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기생충' 봉준호 "한국영화, 홍콩처럼 쇠퇴하지 않으려면…"

'기생충' 오스카 수상 공식 기자회견
'포스트 봉준호'에 대한 생각? "인디와 산업 간 교류 필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조금만 쉬어라"며 편지
"동상 건립, 생가 복원은 사후에"
  • 등록 2020-02-20 오전 6:28:13

    수정 2020-02-20 오전 6:28:13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독립영화와 인더스트리(산업) 간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이데일리 스타in 이영훈 기자] 봉준호 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오스카상 4관왕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으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이 한국 영화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19일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제작 바른손이앤에이) 기자회견에서 독립영화와 상업영화 간 교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생충’이 한국 영화 101년 역사상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되고 4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면서 한국 영화가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 계기를 만들었지만 영화계 내부에서는 산업 내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봉 감독은 “(오스카 수상 이후) ‘플란다스의 개’를 많이 언급하는데 만약 지금 한 젊은 감독이 ‘플란다스의 개’ 시나리오나 ‘기생충’ 시나리오를 들이민다면 과연 투자를 받을 수 있고 촬영에 들어갈 수 있느냐를 냉정하게 따져보면 힘들 것 같다”며 “2000년대 초에는 독립영화와 메인스트림 간 사이의 상호 침투, 좋은 의미에서 다이내믹한 충돌이 있었는데 지금은 젊은 감독들의 이상한 작품을 받거나, 모험적인 시도를 하기에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영화산업이 고예산 상업영화 중심의 구조로 고착화하면서 창의적인 인재나 작품이 나오기 힘든 환경이 되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피력한 것이다. 2000년 개봉한 ‘플란다스의 개’는 봉준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제작비 10억원 가량의 저예산영화였다. 흥행에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이 영화로 봉준호 감독은 제3회 디렉터스컷 시상식에서 ‘올해의 신인 감독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플란다스의 개’가 ‘기생충’ 탄생의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다.

봉 감독은 “홍콩영화 인더스트리처럼 쇠퇴의 길을 걷지 않으려면 한국영화산업도 모험을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적인 영화들을 껴안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다행히 최근에 나오는 독립영화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면 많은 재능들이 이곳저곳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며 “이들이 산업과 좋은 충돌을 일으킬 것으로 본다”고 젊은 감독들의 활약을 기대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기생충’이 아카데미 수상 이후 마련된 봉준호 감독과 출연진, 스태프들의 첫 공식적인 자리였다.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를 비롯해 송강호 장혜진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박명훈 배우들과 한진원 작가·이하준 미술감독·양진모 편집감독이 참석했다. 기자회견에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CNN·BBC·AFP·가디언·로이터통신 등 일본 12개, 미국 9개, 유럽 8개, 중국 5개 등 총 38개 외신을 비롯해 총 5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기생충’과 봉준호 사단에 대한 관심을 대변했다.

봉 감독은 ‘아카데미 캠페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아카데미는 출품과 심사로 수상을 가리는 영화제와 달리 8000여명 회원들의 투표로 수상이 결정된다. 이를 위해 봉 감독과 송강호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 초까지 캠페인을 진행하며 약 600회의 인터뷰, 100회의 관객과의 대화 등을 진행했다. 봉 감독은 “거대 스튜디오만큼의 예산과 물량을 퍼부을 수 없었기에 훨씬 부족한 예산으로 물량을 대신해 열정으로 뛰었다”며 “한 때는 그 바쁜 창작자들이 창작에서 벗어나 캠페인을 다니고 스튜디오가 많은 돈을 쓰는 것이 이상하게 보인 적도 있었는데, 참여해보니 캠페인이 작품을 깊이 있고 밀도 있게 검증하는 과정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기생충’이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봉 감독은 “빈부격차의 현대사회를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씁쓸하고 쓰라린 부분이 있는데 관객들이 불편해할 수 있겠지만 그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당의정을 쓰고 싶지 않았다”며 “그 부분을 1cm도 피하고 싶은 마음 없이 우리 시대를 솔직하게 그리고 싶었는데 다행히 관객들이 호응해준 것이 기뻤다”고 얘기했다.

아카데미 석권으로 봉 감독의 차기작 및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봉 감독은 차기작을 언급하면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게서 받은 편지의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봉 감독이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뒤 스코세이지 감독에게 경의를 표하던 모습은 올해 아카데미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그는 “오늘 아침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게서 메일을 받았다”며 “오스카가 끝나고 이제 좀 쉬어볼까 했는데 스코세이지 감독이 ‘나도 그렇고 다들 차기작을 기다리니 조금만 쉬고 일하라’고 하더라”라며 이전부터 준비해온 프로젝트들을 이어갈 계획을 밝혔다. 봉 감독은 현재 서울과 런던을 배경으로 한 영화 두 편의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다.

이정은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장혜진 박명훈 배우들은 “기회만 된다면 언제든지”라며 할리우드 진출에 관심을 보였고, “13개월째 아무 일이 없다”는 송강호는 “할리우드가 아니라 국내에서라도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눙쳤다. 이날 영화 촬영으로 참석하지 못한 최우식은 A24라는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패스트 라이브스’라는 로맨스 영화로 할리우드 진출을 준비 중이다.

할리우드를 홀린 봉 감독의 유머는 여전했다. 이날 정치권 주도로 자신의 동상 건립 및 생가 복원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기사로 봤는데 동상이니, 생가니 그런 이야기는 제가 죽은 뒤에 해줬으면 좋겠다”며 “이 모든 것이 지나가리라 하는 마음으로 기사를 넘겼다”는 이야기로 회견장에 웃음을 안겼다.

곽신애 대표에 따르면 작품상(2개), 감독상, 각본상(2개), 국제영화상 총 6개의 아카데미 트로피 가운데 봉 감독과 바른손이앤에이, 한진원 작가가 트로피에 새겨진 이름에 따라서 나눠 가졌다. 곽 대표는 “멋진 작품의 제작자로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말했으며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은 “스태프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일이 거의 없는데 이 모든 일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며 봉 감독과 국민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기생충’은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다. 또한 아카데미에서 아시아 출신 감독으로 두 번째로 감독상을, 아시아 영화로는 최초이자 비영어권 영화로는 6번째로 각본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5월에는 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칸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받은 영화는 1946년 ‘잃어버린 주말’ 1956년 ‘마티’ 이후 ‘기생충’이 세 번째다. ‘기생충’은 이날(19일) 기준으로 해외 영화제에서 19개, 해외 시상식에서 155개로 총 174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데일리 스타in 이영훈 기자] 오스카상 4관왕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 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리고 배우 이선균(첫 번째 줄 왼쪽부터), 장혜진, 박소담,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조여정, 이정은, 박명훈, 이하준 미술감독, 한진원 작가, 봉준호 감독, 송강호, 양진모 편집감독.
[이데일리 스타in 이영훈 기자] 오스카상 4관왕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 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