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도 마찬가지였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는 아니카 소렌스탐-카리 웹-박세리 등이 3파전을 벌였다. 최근까지는 미국과 한국 골퍼들의 우승 대결이 흥행을 좌우했다. 내년에는 베테랑과 신입의 흥미로운 대결이 예상된다. 박인비, 스테이시 루이스, 미셸 위 등 산전수전 다 겪고 있는 선배들과 이에 도전장을 내민 리디아 고, 김효주, 백규정이 그 주역들이다. 최고의 흥행 구도답게 내년 LPGA 투어도 33개 대회, 총상금 6160만 달러(약 677억원) 규모로 치러진다. 역대 최고의 상금 규모다.
올해 LPGA 투어는 박인비(26·KB금융그룹)와 루이스(미국)가 양분했다. 둘은 올 시즌 내내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했고, 나란히 3승씩을 거뒀다. 시즌 성적표도 비슷하다. 루이스는 올해의 선수, 상금왕,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을 챙겼고, 박인비는 메이저대회인 LPGA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며 세계랭킹 1위를 유지했다. 두 선수의 대결은 내년에도 후속편으로 이어진다.
이들 베테랑 군단의 건재함은 LPGA 투어 흥행을 위한 보증수표다. 하지만 LPGA 투어 측이 웃는 이유는 따로 있다. 아마추어 시절 세계 무대를 휩쓸었던 3명의 신예들이 한꺼번에 대결의 장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타이거 우즈(미국)의 부재로 동력이 떨어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도 견줘볼 만한 ‘환상의 매치’가 완성됐다.
그런 면에서 김효주(19·롯데), 백규정(19·CJ오쇼핑)의 LPGA 투어 합류는 리디아 고에게는 반가운 자극제다. 김효주는 올해 LPGA 투어 우승을 포함 6승을 올렸다. 백규정은 4승이다. 성적만 보면 이미 최정상급 골퍼다. 이들은 주니어 시절부터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았다. 하만 이들은 골프채를 내려놓을 때까지 숙명의 대결을 벌여야 할 맞수들이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라 희비는 엇갈린다. 물론 결과물은 내년에도 여전히 어린 그들에게 상승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