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블로그] 쥐 잡던 광주구장 라커룸, 지금은?

  • 등록 2010-09-13 오전 7:55:46

    수정 2010-09-13 오후 12:45:16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지난 2006년 5월. KIA는 한가지 경사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빅 초이’ 최희섭이 미국 생활을 접고 고향팀인 KIA에 입단하기로 결정했던 것이죠. 한국인 첫 메이저리그 타자의 귀향은 고향 광주를 들썩이게 할 만큼 큰 뉴스였습니다.

최희섭이 처음 광주 구장을 찾던 날은 그래서 더 화제가 됐습니다. 최희섭을 취재하기 위해많은 취재진이 광주로 모였습니다. 그날 저도 광주 구장에 있었는데요.

정작 뉴스가 나가고 난 뒤 최희섭의 고향 방문 보다 더 화제가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최희섭이 선.후배들과 인사하기 위해 라커룸을 찾았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팬들에게 광주 구장 라커룸이 처음 공개됐던 것 인데요. 우선 당시 사진을 몇장 보시죠.

▲ 최희섭이 이종범과 만나는 모습. (사진=KIA 타이거즈)

 
아쉽게도 당시 진짜 화제가 됐던 사진은 구하지 못했습니다만…(혹시 당시 충격적이었던 라커룸 사진 보유하고 계신분은 댓글로 좀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선수들 뒤의 배경으로 얼추 짐작이 가실거라 생각합니다.

팬들은 열악한 라커룸 환경에 놀라움과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마치 동네 오래된 목욕탕을 연상시키는 광주 구장 라커룸은 팬들에게 충격으로 다가갔습니다.

다닥 다닥 붙어있는 오래된 사물함과 가정집에서도 보기 힘든 구식 도구들은 ‘이게 정말 프로팀 라커룸이 맞나?’ 싶을 정도였죠.

더 아픈 사실은 그나마 많이 나아진 것이 그 정도였다는 겁니다. KIA로 팀이 바뀐 뒤 라커룸을 개조했지만 여전히 초라하긴 매한가지였습니다.

그럼 예전에는 어땠냐구요? 최고참 이종범의 회상을 한번 들어보시죠.

“예전 라커룸은 무슨 지하실 창고만도 못했다. 습기가 빠지지 않아 벽 이곳 저곳에 곰팡이가 펴 있었다. 장판 밑은 더 가관이었다. 바퀴벌레는 애교 수준이었다. 심지어 쥐까지 자주 나타나 사물함을 갉아 먹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당시 신인들은 훈련 끝나고 라커룸에서 바퀴벌레나 쥐 잡는 것이 일이었다. 냄새는 또 얼마나 심했는지… 라커룸에 있으면 빨리 나갔으면 하는 마음 뿐이었다.”

해태는 9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던, 그래서 명문 구단이라고 알려졌던 팀이죠. 하지만 라커룸 고쳐달라는 이야기는 꺼내기도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런걸 당시엔 ‘헝그리 정신’이라고 했다죠.

다행히 최희섭 입단 이후 광주 구장 라커룸은 또 한번 업그레이드 됩니다. 공간은 그대로지만 나름 애쓴 흔적이 역력합니다. 그래도 지금 광주 구장 라커룸은 쾌적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선수들도 큰 불만이 없는 상태구요.



야구장 신축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이 나오고 있는 요즈음 입니다. 지자체 선거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인지 ‘아직은’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죠.

허나 걱정되는 것이 한가지 있습니다. 새로운 야구장, 아니 좋은 야구장의 기준을 지자체에서 잘못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부분입니다.

좋은 야구장은 선수들이 최고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물론 팬들이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는 환경, 중요합니다. 하지만 선수들이 뛸 수 있는 환경이 열악하면 결국 좋은 플레이를 제한받고, 이는 곧 흥미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시즌이 끝나면 크고 작은 야구장 공사가 이뤄집니다. 지자체가 예산을 들여 관중석을 바꾼다거나 화장실을 늘리고는 합니다. 그러나 지자체가 펜스의 안정성을 걱정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일 처리의 앞,뒤가 바뀌어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지바 롯데 홈구장인 마린 스타디움은 인조잔디를 교체한 지 5년이 됐습니다. 잔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선수들은 불만이 많습니다. 인조잔디가 부상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죠.

올시즌 전에는 선수 대표들이 시청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지바시의 반응은 “예산 문제로 당장은 어렵다. 정말 죄송하다”였습니다.

우리의 경우였다면 어땠을까요. “인조잔디 깐지 얼마 됐다고” 라던가 “우리가 작년에 관중석을 교체하며…” 같은 반응들이 예상됩니다.

가장 좋은 팬 서비스는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주는 것 입니다. 가깝게는 안전한 그라운드를 만들어 선수들의 허슬 플레이를 유도하고, 멀게는 야구 이외엔 신경쓰지 않아도 될 만큼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먼저 입니다.

새로운 야구장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도 거기 부터가 아닐까요. 몇 명이 들어가고 어디에 짓느냐 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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