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감독의 남다른 농아인 야구 사랑..."제가 더 많이 배우죠"(인터뷰)

  • 등록 2022-06-21 오전 12:00:00

    수정 2022-06-21 오전 12:00:00

10년 넘게 농아인야구대회와 함께 하고 있는 ‘국보투수’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 사진=이석무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소리가 안 들리니까 행동범위나 반사신경은 떨어지죠. 하지만 열정만큼은 일반 선수들이 절대 따라올 수 없습니다. 이 선수들을 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웁니다.”

한국 야구 레전드인 ‘국보투수’ 선동열(59) 전 야구대표팀 감독은 농아인 야구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선 전 감독은 10년 넘게 뜻깊은 활동을 이어오는 중이다. 자신의 이름을 건 농아인 야구대회를 통해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하고 있다.

선 전 감독은 지난 18일 경기도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제13회 선동열배 OK 전국농아인야구대회’에 이른 아침부터 자리했다. 이날은 전국 농아인야구단 8개팀 중 예선을 거쳐 준결승에 진출한 충주성심학교와 안산윌로우즈, 고양엔젤스, 전북데프타이노스 등 4팀의 준결승에 이은 결승전이 펼쳐졌다. 고양앤젤스가 최종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이어 안산윌로우즈가 준우승을 차지했으며, 충주성심학교와 전북데프다이노스가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선 전 감독은 끊임없이 쏟아지는 사인과 사진 촬영 요청에도 싫은 기색 하나 없이 일일이 응했다. 경기 전에는 원포인트 레슨을 통해 재능기부도 실천했다. 결승전이 끝날 때까지 경기를 진지하게 관전한 뒤 시상식에도 직접 참여했다.

한국 야구 최고 스타플레이어이자 지도자로서도 큰 성공을 거뒀던 선 전 감독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농아인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그들과 함께 하면서 야구는 물론 인생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고 털어놓았다.

선 전 감독이 농아인 야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연한 기회에 농아인을 위한 스포츠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선수 시절부터 오랜 지인인 최윤 OK금융그룹 회장과 의기투합해 2010년 본격적으로 농아인 야구대회를 시작했다. 개최 10주년이 된 2019년부터는 아예 대회 이름을 ‘선동열배 전국농아인야구대회’로 바꿨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3년 만에 재개된 올해 대회는 특히 KT위즈 프로야구단 후원을 받아 프로선수들이 뛰는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야구장에서 열렸다.

선 전 감독은 “농아인 선수들이 TV에서만 보던 경기장을 보고 잔디를 직접 밟으니까 너무 좋아하더라”라며 “첫 개최 때는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는데 지금은 많은 야구인과 팬들이 관심을 주는 것 같아 정말 기쁜 마음이다”고 밝혔다.

야구는 경기 중 동료선수와 말을 나누며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야구용어로 콜 플레이라고 한다. 그런데 농아인 선수들은 소리가 들리지 않다 보니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 야구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이 이들에겐 장애물이다.

선 전 감독은 “소리가 안 들리니 확실히 행동 범위가 한정돼 있고 반사신경이 느리다”면서도 “선수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나도 이 선수들을 보면서 항상 배우고 깨닫는다”며 “앞으로도 이 선수들이 야구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선 전 감독은 2018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 뒤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매년 프로야구팀 감독이 바뀔 때마다 새 사령탑 후보로 단골손님처럼 오르내린다.

하지만 본인은 아직 지금처럼 자유롭게 다니면서 야구 공부를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2019년에는 메이저리그 명문팀 뉴욕 양키스 구단의 초청을 받아 장기연수를 추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아쉽게 이뤄지진 못했지만 언제든 기회가 생기면 선진야구를 직접 체험하겠다는 마음이다.

선 전 감독은 현장을 잠시 떠난 뒤 다양한 분야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직장인, 대학생 등 야구인이 아닌 사람들과 야구 스터디를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야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생각들을 정리해 2021년에는 ‘선동열 야구학’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선 전 감독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계속 공부를 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며 “지금의 시간이 참으로 고맙고 행복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이 ‘선동열배 OK 전국농아인야구대회’ 우승팀인 고양앤젤스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OK금융그룹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이 ‘선동열배 OK 전국농아인야구대회’에 참가한 선수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OK금융그룹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이 ‘선동열배 OK 전국농아인야구대회’에 참가한 어린이 선수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OK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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