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명선 기자] 국내 연구자가 유전자치료제의 핵심 기술인 유전자전달체(전달체)를 새롭게 개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전자치료제는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병하는 유전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개념의 치료제다. 40년 이상의 연구 끝에 최근에야 2개 제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가 날 정도로 개발이 어렵다.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있어 핵심 기술은 ‘전달체’다. 치료물질인 정상 유전자를 세포 내 원하는 위치에 전달하기 때문이다. 전달체가 ‘유전자치료제 개발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개발된 전달체는 기존 대다수 기업이 사용 중인 전달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이 전달체를 이용해 지금까지 치료제 개발에 엄두도 내지 못했던 유전병에 대한 유전자치료제가 만들어져 동물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새 전달체를 개발한 주인공은 코로나 전문가로도 잘 알려진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다. 그는 22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개발 완성하는 데 꼬박 18년 걸렸다”며 “이 전달체는 GLAd”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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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쓰이는 대부분의 전달체는 세포 내로 들어가는 본질적 기능을 가진 바이러스다. 설 교수는 “바이러스의 자가 복제 기능을 없애고, 세포 침투 기능만 살려 목표한 지점에 유전자를 전달하도록 한 게 바이러스 전달체”라고 설명했다. 정상 유전자가 인공위성이라면, 전달체는 인공위성을 실어 나르는 로켓이다.
그는 “GLAd는 AAV로는 전달할 수 없는 긴 유전자도 전달이 가능하다. 사람 유전자는 어떤 것이든 전달할 수 있다”며 “AAV 외에 많이 쓰이는 게 렌티바이러스 전달체다. 이 전달체는 비교적 긴 길이의 유전자도 탑재가 가능하다. 그러나 정상 유전자를 세포 내 다른 유전자에 끼워넣을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다른 유전자에 끼어들면, 제 역할을 잘하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제 기능을 못한다. 치료 목적으로 사용했는데, 오히려 다른 새 변이를 유발할 수 있는 셈이다. 그래서 사람에게 사용하지 못한다”고 했다.
현재 GLAd 전달체를 활용해 첫 번째로 동물실험에 들어간 스타가르트병 치료제에 대해 설 교수는, “스타가르트병은 황반 세포의 abca4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해서 생긴다. 이 유전자는 워낙 길어서 현존하는 기술로는 GLAd 전달체만이 이 유전자 전체를 전달할 수 있다”며 “졸겐스마 대상 질병인 척수성근위축증에 대한 유전자치료제도 곧 동물실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설 교수는 “GLAd 전달체로 우선 기술우위성을 증명하려 한다. 첫 번째 대상이 스타가르트병이다. 이 병은 단일 유전병 중에서도 환자가 많다. 세계에서 8000~1만명당 1명의 비율로 환자가 존재한다. 우리나라에는 5000~6000명 환자가 있다. 어떤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발병하는지 알지만 아직 치료법도, 치료제도 존재하지 않는 질병”이라고 말했다.
개발 성공 시 3년 내 결과…“유전병 치료 허브국가 일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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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GLAd 전달체가 황반 세포에 정상 유전자를 제대로 전달하는지를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실험 결과는 몇 달 이내에 나온다. 사람 대상 임상시험은 1, 2상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임상시험도 수십명 수준으로 가능하다. 희귀질환이면서 대체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임상에는 약 2년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흑암시와 망막색소변성증 등 유전성 눈질환, 레트증후군과 같은 신경계 유전병에 대한 다양한 유전자치료제도 개발해 후속 과정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전자치료제는 초고가의 치료제”라면서 “스타가르트병 하나만 해도 인접 국가들 시장이 약 100조원, 미국과 유럽 등까지 합하면 200조원 시장이다. 졸겐스마는 1회 투약에 25억원인데, GLAd 전달체 기술을 활용해 10억원 정도로 공급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설 교수는 “전달체 및 유전자치료제 개발은 기술장벽이 매우 높다. 선천성 유전병 대부분은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는 불치성 질병이다. 환자가 평생 겪는 삶의 질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쁘다. 그래서 유전병 환자들은 좋은 치료제만 있다면 치료를 위해 국경을 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를 유전병 치료의 허브 국가로 만들어 세계 곳곳의 유전병 환자가 우리나라를 찾도록 하는 게 미래의 소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