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미국in]트럼프가 만든 영웅 쿠오모의 몰락…부활할 수 있을까

'트럼프 대항마'로 뜨며 잠룡 반열 오르자…무소불위
요양권 코로나 사망자수 은폐·잇따른 부하직원 성추문
당 안팎 '사퇴론'에도 버티기…트럼프에게서 배웠나
  • 등록 2021-03-06 오전 12:00:00

    수정 2021-03-06 오전 11:51:06

사진=AFP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나는 매일 아침 앤드루 쿠오모(사진)의 브리핑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의 독자 리즈 셔윈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본격화한 지난해 3월 30일(현지시간) LA타임스 에디터에게 남긴 말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와 달리,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며 ‘호평의 호평’을 받았던 쿠오모 미 뉴욕주지사의 몸값은 치솟았다. 미 언론들은 쿠오모의 일일 브리핑을 두고 고(故)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노변담화’(爐邊談話; fireside chats)와 빗대며 ‘띄우기’ 일쑤였고, 지지자들로부터 하루에만 수백, 수천 장의 팬레터를 받았다고 한다.

이를 발판삼아 트럼프의 대항마, 즉 잠룡 반열에 올랐던 쿠오모는 단 한 순간에 몰락의 길을 밟았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그는 코로나19 대응에서의 흠결을 숨겼고, 넘지 말아야 할 성추문 선을 넘으며 끝내 추락하고 말았다.

사실상 트럼프가 만든 쿠오모 대망론

쿠오모의 전 비서 샬럿 배넷(25)·전 보좌관 린지 보일런(36)·또 다른 피해자 애나 러치(33)의 발언을 종합하면, 쿠오모는 당시 권력에 흠뻑 빠진 게 분명하다. 정확히 10년전 제56대 뉴욕주지사에 오른 그는 이번 성추문 사달이 나기 전까진 단 한 번도 대중(大衆)의 ‘도마’에 오른 적이 없었다. 부친이자 뉴욕주지사 3선의 고(故) 마리오 쿠오모를 이어 뉴욕 일대에서만큼은 추앙을 받은 인물이었다. 뉴욕 곳곳에 ‘쿠오모 다리’ ‘쿠오모 공원’ 등 부자(父子)의 이름을 딴 설치물이 이곳저곳에 있을 정도다.

그가 확 바뀐 건 2018년부터로 추정된다. 주지사 8년차를 넘어서며 뉴욕에서 자신의 입지가 확고해진 직후다.

권력에 심취한 쿠오모는 자신을 보좌하는 하급자들에게 성정 수치심을 안기는 발언을 일삼았다고 한다. “누군가와 이성교제를 원한다” “성관계에 예민하냐” “나이차를 극복할 수 있느냐” 등의 발언은 그가 얼마나 권력에 심취해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쿠오모의 무소불위 행동은 아이러니하게도 팬데믹으로 더욱 증폭됐다.

지난해 봄 뉴욕이 팬데믹으로 사달이 났을 때 단호하면서도 사실에 입각한 절제된 브리핑 발언은 당시 트럼프의 ‘오락가락’ 브리핑과 곧잘 비교됐다. 때론 트럼프와 각을 세우며 각종 요구사항을 거침없이 내뱉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쿠오모의 진정성과 열정은 미 전역을 주목하게 했다. 당시 조 바이든 전 부통령·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대사 등 차기, 차차기 대선후보급 인사들의 칭찬이 이어졌고, 급기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대통령 쿠오모’(PresidentCuomo)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른바 ‘쿠오모 대망론’의 등장이었다.

일약 전국구 스타에 오른 쿠오모는 자신의 흠결이 드러나는 걸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뉴욕주가 지역 내 요양원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8500명이라고 했다가 뒤늦게 1만5000명이라고 시인한 게 대표적이다.

사진=AFP
◇트럼프의 전철 밟나…사퇴론에 모르쇠


쿠오모의 정치적 생명은 사실상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친정인 민주당 내부에서도 사퇴론이 빗발친다. 그의 수족들도 하나둘씩 외면하고 있다. 첫 주지사 당선 때부터 손발을 맞춰왔던 캐러스 로즈 수석고문, 지난 3년간 굳은 일을 마다하지 않던 윌 번스 공보담당 비서관을 비롯해 최소 6명이 사직서를 냈다. 동성결혼 합법화·최저임금 15달러 달성·엄격한 총기 규제 등 쿠오모의 업적을 나눴던 이들은 이제 쿠오모와 함께 삿대질을 받는 걸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측근들의 사표 행렬은 이어질 것이라고 미 언론들이 내다보는 이유다.

그럼에도, 쿠오모는 꿋꿋이 버티고 있다. 그는 공개석상에서 “나는 누군가를 불쾌하게 하거나 다치게 하거나 고통을 주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만약 누군가가 불편함을 느꼈다면 나를 오해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더 나아가 “나는 그 누구도 의사에 반해 만진 적이 없다”는 문장을 두 차례나 반복하기도 했다.

자신의 거취는 뉴욕주 검찰 조사 등의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게 쿠오모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최소 수개월이 걸리는 일이다. 추가 피해자가 등장하거나 피하지 못할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공산이 크다. 사실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쿠오모와 엇비슷한 처지에 놓인 바 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은 각각 성추문 ‘입막음 돈’ 스캔들, ‘나쁜 손’ 논란 속에서도 이를 헤쳐나간 인물들이다. 쿠오모 역시 이들의 전철을 꿈꿀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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