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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 김영민 "뒤늦게 만난 전성기, 선물받은 기분" [인터뷰]①

  • 등록 2020-05-29 오전 6:00:01

    수정 2020-05-29 오전 6:00:01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한마디로 선물을 받은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이 고마운 선물을 어떻게 풀어가야할지가 고민이죠.”

배우 김영민. (사진=매니지먼트플레이)
JTBC 금토극 ‘부부의 세계’를 통한 연이은 작품 흥행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만난 배우 김영민(49)이 뒤늦게 만난 대중적 인기에 대한 소감과 ‘부부의 세계’란 작품을 만난 소회들을 솔직담백히 털어놨다.

2001년 영화 ‘수취인불명’으로 데뷔해 20년째 연기 인생을 걷고 있는 김영민은 2018년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만나기 전까지 주로 연극무대와 스크린에서 활약해 대중들에게는 생소했던 배우였다. 영화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2013)와 ‘협녀, 칼의 기억’(2015), ‘대립군’(2017) 등에 출연해 선 굵은 연기를 선보여온 그는 연극 ‘돈키호테’(2010)와 ‘혈우’(2017) 등 무대와 스크린을 활발히 오갔다. 안방극장에서는 MBC ‘천하일색 박정금’과 ‘베토벤 바이러스’(2008)로 시청자들을 처음 만난 뒤 10여년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2018년 ‘나의 아저씨’를 시작으로 MBC ‘숨바꼭질’, OCN ‘구해줘’를 거치며 쉼 없는 연기를 펼쳤다. 그러다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비롯해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최근 막을 내린 JTBC ‘부부의 세계’까지 그가 올해 출연한 작품들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자 대중들은 신스틸러로서 그의 진가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사랑의 불시착’에서 순박한 모습으로 사랑 받던 귀때기 북한군이 ‘부부의 세계’의 바람둥이 회계사라니. 전작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던 김영민의 완벽한 연기 변신은 시청자들을 완전히 매료시켰다.

그는 최근 종영한 ‘부부의 세계’에서 이태오(박해준 분)의 친구이지만 지선우(김희애 분)를 남몰래 흠모하는 고예림(박선영 분)의 남편이자 바람둥이 회계사 손제혁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이 드라마는 사랑이라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한 여자와 그를 둘러싼 주변인물들이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로, 비지상파 드라마 최초 28.4%(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란 역대급 시청률 기록을 세우며 막을 내렸다.

김영민은 “이런 시청률이 나올 줄은 몰랐다”고 운을 떼며 “처음 대본 리딩할 때부터 ‘참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 예감하기는 했지만 이런 시청률까지 기록하며 사랑을 받았다는 게 믿기지 않고 감개무량하다”고 종영소감을 전했다.

사실 김영민의 불륜 연기가 이번 작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앞서 ‘나의 아저씨’에서 주인공 이선균의 학교 후배이자 이선균의 아내 역을 맡았던 배우 이지아와 불륜을 저지르는 역할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에 일각에서는 그의 ‘부부의 세계’ 캐스팅이 ‘나의 아저씨’ 속 불륜 연기로 성사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영민은 “저 역시 감독님이 ‘나의 아저씨’ 연기를 보고 저를 캐스팅하신 건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며 “‘구해줘2’를 보고 캐스팅하셨다고 들었다. 장면 속 감정들을 밀리지 않고 잘 만들어나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하셨다”고 비화를 전했다.

극 중 손제혁은 아내 고예림을 앞에 두고 공공연히 바람을 피워온 매정한 남편이었지만 이혼 후 뒤늦게 아내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개과천선한 모습을 보여줬던 인물이다. 극 중후반부터는 다정하고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 두 인물의 재결합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최종회에 결국 갈라서게 돼 시청자들 사이에서 ‘시원하다’와 ‘아쉽다’는 엇갈린 반응들을 낳기도 했다.

김영민은 이에 대해 “그런 반응들이 나올 줄 몰랐는데 정말 주변에서 엔딩에 관해 많이들 물어보셨다”며 “마지막 장면에 예림이가 ‘당신을 사랑하지만, 용서가 안된다’고 했는데 그 과정으로 오는 장면들이 다 슬펐다. 14부부터 예림이와 만나는 장면들이 다 슬프더라. 그러다 결국엔 헤어지게 된 거다. 제혁이도 정신을 차리고 좋은 사랑을 해볼까 했는데 상대방이 괴로워하고 다가가지 못하는 결말이라 애틋했다. 마지막회 대본에 저와 만나는 여성분의 캐릭터 이름이 ‘새 여자’로 되어 있더라. 그게 너무 웃겼다. 제혁은 전에는 육체적으로 여자가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었다면, 이제는 자기 옆에서 정서적으로 함께할 반려자가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 되어버린 거다. 덜 된 인간인데, 혼자는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인 거 같았다. 예림은 혼자 자신의 길을 잘 살아갈 것 같은데 제혁이는 그렇지 못한 결론인 거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또 “제혁이 입장에서는 내 욕심 채우려 그 사람을 붙잡을 순 없는 것이라 이해가 갔다”며 “그가 저지른 과거의 나쁜 행동들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얼마나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준 것인지 경각심을 줄 수 있던 엔딩이기도 했다. 잘될 것 같았는데 오히려 잘되지 않아 안타까움을 느낀 시청자들이 많은 것 같다. 해피엔딩을 바라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오히려 저는 현실에서의 부부 관계까지 돌이켜보게 만드는 이 엔딩이 좋았다”고도 덧붙였다.

(왼쪽부터)JTBC ‘부부의 세계’에 출연한 배우 김영민(손제혁 역), 박선영(고예림 역). (사진=JTBC)
손제혁이 김희애에 대한 흑심으로 인해 이태오와 티격태격하는 장면들은 ‘쓰레기와 쓰레기의 대결’, ‘찌질함의 극치’ 등 반응을 얻으며 시청자들에게 특히 화제가 됐다.

김영민은 “손제혁이 지선우란 여자를 가진 이태오에게 일종의 컴플렉스, 자격지심을 갖고 있는 감정을 표현하려 노력했다. 손제혁이 바람둥이인 건 맞지만 다른 여자들을 바라보는 눈빛과 지선우를 바라보는 눈빛은 또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지선우는 그가 바람피운 다른 여자들보다 훨씬 사랑의 감정에 가깝게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상대였다. 저와 감독님 모두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이태오를 보며 ‘저렇게 모자란 놈이 저렇게 완벽한 여자를?’이란 자격지심에서 우러나오는 티격태격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태오와 술집에서 만나 싸우는 장면은 찌질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한 명만 찌질한 게 아니고 두 찌질이가 만났기에 찌질함이 시너지를 찍었다”며 “어렸을 때 보면 영웅심리에 ‘누구랑 잤다’, ‘누구랑 사귀었다’ 이런 허세 아닌 허세를 부리던 일부 남자애들 무리가 있지 않나, 그런 심리까지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어디서든 겪고 들어봤을 상황과 심리라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신 장면들이 아닐까 싶다”고도 덧붙였다.

‘부부의 세계’가 원작의 아성을 뛰어넘은 신드롬급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영민은 “원작 ‘닥터 포스터’는 주인공 한 명의 심리를 중점적으로 다루다보니 다른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성이 이처럼 많이 드러나 있지는 않았다”며 “저희 드라마는 확장성이 있어서 성공한 것 같다. 지선우의 심리를 넘어 이태오와 지선우의 관계, 병원에서 이뤄지는 사회적 관계, 고예림과 손제혁의 관계 등 우리 정서에 맞는 확장된 관계성들을 작가님이 섬세히 터치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아내의 손수건 하나로 비극에 치닫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그리스 고전 비극들이 다루는 서사와 비슷하게 ‘부부의 세계’는 머리카락 하나로 모든 비극이 펼쳐진다. 고전적이면서도 인간의 깊이와 본능적인 마음에 접근하는 기법을 기존 불륜 소재 드라마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었다. 그래서 차별성을 가진 것 같다”며 “좋은 글이 모완일 감독님이 지닌 연출의 힘과 만나 시너지를 낸 거다. 희망과 후회 등 여러 감정의 여운이 남는 엔딩도 한 몫했다. 생각하고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드라마였다”고도 덧붙였다.

연기 인생에 한 번 만나기 어렵다는 대작을 떠나 보낸 뒤 공허함이 남아있진 않을까. 김영민은 “살짝 두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계속 잘하고 싶고 성적이 좋고 싶어 최선을 다하지만 매번 그럴 수는 없는 게 현실이지 않나, 그래서 더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 중이다. 선배님들께도 조언을 구하며 많이 배우고 느낀다. 배우가 연기를 하고 꾸준히 한 길을 걸어나가려는 본질적인 마음과 열정을 잘 지니고 있어야겠다고 되새기곤 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안될 때를 걱정하지 않고 잘된 것만 보고 지나치게 희망하지도 않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지금은 제혁의 흔적을 털고 다음 작품 캐릭터에 집중하고자 마음 속에서 ‘부부의 세계’를 떠나보내는 과정이라고.

그는 “원래 전작의 흔적을 털어버리기 위해 여행같은 걸 잘 다니는 편인데 시국이 시국이다보니 쉽지 않다”며 “영화를 본다든지, 드라마를 몰아본다든지 저만의 방법으로 여행을 떠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쉴새없이 몰아치며 흥행몰이에 성공한 그는 하반기에도 활발한 작품 활동으로 그 열기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영화 ‘프랑스 여자’의 개봉을 앞두고 있고 JTBC 드라마 ‘사생활’에도 캐스팅돼 또 한 번의 캐릭터 변신을 도모 중이다.

김영민은 “‘사생활’에서는 더 많은 걸 얻고자 남의 사생활까지 짓밟는 제대로 된 ‘빌런’ 연기를 하게 될 것 같다”며 “아직 방영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미리 말씀드린다. 그 때도 많은 기대 갖고 지켜봐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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