이승기, 양세형, 김동현, 유수빈 등 출연자들과 형을 먹는 중이었다.(사진=MBC 방송 화면 갈무리)누가 봐도 초면인 이들 사이에 형을 빙자한 반말 말씨는 거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정작 말을 놓고 있는 윤 후보 스스로도 어색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대선 전에 이르러 ‘찍을 사람이 없다’고 푸념하던 지인의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었다.워낙 다양한 사람을 상대하는 기자라는 직업을 하다보니 처음부터 다짜고짜 말을 놓는 취재원이 생각보다 꽤 많다. 초년병 때야 당혹스러움을 느꼈지만, 이제는 맞춰주는 공력 정도는 쌓았다. 다들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는 거니까.2. 윤 후보가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르면서 그의 주변에 닿았던 사람들로부터 그에 대한 성향을 여러 차례 들었다. 술을 좋아하고, 스킨십이 거침없으며, 그립감이 좋은 리더십을 가졌다. 말 그대로 ‘형님 리더십’이었다.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연출된 공간 내에서 행동을 삼가는 문 전 대통령은, 기사 작성에 있어 꽤 친절한 대통령이었다. 사전에 원고를 꼼꼼히 확인할지언정 돌발 상황을 잘 만들지 않았다. 그래도 때로는 연설문은 치워두고 속내를 드러내던 노무현 전 대통령 같은 ‘날 것’의 메시지를 듣고 싶기도 했다. 윤 후보라면 거침 없이 속시원한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한민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도어스태핑에 나선 결기도 그래서 가능했을 것이다.대통령이 된 이후 외교 무대에서 비속어 논란이 빚어지자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나왔던 것도 평소 윤 대통령의 태도에서 기인한 바가 적지 않다. 평소에도 시원시원한 언행을 즐겼다는 것이다.오마이뉴스가 지난 2021년 6월에 보도한 ‘2년 전 윤석열 “앙꼬 없는 한국당 놈들, 문 정부 내성만 키워”’ 기사에도 관련 내용이 담겨있다. 검찰총장 시절 윤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옮긴 이 기사에는 ‘새끼’라는 표현이 두 차례 등장한다.3.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새끼’는 본래 시아우를 가리키던 ‘시아기’였다고 한다. 남편의 아우인 시동생을 이르는 말이었는데, ‘시아기’에서 ‘새기’로 그리고 ‘새끼’로 소리가 변하면서 본래의 뜻 대신 전혀 다른 뜻으로 활용되고 있다.의미가 변했다지만 원래 시동생을 가리키는 말이다 보니, ‘욕’의 정도가 강한 편은 아니다. 남자 무리에서는 친근함을 담은 비속어로도 자주 활용되고 접두사로 쓰게 될 경우에는 욕의 의미가 전혀 없어지기도 한다.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손자·손녀를 “내 새끼”로 부르는 것도 ‘새끼’가 갖는 비속어나 욕설로서의 정도를 옅게 만든다. 다양한 활용성을 감안하면 무턱대고 ‘motherfucker’로 번역하기 어렵단 의미다.윤 대통령 스스로는 기억이 없다고 하고 대통령실은 새끼가 우리 국회를 지칭한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비록 새끼라고 말했다고 하더라도 당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분노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게까지 거친 언사는 아니라는 판단이다.4. 이 발언이 열흘이 넘게 대한민국의 정계를 들쑤셔 놓아야 할 만큼 중차대한 사안인가. 첫 보도를 한 MBC에 재갈을 물리려는 정부·여당이나 박진 외교부 장관의 해임안까지 결의한 야당이나 소모적 논쟁이란 인상이 짙다.안 보이는 데서는 나랏님 욕도 한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우연히 기자단 카메라에 포착됐다. 공식 석상에서 비공식 석상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잡힌 것인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카메라 앞에서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을 한 윤 대통령의 경솔함은 아쉽다. 언론 보도에 앞서 대통령실이 비보도를 요청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지난 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욕설로 구설에 올랐다. 허리케인 피해 지역인 미국 플로리다주를 방문하던 중 바이든 대통령이 ‘누구도 내게 함부로 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No one fxxx with Biden”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앞서 지난 1월에도 기자에게 비속어를 썼던 바이든 대통령은 사과로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한국 정치는 ‘바이든’과 ‘날리면’으로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둘 중 하나는 맞는 말일 것이다. 진나라 간신배 조고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했다. 지록위마는 간신을 역사에 남기기 위해 만들어진 고사다. 21세기 한국에도 역사에 남을 간신이 만들어지고 있다.
    김영환 기자 2022.10.08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기자란 직업은 ‘형 먹기’가 참 좋다. 무슨 말인고 하니, 기자-취재원 사이에는 조금의 허물만 벗으면 “형”이란 표현을 스스럼 없이 쓰는 경우가 많다. 나이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친밀함의 표현이다. 개인적으로 선호하지는 않으나.작년 이 맘 때 쯤 TV를 보던 지인이 혀를 끌끌 찼다. SBS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 유력 대선주자였던 윤석열 후보가 나오고 있었다. “형님이라고 불러.” 윤 후보는 본인과 20~30살 가까이 차이나는 이승기, 양세형, 김동현, 유수빈 등 출연자들과 형을 먹는 중이었다.(사진=MBC 방송 화면 갈무리)누가 봐도 초면인 이들 사이에 형을 빙자한 반말 말씨는 거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정작 말을 놓고 있는 윤 후보 스스로도 어색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대선 전에 이르러 ‘찍을 사람이 없다’고 푸념하던 지인의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었다.워낙 다양한 사람을 상대하는 기자라는 직업을 하다보니 처음부터 다짜고짜 말을 놓는 취재원이 생각보다 꽤 많다. 초년병 때야 당혹스러움을 느꼈지만, 이제는 맞춰주는 공력 정도는 쌓았다. 다들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는 거니까.2. 윤 후보가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르면서 그의 주변에 닿았던 사람들로부터 그에 대한 성향을 여러 차례 들었다. 술을 좋아하고, 스킨십이 거침없으며, 그립감이 좋은 리더십을 가졌다. 말 그대로 ‘형님 리더십’이었다.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연출된 공간 내에서 행동을 삼가는 문 전 대통령은, 기사 작성에 있어 꽤 친절한 대통령이었다. 사전에 원고를 꼼꼼히 확인할지언정 돌발 상황을 잘 만들지 않았다. 그래도 때로는 연설문은 치워두고 속내를 드러내던 노무현 전 대통령 같은 ‘날 것’의 메시지를 듣고 싶기도 했다. 윤 후보라면 거침 없이 속시원한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한민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도어스태핑에 나선 결기도 그래서 가능했을 것이다.대통령이 된 이후 외교 무대에서 비속어 논란이 빚어지자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나왔던 것도 평소 윤 대통령의 태도에서 기인한 바가 적지 않다. 평소에도 시원시원한 언행을 즐겼다는 것이다.오마이뉴스가 지난 2021년 6월에 보도한 ‘2년 전 윤석열 “앙꼬 없는 한국당 놈들, 문 정부 내성만 키워”’ 기사에도 관련 내용이 담겨있다. 검찰총장 시절 윤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옮긴 이 기사에는 ‘새끼’라는 표현이 두 차례 등장한다.3.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새끼’는 본래 시아우를 가리키던 ‘시아기’였다고 한다. 남편의 아우인 시동생을 이르는 말이었는데, ‘시아기’에서 ‘새기’로 그리고 ‘새끼’로 소리가 변하면서 본래의 뜻 대신 전혀 다른 뜻으로 활용되고 있다.의미가 변했다지만 원래 시동생을 가리키는 말이다 보니, ‘욕’의 정도가 강한 편은 아니다. 남자 무리에서는 친근함을 담은 비속어로도 자주 활용되고 접두사로 쓰게 될 경우에는 욕의 의미가 전혀 없어지기도 한다.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손자·손녀를 “내 새끼”로 부르는 것도 ‘새끼’가 갖는 비속어나 욕설로서의 정도를 옅게 만든다. 다양한 활용성을 감안하면 무턱대고 ‘motherfucker’로 번역하기 어렵단 의미다.윤 대통령 스스로는 기억이 없다고 하고 대통령실은 새끼가 우리 국회를 지칭한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비록 새끼라고 말했다고 하더라도 당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분노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게까지 거친 언사는 아니라는 판단이다.4. 이 발언이 열흘이 넘게 대한민국의 정계를 들쑤셔 놓아야 할 만큼 중차대한 사안인가. 첫 보도를 한 MBC에 재갈을 물리려는 정부·여당이나 박진 외교부 장관의 해임안까지 결의한 야당이나 소모적 논쟁이란 인상이 짙다.안 보이는 데서는 나랏님 욕도 한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우연히 기자단 카메라에 포착됐다. 공식 석상에서 비공식 석상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잡힌 것인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카메라 앞에서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을 한 윤 대통령의 경솔함은 아쉽다. 언론 보도에 앞서 대통령실이 비보도를 요청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지난 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욕설로 구설에 올랐다. 허리케인 피해 지역인 미국 플로리다주를 방문하던 중 바이든 대통령이 ‘누구도 내게 함부로 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No one fxxx with Biden”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앞서 지난 1월에도 기자에게 비속어를 썼던 바이든 대통령은 사과로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한국 정치는 ‘바이든’과 ‘날리면’으로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둘 중 하나는 맞는 말일 것이다. 진나라 간신배 조고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했다. 지록위마는 간신을 역사에 남기기 위해 만들어진 고사다. 21세기 한국에도 역사에 남을 간신이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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