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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수치'에서 '테니스 여제'로 우뚝 선 오사카 나오미

  • 등록 2021-02-22 오전 12:00:00

    수정 2021-02-22 오전 12:29:38

오사카 나오미가 호주오픈 테니스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P PHOTO
호주오픈 테니스 여자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오사카 나오미. 사진=AP PHOTO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세리나 윌리엄스(40·미국)의 독주가 막을 내린 여자 테니스에서 오사카 나오미(24·일본)가 새로운 ‘여제’로 우뚝 섰다.

오사카는 지난 20일 호주 멜버른 멜버른파크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총상금 8000만호주달러. 약 696억원)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제니퍼 브래디(26·미국)을 세트스코어 2-0(6-4 6-3)으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오사카는 2018년 US오픈을 시작으로 통산 4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호주오픈만 놓고 보면 2019년에 이어 2년 만의 정상 복귀다. 오사카는 지금까지 호주오픈 2번, US오픈 2번 우승을 차지했다. 현역 여자 선수 가운데 오사카 보다 메이저대회 단식 우승을 더 많이 차지한 선수는 세리나 윌리엄스(23회), 비너스 윌리엄스(7회) 2명 뿐이다.

테니스 선수로서 오사카의 최대 장점은 강서브다. 이번 호주오픈에서 서브 최고 시속 197km를 찍었다. 202km를 기록한 세리나 윌리엄스에 이어 2위다. 서브 최고 시속은 세리나 윌리엄스에 약간 뒤졌지만 전체적인 서브의 힘과 속도는 오히려 능가했다. 이번 대회에서 서브 에이스를 50개나 성공시킨 여자 선수는 오사카가 유일하다.

하지만 오사카의 진짜 무기는 강한 멘탈이다. 오사카는 큰 대회에서 흔들리는 법이 없다. 오히려 자신에게 쏠리는 중압감과 스포트라이트를 즐긴다. 오사카는 메이저대회 결승에 4번 올라 모두 이겼다. 메이저대회 결승 4전 전승은 1991년 모니카 셀레스(미국) 이후 30년 만이다.

오사카의 강심장은 님다른 성장배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오사카는 일본인 어머니(오사카 다마키)와 아이티인 아버지(레오나르도 프랑수아)를 둔 혼혈이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중 일본 홋카이도로 여행 온 아버지가 어머니를 만났다.

보수적이었던 어머니 집안은 외국인, 특히 흑인과 결혼을 ‘가문의 수치’라며 극구 반대했다. 어머니는 부모 동의 없이 결혼식을 올렸고 일본 오사카에서 세 딸을 출산했다. 세 자매 가운데 막내가 바로 오사카 나오미다.

어머니의 성을 물려받은 오사카는 3살 때 미국으로 떠났다. 오사카는 어릴 적 일본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일본어도 잘하지 못한다. 그래도 일본 국적을 포기하지 않았다. 원래 일본과 미국,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 미국 국적을 포기했다. 일본 기업의 스폰서를 받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해서다. 실제로 오사카를 후원하는 스폰서 가운데는 전일본항공, 시세이도, 닛산, 시티즌 등 일본 기업이 다수다. 테니스 선수에게 목숨보다 중요한 라켓도 일본 제품인 요넥스의 후원을 받는다.

오사카는 사회문제에도 적극 목소리를 냈다. 특히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 앞장섰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에서 비무장 흑인이 백인 경찰에게 피격당한 사건이 일어나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 WTA 투어 웨스턴앤서던오픈 준결승을 앞두고 경기 불참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대회 주최 측도 오사카의 뜻을 존중해 대회를 하루 동안 열지 않았다. 지난해 US오픈에 미국 내 인종 차별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했다.

오사카의 인종차별 반대는 미국만을 향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가 모국이라 여기는 일본에서 더 많은 차별을 받았다. SNS 등을 통해 ‘피부가 까만 네가 일본인이냐’ 등의 피부색에 대한 조롱이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일본의 한 코미디 프로그램은 ‘오사카에게 필요한 것은?’이라는 질문에 ‘표백제’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격분한 오사카는 SNS를 통해 이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오사카는 일본 내 차별 고발을 비롯해 나이키 광고에도 출연했다. 오사카가 등장한 광고의 카피는 ‘이 승리는 나를 위한 것, 이 싸움은 모두를 위한 것’이었다.

오사카가 진정한 ‘테니스 여제’로 발돋움하기 위해 넘어야 할 벽은 아직 남아 있다. 오사카는 지금까지 딱딱한 하드코트 대회(호주오픈, US오픈)에서만 메이저 우승을 이뤘다. 하드코트는 자신의 장점인 강서브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반면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이나 잔디코트에서 개최되는 윔블던에선 부진했다. 최고 성적이 32강(3회전)이다. 하드코트 이외 장소에선 약점이 뚜렷하다.

유로스포츠에서 호주오픈 해설을 맡은 ‘테니스 전설’ 매츠 빌란더는 “오사카는 세리나 윌리엄스 이후 최고의 하드코트 선수”라고 평가하면서도 “클레이코트나 잔디코트에서도 더 성적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주오픈 우승 후 인터뷰에서도 오사카는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오사카는 “우선 클레이코트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며 “클레이코트 대회가 먼저 열리기 때문이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음 메이저대회는 오는 5월 말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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