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벤투 '뚝심 리더십'으로 이룬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

  • 등록 2022-02-03 오전 12:00:01

    수정 2022-02-03 오전 7:35:36

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 대한민국과 시리아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10회 연속 및 통산 11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월드컵 본선 진출은 이뤘지만 아직 조 1위라는 목표가 남아 있다. 우리에게 좋은 도전 과제가 되고 선수들의 정신력을 확인할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 축구의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끈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 월드컵 최종예선 기간 내내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벤투 감독도 본선행을 확정한 순간만큼은 활짝 웃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아랍에미리트(UAE)까지 찾아온 한국 팬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리아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조별리그 A조 8차전 원정 경기에서 김진수(전북)와 권창훈(김천)의 연속골로 2-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대표팀은 남은 최종예선 2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월드컵 본선 직행에 쐐기를 박았다. 1986년 멕시코 대회를 시작으로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한국이 처음 월드컵 무대에 나선 1954년 스위스 월드컵까지 포함하면 11번째 본선행이다.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은 어느 때보다 압도적인 결과여서 더 의미가 크다. 한국은 최종예선 8경기를 치른 현재 6승 2무 승점 20을 기록했다. 2차 예선 5승 1무를 포함하면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 11승 3무라는 월등한 성적을 냈다. 패배는 단 1경기도 없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었던 4년 전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당시에는 8차전까지 4승 1무 3패 승점 13이었다.

물론 벤투 감독도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그 역시 항상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고 경질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벤투 감독은 그런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지켰다.

2012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2)에서 포르투갈 대표팀을 4강까지 진출시켰던 벤투 감독은 2018년 8월 22일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그는 한국에 오자마자 대표팀에 자신의 색깔을 강하게 주입했다. 상대가 약하건 강하건 볼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후방에서부터 차근차근 패스로 공격을 풀어가는 ‘빌드업 축구’였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소집기간이 짧은 대표팀 특성상 선수들이 손발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경기력을 축구팬들이 만족할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쉽지 않았다. 부임 후 11경기 무패(7승 4무) 행진을 이어갔지만 팬들 사이에선 아쉬움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지나치게 한 가지 스타일만 고수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새로운 얼굴을 뽑지 않고 늘 쓰는 선수만 쓴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코로나19로 대표팀 선수 소집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서 벤투 감독도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해 3월 일본 원정 평가전에서 0-3 대패를 당하자 비판 수위가 하늘을 찔렀다. 이후 9월 안방에서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 이라크전에 0-0으로 비긴 뒤 2차전 레바논전에서 졸전 끝에 1-0으로 간신히 이기자 조기경질론이 수면위에 올랐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다행히 최종예선에서 선수들이 꾸준히 손발을 맞추면서 빌드업 축구는 점차 완성도를 높여갔다. 소집 때마다 전술과 선수 구성이 바뀌지 않다보니 선수들은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대표팀 주전 수비수 김민재는 과거 인터뷰에서 벤투 감독에 대해 “수비수 입장에선 전술이 계속 바뀌지 않고 꾸준히 한길로 가니까 그 부분만 집중하면 된다“며 ”오랜만에 대표팀에 와도 적응하기 편하다”고 신뢰감을 드러냈다.

외부의 부정적 평가와는 별개로 안에 있는 선수들은 스타일이 뚜렷한 벤투 감독을 믿었다. 감독이 무엇을 원하는지 완벽하게 알기 시작했다. 감독의 축구를 머리로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움직임도 더 원활해졌다.

가장 큰 변화는 중앙 미드필더에서 찾아왔다. 이 자리는 기성용(FC서울)의 대표팀 은퇴 이후 취약 포지션으로 평가됐다. 벤투 감독도 여러 선수를 기용하며 실험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

하지만 월드컵 예선을 치르면서 황인범(루빈 카잔)과 정우영(알사드)이 중원의 주인으로 자리 잡았다. 과감한 패스와 왕성한 활동량이 강점인 황인범과 안정된 롱킥 능력과 수비수 몸싸움 능력이 돋보이는 정우영의 조합은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에 날개를 달았다.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측면에 의존했던 공격 방향이 가운데로 분산되면서 플레이는 더 빨라지고 유연해졌다.

벤투호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12일 ‘원정팀 무덤’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원정 5차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이어 홈에서 0-0으로 비겼던 이라크를 원정경기에서 3-0으로 크게 이기면서 대표팀이 더 강해졌음을 증명했다.

결과와 함께 내용까지 함께 잡으면서 벤투 감독에 대한 비난도 확 사그라진 모습이다. 코로나19 시대에 한국이 상대적으로 상황이 열악한 중동팀에 비해 유리한 입장이긴 했다. 그래도 어쨌든 처한 상황에 맞춰 안정적으로 팀을 꾸려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한 동안 ‘독이 든 성배’라고 불렸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4강 신화를 쓴 이후 한 감독이 예선 시작부터 본선까지 대표팀을 이끈 사례는 없었다.

반면 벤투 감독의 재임 기간은 만 3년 5개월에 이른다. 한국 대표팀 역대 최장수 재임 기간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입지와 리더십은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 오는 11월 카타르 월드컵 본선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벤투 감독은 본선행 확정 후 “응원을 보내준 모든 한국 국민께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좋은 경기력과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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