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규대의 만화경] 국뽕과 친일 사이, 프레임 깨야할 '군함도'

  • 등록 2017-07-31 오전 6:00:00

    수정 2017-07-31 오전 6:00:00

영화 ‘군함도’
[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 ‘국뽕’ vs ‘친일’. 영화 ‘군함도’가 양립하기 어려운 비판을 연이어 받고 있다. 순 제작비 220억원, 역대 개봉 영화 오프닝 기록( 97만516만명), 역대 최대 스크린 개봉(2027개), 송중기·황정민·소지섭 등 스타급 출연... 개봉에 앞서 숱한 화제를 뿌린 터라 이렇게 논란이 된 영화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군함도는 일본 나가사키현의 섬 하시마(端島)의 별칭이다. ‘군함도’는 이 곳에서 모티브를 따와 일본 패망 직전 탈출을 시도하는 400여 명의 조선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촬영이 시작될 당시 일본이 숨기고 싶은 과거를 전면에 내세워 애국심에 기댄 ‘국뽕 영화’로 치부됐다. 이후 예고편에서 촛불을 든 장면이 공개되자 보수세력으로부터 ‘촛불 영화’라는 이유로 평점 테러를 받았다. 26일 개봉 당시 2027개의 스크린에 개봉하자 상업영화의 무자비한 폭력을 대표한 작품으로 손가락질을 받았다.

지난 주말 ‘군함도’와 관련된 이슈는 친일 논란이었다. 군함도에서 조선인의 내부 갈등을 그리면서 직간접적으로 일본 제국주의의 악랄함을 희석시켰다는 게 그 이유다. 제대로 된 속옷 한 장 없이 강제 노동에 시달려 “쌀밥에 고깃국 한 그릇 먹는 게 소원”이라는 생존자의 실제 증언이 있음에도 담배와 술을 마시는 설정 등을 넣어 역사를 왜곡했다는 해석도 등장했다. 실제 강제징용자는 일본 본토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군함도에서 사실상 탈주가 불가능했다. 전쟁의 끝머리 즈음 800여 명의 강제징용자 중 절반이 죽고 살아남은 절반도 일본 본토를 밟은 후에 나가사키 원폭 투하 현장에 투입돼 피폭자로 삶을 마감해야했다.

진보든 보수든 반일이든 친일이든 특정 세력 모두에게 ‘나쁜 영화’로 설정된 묘한 상황이다. 결국 류승완 감독은 ‘나쁜 영화’라는 프레임에 일일이 맞섰다. 알려진 대로 류승완 감독은 진보적 색채가 강한 감독이어서 친일영화라는 비판에는 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류 감독은 “조선인 강제징용의 참상과 일제의 만행, 그리고 일제에 기생했던 친일파들의 반인륜적인 행위를 다루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 영화 속 친일파를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때 당시 친일파가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며 “그것에 대한 역사적 청산이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의 입장은 단호해야 하고 정리가 될 때까지 문제 제기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당시의 참상이 덜 묘사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런 식으로 자극하는 게 더 위험한 방식이라고 생각했다”며 “이 영화에서 서사나 사건에서 창작된 부분은 철저한 고증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영화 ‘군함도’
공교롭게 ‘군함도’와 또 다른 화제작 ‘덩케르크’(감독 크리스토퍼 놀란)가 나란히 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탈주를 돕기 위해 민간인의 배가 덩케르크 해변에 다가온다. 망원경으로 이 모습을 바라보던 사령관은 “무엇이 보입니까?”라는 부하의 물음에 “조국”이라고 대답했다. 또 영화 속에는 독일의 침공 앞에서 영국인을 일치단결 시켰던 처칠 수상의 명연설도 등장한다. ‘덩케르크’가 군함도처럼 실제 지명을 제목으로 썼음에도 ‘국뽕영화’나 왜곡 논란을 겪지 않는 이유는, 역사를 대하는 태도가 객관적이고 통합적이기 때문이다. ‘동주’ ‘박열’ 등 일제강점기 시대 인물을 다룬 이준익 감독의 해법은 이렇다. “일제강점기는 역사적 트라우마가 있는 시기라 아주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각 인물이나 사건을 개별적으로 그리고 있어 구멍 난 데를 이으면 하나의 그림이 되어야 한다.” ‘군함도’가 영화적 상상력과 재미를 쫓다 일제 강점기의 파편만 보고 정작 큰 그림을 놓친 거 같아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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