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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금빛 질주 꿈꾸는 빙상 정재원 "후회없이 달리고 싶어요"(인터뷰)

  • 등록 2022-01-11 오전 12:02:00

    수정 2022-01-11 오전 12:02:00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메달을 노리는 정재원. (사진=이석무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메달이나 성적에 연연하기보다는 마음을 비우고 정말 후회없는 레이스를 하고 싶어요.”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남자 팀추월에서 고등학생 막내로서 형들과 함께 은메달을 견인했던 정재원(21·의정부시청).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최연소 메달리스트로 주목받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4년이 지났다.

그때는 작고 귀여운 사람이나 동물을 가리킬 때 쓰는 ‘뽀시래기’라고 불릴 만큼 앳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중장거리를 대표하는 간판으로 당당히 우뚝 섰다.

아직도 많은 이들은 정재원을 대표팀 선배 이승훈의 매스스타트 금메달을 도운 ‘조력자’로 기억한다. 정재원은 당시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초반 전력질주로 다른 경쟁자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그 덕분에 2위 그룹으로 달리던 이승훈은 체력을 비축할 수 있었고 막판 놀라운 스퍼트를 발휘해 역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이후 어린 후배가 선배의 금메달을 위해 희생을 강요당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여자 팀추월 왕따 주행 등 각종 논란과 맞물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강도 높은 감사를 받았고 관리단체에 지정됐다.

정재원은 당시 논란에 대해 “그때도 여러 번 말했지만 나는 희생이 아니라 팀플레이라고 아직도 생각하고 있다”면서 “아픔이나 이런 것은 전혀 없고 오히려 (이)승훈이 형에게 정말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평창 대회를 마치고 한국 빙상계는 어수선했다. 하지만 정재원은 흔들리지 않았다. 꾸준히 훈련에 매진하면서 무럭무럭 성장했다. 어느덧 한국 매스스타트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중장거리 간판으로 성장한 정재원. 사진=연합뉴스
정재원이 국제무대에서 거둔 성과는 박수받기에 충분하다. 2019~20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와 4대륙 선수권대회 매스스타트에서 각각 2위에 올랐다. 월드컵 3차 대회와 4차 대회에서도 각각 4위, 6위를 차지했다.

꾸준히 정상을 노크한 끝에 월드컵 6차 대회 파이널에선 마침내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치열한 접전 끝에 이룬 금메달이라 더 감동이 컸다. 이번 시즌 남자 매스스타트 세계랭킹 4위로 베이징행을 확정했다. 이는 5위인 이승훈보다도 높은 순위다.

매스스타트는 종목 특성상 변수가 많다.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정재원의 이번 시즌 성과는 더 주목할 만하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메달 후보로도 손색없다.

정재원은 “평창 올림픽 때는 솔직히 뭐가 뭔지도 몰랐던 것 같다”면서 “너무 정신없고 긴장하고 그랬던 기억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준비한 것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후회가 남기도 한다”며 “그래서 이번 올림픽에선 준비했던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집중할 생각이다”고 털어놓았다.

정재원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의정부시청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의정부시청 빙상단은 전 국가대표 선수이자 감독인 제갈성렬 SBS 해설위원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김민선, 차민규 등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을 이끌어가는 젊은 스타들이 구슬땀을 흘리는 가운데 정재원도 합류한다.

정재원은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이 들어 설레기도 한다”며 “이 팀에서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매스스타트를 대표한다는 책임감은 당연히 크지만 부담은 갖지 않으려 한다. 최대한 마음을 비우고 자신의 레이스에만 집중하자고 매일 다짐하고 있다.

정재원의 팔에 새긴 문신.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희망 사이에서 현재의 기회를 잡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진=이석무 기자
정재원은 “운에 좌우되지 않기 위해 상황별로 여러가지 작전도 준비하고 있다”며 “메달에 너무 연연하다보면 실수가 나올 수도 있는 만큼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어느 대회보다 준비 과정이 어렵다. 특히 대표팀 일부 선수들은 아직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베이징 국립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을 밟아보지 못했다.

정재원도 그 중 한 명이다. 예전 같으면 전지훈련이나 올림픽 사전 대회 등을 통해 경기장과 빙질을 미리 점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여파로 그런 준비가 불가능했다.

정재원도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걱정하면 할수록 더 수렁으로 빠진다고 생각한다”며 “올림픽에 맞춰 일찍 가서 적응하면 되니까 걱정은 크게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원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팔에 문신을 새겼다.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희망 사이에서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훈련을 하다가 힘든 순간이 오면 몸에 있는 문구를 보면서 각오를 새롭게 한다.

정재원은 “지난 올림픽 이후 갈고닦은 실력을 후회없이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국민들께서 많은 응원을 보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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