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희망고문’에 고통 받는 주류업계

  • 등록 2019-05-10 오전 5:00:00

    수정 2019-05-09 오후 7:35:16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이제는 ‘경제 활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주류업계 관계자)

정부가 국내 맥주시장이 수입맥주에 잠식당하는 세금 역차별 구조를 개선하고자 꺼내 든 주세 개편(종가세→종량세) 카드에 먼지만 쌓이고 있다. 미루고 미뤄 이달 초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주세개편 용역 안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또 미뤘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주세법 개정을 전면 백지화했다가 재검토하겠다고 곧바로 번복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2019년3월까지 조세재정연구원의 주세개편 용역 안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공수표에 불과했다. 주세 개편작업이 반 년째 공전하고 있다.

지난 7일 정부는 용역안 발표를 미룬 이유에 대해 ‘주종별 업계 이견’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술은 국민 실생활과 밀접해 소비자 후생과 주류산업의 경쟁력, 통상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빠짐없이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이미 지난 번복 과정에서 했던 말과 달라진 것이 없다. 말만 되풀이할 뿐 실행은 하지 않는 모습에 “정부가 ‘조정능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쯤 되니 업계는 “이제 못 믿겠다”는 격앙된 말도 쏟아내고 있다. 종량세 전환이라는 정부의 약속을 믿고 투자를 한 업체들은 피해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더 버티지 못하고 국내 생산을 접은 업체도 있다. 제주맥주는 맥주 종량세로 품질 경쟁이 가능해질 내년을 대비해 연구개발 및 설비 증축에 추가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돌연 연기 발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더부스 브루잉 컴퍼니는 국내 생산 시설을 모두 미국으로 이전했다.

‘주세개편’이라는 희망고문으로 업계는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보고 불확실한 미래에 경영 전략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그 사이 수입맥주가 국내 맥주시장을 속속 파고들며 올해 점유율 30%를 넘보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정부에 업계도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 정부의 조속한 결단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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