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선이 잔뜩 부어 큰 소리로 말을 하지 못할 정도더군요. 지난 화요일(13일)엔 갑자기 열이 39도까지 올라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야 했었습니다. 링거를 3방이나 맞은 뒤에야 병원을 나설 수 있었구요.
카메라에 잘 잡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얼굴은 온통 땀으로 범벅이 돼 있었습니다. 훈련을 하기 전 모습인데도 그렇더군요.
병명은 몸살이었구요. 병원에선 “최근에 스트레스 심하게 받은 적 있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김상훈은 그저 힘없이 웃어 보이기만 했구요.
그가 어떤 스트레스에 시달렸는지는 다들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16연패. 포수이자 주장인 김상훈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굳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편도선염과 몸살은 연패 탈출 후 긴장이 풀리며 한꺼번에 찾아온 것일 겁니다. 연패 기간 중에 종아리가 아파 제대로 뛸 수 없는 상태에서도 출장을 강행했었던 그 입니다. 결국 그 후유증이 연패가 끊어지며 찾아온 것이겠죠.
하지만 김상훈은 다시 방망이를 잡고 그라운드로 나갔습니다. 훈련을 위해서였죠. “오늘 같은 날은 하루 더 쉬는게 어떻겠느냐”고 하자 “아닙니다. 팀이 필요하다고 하면 나가야죠”라며 애써 힘껏 웃어보이기도 했습니다.
타석에서도 힘을 냈습니다. 6번 타자로 나선 김상훈은 4회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기도 했죠. 이때만 해도 KIA가 손쉽게 승리하리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
하지만 승부는 결국 뒤집어 졌습니다. 특회 7회말에는 LG 조인성에게 역전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고 말았죠.
그러나 조인성의 스윙은 마치 한 가운데 공을 치는 듯 부드럽고 힘이 넘쳤죠. 결과적으로는 조인성의 노림수가 김상훈의 볼배합을 이긴 셈이 됐습니다.
경기 후 김상훈에게 위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타자가 잘 친 것이니까 너무 괴로워하지 마라”고요.
한참 후, 아마 다음 경기가 열리는 군산에 도착할 때 쯤이었던 듯 합니다. 김상훈이 답장을 보냈더군요.
그러나 그의 말처럼 이날의 패배는 앞으로의 KIA에 또 다른 힘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KIA엔 여전히 자신이 잘 했던 것 보다 작은 실수 하나를 되짚으며 반성하는 선수들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김상훈 처럼 말이죠.
KIA는 긴 터널을 이제 막 벗어난 상황입니다. 하지만 아직 끝은 아니죠.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위해 치열한 4위 싸움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그 결말이 어떻게 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절실함이 끝까지 이어진다면 마지막까지 적어도 롯데와 LG의 좋은 경쟁자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관련기사 ◀
☞카도쿠라 "SK와서, 이런 야구도 있구나 처음 배웠다"
☞삼성, LG꺾고 2위 순항…3위 두산과 2경기 차
☞'역전 불허' 삼성에 17일 LG전이 남긴 교훈
☞'퓨처스 MVP' 김종호, 빠른 발에 수비력 갖춘 외야 기대주
☞삼성 김종호, 퓨처스 올스타전 MVP...남부리그, 3연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