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문의 세상보기)외국인 직접 투자가 줄고 있다

  • 등록 2007-09-14 오전 10:01:00

    수정 2007-09-14 오전 10:01:00

[이데일리 이기문 칼럼니스트] `대한민국은 과연 국제 사회에서 존경을 받거나 우호적으로 비춰지기를 원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답할까? 우리는 모두 ‘물론 그렇지’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것이다.

물가가 조금 비싼 편이기도 하고, 유럽의 고풍스런 건물 양식이나 동남 아시아의 아름다운 해변도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나라를 관광 대국으로 만들고 싶기도 하고, 외교적으로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외교대국의 반열에 올려놓고자 힘쓰는 모습이다.

그러나, 사실 국제 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을 알리는 작업은 아직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물론, 현재 대한민국 기업들은 그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그들이 연구하고 만들어내는 수준 높은 첨단의 `Made in Korea` 제품들도 매우 잘 팔리고 있다. 사실, 우리는 글로벌 비즈니스 능력과 빠른 시간에 성장한 경제 규모를 자랑한다.

대한민국은 전세계적으로 11번째 경제 대국이다. 우리나라에는 세계 초일류라고 내세울 만큼 좋은 회사들도 있고, 첨단 기술과 그와 관련된 기반 시설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잘 확충돼 있다. 또한, 우리의 한류 문화는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시민들을 감동케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로 비춰볼 때,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로 급하게 달려와 열심히 직접 투자를 해나가며 한국의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 직원들을 고용하며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해 나가는 모습을 꿈꾸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러나,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최근 영국의 국제적 경제 분석 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이 발표한 ‘향후 5년간 세계 투자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앞으로 5년 동안 유입될 외국인 직접 투자액(Foreign Direct Investment, FDI) 이 전세계 82개국 가운데 31위에 머물러 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에 유입될 외국인 직접 투자액은 연평균 72억 달러로 앞으로 5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이뤄질 외국인 직접 투자액 약 15조 달러의 약 0.48% 정도의 수준이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지 않을 뿐 아니라 직접 투자하거나 기업 활동을 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다.

그들은 아마도 그들의 투자 활동을 위해 한국보다 혁신적인 경영 활동을 보장하거나, 경쟁력이 있거나, 기술력과 훌륭한 직원들이 보장되고 있는 다른 나라를 찾을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들이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2위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고 홍콩 8위, 싱가포르 15위, 일본이 22위, 태국이 우리보다 앞선 27위에 보란듯이 올라와 있다.

이제 우리는 이 부분을 간과하지 말고 보다 심도 있게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참여하는 기업의 명성을 비롯해 정부 관료들, 고객들, 그들의 파트너들 모두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상당히 정중한 태도를 일관성있게 보여 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공식적으로는 한국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말한다. 미국 상공회의소도 한국에 매우 협조적이며 한국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인다고 공식적인 코멘트를 내보낸다.

그러나, 사실은 외국 기업가들은 한국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들은 한국의 규제, 법, 비즈니스 환경, 검찰과 국세청 등 어느 것 하나 편할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영국의 투자자협회(Invest Relations Society)는 20여 명의 글로벌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국에 투자하기(Investing in South Korea)’ 라는 전화 인터뷰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들은 한국의 투자 환경에 대해서는 다소 혼란스럽다는 심경을 내비쳤다.

외국 언론을 통해서도 자주 거론되고 있듯, `한국의 국민들이나 각종 규제들은 론스타(Lone Star), 헤르메스(Hermes), 워버그 핀커스(Warburg Pincus) 등을 곤경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하며 `한국내 외국인 투자환경이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평을 했다.

한 투자자는 `한국은 법의 예측성이나 세금 문제로 인해 그들의 투자처 카테고리에서 ‘가장 낮은 등급’ 에 해당되는 나라`라며 `한국 언론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의 자산을 사고 파는 행위에 대해 화를 내고 있는 것 같고, 한국 정부는 이들 투자자들에게 보다 엄중한 잣대를 제시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응답자의 60%가 `한국이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외국자본을 환영했지만 지금은 정서 자체가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고 응답했다.

영국의 투자자협회가 조사한 설문의 결과는 우리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외국인이 바라보고 있는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과연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같이 금융허브가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정서로 보건대, 그렇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응답자 다수 의견이었다.

반면, 우리가 경쟁상대로 생각하는 일본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는 `이제 더 이상 일본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적대감을 찾을 수 없다`고 응답했다.

또한, 어떤 응답자는 `한국에서의 지난 경제 위기 원인 중 하나는 신용카드 회사의 부도에 있었다. 이는 분명히 다른 금융 허브를 꿈꾸는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매력적일 수 없는 요소`라고 지적해 다시 한번 지난 금융위기 원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최근에 발표된 2개의 리서치 결과는 분명 우리를 걱정스럽고 당황스럽게 한다. 현재 우리는 계속 외국인 투자를 환영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 환경에 대한 각종 규제 및 언론, 국민 정서는 이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당장 경제자유구역에서 필요로 하는 외국인투자유치의 실적은 이 같은 우리들의 모순된 모습을 그래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쟁 국가들이 우리가 벌어 들일 수도 있는 많은 돈을 챙겨 가기 전에 우리가 이 상황을 바꾸고자 한다면,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관련 법과 규제를 바르게 정비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외국인들의 정당한 투자 환경을 보장해 줘야 한다. 뿐만 아니라 애국심이나 민족주의와 같은 국민정서를 보다 세계화된 시민 정서로 고양시켜야 한다.

외국인 투자유치는 거져들어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제 진정 그들의 투자환경을 보장해주는 법적, 제도적, 환경적 요소를 제공해줘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정당당한 승부(fair play) 는 곧 이익(profit)을 만들어 내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이기문 변호사(前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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