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상훈이 보내 온 밤 늦은 문자 한통

  • 등록 2010-07-18 오전 4:39:56

    수정 2010-07-18 오전 7:20:56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15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만난 KIA 포수 김상훈은 무척 지쳐 보였습니다. 아니 많이 아파 보였습니다.

편도선이 잔뜩 부어 큰 소리로 말을 하지 못할 정도더군요. 지난 화요일(13일)엔 갑자기 열이 39도까지 올라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야 했었습니다. 링거를 3방이나 맞은 뒤에야 병원을 나설 수 있었구요.

카메라에 잘 잡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얼굴은 온통 땀으로 범벅이 돼 있었습니다. 훈련을 하기 전 모습인데도 그렇더군요.
굳이 말로 다 설명을 하지 않아도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었습니다.

병명은 몸살이었구요. 병원에선 “최근에 스트레스 심하게 받은 적 있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김상훈은 그저 힘없이 웃어 보이기만 했구요.

그가 어떤 스트레스에 시달렸는지는 다들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16연패. 포수이자 주장인 김상훈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굳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편도선염과 몸살은 연패 탈출 후 긴장이 풀리며 한꺼번에 찾아온 것일 겁니다. 연패 기간 중에 종아리가 아파 제대로 뛸 수 없는 상태에서도 출장을 강행했었던 그 입니다. 결국 그 후유증이 연패가 끊어지며 찾아온 것이겠죠.

하지만 김상훈은 다시 방망이를 잡고 그라운드로 나갔습니다. 훈련을 위해서였죠. “오늘 같은 날은 하루 더 쉬는게 어떻겠느냐”고 하자 “아닙니다. 팀이 필요하다고 하면 나가야죠”라며 애써 힘껏 웃어보이기도 했습니다.

경기에 나선 김상훈은 꽤 든든했습니다. 제법 위기가 있었지만 실점을 최소화 하며 투수와 함께 이닝을 막아내더군요.

타석에서도 힘을 냈습니다. 6번 타자로 나선 김상훈은 4회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기도 했죠. 이때만 해도 KIA가 손쉽게 승리하리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

하지만 승부는 결국 뒤집어 졌습니다. 특회 7회말에는 LG 조인성에게 역전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고 말았죠.

경기를 중계했던 이효봉 해설위원도 말했지만 정말 조인성이 잘 친 공이었습니다. 노려쳤다고는 하지만 눈 높이의 높은 직구를 그렇게 받아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 입니다.

그러나 조인성의 스윙은 마치 한 가운데 공을 치는 듯 부드럽고 힘이 넘쳤죠. 결과적으로는 조인성의 노림수가 김상훈의 볼배합을 이긴 셈이 됐습니다.

경기 후 김상훈에게 위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타자가 잘 친 것이니까 너무 괴로워하지 마라”고요.

한참 후, 아마 다음 경기가 열리는 군산에 도착할 때 쯤이었던 듯 합니다. 김상훈이 답장을 보냈더군요.
김상훈은 내려가는 내내 스스로를 자책하며 반성을 하고 있었습니다. 쉽게 잠이 들지 못했던 것이겠죠.

그러나 그의 말처럼 이날의 패배는 앞으로의 KIA에 또 다른 힘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KIA엔 여전히 자신이 잘 했던 것 보다 작은 실수 하나를 되짚으며 반성하는 선수들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김상훈 처럼 말이죠.

KIA는 긴 터널을 이제 막 벗어난 상황입니다. 하지만 아직 끝은 아니죠.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위해 치열한 4위 싸움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그 결말이 어떻게 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절실함이 끝까지 이어진다면 마지막까지 적어도 롯데와 LG의 좋은 경쟁자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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