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퀸이 된 22세 타와타나낏..한국선수 위협할 새 강자

LPGA 투어 ANA인스퍼레이션 18언더파 정상
세계랭킹 1~3위 모두 제치고 메이저 퀸 등극
태국 국가대표 출신, 300야드 장타 갖춘 실력파
장타에 정교함 갖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
  • 등록 2021-04-06 오전 12:01:00

    수정 2021-04-06 오전 7:22:39

패티 타와타나낏이 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 미라지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 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22세의 신예 패티 타와타나낏(태국)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310만달러)을 제패하며 스타탄생을 알렸다.

타와타나낏은 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 미라지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 다이나 쇼어 토너먼트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에 버디 2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적어낸 타와타나낏은 이날만 10타를 줄이며 맹추격해온 리디아 고(뉴질랜드·16언더파 272타)의 추격을 2타 차로 따돌렸다.

프로 첫 우승을 메이저 대회로 장식한 타와타나낏은 1984년 줄리 잉스터(미국) 이후 37년 만에 루키 신분으로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선수가 됐다. 또 나흘 내내 선두를 지키며 2000년 카리 웹(호주) 이후 21년 만에 공동 선두 없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고, 신인으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14번째 선수가 됐다.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프로 첫 승을 올린 건 타와타나낏이 6번째다.

타와타나낏의 우승은 앞으로 우리 선수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번 대회엔 세계랭킹 1~3위 고진영(26)과 박인비(31), 김세영(28) 등이 총출동했다. 기량과 경험만 보면 한 수 아래였지만, 타와타나낏은 우승 부담이 큰 마지막 날에도 보기 없는 경기를 펼칠 정도로 두둑한 배짱과 만만치 않은 실력으로 메이저 퀸이 됐다.

기술적으로 장타라는 확실한 무기와 지금부터가 성장하는 단계라는 게 타와타나낏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타와타나낏은 여자선수로는 보기 드물게 드라이브샷 평균 300야드 이상을 때리는 장타력에 정교한 아이언샷과 퍼트 등 고른 실력을 갖췄다.

이번 대회에서 나흘 동안 드라이브샷 평균 323야드라는 믿기 어려운 장타를 선보였고 장타자들의 약점으로 지적받는 정교함도 타와타나낏에겐 예외였다. 일반 대회보다 난도를 더 높게 하는 메이저 대회 코스에서 나흘 동안 66%에 이르는 페어웨이 적중률과 83%가 넘는 그린적중률을 기록한 건 운으로만 되지 않는다. 퍼트 역시 라운드 평균 29개를 적어내 깔끔한 마무리 능력까지 선보였다. 지금까지 LPGA 투어를 정복해온 강자들과 또 다른 장점을 가진 선수였다.

타와타나낏의 등장은 태국 여자골프가 조금씩 한국 여자골프의 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태국은 한국의 뒤를 이을 골프 강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LPGA 투어에서 10승을 올린 전 세계랭킹 1위 에리야 쭈타누깐을 비롯해 언니 모리야 쭈타누깐, 그리고 재스민 수완나프라, 포나농 팻럼 등이 우승을 신고한 태국 여자골프의 대표주자다.

여기에 태국 출신으로 전 아마추어 랭킹 1위 아탸야 티티쿨 등이 LPGA 투어 진출을 준비 중이다. 자원이 풍부하고 정상급 실력의 선수가 계속 배출되고 있는 게 2000년대 후반부터 LPGA투어를 휩쓸고 있는 세리키즈(1988년생 이후 출생한 선수들)를 보는 듯하다.

타와타나낏은 하루아침에 나온 깜짝 스타가 아니다. 이미 주니어 시절부터 실력을 다져온 유망주였다. 미국 UCLA 대학 시절엔 2년 동안 7번이나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아마추어 세계랭킹 2위에 올랐을 정도로 탄탄한 실력을 쌓았다. 2019년 프로로 데뷔해선 2부 격인 시메트라 투어에서도 3번 우승했다.

LPGA 투어는 타와타나낏이 3라운드까지 선두로 나서자 홈페이지를 통해 “타와타나낏을 위한 무대가 준비됐다”며 “최종 라운드에서 압박감 테스트만 통과하면 타와타나낏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그녀를 아는 사람들에겐 타와타나낏의 이런 활약이 전혀 놀랍지 않지만, 불행하게도 그를 아는 선수는 아직 많지 않다”고 그의 활약이 이미 예고돼 있었음을 알렸다.

국가대표를 이끌고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대한골프협회의 고상원 국제담당 과장은 “태국은 우리나라처럼 여자골프가 굉장히 발전했고 국가대표를 거쳐 프로가 된 선수가 많다. 쭈타누깐 자매가 대표적인 선수다”라며 “현재 LPGA 투어의 상위권을 한국과 태국 등 아시아 선수들이 많이 차지하고 있는데 타와타나낏도 그 중 한 명이며, 그들의 주니어 시절 활약상 등을 보면 이날 우승이 크게 놀랍지 않다. 앞으로 태국 등 더 많은 아시아 출신 선수들이 LPGA 투어 무대를 누비면서 한국 선수들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타와타나낏의 이런 잠재력을 일찌감치 알아본 건 하나금융그룹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아시아 허브와 세계화를 위해 후원하는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타와타나낏과 후원계약하며 소속 선수로 영입했다.

폴 박 하나금융그룹 팀장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잠재력이 큰 선수였다”며 “지난해 프로로 데뷔해선 크게 두각을 보이지 못했으나 쭈타누깐 등에 버금가는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타와타나낏은 “어젯밤 잠을 잘 이루지 못했는데, 오늘 아침 두 차례 명상을 하며 조급하지 않으려고 했고 경기 중에는 리더보드도 보지 않았다”면서 “루키 시즌에 메이저 챔피언이 됐다는 게 미칠듯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두에 8타 뒤진 공동 6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리디아 고는 이날만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8개를 묶어 10타를 줄이는 맹추격을 펼쳤으나 아쉽게 역전에는 실패했다.

김세영(28)은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쳐 넬리 코다(미국), 펑산산(중국) 등과 함께 공동 3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6)과 2위 박인비(31)는 나란히 10언더파 278타를 쳐 공동 7위로 대회를 마쳤다. 타이틀 방어에 나선 이미림(31)은 합계 9언더파 279타를 쳐 공동 9위에 올랐다.

패티 타와타나낏이 우승자가 18번홀 그린 옆에 있는 연못에 빠지는 대회 전통에 따라 캐디와 함께 연못으로 뛰어들고 있다. (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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