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앞 벗어나 감독이 된 배우들…과거와 달라진 점은?

이제훈→박정민 4인방 '언프레임드'로 단편 도전
이정재·정우성, 자신이 영화 감독 겸 주연으로
과거와 달리 대중·평단 다 잡아…"높아진 맨파워"
"배우 인기 덕에 투자 유리, 출연진 입장 이해도 높아"
  • 등록 2021-12-08 오전 4:01:00

    수정 2021-12-08 오전 4:01:00

(왼쪽부터) 이정재, 정우성. (사진=아티스트컴퍼니)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던 배우들이 이젠 뒤에 서서 창작자로서 역량을 뽐내고 있다. 배우들이 연출, 제작에 나선 영화들이 예술적 가치와 질적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가 하면 장르도 다양해 영화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도 인기 배우들이 영화의 연출, 제작자로서 메가폰을 잡는 경우가 있었지만 상업적 흥행이나 평단의 호평으로 이어지지 못했던 것과 분위기가 달라졌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과거에는 배우들이 작품을 구성하는 일원임에도, 제작자나 감독만큼 영화 프로덕션 과정 전반에 접근하기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미디어, OTT(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의 발달로 배우들 스스로 영화 제작 시스템, 이론 등을 독학하거나 직접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길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변화의 이유를 짚었다. 배우들이 영화인으로 다방면에서 소양을 쌓을 수 있는 수단들이 발달하면서 이들이 지닌 커리어, 지적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이제훈, 손석구, 박정민, 최희서 등 충무로, 안방극장을 주름잡는 배우 4인이 감독으로 나선 왓챠 오리지널 단편 영화 프로젝트 ‘언프레임드’가 대표적이다. 8일 공개되는 ‘언프레임드’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네 명의 아티스트가 마음 속 품고 있던 이야기를 직접 쓰고 연출한 단편선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했다. 이제훈이 먼저 아이디어를 구상한 뒤 나머지 세 사람을 영입해 완성됐다.

‘충무로 단짝’으로 유명한 정우성과 이정재도 각각 작품을 내놓는다. 정우성은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사투를 그린 영화 ‘보호자’의 연출 겸 주연을 맡았다. 이정재는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 요원이 남파 간첩 총책임자를 쫓다 거대한 진실을 마주하는 장편 영화 ‘헌트’로 감독에 데뷔한다. 자신과 함께 절친 정우성이 주연을 맡았다. 정우성은 최근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오리지널 SF 시리즈 ‘고요의 바다’ 제작자로도 참여했다.

배우들의 감독 도전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방은진은 ‘집으로 가는 길’ ‘메소드’ ‘오로라 공주’ 등을 연출해 감독으로서 역량을 입증했고, 문소리 역시 배우로서 실제 자신이 겪은 경험 등을 토대로 ‘여배우는 오늘도’를 연출해 화제를 모았다. 김윤석은 ‘미성년’으로 묵직한 메시지와 독특한 감성을 인정받았다.

다만 상업적 흥행에 실패하거나 완성도 면에서 혹평을 받은 사례도 많다. 박중훈이 지난 2013년 첫 연출한 장편 상업영화 ‘톱스타’는 그의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관객 17만 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올드한 감성’이란 혹평과 함께 7.37의 낮은 평점을 거뒀다. 하정우가 연출, 각본을 맡은 ‘롤러코스터’(2013)는 27만 명을 동원했다. 그만의 B급 감성에 호응한 마니아층도 있었지만 보편적 대중을 사로잡는데 실패했다는 평가다.

(왼쪽부터)왓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의 감독으로 뭉친 배우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 (사진=왓챠)
반면에 최근 배우들이 내놓는 영화들은 대중 및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받는 경우가 많다. 실험정신과 재기발랄한 시선 때문이다. ‘로그 인 벨지움’으로 감독 데뷔한 유태오와 ‘장르만 로맨스’로 첫 장편 상업영화에 도전한 조은지가 그 예다. 유태오는 팬데믹 선포로 벨기에의 낯선 호텔에 고립된 자신의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로그 인 벨지움’을 선보였다.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장르만 로맨스’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사생활을 통해 코믹하고도 감동적인 필름의 톤을 훌륭하게 표현해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팬데믹 시기임에도 누적 관객수 50만 명을 동원하며 선방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OTT 플랫폼들이 많아지면서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영향도 있다”며 “배우들이 지닌 인지도, 평판으로 대중의 이목을 끌 수 있으니 투자를 받기에도 유리하고, 배우로서 연기자의 입장을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는 입장이기에 출연진의 만족도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우들 본인의 경제적 능력, 최고의 배우와 제작진을 동원할 수 있는 섭외력도 커졌다”며 “장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듯, 감독과 배우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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