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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재(22)는 ‘메이저 중의 메이저’ 마스터스 준우승으로 한국을 넘어 아시아 남자골프의 역사를 새롭게 쓴 데 대해 18일 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 같이 소감을 밝혔다.
임성재에게는 최근 말 못할 고민이 하나 있었다. 발걸음으로 한 발정도, 1m 이내 거리에서 퍼트를 놓칠 것 같다는 두려움으로 생긴 쇼트 퍼트 트라우마였다. 입스(Yips)까지는 아니었지만 임성재가 느끼는 부담감은 상당했다.
샷이나 퍼트를 하기 전 공포심과 같은 불안감이 커지면서 정상적인 스윙과 스트로크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입스다. 그런 입스를 골프 선수들은 가장 두려워한다. 입스 직전에 놓인 임성재는 지난 10월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부터 조조 챔피언십까지 하루하루를 걱정 속에서 보냈다.
그러나 임성재는 지난달 말부터 매일 4시간 이상 퍼트 연습에 매진했고 지난 16일 끝난 마스터스에서 마침내 쇼트 퍼트 트라우마를 떨쳐냈다. 그는 나흘간 홀당 최소 퍼트 수(1.42개)를 기록하고 72홀 동안 3퍼트를 단 1번으로 막으며 난도 높기로 유명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유리알 그린을 완벽하게 정복했다.
이번 마스터스를 통해 임성재가 얻은 건 퍼트 자신감만이 아니다. 그는 마스터스 마지막 날 챔피언조에서 우승을 차지한 더스틴 존슨(미국) 등과 경쟁을 하며 경기 운영에 대한 배움도 얻었다. 메이저 대회라는 부담감과 난도 높은 코스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메이저용 담력도 생겼다.
그는 “존슨과 함께 경기하면서 왜 세계랭킹 1위인지 분명히 알게 됐다. 기회가 왔을 때 확실히 잡고 위기 상황에서 파를 지키는 능력을 키워야만 톱랭커 반열에 올라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동안 메이저 대회에 약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 마스터스 준우승으로 좋지 않은 꼬리표도 날려버리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이젠 메이저 대회에서도 움츠러들지 않고 자신 있게 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번 준우승을 발판 삼아 올 시즌에도 1승 이상을 거두고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할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임성재는 마스터스 챔피언 존슨, 2021 프레지던츠컵 단장 트레버 이멜만(남아공)과 경기가 끝난 뒤 나눈 이야기도 소개했다. 그는 “18번홀에서 홀 아웃을 한 뒤 존슨이 다가와 ‘나이스 성재’라고 해줘서 깜짝 놀랐다”며 “이멜만 단장도 ‘마스터스에서 정말 좋은 경기를 했다’고 칭찬해줘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한편 임성재는 20일(한국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조지아주 시아일랜드의 시아일랜드 리조트에서 열리는 PGA 투어 RSM 클래식(총상금 660만 달러)에 출전한다. RSM 클래식은 임성재가 올해 마지막으로 출전하는 PGA 투어 대회다. 임성재는 이 대회에서 2020~2021시즌 첫 우승이자 자신의 PGA 투어 두 번째 우승 사냥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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