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오는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도전한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최종후보로 선출되면서 극적으로 정치적 부활의 길을 열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이란 마지막 단계를 앞두고 있지만 서울시장 재도전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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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사퇴 뒤 찾아온 패배의 길
오 후보의 정치 생애는 2011년을 기점으로 나뉜다. 2011년 당시 오 후보는 소득에 상관없는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이를 주민투표를 밀어붙였지만 끝내 투표율 미달로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당선돼 3선에 성공하면서 보수진영으로부터 숱한 비난을 들어야 했던 오 후보였다.
그의 성공 여정은 거기까지였다. 시장직을 사퇴한 이후 10년간 정치적 낭인 생활을 해야만 했다. 시장직에서 물러난 직후 오 후보는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한 뒤 귀국해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석좌교수를 지내며 활동했다.
오 후보는 2016년 총선에서 정계복귀를 시도했다. ‘정치 1번지’라 불리는 종로에 출사표를 던졌다. 당내 경선에서 유력 후보였던 박진 의원을 누르는 파란을 연출했다. 다시 한 번 영광의 시간이 재연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현 국무총리)와 맞대결에서 패배의 쓴잔을 맛봐야 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의 압승이 예상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 후보는 39.72%의 득표율로 정 후보(52.60%)에게 완패했다.
그렇게 다시 야인으로 돌아간 오 후보는 2019년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도전하며 방향을 선회했지만 이마저도 황교안 전 대표에게 막혀 좌절됐다. 오 후보는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서울 광진을에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 재기를 노렸다. 이번 경쟁자는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었다. 오 후보는 고 의원과 접전을 벌였지만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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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패배의 쓴맛을 본 오 후보는 결국 다시 서울시장에 도전했다. 차기 대권을 포기하고 정치인생의 배수진을 친 셈이다. 갈 길은 멀고도 멀다. 안 후보와 단일화 협상이란 관문을 거쳐야 한다. 양측은 이미 주도권을 두고 샅바싸움에 돌입했다. 쉽게 양보하지 않겠다는 모습도 엿보인다.
안 후보는 범야권의 독보적인 1위 후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앞서는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점은 오 후보의 약점으로 꼽힌다. 국민의당 측이 국민의힘에 후보의 경쟁력 위주로 여론조사를 벌이자고 주장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에 오 후보 측은 시정 경험과 ‘기호 2번’의 중요성으로 맞서는 형국이다. 오 후보는 “단일화는 서로 본인의 입장만 견지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양보하고 타협하고, 줄 것은 주고, 받을 건 받는 과정을 통해서 마음속 신뢰가 싹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상 투표율이 낮은 보궐선거임을 힘줘 말하면서 “그렇게 되면 조직의 힘, 당의 힘 등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기호 4번을 본인이 강조하는지, 다른 사람이 하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협의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될만한 주제”라고 말했다. 사실상 ‘기호 4번’으로는 힘들다는 것이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안 후보 입장에서는 오 후보를 상대하기에 버거울 수 있다. 두 후보 모두 지지기반이 중도층이다.다만 오 후보 측이 여유 있게 협상을 할 경우 안 후보 측이 제풀에 지칠 수 있다”며 “오 후보는 대선주자로 평가받던 거물급으로 시정경험도 있고 조직력도 갖췄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