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챔피언이 되고 싶어하는 이유

  • 등록 2019-04-16 오전 5:10:00

    수정 2019-04-16 오전 5:10:00

11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1번홀에서 게리 플레이어(왼쪽)과 잭 니클라우스가 마스터스 개막을 알리는 시타를 한 뒤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오거스타(미국)=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한 번 챔피언은 영원한 챔피언. 마스터스의 우승자에겐 이런 수식어가 뒤따른다.

마스터스는 우승자에게 평생 출전권을 준다. 19가지의 까다로운 출전 조건을 내세워 매년 대회에 나올 수 있는 선수가 90명 안팎인 점에 비춰볼 때 엄청 후한 대접이다.

마스터스에선 역대 우승자에게 남다른 특별대우를 한다. 11일(현지시간) 오전 8시.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1번홀에서 개막을 알리는 시타식이 열렸다. 마스터스의 두 영웅 잭 니클라우스(마스터스 6회 우승)와 게리 플레이어(마스터스 3회 우승)가 등장해 대회 개막을 알리는 시타를 했다.

시타는 마스터스가 만들어낸 ‘영웅 마케팅’의 하나다. 마스터스가 정식으로 시타식을 하기 시작한 건 1981년부터다. 당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호든 다힌 회장은 1963년 족 허친슨과 프레드 맥로리가 대회 개막을 알리는 시타를 하다 중단됐던 이 행사를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바이런 넬슨과 진 사라센 그리고 3년 뒤엔 샘 시니드를 초청해 시타식을 거행했다. 모두 마스터스에서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들로 우승자에 대한 특별한 대우였다.

이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6년까지는 타계한 아널드 파머와 잭 니클라우스, 게리 플레이어가 시타를 했고, 파머가 세상을 떠난 뒤엔 니클라우스와 플레이어가 개막을 알리고 있다. 파머와 니클라우스, 플레이어 역시 모두 마스터스 챔피언 출신이다. 이 전통이 계속된다면 20년 뒤쯤에는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이 함께 시타를 할 수도 있다.

다른 PGA 투어에서 볼 수 없는 옛 스타를 만나는 일도 마스터스에서만 볼 수 있다. 본선 진출이 결정된 3라운드. 드라이빙 레인지로 나이 지긋한 베테랑 골퍼가 들어섰다. 순간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마스터스에서 2번 우승한 베른하르트 랑거다. 타이거 우즈나 더스틴 존슨, 로리 매킬로이 등 현역 스타들에 비하면 거리도 덜 나고 화려한 경기력도 보여주지 못한다. 그러나 팬들은 1년에 딱 한 번 오거스타에서 만나는 옛 스타를 뜨겁게 반긴다.

트레버 이멜만(남아공)은 세계랭킹 461위다. 20년 동안 프로로 활동하면서 PGA 투어에선 달랑 2승을 거뒀다. 그 중 1승은 2008년 마스터스에서 이뤄냈다. 그게 그의 마지막 우승이다. 이후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그럼에도, 오거스타에서 그는 여전히 팬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는다. 그린재킷을 입어봤기 때문이다.

골프팬들은 PGA 투어 우승자는 1년에 수십 명씩 나오지만, 마스터스 우승자는 1년에 단 한 명뿐이라고 말한다. 마스터스 우승자를 ‘챔피언 중의 챔피언’으로 여긴다는 의미다.

사소한 것에서도 마스터스 챔피언은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역대 우승자는 클럽하우스 앞에 마련된 전용 주차장을 쓴다. 다른 선수들은 클럽하우스에서 100m쯤 떨어져 있는 다른 주차장을 이용한다. 대회 개막 이틀 전날엔 전년도 우승자가 주최하는 ‘챔피언스 디너’라는 파티가 열린다. 우승자가 메뉴를 정해 선수들에게 대접하는 자리다. 챔피언스 디너파티가 처음 시작된 건 1952년이다. 벤 호건이 역대 우승자를 초청해 저녁을 대접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우승자들끼리 ‘마스터스 클럽’이라는 모임도 만들었다. 그린재킷을 입어봐야만 이 모임에 들 수 있다.

챔피언스 디너파티에 제공되는 메뉴는 우승자가 정한다. 2001년 우승자 비제이 싱은 자신이 좋아하는 태국 요리를 대접했고, 2009년 우승자 트레버 이멜만은 고향인 남아공 전통 음식인 ‘보보티’를 선보였다. 2004년 우승자 애덤 스콧는 호주 브리즈번에서 가져온 ‘모어턴 베이 벅스’라는 바닷가재 요리를 메뉴로 내놓기도 했다.

마스터스에서 4번 우승한 타이거 우즈는 그때마다 새로운 음식을 대접했다. 1997년 우승 뒤엔 치즈버거와 치킨 샌드위치 등 간단한 음식을 내놨고, 2001년과 2002년 연속으로 우승하고 나서는 스테이크와 치킨 등을 테이블에 올렸다. 2005년 우승하고 나서는 멕시코 요리와 스테이크로 파티를 열었다. 지난해 우승자 패트릭 리드는 카우보이 립 아이 스테이크와 마카로니, 치즈, 시금치 수프를 나눠 먹었다. 거창하거나 화려한 행사는 아니다. 그러나 마스터스 우승자가 아니면 할 수 없고 누릴 수 없는 혜택이기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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