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오(20·넥슨)가 그리는 10년 뒤 모습이다. 지난 8일 제주 오라CC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조니워커 오픈에서 프로 첫 승을 거뒀지만 그는 오래전부터 이미 정상에 서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는 “지금의 내 골프는 잘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느끼는 만큼 앞날이 창창하다. 세례명 ‘비오’도 그렇지만 여러모로 눈길을 끈다. 이름 ‘BIO’를 새긴 큼직한 버클과 화려한 의상, 쓰레기 줍는 골퍼, 90도 각도로 허리 굽혀 인사하는 예의 바른 청년, 부정맥과 디스크 등 운동선수로는 치명적인 신체적 핸디캡 등이 그것이다. 궁금증에 대한 수줍은 답변을 당돌하게 재구성했다.
- 골프 시작은.
“아버지 손에 끌려 초등학교 3학년 겨울 연습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엔 억지로 했다. 몇 달 뒤 파3 퍼블릭에서 첫 라운드를 했다. 파란 잔디 위에서 공을 치는 게 참 좋았다. 골프보다 필드에 먼저 반했던 것 같다.”
- 말을 잘한다.
“성격이 급한 편이어서 말하기 전 생각을 한다. 골프도 전에는 생각이 많았는데 간단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너무 생각이 많아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많았다. 최근에는 대회 전 코미디 프로나 영화를 보면서 골프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골프를 너무 대충대충 서둘러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웃음).”
- 쓰레기는 왜 줍나.
-‘착한 아이’ 강박증 같다.
“그런 건 아니다.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 듣는 걸 못 견딘다. 그래서 인사도 더 열심히 한다.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대하면 욕할 사람은 없다.”
- 싸움도 안 해봤나.
- 패션 감각이 남다르다.
“김비오라는 이름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벨트 버클과 체크, 꽃무늬 바지 등은 어머니와 상의해서 맞춘 것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옷이다. 최종일 라운드에 챔피언조에 편성됐을 때는 스폰서의 옷을 입는다.”
- 집요한 측면도 있다는데.
“지난해 스윙이 제대로 안됐을 때는 하루 2000개 넘게 공을 쳤다. 안될 때면 쉬는 게 해결책이라는 조언도 있지만 그게 습관화되면 게을러질까봐 힘들어도 계속한다. 경기에 나가서도 캐디의 조언 없이 스스로 판단에만 따른다. 그게 자신감을 준다.”
- 10년 뒤 모습은.
“마스터스 대회 DVD를 모으고 있다. 10년 뒤 마스터스 그린재킷을 입은 모습을 상상한다. 20~30년 뒤에는 주니어 선수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