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7일` 뽀뽀뽀 폐지…32년간 아이 모닝콜[그해 오늘]

1981년 5월 아침방송 시작으로 편성된 교육프로그램
개편으로 평일방송 사라지자 시민운동까지 번질 정도
시간 흐르면서 세월 타고 위상 흔들, 2013년 8월7일 종영
  • 등록 2022-08-07 오전 12:04:00

    수정 2022-08-07 오전 12:04: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1993년 4월 어느 맑은 날.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MBC) 사옥 앞으로 시위대 150여명이 몰려갔다. 눈빛에서는 비장함마저 읽혔는데, 행색을 보니 어째 위협적이기는커녕 귀엽기가 그지없다. 곧이어 가투의 핵심인 시위가가 뒤따랐다.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엄마가 안아줘도 뽀뽀뽀. 만나면 반갑다고 뽀뽀뽀. 헤어질 때 또 만나요 뽀뽀뽀. 우리는 귀염둥이 뽀뽀뽀 친구. 뽀뽀뽀 뽀뽀뽀 뽀뽀뽀 친구`

1993년 4월17일 MBC 앞에 모인 ‘뽀뽀뽀’ 시위대.(사진=1993년 4월20일자 동아일보)
엄마 손을 잡은 어린이들은 팔뚝질을 하며 “뽀뽀뽀를 돌려달라”고 외쳤다. 어린이 방송 프로그램 ‘뽀뽀뽀’가 봄 개편으로 평일 방송이 사라진 데 대한 항의였다. 당시 MBC는 월~금 매일 아침 20분씩 하던 뽀뽀뽀 방송(총 100분)을 토요일 1회에 50분으로 절반을 줄였다.

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시청자 권익 운동으로 확장하면서 시민단체까지 나섰다. 서울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는 각계 전문가를 모아 공청회를 열고 ‘방송이 공익성을 무시한 사례’라고 공세를 폈다. 개편이 시청률을 의식한 결과라는 것이다. 사익을 위해 공익인 어린이의 시청권을 제한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게 요지다.

당연히 MBC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백기를 들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해 가을 가편에서 뽀뽀뽀는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뽀뽀뽀는 MBC에서 1981년 5월25일 시작한 어린이용 방송 프로그램이다. MBC가 아침방송(6~10시) 부활을 기념해 내놓은 야심작이었다. 1973년 석유 파동 이후 에너지 절약을 위해 아침방송을 폐지한 지 7년5개월만이었다.

당시만 해도 어린이용 프로그램이 전무하다시피했고 자체 제작한 콘텐츠도 적었다. 뽀뽀뽀는 등장과 함께 전격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출시 첫해 아침방송 시청률 조사에서 11위에 올랐다.

1985년 뽀뽀뽀 시작 영상.(사진=MBC)
뽀뽀뽀는 스타의 등용문이었다. 프로그램 진행자 `뽀미 언니`는 여성 방송인에게 최고의 자리로 평가됐다. 초대 왕영은을 비롯해 방송인 최유라, 배우 장서희·이의정·조여정, 뮤지컬배우 최정원이 뽀미언니를 거쳐 간 인물이다. 뽀뽀뽀를 거친 아역 배우 가운데 가수 권지용(지드래곤), 배우 이세영·류덕환이 유명하다.

프로그램도 세월을 탔다. 어린이 교육용 콘텐츠가 다양하게 생산돼 여러 채널로 확산하자 위치가 예전만 못했다. MBC는 2013년 8월7일 7775회를 끝으로 더는 뽀뽀뽀를 편성하지 않았다. 이후 2020년 7월 부활한 뽀뽀뽀가 방영 중이지만 초기 프로그램 방송을 중단한 것은 32년2개월여만에 처음이었다.

당시 MBC는 `교육 환경을 비롯한 삶의 전반이 다변화하면서 유아 교육 프로그램 역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단계`라고 설명했다. 1993년 MBC에 공세를 폈던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는 다시 성명을 내고 뽀뽀뽀 폐지를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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