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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에 읍소해 5000만회분 받아낸 日 스가…文대통령은?

자존심 굽힌 스가, "총리 나오라"는 화이자에 응답
"화이자 추가확보로 9월말까지 AZ 없이도 전국민 접종"
확정된 계약 아니라 구두약속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美·英 추가접종 논의하는데…韓 백신가뭄 어쩌나
  • 등록 2021-04-22 오전 12:00:00

    수정 2021-04-22 오전 7:09:14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이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2500만명분(2회 접종 기준 5000만회분)을 오는 9월 말까지 추가 공급받기로 했다. 혈전(피 응고) 논란이 불거진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없이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만으로 전국민을 접종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반면 한국은 현재까지 계약한 백신 7900만명분 중 화이자와 모더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41.7%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공급이 제때 이뤄질지 불확실하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 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그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바이든 대통령이 화이자 백신을 대량 생산하는 미시간주 칼라마주 공장을 방문했을 때 모습(사진=AFP)
“장관 상대 안 해” 화이자 배짱에 총리 등판

일본 정부가 화이자로부터 백신 추가 공급을 약속받은 건 지난 17일 미국을 방문 중인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직접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에 전화해 백신 공급을 늘려달라고 요청한 덕이다. 올 초 백신 계약 과정에서 스가 총리 대신 나선 고노 다로 행정개혁 담당상에 “장관은 상대 안 한다”며 굴욕을 당한 이후 총리가 직접 읍소에 나섰다.

행정 수반이 개별기업의 CEO와 직접 교섭하는데 대한 일본내 비난에도 불구, 스가 총리가 자존심을 굽히고 화이자 요구에 응답한 건 부작용 논란이 불거진 AZ 백신을 배제하고 화이자 확보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에선 두 달 넘게 AZ 백신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 때문에 일본에서 유일하게 승인을 받아 접종 중인 화이자 백신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는 판단에서 스가 총리가 불라 CEO에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다.

화이자 백신 추가 확보로 일본이 접종에 속도를 낼 지 주목된다. 일본은 1차 접종률이 0.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다.

지난 1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일정상회담에서 스가 총리가 발언하고 있다(사진=AFP)
“이번에도 구두계약 아니냐”…스가 외교력 한계도 지적

물론 화이자 추가 공급에 성공했다는 이번 발표도 구두약속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가 여전하다. 화이자 일본법인은 스가 총리와 불라 CEO와의 전화회담 내용에 대해 “협의는 계속 진행 중”이라며 확답을 피하고 있다.

세계 각국과의 계약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리는 불라 CEO의 트위터에서도 마찬가지다. 불라 CEO는 “올해 유럽연합(EU)에 백신 1억회분을 추가로 공급하게 됐다는 사실을 알리게 돼 기쁘다”, “이스라엘 정부와 2022년 계약을 체결하고 수백만회분의 백신을 공급할 것” 등 상당히 구체적인 발표와 달리, 유독 일본 정부와의 계약 내용은 두루뭉술하게 표현하는 모습이다. 스가 총리와의 통화에 대해서 “화이자 백신을 추가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도쿄올림픽의 안전한 개최를 향한 바람을 전했다”고 적는 식이다.

이를 두고 스가 정부 외교력의 한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노이 이쿠오 다카치호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협상력이 있었다면 바이든 대통령을 끌어들여 화이자에 한 마디 해달라고 했을 것”이라며 “스가 정권에는 그런 외교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올림픽이나 선거를 앞두고 있어 ‘계약하지는 않았지만 합의했다’는 애매한 말로 ‘하고 있는 느낌’만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관계자들이 정부가 화이자와 직접 계약한 백신 25만 회분(12만5천 명분)을 UPS 화물 항공기에서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美·英은 3차접종 시동거는데…안 그래도 백신 모자란 韓

백신 쟁탈전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한국을 향해 “지난해 초 코로나19 우수대응 국가로 꼽혔지만 지금은 느림보(laggard)처럼 백신 접종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감염률과 사망률로 시간적 여유를 얻었지만 이를 낭비한 탓에 국외에서 개발하고 제조한 백신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CNN 역시 한국이 미국이나 영국과 달리 긴박함이 없어 백신 제조업체와 일찍 계약을 체결하지 못해 백신 확보에서 뒤로 밀렸다고 평가했다.

현재까지 한국의 백신 접종률은 2.96%로 OECD 국가 중 뒤에서 세 번째다. 당초 정부는 9월까지 전체 인구의 60~70%에 백신을 접종해 11월에는 집단면역을 달성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가장 많은 계약을 한 AZ 백신에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고 화이자 백신은 공급 차질을 빚으며 접종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화이자 백신 1300만명분 계약을 체결했지만 지금까지 국내에 인도된 건 87만5000명분이다. 상반기 인도되는 물량도 350만명분에 불과하다.

여기에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 등이 ‘부스터 샷(3차 접종)’ 논의를 시작하며 백신 확보가 더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부스터 샷은 백신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접종 후 예방효과가 소폭 줄어드는 6~12개월 뒤 추가로 한 번 더 맞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백신 확보를 위해 미국과의 ‘백신 스와프’도 협의 중이다. 정확한 방식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미국에서 백신을 지원받고 나중에 갚는 방식으로 시행될 수 있다. 현재 미국이 AZ 백신을 사용하지 않고 쌓아두는 만큼 AZ 백신이 교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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