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男 "실종된 딸을 찾아주세요"…이면의 추악한 진실[그해 오늘]

실종신고 후 소셜미디어 통해 신상까지 공개해 찾아
글 올린 모친 동거남…수년간 끔찍한 성적 학대 반복
'결혼 약속' 궤변…法 "피해자 청소년 시절 잃었다"
  • 등록 2023-06-10 오전 12:01:00

    수정 2023-06-10 오전 12:01:00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12년 6월 9일 한 온라인 사이트에 ‘실종된 여대생을 찾는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19세 여성 A씨의 행방을 찾는 글이었다. 게시글에는 A씨의 인적사항과 얼굴 사진도 덧붙여져 있었다.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공덕역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간 딸이 핸드폰도 꺼진 상태로 실종됐는데 경찰에서는 단순 가출로 보고 기다리기만 하라고 한다. 아내가 (충격을 받아) 자살 시도를 하다 혼수상태에 빠졌다.”

해당 글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빠르게 전파되며 주요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실제 A씨에 대한 실종신고는 5일 전 A씨 모친에 의해 경찰서에 접수된 상태였다. 해당 글을 믿고 경찰을 비난하는 게시글도 소셜미디어를 달궜다.

글이 올라온 다음 날인 6월 10일 오후 경찰은 A씨가 경기도에 사는 친할머니 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가 가정불화로 집에 들어가기 싫어 연락을 끊었다고 한다”며 “신변안전이 확인됨에 따라 단순가출 사건으로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전했다.

6년 넘게 성적 학대 반복…모친도 학대 방임

‘단순 가출사건’으로 알려지며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A씨를 비난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A씨는 자신의 이야기가 각종 언론을 달구자 압박감에 결국 10일 오후 자진 귀가했다.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던 사건은 하루 뒤인 11일, 경찰이 A씨 모친의 동거남인 김모(당시 36세)씨를 긴급체포하며 사건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김씨는 바로 A씨 실종 글을 올렸던 당사자였다.

동거여성의 10대 딸을 수년간 학대했던 남성 김모씨. (사진=뉴시스)
김씨의 범행은 귀가 당일 학대를 참다못한 A씨의 신고로 밝혀졌다. 집에 돌아온 A씨에게 행적과 가출이유 등을 추궁하던 김씨는 화를 내며 A씨 머리카락을 움켜쥔 후 가위로 20㎝가량을 잘랐다. A씨는 결국 친구들의 도움으로 당일 집을 나와 경찰에 김씨를 신고했다.

경찰은 “A씨의 가출 정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수년 전부터 A씨에게 가혹행위를 한 사실을 파악했다. 실종신고 당시부터 김씨와 A씨 모친과 관련해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고 밝혔다.

학대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김씨는 약 6년 전 A씨 모친 B씨를 알게 된 후, B씨가 2006년 2월 남편의 가정폭력을 피해 가출하자 그때부터 함께 살았다. 그리고 얼마 후엔 엄마를 찾아온, 당시 중학생이던 A씨도 함께 살기 시작했다.

김씨는 자신이 생계를 책임지는 점을 이용해 함께 산 직후부터 중학생이던 A씨에게 성관계를 요구하는 등 성적 학대를 반복했다. 그는 자신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A씨와 A씨 모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을 수 있다며 A씨를 굴복시켰다. A씨는 경찰에 신고하면 모친과 함께 살 수 없다는 두려움에 신고를 하지 못했다.

참다못한 A씨가 2년 후인 2008년 모친 B씨에게 성적 학대 피해를 알렸으나, B씨는 김씨에게 “성관계를 하지 말라”는 취지의 말만 하고, 아무런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며 사실상 성적 학대를 방임했다. B씨는 김씨가 구속된 이후에도 김씨를 두둔하며 딸 A씨를 비난했다.

法 “진지한 반성 없이 피해자 탓만 한다” 질타

성인이 후에도 김씨의 학대는 계속됐다. A씨가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해 회사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되자 사생활을 강압적으로 통제했다. 김씨는 A씨가 다른 남성과 교제를 했다는 이유로 A씨를 압박해 입사 3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게 했다. A씨의 가출도 이 같은 학대를 견디지 못해 결국 집을 나간 것이었다.

김씨는 결국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폭행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반성은 전혀 없었다. 그는 “모두 피해자인 A씨가 원해서 한 것”이라며 “사실 A씨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는 등의 궤변을 늘어놨다.

1심은 2012년 12월 “자신의 잘못에 대해 진실에 기초해 진지하게 반성하기보다는 무기력감에 빠진 피해자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매우 불량해 엄히 처벌해야 마땅하다”며 징역 6년을 선고하고 5년 간의 신상정보 공개를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는 피해자가 경제적 능력이 없는 어머니와 함께 살기 위해 자신의 집에 거주하는 것을 이용해 학대를 했고, 피해자는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6년을 살아왔고 이로 인해 쉽게 지워지기 어려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성적 학대를 하지 않았다”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하지만 2심은 2013년 6월 “1심 형은 다소 가벼워 부당하다”며 김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7년 간의 신상정보 공개를 명령했다.

2심 재판부는 “김씨의 학대 행위로 피해자는 만 13세부터 19세까지 소중하게 보호받으며 꿈을 키워왔어야 할 청소년 시절을 잃었고 이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며 “그런데도 김씨는 진지한 반성 없이 변명을 하며 피해자에 대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고 질타했다.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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