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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을 연 ‘뮬란’은 원작과 스튜디오의 명성과 신뢰에도, 크리스토퍼 놀런 영화 중 역대급 난도로 불친절하다고까지 언급되는 ‘테넷’보다 반응이 시들하다. 이것은 코로나19나, 주인공의 발언과 엔딩 크레딧에서 촉발된 논란 등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원작의 인물과 서사가 갖고 있던 매력과 감동을 잃은 탓이 크다.
그러나 실사의 뮬란은 평범한 인간과 거리가 멀다. 날 때부터 비범한 ‘기(氣)’를 가진, 영웅이 될 운명을 지닌 인물로 나온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기를 숨기고 살다가, 조력자의 도움으로 깨달음을 얻고 영웅으로 거듭난다. 영웅이 영웅이 되는, 운명론적 또는 ‘수저론’적 접근이 요즘 세대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갈지 미지수다. 비범한 뮬란이 거둔 승리는, 평범한 뮬란이 거둔 승리 그 이상의 쾌감과 감동을 주기가 힘들다. 자력이 아닌 운명과 조력에 의지한 서사는 원작보다 덜 혁신적이다.
이제 디즈니는 새로운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사회적 변화를 반영한 캐릭터와 이야기로 화두를 던지고 담론의 장을 연다.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 클래식 애니메이션의 경우에도 실사화(리메이크) 작업을 통해 캐릭터를 변형시켜 ‘디즈니 프린세스’의 이미지를 탈바꿈해왔다. 그 과정에서 나온 ‘겨울왕국’의 엘사와 안나는 ‘뮬란’ 이후 최고의 여성 캐릭터로 사랑받고 있다. 그래서 디즈니의 21세기 뮬란 재해석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